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4_5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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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4_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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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마스와 달리, 멘조베란잔은 겹겹히 쳐진 페즈레즈(순간이동이나 차원이동류의 마법을 방해하는 마법 장벽)로 방어되고 있었다. 그리고 롤스의 침묵 이후로 그 세력이 많이 쇠퇴한 감이 있지만, 대신 도시에 대한 방어책은 더더욱 편집증적으로 강화되었기 때문에 멘조베란잔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당히 길고 위험한 지하 여행을 수반하는 일이 되었다.


슈발츠는 샤마스에서 멘조베란잔으로 향하는 지하 카라반의 고용된 용병 신분으로 멘조베란잔을 방문하기로 했다. 두르나와 치타로 변한 알루데시아도 이 여행에 동참했다. 치타 형상을 한 알루데시아 덕에, 슈발츠는 레인저로 가장할 수 있었다. 또한 두르나는 슈발츠의 동료인 용병 워리어로 가장했다.


그럭 저럭 하면서 일행은 멘조베란잔의 거대한 아다만틴 성벽 앞에 도착했다. 붉은 드로우 아다만틴으로 거대한 거미 엠블럼을 장식한 그 성벽과 성문은 그 강건한 만큼이나 예술적 가치도 높았다.


" 대단하군... "


슈발츠는 멘조베란잔을 처음 보는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익숙한 느낌도 받았다. 그 성벽을 올려다보는 동안, 가슴 안쪽에서부터 뭔가 그리운 느낌이 배어나오는듯한. 한번도 그런 적이 없던 감각이었다. 아마도 자신의 몸 속에 잠재한 드로우의 피가 거대한 성벽을 알고 있다는 듯한...


" 부질없는 자부심... "/슈발츠


" 주인님? "/두르나


팔짱을 끼고 있던 두르나가 부르는 말에 그제사 슈발츠는 정신이 들었다.


" 아니다. 들어 가자꾸나. "/슈발츠


" 네 "/두르나


" 끄으응~ "/알루데시아


검문은 무사히 통과 했다. 카라반에 속한 상인들이 멘조베란잔의 시장에서 짐을 내리는 동안, 슈발츠를 비롯한 용병들은 선술집에 방을 잡고 쉬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슈발츠도 다른 용병들과 행동을 같이 했지만,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게 된다.


슈발츠가 장부에서 발견했던 중개상은 불행히도 드로우들의 일상인 내부 항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사망한지 오래였다. 하지만 시장과 가까운 선술집에는 드로우 하층민들도 많이 모였다. 이들이 서로 나누는 이야기만 잘 골라 들어도 도움이 된다. 표면적인 사실을 통해 뒤의 내막을 추리하는 수법을 적용하면, 제법 정확하게 도시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슈발츠의 능력이라면 여관 내부 전체를 도청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비록 드로우들의 마법 장벽이 쳐져 있다곤 하지만, 준신급이 된 슈발츠에게 그런 필멸자의 마법은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르 페이르 가문이 최근 강력한 의식마법에 쓰이는 마법 재료를 많이 구매한 점과, 역시 엄청난 수고비를 줘 가며 소속술에 능한 마법사 용병들을 다수 고용하고 있다는 정보 등등이 슈발츠가 건진 쓸만한 정보들이었다. 다른 가문들의 음모에 관한 단초도 많이 얻었지만, 어쨌든 목표는 르 페이르 가문이다. 슈발츠는 자신의 일차 목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카라반의 장사가 계속되는 동안, 슈발츠 일행은 은밀하게 시장 구역 밖으로 변장을 하고 나갔다. 슈발츠는 드로우로 변했고, 두르나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었다. 알루데시아는 그동안 여관을 지켰다. 팔에 가문의 문장까지 그럴싸하게 그려 붙이고 나면 그들의 정체를 의심하는 자들은 없었다.


르 페이르 가문의 [영지]는 다른 신흥 귀족 가문들 처럼 도시의 하급 귀족 가문들이 옹기종기 몰려 있는 구역인 나르본딜렌(Narbondellyn) 지역에 있었다. 보통의 다른 드로우 가문의 거주지 처럼 종유석 하나의 내부를 파서 생활공간을 만든 그들의 저택엔 그 위세가 한창 상승 중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어떠한 과시도 없었다. 그저 여느 다른 귀족 가문의 영지처럼 조용하고 주의깊게 경비되고 있을 뿐.


먼저 슈발츠는 외부에서부터 정찰을 시작했다. 시원자이던 샥스의 힘을 물려받아 강화된 그의 시야는 실시간적으로 오라가 보이던, 그렇지 않던 마법적인 처리가 가해진 부분을 볼 수 있고 그것의 성질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투명체나 에테르체조차 그의 시야를 벗어날 순 없다.


겉보기에는 역시 르 페이르 가문도 다른 드로우 귀족 가문들과 비슷했다. 엄중한 경비, 마법적인 경보나 페즈레즈 밖으로 상대를 날려버리는 순간이동 함정 같은 것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를 원한 슈발츠는 르 페이르 가문의 영지 안으로 침투해 보기로 했다.


어쨌든 생필품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물과 음식 재료를 르 페이르 가문의 영지 내로 반입하는 상인이 모는 거미 짐차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 슈발츠는 아무에게도 들키는 일 없이 정문의 경비를 통과 해 내실 구역까지 숨어들 수 있었다.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근처의 건물 그림자에 숨어서 슈발츠가 나오길 기다리게 되었다.


대모의 침실까지 숨어든 슈발츠는 대모의 침실 벽에 걸린 거대한 벽걸이 거울에서 이상한 마법적인 조짐을 발견했다. 주의깊게 그것을 훝어 보고나서, 그는 그것이 일종의 차원문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강력한 마법 물품은 그 이상가는 마법 기예에 의해 철저하게 그 오라가 가려져 있었다. 슈발츠 정도의 안목을 가지지 않는 한, 작동시키는 명령어를 모른다면 완벽하게 그냥 은테를 두른 벽걸이 거울인걸로 착각할 수 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멘조베란잔 일대는 두터운 페즈레즈 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 강력한 주문 마법진의 효과를 무시할 정도로 강력한 차원문을 건립하려면,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주문 능력이 필요할 것이었다. 슈발츠가 아는 한도 내에서 멘조베란잔에서 그정도 실력을 가진 마법사는 한명 뿐이었다. 바로 멘조베란잔 제일의 베인레 가문의 마법사장인 그롬프 베인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르 페이르 가문은 베인레 가문과는 아무런 우호관계도 없거니와, 원칙주의자라는 평이 있는 그롬프가 이런 식의 차원문을 용납할 이유도 없었다.


슈발츠는 감시를 위해 작은 수정 구슬(수정구 관측 주문과 연동되는)을 대모의 침대에 달린 진주 장식과 바꿔친 후 영지를 조용히 나왔다. 대모의 감시는 젤라노라가 당당하게 되었다. 그녀의 수정구 감시 주문 솜씨가 썩 좋았던데다, 젤로나와 사피아는 저마다 슈발츠가 부여해 준 다른 임무로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면 슈발츠에게 꼼꼼하게 보고할 것이었다.


르 페이르 가문에 관한 일 말고도, 멘조베란잔은 어수선한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수천년간 가장 강력한 가문으로 거미 여왕의 도시를 통치해 왔던 베인레 가문이 선대 대모의 죽음과 함게 본격적인 내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기 때문이다. 거미 여왕의 침묵 사태를 해결하고 난 후에도 이런 상태는 개선되지 않아서, 도시의 방문자들은 되도록이면 그런 귀족들의 음모에 끼어드는 일 없이 신속하게 볼일만 보고 떠나가라는 충고를 들을 정도였다.


실제로 슈발츠가 머물던 그 며칠 사이에도 여관 주변에서 노골적인 유혈사태가 몆번이고 벌어졌고, 적대하는 가문들의 구성원 사이에서 이용당하던 한 상인이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보통 때라면 다른 드로우들은 그런 것을 웃어넘기거나 심지어는 즐겼겠지만, 이번은 분위기가 사못 진지했다.


그 덕에 슈발츠가 잠입해 있는 카라반의 체제는 짦게 조정되었다. 당장 이틀 후에는 멘조베란잔을 떠나기로 한것이다. 슈발츠로써는 스톰의 소식을 좀 더 수소문하고 멘조베란잔의 내부를 염탐해 봐야 할 건수가 많았기 때문에 체제를 연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 멘조베란잔의 그 [분위기]가 슈발츠에게 기회를 주었다.


어느때 처럼 캐러반에 속한 상인을 호위하고 여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발츠는 여관의 지붕 위에 누군가가 달라붙어 있음을 발견했다. 척봐도 암살자였다. 그 암살자는 막 여관에서 나오는 젊은 드로우 하나를 노리고 있었는데, 암살자의 품 안에서 세발의 다트가 날아오는 것을 본 슈발츠는 재빨리 몸을 날려 그 드로우를 밀어 쓰러뜨리고 칼을 뽑아 다트들을 쳐서 떨구었다.


카가강!...


" 헉?... "/젊은 드로우


치지지지....


암살자는 달아났다. 다트 끝의 독이 석회석으로 이뤄진 바닥을 녹이는 것을 본 젊은 드로우는 안색을 창백하게 바꾸었지만, 이내 원래대로 옷을 털고 일어섰다.


" 고맙소이다 지상인이여. "



드로우가 일어서서 고마워 하는 동안, 뒤에서 덩치 좋은 미노타우로스 둘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의 호위병인 모양이었다. 슈발츠는 별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돌아서려고 했지만, 이번에 이 젊은 드로우 쪽이 그를 붙들었다.


"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을 아무 사례 없이 보낸다는건 이 알비제가 감히 생각할수 없는 일이오. "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슈발츠는 도시의 중심주에서 북서쪽 사면에 위치한 더치클로임(Duthcloim)구역에 있는 알비제의 저택에 초대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비 드로우 상인들과 부유한 드로우 평민들의 구역인 이곳은, 도시의 다른 부분들보다는 화려하게 치장되는 경향이 있었다.


알비제(Alvieze; 진정한 중립 하프 드로우 남성 위5)는 하프드로우였다. 다만 단순한 하프드로우는 아니었다. 부친은 지상 엘프 노예였고(아마도 우드엘프), 모친은 멘조베란잔의 유력한 가문 중 하나인 틀라바 가분의 대모인 바달마 틀라바(Vadalma Tlabbar ; 무질서 악 드로우 여성 Lolth의 클9)였다. 그래도 보통이었다면 노예 이상의 신분을 얻지는 못했을 그이지만, 비상하게 영특했던 그는 멘조베란잔의 [대학]이라 할 수 있는 트리어 브리치(Tier Breche)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졸업한 후에 잠시 동안은 가문의 마법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했지만, 곧 교역사업에 눈을 돌려 상인으로써 눈부시게 성공했다. 알비제는 지상 상인들과도 거래를 트는 등 적극적이었다.


모친과의 관계는 소원했고 아직도 가문의 이름조차 쓰는 것을 허용받지 못하는 알비제이지만, 어쨌든 모친은 모친이다. 그는 모친의 가문을 위한 여러가지 사업도 도맏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경쟁 가문의 주의를 끌기 시작한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었지만, 최근의 멘조베란잔의 혼란상은 그의 장사 뿐 아니라 그의 목숨까지 공공연히 위협하는 중이었다.


" 최근 부쩍 이런 일이 늘었소이다. 과거의 멘조베란잔은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좀 천박해졌지. "


지상에서 수입한 차를 홀짝이며 알비제는 씁쓸하게 웃었다.


알비제와는 같은 하프 드로우고(비록 속은 완전히 다르지만) 거기에 동종업계에 투신 중이라는 점이 슈발츠의 마음을 끄는 바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동안 잠깐 잊고 있었던 체제에 대한 문제의 해결도 겸해서, 슈발츠는 당분간 알비제의 식객으로 있으면서 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해 주기로 했다.


" 오오, 여기도 대단한데요. "


손님방으로 안내된 두르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훌륭하게 꾸며진 그 숙소는 슈발츠의 궁전에 있는 그녀 자신의 방 못지 않았던 것이다. 심부름꾼이 전언과 함께 여관에서 짐을 가져오는 동안, 슈발츠는 방에 결계를 치고 변장을 위해 입고 있었던 가죽갑옷과 여행자용 신발을 벗었다.


"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여기는 거미 여왕의 도시 한가운데고, 우린 지금 이 도시에 결코 이득이 되지는 못할 존재니까. "/슈발츠


" 네, 잘 알고 있슘닷! "/두르나


두르나는 차렷 자세로 슈발츠에게 군례를 해 보였다. 일부러 발음을 짧게 하는 것은 그녀의 어리광 중의 하나다, 슈발츠는 그대로 그녀를 품으로 끌어들여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희롱하기 시작했다.


" 아응~ "


두르나가 눈을 흐리며 교태로운 콧소리를 내는 동안, 치타로 변해 있던 알루데시아도 낑낑거리며 슈발츠의 다리에 붙어 왔다. 그는 웃으며 그녀를 치타의 모습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원래부터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인 알루데시아의 나신이 어슴프레한 조명 아래 유난히도 하얗게 빛났다. 슈발츠는 손을 뻗어 그녀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 아아앙~ "


" 하응~ "


두 여자의 교성이 울리며, 방안의 공기가 급격히 열기를 띄어 가기 시작했다.


.
.
.


알비제가 맏기는 임무들은 일견 슈발츠의 기준에서 보면 대수로울 것이 없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슈발츠는 그 임무들을 하면서 멘조베란잔의 복잡한 드로우 정계에 한 발을 들여 놓는 셈이 되었다. 게다가, 여기서 슈발츠는 추가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었다.


첫 임무는 알비제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드로우 상인이 멘조베란잔 외부의 무역 루트를 이용할 때 쓰는 듀에르가 거간꾼을 암살하는 일이었다.


" 이런 일을 부탁해서 미안하게 되었소. 하지만 요즘 주변이 어수선해서 믿고 일을 맏길만한 사람이 없어서 말이오. "/알비제


" 식객이 당연히 밥값은 해야지 않겠소. 괘념치 마시오. "/슈발츠


다르신 콜(혼돈 악 남성 드워프 파이터 2/ 액스퍼트1)은 시장 구역에서 잘 알려진 거간꾼이며 노예 상인이었다. 그는 그리 쓸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가 호위로 두고 있는 태이 인 마법사(질서 악 인간 남성 위6/ 래드 위저드 Lv 1)와 그의 태이 고램은 일반적인 드로우 엘리트 전사에겐 상당한 도전일 것이었다. 하지만 알비제가 가진 전력으로 상대하기 곤란한 자는 아니었다.


알비제가 자신의 실력을 간보는 것인가 하며 슈발츠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하긴 한번 목숨을 구해 준 정도로 완전한 신용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 드로우 사회가 아닌가. 아무튼 위저드부터 제압하기 위해 준비를 갖추던 중에, 탐색차 알루데시아를 데리고 나간 두르나가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는 슈발츠가 그녀를 돌아보자 눈을 반짝이며 배시시 웃었다.


" 주인님, 제가 오늘 뭘 봤게요? "/두르나


" 음, 7옥타브의 음역을 가진 비홀더 롹커? "/슈발츠


" 롹커?... "/두르나


" 아아, 모르면 됐다. 그나저나 뭘 찾았는데? "/슈발츠


대답대신 두르나는 새카만 가죽 조각 하나를 슈발츠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슈발츠에게 한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 이건... 물옷의 조각이군. 설마? "/슈발츠


" 네, 그 설마에요. 노예 우리에 갇혀 있더라고요. "/두르나


슈발츠는 쓰게 웃었다.


" 그 아가씨도 꽤나 팔자가 험하군. "/슈발츠


" 그러게요. 꼭 플~로 시작하는 누구처럼요. "/두르나


두르나는 슈발츠를 향해 귀엽게 윙크해 보였다.


" 뭐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구해 주긴 해야 겠군. "/슈발츠


" 그리고 침대로! "/두르나


" ...넌 날 노골적인 색마로 보는 거지? "/슈발츠


" 아잉~ 그게 아니라...그... 주인님은 훌륭하시잖아용... 흡!... 흐으응... "/두르나


슈발츠는 몸을 배배 꼬며 [보상]을 바라고 있는 두르나를 끌어당겨 깊은 키스를 했다. 혀가 먹히고, 이어서 내장까지 딸려가 범해진다 싶을 정도로 깊은 키스였다. 숨을 완전히 빨아들여진 두르나는 산소부족도 겹친 행복한 몽롱한 상태로 잠시 흐느적거렸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슈발츠는 따라 숙소를 나섰다.


먼저 방분한 노예 우리엔 역시나, 익숙한 젖어있는 푸른 머리칼을 가진 수생 엘프 여성, 샤이라가 사슬에 묶인 채로 앉아 있었다. 얼핏 봐서는 그녀라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진창이 붙어 더렵혀진 피부 여기저기는 온통 피투성이에,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고, 걸쳐진 물옷은 옷이라기보다는 넝마조각이었다. 비참한 몰골이었지만, 그래도 어쨌건 숨은 붙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슈발츠는 일단 노예 상인부터 처리하기로 하고, 우리 앞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멘조베란잔에도 법은 있다. 그리고 그 법을 어기면 받는 처벌 역시 있다. 불문곡직 쳐들어가서 누군가를 때려죽일수는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르신 콜을 잡을 때도 슈발츠는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사실 이 드워프는 지상에서 어린이를 유괴하고 그 부모로부터는 몸값을 받고도 살해하는 일로 악명이 높은 범죄자였다. 그것을 알아내고 다르신 콜을 잡을 방법을 제공해 준 것은 물론 알비제였다.


" 어서옵... "


슈발츠는 그냥 워터딥의 집행자(일종의 경찰이다)가 가지고 다니는 은제 인장을 보여 주었다. 드워프의 수염 투성이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 그 인장은 여기선 통하지 않아. "/다르신 콜


" 멘조베란잔에 들어기 전에 이미 범인 인도에 대한 허가를 받았지. 돈은 좀 들었지만. 내가 널 두들겨 패고 워터딥까지 데리고 간 후에도 그 개소리가 아가리에서 나올지도 보자꾸나. "/슈발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적대국이나 마찬가지인 워터딥의 [집행자]가 멘조베란잔에 들어올수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당당한 그의 태도에 드워프는 깜박 속아 넘어갔다. 드워프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 해치워 버려! "


사무실의 입구 옆에 세워져 있던 석상의 석회가 후드드득 떨어져 내리면서 실드 가디언이 나타났고, 동시에 투명화 마법을 써서 상인 옆에 서 있던 붉은 로브의 대머리 마법사가 주문을 영창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슈발츠는 텔레파시 지시로 알루데시아에겐 드워프를, 두르나에겐 마법사를 담당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자리에서 뛰어 올라 맨손으로 실드 가디언의 머리를 붙잡고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쿠아앙!...


두꺼운 회칠을 하고 잘 연마시켜 광택이 나게 만든 상점의 바닥 깊숙히 실드 가디언의 머리가 박혀 들어가면서 우그러졌고, 동시에 흙먼지와 돌조각이 피어올랐다. 가게 뒤로 도망치려는 드워프 앞을 붉은 치타가 가로막았고, 주문을 영창하던 마법사는 두르나의 화살에 허벅지를 맞고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 치잇!... "


다르신 콜은 도끼를 꺼내어 알루데시아를 쫒아 보내려 했지만, 간단하게 그녀에게 목을 물려 쓰러졌다. 동맥을 물어 뜯긴 드워프의 목에서 핏줄기가 치솟았다.


크아악!...


치명상을 입은 드워프가 쓰러져서 사지를 벌벌 떠는 동안, 슈발츠는 워터딥의 문장을 갈무리해 넣고 다 죽어 가는 드워프의 옆으로 왔다.


" 너에게 죽은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이것도 경미한 처벌이다만, 어쨋건 지옥으로 잘 가거라. 쓰레기. "


그제사 다르신 콜은 슈발츠가 워터딥의 집행자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드워프의 버르적거림은 점점 줄어들더니, 마침내 완전히 멎었다. 그리고 버르적거림이 멎기도 전에 달려온 경비병 역시 슈발츠의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슈발츠는 칼 끝으로 노예 우리의 열쇠를 다르신 콜의 허리춤에서 걸어 올렸다.


" 이제 저자 소유의 노예는 어떻게 되는 거요? "/슈발츠


" 아마 공용 시장에 팔리겠지. 사고싶은 노예라도 있는가, 지상인? "/경비병.


" 아아, 알비제 씨의 일로 노예들이 좀 필요해서. "/슈발츠


슈발츠는 그러면서 경비병의 손에 몆개의 보석을 슬쩍 쥐어 주었다. 그것을 본 경비병의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로 가치가 있는 호박과 루비였다.


" 알겠다. 필요한 노예들을 데려가도록. "


거래는 완료되었다. 슈발츠는 샤이라가 갇혀 있는 노예 우리로 갔다. 이제보니 그 노예 우리는 다 죽어가는 쓸모 없는 노예들을 가두는 우리였다. 슈발츠는 우리 문을 열고 샤이라를 안아 들고 나왔다.


" 아윽... "


안아올려 질 때, 샤이라는 몸을 움찔거렸다. 험한 고문을 당한 듯 했다. 슈발츠는 두르나에게 명령해서 다른 노예들도 풀어 주고, 알비제의 장원으로 데려가도록 했다.


" 거간꾼을 참으로 화려하게 해치우셨더구려, 게다가 이런 전리품 까지. "


줄줄이 들어오는 노예들을 보며, 알비제는 짖궂게 웃었다. 슈발츠는 그가 슬쩍 내미는 돈주머니를 사양했다.


" 돈은 됐으니, 이들을 지상으로 돌려보냈으면 싶소만. "/슈발츠


" 음...어려울건 없지. 아는 지상인 중계상이 있소. 하지만 싸게 먹히지는 않을 게요. "/알비제


이번엔 슈발츠가 알비제를 향해 짖궂게 웃어 보였다. 그와 눈이 마주친 알비제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어께를 으쓱 해 보였다.


슈발츠는 샤이라를 자신의 숙소로 데리고 갔다. 그녀의 몸에 채워져 있는 쇠사슬들을 완전히 풀어낸 후 침대에 눕히고 요양시키기 위해서였다. 두르나가 놋쇠로 만들어진 대야에 더운물과 수건을 준비해 오는 동안, 알루데시아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샤이라의 몸에 붙어 있는 넝마 조각들을 떼어냈다. 피딱지와 고름과 진흙이 엉겨붙은 그것은 본래의 검은 물옷의 형상을 거의 잃고 있었다.


" 끄으응~ "/알루데시아


" 으윽... "/샤이라


드러난 상처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광경을 보며, 슈발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슈발츠가 직접 나서서 작은 손칼로 썩은 살을 잘라내고 구더기를 떨어뜨리는 동안 두르나가 도착했다. 곧바로 치료에 착수했다. 더운 물로 적신 수건으로 샤이라의 몸을 닦아 주고 상처에 구급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나니, 수생 엘프라기보다는 무슨 미이라 같은 형상이 되었다. 붕대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귀만이 그녀가 엘프임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그러고 나서 두르나가 힐링 포션과 약초 달인 물을 먹여 주고 나자 괴로운 신음소리가 그치고 고른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조금만 더 늦었다면 죽었겠군. "/슈발츠


" 운이 좋네요. 그나저나 언더다크엔 또 어떻게 온건지... "/두르나


그제사 슈발츠는 편하게 소파에 앉아 노예 상인으로부터 가져온 장부를 검토해보기 시작했다. 샤이라에 대한 기록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가 그 안에서 몆개의 이름을 찾아냈을 무렵, 샤이라가 정신을 차렸다. 정친을 차렸다고 해 봐야 고열 속에서 흐릿한 정신이 돌아온 정도였지만.


" 우... 우우... "/샤이라


" 음, 정신이 드나? "/슈발츠


샤이라가 입술을 달싹거리는 것을 본 두르나가 그녀의 고개를 받치고 물을 한모금 먹여 주자, 그제사 몆먼이나 기침을 한 끝에 샤이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 아... 당신은?... "/샤이라


" 지금은 변장중이지만, 슈발츠다. 두르나는 기억나겠지? "/슈발츠


그제사 두르나의 얼굴을 본 샤이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 여긴... "/샤이라


" 아직 멘조베란잔 한가운데지. 그보다 본래 부족으로 돌아갔어야 하는 그대가 왜 여기 있는 것인가? "/슈발츠


" 주인님,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할 계제가... "/두르나


두르나의 말대로였다. 샤이라는 피곤하다는 듯이 눈을 감더니,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슈발츠도 환자를 급하게 추궁해 찜찜한 기분이 들어 그만두었다. 다시 그가 소파에 앉았을 무렵, 정중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루데시아가 치타로 변하는 동안, 두르나가 문을 열었다. 밖에 서 있는 것은 알비제의 노예 중 한명이었다.


" 주인께서 부르십니다. "


알비제는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막 슈발츠가 데려온 노예들에 대한 [신분 정리 작업]이 끝난 참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서기가 서류를 들고 나가는 동안 그 내용을 슬쩍 훔쳐볼 수 있었다.


" 날 찾았다고 들었소만. "/슈발츠


" 아, 이분이 당신께 꼭 전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말이오. "/알비제


알비제의 탁자 앞에 아까 구출해 준 노예 중 한명이 서 있었다. 그는 야위고 남루한 차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이 죽지 않은 지상인 남자였다. 기골도 강건해 보이는 것이 무예를 직업으로 삼았던 모양이었다.


" 그럼 난 자리를 피해 드리겠소. "


알비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간 후 슈발츠의 뒤에서 문이 소리없이 닫겼다. 그제사 그 남자는 슈발츠를 분명하게 바라보았다.


" 날 아시오? "/슈발츠


" 알고 있소. 당신의 이름과 정체를. 지금은 인간이지만, 당신 인간은 아니지. "/남자


슈발츠는 내심 뜨끔했다. 어쨌든 이곳은 사실 적지 한가운데나 다름 없다. 정체를 들키면 단순한 소동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슈발츠가 급히 경계심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도 남자는 빙글거리며 웃었다.


" 걱정마시오, 그걸 밝히려고 당신을 만나고자 했던건 아니니까. "/남자


돌연히 남자는 알비제의 탁자 위에 있던 펜을 들고 그 금속 촉을 써서 자신의 배를 찔렀다. 피가 몆방울 튀었지만 그는 눈썹을 한번 꿈틀거렸을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슈발츠가 보고 있는 동안 상처를 손가락으로 벌린 그 남자는 자신의 배의 살가죽과 근육 사이의 작은 공간에서 크기가 손가락 끝마디 만한 금속 구체를 꺼내었다.


" 이걸 받으시오. "


" 이게 뭔데 받으라는 거요? "


슈발츠가 구체를 받아 들자 그때까지 무뚝뚝하던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 당신이 자비심을 보였기 때문에 받는 복이요... 그림자가 만드는 어둠에 둘러싸였을 때, 이것이 빛이 되어 줄거요. 그대에게 울부짖는 신의 축복이 있기를.  "


남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그제사 슈발츠는 그가 일마터의 신도인 것을 알았다. 손 안의 금속 구체를 내려다보자 그것은 어느새 피가 말끔히 지워지고 은은한 금색 광채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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롹은 진리입니다. 심지어 포렐에서도 통하죠. +_+)b+

 

참고로 세계관이 다른 그레이호크에서의 최강자중 한분이신 대마법사, 모넨카이난 옹은 피라미드 모양의 공중 요새를 가지고 계신데, 거기 최하층에 자기만의 전용 영화관을 가지고 계시다지요. 즐겨보시는 영화는 [바람과 함게 사라지다]라던가...

 

또한 엘민옹은 포가튼 렐름 세계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식물인 [담배]를 어디선가 입수해가지고(파이프까지) 줄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애연가지요.

 

이래저래 괴물 마법사들은 어딘가에서 무언가 구해오는 일에 매우 능숙하신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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