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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기사공창이 꾸는 꿈 (88) 저항 (3/3)

「잘 지내셨습니까. 세리스님」

말위에서 정중한 인사를 하며 다가오는 오비리스를, 세리스는 아무말 없이 쳐다보고 있다.

리트리로이를 세나에게 맡기고, 자신은 적들을 막기 위해 제옴트군과 맞서기로 했다.

대군이 올거라는 건 말발굽소리에서 이미 예상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웃음밖에 안 나올 엄청난 수의 병사들.

세리스 1명을 상대하기 위해, 대충 보아도 2만명 이상의 인간과 마귀 혼합군이 모여든 것이다.

「세리스님. 리트리로이 전하는 어디에? 폐하는 이번 이탈에 대해 매우 가슴 아파하시고 계십니다. 하루라도 빨리, 왕도로 돌아가셨으면 합니다만...」

오비리스는 한 손을 벌려, 세리스에게 다가간다.

「……네녀석이 죽으면, 병사들도 물러나겠지」

세리스는 귀신같은 속도로 검을 뽑아, 오비리스를 향해 내민다.

그것을 본 마도원수는 시시하다는듯 한숨을 쉰다.

「흥. 역시 싸우는 거 말곤 아는게 없는건가. 왕족으로 있을 때, 좀 더 교양을 쌓게 만들어야 했어!」

오비리스는 말을 멈추고, 주위 군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활과 창을 들게 한다.

제3 마법의 저주에 묶인 공창이라면, 이걸로도 충분하다.

생명을 지키는 것만을 생각해, 명예도 긍지도 내다버리고, 목숨을 구걸한다 – 그래야 했다.

「핫……!」

세리스는 힘을 담아, 단번에 거리를 좁힌다.

「……어떻게 ……! 젠장! 막아라」

방심하고 있던 오비리스는 세리스의 접근을 허락해버렸고, 크게 당황해 피한다.

「놓치지 않는다!」

머리위까지 올라간 장검이 오비리스의 목을 베어 내려는 순간,

브지직 하고 살이 잘려가는 소리가 끼여들었고, 피묻은 살덩이가 아래로 떨어졌다.

매우 검은 몸을 지닌 마귀의 시체.

「……큿」

세리스는 땅에 내려오자마자, 다시 한번 뛰어오른다.

방금전 세리스를 습격한 가고일의 잔당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살아있는 방패가 되어 오비리스를 지키고 있다.

보호받고 있는 오비리스는 말에서 내려와 뒤로 도망쳤고, 그런 오비리스를 지키듯 가고일들이 하나둘 땅으로 내려왔다.

「핫아아아아악!」

장검을 휘둘려 가고일을 반으로 쪼개며, 세리스는 오비리스에게 다가간다.

「네년, 어떻게 싸울수 있는게냐! 공창의 송곳니는 이미 뽑았는데……!」

오비리스는 가고일을 계속 부르며,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해 뒤로 도망친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

「뭘 하는 겁니까! 예정이랑은 다르게 되었지만, 해야 할 일은 똑같습니다! 

원수각하를 지키고, 그 여자를 잡으세요!」

오비리스를 따라온 왕궁마도사 고단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세리스에게 덤벼든다.

가고일을, 병사를, 그 외의 다른 마귀를 처리해가며, 세리스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비리스에게 점점 다가간다.

「말도 안된다……공창인 네가 어떻게……각인은 사라지지 않았을텐데!」

공창을 관리하는 책임자이기도 한 오비리스의 입장에서 보면, 각인을 새긴 기록이 있으나 제거한 기록이 없는 이상, 입장이 다른 공창과는 다르다고는 하나, 세리스 또한 공창이다.

「……」

세리스는 쓸데없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이 전장에 격려해야할 아군이 없는 이상, 말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아무말없이 병사의 몸을 가르고, 마귀의 몸을 찢어낸다.

공창은 칼날을 보이면 목숨을 구걸한다.

그렇기에 정말로 방심하고 있던 제옴트 병사들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놀라, 버터가 갈라지는 것보다도 더 간단하게 목숨을 잃어갔다.

유일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은 마귀 부대.

주군의 명령에 따라 생명을 포기한 자살 공격을 하는 그들의 저항에 의해, 세리스의 움직임은 점점 느려졌고, 그 결과 오비리스와의 거리가 점점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 오비리스는 자신이 살아있는거 같지 않았다.

현존 최강의 공창 세리스의 검이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그의 기를 죽이고 있다.

두려움은, 지혜를 샘솟게하는 최대의 방아쇠다.

오비리스는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세리스를 관찰한다.

피와 살점을 뒤집어 쓰고 있는 세리스의 왼손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뭔가를 발견했을 때,

「왕족의 수호 마술인가……! 네년, 저주를 튕겨냈구나!」

공창 각인에 들어간 노력, 아니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 왕궁마도사들이 만들어 낸 것.

자신들의 주인인 왕가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평소에 지니고 다니는 애용품에 어떤 마술이라도 튕겨내버리는 수호각인을 새긴 것이다.

세리스의 왼손에서 빛나고 있는 것은 리트리로이에게서 받은 왕족의 증거.

약혼 반지.

그 반지 안쪽엔 날짜와 두 명의 이름, 그리고 특수한 각인이 새겨져 있다.

「짓밟아라! 짓밟아 죽여!」

고단의 초조한 목소리.

「젠장! 지원군! 이 주변의 마귀를 모두 모아주마!」

오비리스의 두려운 목소리.

그 원인은 한걸음씩 멈추지 않고 다가오고 있는, 리베르란트 무패의 군신의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기사 단장……」

「어떻게 된거지? 기사 단장이 배신을 한건가……?」

샤론과 플레어가 신음을 내자,

「리트리로이……확실히 제옴트 왕족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지……. 오비리스는 그 녀석을 찾고 있는 건가……」

마류조와가 나직히 중얼거린다.

「여러분들은 모르실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 제옴트 본진에서 소동이 일어났고, 그 때 제옴트 왕자와 그 왕비, 그리고 일부 군사와 공창이 이탈했다고 합니다.」

안·미사가 보충설명을 하자, 라그라질은 거울 하나를 가리킨다.

「저거로군. 이탈한 공창중에 기사였던 녀석이 있었나 보네……어라, 저 얼굴은 어디서 본 얼굴인데」

라그라질의 손가락과 시선이 굳어졌고,

「유키리스?」

그 말에, 샤론과 플레어는 일제히 얼굴을 움직였다.

「유키리스!」

「가운데 있는 건 슈트라인가! 거기에……아뮤스! 헤미네!」

두 명의 기사가 경악한다.

그리고, 그녀들 무리에서 약간 떨어져 걷고 있는 1명의 남자.

그런 남자를 지키듯, 뒤따라 걷고 있는 그리운 얼굴이 보인다.

「세나!」



거울에 나온 장소가 천병의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에, 안·미사는 그 즉시 유라미르티를 보냈다.

「……안. 내친 김에, 라크시를 오비리스가 있는 곳에 보내요.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면 죽이게...

싸우고 있는 인간은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단, 무리는 하지말라고 해요. 그 남자는 간단히 죽지 않으니깐. 어슬프게 나섰다가 라크시가 적의 손에 잡히면 최악이에요.」

라그라질이 그렇게 말하자, 안·미사도 받아들인다.

「기사 단장……세나들……무사하길」

샤론이 가슴에 손을 대고 빈다.

그 옆에서, 마류조와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찾았다. 이거다」

마법 거울 중 하나를 가리키는 마검대공.

그 손가락을 따라, 거울을 쳐다 본 플레어와 샤론이 본 것은,

「언니……」

「기사장……」

어두운 헛간에서 닭얼굴을 한 남자들을 향해 아양을 떨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스테아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각오는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은 마음을 격렬하게 흔들고 있다.

「이런 , 스테아가 즐거워 보이네」

「언니!」

농담을 하듯 웃는 라그라질을 향해, 안·미사가 분노를 드러낸다.

「언니……큿……꼭, 꼭 구해드리겠습니다」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치는 플레어의 등에, 마류조와의 손이 올라온다.

「그래, 그러자. 아직도 살아있다는걸 알아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목숨을 잃는 상황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어라」

설득하는듯한 말에, 두 명의 기사가 수긍했을 때,

「아―……하지만 이거, 좀 어렵겠는데?」

손가락을 튕긴 라그라질의 기쁨을 참아내는 목소리.

마법 거울은 주인의 의도에 따라, 영상을 다각화시켜 주변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봐도 하늘 위네. 구름보다 위라면, 천사의 날개라 할지라도 불가능. 포기해야겠네요」

즐거운듯 나온 말에, 기사들의 표정이 흐려진다.

그 때,

「아뇨. 이 정도라면 가능합니다. 살아있는 몸을 가진 천병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마도기병이라면, 마력만 충분하게 주면 이정도 높이까지 가는게 가능합니다」

그렇게 말한 안·미사는 라그라질을 바라본다.

라그라질의 능력 중의 하나인 마력 부여.

그리고 하르비야니의 유산이며, 현재는 안·미사의 부하가 된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강철 갑옷, 마도기병.

「……하지만,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하죠? 너의 통치마법을 이용해 마도기병을 조종하지 못한다구요.」

저항을 하는 라그라질을 향해, 안·미사는 고개를 저었다.

「마도기병은 애초부터 갑옷역할도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마도기병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 조종을 한다면, 저 장소에 가는게 가능할겁니다 」

그렇게 말한 지천사는 두 명의 기사를 쳐다본다.

「합니다」

「시켜 주세요」

기사들의 승락에, 안·미사는 다시 한번 라그라질을 바라본다.

마천사는 재미없다는 듯 입을 내밀며 ,

「하지만 저주가 있잖아……운 좋게 구름 위에 갔다해도--」

「제옴트 왕족의 수호 각인……그 왕자를 보호해주면, 그게 우리손에 들어오겠지」

마류조와는 친구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네. 리트리로이 왕자를 보호해, 수호 각인을 받아냅니다.

가능하다면 그것을 복제해, 여러분 모두가 쓸수있게 가공해서 드리겠습니다」

안·미사는 어깨에 올라온 친구의 손을 잡으며, 불타오르는 눈으로 답해준다.



이 곳에 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스테아 바로 옆에 놓인 나무칩의 갯수가, 이미 3백개도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
 
리트리로이는 반지셔틀에 불과하죠 
 
덤. 최신화인 140화를 봤는데, 이 상황에서 해피엔딩으로 가는게 가능하긴 한가 하는 상황까지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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