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 유부남 ( 완결 )
* * * * *
[엄마.. 어디 아파..?]
지난 밤에 한 잠도 못 잔 탓인 듯..얼굴이 부석부석한가 보다.
[정말이네.. 엄마! 얼굴색이 안좋아 보이는데 들어가 쉬어]
아이들이 한 마디씩 걱정을 하는데도 남편은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그대로 식사를 한다.
아침 식사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에 없는 것처럼,
요즘 들어서 가끔..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멍~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금 전처럼 반찬들을 만들었는데..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간은 제대로 맞췄는지.. 도무지 기억되는 게 없다.
어느 때는 내가 밥을 먹었는지 조차도 잊을 때가 있었다.
애들과 남편이 집을 빠져 나간 뒤면 텅 비는 공간,
나는 빈껍데기만 남은 허깨비처럼 그 공간속에서 존재감을 상실 해버린다.
설거지, 집안 정리 등을 미뤄 놓은 채 그냥 자리에 누워버렸다..
간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했건만 잠도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누워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텅빈 머릿속에 이따금씩 떠오르는 환상은 있었다.
그것은, 눈밭에서의 섹스도, 바닷가 모래밭에 그렸던 "사랑해요"라는 문구도 아니다.
온통 그이 몸 아래서 할딱거리는 남자의 아내..만 그 환상속에 있었다.
어쩔 것인가? 싫든 좋은 그와 그의 아내의 섹스를 묵인할 수 밖에.
나와 남편이 그렇듯이 그들도 엄연히 법적으로 공인된 부부인데..
내가 죄를 짓고있다는 그런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남자는 나와 사고방식이 다른 것일까?
내 몸은 남편을 거부하는데..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이 생각뿐인데..
그이는 헉헉! 거리며 아내와 섹스를 하고, 마지못해 나를 만나주는 것같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면 나란 존재는 그이의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게 아닐까.
나는 이혼까지도 염두에 두고있는데..남자가 정말 그렇다면..
아무리 약이 올라도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내 처지가 갑자기 서글퍼진다.
그리고 존재감을 상실한 내 신세가 처량할 뿐이다.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다.
멀리서 전화 벨 소리가 아련하게 울린다.
"뭐 하니..? 나와라.. 점심이나 같이 먹자. 할 말이 있으니까.."
남편과 나를 엮어준 장본인..4살위의 언니였다.
[싫어..꼼짝하기..머리두 아프고...]
"그러니까 나오라는 말야.. 오늘 꼭 만나야 돼"
늘 강압적인 언니는 상대방의 의견 따위는 존중해 주는 법이 없다.
자신의 말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곧 바로 화를 내는 다혈질 성격이다.
[정말이란 말야..몸이 아파서 꼼짝을 못하겠어.]
예전 같았으면 순순히 "응" 했을테지만 왠지 일방적인 그런 강압이 싫었다.
솔직히 몸도 마음도 아픈 건 사실이었고.
"야! 안아주..너! 요즘 만나는 남자 있다며..? 그게 뭔 말이야?
빨리 나와.. 안 그러면 내가 집으로 갈 거야.."
순간, 가슴이 "덜컥"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하마터면 수화기를 손에서 놓칠 뻔했다.
하지만 하지만 침착해야했다.
간신히 몸을 추스리며 시치미를 뚝 떼는 말투로 언니에게 되물었다.
[만나는 남자라니..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누가 그래?]
"그럼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냐..? 본 사람이 내게 말을 해 주더라.
내가 창피해서..응? 얼굴을 못 들겠더라..이 것아!! "
언니는 본인 창피한 것만 생각하고..내 마음이 어떤지는 아랑곳도 하지않았다.
[휴~ 알았어, 나갈게..]
* * * * *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올 줄 알았다.
"언니가 알았어요. 자기하고 당장 정리하래요."
푸르르 하고 가슴이 떨렸다.
아마 내 심장 떨리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도 들렸으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담배를 한 대 피우는 것뿐이다.
생각할 시간이 절박했기 때문에..
외근을 나왔다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그 찻집에 들렀었다.
찻 쟁반을 직접 들고 온 그녀는..마즌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간단한 메모가 적힌 쪽지 한 장을 내게 건넸다.
"오늘 꼭 만나야 해요..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꼭이요"
[어떡하지..? 그녀의 언니가 우리 사이를...]
[글쎄..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순 없지만...이쯤에서 정리하지 그래..
내가 보기에도 여자가 참하기는 하던데,
그런 여자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민우씨만 힘들어져..]
[나도 이렇게까지 발전할 줄 몰랐어.. 어찌어찌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어..
정리를 해야 한다고 몇 번 생각은 하면서도, 왠지 그녀에게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아서..]
[혹시..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거 아냐..?
아마 나중에는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기다릴지도 모르는데..]
[지금 내가 헤어지자고 말하면...
그럼 아마..그녀는 무언가 잘못된 생각을..아냐, 아냐..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되겠지]
[서로 사랑하긴 했나보네..하지만 불륜의 사랑이쟎아..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간통 그딴 거에 너그럽지가 못하다는 거 민우씨도 알쟎아..
그러다 정말.. 집에 있는 와이프나 그 여자 남편이라도 알게된다면..]
[그..그딴 거는 생각해 보지않았어.]
[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래, 물론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
그리고..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여자도 남자도 결국엔 엉망이 되는 게 불륜이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커피를 두 잔째 주문했을 때다.
불쑥 찻집으로 들어서는 여자..안아주 그녀였다.
마담이 비켜난 자리에 조심스럽게 다가와 앉은 그녀의 표정에는,
뭔가 결연한 의지같은게 보이는 듯했다.
[어떻게.. 알았대..? 우리 일을..]
[언니가 화장품 대리점을 하는데..거기 누군가가 우리를 봤대요..모텔에서 나오는 걸..]
"으음..그렇게 조심을 했는데도 결국은..이런 상황이.."
[그래..아주씨는 뭐라고 했어요? ]
[당장 정리하고 헤어지래요..언니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죠..
남편과 이혼을 했으면..했지.. 절대 자기는..]
[이혼이라니..그게 말처럼 쉬워요? 애들은 어떻하구..그리고..]
[왜..자기는 두려워?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달라질 것이 없는데..
아이들.. 그래요, 난 남편이랑 이혼하고 아이들과 살면되고..
자기는 지금처럼 그냥 그대로 아내랑 살면돼...]
이혼까지도 불사하고 나를 계속 만나겠다는 그런 의도의 말이다.
[너무 극단적으로 그러지 말고..냉정하게 생각해야지..
아주씨나..나나 따지고 보면 불륜을 저질렀는데...그건 잘못된 거쟎아..]
[잘못..? 잘못이라뇨? 사랑한게 죄에요?
그리고 나만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것인데..]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송두리째 다른 방향으로 몰아갈 수도 있어..
당분간 만나지 말고..우리 시간을 좀 가지자..응 ? 아주씨..! ]
[답답해..답답...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아서는..]
나는 가슴이 떨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정반대였다.
차라리 잘 되지 않았느냐..
남의 눈 피해 숨어서 가슴졸이며 만날 필요없이 이제부터는 당당하게
만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그런 얼굴 표정이었다.
작고 아담한 그녀의 체구 어디에.. 그런 강단이 숨어있었는지,
나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도 잊고있었다.
그녀를 택시에 태워서 혼자 집으로 들여보냈다.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가슴 한 구석에서 작은 후회가 일어난다.
성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탈이 이 지경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불륜의 방정식에서 "들킨다"는 곧 "헤어진다" 가 아닌가..
나는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금기안에서의 일탈을 즐긴 것뿐이지만,
안아주 그녀는...과연 그녀의 미래는...???
* * * * *
상대방의 배우자에게 발각되어 좀 참담하게 결말을 지을까도 생각했습니다만,
필자의 마음이 여린 탓에 그만 절단을 했습니다.
솔직히 착 달라붙은 유부녀는 떨쳐내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다있겠습니까.
유부녀들은 불륜의 사랑에 빠지면 자식도 버린다구요..
안아주 그녀의 앞날은 회원님들의 숙제로 남기면서 완결 짓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조만간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청죽도 배상 >
우리는 왜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하나요?
* * * * *
부부 사이에 완벽한 관계란 애초부터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일탈을 저지르지 않아도, 결혼한 남녀는,
자신이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를 수 있다는..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는다.
그 가능성 덕분에 일탈이나 그와 유사한 일들은 시시각각 흔히 발생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딴 일 없을 거야" 라고 오만을 떠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부부관계가 지속될수록 성적 매력이 줄어드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첫 관계때의 섹스가 가장 좋고,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떨어진다는 식은 물론 아니다)
배우자에 대한 성적인 욕망은 처음부터 1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
이후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리다가 짧으면 4~5년, 길어봐야 7~8년이 지나면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자에게 느끼는 성적 매력도는 최저점에 도달한다.
이때는 정말 손도 잡기가 싫다.
(기혼자이신 분들은 경험했을 겁니다)
물론 이 시기에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는 데는 사회적인 환경도 한 몫 한다.
결혼 시기를 대입해 보면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하고,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다.
육아만으로도 지쳐 있는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상대에게 무슨 성적 매력을 느끼겠는가?
더군다나 아내는 출산 이후 몸매가 많이 상했고, 남편은???
이런 회의가 들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등을 돌리고 잠자리에 들때가 많아진다.
한 번 이러고 나면, 다시 한 번 섹스를 하는데 보통 두 달 정도 걸린다.
물론 부부가 섹스때문에 지속되는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
솔직히 섹스..그거 없으면 정말 허전~ 하다.
축 처진 몸매의 아내는 그럴리야 없다고 혼자 결론 내리지만,
가끔씩 "혹시 이 남자, 나 말고 섹스하러 만나는 여자 따로 있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분명 있다.
길을 가다가 "저 여자는 몸 관리를 잘해서 잠자리에서도 잘 하겠네" 라는
매력있는 여자를 발견할 때마다 아내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바람기를 사전 봉쇄하기 위해,
운동 따위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일탈의 로맨스를 위해서라면 다른 이야기가 될 테지만..
* * * * *
남편과 함께 어느 날..
이사갈 집을 찾아 신도시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는,
한적해 보이는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갔다.
성성한 머리숱에 두꺼운 안경을 끼고 있는 170 정도의 40대 남자,
(이런 외모를 갖고 있는 남자는 언뜻 굉장히 평범해 보이지만,
안경 너머로 "변태 속성"이 느껴질 때가 많다.
머리에 기름기라도 좔~흐르는 사람이라면 영락없다)
그는 손님이 들어왔는지 마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뭔가 열심히 하고 있었고,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던 여자가 아주 쿨하게 우리를 맞았다.
40대 초로 보이는 여자는 의외로 냉랭했다.
"돈은 얼마나 가지고 계시죠?"
"그 이하는 안 돼요 "
"생각 있으시면 집을 보러 가고, 그렇지 않으면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왠지 자존심이 상해서 "보러 가자"고 했지만,
그 집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보다 2천만 원은 비싼 집이었다.
"까짓 마음에 들면 대출 더 받으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었다.
헌데,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여자는 20대 초반 아이들에게나 어울릴 만한 "똥꼬치마"를 입은 데다,
가슴 라인이 푹 파인 쫄티는 굳이 그녀가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가슴골이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몸매는 왜 그렇게 늘씬하고,
다리며, 팔이며, 목이며, 눈에 보이는 살은 왜 이리 팽팽한지..
솔직히 기가 죽고 말았다.
아니, 술집에 나가는 여자도 아니고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섹시해서야 말이 되는가?
남편은 이미 넋을 빼앗긴 채 여자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무리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는 걸 간신히 말렸다.
"이 화상아..! 그 여자는 당신에게 아무런 관심 없다고..! "
* * * * *
섹시한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0대 초반의, 하지만 7~8살은 어려보이는 중개업자 여자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녀를 본 이 세상 거의 모든 남성들은, 그녀에게 성욕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남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우연히 만나,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 그녀가, 성인영화의 여주인공보다 훨씬 더 섹시한데다,
"천박"과는 거리가 멀고 열 배는 더 매력이 그득하다면, 어찌 침이 꼴깍하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섹스에 원숙한 기교를 가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니,
10 대나 20 대 초반 아가씨들에게서 느껴야 하는 불편한 마음도 죄책감도 없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혹시 몇 시간 후에 불같은 섹스를 시작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머릿속"에선 이미,
그녀와 바로 이 자리, 아니 조금 옮기더라도 이 건물 화장실,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모텔에서 질펀한 섹스를 벌이고 있다.
여자가 말을 걸어온다.
"계약하시겠어요?"
그 소리가 마치 "제 옷 좀 벗겨주실래요?" 이렇게 들린다.
"예? 예... 그러지요"
* * * * *
평생 동안 오직 한 사람과만 관계를 맺어야 하나요?
혹시라도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그녀)는 정말로 불편한 사람이다.
정말 그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해답은 "내 파트너는 나와만 자야 하고, 나는 여러 사람과 자야 한다" 다.
두 말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한 사람 이상과 관계를 맺어왔고, 맺고있다.
그게 사실 특별한 사실도 아니고,
엄청난 잘못이라고 떳떳하게 꾸짖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수없이 불륜을 저지른다.
마음속으로 말이다.
모르긴 해도, 남자들은 적어도 하루에 두 명 이상과 관계(섹스)를 맺는다.
마음속으로...
그럼 마음으로 저지르는 간음은 하루에 수십 번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같이 사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이게 더 불편하다.
정말 간만에 몸을 섞고 있는데,
어쩐지 열심히 열을 내는가 싶었더니,
이 남자가 마음속으로는 아까 낮에 만난 그 부동산 사무실 여자를,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내 기분이 어떻겠는가?
내가 이 남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몸둥아리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또 기분이 어떻겠는가?
* * * * *
나는 친구 남편과 매일 섹스를 한다.
아직까지는 마음속에서만 한다.
그렇긴 해도, 그와 섹스를 할 때면 단 한 순간도 남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친구 남편은 섹시하다.
그 투박한 손을 볼 때마다 내 다리 사이에 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굵은 목소리는 또 얼마나 내 성욕을 자극하는지 모른다.
그는 두 말할 것 없이 물건도 굵고 클 것이다.
우리 부부와 그들 부부는 자주 만난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서 휴일 하루를 함께 보내고,
두 달에 한 번은 1박 2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루 앞둔 날, 내 머릿속은 온통 그 남자 생각뿐이다.
전화가 걸려온다. 가슴이 뛴다. 숨이 멎을 것 같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일 여행은 내 차 한 대로 갈 거니까 너무 많이 준비하지 마세요"
"두 대로 가(서 우리 둘 만 따로 빠지)면 안 되나요?
내가 (당신과 따로)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여행하는 내내 머릿속이 하얗다.
내 친구가 앉아 있는 운전석 옆자리로 대신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내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남자는 내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우리 네 사람은 밤에 술을 마셨다.
내 친구가 화장실을 가고, 남편도 화장실을 갔다.
"왜.. 하루 종일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거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를 똑바로 쳐다보라고요. 내가 매력이 없나요..?
섹스를 할 정도도 못 되나요? 마음속으로라도 나를 안아 주세요"
내 질문은 계속됐지만,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자리를 뜨지도 않았다.
자신과 속궁합이 맞는 파트너를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섹스를 하지만,
기회가 생기면 실제상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런 경우들이 적지 않다.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운명이라고 해야 합니까?
* * * * *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부부 사이는 너무 좋아도 안 된다.
상대를 속이기 쉬워서 일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그 만큼 높다.
사이가 좋지 않다면, 아주 막장으로 갈 생각이 아니라면,
꼬투리 잡히는 게 두려워서 바람 같은 것은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걸리면 전 재산과 아이들을 빼앗긴 채 이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뛰어넘게 만드는 게 바로 일탈이다.
그 지독한 불륜의 사랑이 시작되면, 돈이고 자식이고 보이지 않는다.
일탈의 끝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 되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 마음은 말이나 행동보다도 40배 정도 빠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그 빠른 속도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일탈은 언제든 찾아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 * * * *
정말 이건 우연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대학시절에 사귀었던 그녀를 10년 만에 우리 회사에서 만났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것도 바로 우리 부서로 들어왔다.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녀와의 잠자리를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
솔직히 불륜은 나도 싫다.
다만 한 번이라도 잠자리를 같이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 당시의 감흥이 그대로 떠오를 것 같다.
한 가지 고마운 사실은 그녀의 외모가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외모가 변했다면, 섹스를 갈망하는 내 마음도 사그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뜨겁다.
같은 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우리는 적어도 하루에 두 번은 마주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회식자리에서 만난다. 실적이 좋아도 마시고, 나빠도 마신다.
첫 번째 회식 자리, 고기집과 노래방을 거치고,
몇 사람 남지 않은 3차 맥주집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나는 그녀가 지금까지 집에 가지 않은 이유를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말을 꺼냈다.
"이런 자리가 생기길 한 달 내내 기다렸어.
나는 너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어. 내 말 뜻 알겠니?"
"우리는 과거의 연인일 뿐이야.
그것도,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만났다.. 헤어진
수많은 남자들 가운데 하나라고...나는 너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어.."
뒤통수만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여자에게 이런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
이게 병이라면 병이다.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하면 포기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성격이 못 된다.
처음 그녀와 잠자리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집요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고,
술을 마시게 해서 모텔에 데리고 갔다.
술기운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터질 듯한 섹스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엇인가?
10년 만에 만나서 붕가 한 번 하고 헤어지다니..
헌데, 주변에 이런 사례들은 너무나 많다.
오히려 한 번에 끊어버리는 그녀의 결단력이 훌륭하다.
이 남자에게 그녀는 첫사랑, 첫경험의 의미일지 몰라도,
그녀에게는 그저 "나와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불쌍한 남자"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별 의미도 없는 남자로부터 계속 이런 요구를 받을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떠나버린 것이다.
혹시 이 남자가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그녀를 찾아다니고,
그래서 만나게 된다면 정말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의 아주 참혹한 끝 말이다.
"너, 왜 이렇게 나를 찾아다니니?"
"왜..나를 자꾸 떠나는지..그게 궁금해서 찾아왔어.."
"정말 그게 궁금해서 찾아온 거니? 넌 정말 여전히 한심하구나..
넌 내가 만난 수 많은 별 볼일 없는 남자 중 하나일 뿐이야. 그중에서도 네가 제일 후져!"
이런 표현 말이다.
남자의 로맨스는 불륜에서 조차 왜 이렇게 객관성을 획득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 * * * *
나이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내 말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나는 이미 결혼을 한 몸이라거나,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고 말하는 아내의 입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되는데, 어쩐지 "그래, 어쩔 수 없지..그 사람과 잘 살아"
이렇게 예의를 차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나이는 참 많은 것을 빼앗아 간다.
사랑도, 싸움도, 밤중에 체조하는 것도 못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면, 의심도 많아져서 가끔 사랑이 찾아와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
이게 가장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주식 매매처럼 사랑도 타이밍이라고 한다.
주식값이 오르기 전에 팔고,
한참 오를 때 사는 일을 반복하는 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맞는 사람, 자신에게 맞는 사랑은 늘 여건이 좋지 않을 때 찾아온다.
누구도 모르는 이 사랑의 타이밍 때문에 평생 억울해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살이라는 게, 일탈이라고 말하기에는 억울한.. 괜찮은 만남들이 분명있다.
규범에 둘러싸인 세상에 살면서,
누군가 정말 좋아져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만남을,
아내나 남편이 알아도 끊을 수 없는 만남을,
주변 사람 누가 욕을 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정신적으로만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를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뛰고 옷을 벗고 싶고,
남자의 옷도 벗기고 싶고, 밤새도록 섹스를 하고 싶은 걸 어떻게 하나?
밖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싫고, 드라이브도 별로고,
영화를 보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냥 침대 위에서 발가벗은 채로 함께 있고 싶을뿐이다.
친구들이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한다.
그래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남자에게 "어디 먼 데로 달아나서 함께 살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정을 버릴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나와 잠을 자고, 나와 밥을 먹고, 나의 눈을 바라보지만,
자신의 가정을 버릴 정도로 나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좋다.
오늘 바로 이 순간 남자와 함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가장 후회되는 일은 그가 결혼하기 전에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불륜의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고,
이건 거부할 덕목이 아니라 인정하고 잘 다스려야 할 감정이다.
잘만 활용하면 부부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결혼이라는 건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두 사람이 몇 십년 가까이 살면서 어찌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이 없겠는가?
바람을 피웠다고 바로 이혼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없다고 끝까지 함께 사는 것도 아니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그러니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일까지 막아보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그건 사랑도 아니고, 그저 관계의 역류일 뿐이다.
어쩌면 일탈은, 부부 사이에 생긴 문제들의 역작용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억지로 되지 않는게 사랑이라는 만고의 진실을 인정하고,
일탈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방법을 터득해가는 게 진짜 인생일지도 모른다.
불륜의 사랑도 운명일테니까 말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