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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기사공창이 꾸는 꿈 (91) 휴일 (5/8)

「식당이……이쪽방향인가?」

궁전에 돌아와, 점심을 먹기 위해 통로를 걷고 있는 샤스라하르.

익숙해진 곳..이라고 하긴 아직 먼 곳이라 감을 의지해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건 눈앞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자들이다.

지금의 경우엔 날개를 지닌 천사가 그에 해당한다.

「아, 죄송한데. 식사를 하고 싶은데……요」

복도 구석에 있는 날개를 가진 소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1초 후 바로 후회했다.

「뭐야 그게? 내게 묻는거야?」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질문을 던진 상대, 그 소녀가 지닌 또 다른 이름은 『서역 최강의 무력』.

「아, 응. 라크시……식당이 어느쪽이었지?」

물색 머리를 지닌 역천사 라크시가 거기에 서 있었다.

「식당이라면 저쪽이지만……음? 응응?」

그렇게 말한 후 턱에 손을 대고 고민을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소녀 천사.

둘의 능력차는 개미와 코끼리 수준이고, 샤스라하르 입장에선 기분파인데다, 흉포함도 갖추고 있는 라크시와의 갑작스런 접촉은 피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시간 있어? 한가해? 한가하지? 그럼 따라 와! 나랑 같이 점심 먹자!」

설마했던 점심 권유에 눈앞이 깜깜해진다.

「아..아니 ……나는 식당에서……」

「알았어! 그러니 따라와!」

라크시의 바보같은 힘에 팔이 이끌려, 복도로 끌려나가는 샤스라하르.

옆을 지나치는 가정부들이 불쌍하게 쳐다 보는건, 그녀들 또한 라크시의 난폭함에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어서 일것이다.

「여기 여기! 숨어!」

결국 안뜰까지 와, 나무중 하나에 몸을 숨기는 샤스라하르와 라크시.

「아파……팔이 떨어져 나가나 했어……」

흘러나올듯한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아 내는 샤스라하르.

만약 이런 곳에서 눈물을 흘려, 루루의 맹세에 의해 죽게되어버린다면, 후세에까지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릴 것이다.

「쉿! 조용히」

라크시의 작은 손으로 입이 막혀진 샤스라하르는 동요하면서도,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리고, 안뜰에 설치된 햇빛가리개가 달린 산뜻한 테라스에 있는 4명의 인간을 발견했다.

「하이네아 왕녀와 점심식사를 같이 할 수 있다니.. 저희 집안의 자랑거리가 될겁니다」

「저..저같은게 왕녀님과 같이 앉아 식사를 하다니.. 너무나도 불경한 짓입니다.

저는 역시 경비를 하러 가겠습니다.」

침착하고 화려한 목소리와 초조한듯 떨고 있는 목소리.

거기에 뒤이어,

「괜찮다. 백작도 무녀두령경도 너무 어려워하지 마라. 리세, 슬슬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네. 하이네아님」

어리고 거만한 목소리가 이어졌고, 유연하고 상냥한 소리가 답한다.

헤미네와 시로에, 그리고 하이네아가 자리에 앉아, 리세가 그 옆에서 음식을 옮기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리네미아 신성국에서 요직에 있던 자들이 왕녀와 함께하는 식사회, 라고나 할까...

「저거야! 저기서 먹고 있는게 맛있다고! 정말 미칠듯이 맜있다고! 

언제나 다 먹고 난 후의 접시만 햩았는데.. 이제 더는 못 참아! 협력해!」

라크시가 샤스라하르의 목을 졸라대며 강요한다.

리세가 손수 만든듯한 여러 요리가 테이블위에 올라오고, 하이네아들은 조용히 식사 시중을 받고 있다.

「전에 너희들과 억지로 여행을 하게되었을 때 먹은 스튜도 엄청 맛있었지만!!! 

식재료나 조미료가 제대로 있을 때의 그 메이드의 솜씨는 장난아닌거 같아! 

지난번에 저 꼬마가 먹다 남긴 걸 주방에서 먹어봤는데, 기절할거 같았어!」

흥분한 라크시의 말로 추측하건데, 저 테이블에 올라오는 요리를 제대로 먹은 적은 없는듯 하다.

「그..그정돈 부탁하면 주지 않을까?」

목을 만지며 샤스라하르가 말하자,

「바보! 지난번에 너희들 앞에서 폭언을 잔뜩 내뱉은 데다가, 죽기 직전까지 내버려둬던 내가 그런 거지같은 짓을 할 수 있을거 같아! 독을 넣을게 뻔하잖아!」

접시를 햩거나 남은 음식을 먹는게 거지가 아니냐고 말하고 싶을걸 겨우 겨우 참은 샤스라하르는 한숨을 내뱉는다.

「그러면? 내가 뭘 해주길 원하는 거야?」

「너라면 저 식탁에 끼어들어도 문제없겠지? 그렇다면! 내 작전을 들어!」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하기 시작하는 라크시.

「우선 니가 저기에 끼어드는거야. 그리고 그 꼬마에 먹을걸 달라고 해서 메이드에게 만들게 해.

그리고 나온 요리마다 트집을 왕창 잡아서 식사 분위기를 나쁘게 만드는거야.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남는 음식이 늘어나겠지! 내가 요리를 많이 먹을수 있게 되겠지! 완벽해! 

아, 넌 한입씩만 먹어야 해. 그걸 잊지마」

말도 안되는 소리에 머리가 아파진 샤스라하르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쉰다.

「……라크시」

「왜?」

「그 요리를 위해서라면 어느정도까지 할수 있어?」

샤스라하르의 질문에,

「뭐든지 할 수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라크시는 자신만만하게 답한다.

그 대답을 들은 샤스라하르는 라크시의 팔을 잡고 일어난다.

「하! 하지마! 들킨다고!」

저항하는 라크시를 무시하며 테라스로 다가가자,

「오, 샤스가 아닌가. 무슨 일인가? 첩에게 무슨 용무라도?」

눈치 챈 하이네아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주고,

「안녕하십니까」

헤미네는 차분하게 고개를 숙였고,

「……라크시가 함께……?」

시로에는 눈썹을 찡그리고,

「……」

리세가 90도로 허리를 구부러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아, 모두들. 안녕하세요」

샤스라하르가 각자의 인사에 답해주었다.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 않군. 어떤가? 아직 점심을 들지 않았다면 첩들과 함께하지 않겠는가?」

하이네아의 권유를 샤스라하르가 받아들이자,

「아, 그럼 자리는 이쪽으로. 하이네아님, 저는 요리를 더 들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리세는 의자에서 일어나, 운반용 손수레를 밀어 주방으로 갔다.

「그럼……. 라크시, 점심 먹을래?」

아직도 라크시의 팔을 잡고 있는 상태로, 샤스라하르가 라크시에게 묻자,

「으……,으 ……」

역천사가 신음소리를 낸다.

「흠……」

사정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하이네아는 예리한 눈으로 라크시를 쳐다 보았고,

「……」

완전히 피해자였던 시로에가 강렬한 눈으로 노려보았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라크시와는 인연이 없는 헤미네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때, 샤스라하르가 살며시 라크시의 등을 밀었다.

「먹고 싶으면 제대로 부탁해야지」

등을 떠밀린 역천사 라크시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여,

「지..지난번에는 죄송합니다! 앞으로 안 그러겠습니다! 제대로 구해주겠습니다! 

모두 제가 구해주겠습니다! 제옴트는 죽이겠습니다! 그러니깐! 그러니깐! 밥을 먹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바닥에 머리를 대고 간절히 애원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멍해진 헤미네.

그리고 리네미아 일행의 책임자인 하이네아가 시로에를 향해 살짝 시선을 보내자,

「……라크시가 한 짓은 쉽게 용서해줄수 있는 짓은 아닙니다만....

라크시는 제옴트와의 전쟁에서 구하기 힘든 전력입니다.

저는 더 이상 사이가 나빠지길 원치 않습니다.」

무녀 기사단의 두령은 조용히 답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하이네아가 위엄이 넘치게 고개를 끄덕인 후,

「괜찮을듯하구나. 리네미아의 연회에 그대를 초청하마.

라크시여, 원한다면 첩의 연회에 참석해도 된다」

그렇게 말해 주었다.

「에? 에? 괜찮은 거야? 나 밥 먹어도 되는거야? 따뜻한 걸? 접시에 달라붙은 소스라든가 차갑게 식은 고기조각이 아니라?」

역천사의 기쁨 가득한 말에, 헤미네가 굳은 미소를 지으며,

「우..우선, 리세가 돌아올려면 약간 시간이 걸리테니, 이걸 먼저.」

자신의 몫으로 온, 아직 손도 안 댄 스프를 라크시 앞으로 밀어낸다.

「고마워! 고마워! 지켜줄께! 꼭 지켜줄때니깐! 이 역천사 라크시의 가호는 서역에서 절대 안전 보장이라고! 안심해도 돼!」

의자에서 뛰어 올라가 스프를 싹싹 빨아먹어치우며, 라크시는 기뻐했다.

시로에나 하이네아에게서도 요리를 받아내, 리세가 요리를 다 만들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랫배를 채운 라크시가 시로에에게 말을 걸었다.

「후와.... 아, 방금 전 이야기 말인데, 정말로 싫은 일이라면 잊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해」

그 가벼운 말투에, 시로에가 분노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안할리가 없지 않는가……」

능욕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공창들을 계속 괴롭힌다

「잊을 수 있다고? 언니가 가지고 있는 걸, 그런 도구. 나중에 빌리게 해줄께」

아무렇지도 않은 한마디에 모두가 얼어붙는다.

「언니라면 안·미사씨?」

라크시에게 언니는 둘이지만, 바로 위의 언니인 안·미사는 『언니(お姉様 )』, 위의 위의 언니인 라그라질을 말할 때는 『언니(お姉ちゃん )』 로 구분해 사용하는듯하다.

「응. 뭐였더라……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봉인하는 돌이었나? 기억이 잘 안나니깐, 자세한건 언니한테 들어」

그 말을 듣자, 리네미아 일행 뿐만 아니라 샤스라하르까지도 얼굴빛이 변한다.

죄로 괴로워하는 베나를 구할 방법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식사를 끝낸 후 해야할 일을 결정한 샤스라하르를 향해,

「기다리셨습니다. 전하……어?」

운반용 손수레를 밀고 돌아온 리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샤스라하르의 옆에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코끝을 벌렁거리는 라크시가 앉아있는 모습에 당황하는듯 했다.

「아, 리세씨. 라크시에게도--」

「일인분 밖에……죄, 죄송합니다!」

손수레 위에 놓인 요리는 일인분이었다.

호들갑스럽게 고개를 숙이는 리세.

「그대 책임이 아니다, 시녀.

시녀가 주방에 갔을 땐, 아직 라크시는 손님이 아니었으니..」

시로에의 말에 라크시를 제외한 인간들도 수긍했다.

「어? 어? 그럼 내가……먹을 건 없어?」

절망해 얼굴이 창백해지는 라크시.

그 옆에서 한숨을 내쉰 샤스라하르는,

「리세씨, 요리는 전부 라크시에게 주세요. 저는 식당에 가면--」

「그럴 필요는 없다, 샤스여.

리세. 네가 먹을 요리가 아직 있지 않는냐? 

샤스에겐 그걸 주도록 하자. 겉모습에 신경써서 만드는 첩전용의 요리와 달리, 본인이 먹기 위해 만든 요리는 맛에만 집중한 결과, 무서울 정도로 맛있다. 조심해서 먹어야 할거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하이네아의 만류에, 테이블 아래에 숨겨져 있던 잡탕 요리가 나왔다.

확실히 겉보기엔 볼품이 없었기에, 왕족인 하이네아나 귀족인 헤미네가 먹기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요리에서 나오는 냄새는 샤스라하르의 콧구멍속으로 흘러들어가, 식욕을 강하게 만든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하는 리세에게서 억지로 요리를 받아 내, 그 요리를 한 숟가락 입안에 넣자,

샤스라하르는 리세를 향한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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