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26
<43. 수치스러운 지옥 훈련>
지하 우리 안은 낮에도 어둑어둑해서 돌로 만든 지하 우리의 복도는 20촉
짜리 전구로도 어렴풋이 비쳐지고 있었다. 무엇인가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며
지하 계단을 내려가는 긴코, 아케미. 요사코 세 명의 여자들은 곧장 복도 제일
안쪽에 있는 우리로 향했다.
우리의 철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던 긴코는 킥킥 웃으며,
"어때, 밤새 얘기 많이 했어? 부인과 아가씨."
라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아케미가 짤그락짤그락 우리 자물쇠를 앞으로 빼내며 나오라고 소리쳤다.
이윽고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가 양손으로 젖가슴을 끌어안으며 몸을 구부리고
나왔다. 두 사람은 양손은 자유로웠지만 역시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는 쫓기듯 또다시 피눈물을 짜내는 곳을 향해
올라갔다.
두 명의 미녀는 한 손으로 젖가슴을 가리고 한 손으로 앞을 가리며, 하얀
맨발로 구부정하게 돌계단을 비틀비틀 올라갔다.
"사요코 양, 견뎌내는 거야. 아무리 괴로운 일을 당해도 꾹 참고 살아남는
거야. 반드시 구원될 날이……."
시즈코 부인은 등을 떠밀리며 쓰러질 듯이 오열하며 걷고 있는 사요코에게
말을 건넸다.
사요코는 눈물이 가득 찬 검은 눈동자를 부인에게 향하며 슬픈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뭘 중얼중얼 거리는 거야. 빨리 안 걸을 거야."
긴코와 요시코는 좌우에서 볼륨 있는 부인의 엉덩이와 포동포동하고 부드러운
사요코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꾸짖었다. 훈련실 앞에 오자 오니겐이
문에서 얼굴을 내밀며 이들을 맞이하였다.
떠밀리듯이 들어간 훈련실의 옆에 있는 세면장에서 여자들에게 감시 받으며
이를 닦고 얼굴을 씻은 부인과 사요코는 아케미가 가지고 온 화장 도구를 가지고
거울 앞에서 조용히 화장하기 시작했다.
인간임을 포기한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화장하고 입술을 칠하는 부인과
사요코였지만 그러한 두 사람의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용모를 뒤에서 여자들은
천천히 응시하며,
"정말 미인이야, 얄미울 정도로."
하고 한숨 섞인 소리로 말했다.
"자, 화장이 끝났으면 오니겐 선생에게 아침 인사해요."
화장을 끝낸 부인과 사요코를 다시 무자비하게 훈련 실에 넣고 문을 닫은
긴코는 방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오니겐을 가리켰다.
두 미녀는 다시 여자들에게 등과 엉덩이를 떠밀리며 흐느적흐느적 오니겐
앞으로 다가갔다.
"거기에 앉아."
요시코가 코를 씰룩거리며 둘에게 말했다.
부인과 사요코는 깊이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참 이상하지, 이젠 서로 한시도 떨어지기 싫은가보지. 어젯밤은 아주 잘했어."
라고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어젯밤의 숨막히는 굴욕을 생각해 낸 것인지, 지금부터 철저하게 행하여질
훈련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사요코는 연약한 어깨를 가볍게 떨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훌쩍거렸다.
그러한 사요코를 보살피듯 시즈코 부인이 손을 들어 사요코의 어깨를 살짝
감싸안았다.
"아침부터 뭐야, 훌쩍거리고. 자 내게 아침 인사를 해. 선생님 안녕하세요
라고."
오니겐은 연인 사이처럼 서로 껴안고 떨고 있는 눈앞의 두 미녀에게 그렇게
말하고 가슴을 펴 보였다.
두 미녀는 몸을 서로 바싹 붙이고 이 굴욕을 필사적으로 극복하려는 듯이
손을 꽉 쥐면서,
"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라고 꺼질 듯이 머리를 숙이며 띄엄띄엄 소리를 냈다.
"안녕."
하고 오니겐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는 사요코의 훈련을 너에게 맡기겠다. 괜찮지 시즈코."
너무 놀라 당황하며 부인이 얼굴을 들자,
"왜 그래, 그런 약속 아니었어. 뭐, 놀랄 것 없어."
오니겐은 코웃음치며 부인의 얼굴로 시선을 향했다.
"자, 아가씨. 공부를 시작하지."
"싫어, 싫어요."
사요코는 부인에게 매달렸다.
"무서워, 무서워요."
사요코는 부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격하게 울면서 떼쓰는 아이처럼 머리를
흔들었다.
"귀찮게 하지 마. 계속해서 그렇게 응석부리면 용서하지 않아."
오니겐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놀라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사요코에게
긴코는 웃음을 머금고 고소한 듯이 말했다.
"무서워할 게 뭐 있어. 오늘 공부는 사요코 양의 언니가 된 시즈코 부인이
옆에 있어줄 텐데."
자 빨리 와 하고 여자들은 사요코의 어깨와 허리를 잡아 일으켜서 방 중앙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였다.
"사요코 양."
시즈코 부인은 무심코 상체를 들어, 비통한 표정으로 끌려가는 사요코 쪽으로
손을 뻗었다.
"너는 그냥 그렇게 여기에 있으면 돼."
오니겐은 뒤에서 시즈코 부인의 등을 툭 하고 발로 찼다. 픽하고 양손을
마루에 대고 쓰러진 시즈코 부인은 그대로 털썩 얼굴을 묻고 흐느끼며,
"사요코 양, 참아내는 거야."
라고 말했다.
긴코는 백묵으로 원이 그려져 있는 마루 위를 가리키며, 그 안에 서있도록
사요코에게 명령했다. 그곳은 언젠가 시즈코 부인이 여러 사람 앞에서 강요에
의해 굴욕스런 땀과 기름투성이로 몸부림치며 과일을 자르는 재주를 부리던
바로 그 장소였다.
지금 사요코는 그 원형 안에서 몸을 구부린 채, 가능한 몸을 작게 움츠리며
수치심에 떨고 있었다. 수치심이라기보다 도대체 지금부터 어떤 무서운 훈련을
받을 것인지, 공포에 전신을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후후후, 보기 흉한 모습이군 좀더 반듯하게 해."
긴코와 아케미는 수치와 공포에 떨고 있는 사요코를 보고 있다가 청바지의
주머니에서 핑크 색의 긴 천을 꺼낸다.
긴코와 아케미는 수치심에 흐느끼며 참고서 있는 사요코의 양옆에 다가섰다.
"자, 아가씨. 손을 뒤로 돌려서 반듯하게 가슴을 펴봐."
사요코는 연약하고 하얀 볼에 한 줄기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이 담긴 아름다운
눈동자를 긴코에게 향하였다.
"글쎄, 시즈코 부인이 가르치는 것이니까 우리들은 뭐라고 말할 수 없지."
긴코와 아케미는 일부러 시치미를 메며 사요코의 등을 좌우에서 눌렀다.
사요코는 체념한 듯이 조용히 눈을 감고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양손을 뒤쪽으로
돌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긴코와 아케미는 사요코가 등으로 돌린 양 손목을
겹치며 천으로 팽팽하게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핑크 색의 천을 앞쪽으로 돌려
단단히 졸라맸다.
그러는 동안 사요코는 볼과 목덜미가 빨개지며 고개를 깊이 떨군 채 훌쩍훌쩍
흐느끼고 있었다. 사요코는 하얗고 매끈한 다리를 딱 붙인 채로 온몸으로 이
굴욕을 견뎌내려는 듯했다.
"설백 미인이라는 건 사요코를 말하는군. 보면 볼수록 하얀 피부야. 왠지
열 받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사요코를 단단히 묶은 긴코는 훈련 실의 벽 쪽에서 있는
요시코 쪽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요시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벽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힘껏 당겼다.
끽― 하는 금속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쇠사슬 하나가 내려왔다.
긴코는 사요코를 묶은 천 끝을 내려온 쇠사슬 끝에 매달고 다시 요시코에게
눈짓을 했다. 다시 쇠사슬이 올라가기 시작하며 천 끝을 잡아당겼다.
사요코의 상체가 팽팽하게 당겨졌을 때 쇠사슬을 정지시킨 긴코는 어디로
도망칠 수도 숨어버릴 수도 없는 사요코를 기분 좋은 듯 바라보았다.
깊이 고개를 떨군 채 나지막이 흐느끼고 있는 사요코의 포동포동한 볼을
손가락으로 찌른 긴코는,
"윤기 있는 피부야."
후후후 하고 소리 없이 웃으면서. 살짝 손을 뻗쳤다.
"앗, 싫어, 싫어."
사요코는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 긴코의 손을 피하려고 하였다. 사요코는
슬프고 아름다운 얼굴을 좌우로 흔들면서 몸을 움츠리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역시 시즈코 언니가 아니면 싫다는 거야. 좋아, 우리는 천천히
구경이나 할게."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고 잠깐 시즈코 부인이 있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시즈코
부인도 소리를 낮추어 흐느끼고 있었다. 마루 위에 무릎을 세우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부인에게 오니겐이 조금 전부터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담배를 옆으로 물고 뭔가 생트집을 걸고있는 듯했다.
"대충 그런 요령으로 사요코를 가르치는 거야, 알았지?"
"……."
"이봐, 알았어?"
오니겐은 훌쩍훌쩍 울고 있는 부인에게 화가 났는지 다시 큰 소리를 쳤다.
시즈코 부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의 표시를 나타냈다.
"자, 빨리 시작할까."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벌떡 일어나 시즈코 부인을 재촉하였다.
"자, 어서 가. 사요코 양이 기다리고 있잖아."
시즈코 부인이 일어서서 사요코 쪽으로 조용히 걷기 시작하자, 사요코는
가슴을 저미는 듯한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구들을 갖춰 줘."
오니겐이 긴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여자들은 미리 준비해 둔 것을 선반에서
꺼내왔다.
요시코가 몇십 개의 삶은 달걀이 담겨진 바구니를 사요코의 발 밑에 두었다.
발 밑에 놓여진 바구니를 본 사요코는 매우 당황하며 목과 얼굴이 새빨개져
몸을 뒤로 젖히며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것이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사요코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오니겐의
강요로 그것을 사용하게 돼, 엄청난 공포와 굴욕에 떨었던 적이 있었다.
이 무슨 무서운 일인가. 오늘은 그것을 시즈코 부인의 손으로. 증오의 전율이
사요코의 몸을 스쳤지만 두려운 도구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긴코가 무라세 사요코 훈련용이라고 겉에 검정 글씨로 써 있는 오동나무
상자와 몇 개의 유리 봉을 사요코의 발 밑에 늘어놓았으며 아케미도 뭔지 알
수 없는 흐물흐물한 것이 들어있는 항아리를 가지고 와 코앞에 두는 것이었다.
일부러 보이게 하려는 듯이, 그런 기분 나쁜 것들을 발 밑에 배치하는 것을
보며 사요코는 순간 장신이 아찔해졌다.
시즈코 부인도 그런 무서운 도구를 보고 당황하여 옆으로 눈을 돌리고는
공포스러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말해두지만, 단지 묵묵히 아무 감정 없이 가르치는 게 아니야. 어젯밤에
열연한 것처럼 손님을 의식해서 서로 연인 사이인 것처럼 즐겁게 가르치는
거야. 알겠지. 자, 시작해."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 무릎을 세우고 웅크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유연한 어깨를 두드렸다.
시즈코 부인은 울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모습으로 눈을 깜박이며 사요코를
올려다보았다. 사요코도 또한 애원하듯 비애에 찬 눈으로 부인을 보고 있었다.
"무엇을 꾸물거리는 거야. 빨리 시작하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 거야."
오니겐에게 질타를 받은 시즈코 부인은 일어서서 사요코 앞으로 다가갔다.
"사요코 양, 괜찮지. 각오를 해줘. 나 귀신이 된 셈치고 너를 가르칠게."
이 말 안에는 부디 시즈코를 용서해, 라고 하는 피를 토하는 듯한 부인의
슬픔이 담겨져 있었다.
"아, 알았어요. 사요코는 교육을 받겠습니다."
"아, 사요코 양."
시즈코 부인은 너무나도 가엾어서 무심결에 사요코의 애처로운 몸을 껴안으며
흐느꼈다.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야. 하지만 부탁이야. 사요코, 참아내야 해."
"선생님, 사요코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사요코는 몸을 기대며 시즈코 부인의 볼에 눈물에 젖은 뜨거운 볼을 비벼대며
단호하게 말했다.
"사요코, 선생님을 정말 언니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좋아, 사요코. 그렇게 해줘. 그러는 게 시즈코도 편해."
시즈코 부인은 울컥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애처로움을 느끼며 무의식중에
사요코의 볼을 양손으로 잡고 사요코의 입술에 위로와 격려의 의미를 담은
부드럽고 달콤한 키스를 했다.
"언제까지 우물쭈물하고 있을 거야. 열 받네, 정말."
긴코와 아케미가 입을 뽀로통히 내밀고 부인과 사요코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언니. 시작해요."
사요코는 부인이 입술을 떼자 뭔가 호소하는 듯한 눈동자를 시즈코 부인에게
향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한 사요코의 볼에 신호처럼 가볍게 키스를 한 시즈코 부인은 가만히
입술을 오므렸다.
드디어 시즈코 부인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훌쩍이며 간신히 사요코에게 다짐을 한 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백어(물고기 이름)와 같은 연약한 부인의 손끝은 사요코의 부드러운 두
사타구니 사이의 섬세한 털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면서 점막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파고 들어가 부드럽게 애무를 퍼붓고 있었다.
"물기가 부족해. 좀더 기분을 내줘. 더 이상 그렇게 부끄러워해서는 안 돼.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앞으로 쭉 내밀어."
라고 부인은 사요코에게 말하였다.
굳게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옆으로 돌려 입술을 깨물며 참고 있는 사요코였지만,
차츰 얼굴이 상기되어가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이 떨면서 음핵을 손끝으로 잡자 사요코는 우― 하는 신음과
함께 애절하게 몸부림치며. 견딜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떨며 가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으며 그들에게 명령받은 대로 미묘한 공격을 계속했다. 그리고
사요코를 올려다보며 오니겐에게 지시 받은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저. 사요코. 여기는 뭐라고 하는 곳인지 알아? 알면 말해봐."
사요코는 부인의 그 말을 듣자 깜짝 놀라며 얼굴을 비틀어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오니겐과 세 여자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탐욕스러운 시선을 부인과 사요코에게
향하고 있었다.
"저, 사요코."
시즈코 부인은 깊게 그림자가 드리운 젖은 눈으로 사요코를 보며,
"부탁이야. 용기를 내서 말해봐. 사요코의 음핵이야."
그렇게 말한 시즈코 부인은 자신들의 비참함을 견딜 수 없었는지 미약하게
헐떡이고 있는 사요코의 하얀 복부에 이마를 대고 격하게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오니겐의 질타가 날아왔다.
"이것 봐. 그렇게 훌쩍거리는 조교가 어딨어. 사요코가 그것을 말하고 싶을
때까지 철두철미하게 가르쳐."
시즈코 부인은 눈물을 거두려는 듯이 아름다운 얼굴을 들고 계속 반복하였다.
"아, 알았어요 언니. 사요코 말할게요. 이제 시즈코 언니가 하는 말에 거역하지
않을게요. 용서하세요, 언니."
당하는 자신보다 괴롭히는 시즈코 부인 쪽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 것인가,
그것을 깨달은 사요코는 부인과 호흡을 맞춰 지켜보는 악마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것은 뭐라고 하는 곳이지. 응, 말해. 사요코."
"사요코의, 사요코의 음핵."
오니겐과 긴코는 서로 쳐다보며 와― 하고 떠들어대며 웃었다.
바로 그때 훈련실 문이 열리고 새벽녘에 도야마 가에 다니러 간 찌요가 오빠
가와다와 함께 들어왔다.
"어때 부인의 훈련은."
찌요는 금이빨을 내보이고 웃으며 묶여 있는 사요코와 거기에 감겨있는 듯한
시즈코 부인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찌요는 위세 당당한 정장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모두 전에
시즈코 부인이 입었던 옷임이 틀림없었다. 손가락에는 시즈코 부인이 애용하던
3캐럿의 다이아 반지를 끼고있었다.
"꽤 훌륭한 훈련 법입니다. 지금 사요코에게 간신히 감각의 이름을 말하도록
하고 있고 지금부터 드디어 본격적으로 훈련하려는 참입니다."
오니겐은 찌요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시즈코 부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자, 빨리 훈련을 계속해. 찌요 부인도 여기 와서 구경하시고 계시잖아."
시즈코 부인은 섬뜩하여 순간 뒤를 돌아보고 굳은 표정이 되었다.
옛날에 하녀였던 찌요 앞에서 다시 연출해야만 하는 굴욕스런 행위, 그것은
부인에게 있어서 몸을 갈기갈기 찢기는 것보다도 괴롭고 고통스러우며 참을
수 없는 행위였지만 부인이 주저하면 또 어떤 모진 고문이 부인에게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요코는 비통한 결심을 한 듯이 얼굴을 들며,
"언니, 다음은 어떻게 해요. 망설이지 말고 계속 가르쳐줘요."
"사요코, 너무 괴로운 일이지만 참는 거야."
시즈코 부인은 자신을 위해 사요코가 고통을 감수하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애처로워 가슴이 아팠지만 그러한 감상을 떨쳐 버리듯이 사요코의 발 밑에
놓여있는 작은 항아리를 집어들었다.
"이, 이것은 사요코."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요코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랐고, 결국 시즈코 부인은 대책이
없었는지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이 주저앉아 버렸다.
"할 수 없어. 할 수 없어. 아―, 이제, 더 이상은, 미안해요."
시즈코 부인은 마루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었다.
"아― 너무해요. 이런 무서운 것을 사요코에게…… 난 절대 할 수 없어요."
시즈코 부인은 앞뒤 가리지 않고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검은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여기까지 와서 나에게 반항할 생각이야?"
라고 오니겐은 마루에 엎드려 우는 시즈코 부인의 등을 발로 찼다.
"난 못 해요. 아, 용서해주세요."
그러면서 부인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격하게 흐느껴 울었다.
긴코와 아케미가 혀를 차며 부인의 부드러운 어깨를 좌우에서 잡아 책하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이봐, 당신에게 사요코를 훈련시키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의 자비야. 부하들에게
사요코를 훈련시키도록 할까."
음험한 미소를 띄우며 두 여자들은 얼굴을 묻고 훌쩍이고 있는 부인에게
그렇게 말하고 뒤에 서 있는 찌요 쪽을 흘끔 쳐다봤다.
"시즈코 부인이 그런 태도라면 할 수 없지. 사요코는 역시 부하들 방에 집어넣는
쪽이 좋을 듯해, 오니겐 씨."
찌요는 오니겐 쪽을 보고 금니를 보이며 히죽 웃었다.
"기다려."
시즈코 부인은 눈물 젖은 슬픈 눈을 사요코에게 향했다.
"용서해, 사요코."
시즈코 부인은 한마디 울부짖고는, 사요코의 발 밑에 놓여있는 항아리 안에
손을 집어넣어 끈적끈적한 기름 같은 것을 꺼냈다.
"사요코, 부탁이야. 이런 일을 하는 시즈코를 용서해."
시즈코 부인은 울면서 사요코의 하반신에 매달리듯 하였다.
그 순간 사요코는 아름다운 눈썹을 모으며 웃―하는 신음과 함께 목을 뒤로
크게 젖혔다. 찌요와 여자들의 음란한 시선이 일제히 부인의 행위로 쏠렸다.
"좀더 잘 발라. 오니겐은 팔짱을 끼며 재미있는 듯이 소리치고 찌요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며 어때요 라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앞쪽에."
라고 말하며 긴코와 아케미는 서로 키득키득 웃었다.
독부 같은 잔인함이 몸 안에서 생겨났는지, 시즈코 부인은 여자들이 지적한
대로 항아리 안의 것을 더욱 듬뿍 발랐다.
"아아 싫어 싫어."
사요코는 이빨을 갈며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지만
내심은 거부의 태도와는 달리 그것을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즈코
부인의 고통스러운 행위를 감내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츠무라와의 때에는 공포와 혐오로 몸부림치던 사요코였지만, 지금 아름다운
시즈코 부인의 손에 의해 달콤한 고문을 당하고 있는 사요코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도취의 감정이 전신으로 퍼져 헐떡거리며 아름다운 얼굴을 흔들고 있었다.
"후후후 거기가 끝났으면 이쪽에도 듬뿍 바르는 거야 부인."
긴코가 사요코 앞에서 무릎을 세우고 한참 열중인 시즈코 부인의 어깨를
쳤다.
"용서해, 용서해, 사요코 양."
시즈코 부인은 훌쩍거리며 다시 항아리 안의 것을 꺼냈다.
"아 언니 그, 그런, 싫어, 싫어요."
사요코는 몹시 당황하여 몸을 틀었다.
"참, 참아. 응, 부탁이야."
시즈코 부인은 애원하듯 말하며 부드러운 음모를 어루만지며 깊숙이 발라가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시즈코 부인은 오니겐이 말한 대로 일어서서 가슴을 양손으로
가만히 쥐었다. 그러자 사요코는 욱하는 신음과 함께 견딜 수 없는 듯이 목을
뒤로 비틀며 시즈코의 입술을 찾았다.
"사요코 양."
시즈코 부인은 훌쩍이며 사요코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시즈코 부인은 사요코와 입술을 맞추며 사요코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갖고
명령대로 해야만 하는 자신을 한탄하였다.
"가, 가려워, 가려워. 아, 어떻게 좀 해줘."
사요코는 하얀 볼을 뜨거운 장밋빛으로 물들이며 자못 안타까운 듯이 몸을
비비 감기 시작했다.
약의 효과는 차츰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좋아, 여기서 한번에 사요코의 몸과 마음을 바꿔버리는 거야, 지금이 기회야."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 부인 옆으로 다가와 부인의 귀에 대고 사요코에게
모리다 조직에 대한 영원한 맹세를 강요하듯 지시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올 바에야 사요코의 육체와
마음을 산산조각 내어 나날이 계속되는 이 지옥 세계에서 견딜 수 있는 하등한
여자로 개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시즈코 부인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슬픔과 얼음과 같은 냉혹함 마음으로
다시 사요코를 향해 섰다.
"어디가 그렇게 가렵지. 사요코. 자, 모두의 앞에서 분명히 말해."
"싫어, 싫어."
사요코는 더욱 심하게 몸을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사요코, 너는 지금 여기서 쇼의 새로운 스타로서 다시 태어나는 거야. 주저해선
안 돼, 자, 분명하게 말해."
"그, 그건 아아."
사요코는 흐느껴 울며 심하게 고개를 저었지만,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전신이
불처럼 타오르는 것이었다.
"가려워, 가려워, 아아 언니, 도와줘요."
"말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이대로 있어야 돼, 자, 어서 말해."
시즈코 부인은 극도로 안타까워하는 사요코의 얼굴로 눈물에 젖은 눈동자를
향하며 말했다.
"말하겠어요. 말하겠어요. 그러니까 부탁이야, 이 가려움을―."
이렇게 말한 사요코는 이제 오니겐과 여자들의 웃음소리 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또 다시 치밀어 오르는 가려움을 온몸으로 참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가려움이 멈추면 이것을 사용해서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거야. 알겠지, 사요코 양."
시즈코 부인은 자루 안의 달걀을 하나 집어 사요코의 눈앞으로 가지고 갔다.
사요코는 꾸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떤 것이라도 하겠어요. 그러니까, 음, 빨리."
뭔가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한 오싹할 정도로
아름다운 끈끈한 눈동자로 시즈코 부인을 바라보는 사요코는 콧소리를 내며
조르듯이 말을 하였다.
"시즈코가 요구하는 것은 모두 복종해 줄 거지."
"네."
"그럼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분명히 맹세해, 사요코는 지금부터
몸도 마음도 쇼의 스타가 되어 열심히 훈련에 임하겠습니다. 라고."
사요코는 무슨 환영이라도 보는 듯이 끈끈한 눈동자를 살짝 위로 향하며,
"사요코는 지금부터 몸과 마음도 쇼의 스타가 되어 훈련에 임하겠습니다."
사요코가 입술을 떨며 맹세하자 오니겐은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좋아, 맘에 들었어. 그렇게 결정했으면 지금부터는 오니겐 식의 훈련으로
훌륭한 한 사람의 스타로 연마시켜 줄 테니까."
라고 말하며 다시 시즈코 부인을 향해 사요코의 훈련은 이쯤에서 마치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오니겐은 주머니에서 보라색의 긴 끈을 꺼내,
"자 양손을 뒤로 돌려."
하며 부인의 어깨를 밀었다.
시즈코 부인은 잠시 당황하며 슬픈 표정으로 계속 고문당하고 있는 사요코
쪽을 흘끔 쳐다보았다.
사요코를 자신이 이 상태로까지 내몰아 극도의 고통에 몸부림치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줄을 묶으려고 하는 오니겐의 마음속에 뭔가 사악한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여 시즈코 부인은 양손으로 젖가슴을 안으면서 뒤로 물러섰다.
"뭘 하는 거야. 너는 너대로 바쁜 몸이야. 나머지는 긴코 일행에게 맡기면
돼. 너는 찌요 부인과 함께 옆방으로 가."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고 터벅터벅 부인 옆으로 걸어가 부인의 손을 강제로
비틀어 돌렸다.
사요코가 문득 그것을 알아차리고,
"언니를 데리고 가면 싫어. 부탁해요."
라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댔다.
그러한 사요코의 기분을 달래듯이 긴코와 아케미가 서둘러서 사요코의 곁으로
다가가며,
"후후후 언니도 사요코와 같이 여러 가지 배워야 할 것이 있어. 사요코의
괴로움은 지금부터 우리들이 해결해줄게. 조금만 참아."
그렇게 여자들이 말하고 있는 사이 시즈코 부인은 오니겐의 손에 의해 뒤로
돌려진 손이 단단히 묶여지고 있었다.
부인의 풍만한 젖가슴 위아래로 산뜻한 보라색 끈이 두세 겹으로 감겨지고
시즈코 부인은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숙인 채 오니겐의 포박을
받고 있었다.
"자, 일어나."
오니겐은 엉덩이 끈을 당겨서 부인을 일으켜 세우며 찌요 쪽으로 눈짓을
했다. 찌요는 음험한 미소를 띄우며 가까이 다가와 보라색의 엉덩이 끈을 잡았다.
"자 갑시다, 부인. 옆방에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무엇을, 무엇을 하려는 거야."
시즈코 부인은 요괴 같은 찌요의 얼굴을 보자 소름이 끼쳤다. 오니겐이 옆에서
말했다.
"가보면 알아, 오늘부터 너에게는 최고의 기술을 가르쳐 주겠다. 찌요 부인이
나의 조수로 일해주실 거야. 감사하게 생각해. 빨리빨리 걸어."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고 긴코 일행 쪽으로 눈을 향하며,
"자, 좀 전의 계획대로 사요코 양을 잘 부탁해. 나는 찌요 부인과 함께 시즈코의
훈련을 시작할 테니까."
오니겐과 찌요에게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사요코는 온몸이 저리는
가려움을 참으면서,
"가지 말아요. 가는 건 싫어요. 언니."
하며 절규하였다.
시즈코 부인은 애처로워 견딜 수 없는 듯 뒤돌아보며 사요코에게 말했다.
"어,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참아야 해. 죽을 때도 너와 나는 함께여야 해
응, 약속해 줘."
시즈코 부인은 눈물로 빛나는 긴 눈썹을 슬픈 듯이 깜빡거리며 그렇게 말하고
오니겐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후후후, 시즈코 언니가 없으면 그렇게 슬픈가? 사요코."
긴코는 오니겐들의 모습이 방에서 사라지자 오히려 안심한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너는 쇼의 스타면서, 그렇게 시즈코 부인만 사랑하면 곤란해. 역시
남자를 좋아해야지."
긴코와 아케미는 뭔가 음모가 있는 듯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쿡쿡 웃는
것이었다.
"아아, 우우"
사요코는 점점 심해지는 가려움으로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이마에
진땀을 흠뻑 흘리면서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부, 부탁해요. 정신이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아요."
사요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괴로운 듯이 애원하자 긴코는 히죽 웃으며 훈련
실의 남쪽에 걸려 있는 물빛 커튼을 제쳤다.
일찍부터 거기서 계속 대기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리다 조직 부하인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살금살금 나왔다.
"괜찮지, 사요코. 이 두 사람에게 오늘은 기술을 배우는 거야. 후후후."
긴코는 사요코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케다와 호리가와에게 눈짓을 했다.
"잘 봐, 불쌍하게도 벌써 반은 미쳐가고 있어. 빨리 어떻게든 해결해 줘.
긴코에게 부탁을 받고 다케다와 오리가와는 입맛을 다시며 사요코에게 다가갔다.
사요코는 공포감이 엄습해오는 것 같았으나 곧 격렬한 가려움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공포와 굴욕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 가려움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필사적인 몸부림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 사요코. 그렇게 꾸물거리고 있는 건 실례야. 이 오빠들에게 괴로움을
호소하고 빨리 어떻게든 해달라고 해."
"그래, 이 사람들을 사요코는 오빠라고 불러야 해. 알았지."
다케다와 호리가와 두사람 모두 사요코보다는 두세 살 연하의 불량소년이었다.
약의 효력이 극점에 달했는지, 사요코는 갑자기 어떤 충동에 휩싸인 듯이
목을 홱하고 뒤로 젖혀버렸다.
"오, 오빠."
이제 수치심도 굴욕도 없었다.
"오빠, 살려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서로 입 언저리를 찡그리며 사요코의 좌우에서,
"자 어른스럽게 오늘은 우리들의 훈련을 받는 거야."
"네."
"좋아, 그럼 우선 우리 둘에게 키스를 해."
다케다는 그렇게 말하고 사요코의 턱을 잡고, 자신의 얼굴 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사요코는 상기된 채로 가볍게 눈을 감고 쭉 내밀고 있는 다케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것이었다.
"다음은 내 차례야."
반대쪽에서 호리가와가 사요코의 귀를 꼬집으며 재촉하자 주저하지 않고
사요코는 고개를 돌려 비비며 다가온 호리가와의 입에 붉은 입술을 맞추었다.
"좋아, 호리가와. 거기 파란 대나무를 집어. 족쇄를 채어 줘.
"사요코는 눈을 굳게 감은 채 상기된 아름다운 얼굴을 가볍게 돌리고 조용히
명령하는 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부탁해봐, 뭘 부끄러워하는 거야. 좀더 확실히 벌리지 않을 거야."
다케다는 서서히 굴복해 가는 서정적일 정도로 하얗고 부드러운 사요코에게
계속 시선을 쏟으면서 지금까지의 한을 푸는 듯이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사요코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허리 곡선과 매끄럽고
부드러운 복부를 응시하고 있는 사이에 전신이 근질근질하기 시작해 참을 수
없는 듯이 몸을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사요코에게 족쇄를 채우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헤헤헤, 아가씨. 얼굴을 확실하게 들고 잘 봐. 아마 부끄러울 거야."
그렇게 말하며 다케다는 오동나무 상자의 끈을 풀기 시작했다.
"저 오빠."
사요코는 안타까운 듯 좌우로 고정된 발을 뒤틀면서,
"아직, 아직 멀었어. 아아, 미쳐버릴 것 같아."
라고 입술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헤헤헤, 우리 둘이 너의 괴로움을 깨끗이 없애줄게. 이것과 이것을 사용해서."
다케다는 사요코의 턱에 손을 대고, 그 아름다운 얼굴을 정면으로 돌리게
하였다.
사요코는 눈에 요염한 빛을 끈끈하게 띄우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요염한
표정이 되어 애원하는 듯한 눈길을 다케다에게 쏟고 있었다.
"이것 좀 봐라. 그렇다면 이젠 내 거야."
라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다케다는 호리가와 서로 눈짓을 했다.
"야, 꿀을 발라 핥아먹고 싶을 만큼 귀여운 엉덩이네."
호리가와는 다케다와 얼굴을 마주보고 싱긋 웃었다.
호리가와는 뜨겁게 달은 사요코의 점막 안으로 고문 용구를 집어넣었다.
동시에 사요코의 그 끈끈한 내부 깊숙이 들어오는 고문 도구를 내부 근육이
조이고 있었다. 다케다는 등뒤로 돌아가서 사요코의 엉덩이를 복숭아 자르듯이
손바닥으로 나눠, 끝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된 소형의 고문 도구를 집어넣으려고
하였다. 사요코는 그 순간 번개에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을 크게 뒤로 젖히며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것은 사요코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느낌이었는지도 모른다.
숨이 끊어질 듯한 무시무시한 감각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똥개 같은 두 마리의 야비한 깡패들에게 희롱 당한다는 혐오의 감정은 사라지고
마치 거기에 생명이라도 건 듯이 사요코는 타오르는 불처럼 휩싸이고 있었다.
눈은 굳게 감겨 있었지만 사요코의 눈처럼 하얀 넓적다리의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져 앞뒤의 고문 수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거칠게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아아, 이제 사요코 어찌 돼도 상관없어."
사요코는 자포자기라도 하듯이 격한 말투로 말하며 초점 없는 눈동자를 멍하니
위로 향하고 상기된 빨간 얼굴을 슬픈 듯이 찡그렸다.
굴욕의 눈물도 말라버린 듯, 동시에 자포자기가 돼버린 사요코는 입술을
반쯤 벌리고,
"오, 오라버니 사요코, 가버릴 것 같아."
라고 다케다와 호리가와에게 달고 농후한 백합을 연상시키는 냄새를 풍기며
몸을 떨면서 오욕에 찬 비통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실내의 구석구석에 깨끗한 공기가 나돌고 있는 맑은 거실, 그 중앙에 시즈코
부인은 묶인 채 차가운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었다.
오니겐와 찌요는 부인을 이 방으로 데리고 온 후, 지하 식당에서 수입 위스키와
접시에 치즈를 담아 들고 와서 그것을 모과나무 탁자 위에 내려놓고 잠시 쉬려는
것인지 뭔가 작은 소리로 떠들면서 컵을 입에 대고 있었다.
"알았어요. 그 자식은 다시로 사장과 모리다 두목에게서도부터도 얘기 들었고,
가능한 빨리 임신시키도록 스테타로에게 기합을 넣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이
자식만은 아무리 내가 이름 있는 훈련 사라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하하하."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거실 중앙에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게다가 이러한 미인은 무슨 이유인지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는 듯합니다."
"호호호,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무리 해도 안 되면 앞에서 말했듯이 인공수정이라는
방법이 있어요. 타락한 산부인과 의사로서 알코올 중독자이지만 솜씨가 좋은
남자가 있어요. 이미 돈은 전해준 상태이고, 이 자에게 부탁해 외국인의 씨를
시즈코에게 옮기는 거예요. 어때, 재미있다고 생각지 않아요."
"외국인."
"그래 만약 시즈코에게 여자아이가 생긴다면 엄마가 이렇게 미인이니 반드시
딸도 미인일 거야. 지금은 혼혈아가 활개를 치고 있지요. 장래 반드시 혼혈
미인이 탈렌트로……."
찌요는 오니겐과 함께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그러한 두 사람의 웃음을 듣고 거실 중앙에서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은 아름다운
볼을 떨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기품 있는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슬픈 표정으로 변하는 것을 찌요와 오니겐은 즐거운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나고 에츠코와 마리가 손에 커다란 앨범을 들고 들어왔다.
"뭐야, 그건. 시즈코 부인의 비밀 사진 집이라도 생긴 거야."
"이 아이들이 한번 외국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참고로 도야마 집에 있던
앨범을 한 권 오늘 아침에 이리로 가지고 온 거예요. 저기에 있는 나체 부인이
옛날에 유럽 여행을 하실 때의 기념 사진이에요."
찌요는 문득 화가 난 듯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훌쩍거리는 시즈코 부인
쪽을 보면서 말했다.
"너희들 그 사진에서 뭔가 질문이 있으면 직접 본인에게 물어봐."
에츠코는 고개를 끄덕이고 뭔가 무서운 것에라도 다가가듯이 시즈코 부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에츠코는 처음에 긴코 일행과 같이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일종의 반발에서
시즈코 부인을 동료와 함께 철저히 학대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기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 듯하였다.
스테타로 일행이 기다리는 지옥 같은 방에 끌려 들어가는 시즈코 부인에게
한 조각의 천을 대주기도 하고, 부인이 스테타로와 추악한 행위를 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동료들과 행동도 같이 하지 않았다.
시즈코 부인도 에츠코에게는 일말의 인간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는지,
그녀가 다가와도 긴코와 아케미 때처럼 경직된 표정은 짓지 않았다. 눈물로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눈을 에츠코를 향하며. 뭔가를 호소하는 듯한 나약한
표정을 지었다.
"꽤 여러 곳을 갔네요.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가르쳐줘요."
에츠코는 앨범 하나를 열어 시즈코 부인의 눈앞에 내밀었다.
"남프랑스의 리뷔엘."
시즈코 부인은 그리운 듯한 눈길로 에츠코가 펼친 앨범을 보았다. 나에게
이러한 때도 있었던가 하고 시즈코 부인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이곳은."
"칸누―따뜻한 곳으로 아름다운 꽃이 많이 피는 곳이에요."
"이곳은 파리죠. 여기에 있는 것이 부인이죠 아름다워요. 역시."
찌요가 느릿느릿 다가와 히죽거리며 앨범을 들여다보고,
"이 부인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는 몇 번씩이나 가서, 그쪽의 사교계에서도
대단한 인기인이었대, 그렇죠. 마담 시즈코."
찌요는 놀리는 말투로 시즈코 부인의 단정한 옆얼굴을 보며,
"하지만 그것은 옛날 일, 후후후, 지금은 비밀 쇼의 스타가 된 거야. 자,
화려했던 옛날 일을 싹 잊어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배웁시다 부인."
뭔지 모를 새로운 공포와 함께 시즈코 부인은 허벅지 부위를 바들바들 떨며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렸다.
에츠코는 찌요에게 물었다.
"지금부터 뭘 하는 건데요."
찌요는 금니를 보이며 히죽 웃으며 말하였다.
"습자 훈련이야. 이 부인은 외국 문자, 일본 문자 할 것 없이 정말 잘 쓰셔.
그래서 지금부터 오니겐 씨에게 배우는 글자도 반드시 요령을 잘 터득해 주리라
생각해. 자, 너도 도와."
오니겐은 마리와 에츠코를 재촉하여 부인의 다리에 묶인 밧줄을 풀게 한
뒤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우도록 했다.
보라색 천으로 단단히 손이 묶인 부인을 떼밀며 하얀 천 위를 올라가게 한
뒤 천장에 매달려있는 굵은 고무줄을 등에 묶여 있는 부인의 손목과 몸에 단단히
묶었다.
"붓을 넣어서 글씨를 쓰니까 신축을 자유자재로 하지 않으면 일을 하기 힘들어.
그래서 고무줄을 만든 거야. 자 조금 움츠려봐."
"오니겐은 시즈코 부인의 어깨와 등에 손을 대고 힘껏 몸을 끌어내렸다.
천장에서 늘어져 있는 고무줄은 팽팽하게 부인의 허리 중간까지 잡아당겨졌다.
"좋아, 이 정도 신축성이면 충분해."
습자 훈련, 그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시즈코 부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뭐 울 것까지는 없지 않아요. 부인 도야마 집에 계실 때 부인은 한 달에
두 세 번 선생을 초대해 글씨를 배우신 것을 내가 잘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자 오니겐이 웃으면서,
"슬퍼서 울고 있는 게 아니라 기쁨의 눈물일 겁니다. 바나나 자르기를 습득하고,
그리고 다음은 글씨 쓰기, 자신이 점점 성장해 가는 것에 감격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찌요에게 말한 오니겐은 에츠코와 마리에게,
"너희들 먹을 갈아 벼루에 물을 가득 담고, 진한 먹물을 만들어."
라고 명령했다. 물병의 물을 벼루에 붓고 에츠코와 마리가 서로 먹을 갈기
시작하자 오니겐은 담배를 입에 물며 방바닥 위에 놓여 있는 앨범을 집어들고
눈을 가늘게 뜨며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과연 부자는 다르구나.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인가 꽤나 호화로운 여행을
했구먼, 어때요. 잠깐 보지 않겠어, 찌요 부인. 이 시즈코의 행복한 얼굴."
오니겐은 찌요에게 앨범의 한 페이지를 보였다.
찌요가 들여다보자 그것은 컬러로 찍은 파리의 커다란 고급 나이트클럽의
광경으로 부유한 상류 계급 사람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춤추는 남녀들 가운데
시즈코 부인은 눈에 번쩍 띄는 짙은 보라색 드레스에 동색의 긴 장갑, 진주
목거리를 두 줄로 가슴에 늘어뜨려 외국인에게 한치도 뒤지지 않는 늘씬한
멋진 자태로 잘생긴 프랑스 인과 춤추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생활을 해왔잖아. 나머지는 한평생 모리다 조직을 위해 일하면
되는 거야."
찌요는 시즈코 부인의 지금까지의 생활에 대한 반발에서인지. 문득 잔인한
눈빛으로 얼굴을 숙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 쪽을 보았다.
"자 먹 준비도 된 것 같다. 슬슬 훈련을 시작할까."
오니겐은 앨범을 덮고 방바닥 위에 내던지다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이
찌요 쪽을 보았다.
"저 찌요 부인. 이 부인이 오랫동안 외국에서 놀며 지냈다는 건, 말하자면
외국어는 능숙하게 한다는 얘기겠네요."
"당연하죠. 미모와 교양을 겸비한 사교계의 여왕이었지요.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도 유창한 발음으로 아주 잘해요. 왜요."
"실은 이러한 쇼에 나오고 싶어하는 검둥이가 있어요. 이놈은 탈주병인데
말야. 전혀 일본어가 통하지 않아요. 내 동료 하나가 보살피고 있는데 계속
놀리고 있을수도 없고, 이놈도 좀 얼빠진 놈인지 이런 종류의 일에 출연을
희망하고 있어요. 돈 있는 외국인들을 모아서 한번 쇼를 해보고 싶었는데,
어떨까요. 그 검둥이와 이 부인을 콤비로 해서."
찌요는 호호호 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
"그거 참 걸작이네. 눈처럼 하얀 시즈코 부인과 숯처럼 검은 검둥이가."
"이것은 정말 흑과 백의 쇼라고 할 수 있겠죠."
오니겐도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찌요가 음험한 미소를 띠며, 온몸을 떨며 울기 시작하는 시즈코 부인의 목덜미에
입을 갖다댔다.
"저 부인, 스테타로의 아기를 만들기 싫다면 그 죠라고 하는 검둥이의 아기라도
좋아요. 하여튼 아무 쪽이나 아기를 빨리 뱃속에 만들어주세요."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찌요의 잔인한 착상에 시즈코 부인은
단지 몸을 떨며 흐느껴 우는 것 외에 달리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죠는 이삼일 내에 이리로 데리고 올게. 그때까지 스테타로를 상대로 확실하게
훈련해두는 거야. 그놈은 검둥이야. 아마 엄청 다를 테니까."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하얀 천 위에 놓여 있는 붓 몇 자루를 집어들었다.
"자, 글씨 훈련에 들어가자. 언제까지 훌쩍거리고만 있을 거야. 자꾸 그러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오니겐은 소리를 크게 지르며 갑자기 시즈코 부인의 뺨을 치는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시즈코는, 시즈코는 이제 울지 않습니다. 훈련을 시켜주세요."
시즈코 부인은 미련을 버린 듯 조그만 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들어 요염할
정도로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굳게 감았다.
"잘 봐. 이런 식으로 준비해 줄 테니까 붓을 넣으면 이 종이 위에 잘 써보는
거야. 온몸을 움직여서 말야."
시즈코 부인은 대리석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이것저것 설명하는
오니겐의 입을 슬픈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자, 알겠지."
"네."
시즈코 부인은 슬픈 듯이 눈썹을 떨며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헤, 그리고 특히 너에게는 뒤로 쓰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옛날에 양갈보에게
가르쳐 봤지 만 머리가 나빠서 아무래도 뒤에 붙은 붓으로는 제대로 된 글자를
쓸 수가 없었어. 하지만 너는 몇 개 국어나 지껄일 수 있는 교양이 풍부한
전 도야마 재벌의 사모님이야. 곧 요령을 터득하리 라 생각한다."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면서 벼루 옆에 있던 가늘고 긴 붓 한 자루를 집어들었다.
붓의 한쪽 끝은 고무로 되어 있고 막대는 부드럽게 꺾이며 굽어지는 금속으로
되어 있으며 맨 끝에는 붓 털이 달려있는 기묘한 물건이었다.
"이것은 거기로 끼는 것이 아니야."
시즈코 부인은 수치심을 드러내고 눈을 돌렸다.
"어떻게 그런 재주를 부릴 수 있을까, 글을 쓰다니."
마리가 말했다.
"하하하. 너처럼 머리 나쁜 거 하고는 틀려. 이 부인은 금방 요령을 터득할
거야."
오니겐이 말하자 찌요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재미있겠다. 하여튼 한번 시도해봅시다."
"자, 찌요 부인. 어떻습니까 당신이 도와주는 게 오히려 이 부인이 기뻐할
것 같은데."
오니겐은 기묘한 붓을 찌요 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찌요는 붓을 잡아 시즈코
부인의 등뒤로 돌아갔다.
"기다려, 기다려. 찌요 씨."
시즈코 부인은 찌요가 등뒤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것을 알고, 몹시 당황하며
몸을 흔들며 부들부들 떨었다.
"왜 그러는 거야. 이제 와서 당황할 건 없어 모처럼 내가 비장한 기술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데."
오니겐은 다시 험한 얼굴이 되었다.
"부탁입니다. 찌요. 찌요 씨에게만은 이런 일을 시키지 말아줘요."
"뭐라고, 어째서 내가 싫다는 거야."
찌요는 부인의 포동포동하고 탄력 있는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치며 혀를 찼다.
"왜냐면, 분해, 분해요."
"분하다고."
찌요는 눈을 치켜 떴다.
"자기 집의 하녀에게 이러한 일을 당하는 것이 괴롭다는 거지. 이봐 당신이
아직도 도야마 집의 젊은 부인인 줄 알아. 적당히 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아."
오니겐이 말하며 시즈코 부인의 뺨을 후려쳤다.
"자, 찌요 부인에게 사과하고 붓을 꽉 잡아."
시즈코 부인은 차가운 조각처럼 잠시 동안 묵묵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각오를
한 듯 다시 가늘게 눈을 떴다.
"아, 알았습니다. 두 번 다시 건방진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헤헤헤, 빨리 이해해서 기쁘군."
오니겐은 기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찌요 쪽을 보며 눈짓했다.
"마리, 너도 도와줘."
찌요는 마리에게 말을 하며, 둘이서 부인의 등뒤에서 허리를 구부렸다.
"정말 멋진 엉덩이야."
찌요와 마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지그시 쳐다보았다.
"아야―."
시즈코 부인은 가지런한 긴 눈썹을 감고 선이 아름다운 코를 위로 향하며,
꽃처럼 예쁜 입술을 반쯤 벌리고 필사적으로 굴욕을 참아내고 있었다.
찌요는 부인의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깨닫고,
"안 돼요, 부인. 그렇게 몸이 굳으면. 파리의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던 때와
같이 편안한 기분이 되어야지."
질타를 받은 시즈코 부인은 두세 번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며,
"아―아―. 뭐든지 마음대로 해."
신음하듯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는지, 갑자기 애가 탄 것인지
여자 냄새가 뭉실뭉실 풍겨날 살집이 좋은 아름다운 몸에서 쑥 하고 힘이 빠지는
것이었다.
찌요와 마리는 정신없이 붓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조금 아픈 것은 참아요, 부인. 여기는 이름 있는 신사 숙녀가 모이는 파리의
사교계가 아니에요."
찌요는 킥킥 웃으면서 마리와 함께 흥을 돋우었다.
다시 한번 명주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부인의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안 돼. 안 돼요. 아아―."
"어찌 된 거야, 에츠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오니겐은 아까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에츠코에게
눈을 주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금 심하다고 생각해요. 항문에 붓을 집어넣다니.
그래도 조금은 인간적으로 취급해주는 게 어때요."
"뭐라고 떠드는 거야. 어울리지도 않게 자비로운 척하지 마. 이 부인은 지금까지
천하의 미인이라고 떠들어대며 화려하고 호사스럽게 살아왔어. 너희들은 상류계급의
인간들이 밉지 않니. 자, 멍청하게 있지 말고 찌요 부인을 도와."
에츠코는 눈을 시즈코 부인의 등 쪽으로 돌렸다.
찌요와 마리도 조금은 안됐는지 부인의 항문 구석구석까지 콜드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다시 불에라도 데인 듯한 비명이 부인의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그만 좀 해요. 부인 소원대로 크림까지 발라줬는데."
마리가 혀를 차며 철썩하고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렸다.
"기다려. 내가 해줄게."
에츠코는 불만이 가득한 마리의 손에서 붓을 뺏어들었다.
시즈코 부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진정 시켜주기 위해서인지 에츠코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시즈코 부인은 깊이 숨을 들여 마시고, 음―하고 어리광부리며 보채듯이
몸을 한번 꼬는 것이었다. 말할 수 없이 애절한 눈동자를 위로 향하며 그 눈을
천천히 감으면서 입술에는 경련이 일고 있었다. 눈을 번쩍 뜨고 보고 있던
찌요는,
"아주 잘하고 있어. 잠깐, 나와 바꿔."
라고 말하며 에츠코를 밀어냈다.
시즈코 부인은 그 아름다운 용모에 어울리지 않는 비통함을 띄우며 짐승처럼
생생한 신음을 토해내면서 전신을 활처럼 휘는 것이었다.
"호호호, 어때. 지난날 하녀에게 이런 일을 당해서, 분해? 부인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찌요는 우쭐한 표정으로 붓이 박힌 부인의 엉덩이를 천천히 응시하는 것이었다.
기묘한 광경이었다.
어떤 여자들은 훈련시키는 대로 자유자재로 진귀한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데
오니겐이 시즈코 부인을 훈련시키는 보람이 있는 최고의 여자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즈코 부인은 목이 메이는 듯 계속 흐느끼면서 요염하고 우아하기까지 한
옆모습을 보이며 눈을 감고 있었다.
"여우가 드디어 꼬리를 내민 것 같군, 호호호."
찌요가 한참 그러한 부인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오니겐은 부인의 등뒤로 돌아가 살펴보고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서,
"보통 여자라면 이렇게 멋지게 할 수는 없어. 역시 이 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특제품이야."
라고 말하며, 다음에 굵은 붓을 찌요의 손에 건넸다.
"이것도야?"
시즈코 부인은 한없이 흐느껴 울면서 이에 협력하기 시작했다.
"쌍 칼잡이를 만든다는 거로군. 걸작이네."
마리가 껌을 퇴 하고 내뱉으며 웃었다.
서투른 손놀림의 찌요를 보며 시즈코 부인은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리고 슬픈
듯이 눈을 감았다. 그러다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태도가 바뀌는 것이었다.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니 까요, 찌요 씨."
찌요가 놀란 듯이 위를 올려보자 시즈코 부인은 요염하고 끈끈한 시선으로
찌요를 내려다보며,
"시즈코는 그래도 여자예요. 그렇게 난폭한 방법은 싫어."
시즈코 부인은 마침내 몸과 마음이 모두 찌요의 손안에 있다는 걸 알고 얼굴에
차분한 정감과 냉정함을 드러내며, 연약하지만 빨아들이는 듯한 눈길로 찌요를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일을 끝내고 찌요가 일어서자 오니겐은 담배를 옆에 내려두고 눈을
가늘게 뜨며 박수를 쳤다. 마리도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듯 웃었다.
찌요는 마루에 놓여져 있는 카메라를 집어, 참혹한 부인의 모습을 필름에
담으려고 부인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한 줄기의 굵은 고무줄에 몸을 지탱하고 백지 위에 서 있는 시즈코 부인,
위아래로 묶여진 보라색 천을 풀어내자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이봐, 부인. 이쪽을 봐. 눈을 크게 떠봐."
찌요는 시즈코 부인을 옆쪽과 뒤쪽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서 다시 부인의
앞면으로 돌아왔다. 시즈코 부인은 상아빛 얼굴을 살짝 들고 촉촉하게 물기
어린 눈동자를 찌요가 들고 있는 카메라 쪽으로 돌렸다.
우수에 젖은 듯 쓸쓸해 보이는 부인의 용모는 폭력 행사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어놓을 만큼 우아한 모습이었는데 그러한 아름다운 예술품을 해학적인
모습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찌요와 오니겐의 목적이었다.
"지금부터 2시간 동안은 열심히 앞쪽으로 쓰는 연습을 해. 그리고 저녁까지는
뒤쪽의 붓을 사용해서 연습하고, 알았지."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하얀 천 위에 무릎을 꿇고 붓끝을 이빨로 물어 거기에
벼루를 가지고 와 먹물을 묻혔다.
"새로운 훈련인 것 같은데. 잘 연습해 봐요."
찌요는 유쾌한 듯이 종이를 붙인 베니어판을 붓 있는 곳으로 가지고 왔다.
지금부터 시즈코 부인이 떨어뜨리지 않도록 하면서 어떤 식으로 이종이 위에
문자를 쓸까 라고 생각하자 찌요는 웃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처음 두세 장은 내가 가르쳐주지."
그리고 오니겐은 옆에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마리에게,
"이것이 견본이다. 시즈코 눈앞으로 가지고 가."
하며 좀 전에 자신이 종이 위에 쓴 것을 건네주었다.
"야, 심하다. 이것이 습자 견본이야."
마리가 그것을 보고 그렇게 말하자,
"중얼중얼 거리지 말고 시즈코 부인 눈앞으로 가지고 가."
마리는 견본을 부인의 눈앞에 내보였다.
오니겐이 쓴 네 문자. 아마 당황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부인은 무표정한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이런저런 강요에 놀라거나 당황할 기력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자, 시작하자. 도중에 붓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해."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되돌아갔다.
찌요가 갖다준 베니어판 위에 겨우 한 자를 다 쓰자, 오니겐에게 명령받은
에츠코가 부인의 붓을 살짝 잡고 벼루의 먹물에 붓끝을 묻혔다.
"헤헤헤, 어때. 재미있지. 하려고만 하면. 이렇게 멋진 글자를 쓸 수가 있어."
오니겐은 가볍게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
네 문자를 다 쓰자 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