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야화(情俠冶話) 8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 ▣
▣ 제 8 회 내밀히 솟는 음심(淫心)
석상의 뒤를 돌아 언덕아래 자리 잡은 수련관(修鍊館) 실내에 예원과 효림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그 두 사람의 사이에서 몽아가 당황하고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다.
“ 언니,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요? ”
“ 내가 뭘요! ”
“ 시침 떼지 말아요. 나 멀리서 다 보았단 말예요. 너무 놀라 벌벌 떨고만 있었는데! ”
“ 효림아가씨, 전날에 내게 한 말이 있지 않아요? 몽아 사제의 진심을 알고는, 이제 정말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몸과 마음을 다해 사제를 따르겠다고. ”
“ 그 말이 지금 왜 나와요? 그때 언니가 해준 말 때문에 사부의 야심을 알았고, 사부의 허욕을 막으려 몽아사제가 고심하는 마음을 알았기에 진심으로 한 말인데... 그보다 난 언니가 무슨 이유로 사제와 뒤엉켜있었나 그걸 추궁하는 중이란 말예요. ”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는 효림의 표정이 귀엽기만 하다.
“ 왜? 몽아사제가 날 겁탈이라도 하는 줄 알았어요? ”
“ 피이, 그 반대가 아니었어요? 난 사제가 언니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당한 건 아닌가 걱정이 되는데! ”
“ 후훗...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 ”
효림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몽아의 존재는 아예 도외시한 듯 둘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 정말요? 그럼 어떡해. 언니 스스로 그리 했다구요? ”
얼굴을 돌려 몽아를 살피는 효림의 표정이 호들갑스럽다.
“ 아가씨, 전날 내 말하지 않았어요? 이왕 사제를 위해 한배를 탈 작정이면 아가씨의 모든 걸 걸라 하지 않았던가요? ”
“ 그... 그건! ”
“ 아가씨도 그리 하겠다는 결심을 내게 보여주었지요. ”
궁금하기도 하고 따져보고 싶기도 해 함께 자리한 목적이 이젠 점점 자른 방향으로 흘러 예원의 이야기에 끌려들고 있었다.
“ 결심이라니? 언니, 무슨? ”
“ 호호호... 이 바보, 아가씨의 앞날을 걸고 모든 걸 맡겨보아요. ”
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사이 몽아의 몸이 꿈틀 흔들리며 입가에 기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무슨 일인가 곁눈질하던 효림의 표정이 순간 황당하게 변했다.
마주앉은 탁자의 아래로 길게 뻗은 예원의 다리가 몽아의 무릎위에 올려져, 그 발끝이 몽아의 가랑이 사이를 희롱하고 있었다.
“ 헉, 어... 언니! ”
“ 뭘 그리 놀라요? 난 벌써부터 사제의 예녀(隸女)가 되기로 작정하고 이미 그의 사람이 되었는걸! 아가씨도 마음먹은 바와 같이 우리 모두 사제를 도와 그의 염원을 이루는데 혼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
“ 그 말은 맞아요, 사실은 혼자 여러가지를 깊이 생각해 봤어요. 언니의 말대로 이젠 지난날의 과오를 털고 앞으로는 중원을 위해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하리라 작정했어요. ”
“ 그래요. 이젠 아가씨도 대사형처럼 중원의 한곳을 책임져 몽이사제를 도와야지요. 사제가 이곳과 유사한 지부(支部)를 만들어 아가씨에게 맡길 거예요. ”
“ 그거야 책임질 자신이 있어요. 예, 예? 언니 갑자기 무슨 말이예요? ”
무심코 대답하다 깜짝 놀랐다.
이곳 언사분원과 같은 지부를 만들어 자신을 그 수장으로 삼는다는 말은 그만큼 믿고 중용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난주로 찾아왔을 때 잠시 몽아의 뛰어난 풍모를 보긴 하였지만 언제나 어리석어 보이는 사제가 그만한 능력이 되는 인물인가 아직도 미심쩍은 효림의 마음이었다.
그 낌새를 눈치 챈 예원이 몽아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 어어어? ”
갑자기 수련관 실내가 오색운무로 뒤덮이며 그 속에 청룡과 봉황이 날고 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효림과 예원이 스스로 봉황이 되어 서로 손을 맞잡고 비행을 하며 그 앞에 몽아가 청룡이 되어 커다란 구슬을 입에 물고 솟아올랐다.
발버둥 치며 아무리 바닥에 내려앉으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효림의 체내에는 자신도 모르게 지극한 내력이 스며들었다.
점점 충만해지는 내공, 몽아가 보내주는 내공이 체내를 일주하며 신형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공간을 사이에 두고 격체전공(隔體傳功)의 수법으로 전해주는 내공을 받은 효림의 내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절정의 공력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그런 효림의 귀에 예림의 목소리가 조용히 파고들었다.
“ 아가씨, 이게 몽아사제의 능력이야. 더는 그를 시험해 보고자 하지 않아도 될 게야! ”
어쩐 일인가 따져 묻기기 위해 찾았다가 엉뚱한 숙제를 안았다.
스르르 자리에 내려 낮아 예원의 얼굴만 쳐다보는 효림의 마음은 어느새 가슴깊이 밀려오는 흥분을 이기지 못해 오금이 저려왔다.
어차피 예원언니의 말은 거짓이 아니리라. 그 또한 몽아사제와 의논한 일이라면 중원의 한곳 지부를 맡아 일조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면 될 것, 그 순간 자신 가까이 다가드는 몽아의 환영이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불러왔다.
“ 으흐흑! ”
자신의 호흡소리에 놀라 번쩍 정신을 차린 효림이다. 이미 아랫도리가 촉촉이 젖은 느낌이었다.
“ 자... 모두들 기다릴 거요. 사부도 우리를 찾을지 모르오. 이제 내궁으로 갑시다. ”
* * * * * * * * * * * * * * * * * *
언사분원이 다시 개원한지도 벌써 석 달의 시간이 흘렀다.
무정랑은 모든 사람의 염려를 불식하고 수하들은 잘 다스리며 중원의 상권을 하나하나 접수해갔다.
그런 어느 날,
중원의 동쪽 강소성 해문(海門)에 화려하게 지어진 건물의 이층 누각 창가에 몽아와 예원 그리고 효림이 함께 자리했다.
바다로 흘러드는 진강의 하류에 위치한 해문이라 햇볕에 반짝이는 모래사장이 눈 아래로 보이고 저 멀리 넘실대는 물결이 장관이다.
“ 이곳은 동쪽 바다에 접해 해상을 통한 물류의 유통이 대단한 곳이오. 효림사저가 이 지부를 맡아 상업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며 정서포구에 남겨둔 만상행수 도천을 수하로 두어 중원 상권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해야 하오. ”
“ 사제, 잠깐만. 정서의 도천은 내가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인물인데! ”
효림이 도원궁을 도망쳐 나갈 때 그의 무공과 기량을 믿어 의지했던 인물이 아닌가? 그런 도천을 수하로 삼이 거느리라 한다. 도저히 자신이 서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예원이 곁에서 생글생글 웃고만 있다.
“ 염려 마오. 지금 사저의 무공 공력은 아마 사부도 사저의 열 초를 견디지 못할게요. ”
농담처럼 말을 건네는 몽아다.
그러나 효림은, 중원제일이라 자부하는 만여사부를 너무 가벼이 보는 건 아닌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 아가씨, 아무 말 말고 손을 들어 저 앞의 강물을 가리켜 보세요.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내력을 보내겠다 생각해 보세요. ”
“ .........? ”
손을 들어 강줄기를 가리켰다.
순간 효림의 손이서 무형의 기경이 뻗어 그 경풍(勁風)이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두 동강으로 갈라놓았다.
“ 허헉, 심공(心功)! 마음만으로 기(氣)를 움직이는 심공을 내가 언제 터득했던가? ”
효림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워 어리둥절 몽아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 호호호, 아가씨. 그날 수련관에서의 일이 생각나지 않아요? ”
“ 그날? 아하, 나도 모르게 사제가? ”
예원이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효림이 놀란 표정으로 몽아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저 언덕 뒤로 돌아들면 눈에 뜨이지 않는 뜰이 넓게 펼쳐져 있소이다. 그곳에 연무관도 만들어 두었으니 사저는 게을리 말고 연공수련을 해야 하오. ”
“ 에이 사제, 아직 아가씨에게 전해준 것은 내공뿐이잖아요. 그거로는 미흡하니 함께 연무관으로 가서 초식까지 전해 주세요. 이년은 주변을 살펴보고 올게요. ”
예원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몽아와 효림의 등을 밀었다. 그 말뜻을 효림이 알아들었을까? 아무튼 예원의 대범함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연무관 실내는 생각보다 안락하고 넓었다. 몽아와 효림이 그곳으로 들어서자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아니 어쩌면 선 자리에서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앞만 바라보는 효림의 얼굴이 굳어진 것처럼 보였다.
저처럼 예원의 자신 있는 듯한 태도,
분위기를 보면 두 사람 깊이 몸을 섞은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인이 다른 여인을 보려하면 질시와 투기 때문에 분노해야 당연한 일, 대체 몽아사제의 어떤 점에 끌려 그의 종이라 자처하며 자신과 몽아를 한방에 밀어 넣는단 말인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도 이해를 하지 못할 마음이었다.
허나 효림도 여자였다.
예원의 우아한 아름다움에 비교될까 싶어 한껏 멋을 부린 차림새가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고, 엷은 차림새가 속살까지 드러나 보이는 듯 했다. 민망해 하며 자꾸만 손으로 하의자락을 아래로 끌어 내리는 효림의 앙증스러운 손놀림이 한층 몽이의 시선을 자극했다.
살며시 어깨에 손을 올려 상체를 끌어당겼다.
꿈틀... 피하려는 조그만 움직임, 허나 효림은 그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살며시 감았다.
몽아가 입술을 포개며 손은 더 깊숙한 곳을 질러 보았다. 효림이 살짝 손등을 꼬집으며 손이 허벅지 속으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허나 그건 여인의 수줍은 자존심일 뿐이었다. 손을 거부하던 저항이 점점 약해졌다.
흔들, 조금 다리가 벌어지는 그 틈을 타, 손을 깊은 곳까지 밀어 넣어 아래를 가린 천을 들추자 부르르 몸을 떨며 손바닥으로 내 손등을 꼬옥 눌렀다.
“ 하학, 사제, 하지 마. 밖에... 밖에 언니가! ”
조그맣게 기어드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리는 다만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표현일 뿐이었다. 내친 김에 손으로 천 조각을 잡아 다리 아래로 벗겨 내렸다.
“ 으흐흑! ”
효림이 얼른 허리를 굽혀 흘러내린 천 조각을 집어 돌돌 말아 허리춤에 감추며 문밖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효림의 허벅지는 아직 꼭 붙어 아직 열리지 않았다.
손바닥을 허벅지 안쪽으로 밀어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 깊은 곳 사이에 숨어있는 비부를 향해 한 치 한 치 다가갔다. 그 야릇한 감각에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이제는 단단히 밀착되었던 두 다리에 힘이 빠지며 비궁속에서는 한 방울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 아아아! ”
효림의 입속에서 조그맣게 울려 나오는 소리!
손가락이 비궁을 열고 깊은 샘 동굴 속의 점막들을 헤집었다. 그 살점들도 깊이 침입한 손가락을 조이며 수축했다.
“ 흐흑... 사제! ”
혹시나 수련관 박으로 신음소리가 번져날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심하는 조그만 목소리였다.
문밖 한구석에 몸을 숨기고 실내를 살펴보는 예림도 이들이 과연 어찌할까 무척이나 긴장을 하고 있었다.
이제 효림의 얼굴은 익은 홍시처럼 발갛게 물들어 요염하다.
“ 하학... 으으으! ”
한 호흡을 들이 삼키는 효림의 입에서 참았던 숨소리가 터져 나오며 세요(細腰)를 비틀었다. 그 가는 허리아래 힘주어 밀착시켰던 두 다리는 휑하니 열렸다.
몽아의 손이 어느새 효림의 후정(後庭)까지 다다라 적당히 살 오른 둔부를 만지작거렸다.
“ 흐헉, 사제. 뒤... 뒤는 하지 마! ”
솟아오르는 열기를 참을 수 없어 비음을 질러내면서도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는 효림이 농염(濃艶)하게 다가왔다.
“ 효림사저, 너무 힘주지 말고 다리를 조금만 더 벌려 봐요! ”
“ 끄윽, 나 어떡해! ”
이제는 용암처럼 터져 나오는 욕정을 참지 못하는 듯하다.
하기야 진즉부터 밖으로만 나돌던 그 품행이 어디로 가겠는가? 이미 방사의 정을 깊이 알아 온 몸이 들떠있는 효림이었다. 폭발하듯 전신을 부르르 떨며 몽아를 바닥에 뉘고 그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물컹, 효림의 젖가슴이 부드럽게 짓눌렀다.
“ 학, 하학. 어... 언니, 어떡해... 나 어떡해! ”
정신없이 신음이 튀어나온다. 몸이 둥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과도 같은 광란의 열기가 자신도 모르게 예원을 부르고 있었다.
이미 문 앞의 예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말없이 수련관의 문을 열고 들어와 후다닥 겉옷을 벗어젖히고 몽아의 곁에 자리를 잡았다.
“ 사제, 이년도 함께! ”
이제는 두 여인의 비음과 괴성이 함께 어우러져 수련관 실내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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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이 지나고 오직 남은 숨소리만 색색 들려오는 실내에 효림이 부끄러운 듯 예원의 손을 꼭 쥐고 발개진 얼굴을 푹 숙인 채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 언니, 저 이제 부끄러워 사제의 얼굴을 어떻게 봐요? ”
“ 호호호... 우린 이제 사제와 한배를 탄 인생이잖아요. 오직 열심히 사제를 보좌하면 돼요. ”
예원은 자꾸만 고개를 숙이는 효림을 살며시 끌어안으며 어깨를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