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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3/75]이브의 노트장[펀글]

[52]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Ⅳ-(14) 두 사내 사이에서

그가 나의 다리 사이에서 계곡을 더듬어 탐닉하는 동안, 나는 오렌지를 집어
달콤한 액체를 삼켰다.
그가 동굴 속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액체를 달콤한 꿀물처럼 쩝쩝 이며 삼킬
때에도 나는 오렌지 향을 맡으며 과육을 씹고 있었다.

"맛있어?"
"아주 달아요. 이런 자세로 뭔가를 먹는 것도 재미있네요. 후후..."

그는 네 발로 기어 나의 몸에 자신의 몸을 포개었다.
내 손에 쥐어진 오렌지를 빼앗아 우물거리며 키스를 해온 것과, 그의 다리
사이에서 음탕하게 덜렁거리던 그것이 몸 속으로 밀려들어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으읍~!@#"

그의 입 속에서 오렌지 과즙이 나의 입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아랫도리를 뻐근하게 할만큼 육중한 그의 페니스는 동굴을 허물기라도 할 듯 온통
휘젓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삽입에 놀란 나는 당황스러움과 쾌감으로 낮게 신음했지만 그의 입술
탓으로 그마저 자유롭지 못했다.

"헉~! 헉~! 이, 이브..."

그의 허리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파도치는 육체 아래에 짓눌린 나의 욕망이 빈틈없이 채워지고 있었다.
그가 토해내는 격한 숨결이 귓가를 뜨겁게 맴돌았다.

놀랍게도 그의 페니스는 내 몸 속 깊은 곳에 숨겨진 G-spot를 정확하게 공략하여
쾌감에 들뜨게 만들었다.
비너스에 닿는 자극으로 이루어지는 오르가즘이 지극히 보편적이고 평범한
것이라면, G-spot를 통해 이루어지는 오르가즘은 온 몸을 화들짝 놀래킬만큼
짜릿한 것이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새로운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는 나의 육체는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 절정의 마지막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아아... 그, 그만...! 아아..."
"헉헉... 그만? 헉헉... 저, 정말 그, 그만이야? 헉헉..."

나는 그의 물음에 질문할 여유도 없이 미친 듯이 몸을 일으키며 그의 등을
움켜쥐었다.
탄탄한 근육 깊숙이 손톱 자국을 남기며 오르가즘의 황홀경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브... 아... 나, 나도... 지, 지금이야... 아아..."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몸이 팽팽한 활처럼 긴장하며 나의 몸을 억세게 끌어안았다.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나의 뺨을 적시며 그가 얼마나 격렬하게 움직였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뒤엉킨 몸을 미처 풀어낼 사이도 없이 의식을 잃었다.

*

싸늘한 냉기에 뒤척이며 잠이 깨었을 때는 이미 사방이 어둑한 새벽이었다.
나는 옆에 누워있는 그를 확인하고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삭신이 저리고 뻐근한 것이 격렬한 정사 끝에 오는 당연한 피로였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는 시트를 끌어다 잠들어 있는 그에게 살짝 덮어
주고는 욕실로 향했다.

얼굴이며 가슴 등 온 몸이 엉망이었다.
부스스하게 엉클어진 머리칼과 끈적한 아이스크림이 묻었던 자리가 찜찜한 기분을
더해주고 있었다.
요란한 소음이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샤워를 마친 나는 침대 위에 누웠지만 눈만
깜빡일 뿐 잠을 잘 수 없었다.

호텔 옥상에 있는 수영장이 떠올랐다.
뻐근한 몸과 근육을 풀어내는 것에는 수영이 효과적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갖춰 입고는 소리 없이 방을
빠져나왔다.

밤바람이 조금은 서늘한 수영장에는 잠들지 못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입은 여자도 있었고,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검고 탄탄한 근육을 가진 남자도 있었다.

나는 나의 눈부시도록 하얀 피부와 잘 어울리는 검정색 비키니를 입었다.
살갗에 닿는 물살이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하며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찌뿌둥했던 몸을 덱키체어에 기대며 콜라를 홀짝일 때였다.

"혼자 오셨습니까?"

짧은 커트 머리를 산뜻하게 뒤로 넘긴 젊은 남자였다.
아마도 내 또래인 듯 싶었다.
그의 목에 걸려 있는 은빛 체인이 거무스름한 그의 살결과 대비되며 너무도 잘
어울렸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의 허리께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수영 팬티의 전면으로 불거져나온 그의 심벌과, 팬티라인 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음모의 그 꼬불거림이 나로 하여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동행이 없으신 것 같아서..."

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네... 혼자 왔어요."

어쩌자고 혼자 왔다는 거짓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질문이 수영장에 혼자 온 것이냐는 뜻이었다면 그 닥 잘못된 대답은
아니었다.

그는 잠시 어딘 가로 향하더니, 곧 오렌지 주스가 담긴 캔을 들고 내 옆에 놓인
덱키 체어에 앉았다.

"밤에 수영하는 것, 참 좋지 않아요?
조용하고... 분위기 있고... 근데, 어디서 온 분이세요?"
"네?"

"미국 유학생? 한국에 다니러 왔나요?"

그제야 그의 말뜻을 헤아린 나는 속으로만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이 집이라면 이 시간에 호텔에서 수영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내가 이 호텔의 투숙객이라는 것을 알고는 한국에 다니러온 교포 2세쯤으로
여긴 것 같다.

"글쎄요..."
"하긴, 전 서울이 집인데도 요즘 이곳에서 지내고 있어요. 후후..."

남자는 주스를 머금은 채 미소를 지어 보이며 웃었다.

"집이 청담동이예요."

그렇게 말하며 은근한 눈빛으로 나의 몸을 훑어 내리는 그의 시선이 생각보다
뜨겁다는 것을 느낀 나는 몸을 추스리기 보다는 되려 몸을 펼쳐 보이는 대담성을
보였다.
덱키 체어에 길게 누우며 군살 없는 몸매를 완벽하게 노출시키자 그는 분명
당황하고 있었다.

"혼자 오셨나요?
전, 가끔 이곳에서 술을 마셔요.
그러다 시간이 늦어지면 그냥 하루 묵고 가거든요.
함께 왔던 친구들이 모두 취해버려서...
지금 잠들어 있어요.
여자들이 엉망으로 취해버리면 정말 대책이 안선다구요.
후후... 제 이름은 이브예요."

나는 새로운 사냥감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는 것을 알았다.
온종일 드리웠던 낚싯대에 고기는 물리지 않고, 포기하며 거두어들일 때 우연히
딸려 올라오는 대어를 낚는 기분이 지금의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물에 젖은 나의 몸으로부터 시선을 옮기지 못하는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53]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Ⅳ-(15) 격정의 엘리베이터

완벽에 가까운 남자의 몸을 바라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굵고 힘있어 보이는 남자의 허리는 나도 모르게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바늘로 찔러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의 허벅지가 나의 몸을 조이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진다.

"이제 가야겠어요."

나의 말에 남자가 아쉬운 듯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나 역시 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잠들어있는 송수한이 깨어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저... 친구들 때문인가요?"
"...네."

"그럼, 방에 가셨다가 별 일 없으면 라운지에서 칵테일이라도 한 잔하는 것이
어때요?
잠이 안 온다거나..."
"일단 가보구요. 너무 오래 기다리진 말아요."

물기가 마르기 시작한 살갗에 닿는 밤바람이 이제 제법 서늘했다.
나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탈의실 쪽으로 향했다.

*

아직 그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을 빠져 나올 때와 특별히 달라진 것 없이 그는 여전히 바닥에 잠들어
있었다.

수영을 한 탓인지 갑작스레 허기가 몰려왔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또한 모처럼 낚은 대어에 대한 미련이 마음 한구석에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

"저기요... 일어나 봐요..."

나는 송수한을 깨우기로 마음을 먹고는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으음... 아, 지금... 몇 시지?"
"12시가 다 됐어요.
바닥에서 자지 말고 이제 침대로 가요."

그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고는 옷을 입고 있는 나를 보자 놀라는 눈치였다.

"어디 가는 건가?"
"가긴요... 잠깐 바람을 쐴까...싶어서요.
잠도 안 오고. 차 한잔 마시고 와도 될까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귀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에 대한 짜증이 섞인 표정이었다.

"차는 여기서 마셔도 되잖아?
굳이 이 시간에 나가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벌써 지친 건가? 아니면 내가 잠들어 있어서 화가 난 건가?"
"훗,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아요. 화가 나긴요.
내가 뭐 옹녀라도 되는 줄 아세요?
그 정도 열렬히 섹스를 했으면 됐지...
지금은 그냥 차 한잔 마시고 싶을 뿐이에요. 잠이 안 와서..."

"애초에 함께 약속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 알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뭐든지 함께 하기로 했잖아."
"그럼 안나갈께요."

나는 두부 자르듯 딱 잘라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나의 표정에 그가 약간은 안도하는 듯 했다.

"좋아... 어차피 나도 피곤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
이런 호텔에서 함께 들어온 여자가 사라지고 혼자 잠들어 있다는 것은 불쾌한
일이야.
만약 내가 이브를 혼자 두고 나가서 술을 마시고 들어온다면 이해할 수 있겠어?"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가볍게
포옹했다.
침대 위에 눕는 그에게 이불을 끌어 올려 덮어주며 방을 빠져나오기까지 어쩐지
아슬아슬한 기분을 버릴 수 없었다.

남편을 몰래 재워놓고 바람을 피러 나가는 유부녀의 긴장감이 이 상황과 맞먹을
것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로비 라운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그것은 상황의 즐거움보다 몰래 빠져나와 은밀한 만남을 갖는
것에 대한 긴장과 스릴이었다.
마치 모험을 하는 듯 가슴이 떨려왔다.

"어...? 나오셨네요? 친구들이 여전히 자고 있나보군요. 그렇죠?"
"계셨군요. 혹시나 안 계시면 혼자 차나 한 잔 하려고 했어요.
수영을 했더니 따뜻한 차가 그립네요. 약간 허기도 느껴지고요.
이 시간에는 식당은 문 닫았겠죠?"

일단 오픈 된 공간인 로비 라운지를 벗어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혹시라도 송수한이 잠에서 깨어 라운지로 내려온다면 남자와 내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떡하죠? 지금은 식당들이 모두 문닫았을 것 같은데...
프론트에 말해서 탕 종류를 룸서비스 받을 수는 있을 거예요.
친구들이 잠들어 있으니 방에서 드실 수는 없을테고...
괜찮다면 제 방에서 드셔도 상관없어요."

제법 빠른 접근이었다.
이럴 경우 섣불리 그러마, 대답하는 것은 속보이는 짓이다.
조금쯤 뜸을 들여 깊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뒤 조심스럽게 OK 싸인을 보내는
것이 옳다.

뛰어난 전략가를 흉내내며 여우처럼 가면을 뒤집어 쓴 나는 조신한 몸놀림으로
당황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나의 모습에 그가 어쩔 줄 몰라하는 빛이 역력했다.

"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마세요.
여기서는 어차피 차나 술 종류 외에는 곤란하고...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네. 괜찮으시다면... 그래도 될까요?"

그의 말에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아이처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어어..."

나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마자 그의 목을 끌아 안으며 그의 입술을 훔쳤다.
놀란 그의 눈이 나를 응시했지만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뜨겁게 맞받아 치는 나를
그 또한 거부할 수 없었다.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나를 떼어내려던 그가, 내가 자신의 입 속으로 혀를 밀어
넣음과 동시에 아랫도리의 불룩한 부분을 허벅지로 강하게 짓누르자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나의 몸을 힘있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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