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마의 파동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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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마의 파동
제2장 침식당하는 학원
37화 목격자
고속으로 오가는 노란색 공.
그 속도를 바라보는 부원들도, 눈으로 쫓아가기 곤란할 정도였다. 쐐액 하고 찢어지는 소리를 흩뿌리며, 탄환처럼 코트
구석에 꽂혔다.
그러나 보고 있던 누구나가 끝났다고 생각한 공은 다음 순간, 파앙 하는 스위트 스팟에 맞았을 때 특유의 시원한
타격음을 울리며, 반대편 코트로 날아갔다. 초저공의 고속 플랫은 네트에 스칠락 말락하는 궤도로 날아, 이 또한
코트 구석 아슬아슬한 곳에 꽂혔다.
하지만 그 공도 다시 백핸드 라켓이 정확하게 캐치해 반대편을 향해 고속으로 되돌려진다. 그러나 약간 각도가
빗나갔던지, 그 공은 네트 상단에 파고들며 성대한 소리와 함께 에너지를 잃고, 조용히 바운드하며 굴러갔다.
"게, 게임 셋."
겨우 끝난 숨 막히는 랠리에, 관객이 되어 보고 있던 테니스 부원들이 겨우 참고 있었던 숨을 내쉰다.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에 압도당해, 아까부터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철망 너머에서 굳어 있던 학생들이 겨우 웅성웅성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앙. 너무 분해! 져버렸잖아!!"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는 햇볕에 탄 소녀는, 그 장면만 보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밝은 미소녀였다.
"무슨 소리야. 아이코쨩, 아직 여력을 남겨둔 상태잖아?"
반대 측 코트에서 땀을 닦으며, 키가 크고 어른스러운 미소녀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렇게 아까까지 시합을 하고 있던
갈색피부의 소녀와 함께, 안에 있는 벤치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은 정말로 사이좋은, 선배와 후배의 그것이었다.
"루리코선배, 끝내준다. 카와시마선배의 저 서브를, 전부 받아치다니..."
"그보다도, 카와시마선배의 리턴이 더 굉장해... 루리코선배의 강스파이크를 쫓아가서 구석으로 받아 넘겨버렸잖아."
"뭐니 뭐니 해도 우리와는 차원이 달라요, 차원이..."
"카와시마선배, 진짜 전국제패 해버릴지도 몰라."
볼을 줍고 있던 1학년들이, 뒷정리를 하면서 소곤소곤 그들의 얘기를 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2학년들은 복잡한 기분으로, 벤치에 앉아 사이좋게 웃고 있는 루리코와 아이코를 바라
보았다.
"루리코선배, 아이코한테 제대로 얘기는 하신 걸까...?"
"응... 루리코선배, 아이코를 좀 다그치셨나봐. 그러니까 요전까지만 해도 쭉, 두 사람모두 서로 말도 안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저렇게 사이좋게 되어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테니스부 활동에 정열을 잃은 듯 한 아이코의 태도를 고치기 위해, 2학년 전원이 전 부장이었던 아사쿠라 레이코에게
상담한 것이 저저번 주의 일. 성실한 부장이었던 아이코가 클럽활동을 땡땡이치거나, 가령 참석할 때에도 혼자 멋대로
연습하며 후배나 동급생들을 챙기지 않게 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루리코였지만, 그녀 스스로도 그 실태를 확인하자 즉시 아이코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소문으로는 두 사람이 크게 싸운 듯, 앞으로 일이 꽤 복잡해지겠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게 웬일.
오늘 클럽활동에 아이코와 루리코가 나란히 나타나, 두 사람이서 사이좋게 연습시합을 시작한 게 아닌가. 게다가
최근 테니스 실력이 급속히 성장해,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플레이를 펼치던 아이코를 상대로, 루리코가 동등 이상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긴 연습시합이 끝난 것이, 바로 조금 전이라고 하는 얘기다.
"그치만... 그치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2학년 테니스 부원 중에서도, 평소 말 수가 적던 소녀가 가만히 중얼거린다. 그 다음 말을 재촉하듯, 다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게... 너무 이상하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아이코가 갑자기 테니스 실력이 좋아진 건 그렇다 쳐도, 그렇게 밝고
상냥했던 애가 확 바뀌어버리질 않나... 게, 게다가... 이번에는 루리코선배까지... 오늘 부활동에 나와 주셨지만,
우리들 같은 건 완전히 무시하시고... 말을 걸어주시기는 커녕, 바라보지도 않으시잖아...?"
그러고 보니 루리코와 아이코가 들어오고서, 두 사람이서 얘기를 나눌 뿐, 필요 이상으로 다른 부원들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지금도 두 사람이서 벤치에 나란히 앉아 즐겁게 대화하고 있지만, 그 곳에는 보이지 않는 배리어라도
있는 듯, 아무도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모두가 그 쪽을 바라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다. 자신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왠지 좋지 않은 조짐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그 때, 그 두 사람에게 다가가는 인물이 있었다. 테니스부의 부고문으로, 이과교사이기도 한 미도 켄이치다.
"미도찡 바보 아냐? 분위기 파악을 못해..."
"저 분위기에 끼어들다니, 너무 눈치 없다아..."
명백하게 타인을 거절하는 오라를 내뿜고 있는 루리코와 아이코.
그러나 느긋하게 걸어간 이과교사가 두 사람에게 말을 걸자, 두 사람은 놀랍게도 상기된 얼굴을 황홀하게 물들이며
끄덕이고서, 금방 이쪽으로 걸어온다. 그 얼굴은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표정으로, 보는 이들에게 한 가지 가설을
상상시킨다.
(설마... 설마...)
(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지...)
우사미 주임이라면 몰라도, 천지가 뒤바뀌는 일이 없는 한 저 미소녀 두 사람이 소심한 이과교사에게 기우는 일 따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원이 그 자리에서 그 가능성을 부정할 정도로, 일반 학생들의 켄이치에 대한 인식은
절망적으로 인기 없는 남자였다.
"자 그럼, 연습재개하자... 루리코 선배님도 상대해 주신대."
"아이코쨩과 두 사람이서 상대해 줄 테니까, 복식조는 각자 팀을 짜 보세요."
마치 다른 스위치가 눌려진 것처럼, 돌연 클럽의 연습에 열을 올리는 아이코와 루리코. 그 모든 것이 갑작스럽기
그지없는 변화여서, 마치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부원들은 왠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연습의 준비를 한다.
그것은 오감으로 느끼는 것밖에 가능하지 않은 인류에게 있어, 너무나도 미약한 제 육감이 발하는 경고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 의미를 이해 할 수 없었다.
1학년 하세가와 리에는 연습용의 얇은 핑크색 레오타드 차림으로, 양호실 침대위에 앉아 있었다. 발목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어, 거기서부터 욱씬욱씬 거리는 아픔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 신체조부에서 연습 도중 착지에 실패해, 발목을 삔 것이다. 아마 염좌겠지만 굉장히 아파서, 내일쯤엔 퉁퉁
부어오를게 뻔했다.
이렇게 되고 만 이상 한시라도 빨리 의사에게 가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은 집에 부모님이 안계셨다. 부친은
단신 부임으로 뉴욕에 체재중이셨고, 모친은 3일 전부터 부친이 있는 곳에 가 계신 것이다. 집안일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가정부가 해결해 주고 있었지만, 지금 시간에는 벌써 돌아갔을 것이다. 지금 집에 있는 것은, 두 살 위의
오빠뿐이었다.
그런 리에는 이 양호실에서, 혼자 부활동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활동이 끝나면 신체조부 고문선생님이 자신의
차로 병원에 데려갔다가, 그대로 자택까지 보내주기로 되어 있었다.
마치 외국인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귀여운 얼굴을, 그 발목의 아픔으로 일그러트리는 리에. 리에는 모친이 백인인
정진정명한 하프였다. 동그마한 눈동자에 기다란 속눈썹이 드리워져, 높은 콧대와 색조가 하얀 피부가 일본인과는
동떨어진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몸에 늘씬한 팔다리. 8등신의 귀여운 리에는, 이대로도 미소녀 모델로서 충분히 통용될 만 했다. 연습용으로,
머리를 뒤로 나누어 묶은 트윈 테일이 귀여움을 더한다.
(실패했어... 그래도, 그런걸 봐버렸는 데 어떻게 해...)
낮에 보고만 충격적인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오늘 하루 종일 그 일을 질질 끌고 있었다. 연습할 때도 그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라, 아무렇지 않은 연기에서 착지를 실패해 이런 꼴이 되고만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아사쿠라선배가 그런 짓을...)
오늘 쉬는 시간.
친구와 함께 비어 있는 5층 화장실에 갔을 때, 안 쪽 칸막이에서 억눌린 듯 한 여성의 신음을 들었다. 일순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했지만, 친구와 둘이서 조심조심 말을 건네 보았다.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친구가 선생님을 부르러 간 사이에, 그 문 안쪽의 칸막이에서 짐승 같은 큰 소리를 지르는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두근두근 거리며 문틈에 눈을 대고 안을 엿보자, 그 곳에는 화장실 벽에 밀어붙여진 채 움찔움찔 경련하는 여학생의
모습이 있었다.
그 뒤에서는 남자가 서서 천천히 허리를 흔들고 있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이해하는데 처녀이기도 한 리에에게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해함과 동시에, 여학생의 옆얼굴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여자 화장실에서, 쉬는 시간에 성교를 하는 학원의 아이돌. 그 때의 경악과 충격은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아사쿠라선배가...)
클럽은 달라도, 아사쿠라 루리코는 리에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상류계급의 아가씨이면서 성적우수, 스포츠만능,
용모수려라고 하는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여학생이면서,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하급생들을 잘 돌보는 선배. 이 학교에서
테니스부가 그 어떤 클럽보다 인기가 있는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 루리코의 덕분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그 동경하던 선배가 화장실에서 남자로부터 뒤로 범해지며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문자 그대로 기겁을 하고 놀란 것이다.
충격에서 벗어나자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만 기분이 들어, 그대로 거기서 도망쳐 나왔다. 자기 교실로 돌아와 아까 본
장면을 떠올리며, 혼자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 봤나? ... 아아아, 모르겠어...)
나중에 온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교사를 데리고 화장실로 돌아오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무심결에 자신이
본 것을 말할 뻔 했지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깨닫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 그것이 자기가 잘못
본 것이라고 한다면, 동경하는 루리코선배에 대해 너무나도 심한 소문이 흘러나가는 꼴이 된다.
그렇게 다시 낮의 쇼킹한 장면을 떠올리며, 양호실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고민하는 고등학교 1학년생.
아직도 어린 체형은 발전도상에 있어 가슴도 그다지 부풀어 있지 않고, 슬림한 몸도 기다란 팔다리도 놀랄 만큼
가늘었다. 아직 단단한 꽃봉오리처럼 파릇파릇한 미성숙한 육체를, 몸에 딱 달라붙은 핑크색 레오타드와 타이츠로
감싸고, 땀에 젖은 전신에서는 소녀 특유의 땀과 우유가 섞인 듯 한 냄새를 풍기며, 보는 이를 묘한 기분으로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런 야한...)
생생한 남자와 여자의 교합과, 루리코가 지르던 짐승 같은 비명 소리. 그로부터 쭉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시각과 청각의 기억.
잡지에서 얻은 얕은 성지식밖에 없었던 16세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새, 그 몸이 멋대로 폭주해 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아아..."
간질간질하는 그 희미한 저림에 이끌리듯, 핑크색 천에 감싸인 부끄러운 젖가슴의 꼭대기를 손으로 문질러 본다.
최근에 몸에 익힌 나쁜 손장난에 의해 익숙한 그 움직임은, 평소 이상으로 달콤한 저림을 허리를 중심으로 퍼트려 갔다.
"아아아... 기분 좋아..."
문이 닫혀 있으니까, 혹시 누군가 들어온다고 해도 그 소리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 평소 자기 전에 하듯이 본격적으로 손가락을 쓰기 시작한다. 레오타드 천
너머를 향해 강하게 손가락을 비비자, 찌잉 하는 자극이 어린 육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아흐으으..."
양호실에 충만한 끈적한 공기가 무겁고 짙어져, 그 안에 있는 이를 기괴하게 감싸 안는다. 검고 사악한 사념은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며,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용서 없이 달려들었다.
"아아아... 기분 좋아아아..."
더해가는 욕정에 떠밀려, 레오타드 차림의 미소녀는 서서히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격렬하고 강하게 바꿔가는 것이었다.
그러부터 얼마나 쾌락을 탐한 것일까. 평소엔 한 번 절정을 맞이하면 그걸로 만족 했을 텐데, 오늘은 왠지 전혀
만족할 수가 없었다.
"아아아... 못 참겠어..."
어린 성감이 타올라, 핑크색 레오타드를 입은 채로 격렬하게 손가락을 놀리는 리에. 가느다란 두 손가락이 사타구니의
천을 파고들어, 민감한 돌기를 비벼대고 있었다. 머릿속에선 낮에 본 광경이 빙글빙글 맴돌고, 귀에는 아직도 루리코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가 마력의 눈으로 그 침대위에서 몸부림치는 리에를 봤다면, 그 소름끼치는 광경에 눈을 돌렸을 것이다.
리에의 레오타드에 감싸인 몸에는, 무수한 붉은 반투명 촉수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꿈틀꿈틀 구불거리는 그 기괴한
촉수는, 각각이 의지를 가진 듯 독립된 움직임으로, 어린 미소녀의 몸을 앞 다투어 휘감아 갔다. 특히 가슴의 희미한
봉우리와 허리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촉수가 모여들어, 꼼질꼼질 꿈틀거리는 모습이 마치 사냥감을 휘감고
탐닉하는 기쁨에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몸에서 휘광처럼 희미하게 뿜어지는 푸른빛이, 붉은 촉수에 오염되듯 색이 변해가며, 서서히 붉은 기를 띈
보라색으로 변화해 간다.
"앗! 앗! 또오! 또, 간다아아앗!"
리에가 16세의 풋풋한 몸을 벌벌 떨며, 한층 커다란 절정의 발작을 일으키려 할 때, 아무도 없었을 터인 양호실의
제2장 침식당하는 학원
37화 목격자
고속으로 오가는 노란색 공.
그 속도를 바라보는 부원들도, 눈으로 쫓아가기 곤란할 정도였다. 쐐액 하고 찢어지는 소리를 흩뿌리며, 탄환처럼 코트
구석에 꽂혔다.
그러나 보고 있던 누구나가 끝났다고 생각한 공은 다음 순간, 파앙 하는 스위트 스팟에 맞았을 때 특유의 시원한
타격음을 울리며, 반대편 코트로 날아갔다. 초저공의 고속 플랫은 네트에 스칠락 말락하는 궤도로 날아, 이 또한
코트 구석 아슬아슬한 곳에 꽂혔다.
하지만 그 공도 다시 백핸드 라켓이 정확하게 캐치해 반대편을 향해 고속으로 되돌려진다. 그러나 약간 각도가
빗나갔던지, 그 공은 네트 상단에 파고들며 성대한 소리와 함께 에너지를 잃고, 조용히 바운드하며 굴러갔다.
"게, 게임 셋."
겨우 끝난 숨 막히는 랠리에, 관객이 되어 보고 있던 테니스 부원들이 겨우 참고 있었던 숨을 내쉰다.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에 압도당해, 아까부터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철망 너머에서 굳어 있던 학생들이 겨우 웅성웅성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앙. 너무 분해! 져버렸잖아!!"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는 햇볕에 탄 소녀는, 그 장면만 보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밝은 미소녀였다.
"무슨 소리야. 아이코쨩, 아직 여력을 남겨둔 상태잖아?"
반대 측 코트에서 땀을 닦으며, 키가 크고 어른스러운 미소녀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렇게 아까까지 시합을 하고 있던
갈색피부의 소녀와 함께, 안에 있는 벤치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은 정말로 사이좋은, 선배와 후배의 그것이었다.
"루리코선배, 끝내준다. 카와시마선배의 저 서브를, 전부 받아치다니..."
"그보다도, 카와시마선배의 리턴이 더 굉장해... 루리코선배의 강스파이크를 쫓아가서 구석으로 받아 넘겨버렸잖아."
"뭐니 뭐니 해도 우리와는 차원이 달라요, 차원이..."
"카와시마선배, 진짜 전국제패 해버릴지도 몰라."
볼을 줍고 있던 1학년들이, 뒷정리를 하면서 소곤소곤 그들의 얘기를 한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2학년들은 복잡한 기분으로, 벤치에 앉아 사이좋게 웃고 있는 루리코와 아이코를 바라
보았다.
"루리코선배, 아이코한테 제대로 얘기는 하신 걸까...?"
"응... 루리코선배, 아이코를 좀 다그치셨나봐. 그러니까 요전까지만 해도 쭉, 두 사람모두 서로 말도 안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저렇게 사이좋게 되어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테니스부 활동에 정열을 잃은 듯 한 아이코의 태도를 고치기 위해, 2학년 전원이 전 부장이었던 아사쿠라 레이코에게
상담한 것이 저저번 주의 일. 성실한 부장이었던 아이코가 클럽활동을 땡땡이치거나, 가령 참석할 때에도 혼자 멋대로
연습하며 후배나 동급생들을 챙기지 않게 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루리코였지만, 그녀 스스로도 그 실태를 확인하자 즉시 아이코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소문으로는 두 사람이 크게 싸운 듯, 앞으로 일이 꽤 복잡해지겠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게 웬일.
오늘 클럽활동에 아이코와 루리코가 나란히 나타나, 두 사람이서 사이좋게 연습시합을 시작한 게 아닌가. 게다가
최근 테니스 실력이 급속히 성장해,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플레이를 펼치던 아이코를 상대로, 루리코가 동등 이상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긴 연습시합이 끝난 것이, 바로 조금 전이라고 하는 얘기다.
"그치만... 그치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2학년 테니스 부원 중에서도, 평소 말 수가 적던 소녀가 가만히 중얼거린다. 그 다음 말을 재촉하듯, 다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게... 너무 이상하지 않아? 이것도 저것도... 아이코가 갑자기 테니스 실력이 좋아진 건 그렇다 쳐도, 그렇게 밝고
상냥했던 애가 확 바뀌어버리질 않나... 게, 게다가... 이번에는 루리코선배까지... 오늘 부활동에 나와 주셨지만,
우리들 같은 건 완전히 무시하시고... 말을 걸어주시기는 커녕, 바라보지도 않으시잖아...?"
그러고 보니 루리코와 아이코가 들어오고서, 두 사람이서 얘기를 나눌 뿐, 필요 이상으로 다른 부원들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지금도 두 사람이서 벤치에 나란히 앉아 즐겁게 대화하고 있지만, 그 곳에는 보이지 않는 배리어라도
있는 듯, 아무도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모두가 그 쪽을 바라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다. 자신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왠지 좋지 않은 조짐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그 때, 그 두 사람에게 다가가는 인물이 있었다. 테니스부의 부고문으로, 이과교사이기도 한 미도 켄이치다.
"미도찡 바보 아냐? 분위기 파악을 못해..."
"저 분위기에 끼어들다니, 너무 눈치 없다아..."
명백하게 타인을 거절하는 오라를 내뿜고 있는 루리코와 아이코.
그러나 느긋하게 걸어간 이과교사가 두 사람에게 말을 걸자, 두 사람은 놀랍게도 상기된 얼굴을 황홀하게 물들이며
끄덕이고서, 금방 이쪽으로 걸어온다. 그 얼굴은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표정으로, 보는 이들에게 한 가지 가설을
상상시킨다.
(설마... 설마...)
(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지...)
우사미 주임이라면 몰라도, 천지가 뒤바뀌는 일이 없는 한 저 미소녀 두 사람이 소심한 이과교사에게 기우는 일 따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원이 그 자리에서 그 가능성을 부정할 정도로, 일반 학생들의 켄이치에 대한 인식은
절망적으로 인기 없는 남자였다.
"자 그럼, 연습재개하자... 루리코 선배님도 상대해 주신대."
"아이코쨩과 두 사람이서 상대해 줄 테니까, 복식조는 각자 팀을 짜 보세요."
마치 다른 스위치가 눌려진 것처럼, 돌연 클럽의 연습에 열을 올리는 아이코와 루리코. 그 모든 것이 갑작스럽기
그지없는 변화여서, 마치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부원들은 왠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연습의 준비를 한다.
그것은 오감으로 느끼는 것밖에 가능하지 않은 인류에게 있어, 너무나도 미약한 제 육감이 발하는 경고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 의미를 이해 할 수 없었다.
1학년 하세가와 리에는 연습용의 얇은 핑크색 레오타드 차림으로, 양호실 침대위에 앉아 있었다. 발목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어, 거기서부터 욱씬욱씬 거리는 아픔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 신체조부에서 연습 도중 착지에 실패해, 발목을 삔 것이다. 아마 염좌겠지만 굉장히 아파서, 내일쯤엔 퉁퉁
부어오를게 뻔했다.
이렇게 되고 만 이상 한시라도 빨리 의사에게 가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은 집에 부모님이 안계셨다. 부친은
단신 부임으로 뉴욕에 체재중이셨고, 모친은 3일 전부터 부친이 있는 곳에 가 계신 것이다. 집안일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가정부가 해결해 주고 있었지만, 지금 시간에는 벌써 돌아갔을 것이다. 지금 집에 있는 것은, 두 살 위의
오빠뿐이었다.
그런 리에는 이 양호실에서, 혼자 부활동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활동이 끝나면 신체조부 고문선생님이 자신의
차로 병원에 데려갔다가, 그대로 자택까지 보내주기로 되어 있었다.
마치 외국인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귀여운 얼굴을, 그 발목의 아픔으로 일그러트리는 리에. 리에는 모친이 백인인
정진정명한 하프였다. 동그마한 눈동자에 기다란 속눈썹이 드리워져, 높은 콧대와 색조가 하얀 피부가 일본인과는
동떨어진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몸에 늘씬한 팔다리. 8등신의 귀여운 리에는, 이대로도 미소녀 모델로서 충분히 통용될 만 했다. 연습용으로,
머리를 뒤로 나누어 묶은 트윈 테일이 귀여움을 더한다.
(실패했어... 그래도, 그런걸 봐버렸는 데 어떻게 해...)
낮에 보고만 충격적인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오늘 하루 종일 그 일을 질질 끌고 있었다. 연습할 때도 그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라, 아무렇지 않은 연기에서 착지를 실패해 이런 꼴이 되고만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아사쿠라선배가 그런 짓을...)
오늘 쉬는 시간.
친구와 함께 비어 있는 5층 화장실에 갔을 때, 안 쪽 칸막이에서 억눌린 듯 한 여성의 신음을 들었다. 일순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했지만, 친구와 둘이서 조심조심 말을 건네 보았다.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친구가 선생님을 부르러 간 사이에, 그 문 안쪽의 칸막이에서 짐승 같은 큰 소리를 지르는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두근두근 거리며 문틈에 눈을 대고 안을 엿보자, 그 곳에는 화장실 벽에 밀어붙여진 채 움찔움찔 경련하는 여학생의
모습이 있었다.
그 뒤에서는 남자가 서서 천천히 허리를 흔들고 있어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이해하는데 처녀이기도 한 리에에게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해함과 동시에, 여학생의 옆얼굴이 보였다.
아무도 없는 여자 화장실에서, 쉬는 시간에 성교를 하는 학원의 아이돌. 그 때의 경악과 충격은 지금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아사쿠라선배가...)
클럽은 달라도, 아사쿠라 루리코는 리에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상류계급의 아가씨이면서 성적우수, 스포츠만능,
용모수려라고 하는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여학생이면서,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하급생들을 잘 돌보는 선배. 이 학교에서
테니스부가 그 어떤 클럽보다 인기가 있는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 루리코의 덕분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그 동경하던 선배가 화장실에서 남자로부터 뒤로 범해지며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문자 그대로 기겁을 하고 놀란 것이다.
충격에서 벗어나자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만 기분이 들어, 그대로 거기서 도망쳐 나왔다. 자기 교실로 돌아와 아까 본
장면을 떠올리며, 혼자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 봤나? ... 아아아, 모르겠어...)
나중에 온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교사를 데리고 화장실로 돌아오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무심결에 자신이
본 것을 말할 뻔 했지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깨닫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 그것이 자기가 잘못
본 것이라고 한다면, 동경하는 루리코선배에 대해 너무나도 심한 소문이 흘러나가는 꼴이 된다.
그렇게 다시 낮의 쇼킹한 장면을 떠올리며, 양호실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고민하는 고등학교 1학년생.
아직도 어린 체형은 발전도상에 있어 가슴도 그다지 부풀어 있지 않고, 슬림한 몸도 기다란 팔다리도 놀랄 만큼
가늘었다. 아직 단단한 꽃봉오리처럼 파릇파릇한 미성숙한 육체를, 몸에 딱 달라붙은 핑크색 레오타드와 타이츠로
감싸고, 땀에 젖은 전신에서는 소녀 특유의 땀과 우유가 섞인 듯 한 냄새를 풍기며, 보는 이를 묘한 기분으로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런 야한...)
생생한 남자와 여자의 교합과, 루리코가 지르던 짐승 같은 비명 소리. 그로부터 쭉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시각과 청각의 기억.
잡지에서 얻은 얕은 성지식밖에 없었던 16세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새, 그 몸이 멋대로 폭주해 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아아..."
간질간질하는 그 희미한 저림에 이끌리듯, 핑크색 천에 감싸인 부끄러운 젖가슴의 꼭대기를 손으로 문질러 본다.
최근에 몸에 익힌 나쁜 손장난에 의해 익숙한 그 움직임은, 평소 이상으로 달콤한 저림을 허리를 중심으로 퍼트려 갔다.
"아아아... 기분 좋아..."
문이 닫혀 있으니까, 혹시 누군가 들어온다고 해도 그 소리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 평소 자기 전에 하듯이 본격적으로 손가락을 쓰기 시작한다. 레오타드 천
너머를 향해 강하게 손가락을 비비자, 찌잉 하는 자극이 어린 육체를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아흐으으..."
양호실에 충만한 끈적한 공기가 무겁고 짙어져, 그 안에 있는 이를 기괴하게 감싸 안는다. 검고 사악한 사념은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며,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용서 없이 달려들었다.
"아아아... 기분 좋아아아..."
더해가는 욕정에 떠밀려, 레오타드 차림의 미소녀는 서서히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격렬하고 강하게 바꿔가는 것이었다.
그러부터 얼마나 쾌락을 탐한 것일까. 평소엔 한 번 절정을 맞이하면 그걸로 만족 했을 텐데, 오늘은 왠지 전혀
만족할 수가 없었다.
"아아아... 못 참겠어..."
어린 성감이 타올라, 핑크색 레오타드를 입은 채로 격렬하게 손가락을 놀리는 리에. 가느다란 두 손가락이 사타구니의
천을 파고들어, 민감한 돌기를 비벼대고 있었다. 머릿속에선 낮에 본 광경이 빙글빙글 맴돌고, 귀에는 아직도 루리코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가 마력의 눈으로 그 침대위에서 몸부림치는 리에를 봤다면, 그 소름끼치는 광경에 눈을 돌렸을 것이다.
리에의 레오타드에 감싸인 몸에는, 무수한 붉은 반투명 촉수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꿈틀꿈틀 구불거리는 그 기괴한
촉수는, 각각이 의지를 가진 듯 독립된 움직임으로, 어린 미소녀의 몸을 앞 다투어 휘감아 갔다. 특히 가슴의 희미한
봉우리와 허리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촉수가 모여들어, 꼼질꼼질 꿈틀거리는 모습이 마치 사냥감을 휘감고
탐닉하는 기쁨에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몸에서 휘광처럼 희미하게 뿜어지는 푸른빛이, 붉은 촉수에 오염되듯 색이 변해가며, 서서히 붉은 기를 띈
보라색으로 변화해 간다.
"앗! 앗! 또오! 또, 간다아아앗!"
리에가 16세의 풋풋한 몸을 벌벌 떨며, 한층 커다란 절정의 발작을 일으키려 할 때, 아무도 없었을 터인 양호실의
그림자에서, 검고 커다란 그림자가 이리처럼 그 미소녀의 몸을 덮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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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집에 들를 일이 생겨서 일찍 업로드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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