[일/번] 기사공창이 꾸는 꿈 (91) 휴일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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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하지?」
몸단정을 하며, 샤스라하르가 묻는다.
「다가오고 있는 제옴트와의 전쟁을 위해, 여러 곳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서역의 대표자인 라그라질과 인간의 대표자인 마류조와경, 이 둘과 정보를 교환해야 합니다」
스커트를 허리에 두르며 베나가 답해준다..
「안·미사경의 중재가 있긴 하나 라그라질과의 관계는 아직 좋지 않은 상태이고, 마류조와경이 로니아경과 함께 하고 있는 병기 생산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셔츠와 스커트, 그 위로 가벼운 흉부 장갑을 걸치고, 팔엔 수호 각인이 새겨진 팔찌를 끼운 베나는 준비를 끝낸 후,
「전하, 움직이지 마십시오」
샤스라하르의 목에 넥타이를 묶어준다.
「……이런게 정말 필요할까?」
불만을 하면서도 몸을 그대로 맡기고 있는 샤스라하르에게, 베나는 산뜻한 말투로 말한다.
「전하는 스피아칸트를 대표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는 상황인 이상,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사 의식용의 예복을 입은 샤스라하르는 거북한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정말로 멋지십니다. 천국에 계신 아리스레인님도 분명 보고 계실겁니다」
어깨를 올려진 먼지를 털어내며, 베나는 샤스라하르의 몸치장을 끝낸다.
「그럼, 갈까요」
「응. 처음은 라그라질이지」
같이 방을 나오자, 몇명의 날개 빠짐 여성이 분주하게 궁전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들은 샤스라하르와 베나를 보면, 그 자리에서 멈쳐 인사를 하였다.
쿠스탄비아의 습격 후, 잡혀간 날개 빠짐 여성중 살아있는 자들은 모두 라크시와 천병 연대의 활약에 의해 구해졌지만, 유감스럽게도 친귀족에 의해 살해당한 자나 팔렸다는 사실에 절망해 자살한 자도 있었기에, 습격 당시 잡힌 자 전부가 마을로 돌아 올 수는 없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 것이었다.
돌아온 여자들은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고, 친귀족에서 넘긴 남자들을 곱게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상처를 달래고, 어느 정도의 여자들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해하며 가족에 한해 용서를 해주었지만, 차마 남자를 용서할수 없는 날개 빠짐 여자들은, 안·미사가 궁전 안으로 데려와 가정부로 고용해 주었다.
그로 인해, 지금 이 궁전 안은 유례없이 많은 인원들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지배자인 안·미사와 라크시를 제외하면, 새로운 손님이 된 샤스라하르들, 관리자로 복귀한 라그라질, 남자들을 피해 들어온 가정부들, 그리고 임무를 버리고 감형에 실패해 궁전에서 쫒겨나 거리에서 쉬지 않고 일하게 된 천병을 대신해 수비를 맡고 있는 마도기병.
서역 정치의 중심지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넓지도 크지도 않은 궁전이기에, 지금 이 궁전은 터질듯이 채워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다.
복도를 걷다보면 누군가와는 무조건 만나게 되었고, 샤스라하르들은 몇번이나 인사를 반복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관리자의 『개인용 방』.
원래 있어야 할 『집무실』 이 아닌 이곳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마천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베나가 먼저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들린다.
「라그라질. 샤스라하르 전하가 오셨습니다, 문을 열어 주세요」
직함만 돌아온게 아니라 그 능력까지 합쳐 진정한 관리자로 복귀한 마천사 라그라질에겐, 샤스라하르들과의 사이에 복잡한 과거가 있었고, 최근 새로 생긴 공적 하나와 죄 하나로 인해 더욱 대응이 힘들어 졌다.
그렇기에 베나나 샤스라하르는 이제까지처럼의 대응을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고, 라그라질도 마찬가지로 변함 없는 모습으로 대해주고 있다.
「라그라질? 없습니까? 라그라질?」
몇번이나 문을 두드린 베나였지만, 방안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밖에 나간 걸까?」
턱에 손을 가져다 대는 샤스라하르와
「아뇨, 어제 시간을 물었을때, 오전엔 방안에 있다고 말한게 라그라질이었습니다.
없을 리가--」
「네. 열렸어요―」
베나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려고 했을 때, 방안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라그라질이 내뱉는 타인을 바보 취급하는 말투가 아닌, 느긋함이 담긴 목소리.
「……마리스씨?」
기억에 있는 목소리에 놀란 샤스라하르는 베나에게 곁눈질을 한다.
성기사는 주군을 향해 고개를 끄떡인 후, 문을 밀어 열었다.
그 순간, 방안에서 진한 알코올 냄새가 밀려온다.
「우으!」
「이건……」
문을 연 상태로 멍하니 굳어진 두 명에게, 방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끄러……워요.
어제 과음해서 머리가 아프니깐 조용 조용……」
옷을 마구 벗어 던진 침대위, 마천사 라그라질이 얼굴을 찡그린 채 누워있다.
몸에 걸치고 있는건 단 1장의 천, 끈과 레이스로 이루어진 팬티뿐.
양 유방을 드러낸 상태로 라그라질은 입가에 침을 흘리며 신음하고 있다.
「자자자―. 라그 여기 물이에요―」
그리고 방안엔 또 한 명, 검은 본디지의상에 망토를 걸친 마리스가 있었고, 물이 담긴 주전자와 컵을 마천사에게 건네고 있었다
「고마……워」
라그라질은 마리스에게서 컵을 받아, 단숨에 물을 마신 후, 이어서 물주전자까지 빼앗어 꿀꺽꿀꺽하고 삼켰다.
「저....」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리를 긁고 있는 샤스라하르에게,
「아-살거 같다……아, 기억하고 있어요.
제옴트를 막기 위해 대화를 하는거죠……그렇긴 해도, 제대로 된 정보는 없지만」
물 주전자와 컵을 침대에 던진 후, 자신도 다시 쓰러진 후, 라그라질은 말했다.
「라그라질, 옷을 입어 주세요」
베나는 샤스라하르에 정장을 입게 했기에, 상대쪽도 가능한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었으면 했지만, 마천사 라그라질은 지금 보이는 대로 거의 알몸 상태다.
「후~? 무리. 지금 옷 입으면 토해요.
토해서 더러워지면 관리자로서 모양이 안 안나온다구요」
고개를 휘젓는 라그라질과
「응응응...근데 라그는 요즘 계속 쭉 그 모습이야―.
마리스, 매일 라그의 유방을 보고 있어―」
창의 문틀에 허리를 기댄 마리스의 중얼거림에, 마천사는 어깨를 흔들며 입을 다문다.
방안에 널부러진 다량의 술병을 한번 본 후, 샤스라하르는 마천사에게 묻는다.
「라그라질. 전력에 대해서지만-」
「마도기병이 천이 조금 안되고.... 천병이 5백정도... 그리고 라크시와 안, 마지막으로 나.
오비리스의 손에 안의 지팡이가 있는 이상 다른 마귀는 도움이 안되므로 이쪽에서 준비할 수 있는건 이게 한계. 뭐,다른 질문은?」
침대 위에서 얼굴을 가리고, 유방을 그대로 드러낸 라그라질이 단언한다.
「거기에 샤스라하르 군이나 마리스들이 들어가면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이네요―」
창가에 부는 바람에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마리스가 웃으며 덧붙인다.
「라그라질……전하에게 그런 말투는……」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며 베나가 말하자,
「괜찮아 베나. 그럼, 저쪽……제옴트는」
샤스라하르의 질문에, 라그라질은 잠시 틈을 준 후 말했다.
「……순수한 병력만 20만. 거기에 서역의 거의 대부분의 마귀가 그쪽에 붙을테니, 그렇다고 본다면 적어도 오십만 정도의 군세가 되겠군요.
지난 번에 리베르란트의 엄청난 능력자가 몇천명정도를 죽인 듯하지만, 달궈진 돌에 물 한방울 떨어뜨린거에 불과하죠」
평상시에 하는 비웃음을 지으며, 마천사는 말을 이어간다.
「장군급 중에는 눈에 띄는 실력자가 없어요.
억지로 말하자면 오비리스가 있겠지만, 오비리스와 그 부하인 마도사 무리는 저들의 중심이니깐, 전선에는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지난번에 상처도 입었으니...」
그 말에, 마리스가 반응한다.
「 그치만―. 그 말은 그 오비리스라는 자를 어떻게든 죽인다면 이길수 있다는거 아닌가―?」
그것이 희망.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있을수 있는 기회.
적의 지휘관을 제거한다.
「그렇게 해서 끝날 수도 있고, 끝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휘관이 전선에 나올때까지, 우리들은 끈질기게 싸워야 합니다」
베나가 무거운 말투로 말하자,
「뭐, 그에 대해선 내게 책략이 하나 있지만」
몸을 일으킨 라그라질이 뻔뻔하게 웃는다.
「채, 책략……?」
바로 정면에서 보여지는 그 유방을, 자신도 모르게 봐버려 얼굴을 돌린 샤스라하르에게,
「왕자에요, 그 왕자님.
지난번에 여기로 온 그 왕자님이 이용가치가 있는 동안, 어떻게든 써먹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그저 놀고 먹는 거에 불과하잖아요」
마천사의 그 말에,
「하지만, 그 왕자가 이쪽에 온 이유나 세나씨들의 증언으로 보건데, 인질로서의 가치는 그다지 없는게 아닌가?」
성기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건 그거구요. 가능성은 낮겠지만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왕자를 이리저리 이용해 오비리스를 유인해, 이쪽의 정예로 그 목을 베는 거에요.
그 다음엔, 혼란을 틈타 적들을 쫒아내는 거죠.
라곤 하지만 이걸 하지 못하면 우리들은 멸망해요. 단지 그뿐」
마천사는 무책임하게 그렇게 한 후, 발밑에 있는 술병을 떨리는 손으로 잡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라그라질……. 너……」
「하아……무리겠죠. 그렇게 잘 될리가 없으니깐요.
그래도 그저 떨고만 있을라고 하는건, 나는 싫어요」
머리로는 불가능하다는걸 이미 알고 있지만, 본능이 거부하고 있다.
거의 알몸으로 술에 취해, 침대 위에 뒹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은 치지 않는다.
「안이 날 여기에 잡아두었기 때문에.... 여기서 도망칠려면 그 아이를 죽여야만 해요.
아무리 나라도 그건..」
그렇게 말한 라그라질은 침대에 깊숙히 앉는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마천사 라그라질은 지천사 안·미사가 행한 대규모 마술을 걸려 이 땅에 잡혀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안·미사는 쐐기로서 자신의 몸을 바쳐, 이 땅에 붙잡혀 살아가게 되었다.
만약 그 마법을 푼다고 한다면, 어느 한쪽의 생명을 바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 자매는 서로에게 살의를 지니고 있지 않다.
미움은 사라졌다.
「라크시, 베나르로제, 마리스, 나, 마류조와, 스테아, 헤미네, 시로에……」
라그라질이 멍하니 중얼거리다.
「뭐……?」
고개를 갸웃거리는 베나에게, 마천사는 이상한 미소를 지어준다.
「실력순이라는걸까요.
본래의 힘을 되찾은 내 마법거울을 쓰면 그 인물의 힘을 수치로 판단할수가 있어요.
그리고 이 마을에 있는 인간들을 포함해 판단했을 때, 오비리스를 죽일 수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게 누구일까...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건가..그걸 보고 있어요.」
라그라질의 말에 놀란 샤스라하르는 마리스를 쳐다본다.
「응? 왜?」
본디지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리스.
「아, 본디지……」
「그렇죠. 지금 마리스는 나의 권속.
모든 힘을 되찾은 내가 마력 부여의 힘을 단 1명에서 부은 결과, 마리스는 이 마을에서 3번째 전력이 된거에요.
아마 그쪽의 성기사씨랑 싸워도, 3번중 1번은 마리스가 이길거에요」
마천사 라그라질의 마력 부여.
옷을 본뜬 마력에 의한 부여를 받은 자는 어둠의 힘을 입고, 모든 능력이 상승한다.
「난전이 되었을 때, 내 힘으로 마리스를 오비리스 근처로 이동시켜, 단번에 목을 벤다.
그런 전술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희미한 웃음을 짓는 마천사는 말을 이어간다.
「원래라면, 그 장소에서 그쪽의 성기사씨랑 마류조와를 적에게 잡히게 한 후, 엉망진창의 육변기가 되어가는 도중에 각성을 시켜서, 방심한 오비리스를 내부에서 죽이는 계획이었지만...」
알 발렌시아들의 해방군과 합류하러 가는 도중 제옴트병과 만나게 한 이유를, 라그라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라그라질……그걸 위해 전하의 생명마저……」
베나의 눈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순간....
「뭐-―. 괜찮아요. 마리스가 오비리스씨의 목을 싹뚝 할테니까. 모두 사이 좋게 전쟁하자구요―」
마리스의 순진한 말에, 두 명 사이의 긴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역시 너는 믿을 수 없군.
가죠. 전하, 마류조와경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린 베나에게 팔이 이끌려, 샤스라하르는 문 밖으로 나간다.
몸단정을 하며, 샤스라하르가 묻는다.
「다가오고 있는 제옴트와의 전쟁을 위해, 여러 곳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서역의 대표자인 라그라질과 인간의 대표자인 마류조와경, 이 둘과 정보를 교환해야 합니다」
스커트를 허리에 두르며 베나가 답해준다..
「안·미사경의 중재가 있긴 하나 라그라질과의 관계는 아직 좋지 않은 상태이고, 마류조와경이 로니아경과 함께 하고 있는 병기 생산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셔츠와 스커트, 그 위로 가벼운 흉부 장갑을 걸치고, 팔엔 수호 각인이 새겨진 팔찌를 끼운 베나는 준비를 끝낸 후,
「전하, 움직이지 마십시오」
샤스라하르의 목에 넥타이를 묶어준다.
「……이런게 정말 필요할까?」
불만을 하면서도 몸을 그대로 맡기고 있는 샤스라하르에게, 베나는 산뜻한 말투로 말한다.
「전하는 스피아칸트를 대표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는 상황인 이상,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사 의식용의 예복을 입은 샤스라하르는 거북한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정말로 멋지십니다. 천국에 계신 아리스레인님도 분명 보고 계실겁니다」
어깨를 올려진 먼지를 털어내며, 베나는 샤스라하르의 몸치장을 끝낸다.
「그럼, 갈까요」
「응. 처음은 라그라질이지」
같이 방을 나오자, 몇명의 날개 빠짐 여성이 분주하게 궁전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들은 샤스라하르와 베나를 보면, 그 자리에서 멈쳐 인사를 하였다.
쿠스탄비아의 습격 후, 잡혀간 날개 빠짐 여성중 살아있는 자들은 모두 라크시와 천병 연대의 활약에 의해 구해졌지만, 유감스럽게도 친귀족에 의해 살해당한 자나 팔렸다는 사실에 절망해 자살한 자도 있었기에, 습격 당시 잡힌 자 전부가 마을로 돌아 올 수는 없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 것이었다.
돌아온 여자들은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고, 친귀족에서 넘긴 남자들을 곱게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상처를 달래고, 어느 정도의 여자들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해하며 가족에 한해 용서를 해주었지만, 차마 남자를 용서할수 없는 날개 빠짐 여자들은, 안·미사가 궁전 안으로 데려와 가정부로 고용해 주었다.
그로 인해, 지금 이 궁전 안은 유례없이 많은 인원들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의 지배자인 안·미사와 라크시를 제외하면, 새로운 손님이 된 샤스라하르들, 관리자로 복귀한 라그라질, 남자들을 피해 들어온 가정부들, 그리고 임무를 버리고 감형에 실패해 궁전에서 쫒겨나 거리에서 쉬지 않고 일하게 된 천병을 대신해 수비를 맡고 있는 마도기병.
서역 정치의 중심지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넓지도 크지도 않은 궁전이기에, 지금 이 궁전은 터질듯이 채워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다.
복도를 걷다보면 누군가와는 무조건 만나게 되었고, 샤스라하르들은 몇번이나 인사를 반복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관리자의 『개인용 방』.
원래 있어야 할 『집무실』 이 아닌 이곳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마천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베나가 먼저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들린다.
「라그라질. 샤스라하르 전하가 오셨습니다, 문을 열어 주세요」
직함만 돌아온게 아니라 그 능력까지 합쳐 진정한 관리자로 복귀한 마천사 라그라질에겐, 샤스라하르들과의 사이에 복잡한 과거가 있었고, 최근 새로 생긴 공적 하나와 죄 하나로 인해 더욱 대응이 힘들어 졌다.
그렇기에 베나나 샤스라하르는 이제까지처럼의 대응을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고, 라그라질도 마찬가지로 변함 없는 모습으로 대해주고 있다.
「라그라질? 없습니까? 라그라질?」
몇번이나 문을 두드린 베나였지만, 방안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밖에 나간 걸까?」
턱에 손을 가져다 대는 샤스라하르와
「아뇨, 어제 시간을 물었을때, 오전엔 방안에 있다고 말한게 라그라질이었습니다.
없을 리가--」
「네. 열렸어요―」
베나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려고 했을 때, 방안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라그라질이 내뱉는 타인을 바보 취급하는 말투가 아닌, 느긋함이 담긴 목소리.
「……마리스씨?」
기억에 있는 목소리에 놀란 샤스라하르는 베나에게 곁눈질을 한다.
성기사는 주군을 향해 고개를 끄떡인 후, 문을 밀어 열었다.
그 순간, 방안에서 진한 알코올 냄새가 밀려온다.
「우으!」
「이건……」
문을 연 상태로 멍하니 굳어진 두 명에게, 방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끄러……워요.
어제 과음해서 머리가 아프니깐 조용 조용……」
옷을 마구 벗어 던진 침대위, 마천사 라그라질이 얼굴을 찡그린 채 누워있다.
몸에 걸치고 있는건 단 1장의 천, 끈과 레이스로 이루어진 팬티뿐.
양 유방을 드러낸 상태로 라그라질은 입가에 침을 흘리며 신음하고 있다.
「자자자―. 라그 여기 물이에요―」
그리고 방안엔 또 한 명, 검은 본디지의상에 망토를 걸친 마리스가 있었고, 물이 담긴 주전자와 컵을 마천사에게 건네고 있었다
「고마……워」
라그라질은 마리스에게서 컵을 받아, 단숨에 물을 마신 후, 이어서 물주전자까지 빼앗어 꿀꺽꿀꺽하고 삼켰다.
「저....」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리를 긁고 있는 샤스라하르에게,
「아-살거 같다……아, 기억하고 있어요.
제옴트를 막기 위해 대화를 하는거죠……그렇긴 해도, 제대로 된 정보는 없지만」
물 주전자와 컵을 침대에 던진 후, 자신도 다시 쓰러진 후, 라그라질은 말했다.
「라그라질, 옷을 입어 주세요」
베나는 샤스라하르에 정장을 입게 했기에, 상대쪽도 가능한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었으면 했지만, 마천사 라그라질은 지금 보이는 대로 거의 알몸 상태다.
「후~? 무리. 지금 옷 입으면 토해요.
토해서 더러워지면 관리자로서 모양이 안 안나온다구요」
고개를 휘젓는 라그라질과
「응응응...근데 라그는 요즘 계속 쭉 그 모습이야―.
마리스, 매일 라그의 유방을 보고 있어―」
창의 문틀에 허리를 기댄 마리스의 중얼거림에, 마천사는 어깨를 흔들며 입을 다문다.
방안에 널부러진 다량의 술병을 한번 본 후, 샤스라하르는 마천사에게 묻는다.
「라그라질. 전력에 대해서지만-」
「마도기병이 천이 조금 안되고.... 천병이 5백정도... 그리고 라크시와 안, 마지막으로 나.
오비리스의 손에 안의 지팡이가 있는 이상 다른 마귀는 도움이 안되므로 이쪽에서 준비할 수 있는건 이게 한계. 뭐,다른 질문은?」
침대 위에서 얼굴을 가리고, 유방을 그대로 드러낸 라그라질이 단언한다.
「거기에 샤스라하르 군이나 마리스들이 들어가면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이네요―」
창가에 부는 바람에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마리스가 웃으며 덧붙인다.
「라그라질……전하에게 그런 말투는……」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며 베나가 말하자,
「괜찮아 베나. 그럼, 저쪽……제옴트는」
샤스라하르의 질문에, 라그라질은 잠시 틈을 준 후 말했다.
「……순수한 병력만 20만. 거기에 서역의 거의 대부분의 마귀가 그쪽에 붙을테니, 그렇다고 본다면 적어도 오십만 정도의 군세가 되겠군요.
지난 번에 리베르란트의 엄청난 능력자가 몇천명정도를 죽인 듯하지만, 달궈진 돌에 물 한방울 떨어뜨린거에 불과하죠」
평상시에 하는 비웃음을 지으며, 마천사는 말을 이어간다.
「장군급 중에는 눈에 띄는 실력자가 없어요.
억지로 말하자면 오비리스가 있겠지만, 오비리스와 그 부하인 마도사 무리는 저들의 중심이니깐, 전선에는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지난번에 상처도 입었으니...」
그 말에, 마리스가 반응한다.
「 그치만―. 그 말은 그 오비리스라는 자를 어떻게든 죽인다면 이길수 있다는거 아닌가―?」
그것이 희망.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있을수 있는 기회.
적의 지휘관을 제거한다.
「그렇게 해서 끝날 수도 있고, 끝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휘관이 전선에 나올때까지, 우리들은 끈질기게 싸워야 합니다」
베나가 무거운 말투로 말하자,
「뭐, 그에 대해선 내게 책략이 하나 있지만」
몸을 일으킨 라그라질이 뻔뻔하게 웃는다.
「채, 책략……?」
바로 정면에서 보여지는 그 유방을, 자신도 모르게 봐버려 얼굴을 돌린 샤스라하르에게,
「왕자에요, 그 왕자님.
지난번에 여기로 온 그 왕자님이 이용가치가 있는 동안, 어떻게든 써먹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그저 놀고 먹는 거에 불과하잖아요」
마천사의 그 말에,
「하지만, 그 왕자가 이쪽에 온 이유나 세나씨들의 증언으로 보건데, 인질로서의 가치는 그다지 없는게 아닌가?」
성기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건 그거구요. 가능성은 낮겠지만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왕자를 이리저리 이용해 오비리스를 유인해, 이쪽의 정예로 그 목을 베는 거에요.
그 다음엔, 혼란을 틈타 적들을 쫒아내는 거죠.
라곤 하지만 이걸 하지 못하면 우리들은 멸망해요. 단지 그뿐」
마천사는 무책임하게 그렇게 한 후, 발밑에 있는 술병을 떨리는 손으로 잡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라그라질……. 너……」
「하아……무리겠죠. 그렇게 잘 될리가 없으니깐요.
그래도 그저 떨고만 있을라고 하는건, 나는 싫어요」
머리로는 불가능하다는걸 이미 알고 있지만, 본능이 거부하고 있다.
거의 알몸으로 술에 취해, 침대 위에 뒹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은 치지 않는다.
「안이 날 여기에 잡아두었기 때문에.... 여기서 도망칠려면 그 아이를 죽여야만 해요.
아무리 나라도 그건..」
그렇게 말한 라그라질은 침대에 깊숙히 앉는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마천사 라그라질은 지천사 안·미사가 행한 대규모 마술을 걸려 이 땅에 잡혀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안·미사는 쐐기로서 자신의 몸을 바쳐, 이 땅에 붙잡혀 살아가게 되었다.
만약 그 마법을 푼다고 한다면, 어느 한쪽의 생명을 바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 자매는 서로에게 살의를 지니고 있지 않다.
미움은 사라졌다.
「라크시, 베나르로제, 마리스, 나, 마류조와, 스테아, 헤미네, 시로에……」
라그라질이 멍하니 중얼거리다.
「뭐……?」
고개를 갸웃거리는 베나에게, 마천사는 이상한 미소를 지어준다.
「실력순이라는걸까요.
본래의 힘을 되찾은 내 마법거울을 쓰면 그 인물의 힘을 수치로 판단할수가 있어요.
그리고 이 마을에 있는 인간들을 포함해 판단했을 때, 오비리스를 죽일 수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게 누구일까...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건가..그걸 보고 있어요.」
라그라질의 말에 놀란 샤스라하르는 마리스를 쳐다본다.
「응? 왜?」
본디지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리스.
「아, 본디지……」
「그렇죠. 지금 마리스는 나의 권속.
모든 힘을 되찾은 내가 마력 부여의 힘을 단 1명에서 부은 결과, 마리스는 이 마을에서 3번째 전력이 된거에요.
아마 그쪽의 성기사씨랑 싸워도, 3번중 1번은 마리스가 이길거에요」
마천사 라그라질의 마력 부여.
옷을 본뜬 마력에 의한 부여를 받은 자는 어둠의 힘을 입고, 모든 능력이 상승한다.
「난전이 되었을 때, 내 힘으로 마리스를 오비리스 근처로 이동시켜, 단번에 목을 벤다.
그런 전술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희미한 웃음을 짓는 마천사는 말을 이어간다.
「원래라면, 그 장소에서 그쪽의 성기사씨랑 마류조와를 적에게 잡히게 한 후, 엉망진창의 육변기가 되어가는 도중에 각성을 시켜서, 방심한 오비리스를 내부에서 죽이는 계획이었지만...」
알 발렌시아들의 해방군과 합류하러 가는 도중 제옴트병과 만나게 한 이유를, 라그라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라그라질……그걸 위해 전하의 생명마저……」
베나의 눈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순간....
「뭐-―. 괜찮아요. 마리스가 오비리스씨의 목을 싹뚝 할테니까. 모두 사이 좋게 전쟁하자구요―」
마리스의 순진한 말에, 두 명 사이의 긴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역시 너는 믿을 수 없군.
가죠. 전하, 마류조와경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린 베나에게 팔이 이끌려, 샤스라하르는 문 밖으로 나간다.
방안에서 본 마지막 모습은, 술병을 던진 후 침대에 다시 눕는 마천사 라그라질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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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정말로 멋지십니다. 천국에 계신 아리스레인님도 분명 보고 계실겁니다」 => 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지요.
이 작가가 죽었다고 해서 내버려둘 작가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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