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기사공창이 꾸는 꿈 (89) 비상(飛翔) (1/2)
갑자기 나타난 낯선 여자 천사와 그 부하의 안내를 받아, 세나들은 거대한 문에 겨우 도착했다.
갑작스런 출현에 경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원래부터 목표로 하고 있던 천사의 마을에서 온 10명이며, 게다가 샤스라하르나 샤론의 이름을 들먹이니, 무시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그리 많치 않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자시자신을 유라미르티라고 한 여자 천사의 말과 함께, 천사들은 알몸인 세나들에게 외투를 건네준 후, 등을 돌려 업힐 것을 재촉했다.
리트리로이를 포함한 모두가 등에 업히자, 천사들은 그 날개를 이용한 고속이동으로 서역 땅을 날라간다.
걸어서 움직였다면 하루는 걸렸을 거리를 1각도 되지 않는 시간에 움직여, 천사의 마을—아니, 천병의 마을에 도착했다.
문앞에서 땅으로 내려서, 그곳에서 그리운 얼굴들과 다시 만났다.
「세나!」
「세나씨」
몸집이 작은, 아직도 어린티가 남아있는 소녀와 그 소녀를 모시는 상냥한 얼굴의 여성.
「하이네아 왕녀! 리세!」
달려 오는 두 명을 맞으며, 세나는 표정이 활짝 펴진다.
그 옆에선,
「유키리스. 오래간만이군요」
「루루 원장……어떻게 당신이……」
후드를 뒤집어쓴 여성이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맹독의 마녀에게 말을 건넨다.
또 한편,
「음……음―……역시. 테하이네령의 기사 슈트라죠?」
「나도 기억하고 있다. 로크사스에서의 결전에서 보여준 귀공의 능력,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위엄 있는 검은 머리 여성과 그 옆에 서 있는 작은 몸집의 검고 윤기나는 머리를 지닌 소녀가 슈트라에 말을 건네자,
「마검대공 마류조와……그리고 당신은 아린령의 병기 장교 아닙니까……」
같은 고향의 영웅을 만난 슈트라는 몹시 놀랬다.
그리고,
「아뮤언니! 헤미네!」
용병 마리스가 날라들었다.
「다행이야……다행이야……다시 만날 수 있었어」
평소의 장난스러운 태도는 벗어던진채, 얼굴 가득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전우들의 가슴에 안긴다.
「마리스……」
「……무사했구나, 마리스……다행이야」
아뮤스는 멍하니 있었고, 헤미네는 친구의 몸을 껴앉아 응답해주었다.
차가운 서역의 땅에,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공창들의 웃는 얼굴이 피어오른다.
그것을, 리트리로이는 아무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목덜미에,
「제옴트의 리트리로이 왕자. 저를 따라오시길」
언월도의 시퍼런 칼날이 대어진다.
절세의 미모를 지닌 금빛 지천사 안·미사와 그녀를 보호하듯 무녀 기사 시로에가 바로 옆에 서 있다.
「……당신은?」
「이 땅의 관리자를 대신하는 자입니다.
당신의 신병을 보호하는 대신, 이쪽의 요구에 응해주셔야 겠습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 안·미사의 이름을 걸고,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지천사의 말에, 리트리로이는 시퍼런 칼날을 맞대고 있는 목을 긁는다.
「……알았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 있는 자들이랑 같이 있는 것보단, 그쪽이 더 안전할거 같군.
세리스가 데리려 올때까지 신세를 지지」
자신을 향한 무수히 많은 적의에 어깨를 움츠리면서, 리트리로이는 단언한다.
「시로에」
「네」
안·미사의 말에 답해, 시로에는 언월도를 목에서 뗀 후,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안·미사가 따라갔고, 몇명의 천병에게 둘러쌓인 리트리로이도 그 뒤를 따라갔다.
「아, 잠깐 저도--」
「확실히, 세나라고 했지」
세리스에게 리트리로이를 맡은 이상,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세나도 따라 갈려고 했으나, 검은 머리의 여성에 의해 그러지 못했다.
「응? 당신은?」
강렬한 위엄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그 여자를 향해, 세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세나, 이분은 로크사스의 맹주 마류조와님이셔. 잘 생각해봐, 마검대공이란 이름을 들은적이 있지 않아?」
슈트라가 약간 긴장한듯 그 이름을 말하자, 세나도 마찬가지로 당황해 고개를 끄떡인다.
「편하게 하도록. 지금은 내이름이 중요한게 아니다.
세나, 그 왕자에 대한 거라면 안·미사에게 맡겨 두면 된다.
그보다 먼저, 네가 가야 할 곳이 있다. 샤론과 플레어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말한 마류조와는 시선을 유라미르티에게로 옮긴다.
재천사는 고개를 끄떡인 후,
「세나님, 저를 따라 와 주세요. 관리자 라그라질님이 부르십니다」
그대로 걷기 시작했다.
「뭐? 라그라질? 관리자? 무슨 소리야?」
「아무 문제없으니 따라가라. 거기에 샤론과 플레어도 있다.
이야기는 그쪽에서 들어다오. 이쪽에 있는 자들에겐 내가 말해두지」
마류조와는 동요하는 세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한 후, 남겨진 공창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모두들 무사해서 다행이다.
잠시동안, 몸을 푹 쉬게 해두도록. 그리고 그 후엔--」
이 곳이 안주할 곳이 아니게 되었다는 건, 공창들 모두가 이미 인식하고 있다.
제옴트가 본격적으로 서역진출을 시작해, 마귀를 이끌고 서쪽으로 오고 있다.
결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공창의 신분에 떨어진 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미래를 건 싸움을, 자신들의 손으로 해낼 때가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사촌여동생인 알 발렌시아나 마리아자트등 해방군, 그 외 뿔뿔이 흩어진 공창들은 지금쯤 제옴트에 다시 잡혀,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 곳에 도착한 자들은 제옴트를 이겨야만 한다.
전력차는 크지만, 자신들에겐 싸워 이기는 길외엔 남은 길이 없다.
「제옴트와의 전쟁이다」
마검대공의 말에 오래된 동료들도, 새롭게 만난 자들도, 강하게 수긍한다.
「이쪽입니다」
길은 포장되어 있고, 거주자는 간소하지만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있으며, 건물은 석조 도장까지 되어있다.
세나는 서역에서 이 정도로 문화적으로 발전된 곳은 처음 보았다.
가벼운 놀라움과 긴장.
세나가 세리스에게 패배해 샤스라하르들과 헤어진 후, 그들이 어떤 싸움을 거쳐 이곳에 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열 명도 안되는 수의 동료들이 이 마을까지 와, 천사들의 힘을 얻었다는 건, 놀랍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뭐... 샤스는 믿음이 안가지만, 베나님이나 기사장이 같이 있었으니깐....
역시 대단하다니깐」
입꼬리가 올라가 즐거운듯 혼자 웃고 있는 세나를, 유라미르티는 냉정하게 관찰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넓은 대로를 빠져나와, 매우 큰 건물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계속 걸어가던 천사는 어떤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 안에서 라그라질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길」
그렇게 말한 유라미르티는 한걸음 옆으로 물러나, 세나가 들어갈수 있게 해준다.
「아, 응. 고마워요」
정중하게 대답해주는 천사에게 답례의 말을 해준 후. 손으로 문을 밀어서 연다
그렇게 넓지 않은 방안에, 몇명의 모습이 보인다.
「세나!」
「세나……다행이에요」
문 옆에 서 있던 플레어와 샤론이, 기쁨을 드러내며 세나의 목에 달려든다.
「샤론! 플레어도……무사했구나」
두 명의 몸을 껴안아 주며, 세나도 웃는 얼굴을 보인다.
그러나 순식간에 세나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큿……떨어져……떨어져……」
부들부들하고 불타오르듯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거친 숨을 내쉬며 두 명에게서 멀어진다.
가슴을 부둥켜안고 다리를 한데 모아, 자세를 유지할려고 애쓴다.
「세나……다쳤나? 그럼, 지금 당장 안·미사가 있는 곳으로 가자」
플레어가 걱정스럽다는듯 다가오자,
「으응. 다친게 아니라……약간」
겨우 겨우 안정을 되찾은 후, 쓴 웃음을 짓는 세나.
말할 것도 없겠지만, 지금 일어난 일은 조트에 의해 새겨진 『약점』 마술이 발동한 결과다.
두 명이 포옹을 하면서 외투가 유두에 스쳤고, 유두에 있는 각인이 세나를 강제로 절정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 몸에 이상한 뭔가가 새겨졌다면, 안·미사님께 한번 진찰을 받아보세요.
저도 전에 라그라질이 개조한……그.... 자궁에 새겨진 저주를 풀었답니다」
그렇게 말한 후, 방 한쪽을 지긋히 노려보는 샤론.
「헤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거 풀어버렸구나. 아까워라」
옅은 미소를 띄운 마천사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네. 친귀족이 떠난 후 치료를 받았을 때, 겸사겸사 저주를 풀었답니다」
둘의 눈사이로 불꽃이 튀는게 아닐까 생각했으나, 라그라질이 바로 시선을 돌려 세나를 본다.
「오래간만이네요. 뭐, 그렇긴 해도 당신이랑 말을 나눈 적은 거의 없지만.」
「그렇네. 그런 기억은 없네」
세나와 라그라질의 사이엔, 샤론이나 플레어들같은 인연은 없다.
단 한번, 세나의 대검이 라그라질의 몸을 베었던 감촉만이 둘 사이의 인연.
「그 때의 답례는, 나중에 해주겠어요」
「당신이 내 동료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손해라고. 3번은 더 베어야 계산이 맞을껄..」
이 둘도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으나,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어 막는다.
「너무 크게 떠들지 마십시오. 전하가 깹니다.」
조용한, 그러나 슬픔이 담겨진 목소리.
세나는 방 가장 안쪽에 놓여진 침대를 한번 본 후, 침대 바로 옆에 서 있는 자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옮긴다.
「베나님……」
성기사 베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베나가 전하라고 부르는 인간은, 아마도 이 세상에 단 한명뿐...
침대의 주인을 향해 말을 해본다.
「샤스……?」
눈은 감은채, 얕은 호흡만을 반복하며 자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왜 샤스라하르는 누워있으며, 왜 베나는 슬퍼하고 있는 것인가?
세나는 샤론과 플레어를 쳐다본다.
두 명의 동료는 입술을 깨문채, 얼굴을 숙인다.
그 때,
「버렸어요. 샤스라하르가 피투성이가 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도, 본인들은 보지를 벌리고 자지 자지~~하고 외치고 있었답니다. 이 자들은 말이죠」
악의가 담긴 라그라질의 목소리.
「뭐……?」
「그리고 죽기 직전인 샤스라하르의 앞에서, 적의 잡병에게 보지도 어널도 엉망으로 범해지고, 관장까지 당해서 똥까지 흘리고, 눈물과 침으로 얼굴은 뒤범벅.
가슴은 강하게 쥐어짜지고, 엉덩이는 검으로 내려쳐졌지요..
아, 그 영상은 정말 훌륭했어요. 찍어났으니 다음번에 다 같이 보도록 하죠.」
능글능글거리며 웃는 마천사와 고개를 숙인채 몸을 떨고 있는 세 명의 기사.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디 있어……」
세나는 동료들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라그라질에게 따진다.
「사실이에요. 그렇죠, 샤론?」
라그라질은 시선을 금발의 기사에게 옮기며, 요염한 미소를 짓는다.
그 질문에 재촉당한 듯,
「……그…렇…습니…다」
뚝뚝 잘라, 샤론은 대답했다.
회한.
몸이 찢어지는 듯한 괴로움을, 기사들은 참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된거죠?」
「응?」
라그라질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세나를 쳐다보았지만, 세나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을 보니, 여기에 오는 동안 쭉 안전했던 모양이군요. 재미없게..」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맡긴 후,
「일단 한번 경험해보세요. 안 그러면, 대화가 안되니...」
손가락을 튕겼다.
라그라질이 가진 능력중 하나, 환영 소환.
친귀족을 닮은 그림자가 나타나, 거대한 바위 칼을 높이 쳐든다.
그 위압감을 바로 정면에서 받은 세나는,
「아……안돼……하지마 ……살려줘」
양 다리를 비벼대며 주저앉더니, 비참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덜덜 떨고 있는 세나의 머리위 아슬아슬한 지점에, 질량을 지닌 환영의 칼날이 떠 있다.
「라그라질! 그만해라! 멈춰라」
플레어가 환영에게서 얼굴을 돌린 후, 요구한다.
「후후후. 이제 알겠어요? 이런 거죠.
지금의 당신은, 전장에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단순한 육변기.
너무 잘난척하지 않는게 좋을 거에요」
라그라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겨, 환영이 사라지게 했다.
「……세나. 아무래도 저희들의 몸에, 각인을 경유해 새로운 저주가 들어온 거 같습니다.
현재 공창인 자들은, 죽음을 의식한 상태에선 생존 본능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즉, 싸울 수가 없습니다……」
세나의 몸을 안아주듯 일으키며, 샤론이 말했다.
「……그럼, 샤스는……」
「아. 싸울 수 없게된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적부대와 싸우다……중상을 입었다.
생명에 이상은 없지만, 피를 너무 흘러 버려서, 얼마동안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한다.」
세나의 의문에 플레어가 입술을 깨물며 답해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베나의 등이 떨리고 있다.
이 장소에 있는 자 중, 샤스라하르를 향한 마음의 빚이 그 누구보다 많은 건 성기사이며 그의 수호자인 그녀일 것이다.
「싸울 수 없다라니……그럼, 기사 단장은!」
세나들을 도망치게 만들기 위해, 적들을 막으러 떠난 세리스는 지금 어떻게 된 것일까...
그녀 또한 공창이기에, 저주가 작용했다면..
「괜찮아요. 세리스 단장은 제옴트 왕가의 수호 각인을 가지고 있기에, 저주의 대상이 아닌듯 합니다」
「방금 전 라그라질의 마법으로 확인해보니, 오히려 적의 사령관을 잡으려고 하고 있더군.
당장이라도 이 곳에 올 분위기였다. 그렇게되면 우리들도 승부를 내야겠지」
샤론과 플레어가 각자 말을 해, 세나를 안심시킨다.
그녀들도 세리스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각각 있다.
대화냐,검이냐.. 어떤 것으로 싸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큼은 다르지 않다.
「중간부터 영상이 안 나오게 되었어요. 오비리스 녀석, 뭔짓을 했어요……」
마천사는 얼굴 바로 옆에 마법거울을 소환했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밉살스러운듯 거울을 쳐다보더니, 주먹으로 깨부순다.
거기에 담겨져 있는 건은 세나들에게 향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순수한 분노.
그 때, 문이 열리고 작은 그림자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라그 언니!」
날개를 작게 접으며, 손에 든 전투망치를 윙윙하고 흔드는 어린 천사.
「……누구?」
「라크시입니다. 라그라질의 여동생인」
라크시를 본적이 없던 세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샤론이 설명을 해준다.
그 두 명을 무시한 채, 라그라질은 라크시에게 묻는다.
「다녀왔어. 어떻게 되었지?」
라크시는 라그라질의 명령에 의해, 오비리스를 노리고 세리스가 있는 전장에 갔다.
그런 그녀가 돌아왔다는 건, 즉--
「무리였어. 그 남자에게 다가갈수가 없었어요.
최종적으로 5만정도의 인간과 마귀 혼합군이 모여버려서, 어설프게 다가갔다가 전투에 휩쓸렸다면 나까지 잡혔을거야.」
서역 최강의 무력, 그런 라크시가 주저 할정도록 대군이 모여 뭉쳐져 있었다고 한다.
인간 병사로만 5만이었다면 희망이 어느정도 있었겠지만, 마귀 쿠스탄비아나 쥬브다일정도는 아니더라도, 각각 특수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종족들이 모인 집단은, 아무리 라크시라 할지라도 혼자 이겨낼 수 있을만한게 아니었다.
「그렇군……설령 오비리스를 처리한다고 해도, 라크시가 잡힌다면 의미가 없지……
나랑 안은 여기서 나갈수가 없으니 도우러 갈 수도 없어」
오비리스의 죽음은 원하고 있지만, 관리자인 이상 뒷일도 생각해야 한다.
후임을 맡은 지휘관이 군사를 이끌고 왔을 때, 천병의 마을에 라크시라는 무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패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잠깐……잠깐」
플레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잡혔다니……그거 혹시……」
샤론 또한, 작게 신음한다.
「설마 세리스……단장?」
넋이 나간 얼굴로 세나가 물어보자,
「이름은 모르지만, 혼자 싸우던 여기사가 잡혔어.
그렇긴 해도 잡히기 전까지 엄청난 수의 인간과 마귀를 베어 죽인데다가, 오비리스의 왼쪽팔도 잘라버렸지.」
라크시가 솔직하게 답해준다.
그말을 듣자, 라그라질이 한숨을 쉰다.
「하 ……오비리스가 있는 곳까지 검이 갔군요」
「중간까진 도망칠 기회를 엿보는 듯한 싸움이었지만, 오비리스가 무슨 말을 하더니, 그 여기사가 더 사납게 돌진을 해가며, 인간도 마귀도 팍팍 죽이고 죽여서, 오비리스에게 검을 휘둘려 팔을 베어넘긴 순간!
오비리스의 몸에서 새까만 연기가 나왔어. 그 연기를 마시고 얼마 안 있어서, 여기사가 팍! 하고 쓰러져 버렸어」
언니의 옆에 선 채, 역천사가 보고 한다.
「기사 단장이……」
「세리스님……」
「그럴수가……」
리베르란트의 기사들은, 각자 괴로운듯 말을 한다.
연승을 해가며 단 1번의 패배도 없었다.
군신으로서 존경했던 상관의 패배 소식에, 모두들 멍하니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구, 구하러……」
세나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고, 그리고 바로 후회해버렸다.
애초에 싸울 수 없는 자신들은 세리스를 구할 수 없는데다가, 무엇보다도 공창의 적인 세리스를 구한다면, 동료들을 배신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세나가 살아서 동료들과 다시 만날수 있었던 건, 세리스가 세나들을 개척단에서 데리고 나온 것, 그리고 제옴트의 추적자들을 막아준 것..그 2가지의 결과다.
머릿속에서 감정과 이성이 부딪치며, 머리를 뜨겁게 만든다.
이럴 때마다, 자신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려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떠오른다.
「……기사장은?」
세나의 작은 목소리에, 샤론과 플레어는 더욱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다.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행의 동료들중 거의 대부분을 다시 만났다.
아직도 자고 있는 샤스라하르, 그런 샤스라하르를 지켜보는 있나 베나, 내 몸을 염려해준 샤론과 플레어, 문에서 만난 하이네아와 리세, 그리고 마리스.
마르우스 마을에서 헤어졌던 동료중, 단 1명만이 보이지 않고 있다.
소중한, 세나에게 있어 언니라고도 부를 수 있는 존재.
「……세나씨」
그 때, 베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이 지금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잘못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 온다.
「당신의 몸은 하나뿐이며, 당신의 검 또한 하나뿐입니다.
지키고, 구할 수 있는 자는 한번에 1명뿐이라고 생각하세요」
싸우지 못하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샤스라하르의 옆에 지키던 베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린다.
「리베르란트의 기사들이여. 기사장 스테아의 구출은 맡기겠습니다.
……전하에 대한 건, 제게 맡겨 주세요」
눈물로 가득찬 눈으로, 성기사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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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야설이 아니게 되어버리는듯 하지만, 90화에선 또 야설로 돌아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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