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2/75]이브의 노트장[펀글]
[31]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Ⅲ-(04) 넌, 내 여자가 될 거야!
그의 눈빛에 나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그가 나를 모델로 그림을 그릴 때 바라보던 눈길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이제 그의 눈에 보여지는 나는, 그의 예술혼을 불태울 그런 존재가 아닌 한 남자의
욕망을 뜨겁게 타오르게 할 여인일 뿐이다.
"할 말이 있어요."
따스함이 베인 미소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들어 줄 수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선, 말을 놓고 싶어요.
나와 동갑이고... 그게 편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싫다면 지금처럼 존댓말을 쓰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브.
당신이 원하는 대로하세요."
그가 천연덕스럽고도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고마워. 이제부터 너도 나에게 말을 놓는 거야. 알았지?"
"후후... 알았어. 됐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그를 바라보며 나 또한 환하게 웃었다.
비로소 좀 더 그와 가까워지는 듯 했다.
"이제, 정말 필요한 말을 할 꺼야. 잘 들어주길 바래."
호기심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법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스치며 환한 웃음을 머금던
입술이 일자로 굳어졌다.
이제 나는 내가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게임에 대해 그에게 설명할 것이다.
"나... 여왕 거미라는 별명이 있어."
"여왕 거미?"
"응. 내 스스로 붙인 별명은 물론 아니야.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별명을 붙여 주더군.
하지만 그게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그래도 난 당랑(사마귀)처럼 수컷을 교미 끝에 잡아먹진 않으니까, 후후..."
"점점 모를 소리만 하는 구나."
그의 표정은 호기심이 아니라 당혹감에 가깝게 변해 갔다.
그 당혹감 속에는 두려움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순수한 마음을 갖고있는 그로써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연히 모를 소리지...
하지만, 느낌으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렇지?"
"..."
"후후, 난 게임을 좋아해.
난 내 스스로 게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즐거운 것 같아.
그 게임이 뭔지 알겠어?
바로 섹스야.
서로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가식 같은 것은 배제된, 정말 욕망에 의해 타오르는
그런 섹스!
작고 작은 티끌 하나라도 자신의 마음을 가리고 있으면 안돼."
"그... 그렇다면, 넌 즐기기 위한 섹스를 게임 처럼 한다는 말이니?"
"나쁘게 표현하면 그렇다고 해야겠지만, 난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하고
싶어.
이를테면 처녀막이라는 것 말이야.
나는 그것이 쓸모 없는 족쇄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남자에게는 동정막이라는 것이 없는 거지?
왜 여자에게만 순결을 지켜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지? 왜?"
이념이 바탕으로 깔린 이야기들을 나는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이념이라는 것이 있어 사고의 기준으로 존재하고 있다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섹스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올바른 인식과 가치관 같은 것 말이다.
"처녀막이라는 것을 빌미로 여자들의 섹스에 대한 본능을 언제까지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잔인한 일이야.
남자들은 자신들의 본능을 감추지 않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여자들에게 처녀막이라는 것을 족쇄 삼아 순결론을 펼친다면 불공평한 처사
아닐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부풀어 올라있던 은규의 아랫도리는 이제 밋밋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의 유혹으로 다시 불끈 일어설 것이다.
"난 순결론자는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순결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것은 여자들에게 있어 자존심이 될 수도 있어."
"네 말도 틀리지 않아.
하지만 남자들처럼 섹스를 즐긴다고 해서, 아니 남자들 이상으로 섹스에 대해
자유를 부르짖는다 해서 달리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하는 말 이해하겠니?"
은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끄덕임이 정말 나의 말을 이해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난, 오늘 너와 게임을 할거야.
어떤 게임인지는 알겠지?
내가 정한 게임의 규칙은 나름대로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고 싶어."
"..."
"첫째, 단 한번으로 모든 관계는 끝이라는 것.
즉, 너와 나와의 관계는 감정을 배제한 섹스로 끝을 맺되 함께 몸을 섞었다는 것을
이유로 서로를 구속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야.
무슨 일인지 알겠어?"
"글쎄...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
"흔히 남자들이 그런 말을 하지.
여자는 함께 잠을 자고 난 다음에는 마치 부인처럼 군다고.
하지만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고 해서 그 여자가 자신의 여자가 된 듯 착각을 하거든.
게다가 애정 운운하면서 매달리는 것은 정말 원하지 않아."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
함께 섹스를 했다고 해서 널 내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거지?"
빈틈없는 그의 이해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자, 그는 오히려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어찌 보면 이것은 정말 중요한 규칙이야.
나와 나누는 섹스에서는 절대로 가식이나 가면을 써서는 안돼!
네 몸 속에 타오르는 뜨거운 욕망을 모두 표현해야해.
절대로 부끄러워한다거나 망설여선 안돼.
네가 나에게 하고 싶은 모든 표현을 언제라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숨김없이
해줬으면 좋겠어.
키스하고 싶으면 하고, 나의 그곳에 입술을 대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거야.
어떤 방법으로건 너만의 욕망을 표현하란 말야.
알겠어?
섹스는 절대 자유야.
네가 하고 싶은 만큼 누리고 만끽하란 말야."
몹시 신중하고도 지루한 침묵이 이어졌다.
내가 그의 그림이 완성되길 기다리며 부동의 자세로 모델이 되어 앉아 있던
만큼이나 지루했다.
그러나 곧 은규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굳게 다물어 있던 입술을 열어 당당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나에게 요구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 동안, 넌 내 여자가 될 꺼야.
너의 게임을 받아들이겠어!"
나는 그제야 만족스럽고도 기쁜 웃음을 담은 표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아함과 호기심이 가득했던 은규의 눈빛은 이제 또 다시 뜨거운 욕망을 담은
불화로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32]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Ⅲ-(05) 계곡 사이로
마주선 은규의 눈 속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욕망으로 타오르는 불길은 언제나 나의 흥분을 부추긴다.
"내가 옷을 벗겨주겠어. 이리 와..."
그가 나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앞에 일으켜 세웠다.
나보다 한 뼘쯤 더 큰 그가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얼굴을 포개어왔다.
따스한 입김이 이마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콧잔등에 머물렀고, 이내 입술로
옮겨왔다.
아이 피부처럼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촉촉한 느낌으로 나의 입술에 포개어지며
그의 손은 나의 블라우스 단추를 열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은 그 손끝의 움직임을 따라 드러나는 살결에 끊임없이 입맞춤을 했고,
입맞춤이 전해주는 전율에 나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고동치고 있었다.
"아... 아아..."
나의 입술이 열리며 황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다.
그는 이제 완전히 드러난 나의 앞가슴에 얼굴을 묻고, 탄력 있는 유방의 계곡
사이로 자신의 혀를 내밀어 핥았다.
동그란 원을 그리며 유방 주위를 천천히 맴돌던 그의 입술이 유두 끝으로 옮겨오자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려는 나의 몸을 그가 두 팔로 지탱하며 받쳐 주었다.
"너의 몸에서 달콤한 향내가 나고 있어... 정말 달콤해..."
그가 입술을 천천히 배꼽 쪽으로 옮겨가며 말 했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두 손으로 스커트를 걷어올리며 팬티를 끌어 내렸다.
"아아, 은규... 정말 황홀해... 아..."
나의 스커트 밑으로 고개를 디밀고 있는 은규의 머리를 나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그의 입술이 무성하게 우거진 나의 음모 속을 더듬고 금방이라도 꽃잎을 뒤덮을
태세였다.
그를 마주보며 무릎을 꿇고 앉아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벗기기 위해 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쓰다듬었다.
"이브... 오늘 하루는 널 내 여자로 하는 거야... 넌 내 꺼야... 아아..."
쾌감으로 얼룩진 그의 말들이 나의 입술 사이로 밀려 들어왔다.
그의 혀가 나의 입술을 열어 목 끝까지 점령하고는 거침없이 움직여 내 몸 속에
마지막 남은 욕망까지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나의 손끝에서 은규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짙은 보랏빛으로 힘차게 끄덕이는 그의 페니스가 나의 눈앞에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욕망에 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 큼지막한 것이 내 입 속으로 들어오자 은규의 몸이 팽팽하게 휘어지는
대나무처럼 요란하게 쓰러졌다.
쓰러진 은규의 다리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단단해진 은규의 페니스를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브! 아아... 이브!"
쾌감으로 몸을 떨며 은규가 나의 이름을 외쳤다.
그가 몸을 뒤틀자 곁에 있던 화구(畵具)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곁에 놓인 캔버스에는 은규가 완성한 나의 누드가 농염하고도 뇌살적인 미소를
풍기고 있었다.
은규가 몸을 일으켜 나를 바닥으로 눕히고는 자신의 몸을 뒤덮어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흥분으로 격해진 호흡과 함께 나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홀해... 너무 짜릿해서 금방이라도 사정해버릴 것만 같아.
넌 정말 멋있는 여자야...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달콤한 그의 속삭임이 나를 더욱 자극하고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은규의 부드러운 손길이 나의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의 몸을 캔버스에 옮길 때 사용하던 붓놀림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였다.
이제 은규는 캔버스에 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으로 달궈진
손끝을 붓으로 삼아 내 온몸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은규는 붓을 바꿔 자신의 입술로 나의 온몸을 욕망의 물감으로 색칠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꿈틀거리고 있는 듯한 그 입술의 집요한 공략에 이어 은규의 손가락이 다리
사이로 스며들어 깊숙한 골짜기 안까지 들어 왔다.
몸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그것의 충격에 참을 수 없는 쾌감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이브... 어때? 좋아?"
"말할 수 없이 좋아.
네가 여자였다면 기절했을 거야...
나도 지금 기절할 것만 같거든..."
은규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그의 손 가락은 깊은 계곡의 동굴을 빠져나와 좀 더 아래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아래에서 회음으로부터 짜릿한 경련이 일었다.
몸을 움찔거릴 만큼 전율을 일으키는 쾌감이었다.
*
"그때의 우린 정말 대단했어.
나는 너를 숙맥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때 두 번째 섹스치고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자극적이었거든.
넌 정말 거친 남자야."
수줍은 미소가 은규의 얼굴에 번졌다.
그는 그런 남자였다.
섹스를 할 때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면서도 평소 그의 모습은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네가 그때 게임의 조건으로 걸었잖아.
섹스를 할 때 결코 가식이나 가면따위는 버려야 한다고.
그래서 난 평소에 내가 꿈꿔왔던 나의 모습을 표현했을 뿐이야."
"후후... 그래. 그래서 난 나의 파트너들 중에서 네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
섹스를 잘한다고만 해서 마음에 드는 게 아냐.
그렇게만 따진다면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은 따로 있겠지.
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거든.
넌 좋은 녀석이야..."
"알아. 네 맘에 들지 않았으면 친구로 남자는 나의 말이 보기 좋게 거절당했겠지.
후후..."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은규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이내 은규의 손길이 이마로 다가와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넌... 언젠가는 후회할거야. 이브"
"쓸데없는 소리! 난 후회 같은 것은 하지 않아."
"아니... 잘 생각해봐. 네 스스로 외롭다고 생각해본적 없는지...
단 한번도 네 입에서 흘러나오지는 않았지만 넌 외로운 여자야."
"..."
"넌... 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거야.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넌 길 잃은 아이처럼 사방을 헤매고 있어.
그리고는 그것을 게임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거야.
자신의 방황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거지. 억지로..."
"그래그래... 네 말이 맞다고 생각해라.
난 아니면 그만이니까.
이만 자는 게 낫겠어. 난 지금 졸려..."
눈을 감았다.
잠을 자겠다고는 했지만 은규가 내뱉은 말들이 머리 속을 온통 휘젓고 있었다.
그가 한 말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지만, 무엇인가 정곡을
찔린 듯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찾아 방황했다는 것인가.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눈빛에 나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그가 나를 모델로 그림을 그릴 때 바라보던 눈길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이제 그의 눈에 보여지는 나는, 그의 예술혼을 불태울 그런 존재가 아닌 한 남자의
욕망을 뜨겁게 타오르게 할 여인일 뿐이다.
"할 말이 있어요."
따스함이 베인 미소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들어 줄 수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선, 말을 놓고 싶어요.
나와 동갑이고... 그게 편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싫다면 지금처럼 존댓말을 쓰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브.
당신이 원하는 대로하세요."
그가 천연덕스럽고도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고마워. 이제부터 너도 나에게 말을 놓는 거야. 알았지?"
"후후... 알았어. 됐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그를 바라보며 나 또한 환하게 웃었다.
비로소 좀 더 그와 가까워지는 듯 했다.
"이제, 정말 필요한 말을 할 꺼야. 잘 들어주길 바래."
호기심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법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스치며 환한 웃음을 머금던
입술이 일자로 굳어졌다.
이제 나는 내가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게임에 대해 그에게 설명할 것이다.
"나... 여왕 거미라는 별명이 있어."
"여왕 거미?"
"응. 내 스스로 붙인 별명은 물론 아니야.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별명을 붙여 주더군.
하지만 그게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그래도 난 당랑(사마귀)처럼 수컷을 교미 끝에 잡아먹진 않으니까, 후후..."
"점점 모를 소리만 하는 구나."
그의 표정은 호기심이 아니라 당혹감에 가깝게 변해 갔다.
그 당혹감 속에는 두려움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순수한 마음을 갖고있는 그로써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당연히 모를 소리지...
하지만, 느낌으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렇지?"
"..."
"후후, 난 게임을 좋아해.
난 내 스스로 게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더 즐거운 것 같아.
그 게임이 뭔지 알겠어?
바로 섹스야.
서로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가식 같은 것은 배제된, 정말 욕망에 의해 타오르는
그런 섹스!
작고 작은 티끌 하나라도 자신의 마음을 가리고 있으면 안돼."
"그... 그렇다면, 넌 즐기기 위한 섹스를 게임 처럼 한다는 말이니?"
"나쁘게 표현하면 그렇다고 해야겠지만, 난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하고
싶어.
이를테면 처녀막이라는 것 말이야.
나는 그것이 쓸모 없는 족쇄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남자에게는 동정막이라는 것이 없는 거지?
왜 여자에게만 순결을 지켜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거지? 왜?"
이념이 바탕으로 깔린 이야기들을 나는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에게 이념이라는 것이 있어 사고의 기준으로 존재하고 있다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섹스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올바른 인식과 가치관 같은 것 말이다.
"처녀막이라는 것을 빌미로 여자들의 섹스에 대한 본능을 언제까지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잔인한 일이야.
남자들은 자신들의 본능을 감추지 않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여자들에게 처녀막이라는 것을 족쇄 삼아 순결론을 펼친다면 불공평한 처사
아닐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부풀어 올라있던 은규의 아랫도리는 이제 밋밋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의 유혹으로 다시 불끈 일어설 것이다.
"난 순결론자는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순결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것은 여자들에게 있어 자존심이 될 수도 있어."
"네 말도 틀리지 않아.
하지만 남자들처럼 섹스를 즐긴다고 해서, 아니 남자들 이상으로 섹스에 대해
자유를 부르짖는다 해서 달리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내가 하는 말 이해하겠니?"
은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끄덕임이 정말 나의 말을 이해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난, 오늘 너와 게임을 할거야.
어떤 게임인지는 알겠지?
내가 정한 게임의 규칙은 나름대로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고 싶어."
"..."
"첫째, 단 한번으로 모든 관계는 끝이라는 것.
즉, 너와 나와의 관계는 감정을 배제한 섹스로 끝을 맺되 함께 몸을 섞었다는 것을
이유로 서로를 구속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야.
무슨 일인지 알겠어?"
"글쎄... 이해가 잘 되지 않는군."
"흔히 남자들이 그런 말을 하지.
여자는 함께 잠을 자고 난 다음에는 마치 부인처럼 군다고.
하지만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고 해서 그 여자가 자신의 여자가 된 듯 착각을 하거든.
게다가 애정 운운하면서 매달리는 것은 정말 원하지 않아."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
함께 섹스를 했다고 해서 널 내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거지?"
빈틈없는 그의 이해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자, 그는 오히려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어찌 보면 이것은 정말 중요한 규칙이야.
나와 나누는 섹스에서는 절대로 가식이나 가면을 써서는 안돼!
네 몸 속에 타오르는 뜨거운 욕망을 모두 표현해야해.
절대로 부끄러워한다거나 망설여선 안돼.
네가 나에게 하고 싶은 모든 표현을 언제라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숨김없이
해줬으면 좋겠어.
키스하고 싶으면 하고, 나의 그곳에 입술을 대고 싶으면 그렇게 하는 거야.
어떤 방법으로건 너만의 욕망을 표현하란 말야.
알겠어?
섹스는 절대 자유야.
네가 하고 싶은 만큼 누리고 만끽하란 말야."
몹시 신중하고도 지루한 침묵이 이어졌다.
내가 그의 그림이 완성되길 기다리며 부동의 자세로 모델이 되어 앉아 있던
만큼이나 지루했다.
그러나 곧 은규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굳게 다물어 있던 입술을 열어 당당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나에게 요구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 동안, 넌 내 여자가 될 꺼야.
너의 게임을 받아들이겠어!"
나는 그제야 만족스럽고도 기쁜 웃음을 담은 표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아함과 호기심이 가득했던 은규의 눈빛은 이제 또 다시 뜨거운 욕망을 담은
불화로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32] 제목 : ◈이브의 파트너◈ Ⅲ-(05) 계곡 사이로
마주선 은규의 눈 속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욕망으로 타오르는 불길은 언제나 나의 흥분을 부추긴다.
"내가 옷을 벗겨주겠어. 이리 와..."
그가 나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앞에 일으켜 세웠다.
나보다 한 뼘쯤 더 큰 그가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얼굴을 포개어왔다.
따스한 입김이 이마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콧잔등에 머물렀고, 이내 입술로
옮겨왔다.
아이 피부처럼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촉촉한 느낌으로 나의 입술에 포개어지며
그의 손은 나의 블라우스 단추를 열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은 그 손끝의 움직임을 따라 드러나는 살결에 끊임없이 입맞춤을 했고,
입맞춤이 전해주는 전율에 나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고동치고 있었다.
"아... 아아..."
나의 입술이 열리며 황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다.
그는 이제 완전히 드러난 나의 앞가슴에 얼굴을 묻고, 탄력 있는 유방의 계곡
사이로 자신의 혀를 내밀어 핥았다.
동그란 원을 그리며 유방 주위를 천천히 맴돌던 그의 입술이 유두 끝으로 옮겨오자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려는 나의 몸을 그가 두 팔로 지탱하며 받쳐 주었다.
"너의 몸에서 달콤한 향내가 나고 있어... 정말 달콤해..."
그가 입술을 천천히 배꼽 쪽으로 옮겨가며 말 했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두 손으로 스커트를 걷어올리며 팬티를 끌어 내렸다.
"아아, 은규... 정말 황홀해... 아..."
나의 스커트 밑으로 고개를 디밀고 있는 은규의 머리를 나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그의 입술이 무성하게 우거진 나의 음모 속을 더듬고 금방이라도 꽃잎을 뒤덮을
태세였다.
그를 마주보며 무릎을 꿇고 앉아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벗기기 위해 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쓰다듬었다.
"이브... 오늘 하루는 널 내 여자로 하는 거야... 넌 내 꺼야... 아아..."
쾌감으로 얼룩진 그의 말들이 나의 입술 사이로 밀려 들어왔다.
그의 혀가 나의 입술을 열어 목 끝까지 점령하고는 거침없이 움직여 내 몸 속에
마지막 남은 욕망까지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나의 손끝에서 은규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짙은 보랏빛으로 힘차게 끄덕이는 그의 페니스가 나의 눈앞에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욕망에 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 큼지막한 것이 내 입 속으로 들어오자 은규의 몸이 팽팽하게 휘어지는
대나무처럼 요란하게 쓰러졌다.
쓰러진 은규의 다리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단단해진 은규의 페니스를
입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브! 아아... 이브!"
쾌감으로 몸을 떨며 은규가 나의 이름을 외쳤다.
그가 몸을 뒤틀자 곁에 있던 화구(畵具)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곁에 놓인 캔버스에는 은규가 완성한 나의 누드가 농염하고도 뇌살적인 미소를
풍기고 있었다.
은규가 몸을 일으켜 나를 바닥으로 눕히고는 자신의 몸을 뒤덮어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흥분으로 격해진 호흡과 함께 나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홀해... 너무 짜릿해서 금방이라도 사정해버릴 것만 같아.
넌 정말 멋있는 여자야...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달콤한 그의 속삭임이 나를 더욱 자극하고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은규의 부드러운 손길이 나의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의 몸을 캔버스에 옮길 때 사용하던 붓놀림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였다.
이제 은규는 캔버스에 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으로 달궈진
손끝을 붓으로 삼아 내 온몸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은규는 붓을 바꿔 자신의 입술로 나의 온몸을 욕망의 물감으로 색칠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꿈틀거리고 있는 듯한 그 입술의 집요한 공략에 이어 은규의 손가락이 다리
사이로 스며들어 깊숙한 골짜기 안까지 들어 왔다.
몸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그것의 충격에 참을 수 없는 쾌감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이브... 어때? 좋아?"
"말할 수 없이 좋아.
네가 여자였다면 기절했을 거야...
나도 지금 기절할 것만 같거든..."
은규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그의 손 가락은 깊은 계곡의 동굴을 빠져나와 좀 더 아래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아래에서 회음으로부터 짜릿한 경련이 일었다.
몸을 움찔거릴 만큼 전율을 일으키는 쾌감이었다.
*
"그때의 우린 정말 대단했어.
나는 너를 숙맥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때 두 번째 섹스치고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자극적이었거든.
넌 정말 거친 남자야."
수줍은 미소가 은규의 얼굴에 번졌다.
그는 그런 남자였다.
섹스를 할 때는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면서도 평소 그의 모습은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네가 그때 게임의 조건으로 걸었잖아.
섹스를 할 때 결코 가식이나 가면따위는 버려야 한다고.
그래서 난 평소에 내가 꿈꿔왔던 나의 모습을 표현했을 뿐이야."
"후후... 그래. 그래서 난 나의 파트너들 중에서 네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
섹스를 잘한다고만 해서 마음에 드는 게 아냐.
그렇게만 따진다면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은 따로 있겠지.
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거든.
넌 좋은 녀석이야..."
"알아. 네 맘에 들지 않았으면 친구로 남자는 나의 말이 보기 좋게 거절당했겠지.
후후..."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은규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이내 은규의 손길이 이마로 다가와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넌... 언젠가는 후회할거야. 이브"
"쓸데없는 소리! 난 후회 같은 것은 하지 않아."
"아니... 잘 생각해봐. 네 스스로 외롭다고 생각해본적 없는지...
단 한번도 네 입에서 흘러나오지는 않았지만 넌 외로운 여자야."
"..."
"넌... 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거야.
스스로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넌 길 잃은 아이처럼 사방을 헤매고 있어.
그리고는 그것을 게임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거야.
자신의 방황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거지. 억지로..."
"그래그래... 네 말이 맞다고 생각해라.
난 아니면 그만이니까.
이만 자는 게 낫겠어. 난 지금 졸려..."
눈을 감았다.
잠을 자겠다고는 했지만 은규가 내뱉은 말들이 머리 속을 온통 휘젓고 있었다.
그가 한 말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지만, 무엇인가 정곡을
찔린 듯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찾아 방황했다는 것인가.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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