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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그리고 무지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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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그리고 무지개(2)

 

 

날씨가 제법 따뜻해졌다가 다시 추워지는데 이 겨울의 마지막 추위인 것 같다.


석두는 농산물 조달 때문에 지방을 며칠간 돌아 다니다 슈퍼로 돌아오니 이 추위에도


동백은 그 잎이 더욱 파릇해지고 꽃은 붉어진다.


가져 온 송이 박스를 한 켠으로 놓고 <?xml:namespace prefix = st1 />윤정희 그녀의 전화 번호를 찾아 연락을 하자 그녀가 받는다.


제가 배달 가도 되나요?


배달? 난 오늘 주문한 적이 없는데…’


하하 제가 시골에서 배달할 물건을 가지고 왔거든요!


그녀가 오라고 해서 석두는 송이 박스를 들고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니 반갑게 맞아 준다.


날이 추워도 봄은 다가 오는지 그녀의 차림에서도 봄바람이 분다.


[ 이거 별거 아니지만 제가 시골 다니면서 좋은 게 있기에 구해 온 거에요! ]


[ 고마우셔라! 근데 뭐에요? ]


[ 하하풀어 보세요! ]


그녀가 박스를 열자 송이 버섯이 그 은은한 향내를 뿜으며 자태를 드러낸다.


[ 어머! 상품이 정말 좋아 보인다! 근데 이거 정말 나 주는 거에요? ]


[ 네! 영란한테 옷도 선물해 주셨는데 전 마땅히 할 게 없어서 ]


[ 그런 소리 말아요! 그건 내 마음인데 참 싱싱하고 좋기도 하다! ]


송이 중의 하나를 들어 보는 그녀가 물건이 좋다고 말하는데


그 송이란 놈이 생긴 것이 꼭 남자 그것 같아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그것을 잡고 있는 모습이


조금 야하면서 야릇한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데 그녀도 그것을 느꼈는지 곧 제자리에 놓았다.


[ 물건을 직접 다니면서 구해요? ]


[ 네! 전국을 돌아 다니다 보면 괜찮은 상품이 있고 그것을 슈퍼에 조달하죠 ]


[ 그러니 슈퍼 상품이 좋다고들 하지.그런 루트가 있으면 슈퍼를 좀 더 많이 내면 될 텐데? ]


[ 하하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지금 깡통이에요. 대학 졸업하고 일해서 틈틈이 번 돈을 저기 슈퍼에


다 쏟아 부었고 조금 들어 온 돈도 전세 구한다고 다 밀어 넣었는 걸요! ]


[ 아깝다! 그런 슈퍼라면 어디라도 성공할 수 있을 텐데 ]


아쉬워 하는 그녀를 보니 정말 몇 개 점포를 더 차리고 싶지만 여유가 없으니


그것은 다음에 할 일이었다.


[ 근데 며칠 전보다 건강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


[ 시골 바람을 쐬어서 그렇죠. 그리고 결혼도 한 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건강해야죠! ]


말을 하고 보니 조금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 호호. 신랑 노릇 톡톡히 하게? ]


그녀가 야룻한 눈빛을 하면서 묻자 석두는 머리를 긁적인다.


[ 아아니에요! 그런 말이 아니라. ]


[ 호호 괜찮아요! 난 유부년데 뭘.알 거 다 아니까 걱정 말아요! 호호 ]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그녀를 보니 더욱 머쓱해진다.


[ 이이만 가 볼게요! ]


[ 어머! 벌써 가다니 그렇지 않아도 심심했는데 좀 더 말동무 해 주고 가요! ]


그녀의 말에 다시 그 자리에 주저 앉는 석두였다.


그녀는 날씬한 그 몸매를 살랑이며 부엌으로 향했고 석두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의 모습을 보다가


곧 집 안을 둘러 보았다. 깔끔하고 정갈하였다.


[ 이거 드세요! ]


[ 네. 고맙습니다! ]


차를 입에 대니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차인데물어 보기도 뭐해 그냥 마셨다.


[ 신부가 참 날씬하고 멋쟁이던데 ]


[ 하하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사모님은 더 멋쟁이신데요! ]


[ 내가 뭐어~얼~~! ]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만족스런 모양이었다.


[ 사모님이 하신다는 그 매장. 그 매장 규모도 크고 아주 고급스럽다던데요? ]


[ 호호 부모 잘 둔 덕으로 했지만이제 내 것이 아닌데! ]


[ 그래도 대단하세요. 그런 매장을 다 운영하시고! ]


[ 그런 말까지 해 주니 구경 좀 시켜 줘야겠네?! ]


그녀가 거실에 있는 책장에서 앨범을 하나 꺼내 들고 와 그의 옆에 앉아서는 펼쳐 보이는데


은은한 그녀의 화장품 내음이 석두의 코를 간지럽힌다.


앨범에는 매장의 외관 사진과 내부 사진이 가득한데 영란한테 들었듯이 정말 매장이 품위가 있고


또한 그녀가 매장 안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고 진열된 옷 만큼이나 세련되어 보였으며


앨범을 넘기면서 간혹 그녀의 몸이 그에게 와 닿을 때마다 석두는 찌릿찌릿해지자


옆에 앉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 안고만 싶은 마음이 들지만 어쩔 수 있는가.


[ 여기 옷 이쁘죠? 어떤 옷이 제일 이뻐요? ]


마네킨과 그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담았는데 모든 옷이 다 이뻐 보인다.


[ 여기 이 옷! ]


[ 어머! 호호 옷을 보라니까요! ]


[ 하하 옷도 이쁘고 마네킨도 제일 날씬하고 좋은데요?! ]


[ 피~! 좀 있으면 장가 갈 사람이 음흉하기는! ]


곱게 눈을 흘기는 그녀의 모습이 뇌살적이다.


[ 하하 그냥 시키신 대로 골랐을 뿐인데 ]


[ 그렇다고 날 고르면 어떡해요? ]


[ 처음엔 마네킨인줄 알았어요. 너무 완벽해서! ]


[ 어머머! 사장님 생긴 것과는 달리 입에 기름칠 하셨네?! 호호 ]


그녀와 장난 비슷한 대화를 주고 받다가 나오니 슈퍼는 바빠 난리가 났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영란과 약속이 되어 있는 장소로 가니 처남의 애인이 함께 와 있었다.


[ 안녕하세요? ]


[ 네.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


[ 오늘 드레스를 골라야 하는데 판단이 잘 설 것 같지 않아 인영씨더러 좀 봐 달라고 했어. ]


영란이 안에 들어가 입어 보는 모양이라 석두는 밖의 소파에 앉아 티브이에서 나오는


개그 프로를 보고 있는데 영란이 나오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하얀 드레스를 입은 영란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 안에 들어 온다.


곱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석두의 입이 벌어져 바라보자 영란은 부끄러워 하면서도 만족하는 듯 하다.


[ 이거, 괜찮아? ]


[ 응! 너무 이쁘고 아름답다! ]


[ 다른 것도 한 번 입어 볼래! ]


영란이 다시 안에 들어가 다른 옷으로 갈아 입고 나왔고 그 때마다 괜찮아 보이는데 정말 헷갈린다.


왜 인영씨를 오라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여러 드레스를 놓고 고심하다가 결국 의견이 취합되어 하나가 선택되었다.


[ 인영씨도 한 번 입어 봐! 가을에 결혼해야 할 거잖아! ]


[ 그럴까요? ]


영란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자신도 입어 보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둘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영란이 와 보라고 해서 가 보니


인영씨가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아담한 사이즈라 그런지 인형 같아 보이면서


또한 하얀 어깨와 부푼 젖가슴의 윗 언저리가 눈부셨다.


다시 밖에 나와 있자 영란과 인영씨가 다가 왔다.


[ 자기도 한 번 입어 봐야지! ]


[ 나도 입어 봐야 해? ]


[ 그럼! 자긴 뭐 그냥 양복 입고 결혼식 할 거야? ]


잠바와 면바지를 입고 있던 석두는 직원을 따라 들어 갔고 곧 예복으로 갈아 입었는데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밖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 어머! ]


[ 호호 신랑 분이 체격이 좋으셔서 그런지 참 잘 어울리네요! ] 직원이 거들었다.


[ 인영씨, 어때? 내 신랑 멋있지? ]


[ 네. 호호 그냥 잠바 입은 모습만 봤는데 너무 멋지세요! ]


[ 호호 나도 저이 양복 입은 모습 몇 번 못 봤어! ]


두 여자가 바라보니 쑥스러워 안으로 들어가 다시 잠바를 입고 나왔다.


[ 자긴 잠바보다 양복 같은 게 훨씬 더 잘 어울리고 인물이 살아 난다! ]


[ 잠바가 어때서? 그 모습이 내 본 모습이여~! ]


[ 호호 인영씨. 이이 잠바가 멋있어? 예복 입은 모습이 멋있어? ]


[ 호호 예복 입은 모습이 더 멋지죠! 전 딴 사람인 줄 알았어요! ]


[ 봐! 인영씨도 그러잖아! 그러니 앞으로 양복 입고 다녀! ]


[ 그럼 슈퍼 일은 누가 하고? ]


[ 참! 그렇지. 호호 암튼 내 신랑은 보면 볼수록 너무 이쁜 것 같아! ]


[ 호호 언니! 너무 좋다고 티 내시는 거 아녜요? ]


[ 억울하면 인영씨도 나중에 그러면 되잖아! 자기야. 인영씨도 왔는데 우리 맛있는 거 사 주라! ]


[ 알았어! 가시죠! ]


가까운 음식점으로 가서 제법 비싼 음식을 시켜 주자 영란은 왠 일이냐며 맛있게 먹고


인영씨 역시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슈퍼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정희, 그녀가 가까이 다가 온다.


[ 사장님, 다음에 기회 되면 연락 한 번 줘요, 뭐 좀 상의할 게 있어서 ]


갑자기 상의라니 그녀와 상의할 일이 뭐가 있다고!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녀의 명함을 받아 챙겼고 그 다음날 전화를 하자 그녀의 매장 근처에서


보자고 하여 그 쪽으로 갔다.


집에 있을 때와는 달리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세련미가 가득했고


농담을 했던 그녀와 다른 사람인 것 같아 보였다.


[ 사장님, 슈퍼 더 할 생각 없어요? ]


[ 슈퍼를 더 하다니요? ]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그녀를 바라 보니 그녀가 살풋이 웃는다.


[ 호호 전에 슈퍼를 더 차리지 않느냐고 물은 적 있죠? ]


[ 네. 그런 적이 있죠. 그렇지만 자금이 없다고. ]


[ 그래서 이야기 하는 거에요. 나도 저 매장을 봄까지만 봐 주기로 했고 할 일은 없어요.


그런데 저 매장 처분 자금이 있고 개인적으로 가진 돈도 조금 있는데 내가 투자하고


사장님이 운영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


[ 네? 투자를 하신다고요? ]


[ 네. 은행에 넣어 봐야 이자 뻔하고 그렇다고 부동산이나 뭐 이런 것을 아는 것도 없고


나도 매장을 운영해서인지 장사하는 것이 예사로 보이지 않아요. 보니까 상품도 좋고 운영능력도


괜찮은 것 같아 공동사업을 했으면 어떨까 싶어서요! ]


[ 절 어떻게 믿으시고. ]


[ 호호 못 믿으면 어떻게 투자를 해요? 나도 사람 보는 눈은 조금 있어요! ]


[ 너무 의외의 제안이라. 남편 분은 뭐라고 하시는가요? ]


[ 그 문제는 걱정 마세요. 일년에 반은 외국에 나가 살고 또 서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자유로워요! ]


[ 네에~~! 그럼 공동사업을 어떻게? ]


[ 매장 투자비는 내가 대고 운영관리는 사장님이 해서 반반 나눠 먹기 어때요? ]


그녀가 말하는 조건이라면 아주 좋은 조건이다.


그렇지만 영란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른다.


[ 잘 알겠습니다.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


[ 호호애인하고 상의해 보게? ]


[ 하하 들켰네요. ]


[ 좋은 게 좋죠! 충분히 생각해 보고 답을 주세요! ]


똑 부러지는 듯한 그녀의 제안에 석두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 옴과 자신의 꿈이 점차로


가까워 왔음을 느꼈다.


그녀와 헤어져 슈퍼에서 일을 하는데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조금 일찍 나와 영란의 집 근처에서 그녀를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하니 아니나 다를까 의심부터 한다.


[ 그 여자가 왜 자기하고 동업하잖은 거야? 별로 친하지도 않다며? ]


[ 글쎄. 나도 그걸 모르겠다니까! 그래서 의논하러 온 거잖아! ]


[ 음. 매장을 하나 더 열면 이익금이 많이 늘어? ]


[ 지금 있는 매장의 반 정도는 늘겠지! ]


[ 자기. 슈퍼 체인을 갖는 게 꿈이잖아? ]


[ 그건 그렇지만. 영란이 마음도 중요하잖아! 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


[ 대학 선배라니까 어느 정도 믿을 수는 있겠지만]


망설이고 있는 영란에게 생각해 보고 답을 달라고 했다.


다음 날 영란에게 연락이 왔는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않느냐고 한다.


곧 정희,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공동사업을 하겠다고 전하자 그녀의 기쁜 목소리가 들린다.


 


결혼식이 보름 정도 남았는데 석두는 새로운 매장을 알아 보러 다니느라고 바빴다.


아파트가 많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 중에서 상가 분양이 되지 않아 지하가 비어 있는 곳을 찾자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그 곳을 보여주자 그녀도 만족해 하는 것 같아 권리관계를 꼼꼼하게 따져 본 다음


계약을 치렀다. 이제 오픈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 호호 이제 정말 동업자가 되었네! 건배 해요! ]


[ 네! 그리고. 저한테 선배 되시는데 말씀을 편하게 하시죠! ]


[ 밖에 나와 그런 거 따지기는 뭐하고 또 그냥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게 편해요! ]


[ 네. 편한 대로 하세요! ]


계약을 치른 날 그녀와 일식 집에서 식사를 하며 건배를 주고 받았다.


둘 다 즐거운 마음이 되어 몇 순배 술이 돌았고 석두는 잠바를, 그녀는 외투를 벗었다.


[ 사람 하나 보고 투자하는 거니까 잘해야 해요? ]


[ 알았습니다. ]


다시 그녀와 건배를 했고 술이 약한 듯 그녀의 혀가 약간 꼬부라진다.


[ 호호 이제 보름 지나면 새 신랑이겠네? ]


[ 그렇네요! 날짜가 금방 가네요! ]


[ 맞아! 그런데 결혼하고 나면 신부 치마폭에 싸여 우리 슈퍼 등한시 하는 거 아냐? ]


[ 아녜요! 절대 그렇지 않을 걸요! ]


[ 호호 장담은! 남자들. 결혼 초에는 여자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난 듯 하다가 한 해 두 해 가면


관심도 적어지고 신경도 안 써 주는데 잘해 줘요! 알았죠? ]


[ 네! ]


[ 호호샘나서 어쩌나! 이렇게 듬직한 신랑을 얻다니 영란씨도 복이 많은 여자 같애! ]


[ 사모님이야 말로 복이 많은 분이죠! ]


[ 나? 뭘 봐서 내가 복이 많은 것 같아요? ]


[ 재산 있으시겠다. 저 번에 거실 사진 보니 남편 분도 훤칠한 미남이시고 다복하시던데


그만 하면 복 있으신 것 아닌가요? ]


[ 그런가? 호호 아무튼 우리 잘해 봐요! ]


탁자 위로 나와 옷을 밀치고 있는 그녀의 볼록한 젖가슴을 곁눈질하면서 술을 마셨고


시간이 어느 정도 되어 일어나자 그녀의 몸이 잠시 휘청한다.


[ 괜찮으세요? ]


그가 옆으로 가 그녀의 몸을 지탱해 주면서 묻자 그녀가 웃는다.


[ 호호괜찮아요! 오랜만에 술을 했더니! ]


그녀의 외투를 주자 그녀가 팔을 뻗어 옷을 입었고 석두 역시 자신의 잠바를 걸치고는


그녀를 잡아주어 아래로 내려와 신발을 챙겨 준다.


바깥에 나오니 아직도 쌀쌀하다.


대리 운전을 불러 그녀를 집으로 보내고 석두도 새로 들어간 전세 아파트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 벌거벗은 산에 진달래 홀로 그 연분홍 자태를 빛낼 즈음.


석두와 영란은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고 제주도로 신혼 여행을 다녀와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젊은 두 사람의 매일 밤은 불 타 올랐고 또한 슈퍼 운영과 새로운 슈퍼의 오픈 때문에 바빠서인지


석두의 얼굴이 조금 핼쓱해진 것 같았다.


새로 오픈 할 슈퍼의 인테리어도 한참이라 석두는 매장 구석 구석을 돌아 다니면서 체크했다.


[ 신혼이라 그런지 얼굴이 핼쓱하네? 호호 깨가 쏟아지나 봐! ]


[ 어? 오셨어요? 먼지 나는데 여긴 뭐하러 ]


[ 궁금하잖아요! ]


날이 제법 따뜻해진 듯 그녀의 옷차림이 화사해 지하 매장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 나가시죠. 먼지가 많이 나는데 ]


그가 그녀의 등 뒤로 살짝 팔을 둘러 나가자는 시늉을 하자 그녀는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고


근처에 있는 커피숍으로 들어가 원두커피를 주문했다.


[ 사모님이 너무 화사하셔서 봄 꽃이 질투하겠어요! ]


뜬금없는 그의 말에 정희가 웃는다.


[ 호호 그런 말은 색시한테 해야 하는 거 아녜요? ]


[ 하하 있는 그대로 말한 건데 공사가 많이 진행 되었죠? ]


[ 그러네요. 다음달 중순이 오픈이랬죠? ]


[ 네.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상품을 반입시켜야 하겠죠. 직원들은 지금 뽑고 있어요. ]


[ 그렇구나! 자금이 부족하면 언제든 이야기 하세요.]


[ 네. 그렇게 할게요. 전 다음 주에 다시 지방에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요 ]


[ 상품 때문에? ]


[ 네. 봄에 좋은 채소가 많이 나오잖아요. ]


[ 호호 신혼인데 색시하고 떨어지면 어떻게 지내려고? ]


그녀의 농담 섞인 말에 석두는 웃음을 터트린다.


[ 사모님도! 일은 해야죠! ]


[ 그렇긴 하지만. 암튼 결혼했으니 아내한테 잘해 주세요. 석두씨 하나 믿고 시집온 거니까! ]


[ 알겠습니다! ]


 


매일 밤 신랑과 뜨거운 사랑으로 온 몸이 노곤해져 출근해서도 어제 밤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영란은 하루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도 아래가 뻐근한 것 같고 남편의 물건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인데


[ 에 오늘 새로 오신 선생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교장 선생님이 교무실로 한 선생님을 데리고 왔다.


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나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리던 영란의 눈이 번쩍 뜨인다.


서른 정도 되었을까?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젊은 선생님이 오셨는데


훤칠한 키에 서구적 마스크. 짙은 눈썹과 깊은 눈동자가 영란의 눈에 박혀 들면서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석두와 데이트를 하고 사귀면서도 상상하던 늘 처녀 때 꿈꾸었던 그런 남자의 모습


어머! 신혼인 내가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어제 밤 남편이 만져 주고 빨아 주었던 젖가슴이 새로 온 선생님의 모습 때문에 부풀어 오르다니!


[ 새로 오신 선생님은 박진수 선생님이라고 하며 외국 유학도 다녀 오신 능력 있는 선생님입니다]


계속 되는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는 영어 과목을 담당할 것이며 잘 지내 보자는 것이었다.


[ 에 자리는. 김영란 선생님 옆 자리가 비어 있으니 거기가 좋겠군요! ]


어마! 내 옆자리로?


곧 박진수 선생의 인사말이 이어졌고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들어 온다.


상큼한 남자 스킨 냄새가 영란의 코 끝을 스치고 그가 자신을 향해 목례를 하는 것을 보고


영란도 무의식으로 목례를 한다.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 종일 마음이 들떠 있다가 집으로 돌아 와


저녁 준비를 하고 집안을 둘러 보니 불현듯 24평의 아파트가 좁아 보인다.


밤 늦게 신랑이 돌아와 자신에게 키스를 하자 그녀도 그의 품에 안겨 그의 뜨거운 사랑을 받지만


불현듯 그가 입고 있는 잠바의 모습이 싫어졌다.


[ 자기 양복 입고 다니면 안돼? ]


그와 질펀한 섹스를 하고 그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 영란은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를 부렸다.


[ 왜 갑자기? 잠바 입은 모습 보기 싫어? ]


[ 보기 싫다기보다는 이제 자기도 슈퍼 사장님인데 남 보기도 좀 그렇잖아! ]


[ 그럼 일하기가 불편할 텐데 ]


[ 그냥 한 번 이야기 해 본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


[ .알았어! 양복 입고 다닐께! ]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양복을 입은 신랑의 모습을 보니 보다 만족스러웠지만


학교에 도착하여 박선생의 모습을 보자 신랑과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은 게 원천적인 것 같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자주 얼굴을 보고 가끔 대화도 나누다 보니 다른 선생님보다 일찍 그와


친해진 것 같았고 그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학교 이사장의 조카로서 미국 유학 후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전 어릴 때의 꿈인


선생님을 해 보고 싶어서 온 거란다. 다른 선생님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면서.


그렇지만 사람이 세련되면서도 소박한 것이 전혀 건방지지도, 넘치지도 않는 것 같았다.


[ 신혼이시라면서요? ]


[ 네. ] 그의 물음에 얼굴이 붉어진다.


 


윤정희가 투자하고 석두가 운영하는 슈퍼가 마침내 문을 열었다.


처음 슈퍼보다 광고를 많이 해서인지 많은 손님들이 몰려 들었고 상품의 질이 좋아서인지


며칠 뒤에도 많은 손님들이 줄어들지 않았다.


[ 호호 고생 많으셨어요! ]


[ 이게 다 사모님 덕택이죠! ]


[ 나보다 장사장님이 잘 하시니까 그렇죠! 근데 언제까지 사모님이라 부를 거에요? ]


[ 네? 그럼 뭐라 불러야 하죠? ]


[ 글쎄. 암튼 나 사모님이라는 말은 듣기 싫다!? ]


[ 음 그럼 선배님이라고 할까요? ]


[ 호호 선배? 그것도 영 ]


[ 하하그럼 어떻게. 누님이라 하기에는 좀 그렇고. ]


[ 누님이라 하면 되겠다! 그쵸? 난 그 말이 듣기 좋을 것 같은데? ]


[ 그러세요? 그럼 앞으로 누님으로 해야겠네요! 누님! 한 잔 드시죠! ]


[ 호호 알았어요! 후배님! ]


[ 하하 누님이면 동생이라고 불러야지 왜 후배에요? ]


[ 왠지 그게 더 편한 거 같아서요. 앞으로 후배님이라 부를께! ]


[ 편한 대로 하세요! ]


장사가 잘 되어 매출이 잘 오르니 그녀도 투자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석두도 슈퍼 점포를


하나 더 운영되었으니 둘에게 다 잘 된 일이었다.


[ 오늘 우리 많이 마셔 볼까요? ]


[ 집에 일찍 들어가셔야 하지 않아요? ]


[ 호호 신랑이 반은 외국에 산다고 그랬잖아! 나보다 후배님이 더 걱정인데? ]


[ 하하 그래 보이세요? 잠시만요! ]


석두는 핸드폰으로 영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회식 때문에 좀 늦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 누가 신혼 아니랄까 봐! 덩치에 안 어울리게 ]


[ 하하 죄송합니다! ]


[ 죄송할 것 까지야 샘 나서 그런 거죠! 자.우리 마셔요! ]


그녀와 술을 몇 잔 하고 장소를 옮겨 그녀가 가끔 가는 호텔 바를 찾았다.


아늑하고 차분한 조명에 빛나는 그녀의 이목구비다.


양주를 몇 잔 넘기자 조금씩 머리가 후끈해지며 취기가 오른다.


[ 정말 고생했어요! 신혼이라 색시한테 봉사하기도 바빴을 텐데 그 큰 일을 해 내다니! ]


[ 하하 누님은! 누님은 신혼 때 뭐 안 그러셨나!]


[ 어머! 날 걸고 넘어지네? 호호 하긴 신혼 때는 다 그랬으니까 ]


술이 들어가자 평소 이지적이고 세련된 그녀도 아줌마 티가 난다.


[ 색시하고 재미 있어요? ]


[ 누님도! 누님은 어떠셨어요? ]


[ 나야 뭐가 뭔지 모르고 지냈지. 남편이 하자는 대로 했으니까! 근데 질문한 사람은 나인데


또 날 물고 늘어지네? 아주 지능적이야?! ]


[ 하하 어려운 누님한테 그런 이야기 하려니 좀 부담되잖아요..]


[ 어려울 게 뭐가 있어? 누님이라며? ]


[ 그냥그렇죠 뭐! 우리라고 뭐 특별한 거 있겠어요? ]


[ 그렇지? 지나고 보니까 그것도 한때이더라! ]


[ 네 벌써 잔이 비었네요? 천천히 드세요! ]


[ 알았어요! 내가 기분이 너무 좋아 조금 마셨네! ]


그녀와 양주 반 병을 마시고 나니 정말 오락가락하였고 시간도 늦어 석두는 맞은 편에 앉은 그녀를


잡아 일으키자 그녀의 몸이 휘청하며 그의 품에 기대어지는데 부드러운 몸의 굴곡이 닿는다.


다시 제대로 잡아 주자 그의 얼굴을 보던 정희가 다시 그의 품에 넘어지는데 그가 그녀의 몸을 잡으니


마치 그녀를 안고 있는 듯 했고 그녀의 물컹한 젖가슴이 가슴에 와 닿는다.


[ 새 새신랑 품이라 그런지 더 따뜻하네? ]


혀 꼬부라진 말을 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가 그녀를 부축하여 나가


그녀를 댁까지 모셔 드리고 집으로 돌아 왔다.


 


남편이 늦는다고 하여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영란은 문득 한 달이 넘자 그와 많이 친해졌고


사소한 것도 이야기할 정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녀가 읽고 있는 영시도 그가 심심할 때 보라면 준 것인데


자상하면서도 핸섬하고그러면서도 또한 매너가 좋은 남자.


자신과 동갑내기인데도 자신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의 영상이 떠 오르자 몸에 은은한 열기가 느껴지고 자신도 모르게 젖가슴을 손으로 감아 쥐어 본다.


이야기할 때에 가끔 그가 자신의 젖가슴을 흘깃거리기에!


그는 자신의 젖가슴을, 신혼의 새댁인 자신의 젖가슴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가 한 번은 이야기 하면서 자신이 그의 첫사랑과 많이 닮았다고 했던가!


문 소리가 나면서 남편이 들어 오는 소리가 들리기에 거실로 나가 보니 넥타이를 풀어헤친 남편이


술이 곤드레가 되어 있다.


그를 부축하자 술김에 그가 우리 색시! 하면서 키스를 하는데 술 냄새가 가득 풍겨 왔다.


침대에 눕히니 곧 엎어진 대로 잠이 들고. 코를 드르렁 거리며 자는 그의 모습을 보곤


거실로 나가 읽던 책을 조금 더 읽어 나갔다.


 


수업이 늦은 시간까지 있어 마치고 교무실로 가니 다른 선생님들은 퇴근을 하였기에


혼자 마무리를 하며 있는데 박선생이 문을 열고 들어 온다.


[ 어머! 아직 안 가셨어요? ]


[ 네! 수업 시간이 바뀌어 좀 늦었네요! ]


어찌 됐든 넓은 교무실에 그와 둘만이 있으니 가슴이 콩닥거리고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가 가방을 챙겨 드는데.


[ 전 식사를 혼자 해야 하는데. 혹시 같이 식사하실 수 있어요? ]


그의 말에 잠시 생각해 보는 영란 남편은 지방에 내려 갔고 늦어도 상관 없으니.


시내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시내를 내려다 보니 조명이 그만이어서


마치 그와 데이트 하는 기분이 들었으며 이런 레스토랑에 온 지가 까마득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레스토랑의 불빛에 드러나는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였고 어느 정도 배를 채우자 와인을 곁들였다.


[ 김선생님이 결혼을 하셨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 많이 실망했어요! ]


[ 어머! 왜요? ]


[ 하하 제가 조금만 빨랐어도 혹시 알아요? 제가 김선생님을 채 갔을 지? ]


[ 어머! 김선생님도! ]


그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이란!


자신에 대한 은근한 관심이 아닌가!


부끄러움과 가슴 두근거림에 와인을 연거푸 두어 잔을 마시자 그도 조금 더 마신다.


식사를 마치고 한강 고수부지로 갔는데 영란은 왜 자기가 여기까지 따라 왔는지 모르면서도


아무튼 그와 단 둘이 호젓한 곳을 거니니 그만한 아름다운 밤이 없었다.


그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걷는데


그가 슬쩍 손을 잡는다.


[ 어머! 김선생님. 저유부녀에요! ]


[ 하하 유부녀 손은 잡으면 안 되는 건가요? ]


그의 물음에 할 말이 없는 영란은 그의 손에서 따스함을 느끼며 동시에 자신의 몸 떨림을 느낀다.


거닐면서 간혹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 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


그의 품에 안기고 싶어지며 또한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놀랐다.


 


학교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것 외에 점차 밖에서 그를 보는 횟수가 증가하였고


그럴수록 그에게 점점 익숙해져 갔기에 영란은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올 봄에 결혼하고 지금 신혼인데. 다른 남자를 밖에서 만나 비록 딴 짓은 하지 않지만


은근히 그와의 데이트를 즐기는 자신이 두려워졌다.


그렇지만 아침이 되면 또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갈까.어떻게 하면 이뻐 보일까 고민하며


옷장을 뒤지는 자신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 오늘 김선생님 옷차림 이거에요! ]


다른 선생님들이 별로 없을 때 그가 옆자리에서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 그것으로 하루가 기분 좋고 상쾌하게 흘러간다.


점심 식사 후 그가 학교가 끝난 후 바람 쐬러 갈 수 있느냐는 말에 뒤숭숭하면서 전화를 들었다.


자기야! 나 오늘 친구 만나기 때문에 저녁 먹고 들어가!


서로 시간을 달리하여 학교를 나와 약속 장소로 가니 그가 차를 가지고 나와 그의 옆자리에 타고


교외로 향하자 누가 볼까 싶어 걱정 되면서도 또한 그와 데이트를 하는 설렘이 그녀를 들뜨게 만들었다.


봄이 짙어 가는지 길거리의 가로수 잎은 녹색 잎을 드러내 제법 울창해지고


길 가 곳곳에는 봄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다.


그가 차를 몰더니 한적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거기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는데


그와 같이 야외로 나와서인지 마음이 울렁거려 찻잔이 손 떨림에 따라 가늘게 떨렸다.


그가 무슨 마음으로 자신에게 이 같이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는지 모르지만


여자로서 남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또한 그에게 대접 받는다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렇게 멋지고 매너 좋은 남자라면!


밖에 나오니 어두워졌고 조금 가자 강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가로등에 비쳐졌다.


그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자 이제 그 정도에는 익숙해진 영란은 그에게 작은 손을 내맡기고


그를 올려다 보며 미소 짓고는 천천히 걸었다.


[ 김선생님하고 이렇게 데이트 하니 너무 좋아요! ]


[ 피~! 예쁜 아가씨들도 많을 텐데 유부녀하고 데이트 하는 게 뭐가 좋다고 ]


[ 김선생님보다 더 마음에 드는 아가씨가 없는 걸 어떡해요? ]


[ 이러다 박선생님 혼사길 막히는 거 아녜요? ]


[ 하하 혼사길 막히면 김선생님이 책임져 주세요! ]


[ 어머! 괜히 남한테 덮어 씌우기는! 유부녀가 어떻게 책임을 져요? ]


[ 안되면 애인이라도 되어 주시면 되잖아요! ]


[ 어머머!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여자더러 애인이 되어 달라니 박선생님 미워! ]


그녀가 붙잡혀 있던 손을 빼어 그의 팔을 때리는 시늉을 하자 그는 웃으며 낼름 자신의 팔을 잡아


팔짱을 끼게 만들고, 영란이 빼려 하자 그의 손에 힘이 가해져 그대로 있을 수 밖에.


가볍게 걸치고 있던 팔을 그가 당기자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이 그의 팔에 닿는다.


그가 그 느낌을 받아 들이고 있겠지


그의 팔짱을 끼고 강변을 걷는 것은 석두와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움이고 낭만이라


새삼 소녀적 같은 기분이 젖어 들었고 조금 걷다가 바위에 앉아 그에게 약간 기대고 있는데


소곤대던 그가 갑자기 얼굴을 자신의 얼굴 위로 겹치면서 제지할 틈도 없이 자신의 입술을 눌러 왔다.


어머!


깜짝 놀란 영란은 그의 몸을 밀어 내었지만 자신의 입술을 점령한 그의 입술을 꿈적도 하지 않으면서


그녀의 입술을 물고 빨았고 곧 혀를 이용해 입술을 핥자 영란의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영란의 힘이 약해지자 그의 키스는 감미롭게 변했고 마치 사탕을 아껴 빨듯이 그녀의 입술을 건드리고


두 입술 사이를 파고 들자 꼭 닫혀 있던 그녀의 입이 열리며 그의 혀가 파고 들었다.


힘있게 파고 든 그의 혀가 자신의 혀를 건드리자 영란은 더 견디지 못하고 팔로 그의 양 어깨를 잡아


떨면서 그의 입술을 받아 내었다.


[ 미워요! ]


기나긴 키스 끝에 그가 입술을 떼자 어둠 속에서도 영란의 얼굴이 발갛게 된 채 그의 어깨를 토닥였고


그는 다시 그녀의 몸을 끌어 안는다.


[ 나도 모르게 김선생님을 사랑하게 되었나 봐요! ]


[ 유부녀를 사랑하는 게 어디 있어요! 장난치지 말아요! ]


[ 농담 아니에요. 하루에도 열 두 번 더 김선생님이 생각나는 걸요! ]


나도 박선생님을 자주 생각해요! 속으로 그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그의 품에 안기니


두렵고도 무서웠으며 또한 그가 주는 유혹을 뿌리치기도 어려웠다.


그의 팔짱을 끼고 차로 돌아 와 앞 차장으로 보이는 강변을 바라 보는데


다시 그의 팔이 슬며시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그의 눈을 본 영란은 어쩔 줄 몰라 한다.


슬쩍 그의 얼굴을 훔쳐 보니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의 윤곽선이 어스름 불빛에 반사되고


그 모습에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는데.


그의 손이 자신의 뺨을 쓰다듬고 이마와 코를 만지다가 그의 입술이 다가오자


영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감았으며 그의 두툼한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얹히는 것을 느낀다.


이러다 정말 그의 애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얼마 전에 결혼한 새댁이 또 다른 남자의 애인이라니.


그렇지만 또한 그와의 달콤한 데이트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뭐 어때서


시기만 조금 빨랐지 다른 유부녀들도 애인 사귀는 사람이 많은데 나한테만 뭐라 할 사람이 있나!


이런 남자라면. 그의 애인이라도 되고 싶어! 놓치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이 들자 영란의 입술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그의 목을 안자


두 혀가 어우러지며 끈적한 타액을 교환하였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에 반응하자 그는 용기가 생기는지 샅샅이 자신의 입안을 헤집어 주고


그의 키스에 녹아갈 것만 같은 기분에 젖어 드는데 그의 손이 다가와 자신의 젖가슴을 잡았다.


어머!


그녀가 입을 떼려 하자 그의 입술이 그녀의 혀를 잡고 놓아주질 않으면서 풍만한 젖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니 젖가슴에서 피어나는 쾌감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간다.


이제 서로의 입술이 적극적으로 희롱하고 그의 손은 젖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는데


떨어진 두 사람의 얼굴이 달아 올라 있다.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다.


그가 팔을 뻗어 자신을 안자 영란은 그의 품에 몸을 묻고는 그가 젖가슴을 주무르는 대로 내 맡기면서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자 그의 입술이 다시 다가 온다.


 


집에 돌아 온 영란은 아직도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씻고 나서 티브이를 켰지만


오직 박선생과의 일만이 뇌리에 떠 오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마 후 남편이 돌아 왔을 때 미안함에 차마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그는 그였다.


잠자리에서 남편이 젖을 만지고 빨아주며 또한 자신의 속살을 헤집어 줄 때에도


머리 속에서는 계속 박선생의 영상이 떠나지 않는 것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 다음 편에 - : 여기까지가 써 놓은 글이고 다음 편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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