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4_9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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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4_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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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구에 침입자다! "


비상벨이 울리며, 그림자에 숨어든 슈발츠의 옆으로 기스양키와 슬라드 경비들이 언데드 똘마니들을 대동하고 몆번이나 지나갔다. 그 숫자와 빈도는 슈발츠의 예상 범위 내에 있었지만, 그래도 두르나 일행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며, 슈발츠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물론 단순히 숨어들기만 한게 아니라, 혼자 따로 떨어진 경비는 보이는 족족 쳐죽이고, 빈 방에는 보이는 족족 불붙은 기름병을 선사해 가면서다. 그 파괴 공작 덕에 두르나 일행 쪽으로 몰려가던 경비들은 등뒤에서 일어난 원인 불명의 화재를 진압하느라 또 분산되고 혼란해졌다.


슈발츠가 지휘관으로써 훌륭한 점은, 결코 부하들을 [쓸데없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리는 말은 버린다. 하지만 살릴 수 있는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살린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궁리와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뛰어난 지휘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만 했다.


이번 행동에서도 양동작전과 파괴공작은 그런 효과를 올리고 있었다. 여차직하면 드레드 나이트는 버릴 수 있었지만,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그럴 수 없다. 경비병이 모여서 우왕좌왕 하는 동안, 슈발츠의 텔레파시 지시를 받은 두르나는 아직 불이 옮겨붙지 않는 배로 건너가 그것을 출항시켰고 그대로 모든 경비들의 주의를 집중시킨 채로 다가온 나머지 경비선들과 아스트랄 차원의 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비선인 차원선을 다루는 법은 기스양키들이 단연 우위지만 두르나 일행은 무력에서 압도적이다. 거기에 연신 화광이 치솟은 항구에서 한뼘만큼만 떨어진 채로 벌이는 싸움이라 배의 활용능력은 거의 의미가 없었다. 벌떼같이 달려든 나머지 순찰선들 사이를 건너다니며 벌이는 그녀 일행의 싸움은 슈발츠가 바라는 그대로의 지연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요새의 가장 중심부로 향하면서, 슈발츠는 점점 데미리치의 성구함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깊은 곳의 경비병들은 거의 모두가 강력한 언데드였고, 요새 상부의 소란에도 상관없이 자신이 담당한 구역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아마도 슌 7세의 시야에 직접 들어올 것이다. 슈발츠는 되도록이면 언데드 경비들을 파괴하지 않고 몰래 지나갔고 마침내 목적하는 곳에 당도할 수 있었다.


데미리치의 성구함을 지키는 것은 먹지도  잠들지도 않는 골렘들이었다. 그것도 보통의 고렘이 아니라 사피아가 쓰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제조된 미스릴 고렘이 뼈로 된 좌대 위에 안치된 성구함의 좌우로 두 기가 도열해 있었다. 아마도 고렘 말고도 매복한 경비가 더 있을 것이다. 또한 성구함의 주변으로 비슷한 좌대 위에 몆가지 마법 물품들이 올려져 있었고, 투명체를 포함한 허가받지 않은 침입자를 자동으로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결계가 보였다. 아마 결계가 작동되는 순간 미스릴 고렘들과 주변의 모든 언데드들이 이쪽으로 달려올 것이다.


슌 7세에겐 무척 불행한 일이었지만, 슈발츠는 리치의 성구함에 자기 발로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진천을 소환했고, 그것을 성구함을 향해 던졌다.


콰직!...


삐이이이- 삐이이이-


날아간 칼은 경보를 울리지 않았다. 리치의 성구함을 박살내기 전까지는. 그리고 경보가 울리자 마자 미스릴 고렘들이 반응한 것은 슈발츠가 아니라 진천이었다. 그리고 그 칼은 구조체의 감각엔 인지되지 않는다. 고렘들이 어리둥절한 상태에 빠진 동안, 그는 성구함 실에도 화염병을 던져넣고 자리를 떴다. 슌 7세가 돌아올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 타이밍 늦게 소환 주문들이 작동하며 언데드 수호자들이 소환되었지만, 그들을 맞은 것은 이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는 불길들이었다.


두르나 일행의 침입을 보고받고 그녀들을 제압하기 위해 정신을 팔던 슌 7세는 성구함이 파괴되면서 자신의 아이템들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돌연한 충격에 놀란 데미리치가 자신의 성구함을 파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성구함을 보관해 둔 석실에 텔레포트해 왓을 때는 이미 범인은 떠난 후였고, 언데드들과 미스릴 고렘들이 충천하는 화염을 피할 생각도 못한 채 바보같이 우왕좌왕 하는 중이었다.


슌 7세는 이를 갈면서 자신의 물품을 회수하고 침입자를 찾기 위해 고렘과 언데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항구에 있는 [잔챙이들]처리하기 위해 원격으로 살 거인을 출격시켰다.


" 그르아아아아아!... 그르르으으으.... "


살 거인으로부터 흘러나온 괴성이 성 전체에 울렸다. 그리고 그 거인의 출격은 슈발츠가 바라는 바였다. 미리 언질을 준 대로 두르나는 품 안에서 스자스 탐이 제공한 롯드를 꺼내 들어 살 거인의 머리 부분을 조준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슈발츠는 하나의 텔레파시를 들었다.


[너는 칼라드네이를 죽일 셈인가?]


놀란 슈발츠가 텔레파시가 보내진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곧이어 다음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살 거인을 조사해 보라]


슈발츠는 급히 텔레파시 지령을 내려 두르나를 멈추고, 자신이 직접 순간이동을 해서 두르나 옆에 나타났다.


" 주인님? "


" 롯드를 다오! "


두르나는 두말없이 슈발츠가 시키는 대로 롯드를 건네었다. 슈발츠는 그것을 들고 살 거인의 머리 쪽으로 날아갔다. 살 거인은 일종의 영혼의 항아리처럼 작동해 조종하는 영혼을 담는다, 텔레파시가 진실이건 거짓이건, 그것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구함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데미리치가 날아와 사악한 마법을 날려왔다.


" 크윽!... "


" 기다렸다. 건방진 녀석... "


슌 7세는 아주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안에는 살기가 들어 있었다. 그 데미리치로부터 순수한 힘의 칼날이 날아와 슈발츠의 피부를 찢었다. 게다가 단순히 찢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몸 속 깊숙히 타격을 전달했다. 극도의 고통을 느끼며 슈발츠는 공중에서 주춤거렸다.


" 죽어라. 다른 놈들처럼. "


슌 7세가 영혼을 흡수하기 위해 슈발츠의 눈앞으로 날아올라 왔다. 단숨에 최고의 기술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거대한 에메랄드가 박힌 그 해골의 눈이 번쩍이며 입이 크게 벌어졌다. 듣기만 해도 혼백이 날아가는 데미리치의 끔찍한 비명이 아스트랄 차원에 울려 퍼졌다.


" 응?... "


하지만 어쩐 일인지 슌 7세의 영혼 흡수 공격은 듣지 않았다. 대신 슈발츠의 전신이 푸른 주화로 감싸져 타올랐을 뿐. 데미리치가 잠깐 당황하는 동안, 그는 부상을 회복하고 데미리치의 해골을 손아귀에 붙잡았다.


" 어쩐지 내 차례인듯 하군. "


우지직!...


호박으로 만들어진 턱뼈에 금이 갔다. 슌 7세는 필사적으로 발광을 했지만, 슈발츠의 완력은 신적이라 일단 붙잡히면 벗어날 길은 없었다. 거기에 그의 몸 주변의 결계도 이 데미리치의 의지적 순간이동을 차단하고 있었다. 붙잡힌 손 안에서 요동을 치는 호박 해골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사악한 마법이 연사되고 검은 빛이 폭발하는 등 음에너지의 파동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어지간한 자였으면 즉사했을법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데미리치를 붙잡은 손에서 은빛으로 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뭉텅이로 살덩어리가 떨어져 나가고,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슈발츠는 결코 붙잡은 손을 놓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데미리치가 [외우고]있는 마법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법을 무분별하게 난사한 데다 슈발츠가 빨아들이기 시작한 탓도 있어서, 단기간에 데미리치의 마법은 소진되었다. 푸른 주화가 활활 타오르며 슈발츠의 상처를 복구하는 동안, 손 안의 데미리치를 옥죄는 힘은 더더욱 강해졌다.


" 끄아아악!... 아, 안돼!... "


머리뼈에 금이 가면서 슌 7세의 비명이 들렸다. 그는 성구함이 파괴되고 이제 머리뼈에 붙어 있는 영혼 보석까지 통째로 슈발츠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호박으로 된 해골 머리야 금새 복구된다지만, 영혼 보석까지 파괴당하면 그는 정말로 죽는다. 슌 7세는 지금까지 삶과 죽음에 초연해 했던 위대한 네크로맨서였지만, 결국 그도 살고 싶은 마음에 다급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다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 저 바보...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군. "


돌아본 곳, 거대한 살 거인의 머리 위에 선 한 청년이 슈발츠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는 창백한 인상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인상적으로 화려한 귀족의 복색으로 감싸고 있었으며, 날이 검은 장검을 들고 이쪽을 향해 여유롭게 웃어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슈발츠의 머릿속에서 울리던 날카로운 음성과 같았다. 어딘가 익숙하고, 또 위험했다. 슈발츠는 데미리치를 쥐어짜던 힘을 늦추지 않은 채로 새로운 [적]의 반응을 살폈다.


" 사... 살려줘!... "


슌 7세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청년은 코웃음을 쳤다.


" 내가 미리 경고했을 텐데. 그 경고를 무시하고 달려든 바보를 구할 의리 따위는 없어. "/청년


" 케에엑!!!... 안돼에에에!!.... "/슌 7세


퍼석!...


그야말로 돌 부서지는 소리와 함게, 슌 7세의 해골은 가루로 흩어졌다. 슈발츠가 그의 마지막 영혼 보석까지 착실히 가루를 내고 나서 손을 터는 동안, 청년은 가벼운 박수를 쳤다.


" 좋아, 내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군. 그래야지. "/청년


" ... 귀하는 누구인가? "/슈발츠


[귀하]라는 단어에 청년의 눈섭이 살짝 올라갔지만, 이내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 글쎄, 이 모습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우려나. 그럼 이러면 어떤가? "


청년은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어 백발에 붉은 눈을 가진 창백한 노인의 모습을 취했다. 그것을 본 슈발츠의 염두에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 거짓말의 군주이자 검은 태양이시군. 아마도 그 아바타겠지. "


그러자 노인은 다시 청년으로 돌아와 빙긋이 미소지었다.


" 그 말에 담긴 무분별이 나를 상처입히는군. 난 그놈 같은 허접쓰레기가 아니야, 이 아스트랄 차원의 절대적이고 위대한 지배자지. 그리고 곧 모든 차원에서도 그렇게 될 것이고. "


슈발츠가 보기에, 상대는 시어릭의 아바타가 맞았다. 하지만 또한 뭔가 틀렸다. 그리고 그가 모르는 사정은 아래와 같다.


처음 신격으로 등극할 당시부터 전 우주적으로 찌질이 인증을 제대로 한 시어릭은 전설적인 뻘짓을 저지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걸작은 [모든 필멸자가 자신을 숭배한다면 자신이 지고의 유일신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린샤드(Cyrinishad)라는 아티팩트를 창조했다. 그것은 두꺼운 책으로, 그 책은 읽은자가 신격이든 필멸자든 관계 없이 극도의 광기에 빠트리고 시어릭의 열광적인 추종자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만든 직후 시어릭은 이제 모든 세상이 자기것인양 득의양양했지만, [실수로] 자기가 그것을 읽었다. 그리고  본래부터 찌질이였던 시어릭은 그때 제대로 미쳤다.


그때 제대로 미쳐서 내린 신탁에 의해 초래된 시어릭 교단의 내분은 지금도 수습이 안될 정도다. 그 외에도 수많은 제살 깎아먹는 짓을 한 끝에, 결국 시어릭은 [미쳐서 뻘짓조차 제대로 못한다]는 죄목으로 신들의 법정에 고소당했다. 그 자신의 쵸즌인 말릭(Malik 혼돈 악 인간 시어릭의 클레릭 15/ 로그 3/ 어새신 1)의 활약으로 제정신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 심히 신격의 자리에 있기에도 애로사항이 꽃피었을 것이다(그리고 세상은 좀 더 나아졌을 것이다).


슈발츠의 눈앞에 서 있는 시어릭의 [아바타]도 그때 창조된 것으로, 세계 정복의 제일보를 위해 모든 차원간의 통로인 아스트랄 차원을 [접수]하기 위해 보내진 것이었다. 그리고 시어릭이 제정신(?)을 차린 찌질이로 돌아가게 되면서 광기에 빠져 있던 상태에서 창조되었던 이 아바타는 그만 잊혀졌던 것이다.


당시에 이미 [정복]은 상당부분 진척되어 있었다. 작은 기스양키의 도시 하나를 통째로 탈취해 자신의 발아래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 본체가 가진 신성한 힘과의 연결이 끊어져 버렸다. 이 아바타는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필멸자들(이 경우는 기스양키)의 생명력을 대량으로 흡수했고, 시어릭이 미쳤던 시절의 광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아스트랄 계에 어느 정도 동화된 채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상태의 [아바타]는 신격으로써의 힘은 거의 갖지 못했지만, 그 대신 극도로 사악한 음에너지의 집합체이며, 또한 시어릭의 다른 모든 능력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적수다.


슈발츠는 바로 이 미쳐 있던 당시에 제작된 [도구] 중 하나였다. 때문에 일찍부터 이 아바타의 시야에 들어와 있었다. 또 하나의 도구였던 나일즈는 아바타가 직접 [제작]했지만 역시나 신성을 잃어버린 불완전한 힘으로는 완성하기 불가능했던 일종의 미완성품이었고, 그를 시어릭으로 착각하고 섬겼다.


물론 칼라드네이의 죽음 직후에 그녀의 영혼을 훔쳐 내었던 것도 이 아바타의 사주를 받은 아르바이트 데몬들이었다. 지금 발 아래의 살 거인의 조종자로 속박되어 있는 것은 그녀다. 또한 그는 그는 아스트랄 계로 도망쳐온 슌7세에게 슈발츠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를 슈발츠를 낚기 위한 미끼로 삼았다.


그리고 마침내 아바타의 [적의]는 지금 슈발츠에게로 향하려 하고 있었다.


주인을 잃은 살 거인이 통제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날뛰며 해골 요새를 부수는 동안, 슈발츠와 가짜 시어릭은 한동안 허공에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대치했다. 슈발츠는 자세한 사정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의 눈앞에 떠 있는 이 [아바타]가 그 주인인 시어릭과의 연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싫든 좋든, 이 녀석이 이곳에서 살아 나가면 음모가 계속될 것이다. 슈발츠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슈발츠가 살 거인에게 시선을 돌리자, 시어릭의 아바타가 그를 보며 이죽거렸다.


" 살 거인을 파괴하면 너는 칼라드네이를 잃는다. "/시어릭의 아바타


" ... 그러나 파괴하지 않으면 내가 파멸하겠지. "/슈발츠


아바타는 칼라드네이의 영혼을 인질로 잡은 상태라면 슈발츠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오판하고 있었던 것이다. 슈발츠와 그의 노예들과의 관계를.


" 으어어어어!... "


살 거인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본 슈발츠는 원을 그리며 날아서 피했다. 그것은 명백하게 광란 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그는 재빨리 그 살 거인 내부에 묻혀 있을 영혼의 항아리를 찾아 냈다. 그것은 짐작대로 머리 부분에 설치되어 있었다. 시어릭의 아바타가 슈발츠를 어떻게 가지고 놀까 궁리하는 동안, 그는 잠자코 듣고 있는 척 하며 살 거인의 내부에 묶여 있는 칼라드네이의 영혼을 향해 텔레파시 연결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칼라드네이. 주인이다. 내 말이 들리나?]


몆번이나 강한 텔레파시로 연결을 시도하고 나서야(그리고 그 와중에도 몆번이나 살 거인의 육중한 주먹이 슈발츠의 면전에서 왓다갔다 하고 나서야), 슈발츠의 텔레파시가 영혼의 항아리 내부에 닿았다.


[아아아아... 아?... 주인...님?]


시어릭의 아바타에게 속박당한 후 장난감 취급을 받으며 반쯤은 미쳐버렸었던 칼라드네이의 영혼은 다행히도 슈발츠를 기억해 내었다. 영혼 깊숙히 새겨진 그녀의 복종의 맹세와 텔레파시 연결은, 심지어 죽은 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텔레파시 연결을 복구하러 시도한 슈발츠의 힘이 신격을 넘볼 정도로 강해진 탓도 있었다.


[구해 줄테니 날 도와라.]


[네... 무엇이라도 주인님 뜻대로... ]


슈발츠의 지시에 따라, 칼라드네이가 조종하는 살 거인은 그를 공격하는 체 하면서 더더욱 열심히 해골 요새를 부수기 시작했다. 살 거인의 통제권을 그가 가져가는 중인지도 모른 채, 시어릭의 아바타는 다음 행동을 개시했다. 슈발츠의 에너지를 빼앗아 자기 것을 삼을 생각으로 그에게 음 에너지로 가득 찬 광선을 쏘아 냈던 것이다.


일종의 기습이었고, 손가락 끝에서 소리도 없이 쏘아진 그 광선은 신성한 힘의 파편을 담고 있어서 슈발츠의 광선 반사 능력이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 황망한 순간에도 그는 빈틈을 보이지 않고 손 안에서 진천을 꺼내어 그 광선을 맞받아쳤다. 방향을 바꾸어 날아가던 광선이 사라지면서, 시어릭의 아바타는 곧바로 다음 공세로 들어갔다. 슈발츠 앞으로 순간이동을 해온 후 다짜고짜 검을 휘두른 것이다.


챙!... 카캉!...


흐흐흐흐흐....


환도와 장검이 부딛치며 강력한 마력이 충돌하는 것이 분명한 섬광이 터져나왔다. 아바타가 들고 있는 검은 장검의 날로부터 소름끼치는 흐느낌 소리가 흘러나왔다.


" [절대자] 치곤 교양없는 싸움 방식을 택하는군. "/슈발츠


" 가끔은 이렇게 직접 몸을 움직여 줘야지 솜씨가 녹슬지 않는다구. "/시어릭의 아바타


시어릭의 아바타는 필멸자 시절의 시어릭의 솜씨 그대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순간이동 능력을 십분 활용해 갑자기 사각에서 나타나는 공격법을 즐겼다. 확실히 전사의 싸움 방식은 아니다. 물론 제삼자가 보기엔 충분히 초월적인 공세였지만, 거기엔 신성한 힘이 결여되어 있어 예전에 샥스의 노도같은 공세에 비한다면 어린애 장난같은 수준이었다.


그 비둘기 마왕과도 검술로는 호각을 이루었던 슈발츠다. 방어는 그리 어려울것이 없었지만, 슈발츠는 짐짓 공격을 간신히 막는 척 하며 허세를 부렸다. 상대는 신격의 아바타인 만큼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 와우킨만 보아도 맨손으로 자신을 압도하지 않았던가.


" 하하하핫! 그게 뭔가, 꼭 꼬리가 잘리기 직전의 도마뱀 같군. "


제법 오랫동안 검투가 이어지면서, 결국 슈발츠는 이 아바타에게는 신성한 힘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순간이동을 이용한 사각에서의 공격이 제법 귀찮고, 연속으로 날아오는 주문 유사능력들이 제법 까다롭지만, 순수한 전투능력 만으로 본다면 나일즈보다 못한 상대였다. 하지만 슈발츠의 필사적인 방어를 뚫지 못하면서도, 내내 우세를 점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시어릭의 아바타는 슈발츠가 자신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전투가 치열해지는 동안, 해골 요새의 대부분을 파괴해버린 살 거인이 마침내 이쪽으로 돌아섰다.


" 하하하핫! 마지막은 정신을 잃은 너의 [애인]이 장식하도록 해 주지! "


시어릭의 아바타는 슈발츠를 살 거인 쪽으로 밀어부쳤다. 그리고 슈발츠도 짐짓 어쩔 수 없이 쫒기는 척 하며 시어릭의 아바타를 살 거인의 공격 범위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때다, 칼라드네이!]


[네, 주인님.]


거대한 살덩이의 손이 슈발츠를 노리듯이 날아왔고, 다음 순간 그 손바닥은 시어릭의 아바타의 눈앞에 있었다.


퍼억!...


아바타는 피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살거인의 손바닥에 맞았다. 시어릭의 아바타를 감싸고 있던 검은 영기가, 같은 검은 영기 덩어리인 살 거인에게 듣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치 거대한 파리채에 맞은 파리 처럼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진 시어릭의 아바타는 무기까지 놓친 채 살 거인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거인(칼라드네이)은 손아귀에 들어온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왔던 상대다. 원한이 담긴 쥐어 짜기가 발동했다.


우두두둑...


" 끄아악!... "


쥐어진 살 거인의 주먹 안에서, 아바타의 전신의 뼈가 수수깡마냥 부러졌다. 단속적인 비명과 각혈이 이어진 후, 시어릭의 아바타는 비로소 슈발츠를 다시 볼 수 있었다.


" 그래, 누가 뭘 어쨌다고? "/슈발츠


" 그... 그으윽... 이럴수가... 네놈이... 어떻게?... "/시어릭의 아바타


" 말했지 않느냐. 내가 있고서야 노예가 있는 것이지, 노예 때문에 손해를 봐서는 내가 수지타산이 맞겠냐고. "


시어릭의 아바타는 멀쩡했다면 [그런말을 한 적은 없다] 라고 한마디 했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슈발츠는 살 거인의 어께에서 미끄러지듯이 비행해 내려가 그 손아귀에 잡힌 아바타 앞에 섰다. 모가지만 밖으로 내밀어져 있는 그 아바타의 피투성이 모습을 내려다보며, 진짜 시어릭이었다면 지금쯤 자신이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시어릭의 아바타의 머리를 짚었다.


" 으...무슨 짓을... 으아아악!...끄아악!!... "


비명과 함께, 시어릭의 아바타의 [주문]일체가 슈발츠를 향해 빨려 나갔다. 거기에 굉장한 정신적인 고통을 초래하고 있었다. 슈발츠는 그대로 손을 짚은 채로, 시어릭의 아바타에게 자기가 알고 싶은 바를 질문했다.


" 너와 [본체]사이에 연결이 있나? "


" 그아악... 아, 아니... "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에 시어릭의 아바타는 놀랐다. 그것은 슈발츠에게 새로이 생긴 심문 기술이었다. 그가 상대방의 마법 능력을 빨아들이는 동안에 하는 질문은 대답을 회피할 수도 없고, 절대로 진실만을 말하도록 강제당한다. 마법적인 변화에 의해 원래부터 가졌던 그의 고유 능력이, 샥스로부터 시원자의 신성을 획득하면서 더욱 더 극적이고 강력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슈발츠는 [이럴 것이다]정도의 막연한 느낌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어릭의 아바타에 대한 심문으로 그 느낌이 확실해졌다. 이제 그는 신조차 심문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을 빨아내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알고 싶은 비밀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을 얻었다.


시어릭과 아바타와의 연결 문제, 그가 정보를 얻는 방법, 그 이외의 [실험체]가 있는지의 여부와 그 소재 등등... 알고싶은 질문꺼리는 많았다. 그리고 슈발츠가 듣고 싶었던 대답들을 거의 다 얻었을 무렵엔, 시어릭의 아바타의 정신은 너덜너덜 망가져 있었다. 슈발츠는 그의 마법적인 능력 뿐 아니라 지성까지 송두리째 빨아들였던 것이다.


" 아... 아히히... 이... "


스걱...


슈발츠의 발 끝에서 튀어 나온 실버 소드가 시어릭의 아바타의 목을 날려버리는 동안에도, 그 아바타는 망가진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
.
.


슈발츠는 자신이 가진 신적인 권능으로 칼라드네이의 영혼과 살 거인의 연결을 분리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영혼에 가해진 시어릭의 오염을 청소했다. 조종하는 영혼과 완전히 분리되자, 살 거인은 서서히 형체를 잃고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그는 미리 약속했던 바 대로 롯드를 사용해 스자스 탐의 군대가 아스트랄 계로 전송되어 오도록 차원문을 열었다.


그 차원문을 통해 꾸역꾸역 쏟아져 들어오는 언데드 군단들이 슌 7세의 해골 요새를 새까맣게 뒤덮으며 잔당을 정리하는 동안, 슈발츠는 두르나들과 함게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 갔다.


작은 구슬같은 용기(?)에 담긴 칼라드네이의 영혼은 그녀의 시신이 엄숙하게 보존되어 있는 영묘까지 옮겨졌다. 모든 노예들이 슈발츠의 귀환과 칼라드네이의 영혼의 구출 소식을 듣고 급히 귀환했고, 영묘 앞에 모였다. 정지 주문이 풀린 젤라노라도 그 일행에 섞여 있었다.


" 그럼... "


칼라드네이의 영혼을 소중하게 손에 들고 있던 두르나는 슈발츠에게 허락을 구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영혼을 칼라드네이의 시신의 입을 벌리고 그 안으로 밀어넣었다.


" ... "


모든 노예들이 긴장과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동안. 그것은 아주 잠시 동안의 정적이엇지만 충분히 오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끝났을 때, 칼라드네이는 눈을 떴다.


" 아아, 칼라드네이!... "


가장 가까이 있던 두르나가 칼라드네이를 열광적으로 끌어안았고, 다른 노예들, 특히 플로라도 그 폭풍 포옹의 대열에 동참했다. 다른 노예들도 감격의 도가니탕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어비스까지 다녀왔던 슈발츠도 감개가 무량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오버질은 하지 않는 근엄한 주인의 체통을 지켰다.


" 감사합니다 주인님... 좀 오래 쉬엇네요. 다녀왔습니다. "


칼라드네이는 두르나를 비롯한 다른 노예들과 회포를 풀기에 앞서 슈발츠에게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물론 단순히 쉰 것은 아니다, 심판의 도시 앞에서 데몬들에 의해 납치 당하고, 아스트랄 차원으로 끌려가 시어릭의 아바타에게 갖은 모욕과 수모와 능욕을 당한 끝에 유령이 되어 살 거인에게 속박당했었다. 거기서 슈발츠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성불당해 소멸했을 것이다.


" 살아났어, 살아났다고!... "


약간 휘청거리면서 일어선 칼라드네이를 부축한 두르나는 그녀를 다시 한번 꼭 껴안아준 후, 슈발츠의 허락을 받고 자신의 침실로 데려가 뉘였다. 오랫동안 죽은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칼라드네이의 몸과 영혼의 연결은 아직 느슨했고, 그것은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당분간은 정양할 필요가 있었다. 노예들 끼리 [자주적으로] 그녀를 돌볼 순서를 정하는 동안, 슈발츠는 침대에 누운 칼라드네이의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칼라드네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 손가락에 자신의 뺨을 부볐다.


" 아아... 주인님. 다시 살아난다는건...좋네요. "


슈발츠가 고개를 끄덕여 주자, 칼라드네이는 그의 손가락에 얼굴을 부비던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아직 그녀의 뺨은 차가웠다.

 

-후기-

 

네, 드디어 파트 4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칼라드네이가 복귀했습니다.  이로써 슈발츠 상단의 수익이 좀더 오를것이라고 예상되오니 주식을 미리 사두시는게...(맞는다)

 

 재미가 있으셨는지 어떤지 몰라 조마조마 합니다.

 

이제 남은 파트 5도 천천히 써야 겠지요. 그놈의 문명을 일단 그만두...(문명 아이콘을 본능적으로 더블클릭 하고 있는 알)

 

아직 와우킨도, 미스트라 스폰 자매도 해결나지 않았습니다. (M의 신인)일마터씨에게 잠깐 신세진 것도 갚아야지요. 슈발츠는 파트 5에서 정말 괴로울듯 합니다.

 

이번 화에서 가장 이득을 본건 물론 스자스 탐 씨입니다. 슈발츠를 이용해 해골요새를 털었으니까요. 다음 파트에선 더더욱 활약하실듯.

 

추신 : 4부는 파트 5로 끝나지만, 다시 5부도 계획에 있어요. 우히히힛. 지겨워서 보기 싫으실때까지 우려먹을수 있다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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