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 온리 (1)
좀 지친 것 같기도 해서...꽤 오랫동안 안 쓰려고 했는데.....
“ 자기, 뭐해?”
“ 으, 응....뭐가?”
“ 치~ 새미 생각하고 있구나? 맞지?”
“ 아, 아니야! 그냥...조금 취하는 것 같아서...”
어슴푸레한 방안으로 새하얀 여체가 마치 몽환(夢幻) 속인 듯이 스르르 미끄러지더니 안겨왔다.
은은하게 맡아지는 내음, 그리고 막 샤워를 끝냈다는 걸 여실히 알려주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결....
선듯한 물기를 비집고 나온 따스한 체온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온다.
“ 흐~응~ 아닌 것 같은데?”
“ 하아~~”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있었던 걸까?
담금질을 한 쇠막대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기둥을 감아오는 한 없이 부드러운 손길이 짜릿하게만 느껴진다.
섬세하면서도 능숙한 그 손길이 너무나 익숙하게 숨어있던 감각을 이끌어낸다.
그 굵기를 재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살기둥을 따라 아래위로 잠시 미끄러지다가는,
곧 밑 쪽으로 내려가 한 쌍의 구슬을 조심스레 교대로 만지작거리고서,
다시 올라와 손가락에다 삿갓의 골을 낀 채 엄지로 오줌구멍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러자 수줍게 스며 나와있던 한 방울의 이슬이 연약하고 민감한 피부 위로 얇게 수막을 치면서,
참기 힘든 저릿저릿한 쾌감이 자신도 모르게 항문을 움찔거리며 탄식과 함께 발가락을 휘게 만든다.
특출난 것도 아닌, 작은 손놀림만으로도 이렇게 강한 쾌감을 던져주는 이 여자...
차가운 듯한 겉모습 속에 숨겨진 이런 요부 같은 면을 사람들은 상상하기가 힘들 것이다.
아니, 원래는 이 여자 스스로도 몰랐었다.
그걸 깨닫게 해주고 더욱 만개시킨 건 바로 자신이었다.
끈적한 숨결과 함께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오며 허벅지에다 비벼대는 그녀의 사타구니는,
벌써 기름칠을 한 것처럼 미끈거리면서 마치 빨판처럼 허벅지의 살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크게 숨을 쉬며 움찔거리는 축축하고 하늘하늘한 꽃잎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이 열기...
나긋나긋한 여체가 자신 못지 않게 한껏 달아오르고만 있었다.
“ 아까워? 화가 나?”
“ ...뭐가?”
무슨 뜻인지 잘 알면서도 모른 척 되물어보는 민....
내심을 적나라하게 들킨 민망함일까?
아니면, 이마저도 곧 이어질 뜨거운 향연을 위한 유희일까?
스스로도 뭐라고 딱 잘라서 판단을 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숨결이 거칠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버드나무 가지처럼 탄력이 느껴지는,
가늘기만 한 여자의 허리에 놓여있던 손을 옮겨 둥그스름하게 예쁜 곡선을 그린 살덩이를 잡았다.
손바닥까지 몽땅 파고들듯이 너무나 탐스러우면서도 말랑말랑한 살들이 붙어온다.
만물의 어머니인 기름진 대지처럼 푸근함을 던져주는 이곳이지만,
이 속에도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숨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이었다.
커다란 두 언덕 사이에 숨은 비밀을 자신의 기둥으로 거칠게 파헤칠 때면,
이렇게 잔잔하던 넉넉함이 파르르 하고 잔물결을 끊임없이 일으키면서,
그 안쪽에 숨었던 뜨거움을 한꺼번에 표출하곤 했던 것이다.
“ 새미....”
“ ...................”
“ 자기 여동생....”
“ ...주연아....”
“ 호호~ 왜?”
“ ...그..건...”
심장 속에다 벌겋게 달아오른 칼날을 쑥하고 찔러오는 느낌이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면서 세찬 박동과 함께 아릿한 통증이 번져나간다.
잔인한 여자...
아니다.
그건 주연에 대한 모독이다.
결코 잔인한 게 아니었다.
차가워 보이는 외양과는 달리 굉장히 섬세하고 따뜻한 여인이었다.
때문에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는 상대가 잘 알아채기 힘들게 미리 배려하기에,
언뜻 무뚝뚝하고 냉정하게 보일 뿐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단지 자신을 너무나 잘아는 탓이었다.
민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또한 어떤 경우에 가장 흥분을 하는지를...
그리고, 사랑의 유희를 나누는 순간에는 가능한 모든 것들을 활용하도록 종용해서,
이제는 타고난 본능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까지 만든 게 자신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픔을 느끼면서도 주연의 손아귀에 잡힌 성기는 당장이라도 토정을 할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지금쯤이면....”
“ 하아~”
“ 한참.....”
“ 주연아...”
주연은 일부러 말을 끊어가면서 즐기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다 마지막 숨결을 겨우 토하고 죽어가는 짐승의 모습을 감상하는 잔인함으로,
손아귀 속에서 숨이 막혀 괴로워하는 딱딱한 작대기를 한껏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건 민 자신 역시 마찬가지인지도....
“ 자기 여동생의 보지를....”
“ 허억~~”
“ 아흑~”
더 이상 단단해질 수 없을 만큼 부푼 기둥을 강하게 틀어쥐면서 엄지손톱으로 오줌구멍을 살짝 긁어왔다.
감전이 된 것처럼 날카로운 감각이 온몸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허리가 저절로 위로 떠오르고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손바닥에 가득 느껴지던 살덩어리의 골짜기 사이로 손을 미끄러뜨려 축축하고 뜨거운 틈을 찔렀다.
그러자, 빠듯하게만 느껴지는 어디론가로 손가락이 빠져들더니 강하게 조여졌다.
“ 다른 남자의 자지가....”
“ 주, 주연아...”
“ 후후후~ 보채지마...아직이야...”
참기 힘든 유혹에 몸을 올리려 하자 가슴을 밀어내는 주연....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리는 듯한 새까만 눈동자가 생선을 눈 앞에 둔 고양이처럼 요요롭기만 하다.
“ 맛보고 있겠지?...”
“ 주...흡...”
주연을 부르려는 순간 입술을 덮쳐오는 뜨거운 숨결....
촉촉하고 말랑거리는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지더니 곧 젤리처럼 말캉한 살이 들어와 잠시나마 갈증을 식혀준다.
하지만, 한 순간의 느긋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아래쪽에서는 성기를 잡은 손의 움직임이 더욱 커졌다.
지나친 쾌감은 역시 고통과 비슷한 것일까?
귀두에서는 아릿한 통증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오줌구멍에서 흘러나온 겉물이 이미 주연의 손등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음부 속으로 틀어박힌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 애액 역시 자신의 손바닥에다 작은 샘을 만들었다.
“ 하아~~ 굵고 딱딱한 자지가....새미의 보지를 박고 있을 거야...그지?”
“ 주연아...”
“ 빨리 대답을 해봐~~응? 자기야~ 제발~”
입술을 떼어내고는 사탕을 조르는 아이처럼 보채는 주연...
이럴 때는 너무나 맑고 귀엽다.
칠색조처럼 화려하게 변신하는 주연의 모습은 언제나 민을 숨가쁘게 만든다.
그건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귓가에다 칭얼대는 코맹맹이 소리는,
도저히 그런 음란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담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가 힘들만큼 투명하기만 했다.
마치 냉탕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바로 뜨거운 물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너무나 상반된 느낌이 동시에 다가와서 미치도록 흥분을 주었다.
더군다나,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더더욱...
“ 그래...맞아...”
“ 하윽~ 자기야..더 구체적으로....”
브레이크가 풀린 자동차...
이미 주연은 폭주를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민도 마찬가지였다.
“ 네 말이 맞아...새미의 보지를...지금 다른 놈이...박고 있겠지....”
“ 아앙~~ 자기야...더...더...”
“ 좆나게....미친 것처럼...좆으로 쑤실 거야....”
“ 아흐흑~~”
주연의 허벅지가 바짝 조이고 엉덩이가 굳어지면서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아플 정도로 손가락을 조여오며 꿈틀거리는 내부...
왈칵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게 느껴진다.
“ 새미...자기 여동생은 좋아서...하~~ 보짓물을 펑펑 싸겠지?”
“ 그래...아마 그럴 거야...”
“ 맛있어?”
“ 뭐가?”
“ 자기 여동생...보짓물....”
“ 맛있어...아주...달고...시큼하고...끈적한 게...”
“ 나보다 더?”
“ 둘 다...너무 좋아...아주...정말이야....”
“ 아앙~~ 좋아~ 자기야...사랑해...”
“ 나도 사랑해...”
“ 이게 그렇게 맛있단 말이지? 쪽~~”
“ 후후후~~”
뜨겁게 달아오른 철판 위에 맨발로 올라선 것처럼 안달하던 주연이,
성기를 잡았던 손을 뒤로 돌려서 자신의 가랑이에 박혀있던 민의 손을 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조심스레 혀를 내밀어 살짝 핥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순진하고 귀엽게 보인다면 이상한 것일까?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정말로 순백하고 순수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범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르는지도...
이제는 손가락을 입 속에다 넣고는 소리를 내가면서 빨고 있었다.
손가락을 휘감는 따스한 혀의 촉감이 귀두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다시 한번 성기가 크게 꿈틀거렸다.
“ 맛있어?”
“ 히잉~ 잘 모르겠어....별로 맛있는 거 같지가 않은데...?”
“ 하하하하....”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새빨갛게 윤기가 흐르는 자신의 입술을,
바알간 혀로 핥는 주연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사랑스러운 여자...그리고 너무나 매혹적인 요정 같은....
그리고...내 여동생 새미 역시...
짜르르~~
저런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했던 여동생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겹치면서 가슴 속에서 싸한 통증이 밀려왔다.
“ 내 자지를 빨 때...어때? 안 좋아?”
“ 앙~~ 너무 좋아...헤헤~~”
착한 아이처럼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조금의 의심도 없다는 것처럼 바로 대답하는 주연...
“ 그러면 내가 싸줄 때...좆물을 먹으면?”
“ 너무 맛있어..정말이야...”
믿어달라는 듯이 자신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아오는 주연의 행동이 또다시 미소를 짓게 만든다.
“ 그래, 그래...알아...그거하고 똑같은 거야...주연이의 보짓물이 나한테 너무나 맛있는 건...”
“ 으, 응...그렇구나...그러면...”
다시 분위기가 180도 확 바뀌는 주연....
천진난만하던 모습이 신기루였던 것처럼 한 순간에 사라지고,
이번엔 닳고 닳은 창녀처럼 끈적하고 퇴폐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은 가슴...
하지만, 아래쪽은 반대로 더욱 뜨거워져만 갔다.
“ 상훈이도 맛있어 하겠네?”
“ 그, 그렇겠지...아마도...”
“ 새미의 보지도 실컷 빨았을 테고....”
“ 그, 그건....”
잠시 방심했던 탓일까?
느닷없이 다시 급습을 해오는 주연에 민은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렸다.
“ 새미의 보지를 벌려서 마구 빨다가 박았을 거야...”
“ 그...래...”
“ 그거 알아?”
“ 뭘?”
“ 상훈이는...보지를 엄청 잘 빨아...그것만큼은 자기보다 더 잘해...흡~~”
“ 주연아...”
무심결에 내뱉고는 깜짝 놀라서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막는 주연...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그 모습이 또 다른 사랑스러움으로 다가왔다.
“ 화난 거 아니지?”
“ 후후...아니야....이미 알고 있던 건데...뭐...내가 오히려 상훈이한테 미안해하면 몰라도...”
“ 자기야~~ 사랑해..난 이미...상훈이한테 미련 같은 건 절대로 없어...”
“ 하하하...걱정하지마...믿어...”
그랬다.
원래 상훈의 여자였던 주연을 자신이 뺏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동생과 주연 그리고 상훈 이렇게 셋은 대학친구였었다.
그리고 상훈과 주연은 캠퍼스커플이었고...
“ 그러니까 마음 놓고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를 해도 돼...”
“ 응..고마워..자기야...상훈이가 보지를 빨면....아주 짜릿짜릿해서....
그러니까...걔가 혀가 엄청 길거든...두툼하기도 하고..약간 까칠한 게...”
“ 후후후~ 부러운 걸? 그런 걸 타고 나다니...그래서?”
“ 으, 응....그냥...오줌을 쌀 것 같은 기분까지 들어....보짓물이 아주 줄줄 나와...그리고...”
“ 그리고?”
“ 으, 응...자기도 모르게...자지를 빨고 싶어져...”
“ 하~~”
“ 아마...새미도...상훈이 자지를 빨아줬을 거야...”
“ 그....래..?”
“ 응....목구멍까지 넣어서..아주 깊게...
그리고 쌀 때까지 빨아서 좆물을 먹었을지도 몰라...아니...틀림없이 그랬을 걸?”
자신도 모르게 상상하고 말았다.
가랑이를 넓게 벌리고 누운 여동생의 가랑이에다 얼굴을 쳐 박고 할짝대는 한 남자의 모습을...
그리고, 몸을 돌려 음부를 빠는 채로 여동생의 입에다 불뚝 선 성기를 물려주는 장면도...
다시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숨이 막혀오면서, 이율배반적이게도 거침없이 밀려드는 욕정....
그런 자신의 머리 속을 뚫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주연이 갑자기 몸을 돌려 올라탔다.
아니, 어쩌면 그걸 유도한 건지도 몰랐다.
“ 하아앙~~ 자기야.....나 더 이상은 못 참겠어...미치기 직전이야...내 보지를 빨아줘...어서...”
“ 주연아...사랑해...후릅~~”
“ 아아앙~~ 좋아~ 사랑해~”
오줌이라도 싼 걸까?
꽃잎을 흠뻑 적시고도 모자라 체모까지 소나기를 만난 것처럼 달라붙어있었다.
새빨간 조개의 속살처럼 활짝 벌어진 두 장의 날개가 번들거리면서 숨을 쉰다.
그리고 강하게 풍겨오는 음란한 냄새...
이미 입 천정까지 뻑뻑하게 느껴질 정도로 갈증에 시달리던 민은,
자신의 얼굴 위에 놓여진 주연의 가랑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손으로 잡아당기면서 혀를 내밀었다.
그러자, 신음소리와 함께 민의 하체로 고개를 쳐 박는 주연...
실내에는 쩝쩝거리고 후루룩거리는 질척한 소리와 함께 달뜬 신음소리가 요란하게 넘쳐났다.
공기를 달아 올리는 후끈한 열기와 함께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체취가 가득했다.
‘ 새미야....내 동생....사랑하는 내 여자....’
민은 자신의 여동생을 마음 속으로 불러봤다.
입으로는 너무나 뜨거운 주연의 음부를 빨면서 달디 단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자신의 하체에서 올라오는 따스한 간지러움에 숨차하고 있었지만....
‘ 왜 이렇게 된 걸까? 이대로도 좋은 걸까? 어디서부터 어긋나버렸지?’
알 수가 없었다.
안다고 해도 이미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민은 점점 더 아련해지는 정신 속에서
지금쯤이면 신혼여행지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있을 여동생을 다시 한번 불러보았다.
“ 추~웅~성~!”
“ 어, 어? 이제 왔어? 임마, 말년에 누구 심장마비로 보낼 일이 있어?
이 자식...이제 봤더니 은근히 나한테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인데? 에...그런데.....”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있다가 갑자기 들려온 고함소리에,
화들짝 놀라 입에 문 담배를 떨어뜨렸다가 쪽 팔림으로 잽싸게 주워서는 돌아섰다.
그러자, 군복을 입은 모습이 아직은 뭔가 어색하게만 보이는 병호가 보였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
하기야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갓 일병을 단, 입대한지 6개월 밖에 안 되는 말 그대로 생짜였다.
말년 휴가를 나온 자신과는 달리 이제야 겨우 꿈에 그리던 첫 휴가를 나왔었다.
자신과는 입대 날짜가 1년 반 가까이나 차이가 나는 까마득한 군번이었다.
비록 같은 동향인데다가 말년인 자신이기에 이런저런 마음으로 편하게 대해주었지만,
어디 제 입장에서야 그럴 수가 없는 게 정상이었다.
뭐...군대 내에서 후원자 제도라는 걸 두어 고참과 신병을 개인적으로 짝을 지워줌으로써,
혹시나 병영생활에 적응을 못해 사고를 치는 걸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자신에게는 병호가 분담됐었다.
귀찮은 생각이 조금 있긴 했지만,
어차피 무료하기만 한 말년에 약간의 소일거리도 되는 데다가,
아직은 사회물이 덜 빠진 병호를 데리고 이런저런 밖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었다.
부러울 정도로 미끈하게 잘 생긴 외모와는 달리 약간 내성적인지,
그렇게 살살 달래도 자신의 개인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던 병호가,
자신과 함께 휴가날짜가 잡히자 들뜬 탓인지 그제서야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나, 꼬시고 꼬시다가 안돼서 총각딱지도 못 뗀 어린 놈이라고 놀리자,
정말로 찐하게 사귀는 애인이 있단 소리를 언뜻 내뱉었었다.
사실, 군대에서 그만큼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신병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애인이 있냐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일종의 대리만족과 함께 훔쳐보기의 본능을 채우는 거라고나 할까?
하여간, 그 이후에 감언이설과 약간의 협박까지 동원했지만,
들을 수 있는 거라고는 그냥 병호와 동갑이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러던 게, 출발해서 같이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을 향하게 되자,
나란히 앉은 버스 안에서 조금 더 들려주었다.
대학의 과 동기이고, 첫 엠티에서 술에 취해 키스와 함께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가,
(여기에서 뭔가 숨겨진 이야기가 더 있다는 걸 알고 추궁했지만,
결국 자신이 하나씩 묻고 병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해서,
여자애의 팬티 속에다가 손을 넣어 만지기까지 했다는 걸 겨우 알아냈다.)
나중에 학교로 돌아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서 몸을 섞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영장을 받고 입대까지 두 달 동안은 거의 매일 모텔을 드나들었다는 말에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녀석이 인물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러면서 당연하게 드는 여자에 대한 궁금증...
하지만, 역시나 병호는 남자의 본능답게 여자의 신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숨겼다.
약간 약이 오르는 느낌에 녀석의 학교로 쳐들어가볼까 했다가,
그제서야 자신이 병호의 학교만 알 뿐이지 과는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 녀석이 애초부터 자신에 대해 잘 말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후원자라면서 행정반에 물어만 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을,
무관심과 게으름으로 넘겨버린 자신의 잘못이 더 컸기에 슬며시 꼬리를 말고 말았다.
그래도 부러운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병호 녀석의 외모나 저렇게나 필사적으로 경계를 하는 점으로 보아,
필시 아주 미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다.
자신이 여자와 마지막으로 자본 게 그 언제였던가?
입대를 하기 전에 사귀던 여자애와 정리를 한 걸 자대생활을 하면서 무척이나 후회했었다.
그렇다고 휴가를 나왔을 때, 사창가를 가기에는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
다시 말해서 마지막으로 해본 게 족히 2년은 됐다는 이야기였다.
병호와 동갑이라고 했으니, 20살, 즉, 대학신입생의 파릇파릇한....
더군다나 녀석의 말을 언뜻 들을 때, 둘 다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도,
나중에는 매일 몸을 섞을 정도로 타고난 끼가 있다는 여자....
십중팔구 미인인데다가....부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기야, 자신은 워낙 굶은 탓이었던지, 아니면 군바리라서 그렇게 된 건지,
휴가를 나와서는 종종 엄마의 흐트러진 모습에도 발기가 될 정도였다.
물론, 엄마가 미인이긴 했지만, 이제는 마흔 중반을 넘어 50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그랬기에 당혹감도 당혹감이었지만 쪽 팔림이 먼저 들었다.
정말, 군바리가 되면 전봇대의 구멍만 봐도 선다는 농담이 자신을 두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그건 대충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면서 넘어갔지만,
어느 사이에 숙녀가 돼버린 여동생을 봤을 때는 정말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자랑 삼아 하던 엄마가 처녀적에 정말 예뻤다는 걸 그대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다가 대학입학을 앞두고서 이리저리 꾸며보는 모습은.....
솔직히 자대로 돌아온 다음에도 참으려 했지만,
자위를 하다가 사정을 하는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여동생을 떠올린 적이 몇 번 있을 정도였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병호 녀석에 대한 부러움이 클 수 밖에...
더해서, 휴가 중에 술이나 한번 하자는 말에 너무나 죄송스러워하면서도,
휴가 내내 애인과 둘이 지내기로 했다면서 거절할 때는 솔직히 한방 패고 싶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자신은 복귀하면 얼마 후에 바로 제대를 했다.
병호는?
그냥 풀썩 웃고 말았다.
물론 터미널에 도착해서 같이 밥이나 먹고 가라는데도,
근처 모텔에서 방을 잡아두고 기다리는 애인에게 가야 한다는 말에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긴 했었다.
아마 도중에 휴게실에서 애인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병호야 첫 휴가를 나온 군바리라 그렇다지만,
20살짜리 여자애가 대낮에 모텔에다 방을 잡아두고 기다리는 대담함에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솔직히 부러웠다는 게 정답일 거다.
어쨌던, 녀석이 그렇게 가버리고는 정말 휴가기간 내내 연락 한번 없었다.
난 나보다 먼저 제대를 한 동네 친구 녀석과 만날 술만 푸는 아주 영양가 없는 시간을 보냈다.
여동생은 이런 오빠에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신나는 대학생활을 마음껏 누리는지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하기야, 저녁마다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정신 없이 엎어져 잤으니...
솔직히 말하면, 지난 휴가 때의 경험에다가 오는 길에 들었던 병호의 이야기로 자극을 받은 자신이,
그 사이에 더욱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진 여동생에게 어떤 추태를 보일지 두려워서 일부러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하여간에, 그렇게 연락 한번 없던 병호가 그래도 미안했던지 전화를 해와서는,
복귀를 할 때 애인과 친구 몇이 함께 부대 근처까지 따라가기로 했다면서,
그냥 혼자 심심하게 가지 말고 자신들과 같이 가자고 제의를 해왔다.
물론, 애인을 인사시켜주고, 가는 동안에 아주 재미있게 모시겠다는 아부도 겸했었다.
녀석이 나올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복귀를 앞두고서 정신을 차리고 보자,
아무리 자신이 힘 없는 말년 갈참이라지만 그래도 후환이 나름 두려웠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나야 제대하면 끝이지만, 넌지시 한마디만 던져두고 나와도 꽤나 괴로울 건 뻔했다.
아마, 그런 계산이 섰던지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충고를 받았을 것이었다.
뭐, 나야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동안의 궁금증도 풀고,
심심하지 않게 갈 수 있다는데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약속을 하고는 이렇게 정류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었다.
물론 병호의 뒤로 주춤거리고 있는 두 여자와 한 남자를 보면서 당황할 이유는 없었다.
최소한 그 둘 중 한 여자의 얼굴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때까지는.....
“ 한 병장님...죄송했습니다...
인사를 시켜드릴게요...얘가 전에 말씀 드렸던 제 애인 한 새미...
어? 그러고 보니 한 병장님이랑 같은 성씨네?
참...한씨는 성이 하나뿐이라던데..그러면...먼 친척쯤은 되겠네요?...
새미야, 인사 드려...한 민 병장님이야...나한테 정말로 잘해주셔...”
내 귀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병호의 뒤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있다가,
병호 손에 손목을 잡혀 도살장에 끌려들어오는 소처럼,
주춤대고 나오는 내 여동생 새미의 모습만 눈에 가득했다.
그리고 그 동안 병호에게 들었던 모든 이야기가 한꺼번에 머리 속을 때렸다.
더군다나, 휴가기간 내내....
그러고 보니, 자신이 일부러 피했었지만,
아니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길이 나를 불살라버릴 것만 같았다.
내 순결했던 여동생이...
저 감탄할 만큼 아름답고 싱싱하게 피어난 아이가....
정말 순간적으로 병호를 죽이고만 싶었다.
잘 모르겠다.
내가 시스콤 덩어리였는지는...
하여간에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선배님....저 새미라고 해요...”
“ 어? 어? 새, 새미야?”
“ 와~~ 역시, 새미는 병호를 위해서라면 몸을 안 사리는 열녀다...
하하하...주연이 너도 저거 보고 새미 본 좀 받아라...”
“ 시끄러워! 상훈이 네가 병호가 새미한테 하는 거 반만 나한테 해봐라...
그러면 내가 널 위해서 길거리에서 발가벗고 춤이라도 춘다..흥~~”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의 반응...
그럴 수 밖에...
악수나 할 거라고 생각했던 다른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새미가 날 덥석 안았기 때문이다.
물론 난 그냥 멍한 상태였다.
“ 오빠..제발...제발...미안해...제발...참아..알았지?
가는 도중에..다시 이야기해...다른 사람들 몰래...부탁이야....”
“ 하...”
새미는 내 상태를 알았던 모양이다.
아니, 당연했다.
내가 입대를 하고 제가 대학생이 되면서 약간 서먹해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꽤나 사이가 좋은 다정한 오누이였었다.
특히나 어릴 때부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여자애들의 놀이보다는,
오히려 구슬치기 딱지치기 같은 걸 하면서 남자애들과 더 어울렸을 정도였으니...
제 오라비의 심중이야 한눈에 알아차린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를 꼭 껴안고 따스한 체온을 전해주면서 내 귓가에다 소곤거려,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하는 새미가 어느덧 내 분노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어릴 때부터 여동생을 때려서 울리는 놈은,
힘이 안되면 돌을 들고 덤벼서라도 복수를 해주고 하던 그 시절의 좋은 오빠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화를 내고 산통을 깬다면?
새미는 병호와의 개인적인 문제는 물론, 아마 학교 생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지 몰랐다.
그래, 아프지만....슬프지만...
솔직히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새미가 곤란해하고 있잖아?
지금 이 여린 몸이 두려움으로 파들파들 떨고 있는 게 느껴지지 않아?
내 사랑하는 여동생....
내 예쁜 꼬맹이....
이럴 때 오빠가 필요하지 언제 필요해?
“ 후후후~~ 역시 미인이신데다가...아주 눈치도 빠른 데요?
사실 병호 이 자식...복귀하면 한 따까리 하려고 했더니....
이런 미인에게 안겨보는 선물을 받고서야...어디 그럴 수야 있나요?...
하하하...걱정 마세요...제가 제대할 때까지 최대한 잘 챙기겠습니다..반갑습니다...”
새미를 슬며시 떼어놓고서 악수를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냥 놓아주기에는 아직 안색이나 몸의 떨림이 불안해 보였다.
조금 전이야 워낙 엉겁결이라 다른 사람은 몰랐다지만,
이제는 새미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지도 몰랐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울 때는 손을 꼭 잡아주면 눈물을 그치고 하던 여동생이었기에....
그러자 여동생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듯했다.
물론, 제 애인의 손을 진드기처럼 쥐고 놓지 않는 고참 놈을 때려주고 싶지만,
계급이 깡패라 어쩔 수 없이 참는다는 말을 얼굴에다 그대로 써 붙인 병호가 보이고,
날 이상한 치한이나 변태쯤으로 여기는 듯한 나머지 두 명의 얼굴도,
안색이 돌아오고 손의 떨림도 멈추었지만, 오히려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 새미의 얼굴 뒤로 잘 보였다.
그래...모든 건...바로 그때가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