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 2부(20-1)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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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티타노마키아 - 2부(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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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미카에~~엘!!! 』


 


미나가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가 미카엘에게 달려들었다. 십여년은 만나지 못한 단짝 친구를 만나기라도한듯이 미나는 미카엘을 꼭 끌어안으며 반가워하고 있었지만 미카엘은 갑자기 달려들어 안겨오는 미나의 모습에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있다가는 어중간한위치에 어설프게 들려져있는 손을 어색하게 미나의 허리에 가져다 대고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


 


미카엘의 말에 미나는 미카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근엄하게 들려오는 말투에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미나는 왠지 미카엘이 화를 내고 있다거나 자신의 경망스러운 행동을 책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히힛~ 그냥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워서요 』


 


『으흠.. 내가 보고 싶었다는건가? 』


 


『네~~!! 』


 


어색하게 헛기침을하며 물어보는 말에 미나는 마치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신이난 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미카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이 미나에게 되물었다.


 


『한번도 날 찿은적이 없었으면서 보고싶었다? 』


 


『헤헤.. 』


 


멋쩍게 웃는 미나의 모습에 미카엘도 같이 웃어보이며 앞을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하지 미나도 그 옆에 나란히 서서 걸었다. 언제와도 여기는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도 너무 맑고 뿌옇게 먼지간 낀 브라운관을 닦아낸 TV를 보듯이 모든 사물이 너무도 선명하고 밝으며 맑게 보였다. 아마도 낙원이라는 곳이 존재한다면 낙원의 풍경은 아마도 이런 곳이 아닐까..?


 


『미카엘~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요.. 』


 


『 뭐지? 』


 


『여기 보이는 이건 미카엘이 만든거에요? 』


 


『전에 말했을텐데.. 여긴 네 의식속이라고.. 』


 


『그럼 사람의 의식이라는게 이런 모습인거에요? 』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


 


미나는 신기한듯이 손을 앞으로 내뻗어 휘휘 저어보기도하고 바닥에 나있는 풀과 작은 돌맹이들을 만져보기도하다가는 어느새 저 멀리 앞서가는 미카엘의 뒤를 쪼로로 쫓아와서 믿을 수 없다는듯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산책하듯이 걷고있던 미카엘이 이번에는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죽으려고 하는거지? 』


 


『네? 』


 


미나는 미카엘의 뜬금없는 질문에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잠시 후 미카엘이 물어보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같이 있으면 의식속에 있다는 것이 전혀 실감나지 않지만 미카엘은 언제나 미나가 겪은 일이나 미나의 생각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미나가 타르타로스에 정찬을 만나러 가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죽으려고하는게 아니에요.. 살리려고 가는거에요.. 』


 


『살린다고..? 』


 


『네.. 바라보는것이 무서워서 제가 등을 돌려버렸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을 살리려고 가는거에요.. 』


 


『하지만.. 넌 그가 네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를 죽일 생각이 아니었나? 』


 


『맞아요 』


 


『그게 어떻게 그를 살리는게 되는거지? 』


 


『그가 인간이기를 바라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괴물이 되어가는걸..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


 


미나의 말에 미카엘도 미나도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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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괴물이야.. 』


 


잠시 후 이어진 미카엘의 말.. 그 말에 미나는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만약.. 정말 만약에 그렇다면 그 괴물에게서 그를 풀어줘야하는게 제가 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되겠죠.. 』


 


『네가 죽을 수도 있어.. 어쩌면 죽음보다 더 괴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


 


『알아요.. 하지만 이번엔 도망치지 않을거에요.. 끝까지.. 끝까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봐줄거에요 그의 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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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 』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미카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미나는 그런 미카엘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미카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미카엘은 지금까지 미나에게 답을 준 적이 없었다. 신의 대리인이라는 표현때문인지 미나에게 미카엘은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카엘은 언제나 답이 아닌 질문을 던졌었다. 그런 미카엘이 처음으로 질문이 아닌 답을 내놓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나처럼 미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는 눈이 아닌 자신이 내놓은 답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듯한 눈빛.. 그 눈빛에 미나는 순간 웃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푸흣.. 』


 


『왜 웃는거지? 』


 


『미안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오늘 미카엘은 다른때와 다른거 같아서요 』


 


『내가 다르다고..? 』


 


미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지금까지는 항상 미카엘이 내가 미카엘에게 물어보고 미카엘이 내게 대답을 해줬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반대가 되어버린거 같아서요 』


 


『그거야 네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게 아니니.... 』


 


미카엘이 말하는 순간 미나가 미카엘을 꼭 끌어안았다. 갑작스런 미나의 행동에 미카엘은 하던 말을 더 이상 하지 못했다.


 


『고마워요 미카엘.. 전에 말했죠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거라고.. 』


 


『미카엘은 항상 내게 힘을 주고 용기를 줬어요.. 미카엘이랑 이야기하다보면 왠지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 것 같고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버리고 싶을때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었어요.. 하지만 미카엘은 지금까지 한번도 제게 직접적으로 이렇게 해라.. 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제게 가지말라고 말하고 있네요  』


 


『 .... 』


 


『미카엘.. 사랑은 남녀사이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 친구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내가 가디언언니들을 생각하는 마음등등.. 세상에는 많은 사랑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은 모두 이해하기 어려워요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설명해주기도 어려워요 그 종류와 표현 그리고 느끼는 방식들은 다 다르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모두 사랑이라고 불러요.. 왜냐면.. 이런 것들이 모두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으니까요 』


 


미나는 미카엘을 안고있던 손을 풀고 다시한번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는 미카엘에게 미나는 살며시 다가가 그녀의 입술을 미카엘의 입술에 살짝 가져다 대었다. 입이 벌어지고 혀가 오가는 그런 키스가 아닌 가벼운 입맞춤.. 하지만 단 몇초정도밖에 안되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나 오랜시간처럼 미카엘에게는 느껴지고 있었다. 감각이라는 것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느낌까지 느낄 수 있을것만 같이...


 


『고마워요 미카엘.. 날 아껴줘서... 그리고... 』


 


그 말과 함께 미나의 몸이 흐릿해져가기 시작했다. 담배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지며 언제 그곳에 미나가 있었냐는듯이 그녀의 몸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메아리처럼 미나의 말이 들려왔다.


 


『사랑해줘서.. 』


 


미카엘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연의 법칙도 일부 거스를 수 있는 그에게 미나가 마법을 걸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미카엘은 자신의 손이 마치 사라져가는 무엇인가를 잡으려는듯 앞으로 나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함께 미카엘은 머리속에 맴도는 무엇인가를 정리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도저히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사랑...이라고..? 』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건 이해할 수 없는 미나의 말이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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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거지..?

어째서 이렇게..!! 허전한 기분이 드는거지..?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알 수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거지..??!!!


 


 


 


 


 


 


 




02.


 


 


『찰칵-!! 』


 


미나가 양 손을 내밀자 미나의 양쪽 손에 동그란 모양의 팔찌가 채워졌다. 팔찌 자체만으로보면 아이워치보다는 조금 더 두터운 그런 팔찌처럼 보이지만 미나의 양손에 팔찌가 채워지고 잠시 팔찌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 양쪽의 팔찌는 자석처럼 붙어버려 미나의 손은 수갑을 찬 것처럼 구속되어 버렸다. 그런 미나를 능력자들이 등을 떠밀며 한쪽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타르타로스의 내부에 들어와 있었다. 미나가 수용소에 들어오는 순간 능력자들이 미나의 앞을 가로막아 섰고 미나는 보스와 만나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능력자들은 자기들끼리 웅성대는듯하더니 잠시 후 보스를 만나기위해서는 착용해야한다며 팔찌를 미나에게 들이밀었다. 미나가 순순히 양 손을 내밀어 그에 응하자 그들은 그녀를 어느 방에 데려다 놓고는 나가버렸다.


 


방은 연구소라든지 실험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잘 꾸며져 있었다. 고급스러워보이는 커다란 책상이 한 쪽에 놓여져 있었고 한쪽에는 논문이나 책 그리고 서류철같은 것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이 있었으며 중앙에는 미나가 몸을 쭉 펴고 누워도 좋을만큼 크고 편안한 쇼파가 놓여져 있었다. 바닥에는 붉은 색의 카페트가 깔려져 있었으며 미나가 들어온 문 이외에 작은 문이 따로 나 있었다. 연구소나 수감소라기보다는 차라리 어느 회사의 회장실같은 분위기처럼 보여지긴해도 천장이나 벽면들은 미나가 여기까지 오면서 보아왔던 수용소의 벽면과 다를바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방 하나를 따로 이렇게 꾸며놓은 모양이었다.


 


잠시후.. 방문이 열리자 미나는 문쪽을 향해 돌아보았다. 미나가 바라보는 그 자리..

그곳에는 이그니스의 말대로 가면을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천천히 미나를 향해 걸어오는 남자.. 그 남자가 쓰고 있던 가면.. 그것은 과거에 구교사에서 정찬이 쓰고 있던 그 가면과 똑같은 것이었다. 그냥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진정해보려했지만 미나의 심장은 가면너머의 얼굴을 알아보기라도 하는듯 쿵쾅거리며 뛰는 것을 진정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미나를 향해 다가올수록 미나의 몸이 떨려왔다.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반가운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때문인지 알 수 없을만큼 몸이 가볍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보스라는 사람이 정찬이 아닐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정찬일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생각을 해보았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저 몸이 떨려올 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드디어.. 걸어오던 가면을 쓴 남자가 미나의 앞에 서는 순간.. 남자는 두 팔을 벌려 미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직 남자가 정찬이라는 것을 확인한것도 아닌데도 미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가면남의 얼굴이 미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미나도 알고 있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떤 능력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움직여지지 않는다기보다 움직이기 싫다고 해야 조금 더 맞는 표현일듯 싶다. 미나의 입술에 정찬의 입술이 살짝 와 닿는 순간 미나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가면남을 맞이했다. 입안으로 미끌어져 들어오는 혀가 미나의 혀에 닿는 순간 찌가 쑥 들어가는 것을 보는 낚시꾼의 마음처럼 미나의 혀는 그 순간을 기다려왔던 것처럼 가면남의 혀와 격렬하게 얽혀들어가기 시작했다.


 


지잉-!!


 


낮은 전자음소리와 함께 수갑처럼 앞으로 모아졌던 미나의 손을 구속하고 있던 자기력이 풀리는 것을 느끼는 순간 미나는 가면남의 허리를 꼭끌어안았다. 가면남의 손이 미나의 등을 타고 내려와 볼록하게 솟아있는 미나의엉덩이를 살짝 움켜쥐자 미나는 천천히 가면남의 얼굴에서 입을떼며 가면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언니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가 맞을거라고 생각.. 아니 확신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보고싶었다. 그의 얼굴이 너무 보고싶었다.


 


『가...가면.. 버..벗어줄.. 수 이..있어..? 』


 


어떻게 말을 했는지 가면남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나 했을런지 의심스러울정도로 떨리는 목소리로 미나가 이야기를 하자 가면남은 가볍게 웃으며 한 손으로 가면 한쪽을 잡고 잠시 주저하는듯하더니 휙~하고 가면을 벗어버렸다.


 


"아.. 아아... 어..어떡해..."


 


가면속에 가려진 얼굴이 드러난 순간... 미나의 머리속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정찬을 만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수도 없이 생각했는데 미나가 생각했던 그 많은 말들중에 그 어떤 말도 머리속에 남지않고 백지처럼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정찬을 만나면.. 때려주고 싶었는데.. 정말 죽을만큼 때려주고 싶었는데..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오랜만이야.. 』


 


『흑.. 흐윽.. 흑..흑흑... 』


 


단 한번도 정찬을 만나면 울어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는데.. 정찬의 말을 듣는 순간 미나는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어린아이처럼 흑흑하며 훌쩍거리고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바보같은 생각이 드는데 눈물도 훌쩍거림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로 으앙하는 소리를 내며 울어버릴것만 같았다. 그런 미나를 정찬이 따뜻하게 다시 한번 안아주었다.


 


『미..미안해.. 흐윽.. 저..정말 미안해... 흑.. 흑흑... 』


 


정찬이 미나의 입술을 덮어오자 미나는 두 손을 들어 정찬의 목을 끌어안았다. 정찬의 손은 미나의 허리로 내려가 그녀의 복부와 정찬의 복부가 마치 하나처럼 꼬옥 맞붙어지도록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허벅지부터 복부와 가슴까지 꽈악 밀착해오는 정찬의 느낌.. 정찬의 심장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 진짜로 정찬의 심장소리가 미나의 귀에 들려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래전.. 정찬의 집에서 정찬과 한 이불속에 있을 때 정찬에게 느껴졌던 그 심장소리.. 그 소리가 다시금 들려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찬이 지희였던 미나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조금씩 그 손이 올라갈때마다 두근거리며 마치 터져나가버릴듯이 뛰던 심장이 정찬과 입을 맞추는 순간 마치 마법처럼 부드럽게 안으로 감싸고도는 그런 설레이는 두근거림으로 바뀌던 느낌.. 지희의 심장소리와 정찬의 심장이 따로 뛰는 엇박의 불편한 소리가 호흡에따라 조금씩 하나로 합쳐지며 하모니를 이루어 마치 둘이 하나의 심장을 공유한듯이 느껴오던 그 편안함.. 정찬에게 안겨있을 때 들어왔던 그 흥분감.. 김유식의 체액에 당할때나 다른 사람들에게 강간당할때도 흥분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굳이 비유하자면 누군가 억지로 겨드랑이나 발바닥을 간지럽혀 아무리 참아도 그 순간이 너무 싫어도 눈물이 나오는 순간에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것과 같은 흥분감이 후자의 것이었다면 정찬에서 느끼는 흥분감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은은한 꽃향기를 맡을때 스스로 웃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미소지어지는 그런 미소와도 같은 웃음의 차이처럼.. 따뜻하고 기분좋은 포근함.. 그 기억들이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드는 해바라기처럼 미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하나씩 그 고개를 들어내고 있는 것같았다.


 


정찬은 미나를 안아들고는 쇼파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미나의 가슴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정찬은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진 미나의 종아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종아리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정찬의 손이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블릿이 인식하는 필압처럼 정찬의 손가락 하나하나가 주는 압력들이 정찬의 손의 움직임에따라 한곳에 모여 잔잔한 파도를 이루며 온화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간지러운 느낌도 조금씩 있었지만 물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먹물이 그 물의 맑음에의해 순식간에 정화되어버리듯이 간지러움은 잔잔하게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물살에 가벼이 쓸려 파도의 끝에서 하얗게 부셔져 흩어져버리는 물방울처럼 사라져가고 있었다.


 


플레어 미니스커트의 안쪽 깊숙한 곳까지 올라온 정찬의 손이 검은색 수풀을 살며시 덮고있는 천위로 올라가려는듯한 느낌에 미나는 살며시 몸을 떨었다. 정찬의 손이 얇은 천위에서 미나의 작은 계곡과 수풀위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하자 가슴은 벅차올라 위를 향해 봉긋이 솟아오르며 숨을 내쉬고 꼴깍하며 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정찬이 미나의 팬티를 천천히 밑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미나는 약간의 아쉬운 감정을 느꼈다. 오래전 정찬이 했던 약속.. 문득 그것이 생각이 났다. 정찬의 집에서 지희였던 미나의 허벅지위를 타고 올라오는 손에 조마조마하며 몸을 떨고 있던 지희의 불안감을 씻어주듯이 정찬은 그 날 지희와 했던 약속을 지켜주었다. 지금까지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정찬이 그것을 기억해주고 멈추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작은 아쉬움이 남고 있었다. 그 아쉬움을 털어내듯 그리고 팬티가 벗겨져나가는 부끄러움을 참아내려는듯이 미나는 정찬의 얼굴을 꼬옥 끌어안았다.


 


미나의 상의가 그녀의 머리위로 벗겨져나갔다. 브래지어의 끈이 풀리고 미나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듯이 정찬은 천천히 자신의 옷도 벗어내기 시작했다. 옷을 모두 벗은 정찬이 천천히 끈이 풀려 헐렁해져있는 브래지어를 잡아당기며 미나의 가슴을 가려주듯이 자신의 상체로 살며시 눌러왔다. 가슴을 살짝 누르는 남자의 압력.. 미나는 정찬의 등을 끌어안으며 그 압력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자 그에 화답하듯 정찬은 미나에게 가벼운 키스를 하며 발개진 미나의 귓볼을 입에 담았다.


 


정찬이 미나의 목에 키스를 해주자 미나의 허리가 부드럽게 꺾여올라간다. 정찬은 들어올려진 우아한 허리가 만들어낸 곡선의 길을 따라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의 봉우리에 도착해 손가락 끝으로 봉우리 끝에 솟아오른 작은 알맹이를 간지럽혔다. 봉우리의 정상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짜릿함이 가슴으로 퍼지자 다른 봉우리에 솟아올라있는 꼭지에서 시샘하는듯한 간지러움과 안타까움이 느껴져왔다. 그걸 알아주는듯 정찬은 천천히 얼굴을 밑으로 내려 시샘하는 돌기에 가볍게 키스하며 혀로 그 시샘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나른하게 퍼져가는 기분 좋은 느낌.. 정찬이도 이런 기분일까..?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그의 키스가 주는 느낌을 조금 더 느끼고 싶은 가벼운 열망을 살며시 누르며 미나는 정찬의 머리를 끌어안은 상태로 잠시 힘을 써 자신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마치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에서 정찬이 미나를 안아들고 있는듯한 자세로 미나는 정찬의 머리를 그녀의 상체로 감싸듯이 꼭 안아주며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내가.. 해주고 싶어.. 』


 


미나의 작은 속삭임에 에너지원이 떨어진 기계처럼 정찬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그러자 미나는 조금 전의 상황과는 반대로 정찬을 바닥으로 살며시 밀어 넘어트리면서 정찬의 목에서부터 하나하나 빠짐없이 정성스럽게 그의 몸을 핥아내주고 그위에 도장을 찍듯 입맞춤을 해주며 아래쪽으로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정찬의 가슴을 혀로 간지럽히며 그 간지럽힘을 해소해주듯이 입으로 가볍게 빨아내어주자 정찬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음.. 』


 


정찬의 낮은 신음소리가 마치 미나가 전해주는 사랑에 대답해주는 것같은 기분이 들어오자 마음이 설레어왔다. 미나가 직접 남자의 몸에 이런 일을 해본 경험이 없어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잘해주고 싶고 조금 더.. 미나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지 정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꾸만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와 미나와 정찬의 사이를 방해하고 있었지만 미나는 아무데나 돌아다니는 아이를 유모차에 앉히듯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귀에 걸어놓고는 조금씩 더 밑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정찬의 바지근처까지 내려오자 미나는 정찬의 바지벨트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저 허리띠를 풀어내는 간단한 일인데 뭔가 생각처럼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당황해서인지 손은 더 꼬여만가는것 같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더 많이 끈임없이 정찬이 안아주고있을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미나도 정찬에게 그렇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자신의 미숙함이 방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운 그 때.. 정찬이 부드럽게 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째서인지 그 순간 탁.. 하고 마치 그녀의 답답함을 풀어주듯 정찬의 허리띠가 풀려버렸다.


 


미나가 천천히 정찬의 바지와 속옷마저 벗겨내리자 커다란 막대모양의 기둥이 스프링처럼 미나의 눈앞에 튕겨져나왔다. 미나는 살짝 혀를 내밀어 정찬의 육기둥을 차근차근 핥아내었다. 아래에 축 늘어지듯 매달려있는 두 개의 알을 손으로 살며시 받쳐들고 혀로 몇번이나 핥아주면서 알을 품어주듯이 조심스럽게 입안에 머금어주었다가는 그 위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기둥을따라 올라갔다. 기둥의 맨위쪽 버섯모양의 머리끝에서 작은 물방울이 살짝 맺혀나와있는 것이 보이자 미나는 귀두전체를 입술로 감싸고 입안의 압력을 높이며 살짝 그 끝의 액체를 빨아들이자 정찬의 기둥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느껴져왔다. 그 반응에 미나는 혀를 살짝 움직이며 입안에서 귀두를 핥아내기 시작했다.  입안에 무엇인가를 가득 담은채 그것을 혀로 핥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꿈틀거리는 기둥의 반응에 왠지 모르겠지만 정찬이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조금 답답하고 힘든 생각이 들어오고는 있었지만 미나는 최선을 다해 입안에 있는 정찬의 것에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미나가 잠시 정찬의 육기둥에서 입을 떼어냈다. 미나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미나는 여러번 다른 남자들의 성기를 봐왔다. 그 남자들의 것에비해 정찬의 것은 특별하게 큰 것은 아니었고 특히나 가디언언니들을 만나기위해 타르타로스로 향했다가 만났던 그 흑인남자의 것은 정찬에 비해서도 훨씬 컸다. 하지만, 막상 미나의 타액을 받아 번들거리며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정찬의 것을 입으로 삼켜야할 생각을 하니 그것은 미나에게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침이 꼴깍하고 삼켜지며 조금은 겁이 났다. 다시금 정찬의 버섯머리를 입안으로 살짝 밀어넣은 미나는 두 눈을 꼭 감고 얼굴을 정찬의 사타구니쪽으로 향해 움직였다. 숨이 턱 하고 막혀들어올정도로 답답함이 느껴지는데 살짝 눈을 떠보니 아직 정찬의 것은 그 뿌리까지 조금 남아있었다. 미나는 다시금 눈을 꼭 감고 조금 더 깊숙히 정찬의 음모가 미나의 코에 닿을만큼 정찬의 것을 머금어갔다. 목끝을 찔러오는 고통이 느껴져왔지만 미나는 이런 자신의 고통마저도 정찬에게 기분 좋은 사랑이 되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미나는 머리를 움직여가기 시작했다.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정찬의 육기둥을 위로해준 미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전 정찬이 그녀에게 지켜주겠다고 한 약속.. 비록, 그것이 지금 너무나 이상하게 꼬여버리고 이런 재회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약속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 그 당시.. 처음에 대한 두려움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단지 그 상황을 벗어나보고자 임기응변처럼 말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커서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두렵고 겁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아직, 그녀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그 날 정찬이 해준 약속.. 그리고 지희였을때 지켜줬던 그 약속에 대한 대답만은 꼭.. 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능력자는 변신전이나 변신후에나 임신할 수 없었다. 다른 생각.. 다른 걱정은 모두 내려놓고 지금은 오로지 정찬이 하나만 생각하자.. 미나는 불끈 솟은 정찬의 육기둥위에서 천천히 자신의 하체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아흐윽... 』


 


정찬의 육기둥이 미나의 몸속을 파고 들어올때 미나는 크게 확장되어 벌어지는 고통을 참지못하고 입밖으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다른 능력자와 싸울때 능력자의 공격을 맞거나 공중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고통에 비한다면 이런 고통쯤 소리를 내야할만큼 대단한 것도 아닌데도 이상하게도 이럴때 느껴지는 고통은 참기 어려울만큼 마치.. 이렇게 소리를 내야지만 고통이 사라지는듯이 소리가 흘러나왔다. 미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천천히 정찬의 것을 더욱 깊숙히 받아들였다.


 


"아.."


 


작은 아쉬움.. 이럴때 정찬이 꼭 안아줬으면 참 좋을텐데하는 작은 아쉬움이 들어왔다. 미나의 아쉬움을 알아주는듯 정찬의 손이 들어올려져 미나에게로 다가왔다. 하체에서는 여전히 고통의 여운이 남아있건만 정찬의 손길에 가슴이 콩닥콩닥뒤면서 설레임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찬의 손은 미나의 몸을 안아주는대신 미나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미나가 천천히 하체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찬의 하체도 그에 맞춰 조금씩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리듯 조금씩 서로의 움직임이 어우러져가기 시작하자 잔잔하게 남아있던 고통의 여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야릇한 흥분감이 미나의 몸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


 


거칠어지는 숨소리.. 그리고 정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미나는 정찬에게 묻고 싶었다.


 


"지금도.. 날.. 사랑해..?"


 


그리고 정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난 지금도.. 정찬이 널 사랑해.."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그 말을 해주고 싶은데 어쩐 일인지 그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이런 상황때문인것일까..? 아니면 아직 정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을만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망설임이 있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뭔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아직도 많이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찬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처음 정찬을 보았을 때 머리속이 새하얘지면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고 그 이후에 정찬이와 같은 이불안에 있었던 생각이 달콤하게 들어왔지만 그 생각때문에 미처 느끼지 못한 뭔가 다른 느낌.. 이건 무엇일까..?


 


지금 몸속에 가득 들어와있는 정찬의 것.. 그리고 정찬과 섹스를 하면서 느껴지는 이 느낌.. 싫은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미나가 바라고 그리웠던 그런 느낌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었다. 기분이 좋다.. 사랑한다고 그렇게 정찬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그렇게 미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 같은 이불속에서 정찬이와 함께 있을 때 느꼈던 것.. 그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때는 내가 전해주지 않아도 미나가 정찬을 사랑한다는 것을 정찬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지만 분명히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만큼 정찬이 자신을 사랑해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도 들어왔다. 그녀의 생각이 정찬에게.. 그리고 정찬의 생각이 그녀에게 전해져오는 것이 아닌.. 그녀가 정찬이고 정찬이 그녀가 되어버린것처럼 하나가 되어있는 느낌.. 분명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찬에게 미나가 사랑하고 있어.. 나를 좀 봐줘..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것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돌처럼 굳어버린 사람에게 혼자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은 비슷했다. 그리고 정찬에서 느껴져오는 온기가 미나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며 그것이 미나를 기분 좋은 황홀감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황홀함에 미나는 정찬에게 용기를 내어 말했다. 오래전.. 미나가 건물에서 기울어지며 추락하기 직전 사랑해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가자 모든 혼란스러웠던 것이 정리되는 듯이 이것이 바로 내 진심.. 이라는 확신이 들었듯이 그렇게 사랑해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가면 지금 느껴지는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는 것같은 느낌들이 한번에 정리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기에 미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정찬아.. 사랑해...!!


 


하지만.. 또다시 그 말은 입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미나의 가슴속에 웅..하는 여운을 남기며 맴돌기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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