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4_7편.
" 이걸로 끝인가? "/슈발츠
" 하아하아... 그런것 같네요. 주인님. "/두르나
한참을 더 전투를 거친 후, 슈발츠는 피바다 위에 서 있었다. 수백의 웨어울프들의 찢겨지고 부서진 시체가 그의 주변에 널려 쌓여서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자신도 전신이 웨어울프의 피로 끈적하게 뒤덮여 생전 처음으로 은색이 아니게 보일 지경이었다.
기력은 좀 소모했지만, 별로 상처 같은 것은 입지 않았다. 이미 마왕을 둘이나 상대해 보고, 그중에 하나는 직접 쓰러뜨려 그 힘까지 물려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슈발츠다. 필멸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자들에게는 쉐도우 웨어울프 한마리도 사신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길가에 지나다니는 강아지만도 못한 위협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많다보면 기운을 뺄 정도는 되긴 하지만, 그래도 위협이라 보긴 어렵다.
다만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슈발츠의 지시로 동굴 입구 까지 물러나 수비로 일관했는데, 그래도 그녀들이 상대한 웨어울프만 해도 수십이 넘었다. 슈발츠가 멀쩡해 보이는 반면에 아니기에 그녀들은 상처 투성이였다.
" 끄응... "
두르나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회복 물약을 꺼내 마시고는, 옆에서 낑낑대며 상처를 핥고 있는 알루데시아에게도 먹였다. 라이칸스로프 병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 울프스베인 약초 잎도 입에 넣고 씹었다. 슈발츠는 물약을 마시는 대신 푸르게 빛나는 회복의 주화로 자신의 전신을 감싸는 중이었다. 그리고 물약을 마시고 난 두르나가 기운을 차리고 일어서는데, 슈발츠 쪽에서 보내 진 따듯한 기운이 그녀들을 감쌌다. 자신의 회복이 끝난 슈발츠가 그녀들 쪽으로 회복의 손길을 돌린 것이었다. 새삼 두르나는 슈발츠를 주인으로 모시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슈발츠는 주화를 일으켜 그녀들의 상처를 돌봐 주면서, 어둠 속으로 시선을 옮겼다. 진실의 시야 주문에 의해 드러난 그 어둠 속은 아래쪽과 마찬가지도 거대한 도시의 폐허였고, 쉐도우 드래곤의 흔적은 그 안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아마도 유인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치지 않을 수 없는 난관이었다.
" 이제 괜찮아요 주인님. "
마침내 상처 치료가 거의 끝나고 원기도 다 회복한 두르나는 슈발츠 옆으로 가서 섰다. 바닥이 온통 끈적한 웨어울프의 피로 적셔져 있어서 미끄러웠다.
" 다시 싸울 준비는 됏나? "/슈발츠
" 네 주인님! "/두르나
두르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루데시아도 슈발츠 옆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슈발츠는 노예들에게 적당히 거리를 떨어뜨린 채 따라오라고 지시한 후, 앞장서서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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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스트리엘은 막 언더다크에서 돌아온 모험자들을 접견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동생인 스톰의 소식을 수소문하기 위해(그리고 가능하면 찾아 오기 위해) 보낸 모험자 일행이었다.
" 지금 돌아왔습니다. "
일행 중 리더격인 전사가 알루스트리엘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해 보였다. 그는 아직도 핏자국이 묻은 갑옷 차림 그대로였는데, 언더다크에서 돌아오자 마자 알루스트리엘에게 보고를 하러 달려온 듯한 모양새였다. 비밀 접견이었기 때문에 알루스트리엘도 모험자 일행도 평소 차림새 그대로 성 밖의 밀실에서 만나는 것이다. 모험자들은 무장도 풀지 않은 상태였다.
" 그래 찾아낸 것이 있는지요? "
알루스트리엘은 인사도 받는 둥 마는둥 심불의 소식부터 물었다. 전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알루스트리엘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한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칼을 뽑아들어 그녀의 배를 찔렀다. 그녀가 빠른 반사신경으로 급소를 피하지 않았다면 즉사했을 만한 공격이었다.
" 아악! 이게 무슨... "
칼날은 알루스트리엘의 배를 관통하는 대신, 그녀의 옆구리를 길게 베어내는 상처를 입혔다. 그와 동시에 모험자 일행의 마법사가 영창을 개시했다.
나머지 모험자 일행들은 모두 알루스트리엘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주문 시전을 방해해 왔다. 알루스트리엘은 자신의 주문 스태프를 들고 그들에게 맞서는 한편, 빠른 주문으로 바꿔 암기해 두었던 재앙의 변모 주문을 마법사에게 날려 그를 개구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대로 그들을 모두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너무 위험하고, 게다가 뭐에 홀린 듯한 그들을 붙잡아서 자초지종도 알아 내야 한다. 상처에서 출혈이 심해지는 것을 염려한 알루스트리엘은 일단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순간이동 주문을 영창했다. 주문은 성공했지만, 다른 것이 그녀의 주문을 방해했다. 순간이동을 방해하는 결계가 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타격을 받은 후,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는 사방이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알루스트리엘은 잠시 동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멍하게 있다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주변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 천지였고, 주문으로 빛을 밝히려 해 보았지만 주문 자체가 작동되지 않았다. 유명한 [은화(銀火, silver fire, 미스트라 쵸즌이 가진 능력으로 주화와 비슷하다)]능력으로 자신의 주변을 밝혀 보려 했지만, 그녀 주변의 암흑은 마치 끈적한 원유같은 느낌을 주며 이 은화로 밝혀진 빛 마저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손으로 더듬어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일종의 커다란 새장 안에 갇혀있는 신세라는 것 뿐. 그리고 목에는 이상한 목테가 채워져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힘을 써도 풀리지가 앖았고, 마법도 듣지 않았다. 그 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하지만 남자가 그녀를 범한 느낌은 없었다.
이것은 이상적인 감금처였다. 완전한 어둠에, 마법도 듣지 않고, 주변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새장의 창살 안의 차가운 바닥만이 그녀에게 허용된 유일한 감각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배는 고프지 않았다. 목에 채워진 목테가 그녀에게 영양분과 원기를 공급해 주는 듯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사정은 점점 나빠졌다. 알루스트리엘이 점점 지쳐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의 딸이라도 두려움은 있고, 지루함도 있고, 절망도 있다. 이 어둠의 감옥은 그런 부정적인 영향력을 극대화 시키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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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는 끝도 없는 어두운 무저갱 안을 전진해 나가며 움버 헐크, 후크 호러, 마인드 플레이어 뱀파이어 등 언더다크의 가장 강력한 포식 생물들의 그림자 변종들과 싸워야 했다. 예전에 처음 세상에 나왔을 적에, 그런 것들의 그림자만 보여도 도망쳐야 했던 일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그만큼 그가 강해진 것이다.
몬스터 사이엔 간간히 치명적인 함정도 섞여 있었다. 아마 어지간한 모험자 팀이었다면 애저녁에 절딴이 났겠지만, 슈발츠는 혼자서도 거의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존재다, 거기에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라는 든든한 백업까지 있으니 거칠것이 없었다.
내부는 미로 같았지만, 굳이 길을 찾아 헤멜 필요는 없었다. 함정과 경비병들의 배치가 그들이 가야 할 올바른 목적지가 어딘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두르나가 슈발츠의 시야선 안의 선두에서 함정을 처리하며 정찰을 하고, 몬스터가 나오면 슈발츠가 처리하며, 그러다 놓친 것은 뒤따라 오던 알루데시아가 처리했다. 텔레파시로 연결되어 있는 이 삼인조의 활약은 눈부시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손발이 척척 들어맞았다.
쉐도우 드래곤 나일즈 드람나요닛(Nailz Dramnayonit)은 느긋하게 자신의 보물더미 위에 배를 깔고 누워있었다. 그의 레이어는 언데드 도시로 변한 옛 드워프 왕국 도시 한가운데에 건축되어 있었고, 자신이 직접 통제하는 쉐도우 웨어울프 수백을 그 휘하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레이어까지 오는 길은 함정과 이상 생물로 가득했다. 슈발츠가 아무리 강해도 겹겹이 쳐진 그 방어선을 뚫고 들어올 리 없었다.
" 음음... 소식이 좀 늦는군. "
결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불운석을 손톱 끝으로 이리저리 건드리며 희롱해 보는 나일즈. 그는 느긋하게 슈발츠가 쓰러졌다는 보고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슈발츠 일행이 쓰러지면 자신이 즐겨 쓰는 그림자 화 마법으로 쉐도우로 만들어서 동료로 삼을 셈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부하들 중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레이어 자체는 불운석을 이용해 순간이동은 물론 수정구 마법 등의 탐지마법도 무효화 시키는 결계가 쳐져 있었기 때문에 직접 슈발츠 일행의 사정을 엿볼 수도 없었다. 그런 의미에선 무척 불편했지만, 나일즈는 자신이 감시당하지 않는 것을 더 중시했기 때문에 이 버려진 드워프 유적 안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래서 전신에 온통 피를 뒤집어 쓴 슈발츠가 자신의 레이어 앞에 나타났을 때, 나일즈는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계획성 없이 브레스를 뿜을 뻔 했다. 하지만 슈발츠가 혼자 뿐이고, 나일즈는 그의 동행자 두명이 없는 것을 보고 그동안 그의 부하와 함정을 상대하느라 소모되어 있을 것을 생각해 내고 다시 한번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드래곤들의 사망원인 1위는 자신감 과잉이다.
" 여어, 좀 오래 기다렸나 보군. "/슈발츠
넝마로 변한 옷을 찢어내서 상체를 닦아내면서, 슈발츠는 나일즈를 올려다 보았다. 그의 전신에 묻은 피는 전부 그의 것이 아니었다.
" 그래, 조금은 예상과 어긋났군. 놀라운 솜씨야, 하지만 여기서 살아 나가게 둘 수야 없지. "
나일즈는 보물더미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보물 더미는 자신보다 크고 거대한, 그리고 나이많은 수십의 다른 용들을 죽이고 빼앗은 그의 자랑이었다. 슈발츠 역시 그 컬랙션에 걸맞는 보물을 추가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일즈는 그대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오르며 슈발츠를 향해 음 에너지로 가득 찬 브레스를 내 뿜는 것으로 전투 개시를 알렸다.
나일즈도 용이다. 타고난 힘은 물론이고, 그 거대한 덩치 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압박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니 원래부터 근접전을 시도했다면 슈발츠로써는 제법 상대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일즈는 조무래기들을 상대하듯이 하늘로 날아 올라 마법과 브레스로 격퇴하려 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슈발츠는 일반적인 조무라기가 아니다.
스스스슷... 파아아아아...
이번에도 슈발츠의 전신이 푸른 빛으로 둘러싸이며, 나일즈의 브레스는 효과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배낭에서 투창 한자루를 꺼내 들었는데, 바로 [죽음의 선고]였다. 그에 걸맞는 상대가 나타나지 않아 그의 장비품 목록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던 그 창은, 이번에야말로 맞추기에 적절한 상대를 만난 것이었다.
" 일단 내려와서 면담해 보지. "
쐐애애액!!!~....
슈발츠의 손에서 던져진 투창은 나일즈가 뿜고 있던 브레스를 가르며 무시무시한 바람소리를 냈다. 하지만 일개 투창일 뿐이다. 온갖 보호마법으로 겹겹히 지켜지고 있던 나일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투창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바람소리를 내며 날아온 투창이 나일즈의 두터운 마법 방벽에 닿는 순간
퍼엉!!...
하얀 섬광이 나일즈의 목과 가슴 사이의 부분에서 폭발하며, 쉐도우 드래곤의 거체가 거대한 지하 광장의 천정까지 날아가서 격돌한 후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던 나일즈는 당황하며 몸을 바로세웠지만, 바로 다음 순간 또 투창이 내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쐐애애액!!!...
퍼엉!!...
다시 한번 십수미터를 밀려 나간 후 모로 한바퀴 구른 나일즈는 몆겹이나 쳐진 자신의 마법 방어막이 중 두겹이 부서져 나간 사실을 깨달았다. 슈발츠의 손에 들려 있는 은빛의 창의 효과인 것이다. 비로소 공포가 드래곤의 마음을 엄습했다. 다급하게 나일즈는 쓰러진 자세 그대로 슈발츠를 향해 암흑 화살(아이작의 상급 미사일 스톰의 음 에너지 버전, 나일즈의 고유 마법)을 날렸다.
슈슈슈슛.... 쏴콰콰콰콰....
파파밧... 파바바바바바....
나일즈의 날개 주변에서부터 검은 역장이 생겨나면서, 그 안에서 수십의 검은 미사일이 생겨나 슈발츠를 향해 날아갔다. 그 우악스러운 기세는 말할 것도 없고, 슈발츠 정도의[작은]상대에게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숫자였다. 하지만 슈발츠를 쓸어버릴 기세로 날아가던 검은 미사일의 무리는 그의 몸 주변에 펼쳐진 마법장이 활성화 되면서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자, 그 방벽에 맞아 퉁겨 나가고 소멸하는 무자비한 광경을 연출했을 뿐이다. 단 한발도 그의 주변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일즈는 그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할 시간조차 없었다. 공격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은빛 투창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쐐애액!!!...
퍼엉!!...
나일즈는 다급하게 자신의 날개를 휘둘러 투창을 퉁겨 냈지만 다시 보호마법 하나가 부서져 나가면서 몆미터나 뒤로 밀렸다.
이렇게 계속 나가다간 보호마법이 모두 벗겨진 후에 창꼬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나일즈는 다급하게 탈출을 위해 보호마법을 펼치며 날아올랐지만(순간이동 마법을 차단시키는 불운석 결계 때문에, 순간이동이나 차원이동은 애시당초 시도가 불가능했다), 그의 아지트 천정에 나있는 작은 동굴 통로로부터 명백하게 마법적인 힘이 담긴 화살이 날아와 다시 나일즈의 날개에 맞았다. 그것은 대단한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나일즈를 당황시키고 땅으로 돌아오게 만들기엔 족했다.
" 크?... "
화살은 두르나의 공격이었다. 비로소 나일즈는 상대가 슈발츠 뿐 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시선을 돌렸다.
천정의 탈출구에는 두르나가 있었고, 슈발츠가 들어온 입구 반대편으로 나 있는 좀 더 깊은 곳으로 통하는 동굴 입구에는 어느틈엔가 나타난 알루데시아가 붉은 글레이브를 들고 서 있었다. 퇴로를 차단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슈발츠가 창을 들어올리는 것이 보였다.
" 크르르르!... "/나일즈
쿠웅!...
" 꺄아악!.. "/두르나
" 캬앙~ "/알루데시아
나일즈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한쪽 앞발로 땅을 굴리자, 동굴 전체로 분명한 힘의 파동이 전해졌다. 그것에도 강력한 음에너지가 실려 있어서 슈발츠의 몸 주변으로 푸른 주화의 불꽃이 피어올랐지만, 그보다 더 강한 물리적인 힘이 실려 있었다. 여자들은 뒤로 날아가고 슈발츠는 몆걸음이나 뒤로 주르륵 밀리며 휘청거릴 수 밖에 없었다.
" 가소로운, 그따위 장난감으로 날 어쩔 수 있을 것 같더냐! "
다시 소리 없는 에너지의 파동이 슈발츠와 나일즈 사이에서 터지며 검은 섬광을 일으켰다. 정확히는 나일즈로부터 발해진 암흑의 힘이 슈발츠의 몸 주변에 쳐져 있는 결계와 반응하며 폭발한 것이다. 슈발츠는 창을 두 손으로 잡고 버텨냈지만, 수미터나 뒤로 밀렸다. 그의 발은 거의 발목까지 단단한 돌바닥 안으로 파고들어가 있었다.
" 좋아, 이래야 싸울 맛이 나지. "
가드를 뚫고 들어온 충격파에 슈발츠의 뺨이 길게 찢어져 피가 흘러내렸다. 다시 순식간에 재 봉합 되는 상처로부터 흘러내리는 몆방울의 피를 핥아서 맛보며 슈발츠는 창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두자루의 환도를 꺼내 들고 나일즈를 향해 날아올랐다.
한쪽은 드래곤, 다른 한쪽은 하프드래곤이다. 격렬한 육탄전이 벌어졌다.
쿠웅! 콰자자작!...
콰드드득!... 우드드드드...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다 다시 얼크러져 땅을 구른다. 슈발츠가 휘두르는 환도의 검광이 비치는가 하면 다음 순간은 나일즈의 거체가 격렬하게 움직이며 땅과 공기를 한번에 두드렸다. 그 진동에 보물더미가 들썩이고, 금은 보화와 고대의 석조 건축물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 날아 가는 본격적인 격투였다. 그 굉장한 고아경에, 지켜보는 두명의 노예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그것은 그녀들이 끼어들 수 있는 종류의 싸움이 아니었다. 뭐랄까, 일종의 [괴수대전]이랄까. 그만큼 두 용들의 격투는 굉장한 스케일로 진행되었다.
물론 보통의 새도우 드래곤[따위]라면 슈발츠의 상대가 아닐 것이었다. 이미 슈발츠는 어지간한 고룡 정도는 손안에 가지고 놀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샥스에게 물려받은 힘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그러하다. 그런 슈발츠와 맞서서 호각으로 육탄전을 벌일 정도의 실력을 갖춘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나일즈는 자신이 호언했던 대로 그런 [드문 존재]의 범주 안에 들어가고 있었다. 정진정명 슈발츠의 [형제]라고 자칭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던 것이다.
" 캬악!... "
퍼어엉!!!...
물론 실제의 드래곤과 육탄전을 벌이는 것은 슈발츠도 처음이다. 그는 오랜만에 브레스까지 사용했다. 산과 냉기를 포함한 은색 브레스가 새도우 드래곤의 전신을 얼리며 뒤덮어 갔지만, 다음 순간 비늘 위로 얼어붙은 얼음 조각들을 튀겨내며 나일즈 역시 지지 않고 암흑의 브레스로 응수했다. 그리고 맞선 브레스들 사이에서 격렬한 폭발 반응이 일어나며 둘은 반대편으로 날아가 땅바닥을 굴렀다. 천정에서 떨어지는 돌조각들이 쓰러진 드래곤들(슈발츠와 나일즈 모두)를 덮쳤다. 각각 족히 수십톤의 무게는 되어 보이는 육중한 돌더미 아래 깔려 버린 것이다.
후드드득...
그러나 다음 순간 돌조각들을 쳐내며 둘 다 동시에 일어서서는 헐떡이며 숨을 가다듬었다. 비명을 지르려던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제법 하는군. "/나일즈
" 너 역시. "/슈발츠
나일즈의 전신엔 환도에 베인 생채기가 많았지만 기껏해야 긁힌 정도로, 치명상은 하나도 없었다. 비늘이 두거웠던데다 대단히 저항이 강했던 탓이었다. 물론 슈발츠는 그정도로 질긴 가죽을 가지진 못했지만, 상처들이 생겨도 그때 그때 주화 능력에 의해 봉합되어 버렸다. 둘은 국지적인 천지 이변을 일으킬 정도의 괴수 대전을 벌이고도 실질적으로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진 못했던 것이었다.
" 막간을 이용해 한마디 하지. 멘조베란잔은 곧 멸망할 거다. 거미 여왕도 결국 우리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게 되겠지. "/나일즈
" 멘조베란잔이 망하든 말든 관심은 없지만, 그거 대단한 소식이군. 그리고 몆번이나 되풀이하는 거지만, 니 아버지지 내 아버진 아니야. "/슈발츠
" 훗, 고집은... 부정해도 어차피 넌 나처럼 그분의 목적을 위해 쓰여질 뿐이다. 지금 네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곧 알게 된다. 네놈의 소꿉장난의 끝이 머지 않다는 것을! "/나일즈
다시 머리를 흔들며 나일즈가 돌진해 왔다. 슈발츠도 날아오르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둘의 몸 주변에 걸린 결계 마법들이 반응하며 섬광을 일으키는 동안, 나일즈의 뿔을 거머쥔 슈발츠는 그 드래곤의 머리에 칼을 꽂으려 했지만 곧바로 격렬한 마법적 반탄력이 일어나 뿔을 놓치고 튕겨 날아갔다.
" 네놈의 그 휘어 있는 이쑤시개 같은 쇠 쪼가리가 보통의 마법 장벽을 가른다고 무적은 아니지, 내가 그리 쉬워 보이더냐, 어리석은 놈! "
나일즈가 훌쩍 제자리에서 뛰어 오르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진 슈발츠를 몸통으로 짓뭉개 왔다.
쿠우웅!...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사이로, 다시 슈발츠가 하늘로 날아 올라 나일즈의 등을 찔렀다. 나일즈도 지지 않고 목을 돌려 슈발츠의 다리를 물어 뜯으며 응수했다. 그리고 다시 얼크러진 형태의 싸움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사실 슈발츠는 전력을 다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샥스에게 물려받은 [신성한]힘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였다.
왜 그런고 하니, 슈발츠는 마법에 대해 많이 안다. 샥스의 힘과 그가 가진 지식의 일부를 물려받았을 때도 마법에 대한 이해가 크게 넓어졌다. 그가 [형제]를 자칭하는 시어릭의 똘만이를 상대할 때도 샥스가 물려준 신성한 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신인 시어릭은 똘만이들에게서 마법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무리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슈발츠는 시어릭과 직접 맞서야 할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허접해도 상대는 신격이다. 또한 그는 원래 시어릭의 [무기]로 창조되었다. 때문에 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의 [스팩]은 시어릭의 손 안에 있을 것이고, 그건 그의 패가 시어릭에게 훤히 다 보이는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는 이길 수 없다. 때문에 그는 시어릭이 모르는 [한수]가 필요했다. 그것이 이 경우 그가 가진 시원자로써의 힘이었다. 그러니 이런 조무라기(?)를 잡는데 그런 귀중한 한수를 쓸수는 없었다.
다시 얼크러진 상황에서 풀려났을 때, 여전히 쌍방은 호각임이 확인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승부를 내야 한다. 슈발츠는 서로 튀겨나간 시점에서 환도를 장갑 안으로 갈무리하고 허리춤의 전통에서 에버라스카의 아크와 화살을 꺼내 들었다. 순간적으로 무기를 바꿔치는 그 재주에는 나일즈도 놀랐다. 꺼낸 화살은 사피아를 잡았을 때 사용했던 보호마법을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화살이었다. 허공에 머무는 동안 조준까지 마친 슈발츠는, 땅바닥에 내려서기 전에 나일즈에게 연달아 세발을 쏘았다.
" 재롱을 떠는군!... "
파바바바바...
나일즈는 마법진을 펼쳐 아까와 같은 검은 화살로 응수했다. 목표는 슈발츠가 아니라 날아오는 화살들을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요격(?)은 완전하지 않았다.두발의 화살은 마법 화살에 차단되어 빗나갔지만, 검은 화살의 탄막을 뚫은 한발의 화살이 나일즈의 왼쪽 날개 아래 명중했던 것이다. 젤로나의 세공과 아크의 마력이 실린 그 화살은 훌륭하게 나일즈의 보호 마법들을 뚫고 나일즈의 비늘까지 부수며 박혔다
" 크윽!... "
화살에 담긴 충격력은 굉장한 것이엇다. 격렬한 고통으로 비틀거리는 나일즈. 슈발츠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날개를 펼치고 날아 올라 나일즈를 향해 돌진했다. 어느새 그의 두 손에는 다시 두자루의 환도가 들려 있었다.
" 어엇!... 크아악!... "
화살이 주는 고통 때문에 약간 반응이 늦었던 나일즈는 참혹한 댓가를 치루었다. 화살을 맞은 쪽의 날개 하나가 거의 절반쯤 뭉텅이로 잘려 나가고, 어께 언저리로부터 가슴 부분까지 깊게 베어진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는 유효타였다. 그는 검고 끈적한 어둠의 피를 뿌리며 몆걸음이나 뒤로 물러서며 휘청였지만, 슈발츠는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그 용이 숨을 돌릴 여유도 주지 않고 따라붙어 다시 칼을 휘둘러 댔다.
마력이 깃든 나일즈의 발톱이 휘둘러 지며 슈발츠의 공세들과 마주쳐 불꽃을 피워 올렸지만, 그것이 그 용의 밑천의 전부였다. 이제 명백하게 열세인 나일즈는 더이상 슈발츠의 노도같은 공세를 견뎌낼 수 없었다. 앞발의 자세가 흐트러지며 다시 노출된 빈틈으로 슈발츠의 칼날이 쑤셔박혔다. 이번엔 왼쪽 앞발 아래의 겨드랑이 근처였다.
" 끄아악!... "
슈발츠가 그대로 힘을 주어 칼날을 비틀어 내리자, 두꺼운 비늘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비늘들이 쪼개지면서 길게 찢어진 상처로부터 다시 끈적한 검은 피가 대량으로 분출했다. 살을 깊숙히 갈라 갈빗대까지 보일 정도의 일격으로, 거의 치명타였다. 다시 그 안으로 칼날을 쑤셔 넣으려는 슈발츠를 향해, 나일즈가 다급하게 외쳤다.
" 잠깐, 날 죽이면 네 노예들도 죽어! "
또 뭔 헛소린가 하고 슈발츠가 칼을 잡은 손에 힘을 넣으려는 사이에, 나일즈는 다시 한번 다급하게 외쳤다.
" 정말이다. 너는 노예들과 금방 연락할 수 있지? 그렇다면 네 노예 중에 젤라노라를 한번 호출해 봐라. "
슈발츠는 칼을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은 채로 텔레파시로 젤라노라를 호출했다.
그동안 나일즈는 슈발츠의 눈치를 살폈다. 알루데시아가 붉은 갑옷에 글레이브를 드래곤 방향으로 향한 채 경계 중이었고, 두르나가 장전된 활을 들고 천정 근처의 입구를 장악한 채로 나일즈를 엄중히 조준하고 있었다. 포위당한 것이다. 아까 잠깐 봤지만 슈발츠의 노예들도 무용이 만만치 않았다. 못이길 상대는 아니었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로 배후에 슈발츠를 두고 그들을 상대할수는 없었다. 나일즈는 잠깐의 틈이라도 벌면 지체없이 꽁지가 빠져라 튀어버릴 생각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선 불가능했다.
슈발츠는 한참을 젤라노라와 텔레파시 연결을 해 보려 했지만, 그녀의 정신에 접속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의식은 안개처럼 흐릿했다. 슈발츠는 젤라노라와 같이 자신의 차원에 있을 젤로나를 호출했다.
[아, 주인님. 마침 잘 거셨(?)어요.]/젤로나
[응?]/슈발츠
[젤라노라가 누군가에게 조종당한것 같아요. 제 실험실에서 마법 반지를 써서 절 공격했다니까요. 다행히 제 실험실에는 일체의 마법 아이템이 작동하지 않아서 이 가련한 노예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답니다. 흙...]/젤로나
엄살을 부리는 젤로나의 응석을 조금 받아주고 나서, 다시 슈발츠는 대화를 재개했다.
[그래 젤라노라는?]/슈발츠
[플로라랑 둘이서 꽁꽁 묶어서 지하 실험실에 처박아 뒀죠.]/젤로나
슈발츠는 [누군가가] 젤라노라를 조종한 방법이 뭐였을지 잠깐 생각해 보았다가, 감시용으로 배치해 두었던 진주 장식을 떠올렸다. 그것은 제작품이 아니라 마법물품을 취급하는 암시장에서 산것이었다. 그것을 조사해 볼 것을 염두에 둔 후, 슈발츠는 자신의 원래 목적, 즉 나일즈의 마법 반지에 대한 젤로나의 확인을 받았다.
" 그녀는 네 나머지 노예들을 제압해 두고 네 차원을 점령했을 것이다. 노예들의 목숨이 소중하다면 항복하시지. "/나일즈
나일즈는 위세 좋게 지껄였지만, 상황이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슈발츠는 코웃음을 쳤다.
" 넌 하나는 알지만 둘은 모르는군. 내가 있고서야 노예가 있는 것이지, 노예가 있고 나서 내가 있는 것이 아니야. 그녀들이 나에게 위협이 된다면 내가 직접 죽인다. 그녀들을 인질로 잡는 행위는 무의미하고, 기껏해야 내 화를 돋울 뿐이야. 죽일테면 죽여 보시지. "
실제로 슈발츠는 다시 칼을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이래서야 죽을 뿐이다. 나일즈는 사색이 되었다.
" 너에게 심불과 알루스트리엘을 주지, 미스트라의 딸들이야! "
그제사 슈발츠는 아까 나일즈가 환영으로 보여 주었던 감금된 심불을 떠올렸다. 이 언더다크행은 그녀를 찾아내거나 구출하기 위해 온것이었다. 쉐도우 웨어울프와 그 외 등등을 상대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알루스트리엘은 또 무슨 소리인가 하며 슈발츠는 칼을 뽑았다.
" 크윽!... 넌 아름다운 여자들을 노예로 삼기를 좋아하지? 미스트라의 딸만큼 적당한 상대가 있겠냐? "/나일즈
슈발츠는 코웃음을 쳤다.
" 사양하고 싶은데. 마법의 여신의 천벌이 화끈하기로 유명하다더군. "/슈발츠
" 여신도 모르게 이년들을 노예로 만들어 부릴 수 있어. 시어릭의 비전이지. 어때, 관심있나? "/나일즈
그리고 여차저차, 이러저러해서, 나일즈는 간신히 자신의 마법 반지가 실은 비밀스럽고 작은 준차원의 유일한 입구이며 감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슈발츠는 흥미를 보이는 척 했다.
나일즈의 말투는 어느틈엔가 장사꾼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었다. 단 이번엔 목숨이 걸린 장사라는 점이 달랐지만. 흥정을 하는 슈발츠 역시도 장사라면 이골이 튼 몸이다. 둘은 한동안 노예(후보) 둘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였다. 나일즈는 자신의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포기할 용의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좀 세게(?)나갔다. 여신의 딸 중 하나를 줄테니, 자신의 레이어에서 정중히(?) 퇴거해 주기를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물론 슈발츠는 다시 콧방귀를 꼈다.
나일즈는 똥줄이 타는 기분이긴 했다. 명색이 시어릭의 쵸즌(후보)이다. 지금까지의 언더다크에서의 성과는 자신의 신을 기쁘게 하기 족할 것이었다. 그리고 곧 멘조베란잔이라는 거대한 제물을 시어릭에게 바칠 참이었지만, 그것이 슈발츠의 등장으로 한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여기서 무사히 벗어난다 해도 시어릭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수 없었다.
슈발츠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 없었다. 미스트라 스폰이라면 이미 스톰이 있었다. 심불과 알루스트리엘이 죽으면 당연히 아깝지만, 그 때문에 시어릭의 졸개를 놓치게 된다면 그게 더 짜증나는 일이었다.
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예상된 결말이었지만, 나일즈는 반지와 자신의 보물까지 몽땅 슈발츠에게 넘겨야 했다. 가지고 있던 보물까지 몽땅 털어낼 기세의 상대에게서 자신의 마법 망토와 다른 장비품을 강탈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할것이었다.
" 맹세할 수 있나? "/나일즈
" 물론, 내 명예에 걸고, 반지와 네 보물과의 교환 조건으로, 나는 네가 이 동굴을 벗어나는 동안 절대로 공격하지도, 마법이나 다른 도구로도 해를 끼치지도 않을 것임을 맹세한다. "
나일즈는 결국 망설이면서도 슈발츠에게 반지를 넘겼다. 그리고 슈발츠가 반지를 착용하기를 기다렸다.
나일즈가 말하지 않은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반지는 주인이 아닌 자가 착용하면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저주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주인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은 당연하지만 그 밖에 몰랐다.
슈발츠에게 있어서도 나일즈와의 거래(?)는 쉬웠지만, 그도 보통은 아니었다. 애시당초 시어릭의 졸개인 것이다. 그가 하는 말을 다 믿는건 죽자는 것이었다. 슈발츠는 나일즈가 반지를 넘기면서도 그것에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반지에 모종의 함정이 있음을 눈치챘다.
반지를 손에 쥔 채로, 슈발츠는 그것의 마력을 살폈다. 그가 손에 쥐면 그 물건이 마법적인지, 만약 사용 횟수가 있다면 얼마나 남은 것인지 정도는 금방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작동 방식은 알아내기 어렵지만, 그것은 젤로나가 전문이다.
" 응? 사용해보지 않는건가? "
추가로 나일즈가 뭔가 이야기 하려는 찰나, 슈발츠가 선수를 쳤다. 그는 몰래 자기 환상을 걸었던 것이다. 환상의 내용은 당연히도 슈발츠가 그 반지를 손에 끼는 장면. 드래곤은 투명인 존재까지 인식할수는 있어도, 환상을 꿰뚫어볼 능력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쉐도우 드래곤인 나일즈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 하하핫! 걸려들었군! "
슈발츠가 환상을 조작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 주자, 나일즈는 득의양양하게 날개를 펼치고 외쳤다. 슈발츠도 짐짓 장단을 맞춰 주었다.
" 무슨 짓을?... 한거냐? "/슈발츠
" 크하하핫 그렇게 잘난체 하더니 꼴 좋군. 네놈은 이제 죽을거다, 슈발츠! "/나일즈
" 아악!... "/두르나
" 꺄앙!... "/알루데시아
노예들이 다시 전투태세를 취하는 동안 나일즈는 꼬리와 성한 한쪽 날개를 이용해 그 여자들을 사납게 날려 버리고, 비틀거리는 슈발츠를 향해 돌진해 그를 깔아뭉개려 했다. 하지만 비틀거리려는건 사실 환상이고, 슈발츠는 진천을 휘둘러 나일즈의 앞발 힘줄을 베어버렸다.
" 크억!?... "
나일즈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동안, 다시 슈발츠의 손에서 날려진 용수가 나일즈의 뒷발의 힘줄까지 베어 냈다.
" 어... 억!?... "
쿠우웅!...
드래곤이라도 다리로 균형을 잡고 땅을 차고 올라야만 날 수 있다. 날개를 펄럭이며 균형을 잡으려던 나일즈는 그대로 동굴 바닥에 사나운 기세로 고개를 처박았고, 곧이어 슈발츠가 그 머리를 밟고 올라 섰다. 엄청난 힘과 압력이 나일즈의 두개골을 내리 눌렀다. 바이스 같은 도구로 두개골을 조이는 듯한 고통으로 드래곤은 몸을 뒤틀었지만, 밟힌 머리 부분은 땅에 붙박히기라도 한 듯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어느틈엔가 날아온 용수가 다시 그의 왼손으로 돌아왔고, 그의 오른손에는 예의 공포스러운 투창(죽음의 선고)가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 이번엔 맹세도, 인질의 목숨도 소용 없게 되었구나. "
슈발츠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나일즈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악귀 같은 형상으로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는데, 그가 창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며 나일즈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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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즈는 HD가 41인 에픽 쉐도우 드래곤입니다. 그걸 밟아버리는 슈발츠는 레벨이 23 정도 되지요. 하지만 슈발츠의 경우 레벨은 눈속임용 구라고, CR로 계산해야 하니까 한 34 정도 나오니까. 1대 1의 상대로 부족하진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