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남들에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들은 우리를 불륜(不倫)이라고 말한다. - 02부
이미지가 없습니다.
▶[열람중]
우린 남들에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들은 우리를 불륜(不倫)이라고 말한다. - 02부 실시간 핫 잇슈
< 우린 남들에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그들은 우리를 불륜(不倫)이라고 말한다. >
간만의 어제의 뜨거운 밤(^^) 때문이었는지 늦잠을 자버렸다. 남편한테 무진장 혼나고 허걱! 그는 혼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못한다. 나 때문에 월요일 오전 중요한 회의를 늦었다고…, 날 무지 혼냈다.
난 왜 이 모양일까? 회사에 가서도 깨졌다. 끄응~,
망할 팀장이 이래서 아줌마는 특히, 애 엄마는 데리고 일하기 힘들다고…, 진짜 열 받는다. 입사 이래 딱 한 번 늦었을 뿐인데…,
그런데 저쪽에서 ‘얼굴값’이 온다.
“선배, 무슨 일이야?”
“그냥 늦었어.”
“아무 일 없어?”
“무슨 일… 그냥 흥흥… 부끄럽다. 물어보지 마라…, 참, 그런데 넌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냐? 우이~씨….”
민후가 인상을 구긴다. 어머나! 겁나게 왜 저래…,
“민후 씨….”
“….”
대답도 않고 가버린다. 짜식… 왜 저래?
또, 술자리… 오늘은 팀 회식이다. 새로 입사한 직원 환영식 겸이다.
서 지혜…, 그런데 몹시 예쁘다. 사람들이 날 닮았다고 한다. 하긴 나도 소시 적엔 저런 미모(美貌)를 갖기는 했었지…,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큰 눈… 내가 봐도 참하고 예쁘고 생겼다.
“선배, 우리 여기 앉자.”
민후가 또 내 자리를 챙긴다. 기특한 것…,
“어이~ 아줌마…, 이리 오시지… 오늘은 아줌마, 아저씨끼리 한 번 놀아 보자고….”
‘아니 저 재수때기가!’
하지만 사회생활(社會生活)이란 것이…, 나는 민후에게 살짝 눈을 맞추고 팀장 쪽으로 간다. 그러자 민후가 또 인상을 구긴다. 나의 착각(錯覺)이었을까? 그 순간을 틈타 새로 입사한 서 지혜가 민후 옆자리로 ‘쏘옥~’ 가서 앉는다. 역시 잘 생기고 예쁜 애들은 어디를 가나 눈에 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 둘에게 머문다. 찌리한 내 가슴…, 이건 또 뭐지…,
지혜는 애교(愛嬌)도 많고 순수한 여자 같아 보인다. 남직원들의 농담(弄談)에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데 저 놈은 뭐가 불만인지 인상만 구긴다.
“자… 그럼 모두 건배하지….”
“총무 팀을 위하여!”
오늘은 술이 받네, 난 원래 소주 3잔이면 죽는다. 그냥 자 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놈의 팀장이 나에게 4잔이나 먹였다.
‘쬐끔… 속이 울렁거리긴 하네…, 아! 쿵… 이게 뭐야…’
화장실 가는 길에 뭔가와 부딪혔다. 무슨 벽 같은 것에 부딪힌 것 같았는데 벽처럼 딱딱하진 않았고 의외로 부드러웠다.
“응, 아니 민후 씨… 여기서 뭐해?”
‘휘청~’
민후 씨가 날 잡는다.
“미쳤어? 4잔이나 마시게….”
오잉~ 이놈이 언제 다 봤지… 민후 씨는 절대 2잔 이상은 못 먹게 한다.
“그래도 오늘은 멀쩡해…, 흐흐흐….”
“….”
얘가 요즘은 왜 이리 말을 잘 끊는 거야….
“어디가?”
“화장실….”
“같이 가자.”
“응? 꺄~아, 여자 화장실에 어떻게 같이 가… 홍홍홍….”
“내가 미쳤어? 밖에서 기다릴게…, 내가 선배 땜에 미치겠다. 신경 쓰여서….”
내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때린다. 이놈이 하늘같은 선배한테…,
‘허걱!’
그런데 이번엔 내 눈이 또 미쳐 버렸다. 민후 저 놈이 너무 멋져 보인다는 것이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팀장의 옆 자리인 내 자리에 앉자마자,
“아줌마, 우리 한 잔 더 먹자…, 자아~ 건배….”
하고 내게 또 잔을 권한다. 아주 날 죽이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런데,
‘탁!’
민후가 그 술잔을 뺏어 간다.
“이건 제가 먹고 이만 나가죠….”
“어이구~ 그래, 아줌마의 기사 최 민후 씨가 납시셨다 이거지…, 이거 둘이 진짜 불륜(不倫) 아니야?”
저 인간이 진짜로…,
“자, 자아~ 다들 건배하고 나가죠…, 오늘 너무 늦었는데…, 자… 건배!”
이 순간을 모면해 준 민후 씨 동기 재혁 씨에게 감사한다. 그러자 팀장이 민후 씨에게 말한다.
“자~ 그럼 이만 나가지…, 그리고 최 민후 씨가 지혜 씨 좀 에스코트 해주지…, 너무 늦었는데….”
“….”
“그래, 그래… 민후 씨가 지혜 씨 데려다 주고 가라…, 집도 같은 방향이라며…, 나는 이만 간다. 낼 보자….”
“선배!”
정신없는 그 날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사실 집에 어떻게 왔는지… 그 날 역시 난 남편에게 거의 죽음을 당할 뻔 할 정도로 혼났다. 흑흑흑!!!
♥♡♥♡♥♡♥♡♥♡♥♡♥♡♥♡♥♡♥♡♥♡♥♡♥♡♥♡♥♡♥♡♥♡♥♡♥♡♥
그 날 이후… 민후가 조금 이상해졌다.
전처럼 날 즐겁게 해주지도 않고 또 내 자리로 잘 오지도 않는다. 이놈의 자슥…, 그런데 왠지 모르게 서운하다. 그리고 자꾸만 그가 있는 곳을 보게 된다. 또 달라진 게 있다면 지혜가 민후 씨 자리에 오는 횟수가 늘었다는 점…, 왠지 모르게 내 맘이 저려 온다.
모르겠다. 나의 이맘을…, 내가 정말 어떻게 됐나 보다. 그 날은 한숨도 자질 못했다. 나의 혼란스러움에…,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는 당황(唐惶)함에…,
다음날,
역시나 또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여자들… 수다맨~ 아니, 수다부대 언냐들…^,
“사귄데…, 사귄데….”
“어쩜… 어쩜….”
“근데 정말 좋겠다. 잘생긴 남자, 이쁜 여자… 부럽다, 부러워….”
“나는 언제쯤 그런 놈 만날까?”
“아서라…, 그러다 평생 혼자 살라….”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선배!”
“응?”
“뭐해?”
“나야 뭐…, 그냥 일하고 있지, 신랑은 일 땜에 날 내 팽개쳐 버리고 그나마 하나 있던 불륜남(不倫男)은 사랑하는 애인(愛人) 생겨서 날 버리고….”
허걱! 그런데 실수 했나 보다. 이번에는 민후 얼굴이 심상치 않다. 붉으락푸르락… 이럴 때는 있는 애교(愛嬌), 없는 애교(愛嬌)를 총동원해서 매달린다. 자작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민후 씨…, 민후 씨…, 화났쪄? 흑흑! 네가 요즘 나한테 뜸해서 속상해서…, 미얀, 미얀… 용서해 줘~잉….”
‘푸훗!’
그가 웃는다. 그러자 내 맘이 따뜻해진다.
“내가 선배 땜에 못산다. 못살아… 징그럽다. 아줌마….”
‘헤헤’
그가 좋다. 늘 날 챙겨 주고 도와주고 신경 써주고…, 그게 동료애(同僚愛)인지 아니면 남동생 같은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그가 좋다.
♥♡♥♡♥♡♥♡♥♡♥♡♥♡♥♡♥♡♥♡♥♡♥♡♥♡♥♡♥♡♥♡♥♡♥♡♥♡♥
오늘은 ‘얼굴값’의 그녀가 밥을 사준단다. 웬일이래? 나는 아줌마라 역쉬나 공짜를 좋아한다. 히히! 혼자 가기 뭐해서… 그냥… 괜히… 뭐해서 재혁 씨를 데리고 갔다. 그런데 거기엔 민후 씨와 헤어졌다고 하던 주희가 있었다.
“민영선배… 오랜만이네요.”
“응…, 그래…,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내?”
“저 다음 달에 결혼해요.”
“어머! 그래? 정말… 축하해….”
“고마워요… 오늘 지혜가 민후 씨 사귄지 100일 째라고 해서 축하해주러 왔어요. 아참! 모르시죠? 지혜와 저… 우리 둘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사실 지혜가 사귀는 사람이 민후 씨라서 쬐끔 놀라긴 했지만… 선배도 여전하네요.”
“그래…, 둘이 친구였구나.”
“근데 선배 요즘은 재혁 씨로 바꾸셨나 봐요?”
“응? 뭐?”
“선배님은 항상 후배 남자 직원 달고 다니시잖아요, 민후 씨가 지혜랑 사귀고 나선 재혁 씨로 바꾸셨나보죠? 예전엔 절대 안 놓치시더니….”
순간 뭔가 화가 확 치밀었다. 지금 뭐라는 소리야… 저 소리가…, 그런데 민후 씨가 벌떡 일어났다.
“김 주희… 헛소리 집어 쳐.”
주희가 그를 흘겨본다.
“잘 들어! 최 민후, 너 지혜한테 나한테 준거랑 똑같은 아픔 주면 그 땐 내가 너희 두 사람 다 내가 용서하지 않아.”
“무슨 소리야? 민후 씨.”
“재혁이, 너 민영선배 데리고 가라….”
“어! 어…, 그래….”
“뭐야? 무슨 소리냐고…?”
지혜가 울먹거리며 말한다.
“주희랑 민후 씨가 헤어진 것이 선배 때문이라고요?”
“서 지혜… 더 이상 말하지 마…, 그럼 너… 나랑도 끝이다.”
“….”
“선배 때문이라고요. 내가 민후 씨랑 헤어진 거… 다시 말해 줄까요?”
“나 땜에? 왜?”
“시침 떼지 마세요. 유부녀가, 그것도 애까지 있으면서 어린 남자 데리고 노는 거 재미있으세요?”
“무슨 소리야. 우린 그냥… 선후배 사이야….”
“아하! 그래요. 단순한 선후배 사이가 그것도 여자 선배랑 매일 그렇게 붙어 다니고, 서로 챙겨 주고, 누구 땜에 혹시 아플까?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그렇게 하나보죠?”
“진짜로 선후배 사이야….”
“선배야 그럴지도 모르죠, 아님 그걸 이용해서 민후 씨를 계속 옆에 두고 있는 걸지도….”
‘찰싹’
민후 씨의 손이 올라갔다. 주희의 얼굴이 굳어진다. 지혜의 눈에서 ‘또로록’ 눈물이 떨어진다. 나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자리라 생각되어서 주섬주섬 나의 물건을 챙겨서 일어섰다.
“나 갈래… 최 민후, 너 따라 나오지 마. 절대로….”
‘후다닥’
“민영선배!”
재혁 씨가 따라 나온다.
‘흑! 흑!’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저쪽에서 민후 씨가 뛰어오다가 멈춘다.
“가…! 오지 마…! 너… 나한테… 오지 마…, 가!”
“민후야, 민영 선배 내가 모셔다 드릴게… 넌 지혜한테 가봐라….”
‘흑! 흑!’
화가 나서가 아닌 거 같다. 맘이 아프다. 나의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은진아…, 은진아….”
♥♡♥♡♥♡♥♡♥♡♥♡♥♡♥♡♥♡♥♡♥♡♥♡♥♡♥♡♥♡♥♡♥♡♥♡♥♡♥
집 앞이다. 남편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그리고 잠시 후 거기서 은진이 아빠가 내린다. 그런데 그 차안엔 다른 여자가 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여자가 따라 내린다.
어머! 김 혜연…, 그렇다. 혜연이였다. 무슨 뜻이지? 그런데 혜연이가 그이한테 안긴다. 그리고 잠시 후 둘은 주변에서 누가 보거나 말거나 깊은 키스를 나눈다.
‘세상에…, 저게 뭐지? 어머나! 세상에…’
갑자기 현기증(眩氣症)이 난다.
병원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이가 보인다.
“일어났어?”
“….”
“괜찮아?”
“응.”
그가 이상하다. 항상 냉철하던 그가 당황하고 있다. 후후…,
“봤니?”
“….”
“….”
“회사 안가?”
“오늘은 안가….”
“은진 아빠….”
“그래….”
“나한테 할 말 없어?”
“….”
“회사 가…, 나 혼자 있고 싶어….”
“….”
그는 거짓말은 못한다. 항상 그랬다. 혜연이와 완전히 끝나고 날 만났을 때도 아직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하자고 할 때도 사랑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혜연일 용서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혜연일 잊지 못하는 거였다.
그랬다.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믿고 싶었다. 그래도 이젠 내 사람이니까…, 날 사랑할거라고…, 하지만 그건 내 환상이었다. 이제 그 환상이 깨진 것이다. 더 웃긴 건 담담히 모든 걸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이다. 마치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 나… 백 민영이란 여자… 참을 수 없다.
‘흑! 흑!’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 나란 여자…, 그런데 이럴 때 생각나는 사람이 하필이면 민후 씨라니…, 난 정말 구제불능(救濟不能)인가보다.
결국 그 다음 날 나는 은진이 아빠가 출장 중이라며 짐을 싸들고는 엄마 집으로 왔다. 이젠 매일 저녁 은진이와 있을 수 있다. 엄마 집이 내 집 근처라 가깝긴 하지만 회사에서 늦는 날은 별수 없이 은진이는 외할머니 집에서 외할머니와 잤다.
출근길…,
민후 씨가 회사 서 앞에 있다.
“선배 지난 번 많이 아팠었어?”
“응.”
“….”
“민후 씨!”
“응.”
“우리 이젠 좀 거리를 두자. 그런 오해(誤解)… 아무리 오해(誤解)라고 해도 견디기 힘들다. 그리고 생각해 봤는데 사람들이 오해(誤解)할 만하게 지낸 거 같다. 지혜도 힘들 거야. 주희가 자기 생각 위주로 말했을 테니까….”
“….”
“네가 오해 좀 잘 풀어 주고 사귀는 여자 속상하게 하지 마라. 난 여자 맘 몰라주고 울리는 남자 정말 싫다.”
“됐어, 그만해! 나 먼저 올라간다.”
민후 씨가 등을 보이고 ‘휘익~’ 하고 올라가 버린다. 눈물이 난다. 그를 잡고 너무 슬퍼서 죽고 싶다고 말하고 위로 받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보낸다. 더 이상 욕심내기 전에…,
♥♡♥♡♥♡♥♡♥♡♥♡♥♡♥♡♥♡♥♡♥♡♥♡♥♡♥♡♥♡♥♡♥♡♥♡♥♡♥
그로부터 며칠 후 은진이 돌잔치…,
많은 사람들이 왔다. 혜연이… 민후… 지혜도… 저쪽에서 우리를 보고 있다.
나… 그이… 은진이…, 우린 서로 엇갈린 시선을 주고받는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우리도 돌아왔다. 오랜만에 셋이다.
“민영아?”
“….”
“나….”
“말하지 마… 나 알아. 은진아빠 맘… 말 하지 않아도 알아….”
“미안해….”
“….”
“하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늘 미안했어. 고맙고… 넌 항상 나한테 힘이 됐어….”
“….”
그는 ‘사랑 한다’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랬다. 늘 그랬다. 그 사람 앞에선 이제 울지 않을 거다.
“민영아! 난….”
“은진 아빠, 민영이를 사랑하기나 한 거니?”
“넌 나한테 한 존재(存在)야. 너와 난 하나라고….”
하지만 여전히 사랑한다고 하지 않는다.
“은진아빠, 혜연이 아직 사랑하니?”
“….”
“우리 잠깐 따로 있으면서 생각해보자…, 은진 아빠의 진정한 행복…, 내 진정한 행복…, 그리고 은진이의 행복이 무엇인지….”
“안 서방 출장이 길어진다.”
“응, 이번 일이 아주 중요하데…, 그이가 일은 잘하잖아….”
“허긴….”
쓴웃음이 나온다.
‘따르릉…’
“안녕하십니까? 총무 팀입니다.”
“민영 선배?”
“그런데요.”
“저… 지혠데요.”
“어, 그래….”
“요즘 민후 선배 어떻게 지내요?”
“아니… 서 지혜… 네 애인 안부를 왜 나한테 묻냐? 나 바쁘다. 끊어라.”
최 민후… 잠시 잊고 있었다. 아니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그 말을 한 이후 민후는 내게 오지 않는다. 하지만 민후의 시선 끝에 항상 내가 있다는 걸 난 느낀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그를 무시한다. 그를…, 아니다, 내 맘을…,
요즘 내가 사는 이유는 은진이다.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서 은진이와 지낸다. 이젠 제법 걸어 다닌다. 은진이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은진이만 있으면…,
며칠 후, 퇴근 길 직장 근처, 지혜가 날 기다렸나 보다.
“민영선배!”
“어! 지혜 씨구나, 무슨 일?”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지금?”
“네….”
우린 가까운 커피숍으로 갔다.
“무슨 얘긴데….”
“선배 아시죠? 민후 선배가 선배님 사랑하는 거….”
“뭐?”
“민후 선배가 선배님 사랑한다고요.”
“아서라…, 생사람 잡지 마라. 우린 그냥 아주 잘 맞는 선후배일 뿐이야. 그리고 난 애까지 딸린 유부녀라구….”
“선배님은 아니라고 해도 민후 선배는 선배님 사랑해요.”
단호한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울 뿐…,
“민영 선배… 난 처음부터 알았어요. 그리고 민후 선배가 내가 선배랑 닮아서 아주 많이 닮아서 나한테 더 잘해주는 것도 알았어요. 주희랑 헤어질 때 이미 민후 선배는 선배님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있었다고요. 주희는 그걸 이해 못했고 난 알면서 다가갔어요. 어차피 선배님이랑 민후 선배랑은 이루어지지 못하니까… 내가 민후 선배를 지켜 주려고요. 근데 민후 선배가 그 날 너무 괴로워해요. 이젠 날 만나 주지도 않을 정도로 괴로워한다 구여… 흑!”
이게 무슨 말이야…, 민후가 날… 믿을 수 없다. 가슴이 떨린다. 진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얘길 지혜에게 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다.
“지혜야, 난 믿을 수 없어.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난 한 남자의 남편이고 한 아이의 엄마야. 네가 지켜줘라… 민후 씨는….”
“선배님… 민후 선배 만나서 얘기 좀 해 보세요.”
“나보고 어쩌란 거야? 서 지혜… 민후는 그냥 내 후배일 뿐이야… 너희 문제는 너희가 해결해….”
싸늘한 음성을 남기고 돌아선다. 하지만 메이는 이 가슴을 진정시킬 순 없다.
“은진아, 엄마 정말 사는 게 슬프다. 우리 은진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 난 아무 것도 모르는 거처럼…, 민후의 얼굴이 요즘 어둡다. 나는 그가 왜 그런지 알기 때문에 그를 전처럼 대할 수가 없다. 전(前)같은 감정으로 그를 볼 수가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그런 민후가 나한테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런 시간들이 정말 나는 싫다. 내가 왜… 남자들 때문에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옛사랑에 흔들리는 남편…,
유부녀를 사랑한다며 괴로워하는 여자 후배…,
그 후배에 대한 내 미묘(微妙)한 감정(感情)…,
나를 좋아하는 남자 후배에 대한 나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흔들리는 마음…,
복받치는 서러움이 날 또 울린다.
‘흑!’
“백 민영 씨… 왜 그래?”
“아! 팀장 선배….”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다. 여기 이 자리에서는 더 이상…,
“팀장님, 잠깐 휴게실 좀….”
“그래. 다녀와….”
옥상으로 올라왔다. 늦겨울 찬바람이 나를 감싼다. 그리고 춥다.
‘흑!’
나는 정말 은진 아빨 사랑했다. 아니 사랑한 것 같았다. 분명히 한결같이…, 비록 상처가 많았지만 그가 나한테 있다는 걸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모르겠다. 정말 행복했었는지…, 늘 외로웠다. 그리고 아팠다. 따뜻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남편으로 인해 맘이 따뜻했던 적이 내 기억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민후…,
그 남자 때문에 행복했던 적은… 남편보다는 많다. 아니, 셀 수 없이 많다. 늘 나를 아껴 주고 배려해주고 따뜻하게 해줬다. 연약한 그릇을 다루는 것처럼 날 다뤄 주었고 날 보다듬어 주었으며 날 왕비 떠받들듯이 떠받들어 주었다. 항상 내게 배려(配慮)를 아끼지 않았으며 나 중심으로 움직여 줬던 것 같다. 그런 그를 난 좋아한다. 그랬다. 난 그를 후배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었다. 어느새 그는 내 마음속에 한 남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흑!’
후배를 사랑하는 바람난 유부녀(有夫女)…,
엄밀히 따진다면 나도 남편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니 은진 아빠를 욕할 수 없다.
“민영선배?”
민후 씨였다. 어느 새 그도 옥상엘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오지 마! 나한테 오지 마! 민후 씨… 이제 제발 더 이상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 너무 힘들어….”
“선배!”
“나 정말 힘들다. 넌 나한테 늘 힘이 되는 좋은 후배였는데 왜 나는 아프기만 하니? 너 아니어도 나 요즘 무척 힘들어…, 그러니까 다시 힘이 되는 좋은 후배로 돌아와 줘…, 부탁이야… 민후 씨… 제발… 부탁이야….”
“선배…, 알았어. 그냥 좋은 후배로 있을게…. 그런데 내 맘은 변하지 않아…, 나 선배 사랑해…, 나도 너무 괴로워…, 잊어 보려고 했어… 그런데 선배 닮은 지혜한테 대리만족(代理滿足)하고 있는 날 봤어. 지혜에게 아픔을 주면서까지…, 나 선배 사랑해… 다른 사람 아내… 한 아이의 엄마를 두고 그 사랑을 멈출 수도 없고 다가갈 수도 없는 내가 어떨 거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어? 하지만 나… 그렇다고 욕심내지는 않아. 그러니 나에게 사랑하지 말라고는 하지 마…, 그리고 선배는 힘들어 하지 마…, 노력 할게…, 선배가 후배로만 날 편히 볼 수 있도록 노력할게… 흑! 망할….”
민후 씨가 운다. 나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아파서 울고 있다.
바보! 난 자격이 없는 여자인데…, 그 사랑을 받기엔 너무도 모자란 사람인데…, 이루지 못할 사랑으로 그가 울음을 토한다. 이런 그를 너무도 안아 주고 싶다.
‘민후 씨, 나도 당신 좋아해… 이게 진정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당신 좋아해… 울지 마….’
나는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갈 수가 없다. 그가 나로 인해 더욱 아파하게 될 거 같아서…, 결국 그를 두고 돌아선다. 내 가슴이 너무 아파서…, 내 상처보다 그의 아픔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또 다시 나의 눈엔 눈물이 흐른다.
♥♡♥♡♥♡♥♡♥♡♥♡♥♡♥♡♥♡♥♡♥♡♥♡♥♡♥♡♥♡♥♡♥♡♥♡♥♡♥
(작가의 辯)
원래 5부 정도로 생각했는데 잘 하면 다음 회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3부는 내용이 조금 길어지겠죠, 너무 야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만 이후에 올릴 글들은 나름 야하게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총총!
미네르바 배상
추천88 비추천 34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