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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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애수의 아름다운 꽃>
만 좌중에서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의 조교 쇼가 시작되었다. 이 일종의 이상한
분위기 속에 푹 잠긴 구경꾼들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번뜩이는 시선을 한곳에
집중하였다.
"저어, 사요코! 적당히 하지 않아도 돼. 좀더 과격하게 움직여!"
헉― 헉― 하고 뜨겁게 헐떡이면서 시즈코 부인은 끈끈한 비지땀이 맺힌
이마를 찌푸리고 사요코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찔러 넣기만 해선 안 돼. 후비듯이 휘저어야 하는 거야."
긴코 일행은 기합을 넣듯이 사요코에게 퍼부어 댔다.
"언니, 아프지 않아? 응, 괜찮아?"
사요코는 여자들의 성화에 유리 막대를 세게 휘저으며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사요코."
부인은 어금니를 깨물고 고통을 견디면서 항문의 부드러워진 근육을 수축시켜
조임과 함께 매달린 양 넓적다리와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어 고문 기구를
다시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런 일을 네게 시키다니,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
그렇게 중얼거린 시즈코 부인은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좌우로 꼬며, 그러나
그곳은 사요코의 손동작에 호응하듯이 엉덩이를 활 모양으로 그리며 물결치고
있었다.
오니겐이 종이상자에 들어 있던 탁구공을 갖고 와서 아무렇게나 그 주위에
굴렸다. 다음은 저런 것을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부인의 몸 안에 넣을 작정이구나
하고 생각하자 사요코는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봐, 사요코, 그쯤에서 부인의 혀를 빨아주지 그래. 그렇게 해주는 것도
고통을 멎게 하는 묘약이 되거든."
긴코는 사요코의 어깨를 뒤에서 흔들며 말했다.
사요코는 긴코의 말을 듣자 얼빠진 표정으로 비틀비틀 부인의 상반신으로
다가갔다.
"언니!"
"아아, 사요코!"
부인과 사요코는 거센 슬픔을 서로 터뜨리며 얼굴을 포개고, 입술과 입술을
힘있게 맞대었다.
탐하듯이 혀와 혀를 뒤얽고 서로 힘껏 빠는 부인과 사요코를 본 긴코 일행은
손뼉을 치며 야단법석이었다.
엉덩이 깊숙이 꼬리처럼 유리 막대를 찔러 넣은 채로 사요코에게 혀를 빨리고
있는 부인이 여자들의 눈에는 통쾌하기 그지없는 광경으로 비쳤다.
부인의 양 볼을 두 손으로 누르며 입술을 포개고, 미친 듯이 혀를 빨던 사요코는
오니겐의 지시에 따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유리 막대의 조작을 반복하였다.
"좀더 힘있고 짧게 찔러대야지. 이제부터 부인의 그곳에 탁구공을 몇 개고
집어넣을 거야. 충분히 구멍을 넓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조교 하기가 어려워지는
법이야."
오니겐의 말에 사요코는 어쩔 수 없이 격렬하게 고문 기구를 놀리기 시작하였다.
부인은 목덜미를 크게 젖히고, 으윽! 하고 신음하며 사요코의 거센 공격에
맞추어 거칠게 헐떡이면서 엉덩이를 크게 요동쳤다.
"아아, 사요코! 놀리지 말아 줘, 놀리면 싫어!"
부인은 띄엄띄엄 애원하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상층의 음부가 다시
녹아내려 엄청난 수액을 쏟아내고 있음을 지각하고, 사요코에게 그것을 사과하는
것이었다.
"부끄러워, 이런 몰골을 네게 보이다니,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
부인은 입술을 덜덜 떨면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요코는 완전히 도착 상태에 빠져,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공중을
향해 벌어진 부인의 가랑이로 갑자기 얼굴을 떨구었다.
"아앗! 그런, 안 돼, 사요코!"
사요코의 혀끝이 그 뜨거운 점막의 안쪽을 파고들며 침입한 사실을 깨달은
부인은 귀청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언니 혼자 부끄럽게 놔두지 않을래. 나도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할 수 있어."
사요코는 부인의 음모를 적실 만큼 뿜어 나오는 질 액을 모조리 핥으려는지
혀끝과 입술을 정신없이 놀리고 있었다.
"사요코도 제법 능숙해졌는데!?"
오니겐이 긴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들이 훈련을 잘 시킨 덕분이지."
긴코가 으스대며 대답하였다.
"좋아, 그 정도로 됐겠지. 뒤는 이쪽 프로에게 맡겨."
오니겐은 사요코의 매끄러운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 행위를 중단시켰다.
"수고했어, 사요코. 덕분에 뒷일이 쉬워졌어."
하루다로가 망연한 사요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음은 이런 것을 부인에게 넣을 거야."
하루다로가 손가락으로 집은 탁구공을 사요코에게 보이고 나서, 나츠다로와
함께 다시, 부인의 하복부로 다가가 깊숙이 넣어져 있는 유리 막대를 천천히
뺐다.
유리 막대에 엷게 피가 묻어 있었는데, 힐끔 그것을 보고도 하루다로는 냉담한
표정으로,
"보통이라면 좀더 출혈했을 텐데, 이 정도로 끝난 것은 부인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라고 주절주절 떠들며 그 벌겋게 팽창한 항문 부분에 물약을 재빨리 바르고,
탈지면을 사용해서 가볍게 문질렀다.
"그전에 잠깐, 부인에게 알려둘 일이 있어. 치하라류 꽃꽂이의 영양에 관한
일이야. 치하라류의 후원 회장인 오리하라 다마에와 치하라미사에, 이 두 사람은
부인이 이렇게 열연해주시는 대가로 유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죠."
찌요의 그 말에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고 시즈코 부인이 눈을 떴다.
"그런데 다시로 사장님의 마음이 바뀌셔서 오츠카 쥰코 여사의 의뢰를 승낙하셨어."
"안됐지만, 그 두 사람 벌써 우리들의 그물에 걸려들어 이 저택에 감금되어
있어." 하는 찌요의 말이 떨어지자.
"뭐, 뭐라고욧!"
시즈코 부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뺨이 공포로 굳어졌다.
"찌요 씨, 그렇게 굳게 나와 약속해놓고."
시즈코 부인은 증오의 눈으로 찌요를 쏘아보며, 분통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 무서운 얼굴. 하지만 부인처럼 미인이 화내는 모습은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요염해 보이는걸."
찌요는 그렇게 말하면서 베개에 얹혀진 부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 음흉하게
웃었다.
미사에만은 그들의 희생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오욕의 조교를 받아들였는데,
결국은 악마들에게 배신당하고 그 비통한 심정 가운데 다시 오욕의 극치로
내몰리는 이 원통함. 부인은 광란할 것 같은 자신을 필사적으로 추스르며,
커다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하루다로와 나츠다로의 교묘한 손놀림에
의해 음란한 항문을 벌리고, 서서히 하얀 탁구공을 삼켜갔다.
"생각보다 잘 되어갈 것 같아. 반정도 들어갔으니까, 다시 한번 힘을 내."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하얀 끝이 약간 내비치는 그것을 점토 놀이라도 하는
양 손가락으로 밀어, 가까스로 한 개를 채워 넣자 환성을 질렀다.
치하라 미사에와 오리하라 다마에는 다시로가 가끔, 비밀 회원들을 모아
쇼를 개최하는 광의 지하에 감금되어 있었다. 그 광은 일찍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만 좌중에서 수모를 겪고, 미츠코와 후미오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기를 강요받던 장소이다.
다시로는 이 광의 지하에 쇼에 출연하는 노예를 위한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두 개의 감옥을 신축하였다. 두 사람 모두 다섯 평 정도의 넓이에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지만, 튼튼한 쇠창살로 밖과는 격리되어 있었다.
그 한 감옥에 미사에와 다마에 부인이 함께 감금되어 있다. 이곳에 갇히고
나서, 이미 두세 시간이 지난 듯했다. 두 사람 모두 끈은 풀려 있었지만 살아
있는 심정이 아닌 마음으로, 미사에는 다마에 부인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아주머니, 우리들 무사히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요. 네, 아주머니."
미사에는 비통한 표정으로 다마에 부인의 무릎을 흔들었다.
"오늘 하루만 참아요. 아가씨. 저 패거리들은 치하라류의 오늘 열리는 회를
방해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어요. 아가씨의 몸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다마에 부인은 무서워 떨고 있는 미사에를 그런 식으로 달랬지만, 다마에
부인도 공포와 불안을 참을 수 없었다.
이때 지하 계단을 내려오는 몇 사람인가의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서로 몸을 기대고 감옥 구석으로 뒷걸음질쳤다. 내려온 것은
오츠카 쥰코로, 그 뒤를 가와다와 요시자와가 호위군처럼 따라붙었다.
다마에 부인은 쥰코를 보자, 분노의 빛을 인광처럼 눈동자 저변에 깔고 약점을
보여서는 진다는 생각으로 억제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언제 우리들을 이곳에서 풀어주실 건가요. 분명하게 말씀해주세요."
"글쎄, 그게." 하고 말할 뿐 쥰코는 빙그레 웃으며 가와다와 요시자와 쪽을
보고,
"얌전하게 계시면, 결코 나쁘게는 하진 않을 거야."
라고 말하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단, 우리가 풀어주기 전에 섣불리 안달복달해서, 이곳에서 도망치려는 따위의
짓을 했다간 묵과하지 않을 거야. 두 사람 모두 두 번 다시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알몸으로 만들겠어. 잘 기억해둬."
"그럼, 뒷일을 부탁해." 하고 쥰코가 의미있는 미소를 남기고 지하실에서
나가자, 가와다는 문득 입가에 위협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고, 쇠창살 사이로
다마에 부인을 주시하였다.
"이렇게 되면 서둘러서 말해봤자 소용없겠지. 확실하게 알려주지."
가와다는 주머니에서 몇 장인가의 사진을 꺼내,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아무렇게나
쇠창살 안으로 던져 넣었다.
"잘 봐. 그게 도야마가 부인의 근황이야. 너희들도 도망가다 붙잡히면 그
꼴이 될 거야, 명심해."
다마에 부인은 던져진 사진 한 장을 손에 들었지만, 순간 앗 하고 소리를
지르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다마에 부인의 얼굴도 목도 순식간에 새빨갛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미사에가 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주워
모아 가와다를 향해 던졌다.
"무슨 짓거리야!"
요시자와가 눈을 부라렸지만, 가와다는 자신의 얼굴에 맞고 흩어진 사진을
천천히 주워 모으면서,
"어때, 이것으로 대충 도야마 부인의 일상을 알았을 거야."
하며 사진 한 장을 손에 들고, "이거 상당히 잘 찍었잖아? 자, 아가씨 잘
보라고."
하고 쇠창살 사이로 그것을 다시 한번 밀어 넣으려고 하였다.
"보지 말아요! 아가씨!"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의 얼굴을 소맷자락으로 가리며 감옥의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이런 사진은 이 방면의 전문가도 혀를 내두르지. 어쨌든 결박된 여자와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도 드물지만, 이 정도의 미인 스타는 어지간해서 얻기 힘든
상품이거든.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서 날개 돋친 듯 팔릴 거야."
가와다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요시자와 형은 아가씨 쪽이 좋겠지? 나는 부인이 마음에 들었어."
가와다는 요시자와 쪽을 보고 한쪽 눈을 찡긋하자,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쇠창살의 자물쇠에 꽂았다.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화들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어차피 너희들은 모리다파의 상품이 될 거야. 잠시 우리들을 즐겁게 해준다고
해서, 큰일날 것은 없겠지."
요시자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며, 음탕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미사에에게
접근하였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다마에는 미사에를 뒤로 감싸며 요시자와와 가와다를 절박한 눈으로 쳐다보며,
한 발 한 발 뒷걸음질쳤다.
"부인 쪽은 내가 귀여워 해줄게. 자, 가지."
가와다가 다마에의 손을 잡으려고 하였다.
"지, 짐승!"
다마에는 가와다의 손을 뿌리치고 미사에의 손을 잡자, 감옥 밖으로 도망치려고
하였다.
"그렇게는 안 돼지!"
요시자와가 뒤에서 미사에의 소맷자락을 낚아챘다.
"앗, 싫어!"
요시자와가 몸에 뒤얽혀오자 미사에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기모노의 앞자락이
크게 벌어지고, 엷은 주홍색의 속치마가 나부꼈다. 미사에의 옷깃을 잡아 그
자리에 잡아 앉히려고 한 요시자와는 허리띠로 손을 뻗었다.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를 감싸려고 그 사이에 끼여들어 요시자와에게 몸을
부딪쳤다.
"이년이!"
요시자와는 그 여세에 휩쓸려 뒤에 있는 가와다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넘어졌는데, 그때 잠바의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권총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퍼뜩 다마에 부인은 숨을 삼키고 잽싸게 그 권총을 집어들었다.
"앗!"
요시자와도 가와다도 안색이 바뀌었다.
"움직이지 마! 나 역시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이 방아쇠 정도는 당길 수
있어."
다마에 부인은 크게 어깨로 숨을 헐떡이면서, 두 손으로 권총을 쥐고 가와다와
요시자와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태도에 따라서는 정말로 방아쇠를 당길 법한
다마에 부인의 표정에 가와다도 요시자와도 떨며한 발짝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다마에 부인은 두 사내에게 총구를 향한 채 미사에의 손을 잡고 감옥 문을
빠져나가 밖으로 도망쳤다.
"아가씨! 자 어서!"
다마에 부인은 공포로 와들와들 떨고 있는 미사에를 꾸짖듯이 재촉하며 지하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젠장 할, 여기에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가와다와 요시자와가 필사적인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뒤를 쫓아갔다.
"아아, 아주머니! 더 이상, 뛰지 못하겠어요!"
미사에는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고 말았다.
"안 돼요. 네, 아가씨, 기운을 내요!"
다마에 부인은 널브러져 있는 미사에의 어깨를 흔들었다.
"빌어먹을, 저기에 있어!"
이내 코앞에 모습을 나타낸 가와다를 본 다마에 부인은 가슴이 철렁하여
총구를 들이댔다. 그러나 가와다는 코웃음을 치며 돌진해왔다.
다마에 부인이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빌어먹을, 잘도 쐈겠다!"
운 좋게 탄환은 손등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도, 피가 많이 흐르자
가와다는 과장된 비명을 지르며 그 주위를 괴로움에 떼굴떼굴 뒹굴었다. 요시자와가
달려와 그런 가와다를 부축해 일으켰다.
"정신차려. 큰 부상은 아냐."
요시자와는 가와다의 손을 목에 걸고 일단 대나무 숲 밖으로 옮겼다.
"여자라도 사생결단 하게 되면 무서운 법이야. 모두에게 지원을 부탁해서,
이 대나무 숲을 에워싸야겠어."
요시자와가 그렇게 말하고, 가와다의 손의 출혈을 막기 위해 손수건을 꽉
묶고,
"잘 지키고 있어."
라는 말을 내뱉고, 저택 쪽으로 달려갔다.
가와다는 부아가 치민 듯이 혀를 차며 대나무 숲 속을 향해 소리쳤다.
"각오해! 이번에 잡히면 마지막이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각오해 둬!"
그런 가와다의 소리를 대나무 숲 한가운데서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서로
꼭 부둥켜안은 채 허탈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아주머니, 미사에를 살아있는 채로 저 무서운 사람들 손에 내주지 말아요.
차라리 미사에를 이곳에서……."
미사에는 흐느껴 울면서, 다마에 부인의 손을 쥐었다.
"무슨 말씀이에요. 아가씨의 몸은 제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드리겠어요.
그런 나약한 소리 하지 말아요. 그것보다 어떡하든 이곳에서 도망쳐야 해요."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의 어깨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려고 하였다. 미사에도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는데. 아까 걸려서 넘어졌을 때에 발을 삐었는지 서너
발짝 버선발로 땅 위를 내디뎠지만, 견디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만 좌중에서 시즈코 부인과 사요코의 조교 쇼가 시작되었다. 이 일종의 이상한
분위기 속에 푹 잠긴 구경꾼들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번뜩이는 시선을 한곳에
집중하였다.
"저어, 사요코! 적당히 하지 않아도 돼. 좀더 과격하게 움직여!"
헉― 헉― 하고 뜨겁게 헐떡이면서 시즈코 부인은 끈끈한 비지땀이 맺힌
이마를 찌푸리고 사요코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찔러 넣기만 해선 안 돼. 후비듯이 휘저어야 하는 거야."
긴코 일행은 기합을 넣듯이 사요코에게 퍼부어 댔다.
"언니, 아프지 않아? 응, 괜찮아?"
사요코는 여자들의 성화에 유리 막대를 세게 휘저으며 떨리는 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사요코."
부인은 어금니를 깨물고 고통을 견디면서 항문의 부드러워진 근육을 수축시켜
조임과 함께 매달린 양 넓적다리와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어 고문 기구를
다시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런 일을 네게 시키다니,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
그렇게 중얼거린 시즈코 부인은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좌우로 꼬며, 그러나
그곳은 사요코의 손동작에 호응하듯이 엉덩이를 활 모양으로 그리며 물결치고
있었다.
오니겐이 종이상자에 들어 있던 탁구공을 갖고 와서 아무렇게나 그 주위에
굴렸다. 다음은 저런 것을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부인의 몸 안에 넣을 작정이구나
하고 생각하자 사요코는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봐, 사요코, 그쯤에서 부인의 혀를 빨아주지 그래. 그렇게 해주는 것도
고통을 멎게 하는 묘약이 되거든."
긴코는 사요코의 어깨를 뒤에서 흔들며 말했다.
사요코는 긴코의 말을 듣자 얼빠진 표정으로 비틀비틀 부인의 상반신으로
다가갔다.
"언니!"
"아아, 사요코!"
부인과 사요코는 거센 슬픔을 서로 터뜨리며 얼굴을 포개고, 입술과 입술을
힘있게 맞대었다.
탐하듯이 혀와 혀를 뒤얽고 서로 힘껏 빠는 부인과 사요코를 본 긴코 일행은
손뼉을 치며 야단법석이었다.
엉덩이 깊숙이 꼬리처럼 유리 막대를 찔러 넣은 채로 사요코에게 혀를 빨리고
있는 부인이 여자들의 눈에는 통쾌하기 그지없는 광경으로 비쳤다.
부인의 양 볼을 두 손으로 누르며 입술을 포개고, 미친 듯이 혀를 빨던 사요코는
오니겐의 지시에 따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유리 막대의 조작을 반복하였다.
"좀더 힘있고 짧게 찔러대야지. 이제부터 부인의 그곳에 탁구공을 몇 개고
집어넣을 거야. 충분히 구멍을 넓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조교 하기가 어려워지는
법이야."
오니겐의 말에 사요코는 어쩔 수 없이 격렬하게 고문 기구를 놀리기 시작하였다.
부인은 목덜미를 크게 젖히고, 으윽! 하고 신음하며 사요코의 거센 공격에
맞추어 거칠게 헐떡이면서 엉덩이를 크게 요동쳤다.
"아아, 사요코! 놀리지 말아 줘, 놀리면 싫어!"
부인은 띄엄띄엄 애원하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상층의 음부가 다시
녹아내려 엄청난 수액을 쏟아내고 있음을 지각하고, 사요코에게 그것을 사과하는
것이었다.
"부끄러워, 이런 몰골을 네게 보이다니,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
부인은 입술을 덜덜 떨면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요코는 완전히 도착 상태에 빠져,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공중을
향해 벌어진 부인의 가랑이로 갑자기 얼굴을 떨구었다.
"아앗! 그런, 안 돼, 사요코!"
사요코의 혀끝이 그 뜨거운 점막의 안쪽을 파고들며 침입한 사실을 깨달은
부인은 귀청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언니 혼자 부끄럽게 놔두지 않을래. 나도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할 수 있어."
사요코는 부인의 음모를 적실 만큼 뿜어 나오는 질 액을 모조리 핥으려는지
혀끝과 입술을 정신없이 놀리고 있었다.
"사요코도 제법 능숙해졌는데!?"
오니겐이 긴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들이 훈련을 잘 시킨 덕분이지."
긴코가 으스대며 대답하였다.
"좋아, 그 정도로 됐겠지. 뒤는 이쪽 프로에게 맡겨."
오니겐은 사요코의 매끄러운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 행위를 중단시켰다.
"수고했어, 사요코. 덕분에 뒷일이 쉬워졌어."
하루다로가 망연한 사요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음은 이런 것을 부인에게 넣을 거야."
하루다로가 손가락으로 집은 탁구공을 사요코에게 보이고 나서, 나츠다로와
함께 다시, 부인의 하복부로 다가가 깊숙이 넣어져 있는 유리 막대를 천천히
뺐다.
유리 막대에 엷게 피가 묻어 있었는데, 힐끔 그것을 보고도 하루다로는 냉담한
표정으로,
"보통이라면 좀더 출혈했을 텐데, 이 정도로 끝난 것은 부인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라고 주절주절 떠들며 그 벌겋게 팽창한 항문 부분에 물약을 재빨리 바르고,
탈지면을 사용해서 가볍게 문질렀다.
"그전에 잠깐, 부인에게 알려둘 일이 있어. 치하라류 꽃꽂이의 영양에 관한
일이야. 치하라류의 후원 회장인 오리하라 다마에와 치하라미사에, 이 두 사람은
부인이 이렇게 열연해주시는 대가로 유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죠."
찌요의 그 말에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고 시즈코 부인이 눈을 떴다.
"그런데 다시로 사장님의 마음이 바뀌셔서 오츠카 쥰코 여사의 의뢰를 승낙하셨어."
"안됐지만, 그 두 사람 벌써 우리들의 그물에 걸려들어 이 저택에 감금되어
있어." 하는 찌요의 말이 떨어지자.
"뭐, 뭐라고욧!"
시즈코 부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뺨이 공포로 굳어졌다.
"찌요 씨, 그렇게 굳게 나와 약속해놓고."
시즈코 부인은 증오의 눈으로 찌요를 쏘아보며, 분통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 무서운 얼굴. 하지만 부인처럼 미인이 화내는 모습은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요염해 보이는걸."
찌요는 그렇게 말하면서 베개에 얹혀진 부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 음흉하게
웃었다.
미사에만은 그들의 희생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오욕의 조교를 받아들였는데,
결국은 악마들에게 배신당하고 그 비통한 심정 가운데 다시 오욕의 극치로
내몰리는 이 원통함. 부인은 광란할 것 같은 자신을 필사적으로 추스르며,
커다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하루다로와 나츠다로의 교묘한 손놀림에
의해 음란한 항문을 벌리고, 서서히 하얀 탁구공을 삼켜갔다.
"생각보다 잘 되어갈 것 같아. 반정도 들어갔으니까, 다시 한번 힘을 내."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하얀 끝이 약간 내비치는 그것을 점토 놀이라도 하는
양 손가락으로 밀어, 가까스로 한 개를 채워 넣자 환성을 질렀다.
치하라 미사에와 오리하라 다마에는 다시로가 가끔, 비밀 회원들을 모아
쇼를 개최하는 광의 지하에 감금되어 있었다. 그 광은 일찍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만 좌중에서 수모를 겪고, 미츠코와 후미오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기를 강요받던 장소이다.
다시로는 이 광의 지하에 쇼에 출연하는 노예를 위한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두 개의 감옥을 신축하였다. 두 사람 모두 다섯 평 정도의 넓이에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지만, 튼튼한 쇠창살로 밖과는 격리되어 있었다.
그 한 감옥에 미사에와 다마에 부인이 함께 감금되어 있다. 이곳에 갇히고
나서, 이미 두세 시간이 지난 듯했다. 두 사람 모두 끈은 풀려 있었지만 살아
있는 심정이 아닌 마음으로, 미사에는 다마에 부인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아주머니, 우리들 무사히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요. 네, 아주머니."
미사에는 비통한 표정으로 다마에 부인의 무릎을 흔들었다.
"오늘 하루만 참아요. 아가씨. 저 패거리들은 치하라류의 오늘 열리는 회를
방해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어요. 아가씨의 몸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다마에 부인은 무서워 떨고 있는 미사에를 그런 식으로 달랬지만, 다마에
부인도 공포와 불안을 참을 수 없었다.
이때 지하 계단을 내려오는 몇 사람인가의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서로 몸을 기대고 감옥 구석으로 뒷걸음질쳤다. 내려온 것은
오츠카 쥰코로, 그 뒤를 가와다와 요시자와가 호위군처럼 따라붙었다.
다마에 부인은 쥰코를 보자, 분노의 빛을 인광처럼 눈동자 저변에 깔고 약점을
보여서는 진다는 생각으로 억제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언제 우리들을 이곳에서 풀어주실 건가요. 분명하게 말씀해주세요."
"글쎄, 그게." 하고 말할 뿐 쥰코는 빙그레 웃으며 가와다와 요시자와 쪽을
보고,
"얌전하게 계시면, 결코 나쁘게는 하진 않을 거야."
라고 말하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단, 우리가 풀어주기 전에 섣불리 안달복달해서, 이곳에서 도망치려는 따위의
짓을 했다간 묵과하지 않을 거야. 두 사람 모두 두 번 다시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알몸으로 만들겠어. 잘 기억해둬."
"그럼, 뒷일을 부탁해." 하고 쥰코가 의미있는 미소를 남기고 지하실에서
나가자, 가와다는 문득 입가에 위협적인 그림자를 드리우고, 쇠창살 사이로
다마에 부인을 주시하였다.
"이렇게 되면 서둘러서 말해봤자 소용없겠지. 확실하게 알려주지."
가와다는 주머니에서 몇 장인가의 사진을 꺼내,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아무렇게나
쇠창살 안으로 던져 넣었다.
"잘 봐. 그게 도야마가 부인의 근황이야. 너희들도 도망가다 붙잡히면 그
꼴이 될 거야, 명심해."
다마에 부인은 던져진 사진 한 장을 손에 들었지만, 순간 앗 하고 소리를
지르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다마에 부인의 얼굴도 목도 순식간에 새빨갛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미사에가 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주워
모아 가와다를 향해 던졌다.
"무슨 짓거리야!"
요시자와가 눈을 부라렸지만, 가와다는 자신의 얼굴에 맞고 흩어진 사진을
천천히 주워 모으면서,
"어때, 이것으로 대충 도야마 부인의 일상을 알았을 거야."
하며 사진 한 장을 손에 들고, "이거 상당히 잘 찍었잖아? 자, 아가씨 잘
보라고."
하고 쇠창살 사이로 그것을 다시 한번 밀어 넣으려고 하였다.
"보지 말아요! 아가씨!"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의 얼굴을 소맷자락으로 가리며 감옥의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이런 사진은 이 방면의 전문가도 혀를 내두르지. 어쨌든 결박된 여자와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도 드물지만, 이 정도의 미인 스타는 어지간해서 얻기 힘든
상품이거든.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서 날개 돋친 듯 팔릴 거야."
가와다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요시자와 형은 아가씨 쪽이 좋겠지? 나는 부인이 마음에 들었어."
가와다는 요시자와 쪽을 보고 한쪽 눈을 찡긋하자,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쇠창살의 자물쇠에 꽂았다.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화들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어차피 너희들은 모리다파의 상품이 될 거야. 잠시 우리들을 즐겁게 해준다고
해서, 큰일날 것은 없겠지."
요시자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며, 음탕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미사에에게
접근하였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다마에는 미사에를 뒤로 감싸며 요시자와와 가와다를 절박한 눈으로 쳐다보며,
한 발 한 발 뒷걸음질쳤다.
"부인 쪽은 내가 귀여워 해줄게. 자, 가지."
가와다가 다마에의 손을 잡으려고 하였다.
"지, 짐승!"
다마에는 가와다의 손을 뿌리치고 미사에의 손을 잡자, 감옥 밖으로 도망치려고
하였다.
"그렇게는 안 돼지!"
요시자와가 뒤에서 미사에의 소맷자락을 낚아챘다.
"앗, 싫어!"
요시자와가 몸에 뒤얽혀오자 미사에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기모노의 앞자락이
크게 벌어지고, 엷은 주홍색의 속치마가 나부꼈다. 미사에의 옷깃을 잡아 그
자리에 잡아 앉히려고 한 요시자와는 허리띠로 손을 뻗었다.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를 감싸려고 그 사이에 끼여들어 요시자와에게 몸을
부딪쳤다.
"이년이!"
요시자와는 그 여세에 휩쓸려 뒤에 있는 가와다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넘어졌는데, 그때 잠바의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권총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퍼뜩 다마에 부인은 숨을 삼키고 잽싸게 그 권총을 집어들었다.
"앗!"
요시자와도 가와다도 안색이 바뀌었다.
"움직이지 마! 나 역시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이 방아쇠 정도는 당길 수
있어."
다마에 부인은 크게 어깨로 숨을 헐떡이면서, 두 손으로 권총을 쥐고 가와다와
요시자와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태도에 따라서는 정말로 방아쇠를 당길 법한
다마에 부인의 표정에 가와다도 요시자와도 떨며한 발짝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다마에 부인은 두 사내에게 총구를 향한 채 미사에의 손을 잡고 감옥 문을
빠져나가 밖으로 도망쳤다.
"아가씨! 자 어서!"
다마에 부인은 공포로 와들와들 떨고 있는 미사에를 꾸짖듯이 재촉하며 지하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젠장 할, 여기에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가와다와 요시자와가 필사적인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뒤를 쫓아갔다.
"아아, 아주머니! 더 이상, 뛰지 못하겠어요!"
미사에는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고 말았다.
"안 돼요. 네, 아가씨, 기운을 내요!"
다마에 부인은 널브러져 있는 미사에의 어깨를 흔들었다.
"빌어먹을, 저기에 있어!"
이내 코앞에 모습을 나타낸 가와다를 본 다마에 부인은 가슴이 철렁하여
총구를 들이댔다. 그러나 가와다는 코웃음을 치며 돌진해왔다.
다마에 부인이 움찔하며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빌어먹을, 잘도 쐈겠다!"
운 좋게 탄환은 손등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도, 피가 많이 흐르자
가와다는 과장된 비명을 지르며 그 주위를 괴로움에 떼굴떼굴 뒹굴었다. 요시자와가
달려와 그런 가와다를 부축해 일으켰다.
"정신차려. 큰 부상은 아냐."
요시자와는 가와다의 손을 목에 걸고 일단 대나무 숲 밖으로 옮겼다.
"여자라도 사생결단 하게 되면 무서운 법이야. 모두에게 지원을 부탁해서,
이 대나무 숲을 에워싸야겠어."
요시자와가 그렇게 말하고, 가와다의 손의 출혈을 막기 위해 손수건을 꽉
묶고,
"잘 지키고 있어."
라는 말을 내뱉고, 저택 쪽으로 달려갔다.
가와다는 부아가 치민 듯이 혀를 차며 대나무 숲 속을 향해 소리쳤다.
"각오해! 이번에 잡히면 마지막이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각오해 둬!"
그런 가와다의 소리를 대나무 숲 한가운데서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서로
꼭 부둥켜안은 채 허탈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아주머니, 미사에를 살아있는 채로 저 무서운 사람들 손에 내주지 말아요.
차라리 미사에를 이곳에서……."
미사에는 흐느껴 울면서, 다마에 부인의 손을 쥐었다.
"무슨 말씀이에요. 아가씨의 몸은 제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드리겠어요.
그런 나약한 소리 하지 말아요. 그것보다 어떡하든 이곳에서 도망쳐야 해요."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의 어깨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려고 하였다. 미사에도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는데. 아까 걸려서 넘어졌을 때에 발을 삐었는지 서너
발짝 버선발로 땅 위를 내디뎠지만, 견디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58. 지하의 꽃들>
다시 광 지하로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모리다와 요시자와에게 어깨를 떠밀리고,
등을 떠밀리면서 비틀비틀 들어갔다. 그 뒤를 다시로가 이노우에와 가와다를
거느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늘 하루 얌전하게 계시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다시로는 히죽히죽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핏기를 잃은 두 미녀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부인과 아가씨 같은 미인을 보면 사내들이 스멀스멀 이상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죠. 그렇다고 권총으로 혼내주다니,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마에 부인은 울분을 꿀꺽 삼키며 눈썹을 치켜 뜨고 다시로를 바라보았다.
"무리한 짓을 하려고 하면, 여자는 결사적으로 항거하는 법이에요."
다마에 부인의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미모를 찬찬히 바라보던 다시로는
그런 강한 말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뭐, 어쨌든 이런 짓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라고 말하고 요시자와에게 나란히 붙은 두 감옥의 문을 모두 열게 했다.
"아가씨와 저를 함께 있게 해주세요. 당신들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차가운 표정으로 강하게 말한 다마에 부인의 눈은 생생하리 만치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콧대가 높은 여자군! 사장님, 이런 여자에겐 부드럽게 나갈 필요 없습니다.
부상을 입은 제 생각도 해주셔야죠."
가와다는 화가 치밀어 다시로에게 그렇게 말하고, 밉살스럽게 다마에 부인을
노려보았다.
"아, 그렇게 화내지 마."
다시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와다를 진정시키고, 다마에 부인 쪽으로 다시
향했다.
"따로따로 들어가는 게 싫으시면, 그렇게 해도 좋습니다. 그 대신 두 사람
모두 알몸으로 감옥에 들어가 주셔야 합니다."
다마에 부인의 관자놀이께가 경련을 일으켰다.
"알몸으로 있으면, 도망칠 마음이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시겠습니까?"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의 얼굴은 극도의 공포로 얼굴이 바싹 쪼그라들어 있었다.
"어떡할 거야!? 분명하게 결정해!"
갑자기 요시자와가 으름장을 놓으며, 아까 다마에 부인에게서 뺏은 권총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두 번 다시 도망치거나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다마에 부인이 목에 메인 소리로 말하자, 다시로가 웃으며,
"알몸이 되시기 싫다면, 따로따로 들어가는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다마에 부인은 힘을 주어 미사에의 손을 쥐며, 떨고 있는 미사에를 위로하였다.
"아가씨, 하루만 참아요. 아가씨 몸은 목숨을 걸고라도 제가 지키겠어요."
하지만 떨어져서 감옥에 들어가 묶였을 때, 만약 미사에에게 검은손이 뻗쳐온다면
어떡해야 할지 다마에 부인은 견딜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자, 들어가!"
요시자와는 미사에를 다마에 부인 곁에서 강제로 떼어내서 한쪽 감옥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 아주머니!"
미사에는 혼자 감옥에 갇힌 불안과 공포로 쇠창살에 손을 얹고, 짙고 가지런한
속눈썹 사이로 눈물을 반짝이고 있었다.
"부인은 이쪽이야."
모리다는 다마에 부인의 어깨를 밀어 옆 감옥에 밀어 넣었다. 쾅 양쪽 감옥은
문이 닫히고 자물쇠가 채워졌다.
"그럼."
다시로는 쇠창살 사이로 두 미녀를 즐겁게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교토에서 아가씨를 따라온 두 하녀를 이 저택으로 불러들이기로 했습니다."
"넷, 도모코 양과 나오에 양이 이곳에 온다는 건가요?"
미사에는 문득 얼굴에 생기가 되살아나서 다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두 하녀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단, 그 하녀들이 도중에 경찰에
알리거나, 오늘밤 안으로 돈을 가지고 오지 않을 경우엔, 두 사람 모두 치료비
대신 입고 계신 그 화려한 옷을 전부 벗어 주셔야만 합니다. 아시겠죠?"
빙그레 웃으면서, 그런 말을 다시로가 했을 때, 모리다가 미사에의 시종
하녀인 도모코와 나오에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왔다. 미사에도 다마에 부인도
이 두 하녀가 다시로와 오츠카 쥰코 일당과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아, 도모코 양!"
"나오에 양!"
미사에와 다마에 부인은 쇠창살을 움켜쥐고 떨리는 소리로 불렀다. 도모코와
나오에도 울먹이는 소리로 쇠창살 사이로 미사에와 다마에 부인의 손을 잡고,
어깨를 떠는 상당한 연기력을 내보였다.
"아아, 아가씨."
"부인, 도대체 어째서, 이런―."
"알았지. 오리하라 겐이치로를 직접 만나서 삼 백만 엔 현금으로 받아 갖고
와야해. 오늘 밤 열두 시까지 이곳에 도착하지 않으면, 가엾게도 이 부인과
아가씨는 알몸 신세가 될 거야."
"도모코 양, 나오에 양 부디 서둘러줘요. 아가씨와 제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다마에 부인은 몇 번이고 다짐하며, 남편인 겐이치로가 두 여자의 이야기를
의심할 것을 염려해서 다시로에게 종이와 연필을 달라고 하여, 두 사람이 유괴되어
삼 백만 엔의 돈이 급히 필요하다는 내용을 서둘러 썼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금방 돌아올 테니 안심하고 계세요."
"자, 어서. 서둘러."
다시로 일당은 두 하녀를 내몰 듯이 함께 계단을 올라가 지상으로 나오더니,
그곳에서 도모코, 나오에와 혀를 내밀고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부인의 메모를 찢어 버렸다.
다시로 일행이 지하에서 나간 후, 얼어붙을 듯한 으스스한 정적이 흘렀다.
다마에 부인은 감옥의 차가운 바닥에 정좌하고 앉은 채, 가끔 옆 감옥에 있는
미사에에게 말을 건넸다.
"아가씨,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도모코 양 일행은 곧 돌아올 거예요.
기운을 내세요. 알았죠? 아가씨."
"네, 알고 있어요, 아주머니." 하고 힘없는 미사에의 소리가 되돌아오고,
이어 어금니를 깨무는 가냘픈 미사에의 흐느낌이 단속적으로 들려왔다.
자칫하면, 다마에 부인도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도모코와 나오에가
삼 백만 엔을 남편에게서 받아 이곳에 돌아왔을 때, 다시로나 쥰코가 간단히
자신들을 풀어줄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풀어주면, 이 저택의 비밀이 경찰에게
폭로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므로 하녀들이나 자신들의 목숨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도대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형용하기
어려운 불안과 공포, 그리고 시시각각 지나가는 시간이 빚어내는 짓눌리는
초조감이 머리를 짓눌렀다.
"또 다음달에 꼭 찾아 뵙기로 하지요."
시즈코 부인의 쇼를 저녁 무렵까지 구경한 이와자키는 새로 들어온 포획
물을 아쉬워하면서, 간사이 지방에 기다리고 있는 일 때문에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보디가드 두 사람과 함께 차에 오른 이와자키를 다시로와 모리다 일행, 그리고
하자쿠라단의 불량 소녀들까지 일제히 현관으로 배웅하러 나갔다.
츠무라 요시오는 이와자키의 일로 곧 떠나야만 하므로, 다음달 그때까지
당분간 다시로의 저택에 체재하기로 되었다.
"그럼 두목, 조심하세요."
요시오가 차에 오른 이와자키에게 머리를 숙이자, 이와자키가 싱글벙글 웃으며,
"이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도 모두 자네 덕분이야. 고마워."
라고 말하였다.
이와자키의 차가 떠나고, 한참 동안 배웅하고 있던 다시로 일행은 이윽고
한숨을 돌리며 커다란 대문을 쾅 닫았다.
"어이구, 이제야 어깨의 짐이 가벼워졌군."
쇼가 무사히 끝나고, 여기저기에서 모인 손님들도 이것으로 일단 돌아간
형국이 되자 다시로도 모리다도 모임이 성공리에 끝난 것을 기뻐하였다.
"우리들끼리라도 축배를 들까? 두목."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며 모리다의 어깨를 두드렸다.
찌요의 방에서는 곧바로 축하연이 시작되었다.
장지문을 열고 하루다로가 목욕 후의 상기된 얼굴을 내밀었다.
"수고했어. 잘 씻어줬어?"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시즈코 부인을 목욕시켰던 모양이다.
"네, 특별히 정성껏 씻어줬습니다."
하루다로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을 때, 나츠다로가 시즈코 부인의 등을 밀며
들어왔다.
부인은 목욕 타월 한 장만 몸에 두른 모습으로, 구부정한 자세로 힘없이
방으로 들어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부인은 그 자리에 앉았다. 이미 공포나 굴욕, 그러한 감정조차
상실해버린 듯, 얼어붙은 시선을 다다미에 떨구고 앉아 있었다. 부인의 지금의
소원은 그저 한 가지, 찌요 일행이 있는 이 방에서 해방되어 차가운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로에 지친 몸을 눕히고 싶었다. 어둡고,
차갑고 곰팡이 냄새나는 감옥이지만, 악녀들이 있는 이 밝은 방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어때, 너희들도 함께 먹지 않을래?"
가즈에는 하루다로와 나츠다로에게 식사 자리에 끼도록 권하였다.
"배가 몹시 고팠어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인은 어떡하죠?"
하루다로와 나츠다로가 신이 나서 자리에 끼려다 찌요에게 물었다.
"거기 기둥에라도 묶어 놔."
찌요가 건성으로 대답하며 기둥을 턱으로 가리켰다.
"일어나."
하루다로가 부인의 어깨를 찔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필시 시장하겠지만, 삼일 간은 이 조교를
위해 단식 수업을 해야 해. 알고 있겠지?"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부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기둥으로 앞장세워 갔다.
"자, 타월은 벗어."
하루다로가 뒤에서 부인이 몸에 두르고 있는 타월을 얼른 벗겼다.
보기만 해도 따뜻할 것 같은 반질반질한 부인의 몸이 드러났다. 부인은 탐스럽게
부푼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움츠렸지만, 하루다로가 오랏줄을 꺼내어 다가가자,
가슴을 가리던 두 손을 조용히 등뒤로 돌렸다.
그렇게 유순해진 시즈코 부인을 찌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부인은 눈물도 메말라버린 공허하고 구슬픈 눈동자로 멀거니 앞쪽을 향하고
있다.
"하다 못해 맛있는 냄새 정도는 실컷 맡게 해줄게."
찌요는 일부러 가스곤로와 냄비를 기둥 가까이로 이동시키고, 가즈에와 요오코들과
다시 냄비 주위를 에워쌌다.
"어때, 맛있겠지? 부인."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 안을 젓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찌요는 부인의 얼굴을
재미있게 올려다보았다. 시즈코 부인은 괴로운 듯이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본 악녀들이 왁자하니 웃어댔다.
"한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예쁜 몸이야. 사내들이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가즈에는 뻔질나게 젓가락을 움직이면서, 조롱 거리가 되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수치를 당하고, 심신 모두 지쳐 살며시
눈을 감고 얼굴을 외면하고 있는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그 함초롬이 그늘진,
남자의 마음을 들쑤시기에 충분한 정감적인 깊이가 있는 부인의 우아한 옆얼굴은
일종의 반발심과 부아가 치밀게 하였다.
"이봐, 너희들."
찌요가 하루다로 쪽으로 술로 흐리멍덩한 눈을 향했다.
"이제부터, 이 부인의 야간 조교에 들어갈 거지?"
"네, 벌써 연습실 준비도 되어 있어요."
나츠다로가 일어나 건넛방으로 통하는 장지문을 열었다. 그곳은 찌요 일행의
침실로 쓰이는 다다미 여섯 장 짜리 방이었는데, 방 중앙에 사방 여섯 자나
되는 사각 널빤지가 깔려있었다. 그 널빤지 위에는 세자 정도의 간격을 두고
굵은 말뚝이 박혀있고, 쇠사슬이 매어져 있었다. 널빤지 위에 올린 산 제물을
크게 벌리기 위한 장치라는 것은 곧 알겠지만, 천장 쪽에서도 산 제물을 널빤지
위의 중앙에 고정하기 위한, 소름 끼치는 쇠사슬이 두세 줄 얽혀서 드리워져
있었다.
"아니, 우리 침실이 이렇게 엉망이 되었네."
찌요가 쓴웃음을 짓고,
"네 덕분에 우리들까지 여기에서 혼숙을 하게 되었어. 열심히 연습에 임하지
않으면 용서 없을 줄 알아."
하고 시즈코 부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튀겼다.
아아, 또다시 이 피로에 지친 육체에 무시무시한 조교를. 시즈코 부인은
눈앞에 펼쳐진 침실의 섬뜩한 임시 조교 장을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배가 고파서는 전쟁을 치를 수 없다고 했어. 조교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다로 씨, 부인에게 냄비에 남은 것을 먹여 줘."
찌요는 부인의 거기를 가리키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말했다.
"나라면 꺼려하겠지만. 조교사인 너희들이라면 부인이 기쁘게 배에 넣어주실
거라고 생각해."
두 시스터 보이도 찌요의 광기 같은 잔인함에는 다소 질렸지만, 거역할 수도
없어 얼굴을 마주보고 일어섰다.
"배불리 먹여주도록 해. 이봐, 생선회도 있어."
하고 생선회 접시를 하루다로에게 건네주고,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하루다로는 부인의 뺨에 가볍게 키스하였다.
"알았지, 여기에 계신 부인들의 기분을 맞춰 줘. 모두 귀한 손님이잖아."
요컨대, 여기에 모인 여자들은 손님, 나는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연기 스타다,
하고 하루다로가 새삼스럽게 다짐하지 않아도, 부인은 자신의 마음에 확고하게
결단이 내려졌던 것이리라. 부인은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신이 비참한 연기 스타로서 성장하는 것이 찌요나 가와다의 목적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그들에 대한 일종의
복수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지 애원하고, 호소하며 그 대가로서 자신을
오욕의 밑바닥에 던졌는데도, 그들은 마침내 치하라 미사에를 함정에 빠뜨렸다.
배반당한 분통함, 절망과 굴욕, 그러한 괴로움을 모두 잊는 방법은 그들의
손에 자신의 몸을 완전히 내맡겨 광기 어린 피학의 조교를 받는 것, 그리고
그것을 쾌감으로 느끼는 육체로 자신을 변모시켜 가는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부인의 발치에 웅크리고 앉아 작은 주발과 접시를
손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럼, 먹여줄게. 고기가 좋아? 아니면 생선."
시즈코 부인은 공기라도 보는 양 무표정함을 가장하며, 시선을 앞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하루다로의 말에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럼, 생선회 먼저 먹여주지."
나츠다로는 접시에 간장과 와사비를 덜고, 그것에 젓가락으로 집은 생선회를
듬뿍 적셨다.
"자, 들어."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생선회를 양 넓적다리 사이로 들이대자 부인은 더
이상 겁내지도 않고,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될 대로 되라는 각오를 결심하였다.
"잘 먹겠어요."
부인은 지금까지의 울상 짓던 기색과는 딴판으로, 부드러운 뺨에 요염한
미소조차 지으며 스스로 그 학대에 도전해 갔다.
"어때. 부인 맛있어? 응, 뭐라고 말 좀 해봐."
부인의 젖가슴께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요오코가 웃었다.
"맛있어요."
부인은 속눈썹을 애처롭게 깜박이며 여자들이 명령한 대로 그곳에 생선살을
넣자 천천히 허리를 비비꼬았다.
그런 시즈코 부인의 주위에 허리를 낮추고 여자 네 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는데,
부인은 감각이 마비되었는지, 원망도 분함도 잊고 신비한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다가선 여자들에게
이 방면의 스타로서 자신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려고 조차하였다.
"이런 재주를 부릴 줄 알게 된 게 기쁘지 않아? 어때, 부인."
찌요는 정성껏 뒤처리를 해주면서 부인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시즈코가 이런 여자로 전락해서 가장 기쁜 것은 찌요 씨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찌요의 그러한 행위를 감수하면서 빈정거리는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정도의 빈정거림이 고작 부인이 찌요에게 할 수
있는 저항이었다.
"그래. 난 너무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어. 치하라 미사에도 유괴하고,
오리하라 부인도 함정에 걸려들어서."
찌요는 흥얼거리듯이 말하고 일어서자, 희색이 만연한 표정으로 쥰코 쪽을
힐끔 보았다.
"치하라 미사에 에게 연습시킬 조화가 있지. 그걸 이 부인에게 한번 보여주지."
"그러지."
오츠카 쥰코는 벽장을 열고, 소형 트렁크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안에는
갖가지 종류의 조화가 가득 차 있었다.
"잘 만들었죠? 오니겐 씨의 아는 사람에게 주문해서 만든 거야."
찌요는 두세 개의 조화를 손에 들고 부인에게 자세히 보여주었다.
조화의 뿌리는 모두 바늘로 되어 있었고, 그 끝에는 작은 원형의 고무가
붙어있었다.
"처음부터 생화로 하면 위험하니까, 먼저 이런 조화로 그 아가씨의 몸을
단련시켜가려고. 잠시 시험해보도록 해줄게."
쥰코는 그렇게 말하고는, 트렁크 안에서 빨강과 하얀 장미 조화를 몇 송이인가
골라냈다.
"부인이 좋아하는 장미 조화도 이렇게 준비해 두었어."
그것을 쥰코가 교묘히 끼워가자 부인은 촉촉이 녹은 시선을 위쪽으로 향하고,
그것을 감수하기 위해 쥰코의 재촉에 따라 통통한 넓적다리를 약간 좌우로
벌렸다.
부인은 여자의 육체의 흐느끼는 곳을 죄다 아는 쥰코의 고문을 받아, 인간
꽃병으로 만들어질 미사에의 일을 생각하면 극도의 잔혹함에 순간 피가 얼어붙는
심정이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끝없는 오욕의 고문은 견딜 수 있다. 아니,
견뎌낼 수 있는 육체로 악마의 손에 다시 태어난 부인이었지만, 그러한 고문이
치하라 미사에에게 가해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열 한 시 반이 지나 다시로는 가와다, 요시자와, 그리고 오니겐 세 사람과
위층의 홈바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긴코와 아케미 일행이 이 불량 집단에
가담한 도모코와 나오에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간사이 지방의 불량 소녀와 간토 지방의 불량 소녀의 만남이라 꽤 마음이
잘 맞는 모양이야."
다시로가 웃자, 도모코가 반발하듯이 대꾸하였다.
"우린 불량 소녀가 아니에요! 단지, 돈이 필요했던 것뿐이지."
이쪽에 협력하면 놀며 먹고 살 정도의 급여를 매달 주겠다는 오츠카 쥰코가
말에 유괴에 협력한 셈이지만, 쥰코나 다시로 일당이 유괴한 아가씨에게 어떤
짓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도모코도 나오에도 확실히 몰랐다. 알았다면, 그 무서움에
이 일을 도중에서 내팽개쳤을지도 모른다.
"같은 여자면서 너희들 치하라 미사에 같은 아가씨가 밉다고 생각되지 않니?"
긴코와 아케미 일행은 그런 식의 말로도 모코와 나오에에게 계급 의식, 즉
과장되게 말하면 귀족주의 타파의 욕구에 공감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뭐, 그런 어려운 얘긴 모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우린 긴코 언니의 부하예요.
잘 부탁드려요."
나오에는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긴코에게 말하고, 우적우적 오징어를 뜯고
있었다.
"너희들 두 사람이 돈 갖고 돌아오기를 지하의 부인과 아가씨는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약속한 열두 시까지 이제 몇 분 안 남았으니까."
요시자와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다마에 부인과 치하라 미사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 의논이 다시로가
중심이 되어 시작되었다.
치하라 미사에는 얼마 동안 이쪽에 맡겨 달라는 오츠카 쥰코의 부탁이 있어,
미사에의 신변은 쥰코에게 맡기기로 결정되었지만, 다마에 부인은 어떻게 할까.
"저와 오니겐에게 맡겨주십시오."
가와다가 붕대를 감은 한쪽 손을 다시로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당했으니, 잠자코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요, 사장님."
가와다는 손에 상처 입은 복수의 의미로, 다마에 부인의 조교를 맡고 나섰다.
"그 콧대 높은 박사 부인을 다루는 데에 꽤나 애먹을 텐데."
다시로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좋아, 가와다 자네에게 맡겨주지. 오니겐과 상의해서 오리하라 다마에의
호되게 훈련하도록 해."
"이제 그럼 슬슬 창고의 두 사람에게 결과를 알리러 갈까?"
다시로는 나오에와 도모코를 홈바에 남겨놓고, 긴코와 아케미 일행은 이
일을 거들기 위해 함께 데리고 방을 나갔다.
그때, 광 지하에서는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의 심장이 고동치고 있었다. 오늘
신작 꽃꽂이 발표회가 모략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 쇼크 때문이 아니라, 열두
시까지 도모코와 나오에가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생각을 하면 공포로
인해 몸이 덜덜 떨렸다. 그 약속 시각이 이제 몇 분으로 다가왔다.
"아주머니, 저, 아주머니."
미사에는 초조와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감옥의 두꺼운 판자 벽을 두드리면서,
옆의 다마에 부인에게 말을 건넸다.
"도대체 도모코 양은 어떻게 된 걸까요? 너무 늦었는데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직은."
다마에 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목시계에 불안한 시선을 향했다. 바늘은
이미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우르르 몇 사람인가의 발소리가 지하
계단을 내려왔다.
다마에 부인은 퍼뜩 놀라 무심코 뒷걸음질쳤다.
"분명, 도모코 양이 돌아왔을 거예요. 아가씨."
그러기를 빌면서,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쇠창살 앞에 줄줄이 늘어선 남녀 속에 도모코와 나오에의 모습은
없었다.
"약속 시간까지 기다렸는데, 하녀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두 사람 모두 각오하도록
해."
요시자와가 잔뜩 벼르는 눈초리로 미사에의 감옥을 들여다보았다.
미사에의 단정한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눈이 치켜 올라갔다.
"헤헤헤, 아가씨 약속대로 알몸이 되 주어야겠는걸?"
"알몸이 된 후에는 오츠카 쥰코 여사의 방으로 안내하지. 뭔가 여러 가지로
아가씨에게 재미있는 놀이를 가르쳐줄 모양이야."
요시자와와 가와다에게 그런 말을 듣던 미사에는 강렬한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경직시키고. 이어 비틀비틀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저런, 또 기절했군."
요시자와가 혀를 찼다.
"그쪽이 편하겠어. 지금 우리가 벗겨주자고."
가와다가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미사에의 감옥 자물쇠에 꽂으려고 하자,
옆 감옥에서 다마에 부인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기다려 주세요!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도모코 양들은 꼭 돌아올
겁니다!"
다마에 부인은 필사적인 눈으로 쇠창살을 부여잡고 말하였다.
"그건 기대하지 마."
요시자와가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고, 다시로 쪽을 힐끔 바라보면서 말했다.
다마에와 미사에가 목숨 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도모코와 나오에는 홈바에서
이미 곤드레만드레 취해 곯아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제가 직접 남편에게 전화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다마에 부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안돼!" 하고 다시로는 일축하였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가와다의 치료비 대신 몽땅 벗도록 하시죠."
다마에 부인의 얼굴에 경련이 일며, 극도의 공포로 이마에는 땀이 흘렀다.
다마에 부인은 차갑게 파리해지면서, 짙은 눈썹을 노여움으로 떨며 다시로를
무섭게 노려보며 대답하였다.
"여러분이 나에게 어떤 신사적인 행동을 하실지 저도 흥미롭습니다."
비꼬며 쌀쌀하게 그런 말을 내뱉은 다마에 부인은 긴코 일행을 얄밉게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하자쿠라단 방식을 가르쳐주지. 나와."
긴코는 가와다에 게서 열쇠를 건네 받아 다마에 부인의 감옥 문을 열었다.
"무, 무슨 짓이에요!?"
가와다의 손이 실신해 있는 미사에의 어깨에 뻗자, 다마에 부인은 발끈하여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당황할 것 없어. 아가씨를 정신차리게 해주려는 거니까."
미사에의 어깨를 안아 일으킨 가와다는 허리띠께를 무릎으로 갑자기 쿡 내질렀다.
아름다운 이마에 자잘한 땀방울이 맺혀있던 미사에는 윽 하고 신음하며 미간을
찡그린 채 살며시 눈을 떴다.
"앗!" 하고 가와다를 보자 엉겁결에 미사에는 몸을 빼었다.
"헤헤헤, 다마에 부인의 경매가 끝나면 아가씨 차례야. 이 정도로 일일이
정신을 잃으면 곤란하지."
감옥에서 나온 가와다는 원래대로 문에 열쇠를 채웠다.
"아, 아주머니!"
다시로와 가와다 일행에게 둘러싸여 끌려가는 다마에 부인을 본 미사에는
깜짝 놀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어디로, 어디로 아주머니를 데리고 가는 거예요!"
미사에는 허둥대면서 쇠창살에 손을 얹고 가와다와 요시자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입고 계신 이 훌륭한 옷을 하자쿠라단이 경매할 거야. 어쨌든 시즈코
부인과 마찬가지로 부잣집 마나님이 입고 계시는 거니까, 속옷에서 속치마에
이르기까지 좋은 가격이 매겨질 거야."
긴코가 냉소를 띠고 다마에 부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가씨, 제가 시간을 벌겠어요. 반드시 도모코 양은 돌아올 겁니다. 잠시
참고 기다리세요."
다마에 부인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차분한 음성으로 미사에에게 말했다.
히죽히죽 패거리끼리 얼굴을 마주보고 있던 사내들은,
"너무 시간을 벌면 재미없지. 경매는 한 시간 정도로 끝내자고."
"자, 걸어." 하고 가와다가 다마에 부인의 등을 떠밀었다.
계단을 올라가자, 그곳은 일찍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수치 지옥으로
떨어져, 눈물과 땀을 흘린 광이었다.
제단처럼 안쪽에 만들어진 무대 위에 두 개의 통나무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함께 삭모라는 피가 역류할 정도의 굴욕을
받던 기둥이다.
"바로 며칠 전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사장님."
요시자와는 두개의 기둥을 가리키며 쿄오코의 그것을 깎던 때의 흥분을 떠올리면서
천박한 미소를 지었다.
아케미의 연락을 받은 요시코와 마리, 그리고 찌요와 오츠카 쥰코 일행이
높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줄줄이 광으로 들어왔다.
다마에 부인은 그녀들에게 증오의 눈을 향하고, 굳어진 뺨을 분노로 떨었다.
악당과 악녀들에게 빙 에워싸인 꼴이 된 다마에 부인은 질성싶으냐 하는
듯이 꼿꼿이 서 있었지만, 그들에게 대항할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 꾸물거리지 말고 부인, 벗도록 해요. 치하라류 후원 회장의 옷인걸,
고게츠류의 오츠카 쥰코가 잔뜩 골탕을 먹은 답례의 의미로 속옷을 모두 좋은
값에 인수해드리죠."
오츠카 쥰코가 퍼붓는 말에 오리하라 다마에는 움찔하여 어깨를 떨었다.
쥰코에게 한마디쯤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점차 생기를 잃은 다마에 부인의
단정한 얼굴은 완전히 새파랗게 질렸다.
"제가, 제가 여러분 앞에 알몸을 드러내면―."
다마에 부인은 속눈썹을 후들후들 떨면서,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그, 그런 저를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글쎄." 하고 악녀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나누었다.
다시로가 말했다.
"어떻게도 안 할 겁니다. 하녀 두 사람이 이곳에 나타날 동안, 안됐지만
이 움막에서 알몸인 채로 지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자, 도와드릴까요?" 하고 긴코와 아케미 일행이 다마에 부인 곁으로 조소하면서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말아요!"
다마에 부인은 날카로운 소리로 여자들을 꾸짖었다.
"혼자서, 혼자서 옷 정도는 벗을 수 있어요."
다마에 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허리띠를 풀기 시작하였는데, 마침내 눈물이
한 줄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시 광 지하로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는 모리다와 요시자와에게 어깨를 떠밀리고,
등을 떠밀리면서 비틀비틀 들어갔다. 그 뒤를 다시로가 이노우에와 가와다를
거느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늘 하루 얌전하게 계시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다시로는 히죽히죽 입가를 일그러뜨리고 핏기를 잃은 두 미녀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부인과 아가씨 같은 미인을 보면 사내들이 스멀스멀 이상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죠. 그렇다고 권총으로 혼내주다니,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마에 부인은 울분을 꿀꺽 삼키며 눈썹을 치켜 뜨고 다시로를 바라보았다.
"무리한 짓을 하려고 하면, 여자는 결사적으로 항거하는 법이에요."
다마에 부인의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미모를 찬찬히 바라보던 다시로는
그런 강한 말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뭐, 어쨌든 이런 짓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라고 말하고 요시자와에게 나란히 붙은 두 감옥의 문을 모두 열게 했다.
"아가씨와 저를 함께 있게 해주세요. 당신들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차가운 표정으로 강하게 말한 다마에 부인의 눈은 생생하리 만치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콧대가 높은 여자군! 사장님, 이런 여자에겐 부드럽게 나갈 필요 없습니다.
부상을 입은 제 생각도 해주셔야죠."
가와다는 화가 치밀어 다시로에게 그렇게 말하고, 밉살스럽게 다마에 부인을
노려보았다.
"아, 그렇게 화내지 마."
다시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와다를 진정시키고, 다마에 부인 쪽으로 다시
향했다.
"따로따로 들어가는 게 싫으시면, 그렇게 해도 좋습니다. 그 대신 두 사람
모두 알몸으로 감옥에 들어가 주셔야 합니다."
다마에 부인의 관자놀이께가 경련을 일으켰다.
"알몸으로 있으면, 도망칠 마음이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시겠습니까?"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의 얼굴은 극도의 공포로 얼굴이 바싹 쪼그라들어 있었다.
"어떡할 거야!? 분명하게 결정해!"
갑자기 요시자와가 으름장을 놓으며, 아까 다마에 부인에게서 뺏은 권총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두 번 다시 도망치거나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다마에 부인이 목에 메인 소리로 말하자, 다시로가 웃으며,
"알몸이 되시기 싫다면, 따로따로 들어가는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다마에 부인은 힘을 주어 미사에의 손을 쥐며, 떨고 있는 미사에를 위로하였다.
"아가씨, 하루만 참아요. 아가씨 몸은 목숨을 걸고라도 제가 지키겠어요."
하지만 떨어져서 감옥에 들어가 묶였을 때, 만약 미사에에게 검은손이 뻗쳐온다면
어떡해야 할지 다마에 부인은 견딜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자, 들어가!"
요시자와는 미사에를 다마에 부인 곁에서 강제로 떼어내서 한쪽 감옥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 아주머니!"
미사에는 혼자 감옥에 갇힌 불안과 공포로 쇠창살에 손을 얹고, 짙고 가지런한
속눈썹 사이로 눈물을 반짝이고 있었다.
"부인은 이쪽이야."
모리다는 다마에 부인의 어깨를 밀어 옆 감옥에 밀어 넣었다. 쾅 양쪽 감옥은
문이 닫히고 자물쇠가 채워졌다.
"그럼."
다시로는 쇠창살 사이로 두 미녀를 즐겁게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교토에서 아가씨를 따라온 두 하녀를 이 저택으로 불러들이기로 했습니다."
"넷, 도모코 양과 나오에 양이 이곳에 온다는 건가요?"
미사에는 문득 얼굴에 생기가 되살아나서 다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두 하녀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단, 그 하녀들이 도중에 경찰에
알리거나, 오늘밤 안으로 돈을 가지고 오지 않을 경우엔, 두 사람 모두 치료비
대신 입고 계신 그 화려한 옷을 전부 벗어 주셔야만 합니다. 아시겠죠?"
빙그레 웃으면서, 그런 말을 다시로가 했을 때, 모리다가 미사에의 시종
하녀인 도모코와 나오에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왔다. 미사에도 다마에 부인도
이 두 하녀가 다시로와 오츠카 쥰코 일당과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아, 도모코 양!"
"나오에 양!"
미사에와 다마에 부인은 쇠창살을 움켜쥐고 떨리는 소리로 불렀다. 도모코와
나오에도 울먹이는 소리로 쇠창살 사이로 미사에와 다마에 부인의 손을 잡고,
어깨를 떠는 상당한 연기력을 내보였다.
"아아, 아가씨."
"부인, 도대체 어째서, 이런―."
"알았지. 오리하라 겐이치로를 직접 만나서 삼 백만 엔 현금으로 받아 갖고
와야해. 오늘 밤 열두 시까지 이곳에 도착하지 않으면, 가엾게도 이 부인과
아가씨는 알몸 신세가 될 거야."
"도모코 양, 나오에 양 부디 서둘러줘요. 아가씨와 제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다마에 부인은 몇 번이고 다짐하며, 남편인 겐이치로가 두 여자의 이야기를
의심할 것을 염려해서 다시로에게 종이와 연필을 달라고 하여, 두 사람이 유괴되어
삼 백만 엔의 돈이 급히 필요하다는 내용을 서둘러 썼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금방 돌아올 테니 안심하고 계세요."
"자, 어서. 서둘러."
다시로 일당은 두 하녀를 내몰 듯이 함께 계단을 올라가 지상으로 나오더니,
그곳에서 도모코, 나오에와 혀를 내밀고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부인의 메모를 찢어 버렸다.
다시로 일행이 지하에서 나간 후, 얼어붙을 듯한 으스스한 정적이 흘렀다.
다마에 부인은 감옥의 차가운 바닥에 정좌하고 앉은 채, 가끔 옆 감옥에 있는
미사에에게 말을 건넸다.
"아가씨,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도모코 양 일행은 곧 돌아올 거예요.
기운을 내세요. 알았죠? 아가씨."
"네, 알고 있어요, 아주머니." 하고 힘없는 미사에의 소리가 되돌아오고,
이어 어금니를 깨무는 가냘픈 미사에의 흐느낌이 단속적으로 들려왔다.
자칫하면, 다마에 부인도 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도모코와 나오에가
삼 백만 엔을 남편에게서 받아 이곳에 돌아왔을 때, 다시로나 쥰코가 간단히
자신들을 풀어줄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풀어주면, 이 저택의 비밀이 경찰에게
폭로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므로 하녀들이나 자신들의 목숨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도대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형용하기
어려운 불안과 공포, 그리고 시시각각 지나가는 시간이 빚어내는 짓눌리는
초조감이 머리를 짓눌렀다.
"또 다음달에 꼭 찾아 뵙기로 하지요."
시즈코 부인의 쇼를 저녁 무렵까지 구경한 이와자키는 새로 들어온 포획
물을 아쉬워하면서, 간사이 지방에 기다리고 있는 일 때문에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보디가드 두 사람과 함께 차에 오른 이와자키를 다시로와 모리다 일행, 그리고
하자쿠라단의 불량 소녀들까지 일제히 현관으로 배웅하러 나갔다.
츠무라 요시오는 이와자키의 일로 곧 떠나야만 하므로, 다음달 그때까지
당분간 다시로의 저택에 체재하기로 되었다.
"그럼 두목, 조심하세요."
요시오가 차에 오른 이와자키에게 머리를 숙이자, 이와자키가 싱글벙글 웃으며,
"이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도 모두 자네 덕분이야. 고마워."
라고 말하였다.
이와자키의 차가 떠나고, 한참 동안 배웅하고 있던 다시로 일행은 이윽고
한숨을 돌리며 커다란 대문을 쾅 닫았다.
"어이구, 이제야 어깨의 짐이 가벼워졌군."
쇼가 무사히 끝나고, 여기저기에서 모인 손님들도 이것으로 일단 돌아간
형국이 되자 다시로도 모리다도 모임이 성공리에 끝난 것을 기뻐하였다.
"우리들끼리라도 축배를 들까? 두목."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며 모리다의 어깨를 두드렸다.
찌요의 방에서는 곧바로 축하연이 시작되었다.
장지문을 열고 하루다로가 목욕 후의 상기된 얼굴을 내밀었다.
"수고했어. 잘 씻어줬어?"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시즈코 부인을 목욕시켰던 모양이다.
"네, 특별히 정성껏 씻어줬습니다."
하루다로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을 때, 나츠다로가 시즈코 부인의 등을 밀며
들어왔다.
부인은 목욕 타월 한 장만 몸에 두른 모습으로, 구부정한 자세로 힘없이
방으로 들어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부인은 그 자리에 앉았다. 이미 공포나 굴욕, 그러한 감정조차
상실해버린 듯, 얼어붙은 시선을 다다미에 떨구고 앉아 있었다. 부인의 지금의
소원은 그저 한 가지, 찌요 일행이 있는 이 방에서 해방되어 차가운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로에 지친 몸을 눕히고 싶었다. 어둡고,
차갑고 곰팡이 냄새나는 감옥이지만, 악녀들이 있는 이 밝은 방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어때, 너희들도 함께 먹지 않을래?"
가즈에는 하루다로와 나츠다로에게 식사 자리에 끼도록 권하였다.
"배가 몹시 고팠어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이 부인은 어떡하죠?"
하루다로와 나츠다로가 신이 나서 자리에 끼려다 찌요에게 물었다.
"거기 기둥에라도 묶어 놔."
찌요가 건성으로 대답하며 기둥을 턱으로 가리켰다.
"일어나."
하루다로가 부인의 어깨를 찔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필시 시장하겠지만, 삼일 간은 이 조교를
위해 단식 수업을 해야 해. 알고 있겠지?"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부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기둥으로 앞장세워 갔다.
"자, 타월은 벗어."
하루다로가 뒤에서 부인이 몸에 두르고 있는 타월을 얼른 벗겼다.
보기만 해도 따뜻할 것 같은 반질반질한 부인의 몸이 드러났다. 부인은 탐스럽게
부푼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움츠렸지만, 하루다로가 오랏줄을 꺼내어 다가가자,
가슴을 가리던 두 손을 조용히 등뒤로 돌렸다.
그렇게 유순해진 시즈코 부인을 찌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부인은 눈물도 메말라버린 공허하고 구슬픈 눈동자로 멀거니 앞쪽을 향하고
있다.
"하다 못해 맛있는 냄새 정도는 실컷 맡게 해줄게."
찌요는 일부러 가스곤로와 냄비를 기둥 가까이로 이동시키고, 가즈에와 요오코들과
다시 냄비 주위를 에워쌌다.
"어때, 맛있겠지? 부인."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 안을 젓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찌요는 부인의 얼굴을
재미있게 올려다보았다. 시즈코 부인은 괴로운 듯이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본 악녀들이 왁자하니 웃어댔다.
"한데,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예쁜 몸이야. 사내들이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가즈에는 뻔질나게 젓가락을 움직이면서, 조롱 거리가 되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수치를 당하고, 심신 모두 지쳐 살며시
눈을 감고 얼굴을 외면하고 있는 시즈코 부인이었지만, 그 함초롬이 그늘진,
남자의 마음을 들쑤시기에 충분한 정감적인 깊이가 있는 부인의 우아한 옆얼굴은
일종의 반발심과 부아가 치밀게 하였다.
"이봐, 너희들."
찌요가 하루다로 쪽으로 술로 흐리멍덩한 눈을 향했다.
"이제부터, 이 부인의 야간 조교에 들어갈 거지?"
"네, 벌써 연습실 준비도 되어 있어요."
나츠다로가 일어나 건넛방으로 통하는 장지문을 열었다. 그곳은 찌요 일행의
침실로 쓰이는 다다미 여섯 장 짜리 방이었는데, 방 중앙에 사방 여섯 자나
되는 사각 널빤지가 깔려있었다. 그 널빤지 위에는 세자 정도의 간격을 두고
굵은 말뚝이 박혀있고, 쇠사슬이 매어져 있었다. 널빤지 위에 올린 산 제물을
크게 벌리기 위한 장치라는 것은 곧 알겠지만, 천장 쪽에서도 산 제물을 널빤지
위의 중앙에 고정하기 위한, 소름 끼치는 쇠사슬이 두세 줄 얽혀서 드리워져
있었다.
"아니, 우리 침실이 이렇게 엉망이 되었네."
찌요가 쓴웃음을 짓고,
"네 덕분에 우리들까지 여기에서 혼숙을 하게 되었어. 열심히 연습에 임하지
않으면 용서 없을 줄 알아."
하고 시즈코 부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튀겼다.
아아, 또다시 이 피로에 지친 육체에 무시무시한 조교를. 시즈코 부인은
눈앞에 펼쳐진 침실의 섬뜩한 임시 조교 장을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배가 고파서는 전쟁을 치를 수 없다고 했어. 조교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다로 씨, 부인에게 냄비에 남은 것을 먹여 줘."
찌요는 부인의 거기를 가리키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말했다.
"나라면 꺼려하겠지만. 조교사인 너희들이라면 부인이 기쁘게 배에 넣어주실
거라고 생각해."
두 시스터 보이도 찌요의 광기 같은 잔인함에는 다소 질렸지만, 거역할 수도
없어 얼굴을 마주보고 일어섰다.
"배불리 먹여주도록 해. 이봐, 생선회도 있어."
하고 생선회 접시를 하루다로에게 건네주고,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하루다로는 부인의 뺨에 가볍게 키스하였다.
"알았지, 여기에 계신 부인들의 기분을 맞춰 줘. 모두 귀한 손님이잖아."
요컨대, 여기에 모인 여자들은 손님, 나는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연기 스타다,
하고 하루다로가 새삼스럽게 다짐하지 않아도, 부인은 자신의 마음에 확고하게
결단이 내려졌던 것이리라. 부인은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신이 비참한 연기 스타로서 성장하는 것이 찌요나 가와다의 목적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그들에 대한 일종의
복수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지 애원하고, 호소하며 그 대가로서 자신을
오욕의 밑바닥에 던졌는데도, 그들은 마침내 치하라 미사에를 함정에 빠뜨렸다.
배반당한 분통함, 절망과 굴욕, 그러한 괴로움을 모두 잊는 방법은 그들의
손에 자신의 몸을 완전히 내맡겨 광기 어린 피학의 조교를 받는 것, 그리고
그것을 쾌감으로 느끼는 육체로 자신을 변모시켜 가는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하루다로와 나츠다로는 부인의 발치에 웅크리고 앉아 작은 주발과 접시를
손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럼, 먹여줄게. 고기가 좋아? 아니면 생선."
시즈코 부인은 공기라도 보는 양 무표정함을 가장하며, 시선을 앞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하루다로의 말에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럼, 생선회 먼저 먹여주지."
나츠다로는 접시에 간장과 와사비를 덜고, 그것에 젓가락으로 집은 생선회를
듬뿍 적셨다.
"자, 들어."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생선회를 양 넓적다리 사이로 들이대자 부인은 더
이상 겁내지도 않고,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될 대로 되라는 각오를 결심하였다.
"잘 먹겠어요."
부인은 지금까지의 울상 짓던 기색과는 딴판으로, 부드러운 뺨에 요염한
미소조차 지으며 스스로 그 학대에 도전해 갔다.
"어때. 부인 맛있어? 응, 뭐라고 말 좀 해봐."
부인의 젖가슴께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요오코가 웃었다.
"맛있어요."
부인은 속눈썹을 애처롭게 깜박이며 여자들이 명령한 대로 그곳에 생선살을
넣자 천천히 허리를 비비꼬았다.
그런 시즈코 부인의 주위에 허리를 낮추고 여자 네 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는데,
부인은 감각이 마비되었는지, 원망도 분함도 잊고 신비한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다가선 여자들에게
이 방면의 스타로서 자신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려고 조차하였다.
"이런 재주를 부릴 줄 알게 된 게 기쁘지 않아? 어때, 부인."
찌요는 정성껏 뒤처리를 해주면서 부인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시즈코가 이런 여자로 전락해서 가장 기쁜 것은 찌요 씨잖아요?"
시즈코 부인은 찌요의 그러한 행위를 감수하면서 빈정거리는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정도의 빈정거림이 고작 부인이 찌요에게 할 수
있는 저항이었다.
"그래. 난 너무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어. 치하라 미사에도 유괴하고,
오리하라 부인도 함정에 걸려들어서."
찌요는 흥얼거리듯이 말하고 일어서자, 희색이 만연한 표정으로 쥰코 쪽을
힐끔 보았다.
"치하라 미사에 에게 연습시킬 조화가 있지. 그걸 이 부인에게 한번 보여주지."
"그러지."
오츠카 쥰코는 벽장을 열고, 소형 트렁크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안에는
갖가지 종류의 조화가 가득 차 있었다.
"잘 만들었죠? 오니겐 씨의 아는 사람에게 주문해서 만든 거야."
찌요는 두세 개의 조화를 손에 들고 부인에게 자세히 보여주었다.
조화의 뿌리는 모두 바늘로 되어 있었고, 그 끝에는 작은 원형의 고무가
붙어있었다.
"처음부터 생화로 하면 위험하니까, 먼저 이런 조화로 그 아가씨의 몸을
단련시켜가려고. 잠시 시험해보도록 해줄게."
쥰코는 그렇게 말하고는, 트렁크 안에서 빨강과 하얀 장미 조화를 몇 송이인가
골라냈다.
"부인이 좋아하는 장미 조화도 이렇게 준비해 두었어."
그것을 쥰코가 교묘히 끼워가자 부인은 촉촉이 녹은 시선을 위쪽으로 향하고,
그것을 감수하기 위해 쥰코의 재촉에 따라 통통한 넓적다리를 약간 좌우로
벌렸다.
부인은 여자의 육체의 흐느끼는 곳을 죄다 아는 쥰코의 고문을 받아, 인간
꽃병으로 만들어질 미사에의 일을 생각하면 극도의 잔혹함에 순간 피가 얼어붙는
심정이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끝없는 오욕의 고문은 견딜 수 있다. 아니,
견뎌낼 수 있는 육체로 악마의 손에 다시 태어난 부인이었지만, 그러한 고문이
치하라 미사에에게 가해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열 한 시 반이 지나 다시로는 가와다, 요시자와, 그리고 오니겐 세 사람과
위층의 홈바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긴코와 아케미 일행이 이 불량 집단에
가담한 도모코와 나오에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간사이 지방의 불량 소녀와 간토 지방의 불량 소녀의 만남이라 꽤 마음이
잘 맞는 모양이야."
다시로가 웃자, 도모코가 반발하듯이 대꾸하였다.
"우린 불량 소녀가 아니에요! 단지, 돈이 필요했던 것뿐이지."
이쪽에 협력하면 놀며 먹고 살 정도의 급여를 매달 주겠다는 오츠카 쥰코가
말에 유괴에 협력한 셈이지만, 쥰코나 다시로 일당이 유괴한 아가씨에게 어떤
짓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도모코도 나오에도 확실히 몰랐다. 알았다면, 그 무서움에
이 일을 도중에서 내팽개쳤을지도 모른다.
"같은 여자면서 너희들 치하라 미사에 같은 아가씨가 밉다고 생각되지 않니?"
긴코와 아케미 일행은 그런 식의 말로도 모코와 나오에에게 계급 의식, 즉
과장되게 말하면 귀족주의 타파의 욕구에 공감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뭐, 그런 어려운 얘긴 모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우린 긴코 언니의 부하예요.
잘 부탁드려요."
나오에는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긴코에게 말하고, 우적우적 오징어를 뜯고
있었다.
"너희들 두 사람이 돈 갖고 돌아오기를 지하의 부인과 아가씨는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약속한 열두 시까지 이제 몇 분 안 남았으니까."
요시자와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다마에 부인과 치하라 미사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 의논이 다시로가
중심이 되어 시작되었다.
치하라 미사에는 얼마 동안 이쪽에 맡겨 달라는 오츠카 쥰코의 부탁이 있어,
미사에의 신변은 쥰코에게 맡기기로 결정되었지만, 다마에 부인은 어떻게 할까.
"저와 오니겐에게 맡겨주십시오."
가와다가 붕대를 감은 한쪽 손을 다시로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당했으니, 잠자코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요, 사장님."
가와다는 손에 상처 입은 복수의 의미로, 다마에 부인의 조교를 맡고 나섰다.
"그 콧대 높은 박사 부인을 다루는 데에 꽤나 애먹을 텐데."
다시로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좋아, 가와다 자네에게 맡겨주지. 오니겐과 상의해서 오리하라 다마에의
호되게 훈련하도록 해."
"이제 그럼 슬슬 창고의 두 사람에게 결과를 알리러 갈까?"
다시로는 나오에와 도모코를 홈바에 남겨놓고, 긴코와 아케미 일행은 이
일을 거들기 위해 함께 데리고 방을 나갔다.
그때, 광 지하에서는 다마에 부인과 미사에의 심장이 고동치고 있었다. 오늘
신작 꽃꽂이 발표회가 모략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 쇼크 때문이 아니라, 열두
시까지 도모코와 나오에가 이곳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생각을 하면 공포로
인해 몸이 덜덜 떨렸다. 그 약속 시각이 이제 몇 분으로 다가왔다.
"아주머니, 저, 아주머니."
미사에는 초조와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감옥의 두꺼운 판자 벽을 두드리면서,
옆의 다마에 부인에게 말을 건넸다.
"도대체 도모코 양은 어떻게 된 걸까요? 너무 늦었는데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직은."
다마에 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목시계에 불안한 시선을 향했다. 바늘은
이미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우르르 몇 사람인가의 발소리가 지하
계단을 내려왔다.
다마에 부인은 퍼뜩 놀라 무심코 뒷걸음질쳤다.
"분명, 도모코 양이 돌아왔을 거예요. 아가씨."
그러기를 빌면서, 다마에 부인은 미사에에게 말하였다.
하지만 쇠창살 앞에 줄줄이 늘어선 남녀 속에 도모코와 나오에의 모습은
없었다.
"약속 시간까지 기다렸는데, 하녀들은 돌아오지 않았어. 두 사람 모두 각오하도록
해."
요시자와가 잔뜩 벼르는 눈초리로 미사에의 감옥을 들여다보았다.
미사에의 단정한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눈이 치켜 올라갔다.
"헤헤헤, 아가씨 약속대로 알몸이 되 주어야겠는걸?"
"알몸이 된 후에는 오츠카 쥰코 여사의 방으로 안내하지. 뭔가 여러 가지로
아가씨에게 재미있는 놀이를 가르쳐줄 모양이야."
요시자와와 가와다에게 그런 말을 듣던 미사에는 강렬한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경직시키고. 이어 비틀비틀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저런, 또 기절했군."
요시자와가 혀를 찼다.
"그쪽이 편하겠어. 지금 우리가 벗겨주자고."
가와다가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미사에의 감옥 자물쇠에 꽂으려고 하자,
옆 감옥에서 다마에 부인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기다려 주세요!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도모코 양들은 꼭 돌아올
겁니다!"
다마에 부인은 필사적인 눈으로 쇠창살을 부여잡고 말하였다.
"그건 기대하지 마."
요시자와가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고, 다시로 쪽을 힐끔 바라보면서 말했다.
다마에와 미사에가 목숨 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도모코와 나오에는 홈바에서
이미 곤드레만드레 취해 곯아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제가 직접 남편에게 전화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다마에 부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안돼!" 하고 다시로는 일축하였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가와다의 치료비 대신 몽땅 벗도록 하시죠."
다마에 부인의 얼굴에 경련이 일며, 극도의 공포로 이마에는 땀이 흘렀다.
다마에 부인은 차갑게 파리해지면서, 짙은 눈썹을 노여움으로 떨며 다시로를
무섭게 노려보며 대답하였다.
"여러분이 나에게 어떤 신사적인 행동을 하실지 저도 흥미롭습니다."
비꼬며 쌀쌀하게 그런 말을 내뱉은 다마에 부인은 긴코 일행을 얄밉게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하자쿠라단 방식을 가르쳐주지. 나와."
긴코는 가와다에 게서 열쇠를 건네 받아 다마에 부인의 감옥 문을 열었다.
"무, 무슨 짓이에요!?"
가와다의 손이 실신해 있는 미사에의 어깨에 뻗자, 다마에 부인은 발끈하여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당황할 것 없어. 아가씨를 정신차리게 해주려는 거니까."
미사에의 어깨를 안아 일으킨 가와다는 허리띠께를 무릎으로 갑자기 쿡 내질렀다.
아름다운 이마에 자잘한 땀방울이 맺혀있던 미사에는 윽 하고 신음하며 미간을
찡그린 채 살며시 눈을 떴다.
"앗!" 하고 가와다를 보자 엉겁결에 미사에는 몸을 빼었다.
"헤헤헤, 다마에 부인의 경매가 끝나면 아가씨 차례야. 이 정도로 일일이
정신을 잃으면 곤란하지."
감옥에서 나온 가와다는 원래대로 문에 열쇠를 채웠다.
"아, 아주머니!"
다시로와 가와다 일행에게 둘러싸여 끌려가는 다마에 부인을 본 미사에는
깜짝 놀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어디로, 어디로 아주머니를 데리고 가는 거예요!"
미사에는 허둥대면서 쇠창살에 손을 얹고 가와다와 요시자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입고 계신 이 훌륭한 옷을 하자쿠라단이 경매할 거야. 어쨌든 시즈코
부인과 마찬가지로 부잣집 마나님이 입고 계시는 거니까, 속옷에서 속치마에
이르기까지 좋은 가격이 매겨질 거야."
긴코가 냉소를 띠고 다마에 부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가씨, 제가 시간을 벌겠어요. 반드시 도모코 양은 돌아올 겁니다. 잠시
참고 기다리세요."
다마에 부인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차분한 음성으로 미사에에게 말했다.
히죽히죽 패거리끼리 얼굴을 마주보고 있던 사내들은,
"너무 시간을 벌면 재미없지. 경매는 한 시간 정도로 끝내자고."
"자, 걸어." 하고 가와다가 다마에 부인의 등을 떠밀었다.
계단을 올라가자, 그곳은 일찍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수치 지옥으로
떨어져, 눈물과 땀을 흘린 광이었다.
제단처럼 안쪽에 만들어진 무대 위에 두 개의 통나무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은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함께 삭모라는 피가 역류할 정도의 굴욕을
받던 기둥이다.
"바로 며칠 전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사장님."
요시자와는 두개의 기둥을 가리키며 쿄오코의 그것을 깎던 때의 흥분을 떠올리면서
천박한 미소를 지었다.
아케미의 연락을 받은 요시코와 마리, 그리고 찌요와 오츠카 쥰코 일행이
높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줄줄이 광으로 들어왔다.
다마에 부인은 그녀들에게 증오의 눈을 향하고, 굳어진 뺨을 분노로 떨었다.
악당과 악녀들에게 빙 에워싸인 꼴이 된 다마에 부인은 질성싶으냐 하는
듯이 꼿꼿이 서 있었지만, 그들에게 대항할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 꾸물거리지 말고 부인, 벗도록 해요. 치하라류 후원 회장의 옷인걸,
고게츠류의 오츠카 쥰코가 잔뜩 골탕을 먹은 답례의 의미로 속옷을 모두 좋은
값에 인수해드리죠."
오츠카 쥰코가 퍼붓는 말에 오리하라 다마에는 움찔하여 어깨를 떨었다.
쥰코에게 한마디쯤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점차 생기를 잃은 다마에 부인의
단정한 얼굴은 완전히 새파랗게 질렸다.
"제가, 제가 여러분 앞에 알몸을 드러내면―."
다마에 부인은 속눈썹을 후들후들 떨면서,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그, 그런 저를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글쎄." 하고 악녀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나누었다.
다시로가 말했다.
"어떻게도 안 할 겁니다. 하녀 두 사람이 이곳에 나타날 동안, 안됐지만
이 움막에서 알몸인 채로 지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자, 도와드릴까요?" 하고 긴코와 아케미 일행이 다마에 부인 곁으로 조소하면서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말아요!"
다마에 부인은 날카로운 소리로 여자들을 꾸짖었다.
"혼자서, 혼자서 옷 정도는 벗을 수 있어요."
다마에 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허리띠를 풀기 시작하였는데, 마침내 눈물이
한 줄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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