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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남들에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들은 우리를 불륜(不倫)이라고 말한다. - 0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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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남들에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들은 우리를 불륜(不倫)이라고 말한다. >


 


By 미네르바


 


이 글은 제가 2001년쯤 모 소설 카페의 <창작 소설실>에 올렸던 글이었는데 오래 동안 저 자신도 잊고 있다가 최근에 컴퓨터 하드를 정리하면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제 소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래 만에 읽어보니 손 볼 곳이 많아 다시 한 번 다듬고 손 본 후 이곳에 올려봅니다. 길지 않은 짧은 소설이지만 나름 경험을 토대로 만든 글이니만큼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롤로그(Prologue)


 


현재 내 나이 34세,


키 160cm, 체중 48kg 전후,


긴 생머리에 갸름한 얼굴과 하얀 피부, 그리고 날씬한 두 다리와 빵빵한 히프,


중, 고, 대학교 때는 남학생들이 쫓아 올 정도의 외모(外貌)였지만 지금은 좀 망가진 몸매를 가진 한 아이의 엄마이자 일을 가진 여자이기도 했다.


이름은 백 민영,


직장에서 주변 사람들은 날 성실한 동료, 자상한 엄마, 착한 주부(主婦), 그리고 순종적(順從的)인 아내라고 말한다. 어떻든 난 현재의 내 생활에 나름대로 만족해하고 행복해 하는 그런 평범한 여자이자 일을 가진 맞벌이 주부였다.


적어도 그를 만나기 전까진…,


 


현재 그의 나이 27세,


키 184cm, 체중은 알 수 없으나 대략 85kg 전후는 되지 않을까…,


단정하게 옆으로 넘긴 앞머리와 남들이 말하는 준수(俊秀)하게 생긴 얼굴에 근육질은 아니나 적당하게 근육이 섞인 탄탄한 몸매, 길을 걷다 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돌아서서 다시 보게 될 정도의 고급스런 복장에 당당함이 느껴지는 포스(Force), 그래서 그런지 현재 그에겐 늘 따르는 여자가 많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이 외로운 존재(存在)임을 강조한다.


 


그의 이름은 최 민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의 입사후배라는 사실이다.


 


사이좋은 직장 선후배(先後輩), 맘이 딱 맞는 동료(同僚), 직장 내 다른 동료들이 보는 우리의 관계였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더 이상 욕심 같은 건 가지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後悔)한다.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을…,


그리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 것을…,


 


 


1. 첫 만남


 


“언니 봤어? 봤어?”


“뭐~얼?”


“이번에 새로 입사한 최 민후 씨 말야….”


“아니… 왜?”


“넘, 넘 잘생겼어. 여직원들이 다 껌벅 넘어갔잖아…, 최 민후 씨 자리 앞을 오가는 여직원들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같은 팀 여직원들이 비상(非常)이래. 그런 사람 애인은 정말 좋겠다.”


“낼모레 결혼할 여자가 왜 이래?”


“언니는…, 결혼은 결혼이고, 멋진 남자를 보면 두근거리는 맘은 여자의 본능(本能)인 거야. 본능(本能)….”


“됐다, 얘….”


“그래…, 언니는 멋진 형부 있다 이거쥐… 토깽이 같은 자식이랑…, 치….”


“너도 결혼해서 얼렁 토깽이 같은 자식 낳아봐라… 세상에서 그자식이 젤루 이쁘지…. 진짜루 우리 은진이보다 이쁜 애는 내가 여태껏 한 번도 못 봤다. 크크크… 역쉬~ 나는 팔불출(八不出)이야….^^”


“언니는….”


 


여직원들은 새로 입사한 남자 직원 한 명 때문에 들떠서 난리다. 하긴 여자의 본능(本能)이라니 내가 말릴 수는 없겠지…, 그래도 일은 일이지 않은가…, 나는 무서운 직장 선배거든…,


 


“일하자, 일해… 그 놈 얘기하면 밥이 나오냐? 아님 회사에서 월급을 더 주냐? 잘생긴 놈 치구 얼굴값 안하는 놈 없더라….”


 


‘꺄~아’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얼굴값이 뭔데요? ^^”


 


생글생글 웃으면서 오는 그 놈은 역시 소문대로 훤칠하고 건장한 놈이었다.


 


“본인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나?”


“제 얼굴은 무료(無料)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놈이!’


 


우리의 대화에 부러움에 극치(極致)를 넘긴 여직원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콧소리까지 내면서…,


 


“민후 씨~, 식사하셨어요? 홍홍….”


“음료수 드실래요? 홍홍….”


 


이런 것이 ‘얼굴값’이란 거지… 잘생긴 늑대에게 덤벼드는 순진한 양들을 뒤로 하고 나는 사무실로 향했다.


 


그 뒤로 그 ‘얼굴값’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 뭐… 내 남편도 한 인물 하는 놈이긴 한데… 내가 뭐 아쉽다고…,


(자식에 이어 남편 자랑까지… 진짜 나는 팔불출인가보다.^^;)


 


그에 대한 여직원들의 수다는 끊이지를 않았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더니…,


 


“최 민후 씨가 주희 씨랑 저녁에 몇 번 만나는 거 누구한테 걸렸다며?”


“어쩜, 어쩜 김 주희 걔는 조숙한 척 혼자 다 하고 다니더니만…, 꼬리나 치고 다니구…, 넘 웃긴다, 진짜….”


“그치, 그치!”


“어이~ 수다녀들 조용히 하자… 응! 나 일 쫌 하자!”


“….”


 


역시 아줌마의 파워는 강하다. 크흐흐!


김 주희라… 아! 관리팀의 그녀…, 홍홍홍… 역시 그림 되는군, 주희, 그녀는 정말 예쁜 여자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어른 공경(恭敬)할 줄 알고… 선남선녀(善男善女)라더니…,


 


얼마 후 그 ‘얼굴값’이 우리 팀으로 발령(發令)이 났다. 사내커플, 더군다나 같은 팀에서의 연애(戀愛)라 소문도 무성하고 그 닭살 맞은 커플들의 시선을 노총각 과장님이 견디지 못하여 찢어 놓은 것이다. 이 일이 훗날 내 가슴을 찢어 놓게 될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안녕하세요? 새로 발령 받은 최 민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씩씩하군… 그 놈 잘생기긴 ‘차암’ 잘생겼다.


 


“아줌마 침 닦으세여!”


 


‘하하하’


 


저 놈의 새끼가…, 부끄러움에 귀까지 뻘게졌다. 역시 여자란 잘 생긴 놈이라면 애들 노친네 할 거 없이… 이런 건가 보다. 나까지… T_T


 


그런데 의외로 ‘얼굴값’은 일을 참 잘했다. 짜아식…, 생각보다 선배들 모시는 것도 끔찍하게도 잘했고… 거기다 아줌마에 대한 배려(配慮) 또한, 크흐흐~, 어쨌든 ‘얼굴값’이 온 이후 내 생활이 아주 편해진 건 사실이다.


 


이쁜 놈…


그 놈은 천성(天性)이 사람들한테 잘하는 것 같다. 근데 놈은 여직원들한테도 친절한 것이… 내게는 좀 불만이긴 한데…, 쯧쯧…, 그로 인해 그 놈에 대한 구설수(口舌數)는 끊이지 않았다. 저 놈은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 그런 스타일의 놈인가 보다.


 


 


밤 11시 30분, 그이가 왔다.


 


‘딸칵!’


 


“왔어요?”


“응, 은진이는?”


“지금이 몇 시인데…, 자죠….”


“어! 그래….”


 


내 얼굴을 보는 둥 마는 둥 남편은 은진이가 자는 방으로 간다.


 


“요즘 왜 이렇게 늦어?”


“바빠서….”


“새로 일 맡았어?”


“응.”


“무슨 일?”


“새로운 일….”


“….”


 


이게 그이와 나의 대화 전부이다. 그는 매사에 이렇게 나를 무시한다. 아무래도 처녀 시절 내가 엄청 따라다니다 결국 사리분별(事理分別)이 정확한 그가 나를 버리지 못해 결혼한 우리에게 당연한 일 아닐까 싶다. 나만의 사랑으로 결혼을 이룬 나의 자격지심(自激之心)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항상 나를 무시한다.


 


그가 좋아한 사람은 내 친구 혜연이다. 하지만 혜연이는 그이만을 사랑해 줄 여자는 아니었다. 자유롭길 원하고 규제 받는 걸 싫어하는 혜연이에겐 주변에 늘 많은 남자가 있었다. 그런 여자에게 그이는 순정(純情)을 다 바쳤다.


 


후후… 하지만 결국 상처(傷處)로 망가진 그는 돌아섰고, 돌아선 그에겐 내가 있었다. 그래도 난 그가 날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한 그와 그 옆에 나… 그리고 우리 은진이…, 이런 생각이 나의 자기최면(自己催眠)이었음을 알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민영 선배!”


 


‘얼굴값’이 아주 음흉(陰凶)하게 날 부른다. 그동안 우리는 아주 많이 친해졌다. 일하는 스타일도 맞고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주 많이 닮았다. 더군다나 내가 아줌마라서 구설수(口舌數)에 오를 일은 거의 없었고, 그래서인지 ‘얼굴값’은 나에 대한 배려(配慮)나 씀씀이가 남달랐다. 아무래도 날 ‘카운셀러’로 이용하는 듯싶었다. 그것도 공짜로…,


 


“왜?”


“나 오늘 하루만 당직 바꿔주세요.”


“뭔 일인데?”


“….”


“말하긴 싫음 관둬라…, 알았어, 바꿔줄게….”


“고마워요.”


 


항상 밝은 얼굴인 그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저 놈이 왜 저래…,


 


“야!”


 


그가 뒤돌아본다.


 


“얼굴 그런 거 보기 싫다. 웃어라.”


 


‘씨익~’


 


저 놈 저거… 바보 아닌감…, 그래도 왠지 좀 맘에 걸리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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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자들의 입이란… 무섭다. 어제의 그늘진 얼굴에 대한 해답이 주변 여자들의 수군거림으로 알 수 있었다.


 


“최 민후 씨 정말 그런 사람이었나 봐, 어쩌면 주희 씨를 두고 다른 팀 여직원을 만날 수 있지?”


“그러게….”


“어제 주희 씨한테 오히려 화를 내면서 그럴 거면 헤어지자 그랬다며?”


“어쩜 여자한테 그럴 수 있지?”


“맞아, 맞아, 진짜 ‘얼굴값’ 한다.”


 


그녀들의 수다, 흐음…, 그랬군… 이유가 그거였군…, 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팀에서 만났다는 그녀는 아마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을 거다. 그에게 여자나 남자나 동료들과의 어울림은 별거 아니었을 테니…, 불쌍한 주희, 혼자 맘 쫌 끓였겠군…,


 


‘으이구… 잘난 놈 사귀려면 맘이 쫌 아프지…’


 


어떻든 주희와 그런 실랑이가 몇 번 있은 후 결국 주희는 그렇게 그를 이해하지 못한 체 이별(離別)이란 통보를 그에게 줬다. 하지만 그 이유에 내가 있는 줄은 그 땐 정말 몰랐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그 놈이 나만 잡으면 늘어지기 시작했다.


 


“선배야…, 이~잉~.”


 


등치에 안 맞게 애교는…,


 


“왜에?”


“술 먹자.”


“안 돼!”


“왜?”


“오늘 은진이 땜에 일찍 가야 돼….”


 


물론 매일 일찍 가기는 하지만… 크흐흐…


 


“오늘 하루만 봐주라…, 선배… 은진이도 삼촌이 이리 맘 아픈 것 알면 삼촌이랑 술 먹고 온 엄마 이해할 텐데….”


 


맘이 많이 아프긴 아픈가보다. 이놈이 이리 애원(哀願) 하는 걸 보니…,


 


“알았어. 따악, 오늘 하루만이다.”---> 강조! 강조!


“히잉….”


 


사실 아줌마가 된 이래 난 혼자서 남정네를 만나 본 적이 없다. 나의 무서운 신랑은 고지식의 원조(元祖)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날라치면… 으이구~ 상상(想像)조차 하기 싫다. 무서워! T_T


 


그 날 거의 민후 동기(同期)와 모여 아직 해가 밝은 초저녁부터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잉? 그런데 나만 아줌마네…, 초장부터 이놈이 너무 먹는다 싶긴 했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 뒀다.


 


“민후 씨?”


“응?”


“그렇게 속상하니?”


 


그런데 그 질문에 ‘씨익~’ 웃는다.


 


“아니, 속상하지 않아. 나야 뭐 원래 ‘가는 여자 안 잡고 오는 여자 안 막는’ 스타일이잖아….”


 


이젠 미친놈처럼 웃는다. 얘가 왜 이래…, 그는 왜 모를까…, 여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하나하나에 기쁘고 상처 받고 그런다는 걸…,


 


바보 아냐? 여하튼 나도 그 놈이 여자한테 못하는 건 인정한다. 자기 애인이나 입사동기한테나 여자선배한테나 하는 게 거의 비슷하니…, 거기다가 여자들이 “술 사주세요.”하면 쪼르르 달려가서 술 사주고 밥 사주고…,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네 애인 하는 여자가 쬐끔 불쌍타…, 어떻든 그는 버림(?) 받은 상처가 서서히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


 


오늘은 회사 야유회다. 그것도 1박 2일로…,


10월의 하늘은 정말 높고도 높다. 그런데 조금 춥다. 해마다 봄, 가을에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야유회를 간다. 나는 은진이가 맘에 걸리긴 하지만 빠질 수 없는 몸이다. 사우회(社友會) 대빵이자 모든 여직원들의 맏언니이기 때문에 도무지 빠질 수가 없다.


 


직장인 엄마의 서러운 점이 정말 많다. 사람들의 남다른 시선(오죽이나 남편이 못 벌면 애 엄마까지 직업전선에 나설까 하는…), 그리고 자식에 대한 미안함…, 친정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이 키워 주신다면 그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또한 살림까지 병행(竝行)해야 하는 피곤함까지…. (아줌마 직장인들 다 아시죠? 크흐흑!)


 


어쨌든, 나는 지금 양평에 와 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평화롭다. 왠지 모든 걸 떠나 자유로워진 기분이다(이러다 아줌씨들 바람난다^^).


 


낮에는 과 별 체육대회, 그리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그룹, 그룹이 모여 가볍게 술을 한다. 그런데 내 옆엔 역시나 그 놈이 있다. 그리고 그 놈 주위엔 수많은 여직원들이…,


 


‘아이고 내 팔자야…,’


 


혼자 밤길을 산책하고 싶었지만 이놈이 날 놔주지 않는다. 자기가 내 남편도 아니면서 말이다. 밤이 되니 바람이 더욱 차갑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겨울 점퍼를 가지고 오는 건데…,


 


‘아이 추워… 씨~’


 


분명히 혼잣말이었다. 그냥 혼자 중얼거린 거였는데…, 그 놈이 North Face 상표가 붙은 자기 점퍼를 내 어깨에 올린다. 그러고는 ‘씨익~’ 웃는다.


 


“???”


 


그러고는 그는 다시 술독에 빠진다. 순간 나의 떨림은 아줌마의 주책이라고 넘기기엔 강도(强度)가 쬐끔 심하다.


 


‘이 아줌마가 이거이~ 미쳤나…,’


 


그런데 이 순간을 놓칠 여인네들 입들이 아니지…,


 


“뭐야, 뭐야….”


“백 선배는 맨 날 최 민후 씨 혼자 데리고 놀더니 이젠 애인(愛人)이라도 된 거 같네.”


 


무시기, 무시기…, 이것들이!


 


“이거 치정관계(癡情關係) 아냐?”


“아줌마 좋겠다. 젊은 총각이 챙겨 줘서리.”


 


그 소란을 그 놈은 한마디로 잠재운다.


 


“우린 불륜(不倫)입니다. 치정(癡情)이라니? 그건 쫌 더티(Dirty)하잖아요. 앞으로는 불륜(不倫)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크하하!”


“???”


“….”


“!”


“맞아! 맞아! 우린 불륜(不倫)이라니까… 하하하!”


 


결국 나도 따라 웃으면서 그의 말을 긍정(肯定)으로 인정했다. 사람들의 각기 다른 반응(反應)… 결국 모두 웃고 만다. ‘하하하…,’ 하지만 난 뭐가 뭔지 모를 감정(感情)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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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勤務)가 있는 토요일 오전… 다짜고짜 그가 온다.


 


“백 선배!”


“응?”


“오늘 바람 쐬러 미사리 가자.”


“안 돼!”


“왜?”


“토요일은 은진이의 날이야.”


“가자.”


“싫어!”


“진짜?”


“응.”


“마지막으로 묻는다. 우리… 가자, 응?”


 


이놈이 또 왜 이래?


 


“안가. 내가 니들처럼 한가한 지 아냐? 주말에 더 바쁘다고, 밀린 청소, 빨래, 게다가 은진이랑 놀아줘야지.”


“….”


 


민후가 인상 쓴다. 어? 이 놈 봐라, 나한테 인상을… 어쭈구리~,


 


“그럼… 은진이 데리고 가자.”


“???”


“그럼… 은진이 데리고 가자. 어차피 아저씨는 토요일이라고 일찍 오지 않잖아?”


 


저놈이 나의 아픈 곳을…,


 


“이따 주차장에서 기다린다.”


 


오늘따라 저 놈이 왜 그러지…,


결국 은진이와 함께 민후의 의도대로 나는 지금 미사리로 간다.


 


‘아이고~ 내 팔자야…’


 


헛! 그런데 저 놈… 제법 은진이하고도 잘 놀아준다.


사실 8개월 된 얼라를 거의 혼자 안고 있는 게 다이긴 했지만… 그 놈은 애기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은진아, 이게 나무야… 나무는 초록색이야… 이쁘지?”


 


은진이가 ‘까르르~’ 웃는다. 은진이 아빠가 민후 씨 절반 만큼만이라도 자상하면… 은진이가 무척 따를 텐데…,


 


‘또로록…’


 


주책이야…,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슬프다. 민후가 돌아본다. 웃어줘야 하는데 눈물이 자꾸 시야(視野)를 가린다.


 


“선배, 왜 그래?”


“응, 아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은진이가 초롱초롱 한 눈으로 날 본다. 그러곤 곧 울어 버린다.


 


“앙~.”


 


내가 은진이를 안아 준다.


 


“울지 마, 은진아! 엄마 눈에 벌레가 들어가서 그래….”


 


그런 나를 민후가 본다. 뭔가 울컥하는 눈으로…,


 


♥♡♥♡♥♡♥♡♥♡♥♡♥♡♥♡♥♡♥♡♥♡♥♡♥♡♥♡♥♡♥♡♥♡♥♡♥♡♥


 


돌아오는 길은 역시 썰렁하다. 아까의 그 분위기로…, 아무래도 요즘 난 미쳐 가나보다.


 


“선배, 자?”


“아니….”


“행복해?”


“짜아식, 무슨 질문이 그래…, 행복하지…, 은진이도 있고, 착한 직장 후배도 있고….”


“그거 말고….”


“그럼 뭐?”


“아저씨랑?”


“….”


“행복해?”


“행복해. 내가 사랑해서 선택한 사람하고의 결혼 생활이잖아. 아주 많이 행복하지… 당연히….”


“….”


 


긴 침묵(沈黙)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선배!”


“응.”


“난 선배의 좋은 직장후배지?”


“그럼, 그럼….”


“힘든 일 있음 나한테 말해… 내가 힘이 되어 줄게…, 나… 입도 무겁잖아…, 혼자 너무 참지마라… 우는 거 보기 싫다.”


“….”


 


 


‘딸칵…’


 


새벽 2시…


토요일인데 불구하고 그는 이제야 들어온다.


 


“이제 와요?”


“응.”


“밥은 먹고 일하는 거예요?”


“응.”


“얼른 씻고 자요.”


“그래….”


 


다음 날, 역시 그는 항상 똑같은 일요일을 보낸다.


밥 먹고, 신문보고, TV보고, 아주 가끔 은진이 보고 웃어 주고…, 하지만 나와의 대화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늘 그렇게 말이 별로 없다. 난 원래 조금은 차가운 듯한 그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다. 지나고 보니 이건 부부에겐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날 부른다.


 


“민영아?”


“응?”


“이리와 봐….”


 


갑자기 왜 저러지…, 부끄럽게…, 흐응~, 그가 지그시 날 바라본다.


 


“혜연이 나왔다.”


“!”


 


그의 첫사랑이자 나의 친한 친구이다. 혜연은 나와 남편이 결혼하기 바로 직전에 미국으로 갔다.


 


“어떻게 알았어?”


“진수한테 전화 왔더라….”


 


진수 씨는 남편 친구로서 나와도 가끔 통화도 하고 지내는 가까운 사이다.


 


“으응…, 그럼 한 번 만나야 겠네…, 진짜 오랜만이다. 한 3년만이지?”


“그래.”


“같이 볼까?”


“됐어. 너나 만나….”


“….”


 


갑자기 그의 표정이 차가워진다. 아직 그 상처(傷處)가 맘에 남아 있는 걸까? 맘이 불안해진다.


 


“은진 아빠….”


 


아무 말 없이 그는 날 그렇게 쳐다보고만 있다.


 


♥♡♥♡♥♡♥♡♥♡♥♡♥♡♥♡♥♡♥♡♥♡♥♡♥♡♥♡♥♡♥♡♥♡♥♡♥♡♥


 


(글쓴이의 辯)


 


사실 아주 오래 전에 네이버3에 다른 아이디로 가입했다가 거의 10여년 정도 네이버3을 떠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네이버3에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제 점수가 깎이다 깎이다 못해 마이너스 1400점이 넘어섰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면 안되겠다 싶어서 최근에 아주 쬐끔 도네이션을 하고 다시 활동 재개를 하기 위해 제 아이디 및 대명도 원래대로 바꾸고 이제 그 첫 작품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현재 지난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런 저런 글들을 써서 여러 카페나 사이트에 올린 글들이 어언 100여편 정도 되네요, 하지만 최근 몇 년동안은 너무 바빠 이 역시도 잘 하지 못했네요, 다시 네이버3으로 돌아오고 나니 마음은 무척 편하고 좋습니다. 일전에 제가 이곳 네이버3에 올린 글들을 삭제를 다 하려고 했는데 비번을 몰라서 일단은 그대로 뒀습니다. 기회되는 대로 삭제를 하고 다시 재편집해서 올리려 합니다. 이번에 올린 글은 야설이라기 보다는 그저 제 단편창작소설이라고 봐 주시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진한 장면도 별로 없구요, 취향에 맞지 않으신다면 그냥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악플도 달게 받겠습니다. 대략 3~4부 이내에서 마쳐질 것입니다. 그럼 이만...총총!


 


미네르바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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