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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인간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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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극한의 붕괴극>


 
  시즈코 부인이 연출한 프랑스식의 강렬한 자극에 취한 남녀들은, 그저 뜨거운
한숨과 흥분에 싸여,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졸개들이 잠깐 휴식한다는
의미로 술을 날라 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이 술잔을 나누기 시작했다.
스테타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나서 몹시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그는
객석에까지 들어가서, 손님들이 따라주는 일본 주를 굽실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한편, 시즈코 부인은 육지에 오른 인어처럼 엎드린 채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대리석같이 빛나는 등의 중간에 양 손목을 묶고 있는 자색의 무명 끈이, 부인의
흐르는 땀을 흡수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부인은 새우같이 몸을 구부리고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볼륨 있는 둔부를 일부러 과시하는 모습이어서 손님들의
눈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었다.
 
  술 냄새, 담배 연기 등이 뒤엉켜 칙칙한 열기로 가득 차 있는 곳에, 손에
세면기와 물이 담긴 컵을 들고 에츠코가 뛰어들어왔다. 꽉 들어차 있는 손님들을
헤치고 매트리스 위로 올라온 에츠코는, 세면기와 컵을 내려두고, 부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정신차려요, 부인."
 
  에츠코가 부인의 어깨를 감싸고 흔들자 부인은 멍하게 젖은 눈을 뜨고 에츠코를
바라보았다.
 
  "아, 에츠코 씨."
 
  에츠코를 알아본 부인의 눈에는 슬픔이 묻어나고 있었다. 부인은 어리광을
부리듯이 에츠코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수치심으로 머리를 흔들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자, 빨리 양치질을 하세요."
 
  에츠코는 질타하듯이 재촉하며 물이 담긴 컵을 부인의 입에 대었다. 시즈코
부인은 잠깐 눈빛을 에츠코에게 보내고 다시 눈을 감은 채, 컵의 물로 입을
헹궈내 에츠코가 내미는 세면기에 뱉기를 몇 번인가 반복했다.
 
  조금 전까지, 입안에는 오욕의 덩어리를, 혀에는 격렬한 굴욕을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호흡도 멈추고 혼도 얼어붙을 정도의 충격이었기에 지금도 부인의
가슴은 떨려, 세면기에 양치를 하는 부인의 등은 계속해서 파도치고 있었다.
열심히 이와자키의 비위를 맞추며 술을 따르던 오니겐은, 문득 눈을 매트 위로
돌려 시즈코 부인을 감싸안고 있는 에츠코를 보자 흘겨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
 
  성큼성큼 매트 위로 올라간 오니겐은 에츠코를 발로 밀어냈다. 밀려난 에츠코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시즈코 부인이 당황하며
제지했다.
 
  "에츠코 씨. 부탁이에요. 오니겐 씨에게 대들지 마세요. 시즈코는 이미 저
밑바닥까지 떨어진 여자입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에츠코를 달래듯이 말했다.
에츠코도 울고 싶은 심정으로 컵과 세면기를 들고 일어서 가려고 하자,
 
  "잠깐 기다려라. 애써서 가져온 건데 그건 여기에 두고 가라."
 
  하고 오니겐은 뭔가 속셈이 있는 듯이 에츠코의 손에서 세면기를 빼앗았다.
그리고 오니겐은 객석 가운데서 술을 마시고 있던 스테타로를 향해 소리질렀다.
 
  "어이, 휴식 시간이 이제 오 분밖에 안 남았어. 화장실에 가려면 지금밖에
시간이 없어."
 
  "예."
 
  하고 스테타로가 오니겐에게 머리를 숙이고 손님들 사이를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뭐야. 벌써 취한 거야? 정신차려라."
 
  남자들은 스테타로의 기묘한 모습을 보고 휘파람을 불며 소리쳤다.
 
  "부인은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손님들도 그걸 더 좋아하실 거야."
 
  오니겐은 세면기를 부인의 앞에 두고 뒤로 돌아가 부인의 양손의 결박을
풀었다.
 
  "자, 이제 됐으니 편하게 쉬어라."
 
  오니겐은 이렇게 말하고 가볍게 발로 찼다. 시즈코 부인은 양손이 자유로워지자
자신의 유방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옆으로 살짝 돌린 부인의 차가운 상아빛의 볼이 천천히 붉게 물들었고, 손님들은
그런 시즈코 부인과, 부인 앞에 놓여있는 세면기를 번갈아 보며 다시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다.
 
  "어이, 오분 밖에 안 남았어. 빨리 해라."
 
  오니겐은 이렇게 재촉하며 품속에서 한 묶음의 휴지를 꺼내 부인의 무릎
위로 던졌다.
 
  "뒤처리하는 것까지 전부 손님들이 보이는 곳에서 하도록 해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배설 행위까지 강요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꼭 깨물며 떨리는 두 손으로 무릎 위의 휴지
다발을 집어들었다.
 
  "흘리지 않게 잘 걸쳐 앉아야 해."
 
  오니겐은 발로 세면기를 부인의 옆으로 밀어주며 비실비실 웃었다.
 
  "뭐야, 일어서서 시키는 것이 더 재미있잖아, 오니겐 씨?"
 
  어느틈엔가 바깥바람을 쐬고 돌아온 다시오와 찌요가 손님들 뒤에 서서 웃고있었다.
 
  "그래, 오늘밤은 시즈코 부인의 진기한 묘기 대회의 날이니, 그냥 쭈그려
앉게야 할 수 없지 않겠어?"
 
  다시오도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군."
 
  오니겐은 비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기역자로 구부려, 세면기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으려던 시즈코 부인의 포동포동한 양어깨를 눌렀다.
 
  "찌요 부인이 말씀하신 대로 선 채로 연기하는 것이 손님들의 갈채를 더
받을 거야."
 
  조금 전에 알 낳는 연기를 하던 로프 밑으로, 부인을 끌고 간 오니겐은,
다시 자색 삼베 끈을 집어들었다. 시즈코 부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얼굴을 돌리고
코를 오니겐의 눈앞으로 내밀었다. 가와다가 오니겐에게서 받은 긴 무명 끈을
어깨에 걸치고 부인의 등뒤로 돌아갔다.
 
  "자, 양손을 뒤로 돌려라."
 
  한 손으로는 유방을, 또 한 손으로는 앞쪽을 가리고 서 있던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가 등을 밀자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곧 의지를 상실한 듯 고분고분하게
쥐고 있던 휴지 뭉치를 오니겐에게 돌려주고 양손을 뒤로 돌렸다. 가와다에게
손을 묶이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오니겐은, 아침까지 연기해야 할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포승줄의 끝을, 천장에서 늘어뜨린 로프에 연결시키고
품속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낸 오니겐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해나갔다.
시즈코 부인은 고집스러워 보이는 냉정한 표정으로 오니겐이 꺼낸 사진에 눈길을
보냈다.
 
  시즈코 부인이 매달려 있는 바로 앞에는 이와자키의 첩들인, 요오코와 가즈에,
찌요, 세 명의 악녀가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시즈코 부인을 가리키면서 큰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오니겐 씨. 거기서 소변을 보게 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까지 튀지 않을까?
이 좋은 옷에 묻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찌요는 이렇게 말하고 요오코들과 함께 얼굴을 마주보며 낄낄 웃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찌요가 지금 입고있는, 엷은 남빛에 장미 모양의 장식이 달린
호화스런 비단옷은 전에 시즈코 부인이 입던 외출복이었던 것이다. 시즈코
부인은, 자신의 시녀였던 찌요의 조롱을 정면에서 뒤집어쓰면서도, 눈썹을
잠깐 찌푸렸을 뿐, 적의나 반항 등의 표현은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 하루하루
무너져 가는 자신의 운명에, 시즈코 부인은 그저 몸을 맡기고 있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 한 찌요는, 조롱 섞인 웃음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일어섰다.
 
  "부인, 이제 곧 도야마 다카요시의 생일인데, 떨어져 있는 남편께 선물이라도
해야하지 않겠어?"
 
  찌요는 부인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지금 나는, 일 년쯤 전이었을까 도야마 가에서 벌어진 생일 파티가 문득
기억나네. 그게 아마 부인과 도야마의 약혼 피로연이었을 거야."
 
  그러자 가와다가 부인의 뒤에서 앞으로 돌아 나오며,
 
  "그게, 그 날은 도야마 가의 정원 잔디밭과 저택의 일층을 전부 사용하는
파티였어. 이 부인은 눈부신 자색 이브닝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 다이아 귀걸이,
야외 파티 풍의 올린 머리를 하고 있었어. 그때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원래, 도야마 가의 운전사와 시녀가 시즈코 부인의 좌우에서 예전의 일을
회상하자, 오니겐은 주위를 메운 남자들의 안색을 살피면서 조금 낭패스러워
하며 나무라듯 가와다의 어깨를 쳤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호기심 많은 손님들이 이 여자의 출신을 밝혀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하고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그―그게 뭐 상관 있나? 오늘밤 손님들은 의리 있고 좋은 사람들만 모였는데.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말한 가와다는 시즈코 부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믿음직스럽게
바라보며 갑자기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가와다는 하얀 파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부인의 허벅지와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다리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스테타로의 총공격을 받고 몇 번이고 무너질 부드러운 언덕 주변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도야마 다카요시와의 부부 생활은 기껏해야 2, 3개월 정도밖에 못했지.
안 그래, 부인? 그 사이에 어느 정도 그곳을 만지던가? 대답해봐."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상아빛 볼에 붓으로 그려 넣은 듯한 부끄러운 빛이
떠올랐다.
 
  "몇 번 정도였냐고 묻고 있잖아. 운전사 따위에게는 말할 수 없다는 거야?"
 
  "모―몰라요. 정말 몰라요."
 
  시즈코 부인은 붉어진 볼을 옆으로 돌리며 눈을 꼭 감고 말했다.
 
  "부탁입니다. 이전의 일은 꺼내지 말아주세요. 지금의 시즈코는 이미 예전의
시즈코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해도 우리는 묘하게 질투가 난다. 당신같이 예쁜 여자를, 저 도야마
놈이 마음대로 했다고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매일 밤이냐, 아니면
이삼 일에 한 번이냐? 빨리 말해."
 
  화를 내며 부인을 윽박지르는 가와다를, 찌요가 웃으면서 말렸다.
 
  "뭐 좋아. 그 일은 스테타로와의 연기가 끝나고 나서 물어보고, 확실한 고백을
테이프에 녹음해 두자. 남편이 될 스테타로도 이 여자의 예전 남편과의 관계는
신경이 쓰일 테니까. 그것보다 전남편 생일 때는 뭘 선물할 건지 그것을 이
여자에게 정하도록 하자."
 
  이렇게 말한 찌요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턱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게 하며,
 
  "전남편에게 뭘 선물하고 싶지? 호호호. 하기는 말한다고 해도 지금 당신은
동전 한푼 없는 말 그대로 알거지잖아. 어떻게도 할 수 없겠지."
 
  찌요는 시즈코 부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즐거운 듯이 계속 웃었다.
 
  "빈털터리라, 줄 거라고는, 자기 배설물밖에 없잖아."
 
  찌요는 신이 나서 떠들면서 부끄러움과 굴욕으로 귀밑까지 빨개지는 것을
통쾌하다는 듯이 보며,
 
  "할 수 없군 내일은 그 두 가지를 네 몸에서 받아내서, 그걸 도야마의 생일
선물로 보내기로 하지."
 
  찌요는 부인을 조롱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때에, 소변을 본 스테타로가
돌아오자 오니겐은,
 
  "자, 부인도 빨리 끝내고 제2부의 개막을 해야 되지 않겠어?"
 
  하며, 술에 취한 찌요를 부추겨 요오코의 옆에 앉혔다. 오니겐은 세면기를
부인의 발아래 두고,
 
  "자,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세면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제 시간이
다 됐어. 빨리 끝내라."
 
  시즈코 부인은 오니겐의 지시에 그늘 깊은 눈에 슬픈 빛을 담고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설 행위를 연출할 때는 어떻게 몸을 흔드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교육을 받았다.
 
  "손님들 중에서 시즈코에게 손을 좀 빌려주실 분 안 계십니까?"
 
  떨면서 말하는 부인의 부탁을 듣고 몇 명의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일어섰다.
전에 부인이 과일을 자를 때와 같이 남자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부인에게 일제히
몰려들어, 다구치 일가의 오하라와 미나미 바라파의 기무라가 사이 좋게 부인
발아래 있던 세면기를 집어들고 부인의 양다리 사이에 받쳐놓았다.
 
  "시―싫어요. 그렇게 보고 있으면 부끄러워서 할 수가 없어요."
 
  시즈코 부인은 떨리는 몸과 마음을 스스로 가다듬으면서 남자들의 관능에
불을 지피듯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 좀더. 안 돼요. 그런……."
 
  하고 낭패스러워 하며 몸을 뒤틀었다. 남자들은 그런 부인의 모습을 오히려
재미있게 바라보았다. 오하라와 기무라는 세면기를 더욱 바싹대었다.
 
  "좋은 기회이니 잘 연구해보자. 자, 시작해라."
 
  "너― 너무……."
 
  시즈코 부인은 새빨개진 얼굴을 돌리며 비단같이 섬세한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에 자꾸 걸려요. 조금만 더 떨어져서 봐 주세요."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
 
  남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한숨을 깊게 내쉬며 그 생지옥 속에
부인이, 몸을 던졌을 때,
 
  "잠깐 기다려."
 
  하고 가와다가 8밀리 영사기를 부인 앞으로 들이밀었다.
 
  "발사하고 나서 손님 손으로 깨끗이 뒤처리하는 것까지 촬영하라고 했어."
 
  오니겐은 이렇게 말하고 손에 들고 있던 핑크빛 휴지를 옆에 있던 부인의
입에 물렸다. 온몸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고 가볍게 눈을 감은 부인을 향해,
촬영기는 낮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한다."
 
  오니겐이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시즈코 부인의 쭉 뻗은 아름다운 몸은 한층
붉은빛으로 물들며 조금씩 떨렸다. 비단같이 가는, 하얀 한 줄의 선이 오하라와
기무라가 들고 있는 세면기 바닥을 격렬하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남자들의
떠들썩한 소리와 여자들의 교성. 그런 속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시즈코 부인의
붉은 얼굴에는 어느덧 땀방울이 맺혀가며 입에 문 휴지를 더욱 꼭 물고 가쁜
숨을 쉬며 굴욕과 싸우고 있었다. 기품 있는 미모와 교양을 겸비한 아름다운
영부인의 배설 행위를 아연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요오코와 가즈에, 찌요 세
사람은, 이윽고 부인이 최후의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낸 것을 보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훌륭했어. 대단하다. 그런 한심한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하는구나."
 
  찌요는 술에 취해 게슴츠레해진 눈으로 시즈코를 바라보며 토해내듯이 말했다.
허탈하고 힘없는 눈동자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입에서,
남자들이 휴지를 빼냈다. 그것을 본 찌요는 다시 기묘하게 웃으며 옆에 있는
가즈에와 요오코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었다.
 
  "잠깐, 남자들에게 저런 일까지 시키고 기분 좋아하는 얼굴을 봐라. 기가
막히네. 오히려 자기가 뒤처리를 시키고 있네."
 
  태풍이 지나가고, 남자들이 만족한 표정으로 우르르 자리로 돌아가자 시즈코
부인은 상기된 얼굴을 정면으로 향한 채 섰다. 그 늘씬하게 큰 키와 미모는
지금까지 연기한 잔혹한 쇼와는 아무 관계없는, 무언가 감히 범할 수 없는
고귀한 향기에 싸여있는 듯이 보여, 남자들은 이상한 표정으로 부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부인의 발 아래에 있는 세면기 안을 살짝 들여다본 오니겐은,
 
  "어라, 꽤 많은데! 이제 시원하겠구나."
 
  하고 웃으며, 자색 무명 끈에 묶여 있는 부인의 풍만한 유방을 손가락으로
튀기고 나서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그러면, 저도 준비가 다 되었으니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본격적인 실연(實演)을 시작하겠습니다."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오니겐은
스테타로를 손짓으로 불러 시즈코 부인 옆에 나란히 서게 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스테타로는 말에게도 지지 않는 명기의 소유자입니다."
 
  관객들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게다가 지칠 줄 모르는 역전의 용사이기도 합니다. 그 절륜의 정력은 오디세이아를
상대로 해도 조금도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니겐은 시즈코 부인을 돌아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편, 상대역을 담당할 이 시즈코는 지금까지 계속 여러분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듯이 역시 명기의 소유자입니다. 게다가 하늘이 내려준 미모를 겸비했지요."
 
  청산유수로 소개를 계속해나가던 오니겐은 잠깐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나더니 다시 소개를 이어갔다.
 
  "이것은, 여기에서만의 얘기입니다만, 원래 이 여자는 어느 부잣집의 젊은
마나님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스물 여섯 살, 즉 한창 물이 오른 젊은 여인의
육체를 만족시켜주지 못했지요. 이 젊은 마나님은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여자의
기쁨을 맛보았던 것입니다. 헤헤헤, 우리도 놀랐지요. 이 젊은 마나님은 우리
사이에서는 문어로 불리며 존중받는, 백 명중에 한 명 날까말까 한 명기의
소유자인 것입니다."
 
  오니겐의 얘기를 듣고 있던 찌요는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명기의 소유자였다는 것은 나는 아직까지 몰랐어요."
 
  "명기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과일 자르기 알 낳기 붓글씨
쓰기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익힐 수가 있었던 겁니다. 내일부터는 동전 집어넣기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킬 예정인데 아마도, 별 수고 들이지 않고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원은, 득의에 찬 모습으로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다.
 
  "고마운 일은, 지금 지하 감방에서 자고있는 사요코라는 여자가 이 시즈코
부인과 마찬가지로 명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그 여자는 제2의
시즈코 부인으로서 무대의 꽃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래, 좋은 후계자가 나타나서 부인도 기뻐할 거야. 임신하게 돼서 무대에
나오지 못하면 사요코 양이 뒤를 이어 나오면 되지 않겠어."
 
  찌요는 그늘 깊은 눈동자를 촉촉이 적시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이 말하고,
 
  "그럼 밤도 깊었는데, 슬슬 시작해볼까요? 명기 대 명기의 대결을."
 
  오니겐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면 먼저 스탠드 플레이부터 시작해볼까요? 과녁을 겨누고 명기가
돌진하겠습니다. 뜨거운 갈채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앗 하는 낭패의 소리도 지르기 전에 성급한
스테타로의 손이 덮쳐왔다. 그 손에 마력이 담겨져 있던 것일까? 부인은 자신도
믿을 수 없이 갑자기 정감이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공중에 붕 뜨면서 어찌할
수 없는 마비를 느끼며 멍하니 뜨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두 눈앞에는, 빙긋빙긋
웃고 있는 세 명의 악녀 얼굴이 투영되었고 그때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굴욕과
수치가 밀려와 정신을 차리고 몸을 피하려 뒤트는 것이었다. 스테타로는 공격을
잠시 멈추고, 그 지점까지 진군했던 병사를 일단 퇴각시킨 후, 다시 전보다
집요하게 공격을 개시했다.
 
  "아―아―"
 
  부인은 한 번, 두 번, 안타깝게 머리를 흔들면서 피했지만 결국 저항을 포기한
듯, 고개를 떨구는 것이었다. 부인이 항복하기까지는 약 오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스테타로의 공격이 교묘했던 것이었다.
 
  주위를 가득 메운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바로 눈앞에서 진을 치고있는 세
악녀들의 소리 없는 웃음이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부인의 신경은 이미 완전히
마비되어 그것을 괴로워할 여유조차 없었다. 완전히 스테타로의 술책에 걸려,
온몸을 불기둥처럼 타 올리며 대비도 방어도 잊은 채, 성안으로 계속해서 쳐들어오는
적병을 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오니겐은, 숨을 죽이고 마른침을 삼키면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을 득의 만만하게 돌아보며,
 
  "그럼, 오늘의 특별 서비스로, 이 여자가 어떤 명기의 소유자인가 하는 증거를
눈으로 아니, 귀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연주하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명기는
여러 가지 음색을 내고 듣는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장황한 설명을 하며 오니겐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뇌의 극에 달한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갔다.
 
  "좋지. 여러분들에게 큰 소리로 들려드려라. 헤헤헤. 하나도 놀랄 것 없어.
스테타로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만 하면 돼."
 
  오니겐이 시즈코 부인에게 재갈을 물리려 하자, 찌요가 다가오며 물었다.
 
  "왜 재갈을 물리는 거지? 예쁜 목소리로 재잘대는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재미있잖아."
 
  "예쁜 목소리로 재잘대기보다는, 괴로운 울음소리를 내서 성가실지도 몰라.
더구나 만에 하나, 기쁨에 넘쳐 혀를 깨물지도 모르잖아."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찌요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 이걸로 재갈을 물리면 좋을 거예요."
 
  하고 자신의 허리에서 붉은 잎이 새겨 있는 비단 천으로 만들어진 허리띠를
풀며 시즈코 부인의 옆으로 다가섰다.
 
  "자, 아―하고 입을 벌려봐. 혀를 깨물지 않도록 단단하게 재갈을 물려주지."
 
  찌요가 비단 천을 부인의 입으로 가져가자, 이미 전신이 땀으로 젖어있는
부인은, 그 장밋빛으로 물든 처참하기까지 한 얼굴을 찌요에게 돌렸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젖은 눈동자로 찌요를 바라본 시즈코
부인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찌―찌요씨. 시즈코는 죽을 각오로 이 손님들 앞에 섰어요. 이―이렇게
수치를 받으면서도……."
 
  뒷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슬픈 눈물을 쏟아내는 시즈코 부인에게,
찌요는 코방귀를 뀌며 말했다.
 
  "우리들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인가?"
 
  "너무해요. 너무합니다."
 
  시즈코 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눈 똑바로 뜨고 대든 것은 오히려 당신이잖아. 이렇게
꾸물꾸물 대다가는 날이 새겠다. 자, 아― 하고 입을 벌려봐."
 
  시즈코 부인은, 이제 이런 여자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포기한
것일까? 부들부들 떠는 볼에는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지면서 슬프게 눈을
감고 조금 입을 벌리는 것이었다.
 
  "좀더 크게 벌려봐."
 
  찌요는 부인의 턱을 들고 입을 억지로 열어 비단 천으로 재갈을 물렸다.
 
  "호호호. 허리띠로 재갈을 하니 한결 더 요염해 보이는데. 자, 천천히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들려줘."
 
  오니겐이 계속하라고 어깨를 두드리자, 스테타로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요오코네들의 자리로 돌아가 담배를 피우면서 고소하다는 듯이 시즈코 부인을
쳐다보는 찌요. 그곳에 느릿느릿 다시오가 다가와 찌요의 어깨를 툭 치고 옆자리에
앉았다.
 
  "찌요 부인에게 오늘밤은 아주 훌륭한 밤이겠군요."
 
  "호호호. 거기에다가 시즈코가 별 이상 없이 임신해준다면 더욱 좋겠는데요."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셨다. 주위를 빼곡이 채운 남자들의
비열한 시선에 시즈코 부인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며, 입을 꼭 조이고 있는
재갈을 진주처럼 반짝이는 하얀 이로 꼭 악물면서 안타깝게 머리를 흔들었다.
적의 집중 포격에 성문은 산산이 부서졌고, 적군은 괴성을 지르면서 침입하기
시작한다. 물병도 깨져버려 콸콸 흘러 넘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재갈을 물린 채,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보았지만
진퇴유곡에 빠졌음을 확인하고, 고개를 수그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찌요는 손수건을 입에 댄 채, 요오코 쪽을 보고 어깨를 들썩이며 쿡쿡 웃었다.
부인은 입에 물린 재갈을 악물고 신음을 하며 땀으로 흠뻑 젖은 목을 뒤로
크게 젖혔다. 찌요의 이상하게 빛나는 눈앞에, 이제 주저함도 부끄러움도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부인의 장미가 크게 봉우리를 열었고, 소녀의 흐느낌같이 희미한
음색이…….
 
  "헤헤헤, 과연 대단하군."
 
  숨을 죽이고 그 과정을 보고 있던 남자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한숨이 흘러나왔다.
 
  "호호호. 사장님. 이 여자가 예전 도야마 재벌의 영부인이었나요? 전혀 믿어지지
않는 걸요."
 
  찌요는 다시오의 얼굴을 보며, 일부러 부인의 귀에 들리도록 말했다. 그러나,
몰아 지경에 빠져 있는 부인의 귀에 그 소리가 들렸을까?
 
  "과연 대단한 수완가 군. 이 정도라면 완전히 시즈코 부인의 몸과 마음을
바꾸어 놓을는지도 모르겠어. 생각해보면 좋은 남자와 부부가 된 것 같아."
 
  다시오는 불룩 나온 배를 흔들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소녀 같은 울음소리는
때로는 작게 때로는 크게 들렸다. 시즈코 부인은 마음 한구석이 차례로 무너져내려
가는 느낌에 흐느껴 울고있는 것이었다.
 
  가와다는 그런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가서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재갈로 물려놓았던 천은 부인의 타액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부인의 턱을 가와다가 들어올렸다.
 
  "어때, 항복했나?"
 
  시즈코 부인은 뜨거운 볼이 한층 더 붉어지며 조용히 눈을 감고 부끄러운
듯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가와다가 싱글거리며,
 
  "굉장히 즐거웠어. 자, 이제, 일의 매듭을 지어보지."
 
  하고 힐끔 찌요 쪽을 보고 비위를 맞추듯이 입을 삐죽여 보였다. 찌요는,
오늘이야말로 오랫동안의 한을 씻어버릴 수 있어서인지, 매우 취해 얼굴에
푸른 기운까지 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오가 말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다시 휘적휘적 시즈코 부인의 옆으로 걸어갔다.
 
  "뭐 하는 사람이야? 많은 손님들 손으로 소변을 받게 하지를 않나, 게다가
창피한 소리만 계속 내고. 결국은…… 호호호. 좋아, 그런 한심한 짓거리나
하고 있는 여자를, 내가 오랫동안 주인으로 섬겼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찌요는 취해서 비틀거리며 토할 듯하다가 갑자기 부인의 붉게 상기된 뺨을
찰싹 때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손님들이 깜짝 놀랐다. 오니겐도 당황해서
찌요를 감싸 안으며 말렸다.
 
  "찌요 부인, 오늘밤은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잖아요. 화나는 일이
있으면 이 공연이 끝나고 나서 해결해도 늦지 않아요. 여기서는 내 얼굴 좀
세워줘요."
 
  오니겐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시즈코 부인의 쇼가 술 취한 찌요에 의해 망쳐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찌요를 달래면서 되돌려보냈다.
 
  "미안해요, 오니겐 씨. 죄송합니다. 손님 여러분. 잠깐 제가 너무 취했나봐요."
 
  찌요는 멋쩍게 웃으며 흐느적거렸다.
 
  "이런 쇼나 하는 주제에 이 여자가 시 건방을 떠는 바람에 부아가 치밀었어요.
자, 이제 계속하시지요, 오니겐 씨."
 
  찌요는 이렇게 변명을 늘어놓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카메라를 집어들고,
계속 서 있는 시즈코 부인의 정면, 측면, 후면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분한 가운데에서도 묘한 쾌감에 빠져드는 야릇한 의식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끈적끈적한 정감을 담은 눈동자를 더욱 슬프게 전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날이 샐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수 없는 극한을 뼈저리게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의 시즈코 부인은 알고 나 있었을까?
 
  이윽고 찌요가 평정을 되찾았다고 판단한 오니겐은, 정감을 담은 눈동자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와,
 
  "자기 혼자 즐거워서는 쇼라고 할 수 없어. 아까부터 눈을 접시만 하게 뜨고
계시는 손님들을 의식해서, 충분히 즐겁게 해드려야 한다. 아까 내가 분장
실에서 가르쳐준 요령대로 이제부터의 연기는 호흡을 잘 맞추어야 한다."
 
  하며, 나른한 도취의 여운에 빠져 있는 시즈코 부인의 귀에 대고 오니겐은
나지막하게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달콤하고 사이 좋은 부부 사이를 연출해 손님들에게 보여주란 말이야."
 
  오니겐은 득의 만만하게 웃으며 몸을 조금 당겼다. 시즈코 부인은 응석을
부리듯이 아름다운 이마를 스테타로의 거칠거칠한 가슴에 기대며,
 
  "훌륭해요, 당신. 능숙하고요. 얄미운 사람."
 
  부인은 스테타로에게 달콤한 포즈를 취하면서 만족과 감사를 표시하고,
 
  "응, 키스해 주세요."
 
  하며 입술을 스테타로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이거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구먼."
 
  관객들은 키들키들 웃었지만, 이런 부인의 달콤한 포즈는 그들의 관능의
심지에 더욱 불을 당겼다.
 
  "과연, 오랫동안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젊은 마나님답게 키스도 기가
막히게 잘하는군."
 
  "그래, 아까 펠라치오도 그랬고, 호호호."
 
  다시오와 찌요가 서로 웃으면서 말하고 있을 때, 시즈코 부인은 스테타로에게서
입술을 떼고 정감을 담은 젖은 눈으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번에는 당신도 즐거워야 해요, 부탁이에요. 시즈코를 완전히 당신 것으로
만들어주세요."
 
  시즈코는 오니겐에게 지시 받은 대로 속삭이며 상아빛 볼을 불게 물들이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살짝 돌렸다. 오니겐이,
 
  "아주 좋았어."
 
  하며 일어서서 관객을 둘러보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앞에 있는, 이 미인이, 손님들이 원하시는,
가장 즐겁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와! 찌요 부인, 축하합니다."
 
  하고 다시오는 웃으면서 찌요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즈코 부인은 조금씩
몸부림을 반복하면서 소극적으로 협조를 보였다.
 
  "이제, 이제 시즈코는 더 이상 못 참겠어요."
 
  하고 자신에게 되뇌듯이 굵은 눈물 방울을 떨구며 신음하듯 내뱉었다.
 
  관객들의 탄성, 악녀들의 조소, 그리고 영사기는 윙윙거리며 돌아간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이 시간을 기다려온 찌요가. 말리는 다시오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일어서서 시즈코 부인의 불같이 뜨거운 얼굴을 쳐다보며, 이 세상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호호호. 기분 최고야. 오늘 같은 날이 오기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가와다도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부인의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찌요와 함께
조롱하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원래 도야마 가의 고용인이었던 이 악마의 자식 같은 남녀에게
좌우로 둘러싸여, 눈물을 흘리면서 표류되어 막다른 곳까지 쫓겨온 것이었다.
찌요와 가와다는 그런 시즈코 부인에게 자신들의 한을 복수하려는 듯이 야유와
조소로 부인의 굴욕감을 한층 자극하려 했지만, 이미 전율에 온몸을 태워버린
시즈코 부인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단말마가 접근해 온 것을 알아차린 시즈코 부인은, 악몽 속을 헤매듯이 촉촉이
젖은 눈을 살짝 뜨고,
 
  "가― 가와다 씨, 찌― 찌요 씨."
 
  하고, 이를 딱딱 부딪치며 좌우에 서 있는 전 고용인 두 사람에게 필사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다― 당신들은 결국 시즈코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고 말았군요. 그― 그래도
시즈코는 당신들을 원망하지 않아요. 결코 원망하지 않아요."
 
  흐느끼는 모습으로 이렇게 말한 시즈코 부인은,
 
  "이번에는 시즈코 혼자서는 싫어요. 약속해주세요. 부탁입니다."
 
  하고, 날카로운 소리로 더듬더듬 말하고 다시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서, 땀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자신의 전신상을, 카메라와 손님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며
자기 자신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부인은 앗
하고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축하해, 젊은 부인. 이제는 완전히 스테타로의 부인이 되었군."
 
  고개를 푹 숙이고 전신을 떨고 있던 시즈코 부인은, 찌요의 조소를 받으면서
훌쩍훌쩍 울었다.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를 흔들면서 애원했다.
 
  "부―부탁입니다.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쉬게 해주세요."
 
  "안돼."
 
  오니겐이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냉정하게 말했다.
 
  "너의 남편은 대단한 정력가라고 몇 번이나 말했나. 이런 남편에게 몸을
맞출 수 있도록 훈련을 쌓아야 해."
 
  시즈코 부인은 계속 울면서 애원을 했지만, 오니겐과 가와다는 빙긋빙긋
웃기만 할 뿐 상대도 하지않았다.
 
  "오늘밤은 우리들이 너에 대한 기록을 남겨주기로 했어. 승부는 이제부터다.
튼튼한 네 몸으로 확실하게 한번 해봐라."
 
  오니겐이 시즈코 부인에게 퍼부어 대자, 부인은 눈앞이 아찔해지고 귀가
울리면서, 딱딱 부딪치는 하얀 이 사이로 흰 거품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하실의 문이 열리고 긴코, 아케미, 모리다 그리고 그들의 부하인 다케다와
호리가와 등이 큰 소리로 서로 떠들면서, 일을 끝낸 게이코와 후미오, 미츠코
세 명을 앞세우고 들어왔다.
 
  "헤헤헤, 세 명 모두 오늘밤에 수고 많았어. 손님들이 아주 즐거워하셨어."
 
  모리다는, 지금까지 뼈가 부서지고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스런 연기와
씨름하고 돌아온 후미오와 미츠코의 지친 얼굴을 보며 만족한 듯이 웃었다.
무대의상을 입은 채로 후미오는, 전발(煎髮 : 여자나 관례 전의 남자아이가
이마 위에 따로 얹은머리)에 훈도시(남성의 음부를 가리기 위한 가늘고 긴
천)를 꼭 매고, 미츠코는 모모와레(머리채를 좌우로 갈라붙여 올린 모양) 머리에,
허리에는 매화꽃이 새겨진 복숭앗빛 유모지(일본 여자들이 목욕할 때 허리에
감던 천)를 차고, 후미오와 같이 손을 뒤로 묶인 모습이었다.
 
  제일 앞에서 걸어오던 모리다는, 전발에 연 분홍빛 훈도시를 차고 있는 게이코의
등을 안고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서 말했다.
 
  "아직 날이 밝기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쉬어라."
 
  그리고, 게이코의 포승줄을 다케다에게 넘긴 모리다는,
 
  "나는 제2회장의 손님들에게 시즈코 부인의 쇼를 보여주러 안내하러 가야
하니까, 내일은 네가 이 아이들에게 연습을 시켜라,"
 
  하고, 긴코에게 지시하고 그대로 지하실을 나가버렸다.
 
  "우리도 시즈코의 쇼를 보러 가자, 긴코 언니."
 
  미츠코의 포승줄을 잡고 있던 아케미가, 후미오의 포승줄을 쥐고있던 긴코에게
말했다.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어요. 내일부터 이 세 명의 훈련에 변화를 주라고
모리다 왕초께서 말씀하셨어."
 
  지하에 내려서서 아케미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긴코에게 되물었다. 5, 6평의
토방 중앙에는 부하들이 광에서 옮겨온 듯한 우리가 놓여져 있다. 다시오가
고안해낸, 미츠코와 후미오의 스위트홈인 것이다. 몸과 마음이 산산이 흐트러질
정도의 굴욕적인 연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제로 하고 돌아온 자신들을,
다시 이 우리 안에 가두려하는 것이다. 미츠코와 후미오는 그 음험한 철제
우리를 앞에 두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긴코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오늘부터 이 우리에 후미오와 미츠코가 들어가야 한다."
 
  하고 미츠코와 후미오의 표정을 살폈다. 그 말을 듣고, 미츠코도 후미오도
몹시 낭패스런 표정으로, 긴코와 아케미를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긴코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후후. 한창 달콤한 신혼 사이인 너희들의 사이를 갈라놓게 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너희들은 상품이니 할 수 없다. 시즈코 부인은 쇼의 상대자가
확실히 정해져 있으니 별도로 치더라도, 쿄오코, 게이코, 미츠코, 사요코 등
네 명의 여자가 있는데, 그 남자 상대역을 혼자서 독차지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모리다 왕초께서도 말씀하셨다. 언제까지나 혼자서만 즐거움을 독차지 할 수는
없잖아?"
 
  "긴코와 아케미가 포승줄을 놓자 후미오와 미츠코는 서로 붙어 지하 창고의
벽돌 벽까지 물러서서, 두 사람의 불량배에게 애원하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부탁입니다. 우리 두 사람을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미츠코는 당황하며 긴코와 아케미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후미오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미츠코를 감싸안으며,
 
  "지금, 우리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는다는 건 누가 시킨 거야? 이런 지옥의
바닥 같은 곳에서 그나마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오직 미츠코, 미츠코 때문이었어."
 
  하하하―. 하고 불량배들은 남자같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너희들이 어느 정도 사랑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서로 사랑하도록 직접 만들어준 것은 우리들이잖아."
 
  후미오와 미츠코는 서로 꼭 안고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불량배들의 시선을
피했다.
 
  "어쨌든, 너희들은 우리의 상품이야. 우리들의 계획에 저항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아케미는 갑자기 토해내듯이 말하고, 두 사람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 미츠코의
포승줄을 낚아챘다.
 
  "앗― 안 돼요. 후미오 씨, 도와주세요."
 
  "미― 미츠코."
 
  후미오는, 아케미에게 끌려가는 미츠코를 엉겁결에 쫓아가려고 했다.
 
  "가만히 못 있겠어? 이 녀석이."
 
  다케다가, 후미오의 양어깨를 뒤에서 낚아챘다.
 
  "너는, 게이코와 함께 이제부터 당분간 우리 안에서 지내라. 떳떳하게 바람을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어? 자, 가라."
 
  다케다가, 후미오를 강제로 철제 우리까지 끌고 오자, 긴코가 우리의 문을
열었다.
 
  "자, 들어가라."
 
  긴코와 다케다는 후미오의 포승줄과 훈도시를 재빠르게 풀고 우리 안으로
밀어 넣었다.
 
  "부탁이다. 미츠코를― 미츠코를 데리고 가지 말아."
 
  "귀찮게 하는군. 오늘부터 새로운 신부를 매일 품을 수 있게 됐잖아. 나는
부러워죽겠는데, 도대체 왜 투덜대는 거야."
 
  철제 우리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전에는 원숭이를
사육하던 우리였다. 허리를 구부린 채, 쇠창살을 붙들고 울부짖고 있는 후미오를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던 다케다과 긴코는, 게이코의 포승줄을 쥐고 있던 호리가와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자, 오늘밤부터 너는 후미오의 새색시다. 스위트 홈으로 들어가라."
 
  게이코도 낭패감에 몸을 떨었지만, 아케미에게 잡혀 있던 미츠코의 낭패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시― 싫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그만―."
 
  미츠코는 격렬하게 몸을 비틀며, 게이코가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미츠코의 힘에, 포승줄을 잡고 있던 아케미가 딸려 들어갈 지경이었다.
 
  "후후후, 이제 보니 미츠코는 질투의 화신이구나. 불쌍하긴 하지만 모리다파의
방침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
 
  분노로 정신을 잃을 지경인 미츠코를 긴코와 아케미가 등뒤에서 양손으로
껴안았다.
 
  "다케다과 호리가와는, 게이코에게 우리 안의 후미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밤부터 이렇게 핸섬한 남자와 같이 살게 되어서 기쁘지?"
 
  "귀여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야. 자, 허리에 찬 것을 풀고 안으로 들어가라."
 
  다케다과 호리가와는 게이코의 훈도시를 풀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용서해주세요."
 
  미소년이 들어가 있는 좁은 우리 안에 알몸으로 내던져진다는 수치감에 게이코는,
얼굴에 화끈 열기가 오르면서 온몸을 움츠렸다. 그것은, 젊은 게이코에게는
많은 사람 앞에서 잔혹한 고문을 당했던 고통보다도 더 큰 고문일는지도 몰랐다.
더구나, 후미오는 미츠코의 애인이 아닌가.
 
  "안 돼요. 들어갈 수 없어요."
 
  미묘한 여심도 요동을 치고, 정신적인 굴욕에 몸부림치며, 게이코는 격렬하게
반항했다.
 
  "얌전히 못 있겠어, 이년아."
 
  다케다는 게이코의 뺨을 손으로 찰싹 때렸다. 그리고 게이코가 잠깐 정신을
잃은 틈을 타, 훈도시를 벗기고, 손을 묶은 결박을 풀어 우리 안으로 던져
넣었다. 사방이 일 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좁은 우리 안에서는 싫어도 서로
몸을 바짝 밀착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미오와 게이코는 등과 등을 꼭
맞대고, 쇠창살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긴코와 아케미들을 증오에 찬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던 미츠코는, 참을 수 없는 슬픔과 질투로 괴롭게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게이코는 쇠창살을 꼭
쥐고 미츠코에게 소리쳤다.
 
  "미츠코 씨, 우리들에게는 아직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안심하세요,
예? 미츠코 씨"
 
  이런 꼴로 있다고 해도, 자신의 의지로 후미오와 정을 맺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러자, 후미오도 쇠창살 안에서 필사적으로 미츠코에게
소리쳤다.
 
  "짐승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거야. 미츠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희망을
버리면 안 돼. 꼭 구출될 날이 올 거야."
 
  긴코와 아케미에게 포승줄을 잡히고 있는 미츠코는 눈물에 젖은 눈을 들면서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흥, 주제넘은 소리들을 하고 있구먼."
 
  다케다는 쇠창살 안을 들여다보면서 토해내듯 내뱉었다.
 
  "짐승 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그래도 너희들은 내일이면 쇼의 스타로서
오니겐 씨에게 훈련을 받아야 할 몸이야. 정신나간 소리는 하지도 마라."
 
  그러자, 이번에는 긴코가 한술 더 떠서 말했다.
 
  "너희들은 어쩔 작정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너희들을 한 마리의 수콤과
암콤이라고 밖에 생각 안 한다. 오늘밤 사이에 그 안에서 확실하게 부부의
연을 맺어두어라. 그러지 않으면 내일부터의 훈련이 어떻게 변할지 나도 책임
못 진다."
 
  위협적으로 윽박지른 긴코는, 미츠코를 휙 돌아보며 말했다.
 
  "미츠코는 내일부터 시즈코처럼 여러 기술을 익혀라. 확실히 해야한다."
 
  아케미가 미츠코의 등을 찌르며,
 
  "자, 가자. 오늘부터 당분간 혼자서 자야 한다."
 
  미츠코는 나지막이 흐느끼면서 아케미가 끄는 대로 감방 쪽으로 걸어갔다.
무거운 철문이 열리자, 그 곳에는 몇 개의 감방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빨리 걸어라"
 
  참을 수 없는 굴욕감과 절망감을 느낀 미츠코는 모든 것을 체념한 차가운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돌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첫 감방 안을 들여다본
아케미는,
 
  "뭐야, 사요코. 아직 안 자고 있었나? 그러면 안 돼. 이제 두세 시간만 지나면
날이 밝을 텐데. 네 훈련은 아홉 시부터다. 조금이라도 자두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올 텐데."
 
  사요코는 감방 구석에서 모포를 감고 원숭이처럼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웨이브가 있는, 비단같이 고운 머리는 흐트러진 채 귀를 덮고 있었다. 사요코는
근심과 공포가 섞여있는 속눈썹이 긴 두 눈을 살짝 들어 불량배들을 바라보았다.
올린 그녀의 처연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본 불량배들은, 끌려가는 미츠코의
어깨를 붙잡고 사요코에게 보이면서,
 
  "네 동생의 애인이다. 꽤 미인이지?"
 
  "아! 미츠코 씨."
 
  사요코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모포를 옆으로 팽개치고는 쇠창살이 있는 곳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아―아, 언니!"
 
  미츠코는. 후미오의 누나를 본 순간, 갑자기 고개를 떨군 채,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 네 동생 후미오와 뒤엉켜 굉장한 연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너도
칭찬 좀 해줘라."
 
  긴코는, 흐느껴 우는 미츠코와 잔뜩 굳어있는 사요코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킥킥 웃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후미오를 독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 오늘밤은 후미오와
미츠코를 떨어 뜨려 놓았더니 외로워서 그러는지 이렇게 서럽게 우네. 너무
서럽게 울면 우리도 약해지는데…… 사요코 네가 이 처녀를 위로해 주지 않겠니?
애인의 동생을 위로해 주는 것은 미츠코도 꽤 기쁜 일이겠지."
 
  "이쪽으로, 이쪽으로. 미츠코 씨를 들여보내 주세요."
 
  사요코는, 긴코와 아케미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미츠코를 자기 감방으로
들여보내 주도록 애원했다.
 
  "후후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우리들 얘기는, 도구를 사용해서 미츠코를
위로해 주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야. 말하자면, 동성 콤비라는 거지."
 
  "넷?"
 
  하는 반문과 함께 사요코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후후후. 뭐, 그 일은 내일 네 연습 시간에 천천히 상의하기로 하지. 자,
미츠코, 가자."
 
  긴코는, 다시 미츠코의 등을 떠밀며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장 안쪽의 감방은, 시즈코 부인이 들어가 있던, 네 평 남짓한 넓이의 어두운
벽돌 방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지금쯤 스테타로와, 열연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아침이
되어야 돌아올 거야. 이 감방을 네가 잠시 빌려서, 푹 자두도록 해라."
 
  긴코와 아케미는, 미츠코의 포승을 풀어 감방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잠갔다.
 
  "너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으니, 유모지를 벗기지는 않겠다. 그 대신에,
그 모모와레는 계속 달고 있어라."
 
  긴코와 아케미는 이렇게 말하고,
 
  "자, 시즈코 부인의 열연을 보러 가볼까."
 
  하며 지하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무서운 정적이 찾아왔다. 복도에 하나
걸려 있는 백열등만이 쇠창살의 그림자를 감방 안으로 비추고 있었다. 미츠코는
가슴을 두 손으로 누르면서, 벽에 기대고, 참을 수 없는 고독감에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내일부터는 어떤 고통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후미오와
함께 연기해야 하는 짐승보다 못한 행위. 그러나, 그 행위에 자신을 몰입시켜
연기하고 있는 동안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 어두운 감방
안에 감금되자, 지금까지 비몽사몽간에 연기해온 여러 가지 굴욕적인 행위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 미츠코의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미츠코가 괴로운 것은 후미오와 헤어져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후미오는
지금 게이코와 함께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자, 자신도 이상할 정도로,
미츠코의 마음은 질투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아―후미오 씨."
 
  미츠코는,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파는 듯한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절망적으로 울다가 지친 미츠코는 어느틈엔가 잠이 들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자, 쇠창살 너머에서 긴코와 아케미가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자고 있는 거야? 벌써 아침 아홉 시다."
 
  크게 하품을 하면서 쇠창살의 자물쇠를 풀었다. 문은 쇳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자, 나와라. 이제부터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지."
 
  하고, 두 명의 불량배는 턱을 치켜들며 미츠코에게 명령했다.
 
  "어― 어디로 가는 거예요?"
 
  미츠코는 무언가 흉계가 담겨 있는 듯한 불량배들의 음험한 미소를 보고
공포를 느끼며 물었다
 
  "물 꾸물대고 있는 거야? 아홉 시부터 연습을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아케미가 갑자기 위압적으로 소리질렀다. 깜짝 놀란 미츠코가 감방을 나오자,
 
  "이층 국화 룸으로 간다. 너에게 훈련을 시킬 훌륭한 조교 분들이 두분 기다리고
계신다."
 
  두 명의 불량배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으며, 미츠코의 등을 밀었다.
미츠코는 복도를 걸어가며 다른 감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사요코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요코는 벌써 조교실로 갔다. 너도 빨리 서둘러라."
 
  토방에 있는 원숭이 우리 안을 들여다본 미츠코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긴코를
보았다. 우리 안에 후미오와 게이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벌써 콤비가 되어 훈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자 미츠코의
가슴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자, 빨리 걸어라."
 
  하고 다시 불량배들이 등을 밀자, 미츠코는 몸을 구부리고 지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츠코는 열려 있는 장지문을 통해 다다미 여덟 장 넓이의
일본식 방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순간, 미츠코는 짧은 비명과 함께 온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방의
중앙에는 이불이 깔려 있고 그 위에, 후미오와 게이코가 천장에 연결되어 있는
로프에 묶여 있는 것이었다. 두개의 로프는 거의 닿을 듯이 나란히 내려와,
그 로프에 묶여 있는 후미오와 게이코는 서로 몸이 맞닿아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기대고 고개를 푹 떨군 채, 굴욕감으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제부터 이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히 맺어주어야겠다. 네가 입회인이 되야
한다."
 
  아케미는 이렇게 말하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미츠코의 하얀 볼을 유쾌한
듯이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이었다. 
  
<49. 수치의 천장 거울>
  
  사요코가 다케다와 호리가와에게 끌려간 곳은, 츠무라 요시오가 쓰고 있는,
이층의 서양식 침실이었다.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사요코를 바닥에 앉히고,
포승줄 끝을 침대 다리에 묶었다.
 
  "백주의 훈련인가? 헤헤헤, 열심히 해서 귀여움 받아야 한다."
 
  두 명의 졸개들이 돌아간 후, 사요코는 무릎을 세우고 앉아 결박당한 몸을
조금씩 흔들며 흐느꼈다. 백주의 훈련인가 하는 졸개들의 말을 생각하면서
자기가 이곳에 끌려온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사요코는 혹시…….
하는 생각에 몸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요시오가 들어왔다.
 
  "기분이 어떠신가, 아가씨?"
 
  잠옷 바람의 요시오는, 침대 다리에 연결돼 있는 사요코를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크게 기지개를 켜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이 방 분위기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뭐야, 아직 떨고 있잖아!
하하하. 하지만 그렇게 순진한 모습을 보니 더 귀여운걸."
 
  요시오는, 테이블 위에서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입에 물면서 사요코의 앞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사요코는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꼭 깨물며, 그 투명한
맑은 눈을 요시오에게 돌렸다.
 
  부드러운 밤색 머리, 도자기같이 하얀 어깨에서 몇 줄의 삼베 끈에 감긴
불룩한 가슴,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우아한 곡선, 요시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응시하며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렇게 굳어 있을 필요 없잖아. 왜 그렇게 감추고 있는 거야?"
 
  "요시오는, 사요코가 가장 부끄러운 곳을 가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해,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하하하. 쓸데없는 노력은 안 하는 게 좋아. 너는 이제부터 이 더블 침대에
단단히 묶일 테니까."
 
  이 말을 들은 사요코는, 꼭 붙인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더욱 몸을 구부리다가,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졌다.
 
  "츠― 츠무라 씨."
 
  "뭐야, 갑자기 무서운 표정을 하고?"
 
  "이, 이 지옥의 바닥에 나를 떨어뜨리고도 아직도 성이 차지 않았나요? 그리고도
또 뭐가 모자라서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자기를 이 지옥에서 구해 주겠다고 속여 처녀성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오 패들에게 팔아 넘기고도 태연한 이 비열한 남자. 수 없는 모욕을 당한
몸이지만, 요시오의 득의 만만한 미소를 보자 참을 수 없는 반항 감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이 분노로 가늘게 떨렸다.
 
  "너는 오니겐 씨와 긴코들에게 훈련을 받고 지금 이 만큼씩이나 성장한 게
아니냐. 그리고 오늘은, 내가 한 가지 대리 임무를 맡아서 너를 훈련시키기로
되어 있다."
 
  "안 돼, 안 돼요."
 
  사요코는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몸은 당신들 마음대로 한다 해도, 마음만은……."
 
  "우치무라 하루오의 것이라는 말인가?"
 
  요시오는 변함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리석같이 차가운 사요코의 표정을
즐기고 있었다.
 
  "그 우치무라 군이 네 마음의 선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던데."
 
  그 말을 듣고 사요코는 낭패한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입을 부들부들 떨고,
고개를 푹 떨군 채 다시 훌쩍거리기 시작하는 사요코를, 요시오는 고소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하자쿠라단의 마리에게 그 집에 가서 정찰을 하라고 해두었지. 우치무라는,
그 소포를 받아들고 미친 듯이 안절부절못했다 데. 물론, 그 일대를 샅샅이
뒤지고 여러 곳에 탐사를 의뢰했다지만 이곳을 찾을 수야 없지."
 
  기분 좋게 말한 요시오는, 큰 소리로 웃었다. 사요코는 핏기가 가신 창백한
얼굴로 침대 다리에 묶인 채, 우는 것이었다. 그와 같이 부끄러운 물건이,
하루오 앞으로 직접 보내졌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함께, 굴욕과
수치감에 몸을 떨었다.
 
  "당신은, 너무, 너무나 무서운 사람이에요."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는 머리를 흔들면서 정신없이 울고 있는 사요코의
백자같이 하얀 어깨를 요시오가 뒤에서 꼭 쥐며 말했다.
 
  "너는 이미 옛 애인 앞에 설 수 없는 몸이야. 옛날 일은 다 잊어버리고 현재의
운명에 따르도록 해라. 알겠나?"
 
  들썩이는 사요코의 눈같이 하얀 등과 어깨에 가볍게 입을 맞춘 요시오는,
벌떡 일어서 상의 주머니에서 소형 권총을 꺼내, 오열하고 있는 사요코의 봉긋한
유방에 총구를 댔다. 차가운 금속 감촉에 고개를 쳐든 사요코는,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부탁입니다 요시오 씨. 차라리 그 총으로 저를 쏴 주세요. 망설이지 말고
저를 죽여주셔요. 어서요."
 
  사요코는, 요시오의 권총에 몸을 바짝 들이밀며 계속 재촉했다.
 
  "이제 더 이상 사요코는 이런 수치를 견딜힘이 없어요. 부탁입니다. 사요코를
쏴주세요."
 
  "농담이 아니야. 아가씨는 시즈코 부인의 뒤를 이을 모리다파의 돈 덩어리다.
그 사실을 잊으면 곤란해. 귀중한 상품을 스스로 파괴해버릴 바보가 어디 있겠나?"
 
  요시오는 권총을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이걸 사용해야 할 사람은 아가씨의 옛 애인이야. 우치무라에게 한발 탕―
하하하. 살인 청부업자까지 준비를 다 해두었지."
 
  "옛?"
 
  사요코는 깜짝 놀라며 요시오의 얼굴을 보았다.
 
  "물론 애인을 유괴 당하고 허둥대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집요하게 추적을
해온단 말이야.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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