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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유희> - 16~19장


16장. 혈교의 움직임






그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시골처녀였다. 그 날도 그녀는 어느 때처럼 밭으로 농사를 하러 나갔다가 저녁이 되어 집으로 오는 중이었다. 분명 눈 앞에는 아무도 없는데 허공에서 음성이 들렸다.






그녀가 놀라 눈이 커지며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까닭모를 졸음이 몰려오며 그녀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어떤 동굴 안의 석실이었다. 석실 입구에는 쇠창살이 쳐져 있었고 방 안에는 자신처럼 수십 명의 처녀들이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디야? 내가 왜 이런 곳에 …….’






낯선 곳에 있다는 공포에 그녀의 몸이 절로 떨려왔다. 그녀의 두 눈에서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황급히 입구로 달려가 밖을 살펴보았다. 밖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좀 …….”



“닥쳐! 조용히 하지 않으면 한쪽 팔을 자르겠다!”






그녀가 창살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치기 무섭게 사내 하나가 다가와 으르렁거렸다. 워낙 무서운 기세에 그녀의 입이 저절로 얼어붙었다. 그러자 그 옆의 동료가 가볍게 핀잔을 주었다.






“이봐, 이러면 간단하잖아? 홀드, 사일런스!”






그가 그녀를 손으로 가르키며 주문을 외우자 그녀는 절로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입을 벌려봐도 마치 붕어처럼 뻐금거리기만 할 뿐 음성이 나오지 않자 그녀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런 그녀를 내버려두고 두 사람은 태연히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 이렇게 하면 서클 수를 높일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흑마법이지. 아님 무엇 때문에 그분이 이런 명령을 내렸겠어?”






“대체 그분의 마법은 어느 정도일까?”



“글쎄 ……, 내가 듣기로는 …….”



“이게 무슨 짓이지?”






싸늘한 음성에 두 사람의 몸이 대번 경직됐다. 두 사람은 황급히 부동자세를 취하며 새로 나타난 사내에게 고개를 숙였다.






“혈천대주님을 뵙습니다!”



“근무 중 잡담이라니 ……, 저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모르는 건가?”






“용, 용서를 …….”



“오장로님이 지금 바로 필요하다고 하시니 우선 넘어간다. 다섯 명이다.”






냉정한 얼굴로 말하는 그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마 나중에 호된 체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자연 원망은 소란을 피운 여자에게 쏠렸다. 그들은 제일 처음 그녀부터 강제로 꺼냈다. 그리고 무작위로 다른 여인들을 맞는 숫자만큼 꺼냈다.






공포와 불안으로 떨고 있는 여인들을 잠시 감정 없는 눈으로 흩어본 혈천대주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더니 냉정히 몸을 돌렸다. 여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따라갔다. 감시를 맡고 있던 자들이 칼을 들어 보이며 위협했던 것이다.






그렇게 잠시 통로를 걷던 일행은 한 석실에 도착했다. 혈천대주가 다소 공손한 태도로 석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장로님, 데려 왔습니다.”



“들여보내게.”






안에서 노인의 음성이 들려오더니 석문이 저절로 열렸다. 대략 70대 초로 보이는 청의노인이 석대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혈천대주의 눈짓으로 여인들이 모두 석실에 들어서자 그는 노인에게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인 뒤 다시 석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다시 석문이 닫혔다. 여인들이 불안한 얼굴로 석실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녀들을 보며 노인이 인자한 표정으로 웃었다.






“어디 보자 ……. 흘흘흘, 다행히 모두 순음지신을 유지하고 있군. 동정이 아니면 곤란하지, 암!”



“저 ……, 어르신 …….”






아무리 봐도 마치 시골 훈장 같은 인자한 분위기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가장 최근에 끌려온 여자가 용기를 내어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노인이 조용히 웃으며 가만히 쳐다보았다. 마치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태도에 여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부탁이예요. 우리를 그냥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그냥 보내달라 …….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향이라고 합니다. 제발 그냥 보내주세요.”



“하면 여기서 보고 들은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느냐?”






노인이 인자한 음성으로 물어보자 대번에 소향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쩌면 무사히 살아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뜻밖의 희망으로 다른 여인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녀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맹세할께요! 절대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저도요! 아니, 이곳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겠어요!”



“그렇단 말이지 …….”






노인이 말을 끌며 그녀들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여인들은 기대 반 불안 반의 눈빛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잠시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드는 순간 …….






‘푹!’






소향은 잠시 상황을 이해 못해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석실 안을 지배하던 정적은 다른 여인들의 비명소리로 깨졌다. 그제야 그녀는 그의 한 손이 자신의 몸을 뚫고 자기 심장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녀는 전혀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피가 나오지 않았다. 그를 쳐다보니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박은 채로 뭐라고 한참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점차 의식이 아득히 멀어졌다.






그렇게 잠시 있자 소향의 몸은 순식간에 말라붙어 그대로 가죽만 남게 되었다. 그제야 그는 손을 그녀의 몸속에서 꺼냈다. 의외로 그의 손에는 그렇게 많은 피가 묻지 않았다. 그는 손을 펴고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대략 어린애 주먹의 절반 정도 되는 보석이었는데 글자 그대로 핏빛 광채를 은은히 뿜고 있었다. 그걸 본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물건을 품속에 넣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그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그를 피해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좁은 석실에서 도망칠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녀들은 하나씩 그에 의해 희생되었다. 마지막 여인의 가슴을 그가 관통하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가까스로 한 마디가 새어나왔다. 마치 의문을 풀지 못하고는 죽지 못하겠다는 듯이 …….






“왜?”



“왜 너희들을 죽였느냐고? 애시당초 너희들을 재물로 삼기 위해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인데 죽이는 게 당연하지. 물론 절대 놓아줄 수도 없다.”






“아니면 그러면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헛된 희망을 품게 했느냐고? 희망 뒤의 절망감과 공포는 더욱 크고 강렬하지. 노부가 원한 것이 바로 그것이거든.”



“이 …….”






여인은 그에게 힘겹게 손을 뻗으려 했으나 그 손마저 순식간에 바짝 말라갔다. 죽어가면서도 그녀의 두 눈은 그에 대한 처절한 원한으로 물들어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 그녀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무심히 새로 생긴 다섯 구의 시체를 한데 모으더니 한 손을 가르켰다.






“파이어 볼!”






삽시간에 시체들은 화염에 휩싸여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노인은 그녀들의 희생으로 얻은 다섯 개의 핏빛보석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17장. 강호재출두






“이 정도의 마정석이면 중급은 되겠군. 클클클 ……, 역시 흑마법은 이러 …….”






말을 하다가 말고 그는 흠짓하는 표정을 짓더니 품 속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그가 수정구를 쓰다듬자 수정구에 흑의복면인의 상이 생겼다. 뒤이어 수정구에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혈영 십오호가 오장로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이냐? 정규 연락은 아직 이틀이나 시일이 남았는데?”






<제갈세가에 관한 일입니다.>



“제갈세가는 막내가 책임지고 있지 않았던가?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느냐?”






<개방의 장안 분타주 오통달이라는 자의 처리 문제 말입니다만 …….>



“분명 그 자의 주변정리는 모두 끝났고, 그 자도 곧 처리된다고 들었는데?”






<그를 척살하러 떠난 혈사대가 추적 끝에 그자의 마지막 흔적을 제갈세가 근처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제갈세가에 접근했습니다만 …….>



“그래서?”






<혈사대 전원 실종됐습니다. 또한 목표 역시 사라졌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자의 무공 수준으로 미루어 혈사대 중 절반만 있어도 처리가 가능했어. 게다가 제갈세가는 막내가 장악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오공자님의 신변에 …….>



“……, 못난 놈!”






그는 가볍게 혀를 찼다. 비록 사제지연을 맺기는 했지만 그에게 정을 준 적은 없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다. 정황으로 보아 그를 이용해 제갈세가, 나아가 오대세가를 장악하려던 자신의 계획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제갈가주를 너무 경시했나? 4년간 조용하기에 감쪽같이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 오판이었군. 이제 오대세가는 세째가 ……, 아니 잠깐만!’



“이 사실을 삼장로도 알고 있나?”






<정보는 철저히 기밀을 유지했습니다. 보고는 오장로님께 제일 처음 올리는 겁니다.>



“그럼 북리세가의 셋째는?”






<삼공자 역시 모를 겁니다. 허나 곧 눈치채리라 봅니다.>



“정보를 차단해. 그리고 제갈세가, 아니 오대세가에 대한 감시망을 두 배로 늘린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하도록. 그리고 이제부터 보고는 하루에 한 번이다.”



<존명!>






수정구의 영상이 끊겼다. 오장로는 수정구에 공급하던 마나를 끊고 수정구를 다시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석대에 앉아 자신의 계획을 다시 한 번 속으로 점검해보았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자질은 막내보다 셋째가 나았지. 다소 출혈이 있겠지만 어짜피 내 세력도 아니니 …….’






그가 그렇게 새로운 음모를 꾸미고 있을 무렵 제갈지민은 세가를 나와 이제 막 산기슭을 넘으려 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지난 밤 오통달과 나눈 대화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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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무림천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



<실질적인 백도연합 아닙니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진 …….>






<그래, 오백 년 전 바로 환영문의 겁난을 계기로 만들어졌지. 사마외도가 지리멸렬한 지금 사실상 천하제일세이고 …….>



<새삼스럽게 왜 무림천 이야기를 ……. 설마?>






<몇 년 전부터 무림천이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 방주님께서는 단순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알력 때문이라고 하셨지만 혈교에 대해 알고 보니 아무래도 …….>






<확실히 같은 백도지만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는 은연중에 서로 경원시하는 경향이 있었지요. 선배님 말은 혈교가 그런 점을 이용해 이간책을 쓰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사실 그 동안 우리 개방은 은연중에 중립을 지키며 최대한 둘 사이를 화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무래도 본방은 다른 구대세가에 비해 구성원의 성격상 그런 여러 가지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왔으니까 …….>






<양측의 분열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대략 언제쯤입니까?>



<최근 한 달 동안은 거의 노골적이다. 오대세가가 무림천에서 탈퇴하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하지만 …….>






<오대세가가 무림천에서 가지고 있는 세력도 만만치 않고, 사실상 무림천이 두 쪽으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겠지요.>



<만약 혈교가 처음부터 이것을 노리고 처음부터 양측에 첩자를 시켜 이런 분열책을 사용한 것이라면 우리 백도가 제대로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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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를 각개격파할 속셈이었겠지. 정말로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위주로 무림천이 분열된다고 해도 본래 그들 사이가 안 좋으니 단순히 양측의 불화가 다소 심화됐다고 생각할 테고 …….’






‘그런 뒤 첩자들을 시켜 그럴 듯한 사건을 몇 개 만들어 양측을 충돌시키면 백도는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고, 간단하게 혈교가 어부지리를 얻겠지. 도대체 인간들의 아집이란 …….’






제갈지민은 나직히 혀를 찼다. 전생에서도 수천 년간 겪어본 바에 따르면 인간들은 사소한 오해로 곧잘 분쟁을 일으키곤 했다. 더 웃긴 것은 그러면서도 자신들만이 옳다는 독선이었다. 소위 신을 모신다는 신전의 무리들까지도 종종 그런 일을 벌이면서도 결코 물러선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앞쪽에서 뭔가 소란이 벌어진 것 같았다. 그는 바로 신형을 날렸다. 그의 얼굴에 가벼운 호기심이 떠올라 있었다.






‘무슨 일이지? 기척을 보니 대충 수십 명은 되는 것 같은데?’






그가 현장에 도착해보니 사내들 수십 명이 두 명의 여인을 포위하고 있었다. 사내들의 복장을 보니 아무래도 이곳에서 활동하는 산적들인 것 같았다. 여인들은 각각 청의와 홍의를 입고 있었는데 둘 다 칼을 차고 있어 무가의 여인임을 짐작케 했다.






여인들 둘 다 십대후반으로 대충 제갈지민의 또래로 보였다. 둘 다 상당한 미모에 엇비슷하게 닮은 얼굴로 미루어 자매가 아닐까 생각됐다. 단지 홍의여인 쪽은 눈꼬리가 다소 위로 솟구친 것이 성격이 드셀 것 같았고 반면 청의여인은 그녀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였다.






“우하하! 오늘은 재수가 좋은 날이군. 순순히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아라. 그러면 그냥 보내주겠다.”



“흥! 하찮은 산적 주제에 …….”






산적들 중 수뇌로 보이는 사내가 우렁찬 음성으로 말하자 대번 홍의여인이 빈정됐다. 그들의 대화에 청의여인의 얼굴이 미미하게 흐린 기색을 띄었고 지민의 두 눈에는 이채가 서렸다.






“그래, 우리는 산적이다. 산적이 산적 행세를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어서 재물이나 내놔라!”



“이, 이!”






뜻밖에 산적두목이 그렇게 대꾸하자 홍의여인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고 청의여인은 고개를 숙였는데 제갈지민이 보기에 그것을 웃음을 감추기 위함인 것 같았다. 그 때 두목 바로 옆에 있는 말상의 사내가 짐짓 간사하게 웃으며 두목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헤헤헤, 두목님. 그냥 재물만 뺏을 것이 아니라 간만에 몸보신도 하실 생각은 …….”



“닥쳐라! 우리는 산적이지 채화음적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되느냐?”






두목의 호통에 말상사내는 수굿해서 물러섰다. 사실 이 자는 처음부터 그녀들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다. 하나 그래도 두목이 있어 먼저 그가 맛 본 뒤 잘 구슬려서 자신도 재미 좀 볼 생각이었는데 두목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제갈지민이 이 특이한 산적두목에 대해 점차 관심을 가질 무렵 홍의여인의 몸이 한 번 부르르 떨리더니 다짜고짜 칼을 뽑아들고 그대로 산적들을 덮쳤다. 그러면서 그녀는 앙칼지게 외쳤다.






“하찮은 산적들이 감히 나를 무시하고 모독해? 네 놈들 중 어느 누구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허엇!”



“막아라!”






이내 산적들과 두 여인 사이에 칼부림이 일어났다. 청의여인은 갑자기 동료가 산적들을 덮치자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검을 뽑았다. 그러나 홍의여인처럼 산적들을 덮치지는 않았다. 다만 홍의여인을 따라다니며 자신들을 보호하기에 집중했다.






처음에 몇 명이 홍의여인의 날카로운 검세에 쓰러지자 이상하게 여인의 검에 망설임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제갈지민이 속으로 나직이 혀를 찼고 산적두목은 한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저들은 강호초출이다! 한 칼 먹을 각오를 하고 독하게 달려들어라! 급소만 피하면 된다. 어짜피 단 둘이서는 우리 모두를 죽일 수 없어!”



“두목님 말씀이 옳다! 모두 달려들어!”



“에잇! 이판사판이다!”






산적들이 결사적으로 나오자 점차 여인들의 손놀림이 산만해졌다. 점차 여인들의 몸에도 하나씩 상처가 생겼다. 다시 몇 번 칼을 부딪친 여인들이 그만 칼을 놓치고 말았다. 그녀들이 당황하여 몸이 굳는 순간 산적들의 칼이 가차 없이 날아들었다. 그녀들은 눈을 꼭 감았다.






‘따땅!’



“큭!”



“으윽!”






연속된 쇳소리와 신음소리들로 뭔가 이상함을 느낀 여자들이 눈을 뜨자 산적들은 하나같이 검을 놓치거나 부러진 검을 들고 엉거주춤 서 있었고 산적두목은 다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 옆에 어느 새 백의청년이 서 있었다.




18장. 만남






“괜찮소?”



“도움 감사드립니다.”






제갈지민의 물음에 홍의여인은 미처 대답하지 못했고 청의여인은 공손히 인사했다. 그걸 본 그는 한번 싱긋 웃어주고 이내 산적두목에게 고개를 돌렸다.






“피차간에 철천지원수를 진 것도 아니고 재수 없었다 치고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 게 어떻소?”



“야!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언니!”






홍의여인의 입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고 청의여인이 황급히 그런 그녀를 말렸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산적두목을 쳐다 볼 뿐이었다. 그러자 두목이 피식 웃었다.






“우리가 물러나겠다 하면 그냥 보내준다고?”



“그렇소. 공연히 무분별한 살생을 저지르고 싶지 않소.”



“하하핫!”






하늘을 보며 한참 웃던 산적두목이 웃음을 그치고 제갈지민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도 지지 않고 마주 보았다. 두목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너는 특이하군. 소위 부자집 도련님들은 우리 같은 산적들을 벌레 보듯이 취급하는데 ……. 내 이름은 진충이다. 너는?”



‘제갈세가의 제갈지민. 사정이 있으니 내 신분은 비밀로 해 주시오.’






그의 전음에 산적두목은 흠짓하는 표정을 짓더니 두어 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 그런가? 좋아, 가겠다.”



“예? 두목님!”






“이대로 그냥 돌아간다구요? 겨우 한 놈이 늘었을 뿐인데 …….”



“시끄럽다! 감히 내 명에 토를 다는 거냐?”






옆에 있던 산적 몇몇이 불만을 토했으나 그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일갈하자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홍의여인이 발끈해서 나섰다.






“누구 맘대로 저놈들을 그냥 보내겠다는 거야? 저놈들은 …….”



“미안해요, 언니.”






어느 새 뒤로 다가선 청의여인이 그녀의 혈도를 제압했다. 순식간에 아혈과 마혈이 막힌 그녀가 무서운 눈으로 청의여인을 노려보자 청의여인은 짐짓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제갈지민을 쳐다보았고 그가 피식 웃었다.






산적두목은 그걸 보고 호탕하게 웃으며 부하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그래도 뭐라고 투덜거리던 몇 놈이 있었으나 두목이 시범삼아 한 놈을 한 주먹에 때려눕히자 조용히 물러갔다. 산적들이 시아에서 사라지자 청의여인이 홍의여인의 혈도를 풀었다.






“연아! 너 정말 …….”



“정말 미안해요, 언니.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고 끝났으니 잘 된 거잖아요. 우리 그냥 넘어가요, 예?”






연이라 불린 여인이 두 손을 모으고 사정조로 말하자 홍의여인이 짐짓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것을 눈치 챈 청의여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 분 소저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아, 예.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



“맞다, 너는 뭔데 제멋대로 나선 거야?”






청의여인의 말을 가로막으며 홍의여인이 나서자 제갈지민은 빙그레 웃었다. 그는 대번에 그녀의 성격을 간파한 것이다. 그의 미소를 본 청의여인이 얼굴을 숙였고 홍의여인 역시 가볍게 얼굴이 붉어졌지만 마치 그걸 숨기려는 듯 다시 소리쳤다.






“웃, 웃음으로 때우려고 하지 마! 내 질문에 대답해!”



“나는 그저 그대 같은 여인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요. 굳이 살상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소?”






“그, 그건 …….”



“그래요, 언니. 게다가 이 분은 바로 우리를 구해주신 은인이잖아요.”






청의여인이 재빨리 동조하자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지금껏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왔는데 저 남자의 미소만 보면 이상하게 말문이 막힌다. 그녀가 물러서자 청의여인이 화제를 돌렸다.






“저희는 화산파 제자들입니다. 언니는 본파 장문인의 딸인 악영소라고 하고, 저는 남화연이라고 해요. 저희 사부님이 장문인의 사제이시지요.”



“그렇군요. 저는 한유성이라고 합니다.”






“한소협이시군요. 실례지만 사문을 여쭈어 봐도?”



“스승님께서는 무림활동을 하지 않으셔서 ……, 아마 두 분 소저께서도 못 들어보셨을 겁니다.”






“은거고인이신 모양이군요.”



‘흥! 고인은 무슨 …….’






사매와 그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악영소는 내심 코웃음쳤다. 그저 그런 삼류무사라고 생각하자 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든 제갈지민은 다소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화산파에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우연히 들은 이야기인데, 요즘 이 근처에서 괴이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요.”






“어떤 일입니까?”



“젊은 처녀들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하는 군요. 벌써 석 달째고 사라진 것만 수십 명에 달해요.”






“아! 그래서 장문인의 명을 받고 조사하러 온 모양이군요.”



“그게 …….”



“연아! 무슨 말이 그리 많니? 어서 가자!”






어쩐 일인지 그녀가 머뭇거리자 홍의여인이 바로 그녀의 말을 막으며 짐짓 차갑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그녀가 다소 상기된 얼굴이었고 제갈지민은 그녀가 당황한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알만 하군. 그녀의 성격으로 미루어 아마도 …….’






그렇다. 사실 그들은 장문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떠났다. 물론 악영소가 명문정파의 제자로써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주장했고 남화연은 거의 반강제로 그녀에게 끌려 온 것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그대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 남화연은 그런 그녀와 제갈지민을 번갈아 보며 다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막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사매, 드디어 만났군.”



“당, 당신은 …….”



“화 사형!”






장내에 또 다른 사내가 나타났다. 악영소는 당황하는 표정이었고 남화연의 얼굴이 밝아졌다. 새로 나타난 자 역시 제갈지민 또래의 청년이었는데 굵은 눈썹에 넓은 이마를 지녀 호남형으로 생겼다.






“어떻게 ……, 저희를 어떻게 찾았지요?”



“하오문의 도움을 받았다. 너희가 굳이 너희의 행적을 숨기지 않아 비교적 쉬웠다.”






화사형이라 불린 청년은 그렇게 대꾸하며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미미하게 얼굴을 찌뿌렸다. 비록 산적들 중 죽은 자는 없었고 모두 떠났지만 여기서 싸움이 있었다는 것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보아하니 여기서도 한바탕 한 모양이구나. 말썽은 그만 부리고 화산으로 돌아가자.”



“말썽이라뇨? 화사형은 왜 항상 저만 나무라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






악영소가 격한 음성으로 그에게 반박했다. 남화연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고 제갈지민의 얼굴에 이채가 서렸다. 그리고 사내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한결 싸늘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지금 뭐하는 것이냐? 게다가 외인의 앞에서 …….”



“언제까지 저를 어린애 취급 하실 꺼예요? 저도 내년이면 스무살이예요!”






그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반사적으로 물러선 그녀의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검을 빼들었다. 그걸 본 그가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 네가 내게 도전하겠다는 거냐?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 텐데?”



“에잇!”






그녀는 나직한 기합과 함께 그대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기습에도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는가 했더니 어느 새 검을 들고 있었다. 이후 몇 차례 검격을 나누었으나 금세 그녀가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끝이다! 너를 강제로라도 데려가야 겠다!”



“닥쳐!”






흥분한 것인지 이제 그에게 반말로 대꾸하던 그녀가 그대로 매서운 기세로 칼을 휘둘렀다. 문제는 전혀 방어를 생각지 않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동귀어진을 각오한 기세에 그가 처음으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 때 두 사람 사이로 제3자가 끼어들었다.






‘따앙!’



“큭!”




19장. 흔들리는 여심






‘이건 …….’






사내, 화운악은 새삼스런 표정으로 눈 앞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저 사매를 데려가려는 생각에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확실히 남다른 기재였다. 문득 눈 앞의 사내에게 호승심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이건 우리 화산의 일이야! 잘난 척 끼어들지 마!”



“굳이 동문 사형제끼리 피를 볼 필요는 없잖소? 소저는 부디 진정하시오.”






악영소가 다시 발끈하자 제갈지민이 태연히 대꾸했다. 방금 그는 그녀의 검을 맨손으로 후려치면서 동시에 화운악의 검을 맨몸으로 막았다. 아이언 스킨과 실드를 거의 동시에 사용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는 사내에게 포권했다.






“제가 주제넘게 나섰다면 용서하시길 ……. 한유성이라고 합니다.”



“별 말씀을 ……, 화산의 화운악입니다.”






“비록 두 분 소저가 윗전의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강호에 나온 것은 잘못이라 하나 그 동기는 가히 칭찬할 만합니다. 너무 크게 나무라지 마시기를 …….”



“저는 잘잘못을 굳이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사부이신 장문인께서 판단할 일, 우선 두 사람을 화산으로 데려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시군요. 허나 제가 보기에 악소저는 데려간다 해도 도중에 다시 도망을 칠 듯합니다. 화 소협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한 소협의 뜻은 …….”






“화 소협께서는 무엇 때문에 두 분 소저가 이곳까지 왔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미처 듣지 못했습니다.”






“바로 요즘 이 근처에서 벌어진다는 아녀자 실종사건을 조사한다고 하는군요. 저희가 같이 힘을 합침이 어떻습니까?”



“그럼 한 소협이 도와주실 건가요?”






제갈지민의 말에 화운악의 표정이 묘해졌고 악영소가 고개를 획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남화연 역시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그에게 물어보았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결코 방관할 수 없지요. 부족한 실력이나마 같이 돕고 싶습니다.”






화운악은 잠시 생각했다. 그는 나름대로 후기지수 중 자신을 상대할만할 자는 몇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들도 모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제자들이었다. 그런데 여기 사문도 확실치 않은 자가 거의 자신과 맞먹는 무위를 가지고 있다.






‘이대로 사매를 데리고 간다면 어쩌면 이 자에 대해서는 영원히 모르게 될 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가 말한 이름이 본명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잘 부탁하오, 한 소협.”



“저야말로 …….”



“저희 역시 잘 부탁드릴께요.”






화운악이 포권하며 제갈지민에게 고개를 숙이자 그 역시 답례로 포권했다. 이에 남화연 역시 밝은 표정으로 제갈지민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악영소 역시 한결 풀린 표정이었다. 고개를 든 화운악이 다소 엄한 표정으로 두 여인을 쳐다보며 주의를 주었다.






“허나 명심해라. 대신 너희는 무조건 내말에 따라야 한다. 알겠느냐?”



“예, 사형.”



“……, 알았어요.”






남화연은 바로 대답했으나 악영소는 다소 머뭇거렸다. 그러나 화운악이 엄한 표정을 짓고 남화연이 계속 눈짓을 하자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제갈지민은 속으로 웃었다.






‘대충 알겠군. 악소저는 화공자를 좋아하는데 정작 그는 그녀를 보호할 어린애 취급하고, 그녀는 그런 그의 대우가 마음에 안 들고 ……. 이번에 여행도 어쩌면 그에 대한 반항심의 발로였을지도 모르겠군.’






한편 화운악도 나름대로 제갈지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위험할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대로 그와 헤어질 수는 없다. 좀 더 그의 곁에서 그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쓰는 무공은 백도의 것 같기도 한데 …….’






“화 소협.”



“보아하니 그렇게 나이가 많이 차이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격식은 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도 한 형이라 부를테니 한 형은 화 형이라 부르면 될 것 같군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사실 듣는 저도 조금 불편하군요. 그리고 말도 놓는 것이 …….”



“그러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바로 반말을 하는 제갈지민을 보고 악영소가 입을 삐쭉였다. 남화연이 이채가 서린 눈으로 그를 다시 보았고 화운악은 흠짓하더니 다음 순간 미소를 지었다. 어느 정도는 그의 성격을 알 것도 같았다.






“하하하, 좋아. 뜻하지 않게 자네 같은 친구를 알게 됐으니 사매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우선 내려가지. 우리 둘의 만남을 기념해서 한 잔 어때?”






“나야말로 그 말이 하고 싶었지. 무공은 몰라도 술은 아마 내가 한 수 위일걸?”



“과연 그럴까?”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그대로 내려갔다. 여인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에 악영소는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고 남화연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마 웃음을 참는 것 같았다.






“기가 막혀서! 대체 언제부터 친했다고 …….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



“따라가 보죠, 언니. 두 사람을 지켜보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사매의 대답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남화연은 여전히 미소를 띈 표정으로 그녀에게 눈을 한 번 깜박인 뒤 먼저 몸을 날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멍하니 보던 악영소가 풀석 웃었다.






“재가 설마 …….”






점점 그녀가 멀어지자 악영소는 황급히 뒤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그녀는 방금 떠올린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내심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아닐 꺼야. 근본도 없는 떠돌이 무사에게 ……. 하지만 얼굴은 제법 반반한데 …….’






남화연은 내심 복잡한 마음이었다. 본래 얼굴도 미인이고 온화한 성격이라 특별히 대하는 남자가 없어도 은근히 사문 내에 남자제자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그래도 여지껏 오빠나 남동생처럼 생각한 사람은 있어도 진심으로 마음을 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제갈지민을 만난 것이다. 상황부터 실로 묘했다. 위험에 빠진 그녀들을 구해주었으니 없던 호감도 생길 법 했다. 또한 산적들을 처리한 방법도 피를 싫어하는 그녀의 성품에 꼭 맞았다.






외모도 상당한 미남이었고 성격도 시종일관 예의바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공도 상당한 수준인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무림인이라 강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






‘그 눈빛, 그 미소 ……. 마치 내 영혼이 그대로 빨려드는 느낌이었어.’






그녀는 아직 몰랐다. 제갈지민의 진정한 신분을 ……. 이미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뱀파이어 특유의 이성을 매혹하는 능력에 말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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