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는 제자일뿐인데 2
소풍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남은 5월 행사는..스승의날 행사, 체육대회, 그리고 야영..
우리 학교는 1학년때 수학여행을 가고 2학년때 야영을 간다고 한다. 다른학교는 1학년때 야영가는 곳도 있던데..
하긴..놀러가는건 마찬가지니..
스승의 날 행사야 아침 조회시간에 꽃달아주고 마는거일테고..
체육대회야..눈에 힘 바싹주고!! 악으로! 깡으로! 해야하는거고..
어느샌가 우리반의 라이벌이 되어버린 2반만은 꼭!! 반드시 이겨야한다!!
성적은 어느과목은 우리반이 이기고 어느과목은 우리반이 졌는데..평균으로는 아슬아슬(평균 0.5점차이)하게
우리반이 이겼다..으흐흐~
5월 15일..
아~ 오늘은 나의 날이로구나~
해피버스데이~ 아 이건 아닌가.-_-
어느덧 내가 교단에 선 지도 2달이 넘어갔구나..
그동안 생긴 일이라고는..뭐..별일 없다.
수희 물에 빠진 사건이 가장 큰가??
아!! 요새..조금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ㅠㅠ
우리 학교에 노처녀 3인방이 있는데..이 중에 가장 나이 어린 노처녀분..(가장 나이어린 노처녀라고 해봤자..
나보다 나이가 많다.ㅠㅠ)께서 나를 콕 찝은거다..ㅠㅠ
나는 여자가 있는데~ 아무리 목놓아 불러도 씨알도 안먹힌다.ㅠ
미희야..날 좀 구해주려므나..ㅠㅠ
이 노처녀 선생님은 한판을 채웠다. 며칠후면 31세이다. 즉, 만으로 30이지..한국나이로는 32살인거다.
솔직히 키도 크고 늘씬하고..얼굴도 약간 동안이면서 섹시하게 생겼다.
만약 내가 애인이 없다면 혹하는 마음도 들 만한 외모지만..
난~ 여자친구가 있을 뿐이고! 씨알도 안먹힐 뿐이고! 미희야..흑..보고싶다..ㅠㅠ
아무튼..요즘 점심시간에는 몰래 밖에 나가서 혼자 후딱먹고 학교를 배회한다.
그 김선생님(김명희 선생님)이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나를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몇번 잡혀서 어쩔수 없이 도시락을 먹을 때도 있었는데..음..솔직히 맛은 있었다.
그런데..자꾸 이런식으로 밥먹다가 정들수도 있으니까..아예 화근은 없애는게 좋다.
선생님 되기전에 들은 얘기도 있다.
아무리 애인이 있어도..외지에 발령나면..거기서 눈맞아서 결혼한다고..
안돼.!! 난 미희랑 헤어지지 않을꺼야! 뭣보다 난 연상은..어릴때 연상은 상관없지만..(그땐 다같이 20대니까.)
지금은..나보다 연상이면 무조건 30대란말이다!! 싫어.!!
그래서..열심히 피해다니고..김선생님은 쫓아다니고 있다..ㅠㅠ
아무튼 이렇게 별일 있는 학교 생활을..한지도 어느새 2달 반..
휴우..감회가 새롭군.
자~ 오늘은 어떤 행사를 하려나~ 살짝 기대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오오~ 여기가 진정 우리 교실이란 말이냐!!! 환경미화 심사할때도 이렇게 해놓지는 않았는데..
아..일회용이라 이건가..-_-;
천장위엔 풍선이 가득..저거 분 아이들..알아보기 쉽군..볼이 홀쭉하다.ㅋㅋㅋ
칠판엔 선생님 사랑해요..제일 멋있어요..저랑 결혼해요 헉. 이건 안되는데.-_-;
그밖에 선생님 제가 누구게요..글씨체만 보고 알..겠군..진아 너구나..-_-;;
등등..아무튼 칠판을 가득채웠고..작게 쓴 내이름으로 큰 글씨 선생님 사랑해요를 만든 게..너무..고마웠다.
얘들아..찌잉..
"너네..말로만 사랑한다고 하지말고 평소에도 말좀 잘 들어~ㅎㅎㅎ 아무튼..정말 고맙다...."
"헤헤~ 선생님~ 이거.."
하며 케익을 내민다..
아..이건 먹는 선물이니까 괜찮겠지??ㅎㅎㅎㅎ
초를 켜서..내가 불려고 하는데..내 맞은편에 서있던..진아를 필두로 한 아이들이 한발 빠르게 초를 부는거였다.
순간 눈앞이 하~얘지고..
콜록콜록..
설마..설마..
분필가루는 아닐테고..(날 죽이려는 생각이 아니라면..-_-;)
미..ㄹ 가루인거냐......
"깔깔깔깔~ 선생님 멋있어요~ 피부미남~"
"우~유~피~부~ 선~생~님~"
아..신이시여..이 작은 악마들을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놈들..스승의 날인데 이런식으로 해? 일루와 일루와..다죽었어~!!!"
나는 손에 크림을 듬뿍 바르고 아이들의 얼굴을 마사지-_-를 해주었다.
"캬캬캬캬캬~ 다덤벼라~"
아. 이런 정신줄을...-_-;
정신을 차려보니..내 손은..가만히 있던 수희의 양볼을 잡고 있었다.
어라?;;
"헉!! 수희야..내가 왜 니 얼굴을 잡고 있냐;;"
"아..아바요.."
헉. 나는 손을 잽싸게 떼었다.
"진아가 수희를 방패로 선생님한테 던지고 토꼈어요~"
"진아..이놈..-_-+에구..수희야..미안미안..자..이제 정리하고..그래도 칠판은 이쁘니까 사진으로 남기고..
치우자~"
"에이~"
"어허~ 오늘 수업 해야지~ 어서 치워~"
"네.."
"수희야..넌 치우지말고 얼른 씻으러 가~"
"네..풉."
"어? 왜..아.-_- 나도 씻어야하지.."
그리고 잠시후 방송이 나와서 강당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했다.
아..젠장..옷에 묻은 밀가루가 잘 안닦인다..-_-;
스승의 날도 무사히(?) 넘어가는구나..
점심시간엔 여전히 김쌤을 피해 도망다녔고..오늘 아침도 교탁위엔 음료수 하나가 고이 놓여있었고.
아! 학기초부터 놓여져있던 음료수는 지금까지 계속 놓인다.
아..누군지..골수팬이다..으흣~
이러다 팬클럽 생기는거 아닌지 몰라.-_-;;
"자..체육대회 연습은 잘 돼있겠지? 진아군?"
"군이라뇨!! 연습이야 뭐..2반 이길정도는 되는거 같아요!"
"군을 군이라 하지 뭐라하겠는가 진아군. 2반을 이길정도라..기왕이면 목표를 높게 잡아야지..
2반따위를 목표로 하면 쓰나~ 아무튼..준비는 잘 된것으로 믿고있겠네. 그럼 내일 결전의 날을 기대하며 오늘은
집에가다가 딴데로 새지말고 푹 쉬게나~ 알았는가 제군들~!!"
"네!!!!"
우리반은 다행히 예선에서 2반이랑 만난게 하나도 없었고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2인3각, 투호, 발야구까지
전부 본선에 진출했다.
2반이 본선진출한 종목은 줄다리기와 발야구, 그리고 단체줄넘기..
제길, 점수 큰 종목은 전부 본선진출을 해서..확실하게 2반을 이기려면 본선에서도 이겨야한다.
체육대회 당일.
진아가 왠 티셔츠를 들고 온다. 헉! 저..저건 뭐냐..저런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연예인 말고 있을까..
아..있군..진아가 그 티셔츠를 입고있다.
"선생님, 이거 반티요..선생님꺼예요."
"허걱. 이걸 입으라고?.."
"왜요?? 이쁘잖아요~?"
파랑바탕에..빨강색 다이아몬드모양..
안은 노란색에..빨간글씨로..S가 아닌 1이 써있다..
맞다..슈퍼맨 티셔츠다..게다가..게다가..스판 100% 따라한듯..쫄티다..헐;;
"그리고 글씨도 넣었어요.."
1반은 내가 지킨다
헐..슈퍼맨은 지구를 지키고..우린 1반을 지키는거냐..;;
"그런데..이거..너무..낄거같은데..내가 이래뵈도..몸이 좀 있어.."
"에이~ 괜찮아요~ 원래 그렇게 입는거예요~"
"흑..이런거 살때 선생님이랑도 상의를 하지 그랬니.."
"에이~ 이거 선물예요~ 선물은 원래 주는사람들끼리 상의하는거구요.ㅋㅋㅋ"
"헐..그래..할말 없구나.."
그런데..아까는 내 티를 들고 있어서 몰랐는데..
쫄티라 그런건가..빵빵하구나..;; 아..우리반애들이 전부 이티면..헐..오늘 눈을 어디다 둬야하나..ㅠ
"그럼 선생님 얼른 입고 나오세요~"
"그..그래.."
어쩔수 없이 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다행이다..배에살이 없어서..휴우..이런날이 올줄은 몰랐지만..;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데 2반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오~ 이선생~ 슈퍼맨이야??ㅋㅋㅋ"
"아..송선생님..에효;; 놀리지마세요.ㅠㅠ 애들이 자기들 멋대로 샀더라구요..ㅠ"
"멋있네~ 이야~ 가슴봐~ㅎㅎㅎ좋을때야~ 그런 거 소화할때가~"
"에효..저먼저 나가보겠습니다..이따 경기할때 살살 부탁드려요~"
"에이~ 내가 할 소리야~그럼 이따 보자고~"
헛!! 피해야 하는데..피하기전에 딱걸렸다..강력한 원색효과야 분명..
"어머~ 이선생님~ 슈퍼맨이네요~? 딱 어울리신다~"
"아..하하..김선생님..안녕하세요..ㅠㅠ"
"어머! 옷이 터지려고하네~ 무슨 돌덩이 같아~"
쿡..쿡..
선생님..다 좋은데 찌르면서 혀좀 낼름거리지마세요;; 먹잇감 앞에둔 뱀도 아니고..-_-
"아..선생님..전 늦어서 이만.."
"어머! 어머! 이선생~ 이선생~"
다다다다닥!! 슈퍼맨 출동하듯이..조낸 달렸다.
젠장..ㅠㅠ
"꺄악~ 선생님 멋있어요~ 꺄~꺄~"
"어머어머 국어쌤맞지? 어머~ 멋있다 정말~"
제..젠장..내가 몸둘데를 못찾는게 아니라..몸둘바를 모르겠다..흑.ㅠ
우리반이 어딨나..아..저기구나..슈퍼맨떼들..
헐..뭐..뭐냐..
우리반은 글래머만 모아놓은거냐..-_-;;
전체적으로 장난이 아니다..
헉 쟤는 가슴보다 배가 더 나온듯..
허허..쟤는 가슴이 딱..나만큼 나왔구나..
글래머만 모아놓은게 아니구나..
허허헉!!! 수희..
아..정말 신이 내린 몸매구나....
수희는 얼굴이 조금 빨개진 채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더워서 그런가?? 내쪽은 안보네..뭐..나도 민망하니 잘된거지..ㅎ
그렇게 낯뜨거운 채로 체육대회는 시작됐다.
단체줄넘기..구경하는데..나는 봤다..남자선생님들의 눈빛..야동볼때처럼 반짝거리는 그 눈빛을..
하긴..나도 그럴뻔해서 잽싸게 줄돌리는 애한테 시선을 고정했지..-_-;가끔 곁눈질로 보고..
본선 첫 경기때는 얼마 없던 관객(?)이 결승때는 학교의 남자선생님이랑 남자선생님은 전부 온것 같았다.
교장선생님은 대놓고 보지는 못하고 멀리서 지나가면서 힐끔힐끔 보시더라.ㅋㅋㅋ
줄다리기할때 내 힘을 못 거드는게 아쉬워 대신 목이 쉬어라 응원을 했고..내 응원덕분인지 우승을 했다.-_-v
자~ 이제 점수큰거 두개를 우승했으니..남은 경기는 쉬엄쉬엄 하자~
투호는 아쉽게 2등에 그쳤고. 발야구는..어휴..공을 차는건지..가슴을 차는건지..;;;;안타를 칠때마다..
아찔아찔했다. 그래도 거기에 정신팔리면 게임 감독을 못해서..수시로 어떻게 할지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전체적으로 빈약한 4반애들의 뜀박질에는 못당해서..발야구는 3,4위전에서 4위에 그쳤다.ㅠ
그리고 다음종목은 미션달리기.
우리반 대표로는 수희가 나갔다. 조용하고 얌전한데..알고보니 스포츠 만능이란다. 달리기는 우리반에서 제일 빠르고..
탕!
달리기가 시작됐고..수희는 장애물을 뛰어넘고 건너고 밟고 지나서 미션이 적힌 쪽지를 펼치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반 응원석으로 달려왔다.
"수희야!! 미션 내용이 뭐야??"
아이들이 묻는데 대답없이 갑자기 내 손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수희야 미션 내용이 뭐야?"
내가 물어도 수희는 볼만 살짝 발개친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끄러워서 빨개진건가? 빨리 달려서 빨개진건가??
뭐..나중에 물어보면 알겠지..
우리는 뛰어서 다음 코스로 갔고, 다음코스는 2인3각으로 결승점까지 가는 것이었다.
아, 아까는 여유있게 1등이었는데 지금은 바짝 뒤로 쫓아왔다. 이런이런..
"수희야. 꽉잡아!!"
나는 수희를 반쯤 안다시피하고 열심히 달렸다.
아..반쯤 안다시피했더니..내 배부근에 물컹물컹하면서 탱탱한게 느껴진다.
아..슈퍼맨옷이 워낙 얇아서..마치 맨가슴이 닿은것같다..아..안돼안돼!!
달리기할때 텐트를 쳐버리면 완전 낭패!!다행히 청바지긴 하지만..
그래도 표시는 난다!! 더 빨리 달리자!! 이 느낌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수희가 워낙 가벼워서 쉽게쉽게 발이 나간다.
나를 믿는건지 힘도 거의 빼서 거의 혼자 달리듯이 쭈욱쭈욱 나가서 결국 1등을 했다.
결승점에서 심사관이 와서 미션적힌 용지를 보여달라고 했고, 수희는 머뭇거리며 종이를 넘겨주었다.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아..수희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 나였구나..고맙다 수희야~ ^^
수희는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고개를 발갛게 물들인 채 숙이고 있었고, 심사하는 선생님은
나를 힐끔 보더니 1반 1등~이라고 외쳤다.
으하하하~ 이로써 1등 굳히기구나~
나는 수희를 안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서..선생님.."
"응?? 아..미안미안..놀랐지?"
수희는 정말 놀랐는지 가슴에 손을 얹은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까 뛸때는 잘뛰던데..이상하네..;; 내가 너무 세게 안았나??
저쪽에서 응원하던 우리반 아이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수희야~!!! 끝내줬어~ 선생님~! 너무 멋있어요~ 너무 잘달리세요~"
"으하하하~ 이정도는 해야 슈퍼맨 반 담임 아니겠어? 으하하하~"
나는 허리에 손을 얹은채 크게 웃어댔다.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약간 이상..하다..
"또라이 아냐?" 이런느낌의 시선..;; 자제하고 가야지;;
"자자~ 수희야 정말 고생많았다~ 얘들아~ 우리 자리로 가자~ 고고고~ 무브무브무브~"
체육대회는 우리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_-v
원래 응원상도 우리거였지만..1등했는데 그거까지 줄수는 없어서 응원상은 다음 반에게 줬다.
(우리반애들 응원..장난이 아니었다. 얘네 공부안하고 이거만 연습한거 아냐?)
자..이제 남은 5월 행사는..다음주 야영~ 고고고~ 무브무브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