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75]이브의 노트장[펀글]
[19]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Ⅱ-(04) 채찍을 손에 잡고
그의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그는 한 손을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뻗어 잔뜩 성이 난 그것을 문지르고 있었고,
또 다른 손으로는 가슴과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가 더 이상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리모트컨트롤로 VTR의
볼륨을 높여 주었다.
화면 속의 남자와 여자는 금방이라도 오르가즘에 치달을 것처럼 거친 호흡을
토해내고 있었다.
방안 가득 그들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이스가 몸을 벌떡 일으켜 나에게로 다가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그가 나에게로 다가오자 긴장하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가, 몹시 궁금했고 흥분되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다가오기만 했을 뿐 단 1 밀리미터의 접촉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이 내 앞에서 활처럼 휘는 순간이었다.
그의 손에 잡혀 있던 단단한 그것에서 희뿌연 우윳빛 액체가 뜨거운 용암처럼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액체를 나에게 분출시키기 위해 다가왔던 것이다.
가녀리게 떨리던 그것은 정확히 세번의 분출로 나의 앞가슴을 더럽히고는 전쟁에서
이긴 승자처럼 나를 향해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몸 전체에 퍼진 모세 혈관을 타고 나른함이 퍼지는 듯, 그가 침대에 쓰러졌다.
그의 이마에는 욕망이 만들어 놓은 뜨거운 땀방울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길고 긴 한 숨이 그의 입술에서 흘러 나왔다.
"만족해요? 그것만으로?"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미끈한 그의 정액을 티슈로 닦아내며 물었다.
"당신은 몰라. 눈으로 상대방을 찬찬히 훑어보는 그 기분을.
지금까지 나의 움직임을 보고도 아무런 흥분을 느끼지 못했었나?"
"흥분은 느꼈죠.
그러나 만족과는 달라요.
자신을 뒤흔드는 흥분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도 중요한 거예요."
그는 눈을 감은 채 팔을 뻗어 머리맡의 담배를 찾았다.
섹스 뒤에 담배를 피우는 남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눈앞에 여자를
두고도 이렇듯 홀대하는 처사는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눈으로 봐서 알았겠지만, 난 관음증 환자야.
물론 내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절하하고 싶진 않지만, 남들이 그러더군. 후후..."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내가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 앞에서 충분히 나를 자극해주고 있어.
그것이 내 오감(五感) 모두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
대리만족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래요, 대리만족!
하지만 이제부터 대리만족보다 직접 느끼는 만족이 얼마나 황홀한 것인지 내가
가르쳐 줄 차례에요."
감고 있던 그의 눈이 떠졌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나를 향한 갈망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부질없는 짓을 하려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익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나는 그가 나에게 선물한 란제리를 고쳐 입었다.
그가 여자의 속옷에 흥분한다면 처음 시작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지 조금은 신비롭게 감춰진 비밀이 아름다운 것일 테니까.
무성한 수풀을 간신히 가릴 수 있을 만큼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진 팬티와 고리가
앞에 달린 브래지어에는 최고급 레이스가 달려 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리본에 하얀 진주 장식이 달려 있는 것 또한 빠짐이 없었다.
그 위에 겹쳐 입는 란제리는 잠자리의 투명하고 고운 날개처럼 검고 긴 것으로
온 몸을 감싸 주었지만 하얀 피부를 은밀하게 내비치도록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섹시함 그 자체였다.
나는 그 옷자락을 날리며 그의 앞에서 욕망으로 달아오른 흥분이 담긴 미소를
던졌다.
그의 표정에는 아직도 나를 향한 갈망이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란제리의 옷자락으로 한차례의 뜨거운 분출 뒤에 휴식하고 있는 화산처럼
잠잠해진 그의 은밀한 곳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제야 그의 눈빛이 달궈지고 있었다.
"당신은 이 순간부터 나의 노예에요.
움직이지 말아요.
내 이름은 이브... 조이스, 당신에게 섹스는 함께 완성시키는 것임을 가르쳐 줄
거예요.
거부하거나 반항할 때는 불량 학생으로 인정하고 체벌하겠어요."
체벌이라는 단어에 그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어쩌면 그것은 여자로써의 나를 홀대한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분풀이가 작용한
것인지도 몰랐다.
게임만 아니라면 피가 흐르도록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를 그렇게 무시하다니, 그 누구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를 이렇게 발가벗겨
놓고도 키스 한번 해주지 않다니...
"일어서요... 그리고 나의 발끝에 입을 맞춰요.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이곳을 나갈 때까지 나에게 복종하겠다는 의미로 내 발에
입을 맞춰요!"
얼굴 표정만으로도 그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여자들의 사진과 섹스 도구들이 붙어 있는 벽으로 다가가 채찍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휘리릭- 소리를 내며 거칠게 휘둘렀다.
[20]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Ⅱ-(05) 천천히...그리고 부드럽게.
그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못하고 무서운 선생님 앞의 말 잘 듣는 어린 학생처럼 내가
시키는 대로 내 발끝에 엎드려 입을 맞추었다.
"이제 일어서요. 그리고 등뒤에서 나를 껴안아요."
발끝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다음 명령을 기다리던 그가 천천히
나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그의 팔에는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거칠게 끌어안지 말아요. 부드럽게 해요.
여자는 위험한 무기와도 같아요.
함부로 다루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세요.
그리고 공손한 몸짓으로 최대한 친절하게 하세요.
아주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해요."
세게 끌어안고 있던 그의 팔에 힘이 빠져나갔다.
힘겨운 듯, 그의 입술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제 그 상태에서 내 가슴을 어루만져요. 천천히...
검지와 중지 사이에 유두를 넣고 꽃게가 집게를 오므리듯 하면서 쓰다듬어요..."
그의 손길에 비로소 내 안의 뜨거운 불길이 솟아올랐다.
엉덩이에 닿은 그의 남성에도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것이 나의 몸 속을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자 아찔한
현기증이 났다.
그의 것은 보통의 남성들보다 굵었고, 밝은 자줏빛으로 탐스러웠다.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이 얇은 옷자락 밑에 감춰진 부분들을 상상해봐요.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을 그려봐요.
그리고 그곳에 당신의 입술이 닿는 것을 미리 짐작해봐요.
어떤 느낌일지... 어떤 향기가 날지, 얼마나 촉촉할지... 아아..."
그의 입술이 귓불에 닿으며 뜨거운 열기를 내 뿜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당신이 눈으로만 봤던 그 모든 동작들을 나에게 해야해요.
하나씩... 빠짐없이..."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 차디찬 석상처럼 굳어졌다.
망설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당신... 오직 마스터베이션에만 집착하고 살았군요. 그렇죠?"
그의 굳어진 얼굴에 입술을 들이대며 말했다.
그는 추운 겨울 밤, 눈 내리는 들판에 버려진 병아리처럼 떨고 있었다.
"아까의 자신감은 모두 어디 갔죠?"
"당신 말이 맞아. 난 오직 마스터베이션만 최고로 알고 지내왔어. 나... 난... "
그의 얼굴은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나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어르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군요.
당신 말대로라면 당신은 동정이라는 말인가요?"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파트너 중에서 동정을 지니고 있었던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물론 동정인줄 알았다면 애초에 접근하지도 않았을게다.
그러나 조이스를 향한 동정심이 싹트고 있는 것을 애써 거부하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지금까지 동정이죠?
쾌락을 즐길 줄 알기 때문에 혼자하는 섹스에 빠져있다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군요.
알고 싶어요, 말해 주세요.
당신이 왜 지금까지 이런 방법으로 섹스를 즐겼는지."
그는 침대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양 무릎에 머리를 수그리고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움켜쥐고있는 그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라도 남자는 강해야 한다.
또한 대개의 남자들은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조이스에게는 분명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의 아버지는... 군인이셨어."
흐느끼는 그의 곁에 살며시 다가앉았다.
눈물을 진정시킨 그가 천천히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그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을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는 내가 13살 때 돌아가셨어.
난 너무 어렸고, 밤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매맞으면서 울부짖어야만 하는
이유를 잘 몰랐어.
그런데 너무도 이상한 것은,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지.
10 살 때쯤 알았어.
어머니가 매를 맞고 있으면서도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입에서 제발 더 때려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뒤집어지는 혼란을
느꼈지만, 어른이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그러는 줄로만 알았으니까."
이야기를 잠시 멈춘 그는 머리맡에 놓여진 유리잔에 위스키를 채웠다.
술잔에 얼음을 넣어 주려는 내 손길을 그는 거절했고, 단숨에 입 속으로 털어
넣었다.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였어.
모두들 심장마비라고 했지만 난 믿지 않아. 내 눈으로 봤으니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게 만드는 것을 난 봤어...
벌거벗은 어머니를 아버지가 심하게 매질했고... 어머니는 다른 날처럼 제발 계속
해 달라며 애원했어.
비명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아버지는 매질을 멈추고 어머니의 그곳에 자신의 몸을
디밀어 사정을 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그것이 시체의 몸 속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거야.
쾌락에 겨워 어머니는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거야... 바보같이!"
조이스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의 머릿속에 알수 없는 질문들이 가득 찼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경멸하는 조이스는 왜 고통음란증(사디즘과
마조히즘)의 대리만족을 즐긴 것일까?
왜 저런 하드코아 포르노 그라피를 보며 즐기는 것일까?
왜 그것들 모두를 경멸하지 않는 것일까?
그의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그는 한 손을 자신의 두 다리 사이로 뻗어 잔뜩 성이 난 그것을 문지르고 있었고,
또 다른 손으로는 가슴과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가 더 이상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리모트컨트롤로 VTR의
볼륨을 높여 주었다.
화면 속의 남자와 여자는 금방이라도 오르가즘에 치달을 것처럼 거친 호흡을
토해내고 있었다.
방안 가득 그들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이스가 몸을 벌떡 일으켜 나에게로 다가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그가 나에게로 다가오자 긴장하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가, 몹시 궁금했고 흥분되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다가오기만 했을 뿐 단 1 밀리미터의 접촉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이 내 앞에서 활처럼 휘는 순간이었다.
그의 손에 잡혀 있던 단단한 그것에서 희뿌연 우윳빛 액체가 뜨거운 용암처럼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액체를 나에게 분출시키기 위해 다가왔던 것이다.
가녀리게 떨리던 그것은 정확히 세번의 분출로 나의 앞가슴을 더럽히고는 전쟁에서
이긴 승자처럼 나를 향해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몸 전체에 퍼진 모세 혈관을 타고 나른함이 퍼지는 듯, 그가 침대에 쓰러졌다.
그의 이마에는 욕망이 만들어 놓은 뜨거운 땀방울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길고 긴 한 숨이 그의 입술에서 흘러 나왔다.
"만족해요? 그것만으로?"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미끈한 그의 정액을 티슈로 닦아내며 물었다.
"당신은 몰라. 눈으로 상대방을 찬찬히 훑어보는 그 기분을.
지금까지 나의 움직임을 보고도 아무런 흥분을 느끼지 못했었나?"
"흥분은 느꼈죠.
그러나 만족과는 달라요.
자신을 뒤흔드는 흥분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도 중요한 거예요."
그는 눈을 감은 채 팔을 뻗어 머리맡의 담배를 찾았다.
섹스 뒤에 담배를 피우는 남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눈앞에 여자를
두고도 이렇듯 홀대하는 처사는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눈으로 봐서 알았겠지만, 난 관음증 환자야.
물론 내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절하하고 싶진 않지만, 남들이 그러더군. 후후..."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내가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 앞에서 충분히 나를 자극해주고 있어.
그것이 내 오감(五感) 모두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
대리만족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래요, 대리만족!
하지만 이제부터 대리만족보다 직접 느끼는 만족이 얼마나 황홀한 것인지 내가
가르쳐 줄 차례에요."
감고 있던 그의 눈이 떠졌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나를 향한 갈망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부질없는 짓을 하려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익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나는 그가 나에게 선물한 란제리를 고쳐 입었다.
그가 여자의 속옷에 흥분한다면 처음 시작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지 조금은 신비롭게 감춰진 비밀이 아름다운 것일 테니까.
무성한 수풀을 간신히 가릴 수 있을 만큼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진 팬티와 고리가
앞에 달린 브래지어에는 최고급 레이스가 달려 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리본에 하얀 진주 장식이 달려 있는 것 또한 빠짐이 없었다.
그 위에 겹쳐 입는 란제리는 잠자리의 투명하고 고운 날개처럼 검고 긴 것으로
온 몸을 감싸 주었지만 하얀 피부를 은밀하게 내비치도록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섹시함 그 자체였다.
나는 그 옷자락을 날리며 그의 앞에서 욕망으로 달아오른 흥분이 담긴 미소를
던졌다.
그의 표정에는 아직도 나를 향한 갈망이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란제리의 옷자락으로 한차례의 뜨거운 분출 뒤에 휴식하고 있는 화산처럼
잠잠해진 그의 은밀한 곳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제야 그의 눈빛이 달궈지고 있었다.
"당신은 이 순간부터 나의 노예에요.
움직이지 말아요.
내 이름은 이브... 조이스, 당신에게 섹스는 함께 완성시키는 것임을 가르쳐 줄
거예요.
거부하거나 반항할 때는 불량 학생으로 인정하고 체벌하겠어요."
체벌이라는 단어에 그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어쩌면 그것은 여자로써의 나를 홀대한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분풀이가 작용한
것인지도 몰랐다.
게임만 아니라면 피가 흐르도록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를 그렇게 무시하다니, 그 누구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를 이렇게 발가벗겨
놓고도 키스 한번 해주지 않다니...
"일어서요... 그리고 나의 발끝에 입을 맞춰요.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이곳을 나갈 때까지 나에게 복종하겠다는 의미로 내 발에
입을 맞춰요!"
얼굴 표정만으로도 그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여자들의 사진과 섹스 도구들이 붙어 있는 벽으로 다가가 채찍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휘리릭- 소리를 내며 거칠게 휘둘렀다.
[20]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Ⅱ-(05) 천천히...그리고 부드럽게.
그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못하고 무서운 선생님 앞의 말 잘 듣는 어린 학생처럼 내가
시키는 대로 내 발끝에 엎드려 입을 맞추었다.
"이제 일어서요. 그리고 등뒤에서 나를 껴안아요."
발끝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다음 명령을 기다리던 그가 천천히
나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그의 팔에는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거칠게 끌어안지 말아요. 부드럽게 해요.
여자는 위험한 무기와도 같아요.
함부로 다루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세요.
그리고 공손한 몸짓으로 최대한 친절하게 하세요.
아주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해요."
세게 끌어안고 있던 그의 팔에 힘이 빠져나갔다.
힘겨운 듯, 그의 입술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제 그 상태에서 내 가슴을 어루만져요. 천천히...
검지와 중지 사이에 유두를 넣고 꽃게가 집게를 오므리듯 하면서 쓰다듬어요..."
그의 손길에 비로소 내 안의 뜨거운 불길이 솟아올랐다.
엉덩이에 닿은 그의 남성에도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것이 나의 몸 속을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자 아찔한
현기증이 났다.
그의 것은 보통의 남성들보다 굵었고, 밝은 자줏빛으로 탐스러웠다.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이 얇은 옷자락 밑에 감춰진 부분들을 상상해봐요.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림을 그려봐요.
그리고 그곳에 당신의 입술이 닿는 것을 미리 짐작해봐요.
어떤 느낌일지... 어떤 향기가 날지, 얼마나 촉촉할지... 아아..."
그의 입술이 귓불에 닿으며 뜨거운 열기를 내 뿜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당신이 눈으로만 봤던 그 모든 동작들을 나에게 해야해요.
하나씩... 빠짐없이..."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 차디찬 석상처럼 굳어졌다.
망설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당신... 오직 마스터베이션에만 집착하고 살았군요. 그렇죠?"
그의 굳어진 얼굴에 입술을 들이대며 말했다.
그는 추운 겨울 밤, 눈 내리는 들판에 버려진 병아리처럼 떨고 있었다.
"아까의 자신감은 모두 어디 갔죠?"
"당신 말이 맞아. 난 오직 마스터베이션만 최고로 알고 지내왔어. 나... 난... "
그의 얼굴은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나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어르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군요.
당신 말대로라면 당신은 동정이라는 말인가요?"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파트너 중에서 동정을 지니고 있었던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물론 동정인줄 알았다면 애초에 접근하지도 않았을게다.
그러나 조이스를 향한 동정심이 싹트고 있는 것을 애써 거부하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지금까지 동정이죠?
쾌락을 즐길 줄 알기 때문에 혼자하는 섹스에 빠져있다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군요.
알고 싶어요, 말해 주세요.
당신이 왜 지금까지 이런 방법으로 섹스를 즐겼는지."
그는 침대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양 무릎에 머리를 수그리고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움켜쥐고있는 그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라도 남자는 강해야 한다.
또한 대개의 남자들은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조이스에게는 분명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의 아버지는... 군인이셨어."
흐느끼는 그의 곁에 살며시 다가앉았다.
눈물을 진정시킨 그가 천천히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그가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을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는 내가 13살 때 돌아가셨어.
난 너무 어렸고, 밤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매맞으면서 울부짖어야만 하는
이유를 잘 몰랐어.
그런데 너무도 이상한 것은,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지.
10 살 때쯤 알았어.
어머니가 매를 맞고 있으면서도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입에서 제발 더 때려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이 뒤집어지는 혼란을
느꼈지만, 어른이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그러는 줄로만 알았으니까."
이야기를 잠시 멈춘 그는 머리맡에 놓여진 유리잔에 위스키를 채웠다.
술잔에 얼음을 넣어 주려는 내 손길을 그는 거절했고, 단숨에 입 속으로 털어
넣었다.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였어.
모두들 심장마비라고 했지만 난 믿지 않아. 내 눈으로 봤으니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게 만드는 것을 난 봤어...
벌거벗은 어머니를 아버지가 심하게 매질했고... 어머니는 다른 날처럼 제발 계속
해 달라며 애원했어.
비명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아버지는 매질을 멈추고 어머니의 그곳에 자신의 몸을
디밀어 사정을 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그것이 시체의 몸 속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거야.
쾌락에 겨워 어머니는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거야... 바보같이!"
조이스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의 머릿속에 알수 없는 질문들이 가득 찼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경멸하는 조이스는 왜 고통음란증(사디즘과
마조히즘)의 대리만족을 즐긴 것일까?
왜 저런 하드코아 포르노 그라피를 보며 즐기는 것일까?
왜 그것들 모두를 경멸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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