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야화(情俠冶話) 11-12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 ▣
▣ 제 11 회 음모의 단초(端初)
중원이 떠들썩했다.
도원궁의 궁주가 중원을 독식하려 음모를 꾸미다 그녀가 거둔 제자에게 살해당했다. 그 또한 어린 제자놈과 기막힌 음행(淫行)을 저지르다 그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직접 눈으로 본 강호인뿐 아니라 전해들은 사람들 모두 만여궁주의 소행에 치를 떨며 그 처참한 최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드높은 지위에 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딱한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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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궁 내궁에 향화(香火)의 향내가 가득하다.
밤이 점점 깊어지자 이제는 술에 취해 누울 자리를 찾는 사람, 꾸벅꾸벅 조는 사람, 한바탕 문상객이 다녀가고 난 내궁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문상객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호제패의 야욕을 드러내다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에 감히 자리할 무림인들은 없었던 탓이다. 다만 중원의 상권을 틀어쥔 그녀인지라 그 추이가 궁금한 상인들만 모여들 뿐이었다.
상복을 입고 벌개 진 눈으로 위패를 모신 제단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무정랑의 곁에서 지전을 태우던 화제갈 예원이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만여궁주의 시신(屍身)을 모신 제단 뒤에서 미미한 공기의 흐름을 감지한 탓이다.
무정랑의 옷소매를 살며시 붙잡는 여인, 화제갈 예원!
하얀 소복을 한 예의 모습은 슬픔에 가득 차 있었으니 그 시선은 예리하기가 그지없었다.
“ 흐흑... 사부님! 모두가 이 어리석은 놈의 잘못입니다. 사부께서 몽아 그놈의 겁박에 못 이겨 강호를 배신하고, 또한 그놈에게 목숨까지 잃다니, 이 제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흐흐흑! ”
무정랑의 입에서 오열이 터졌다.
“ 휴우... 그게 어디 무정랑 대협의 탓이오? 그보다 이제는 상관(商館)을 제정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외다. 그만 슬픔을 거두시오. ”
문상객들이 무정랑을 위로를 하는 그 사이, 만여궁주의 시신이 안치된 제단의 뒤를 살피던 예원이 화급한 표정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소곤거렸다.
“ 정랑, 궁주의 유해(遺骸)가 사라졌어요. ”
“ 뭐, 뭐요? ”
“ 제단 뒤에 모신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졌단 말입니다. ”
번개같이 제단의 뒤로 돌아가 살피던 무정랑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 어허, 시체가 걸어 나가진 않았을 터,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인가? ”
그런 무정랑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예원의 눈빛이 날카롭다.
“ 혹시?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
예원의 표정을 살피던 무정랑이 가까이 다가들며 살며시 물었다.
“ 짐작이 가오? ”
“ 정랑, 어쩌면 힘든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아요. ”
예원은 무언가 짐작 가는 일이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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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2 회 승방치태(僧房癡態)
그시각,
도원궁이 자리한 낙양 대하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응천암(應泉庵)의 선실(禪室)에 중년의 여승인 주지승 만아선니(慢雅禪尼)와 몽아가 마주해 있었다.
“ 딱한 일이로구나. 비록 궁주가 나의 언니이기는 하나, 내 뜻이 궁주가 지닌 그 야망과는 달라 서로의 길을 달리했고 나는 불문에 귀의를 했다. 궁주가 이렇게 된 건 결국 자업자득인 게지. ”
“ 압니다, 스님. 허나 사부의 목숨을 살리는 게 우선입니다. 저의 뜻을 혜량해 주십시오. ”
“ 살리다니? 궁주가 돌아가신 게 아니란 말인가? ”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굳어져 있으며 숨도 내뱉지 못하는 주검, 만아선니의 눈에는 궁주가 죽은 게 분명했다.
한동안 만여궁주의 시신을 내려다보던 선니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서른둘에 불문에 귀의한지 어언 십년, 만아선니가 손에 염주를 든 이유는 친언니인 만여궁주때문이었다. 언니의 허황된 야심을 보다 못해 말리고 설득하다 도저히 감당할 길이 없어 혹시나 강호에 풍파라도 일면, 그 같은 언니 대신 참회의 염불이나 올리기 위해 불문을 찾은 아우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하던 언니가 강호제패는 고시하고 목숨을 잃은 시체가 되어 자신을 찾았다. 비록 뜻이 달랐던 자매이긴 했으나 친언니가 아니던가? 눈 속에 저절로 흐르는 눈물은 어찌할 수 없었다. 헌데 이 청년은 만여궁주가 아직 죽음에 처하지 않았다는 듯 말한다. 흐르는 눈물 속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 예, 스님. 그 순간 이놈이 귀식대법(龜息大法)을 시전해 모두의 눈을 속인 거외다. ”
“ 귀식대법? 풍문에는 자네가 궁주를 해(害)한 걸로 알려져 있건만? 허... 자네가 손을 써 궁주가 죽은 것 같이 꾸몄단 말인가? ”
“ 실은 그리 되었습니다. 이놈이 스님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탓에 판단을 잘못한 게지요 ”
“ 역시 그 아이였던가? ”
“ 예, 스님! ”
“ 일찍이 짐작한 바다. 아마 궁주도 그 아이의 감언에 넘어간 게로지. ”
“ 이놈도 혹시나 했으나 이제야 비로소 그 간특(奸慝)한 심성을 파악했습니다. 과히 그 머리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
“ 그래, 현(賢)아. 네 어미에게도 그리 말하며 언니인 궁주를 용서하라 빌었었다. 허나 언니를 말리기에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해서 너의 조부가 가문의 멸망을 뒤로하고, 어린 너의 손을 붙들고 대흑산(大黑山)에 오를 때에도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
몽아의 본래 이름이 현이었던가? 만아선니의 얼굴에 회한의 표정이 흘렀다. 두 사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이미 오래전부터 깊은 인연이 이어져 온 사이임이 분명했다.
“ 지난날의 일입니다. 다행히 회염동혈(晦焰洞穴)에서 살아나와 스님을 찾아 뵐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이놈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
“ 무슨 말을! 나도 너의 가문을 멸족시킨 창랑원(彰朗院)의 피붙이인 것을! ”
“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스님의 정심(正心)을 익히 알고 계셨습니다. 때문에 동혈을 벗어나면 우선 스님을 찾아 자세한 내막을 여쭈어보라 하셨습니다. 아니었다면 지금쯤 만여사부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을 이놈이니까요. ”
“ 그렇다고 해서 궁주의 큰 죄가 지워지는 건 아니지! 천행으로 궁주가 회생(回生)한다면 앞으로의 삶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강호에 헌신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겠지! ”
“ 그건 사부의 마음가짐이겠지요. ”
“ 아니다. 그리해야만 할 일이다. ”
잔잔히 말을 나누던 몽아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 아차, 스님! 궁주의 용체부터 살핀다 하고선... 서두르지 않으면 목숨을 되살리지 못합니다. ”
낭패의 기색을 띠던 몽아가 얼른 만여궁주에게 다가앉아 두 손을 몸에 밀착시키고 경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 만여궁주의 몸은 서서히 붉은 혈색을 띠었다. 헌데!
“ 어어 현아, 궁주의 신색이 이상하다. 무언가 독을 당하듯 하구나! ”
곁에서 지켜보던 만아선니가 놀란 눈으로 몽아를 바라보았다.
“ 스님, 독이 아닙니다. 저들은 사부의 몸속에 음욕이 충만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점을 이용한 게지요. ”
“ 독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
“ 사부의 곁에는 이놈이 있었습니다. 그 상황을 이용해 저들은 궁주의 사혈(死穴)을 치는 동시에 암암리 음혈(淫穴)을 건드려 순식간에 양화(陽火)가 치밀어 오르도록 만들었지요. ”
“ 음혈까지? 사혈만 점혈하면 목숨을 거둘 것을 왜? ”
만아선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지극히 높은 사부의 무공을 알고 있는 저들은 이중의 목적을 지니고 그리 한 것입니다. ”
그러나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만아선니의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힐끗 살펴본 몽아는 다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 저들은 기회를 보아 사부의 사혈을 찌른다 해도, 무공 높은 사부의 공력으로 스스로 해혈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을 겝니다. ”
“ 그렇지. 궁주의 무공으로는 당연히 벗어날 수 있겠지. 그런데? ”
“ 때문에 저들은 궁주의 몸속에서 색정이 치밀어 오르도록 암암리 음혈을 건드린 것입니다. ”
“ 절세의 무공으로 달련된 궁주가 그 정도의 음공에 휘둘리겠느냐? ”
그래도 미심쩍은 표정이었다.
“ 평시 사부님 스스로가 음욕에 젖어있던 터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저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걸 이용한 게지요. 또한 이놈을 겨냥한 포석입니다. ”
“ 그게 무슨 말이냐? ”
“ 저놈들은 이놈이 사부를 살해한 것으로 꾸며야 했습니다. 때문에 만약 사부의 공력으로 사혈을 해(解)하게 되어 죽음의 순간을 벗어나더라도 이놈이 사부를 겁탈하고 목숨을 앗은 상황으로 몰고 가야만 했지요. ”
“ 어불성설이다. 그 많은 군중들 앞에서 어찌 네가 사부를 겁탈하도록 만든단 말이냐? ”
“ 저들은, 사부의 육신에 음화가 치솟으면 그 음화를 다스리지 않으면 혈맥이 터져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처럼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면 곁에 있던 이놈이 당연히 사부의 몸을 다스릴 것이라는 점까지도 염두에 두고 저지른 공격이었지요. ”
몽아와 서로 육신을 교합한다는 말이다.
군중들 앞에서의 수욕(羞辱)은 차치하고라도 음양의 교접을 이룬다면 목숨만은 건질 게 아닌가? 몽아의 말이 갈수록 이상하게 들렸다. 만아선니는 그런 몽아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 부끄러운 행위이기는 하나 색화를 제거해 목숨을 살리는 일이다. 헌데 어찌 너에게 사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씌운단 말이냐? ”
“ 그것이 저들의 치밀한 계산이었지요. 저들이 사부에게 시전한 음공은 사부의 음혈에 상충해 있는 양화를 끌어올린 것입니다. 그 순간이 급하다 하여 이놈의 양기를 그냥 사부의 몸속 깊이 주입시켰다면 사부의 체내에서 양화와 양기가 서로 충돌하여 목숨은 남아나지 않았겠지요. ”
“ ......? ”
“ 그 순간, 주변의 군중들의 눈에는, 이놈이 사부를 겁탈한 뒤 목숨까지 취한 색마(色魔)로 여기지 않겠습니까? ”
“ 어허, 저런! 그 아이, 과연 무서운 두뇌를 지닌 아이였구나! ”
“ 그렇습니다. 그 점을 이놈이 간과하여 사부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
몽아가 말을 끝내자 만아선니는 한동안 깊은 고뇌에 빠져 들었다.
시신처럼 차디찬 만여궁주의 혈은 다행히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궁주가 깨어난다해도 치밀어 오르는 양화(陽火)를 재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결국 목숨을 잃고 마는 형편이 아닌가?
“ 답답한 일이야! 허면 지금 너와 교합(交合)을 이룬다 하여도 궁주를 되살릴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
“ 스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
“ 방법이 있다? 너의 몸으로도 아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
만아선니의 눈이 번쩍 뜨였다.
“ 스님의 선체(禪體)입니다. 한번도 남정네를 받아들이지 않은 스님의 그 순결한 음기를 궁주의 몸속에 넣어 발광하는 양화를 다스리는 것입니다. ”
“ 뭣? 나의 몸으로? ”
“ 예, 스님.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어서! ”
몽아의 말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만아선니가 어쩔줄 몰라 허둥거렸다. 그사이 몽아는 만여궁주의 옷을 모조리 벗겨 내며 다시 한 번 재촉을 했다.
“ 어서 승복을 벗으세요. 때를 놓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
“ 휴우... 어쩔 도리 없구나. 자리를 비키거라! ”
“ 스님, 안됩니다. 이놈이 사부의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
“ 어허... 아무리 목숨을 건지는 일이라고는 하나, 내가 네놈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한단 말이냐? 어서 비켜나지 못하느냐? ”
“ 알겠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우도록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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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승복을 곱게 벗어 내리는 만아선니의 나신에는 투명하도록 맑은 냉기가 흘렀다. 실오라기 한 올 남지 않은 그 맑은 나신이 어찌 할 줄 몰라 하며 만여궁주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그 순간 조그만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울렸다.
“ 스님, 궁주의 하문에 스님의 비부를 밀착시켜 양화를 흡인하십시오. ”
“ 나... 나는 방법을 모르겠다. 어찌 해야만 하느냐? ”
“ 그러게 이놈이 곁을 지켜야 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
“ 그렇긴 하다만... 사가(私家)도 아닌 이 암자에서 부끄럽게 비구니의 나신을 어찌 남정네의 눈앞에 드러낸단 말이냐! ”
“ 스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수련 깊은 스님께서 속인의 생각을 지니고 계십니까? 이놈 들어갑니다. ”
만아선니 역시 상황이 상황인지라 눈을 지그시 감고 몽아를 기다렸다.
“ 자... 스님, 사부님의 몸 위에 길게 엎드려 하문을 밀착시키세요. 이놈이 운기를 돕겠습니다. ”
반듯이 누운 만여궁주의 몸 위에 포개듯 엎드린 만아선니의 하체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는 순간이었다. 그 때를 기다려 몽아의 손이 만아선니의 눈부신 엉덩이를 지그시 눌러 두 사람의 화음(火陰)이 맞닿도록 힘을 가했다.
“ 스님, 이제 궁주의 하문에 기가 서로 통하도록 스님의 아래를 천천히 여세요. ”
만아선니는 몽아가 이르는 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보기에는 분명 두 여인이 서로 어우러지는 방사의 자세다.
“ 흡... 흐흡! ”
만아선니의 입에서 가벼운 숨소리가 흘렀다. 그리고,
“ 헉! 으으윽! ”
그 같은 시간이 잠시 흐르자 돌연 만아선니의 투명한 나신이 불덩이로 변하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아차! 스님의 공력이 사부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잊었다. 이를 어쩐다? ”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몽아가 도리가 없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히고 가까이 다가앉아 망아선니를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