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기사공창이 꾸는 꿈 (88) 저항 (1/3)
= 세나편.
리트리로이의 목이 강하게 조여 온다.
「아…………으……」
한 때 제옴트의 왕자였던 그의 목을 조여 오는 건, 그의 조국이 만들어낸 공창의 팔.
「헤미네. 잘하고 있어요, 해치워요」
팔의 주인은 리네미아의 권투귀족 헤미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엔, 원한이 깃든 눈으로 리트리로이를 노려보고 있는 마도사 아뮤스가 있었다.
그런 그녀들의 뒤로 세 명의 공창이 더 있었다.
아무 감정이 없는 눈으로 리트리로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유키리스와 눈을 돌린 슈트라.
그리고 손을 검에 가져간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세나.
세리스에 의해 구속에서 풀려났기에, 공창들은 어떤 것에도 묶여있지 않다.
「그 여자도 바보야. 우릴 풀어주면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것쯤은 눈치 채야지……」
세리스는 세나들을 풀어주자 마자,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자리에 남겨진 건 공창들과 리트리로이.
「칫……」
아뮤스의 표정이 뒤틀려있다.
그녀 또한 알고 있다.
세리스가 이곳에 리트리로이를 남겨두고 간 이유를...
「……아뮤스. 나중에 하죠.」
리트리로이의 목을 조르고 있던 헤미네는 그렇게 말한 후 팔을 휘둘러, 왕자의 몸을 땅바닥에 내팽겨 친다.
「나중에, 그 여자가 돌아왔을 때, 승부를 낸 다음 이 남자를 죽입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은 비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헤미네는 냉혹한 눈으로 리트리로이를 노려 본 후, 친구인 마도사를 향해 얼굴을 돌린다.
「그러네. 어설프게 죽이려고 했다가, 이쪽의 고지식한 기사가 공격이라도 하며 당할 수 없을 테고」
마도사 아뮤스가 쳐다보고 있는 곳.
거기엔, 검을 뽑은 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세나의 모습이 있었다.
「……만족했어? 그럼 이제 가자」
「만족? 그럴 리가 없잖아. 이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부족해.
언젠가 꼭 죽일 거야. 꼭 그럴 거야」
아뮤스는 그렇게 말한 후 고개를 돌려, 앞을 보며 걷기 시작한다.
그 옆을 헤미네가 나란히 걸어가고, 유키리스와 슈트라도 세나를 신경 쓰며 걷기 시작한다.
세나는 쓰러진 리트리로이에게 다가가,
「일어나. 빨리 가」
무뚝뚝하게 말한 후 걷기 시작한다.
「……죽이지 않는 거냐?」
목을 매만지며 일어난 리트리로이의 목소리.
거기엔 작은 비웃음이 담겨져 있었다.
「……기사 단장의 명령이니까. 나는 너를 지키며, 천사의 마을까지 데려 가. 그 뒤에, 헤미네들이 단장과 싸우게 된다면... 헤미네들과 같이 싸워, 너와 단장을 죽일 거다. 나의 검으로 죽일 거야.
니가 직접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널 용서하지 않아」
세나의 말엔 조금의 따뜻함도 들어가 있지 않다.
제옴트의 왕족.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녀들 공창들에게 있어 죽여야 할 이유가 넘치는 존재다.
하지만, 이곳에서 리트리로이를 죽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기사 단장의 희생……그 이유가 남아있는 한, 너를 죽이지 않아」
세리스는 지금, 홀로 대군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그리고 리트리로이를 도망시키기 위해.
세리스는 세나에게 리트리로이를 지키라고 명령한 후, 사지로 달려갔다.
「이게 마지막이야. 그 사람에게 받는 마지막 명령.
살아 돌아온다 해도, 죽어버린다 해도, 내가 리베르란트의 기사 단장 세리스님의 부하로서 완수할 마지막 사명,
다음에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너를 넘겨준 후 적이 될 거야」
세나에겐 정리가 되지 않는 문제였다.
세리스.
이 여행에게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녀의 본질은 3년 전과 비교해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세나가, 공창이 된 자가 용서해서는 안 될 상대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공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창 일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의 행동에 의해, 헤미네나 아뮤스 등 수많은 자들의 존엄성이 유린당해, 치욕을 받은 것이다.
그 행위는, 제옴트에 있는 조교사나 권력자들이 한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리스에겐 죄가 있다.
세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자신이 용서를 해 준다 할지라도, 많은 자들은 여전히 그녀를 증오할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슴엔 응어리가 남아있다.
세나는 샤론과 스테아와 함께, 리베르란트 재흥의 꿈을 맹세했다.
아니, 반대로 그 꿈에 매달려 살았다.
실제론 꿈같은 이야기에 불구했으며, 자신들은 제옴트의 노리개에 불과했다.
반면, 세리스는 리트리로이라고 하는 말을 손에 넣어, 제옴트 깊숙이 스며들어, 조국 재흥의 꿈을 이루어 내려고 했다.
동포의 슬픔을, 시체를 넘어 복수자로서 싸우고 있었다.
그런 사실이 순수하게 부러웠다.
결과적으로 볼 때, 세리스의 복수는 실패로 끝날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 싸울 것이다.
그저, 가랑이를 벌리는 각도를 작게 하거나, 신음소리를 참아내는 걸로 저항했을 뿐인 자신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은 샤스라하르라고 하는 새로운 주군을 얻어, 싸우는 이유가 명확해졌지만, 공창으로 보낸 3년은, 제옴트의 조교사들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나오는, 『굴복하지 않는 육변기』 라는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세리스를 질투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설령 검을 주고받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걸 위해, 지금은 리트리로이를 지킨다.
세리스는 분명, 이 남자를 데리려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 때, 모든 것이 분명해 질것이다.
살의도, 동경도, 의념도, 존경도, 과거도.
「기사 단장……무사하길」
세리스가 달려 나간 쪽을 보며, 잠시 눈을 감았던 세나는 리트리로이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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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 천사의 마을편 (1/2)
「언니가 있는 곳을 모른다니……무슨 소리지!」
비명과도 같은 다그침이 목욕탕 안에 울려 퍼진다.
「플레어, 침착하세요.」
비명의 주인공은 플레어이며, 그런 그녀를 끌어안다시피 해 말리고 있는 건 샤론이었다.
「그러니깐, 그 스테아님에 대한 것입니다만, 저는 현재 그분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처음 말씀드린 대로, 저는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여러분들에게 협력합니다, 그뿐입니다」
감정을 죽인 목소리로 답해주는 건, 재판의 천사 유라미르티.
반나절 전, 제옴트병과의 만났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진 능욕..
라크시와 천병 연대에 의해 구출되어 천병의 마을로 돌아온 공창들은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궁전 안 욕실에 모여 있다.
중상을 입은 샤스라하르는 안·미사에게 데려가져 치료를 받고 있고, 샤스라하르가 치료를 받는 동안 그녀들은 몸과 마음에 달라붙은 더러움을 씻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제옴트의 잡병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굴복해, 가랑이를 벌린 기억.
목숨이 아까워, 샤스라하르를 죽게 내버려 둔 일에 의한 긍지의 붕괴.
루루와 마류조와, 그리고 시로에는 아무 말 없이 욕실 안에서 몸을 씻어내고 있다.
그 패배의 원인이 제옴트가 새롭게 만들어낸 공창용 저주였다는 사실을, 라크시는 즐거운 듯 알려주었다.
그렇다곤 해도 납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샤스라하르를 친남동생처럼 믿고, 꿈을 이룰 길을 만들어준 마녀인 루루.
마검대공이라는 명성을 떨치며, 수많은 전장에서 제옴트의 군사를 죽이고, 공창이 된 이후에도 결코 마음까지는 굴복하지 않았던 마류조와.
하이네아에게서 리네미아를 대표해 샤스라하르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던 무녀 기사 시로에.
그녀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와 역할을 잊고, 어떤 저항도 하지 않은채 땅에 주저앉아, 가랑이를 벌려 자지를 받아들였다.
마음엔 깊은 상처가 새겨져, 그저 눈을 감은 채 뜨거운 물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곳에 성기사 베나는 없다.
그녀는 마을에 돌아온 후 능욕에 의해 생긴 더러움을 간단하게 닦아 낸 후, 그대로 샤스라하르를 데리고 안·미사가 있는 곳으로 같이 갔다.
지키겠다고 맹세한 상대를 죽게 내버려두었다.
그 죄악감이 얼굴 가득 새겨져, 흐느껴 울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우는 듯 한 표정으로, 말을 할 수 없는 주군의 몸을 떠받쳐주었다.
그리고 리베르란트의 두 기사.
샤론과 플레어에겐 그저 낙담했다 정도로 끝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천병의 마을로 일어난 친귀족의 소란에 의해 뿔뿔이 흩어진 동료들.
그 중 유일하게 다시 만나지 못한 자.
기사장 스테아를 아직 찾지 못한 것이다
그녀와 가장 친했던 두 명은, 그런 만큼 다른 공창들보다 더 초조해졌다.
욕실에서 몸에 달라붙은 진흙과 정액을 대충 씻어낸 후, 여기까지 그녀들을 안내해 준 유라미르티에게 스테아에 대한 걸 물어 본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된 건, 비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현실.
「스테아님을 데려간건 닭마귀 종족입니다.
그들의 마을은 저나 현 관리자의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숨겨진 장소라고 판단됩니다.
애초에, 그들 부족은 목격되는 일조차 드뭅니다.
일 년에 한 번, 닭마귀족의 상인이 물건이 사기 위해 돌아다니는 모습만 목격되고, 그들이 어디로 돌아가는 지에 대한 건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지혜도 힘도 없는 부족이니, 몸을 숨기기 위해 그런 식으로 살고 있는 것이겠지요.」
유라미르티가 냉정하게 말하자, 그 만큼 플레어는 흥분해 버린다.
「그럼……그럼 언니는 어떻게 되는 거냐! 우리들이 구하러 가지 않는다면--」
최악의 상상이, 플레어와 샤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친귀족에 의해 오나홀로 개조당해, 상품으로 팔려버렸다.
어떻게 취급될지에 대한 건, 이제 와서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질 구멍을 제공할 뿐인 장난감으로 사용당하며, 식사도.. 입욕도.. 배설조차도 다른 자에 의해 장난처럼 다뤄지며, 존엄성이 철저하게 더럽혀진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제옴트의 새 저주가 스테아에게도 생겼다면, 그녀는 지금 어떤 정신 상태로 도움의 손길이 오지 않는 능욕을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걸까...
「포기하는 게..좋을 듯합니다.」
유라미르티는 플레어에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답한다.
「훗날..저희들은 쿠스탄비아의 소란에 의한 희생된 자들의 추도식을 할 예정입니다. 그 때, 스테아님도 같이 추도하는게 어떻습니까?」
그 말에, 플레어는 얼굴을 창백해졌고, 샤론은 눈을 크게 벌렸다.
「기사장을……」
멍하니 튀어나온 샤론의 말에, 유라미르티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여러분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살아 있다..그런 희망을 지닌 채 구할지도 못하는 현실을 보낸다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천사의 말에, 플레어가 몸을 떤다.
「그러니까……언니를 죽은 걸로 치라고……? 아직도 어딘가에서, 우리들이 구하러 올 거라고 믿고 있을 언니를……?」
「그건 당신의 상상입니다, 플레어님. 스테아님은 정말로 죽은 걸지도 모릅니다.
이미 그 소란이 일어난 지도 10일 이상 지나가버렸습니다.
이 서역은 결코 치안의 좋은 곳이 아니며, 지금의 스테아님은 위기에 저항하지도 못합니다. 게다가..오나홀로 팔려나간 이상, 결국 버려지기 마련입니다」
바로 정면에서, 유라미르티는 플레어를 응시한다.
「이건 당신을 위한 일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저희들은 스테아님을 구해낼 수 없습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1년이 지나 닭마귀족의 상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상인을 잡아 정보를 캐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이 마귀의 영역에서 1년 동안, 도움도, 자유도, 그 어떤 것도 없는 상태의 오나홀로 살아남는다는 건... 저로선 가능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플레어도 샤론도, 그리고 스테아도 공창으로 3년을 보냈다.
1년 동안 성 노예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몸으로 스며들 정도로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상대가 인간이였고, 동료가 있었으며, 아직 꿈을 꿀 여유가 조금이나마 있었던 공창 때와는 달리, 스테아는 홀로 마귀 부족을 상대로 가랑이를 벌려야 하며, 저주에 의해 죽음을 두려워하는 상태이다.
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런 상태의 스테아님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 당신이 망가져 버릴 겁니다.
……추도식은 성대하게 거행될 것입니다. 그날, 마음을 정리하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유라미르티는 목인사를 한번 한 후, 목욕탕을 뒤로 한 채, 2명의 앞에서 사라졌다.
「플레어……」
「……」
샤론은 알몸으로, 플레어를 껴안는다.
조금씩 떨리고 있는 그 몸은, 너무나 약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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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구한다 = 죽은 걸로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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