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륭전기(火隆傳記) 제 1장 - 2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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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륭전기(火隆傳記) 제 1장 - 2부

 

2 부 성장


 


..헉


 


초원을 마구 달리고 있었다.


저멀리 아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보였다.


반가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흉신처럼 자신을 죽이려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그 때 앞서가던 사내가 두팔을 벌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


대각선으로 내리긋는 검끝으로부터 하얀 빛이 사방팔방으로 쏘아졌다.


시리도록 하얀 빛.


하얗다 못해 투명하기까지한 빛.


그 빛이 달려드는 사람들의 눈속으로 투영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빛이 자신들에게 죽음을 주리란것도 모른체


그저 그빛이 아름답다고만 느꼈다.


 


으아!


 


수십명의 사람들이 쓰려졌다.


팔다리가 잘리고 목이 날아가기도 하고 몸통이 분리되기도 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너무도 처참해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쐐애-액


 


창하나가 공간을 압축시키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른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


 


-억!


 


하늘에서 검을 휘두르던 사내가 피를 토하며 밑으로 추락했다.


그는 바로………..


 


..악!


 


설화연(雪火蓮)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고보니 남편 나격(羅擊)이 해남도 끝 부차만으로 이어지던 초원에서 피를 뿌리며 죽어가던 바로


전날이다. 수시로 이런 꿈을 꾸지만 기일 전일에는 그 강도가 심했다.


온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이불을 젖히자 땀으로 몸에 찰싹 달라붙은 나삼으로 인해 뇌쇄적인 몸매가 들어났다.


침상에서 내려온 설화연은 침상 옆에 있는 욕실로 가며 나삼을 벗었다.


땀 때문에 살에 말리며 서서히 내려오는 나삼이 어깨를 지나자 매끄럽고 조각 같은 등이 보이고 잠시


허리와 둔부에 걸려있던 나삼이 밑으로 흘렀다.


정말 아름다운 엉덩이. 군살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풍만한 느낌을 주는 엉덩이였다.


잘록한 허리와 너무도 잘 어울려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았다.


설화연은 목욕을 좋아해서, 돌을 쌓아서 올린 욕조를 아궁이와 통하도록 연결해 놓고 평상시에도 물을 받아놓아 항상 따뜻한 물로 목욕을 즐길 수 있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그나마 마음과 몸이 편한해지고 그녀는 욕조 한쪽 귀퉁이에 양팔을 걸치고 발을 길게 뻗으며 회상에 잠겼다.


 


어느새 십오년(十五年)이 흘렀다.


열일곱에 그를 따라 아름다운 섬에 들어가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지낸 시절은 너무도 짧았다.


두살박이 아들을 데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수많은 충신들의 죽음을 밟으며, 두명의 시비와 함께 배를 타고 적들의 추격을 어느정도 벗어나자 설화연은 그제서야 남편의 죽음 등 일련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설화연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이년(二年)의 시간이 흐른뒤였다.


너무도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이년동안이나 제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것이다.


탈출할 때 두살이였던 아들은 벌써 네살이 되어 마치 남의 집 아이처럼 몰라볼 정도였다.


같이 탈출한 시비 두명은 끝까지 설화연을 보필하며 궁색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한명은 기루에 나가 몸을 팔고, 또다른 한명은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설화연의 몸에 지니고 있던 패물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남들의 이목을 피해 산속에 집까지 지어놓고 자신과 자신의 아들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설화연은 시비들의 일을 그만두게 하고 몸에 지니고 있던 패물을 팔아 작은 가게를 얻어 장사를 했는데, 이년(二年)만에 제법 재물을 모았다.


장사란것이 다름아니라 몸에 지니고 있는 빙공(氷功)을 이용하여 물을 얼린다음 조각을 하여 팔았는데, 신기한 듯 금방 녹는데도 불구하고 재물깨나 있는 집에서는 비싼돈을 주고 자주 사 가곤 했다.


물론, 그녀는 분장을 하여 후덕하고 뚱뚱한 중년여인으로 행세를 했다.


어느정도 재물이 모이자 인적드문곳에 장원을 하나 구입하고, 같이 온 두 시비에게 약간의 빙공을 전수하여 총관으로 임명하고 번갈아 가며 가게를 보게하며 일체의 경영을 그녀들에게 맡겼다.


그뒤로 그녀는 아들의 성장에 모든 것을 내걸었다.


이미 태어나자마자 남편으로부터 벌모세수하여 무공을 익히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아들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이용해 온갖 영약을 구해다 먹이며 모든 기초를 닦는데 정성을 다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그녀의 기대를 완전하게 충족해주지 못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보다는 제법 무공을 배우는 속도가 빨랐지만, 가문의 혈통이 좋다고 모두가 기재로 태어나 영웅호걸이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할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었으며 자기자신의 무공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들이 어느정도 자격을 갖추면 가문의 비사를 들려주고, 오랜 원한을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뿐인 아들은 그야말로 효자였다.


시키는것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꿋꿋이 이겨내고, 가르치는 것은 착실하게 받아들이며 점차 성장해나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몇 개월전부터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었다.


가르칠때마다 멍하니 있다가 깜짝 깜짝 놀라고, 졸기도 하며, 심지어는 술냄새도 자주 풍기곤 했다.


한번은 심하게 야단을 친적이 있는데


화륭은 금새 시무룩해져서 어머니...죄송해요.. 라는 말만 계속하여 그녀를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하였다.


 


그녀가 탕속에서 회상에 잠겨 고민하고 있을 때, 키가 훤칠하고 몸은 건장하지만 얼굴은 약간 앳딘 소년하나가


창문옆에 있는 나무로 올라와 창문사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륭은 모든일에 열심이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은 나지않지만 무술연마를 위해 떠나셨다는 아버지가 돌아올 때 까지 열심히 연마하여,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자랑스런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를 위해서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화륭은 두 이모-화륭은 시비들을 이모라 불렀다-들의 처소를 지나다 우연히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너무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이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밤을 꼬박 세우고, 그 뒤로도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출생의 비밀. 무술수련를 위해 떠나셨다는 아버지의 무수한 이야기들은 모두다 거짓이었다.


그 뒤론 어머니인 설화연의 모습도 달리보이고, 그때부터 무공수련도 더뎌지기 시작했다.


몇일전,


무술연마도중 갑자기 비가 내렸는데, 평상시 같으면 내공으로 비를 튕겨내었을 어머니가 무슨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비를 다 맞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따라 얇은 옷을 입고 왔던 설화연은 비로 인해 자신의 몸매가 아들에게 노출되는지도 모르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차거움을 느끼고 바로 내공으로 비를 증발시켰지만, 그 순간의 사건으로 인해 아들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열일곱.


이제 한창 각종호기심이 시작되는 나이에 잠깐이지만 보여진 설화연의 몸에 화륭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성적호기심만은 아니였고, 너무도 아름다운 여체에게서 느끼는 산뜻한 감정이기도 했다.


자신의 비밀을 알기전이라면 그럴리 없었겠지만, 그것은 곧바로 화륭을 무기력하게 했으며, 처음에는 단순히 여체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에서 시작되어 춘화도의 탐색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수십일이 지나갔지만 화륭은 치밀어오는 적대감과 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그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는 천하제일미녀인 설화연이 이유였기 때문이였다.


창문사이로 어머니의 몸을 보며 화륭은 이제서야 갈증이 해소됨을 느꼈다.


그냥 무심결에 왔는데 어머니의 벗은 몸을 보게 될줄은 몰랐다.


 


정말 아름답다그림들하고는 전혀 다르다..


 


그 어떤 그림도, 여인도 설화연의 몸을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토록 화륭은 갈증을 느꼈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여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꺽!


 


순간 설화연의 귀가 쫑긋했다.


설화연 역시 남편의 복수를 위해 십수년동안 무공을 연마해왔었기 때문에 그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살며시 자세를 바꾸는척하며 슬쩍 창문을 보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아니.화륭이가…’


 


그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민에 잠겼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마냥 그대로 모르는 척 가만히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슬그머니 나무를 내려가는 아들의 기척을 느끼고도 설화연은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다음날,


아들보기를 약간 어색해하며 무공을 가르치러 나갔던 설화연은 화륭이 완연히 달라진 걸 느꼈다.


예전의 화륭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가지 못하였고, 몇일 후부턴 또다시 무기력하고 멍한 아들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매일밤 자신의 창문밖 나무위에서 한참동안 눈을 빛내며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돌아가는 아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또다시 수십일이 지나도록 화륭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설화연 역시 고민에 고민을 하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고민 있니? 화륭아..


 


걱정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화륭은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그냥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예요. 제가 모자라서 그런가봐요. 열심히 할께요…”


 


그녀는 아들의 얼굴에서 너무나 힘겨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화륭이 정작 힘들어하는 진정한 이유를 그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또다시 아들이 자신의 창문에서 사라지고 난 후 그녀는 밤을 꼬박 세우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다음날 무술수련을 하러 나온 아들에게 설화연은 하루 쉬자고 했다.


 


오늘은 하루 쉬자. 오랜만에 시장구경이나 갈까?


정말요? 좋아요. 어머니..


 


간만에 아들과 함께 나온 시장에서 설화연은 몇가지 옷과 신발를 사며 각종 구경을 하다가 좋은 술도 한병 사가지고 저녁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술은 집에도 있는데 뭐하러 사셨어요..어머니?


..이술은 아주 독한 술이란다. 집에 있는거하고는 틀려..오늘 너하고 한잔 하려고 샀다


 


설화연은 아들에게 술을 먹이고 가슴속의 답답한 말들을 들어보려 술을 산 것이다.


술이 한잔 들어가면 평상시에는 못하던 말도 술술 쉽게 꺼낼수 있는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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