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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와 민수 이야기 ( 17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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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희와 민수 이야기  ( 17 부 )


 “선생님 혹시 엄마랑도 해보셨어요?”


다영이가 나른하게 누운 채로 말했다. 민수는 뜨끔했다. 어떻게 짐작한 것일까.


 “아까 새미 언니랑 전화 통화할 때 그런 낌새를 받았어요.”


민수는 잡아뗐다. 진실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엄마는 제가 선생님이랑 이러는 것을 알면 안 되지만 저는 선생님이 엄마랑 그랬다는
 사실을 알아도 돼요.  왜냐하면 엄마는 걱정을 하고 저는 걱정을 안하니까요.”


다영이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민수는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어 만지작거리며,


 “두 번인가 잤어.”
 “그러면 모녀를 따먹은 거네요.”


다영이가 한 번 웃었다. 웃을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들켰으니 엄마랑 하면 안돼요. 예전에 바람난 적 있을 때처럼 또 휩쓸려 버릴테니까요.”


민수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주희가 요구하면 민수도 거절하기 힘들었다. 집의 주인은 주희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 안에서 요모양 요꼴인 줄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이제 저랑만 해요. 아셨죠?”


민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거렸다. 다영이에게 꽉 사로잡힌 기분이었다.


**************
 
 다영이는 사워를 하고 친구 만나러 나갔고
민수도 역시 집에 혼자 있기가 심심해서 거리로 나갔다.


새미가 있는 도서관으로 갈 수도 있었으나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남의 여자가 남긴 냄새를 풍기며 새미를 만나면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았다.


새미는 아직도 자신이 그저 과외 공부나 시켜주며 집에 있는 줄 알겠지.
민수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건강하고 탄탄한 다영이의 질이 그의 것을 꽉 조여 주었고 또 힘을 꽤나 썼기 때문이다.


걸음걸이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귀두를 압박하는 그 느낌이 조금 아프면서도
나른함을 느끼게 했다.


 ‘나는 나쁜 놈이다. 철모르는 어린 여자애의 유혹에 쉽게 굴복하고 말았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사치스러운 고민인 줄 알지만 이렇게 독백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골목을 나와 산책 삼아 큰길을 걸어간다.
해가 질 어스름 무렵. 빌딩 숲 사이로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아스팔트를 녹여버리기나 할 것처럼 강렬한 햇볕은 어느새 설핏해졌다.
 
욕망이 들끓는 곳. 빌딩은 마치 발기한 성기처럼 서있고
거리의 사람들은 갖가지 욕망과 권태를 이기지 못해 행선지도 없이 날파리처럼 떠돌고 있었다.


 ‘낭비하는 인간들!’
생생하고 건강한 몸을 가진 젊은이들.


빌딩 어딘가에서 새어나왔을 그들이, 음흉한 눈으로 거의 벗다시피 하며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여자들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여자들의 늘씬한 다리며 튼실한 허벅지와 박음직스러운 엉덩이와
파인 티 사이로 굴곡이 깊은 젖가슴을 기억 속에 사진으로 박아놓고 만다.


한 영화관 앞, 거리 매표소 앞에 놓인 나무 벤치에 앉았다.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 대부분 연인들. 토요일을 맞아 영화를 보러 나온 이들.
남자들은 청바지나 반바지를 입었다.


헬스장에서 몰래 다듬었을 몸매를 그냥 원래 타고난 듯 자랑하고 다녔다.


여자들은 나팔거리는 주름 치마나 미니스커트나 다름없는 꽉 끼는 청치마를 많이 입었다.


상의는 안이 비치는 성긴 실크 브라우스나 가슴이 깊이 파인 티를 많이 입었다.


 ‘이 연인들의 상당수가 오늘 밤에 여관에 가서 몸을 섞겠지.’


민수는 예전에는 이런 상상을 하지 않았지만 세 여자와 섹스행각을 벌이면서
여자들의 욕망이 남자만큼 세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런 추측이 꽤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자들의 몸매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치마와 팬티를 눈으로 벗겨 보았다. 셔츠도 벗겨보았다. 그러자 알몸이 드러났다.


다영이나 새미, 그리고 주희보다는 몸매가 좋지는 않았다.
민수는 이점이 맘에 들었다.
 
얼굴도 역시 알고 지내는 여자들보다 예쁘지는 않았다.


언제나 불러 잘 수 있는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셋이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안심시켰다.
거리의 여자들을 보자 또 다시 성욕이 일었다.


아직도 아랫도리는 뻐근했다.


욕망이란.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것, 몸을 상하지 않는 한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
살아 있는 몸뚱아리를 지니고 다니는 한,


심장의 펌프질이 끊기지 않듯 눈동자가 쉬지 않고 돌아가 듯 욕망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많이 타락했구나.옷 입은 여자들을 보고도 벗은 몸을 아무렇지 않게 연상할 수 있다니.’



몽상에 빠져 있다가 다리를 좀 쉬려고 접은 다리를 죽 폈다.
그 발에 지나가던 한 여자가 걸려 넘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 여자가 내발에 넘어졌나 하고 의심이 될 정도였다.


 “아구구, 뭐야!”
팔랑거리는 치마를 입은 여자가 손에 들고 있던 생수병을 떨어뜨리면서 넘어졌다.
치마가 발랑 뒤집어져서 분홍색 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민수는 벌떡 일어나서,
 “아, 미안합니다.”
하며 생수통을 주워들고 여자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려 했다.
옆에 있던 여자의 남친이 그를 밀쳤다.


 “이 새끼가 발이 삐었어? 다리를 걸게?”


남자는 머리 카락이 짧았고, 목이 두꺼웠다. 우람한 몸에 꽉 끼는 검은 쫄티를 입고 있었다.


민수는 순간 마음이 졸아 거듭 사과했다. 그래도 그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눈을 부라렸다.


고의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여자 친구가 치마가 뒤집혀진 채 구경거리가 된 것에 화가 더 치밀었던 것이다.


여자가 무릎을 어루만지다가 민수에게 다가와서는 뺨을 짝 소리가 나게 때렸다.
민수는 눈에 불이 번쩍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쌍년을 봤나!’


이런 말이 밖으로 나올 뻔 했다.
그렇게 거듭 사과를 했건만 남자 친구를 믿고 함부로 행동하는 그 여자가 얄미웠다.


 “일부러 건 것 봤는데, 이 새끼가 무슨 놈의 거짓말이야!”


여자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소리쳤다. 그러자 남자도 가세했다.


 “니가 나한테 겁먹고 처음에 나한테만 사과하고 여친에게는 하지 않았잖아.”


 ‘이 사람들이 더워먹고 다 미친 것 아냐?’
민수도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너, 조심해. 나는 거짓말하는 인간이 가장 싫어.”


여자가 입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눈빛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서려 있었다.
이 연놈들이 지들끼리 싸우다가 나를 핑계로 화풀이 하는 것 아냐? 하는 추측이든다.


연인이 합작하고 공감하는 것들이 이런 수준이라면 연애같은 것 안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눈알에 힘 좀 빼면 좋겠는데요. 확 조솨버리기 전에.”


급기야 숨기고 살았던 고아원 시절의 폭력적이고 거친 말투가 되살아나 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숨기고 싶던 본성이었던가.
얼마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일들이었나.


교육이랍시고 선배들의 몽둥이 찜질이 횡행하고 그것을 빌미로 굳어진 파행적인 우정,
그것이 남자다움의 전부라고 알고 자랐던 시절이었다. 민수는 폭력에는 익숙했다.



 “어쭈,희드라 같은 새끼가 더위 먹고 제정신이 아니구나.
 내가 너 정신한번 제대로 들게 해줄게.”


남자가 큰 주먹으로 민수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민수가 그 손목을 비틀어 꺾자 남자가 뒤로 몸을 틀며 고꾸라졌다.


남자는 지지 않고 몸을 날렸다. 날렵했다.
옆에 있던 여자는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 원을 지어 둘러쌌다.


남자가 휘돌려차기로 내려 찍으려고 했으나 빗나가서 땅을 내려찍고 말았다. 


그 틈을 타 무릎찍기로 얼굴을 가격하려고 하였으나 그만 멱살이 잡히고 말았다.
남자가 업어치기로 민수를 내동댕이쳤다.



그때 군중 속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한 남자가 다가와,
넘어진 민수를 발로 짓이기려는 남자의 목을 손날로 내려 찍었다.


남자는 머리를 흔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돌아서며


 “이 존만한 새끼들이, 너 뭐냐. 다 죽었어, 개새끼들아!”
남자는 새로 등장한 노란 조끼에게 덤볐으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노란 조끼의 발놀림에 펑펑 나가떨어졌다.



 “사과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하다.”


노란 조끼는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는 코피를 닦아주고는 음료수를 하나 입에 물려 주었다.
그리고는 야무지게 여자의 귓방맹이를 올려붙였다.


 “이 썅년아, 너는 속고만 살았냐.
 글고 남친이 싸우고 있으면 말릴 생각을 해야지 실실 쪼개고 있냐.”


여자는 훌쩍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서 눈 앞에서 사라져.”
노란 조끼의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민수는 고마운 나머지, 인사를 하려고 했다.


 “정말 고맙...”
 “고맙긴. 형, 나 병식이야.”
민수는 아, 병식이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고아원 시절 1년 동생이었다.


**************


 “우리 이러지 말고 어디 술집에 들어가서 시원하게 맥주 한잔 하자.”
 
 “우선 명함 한 장 줄게 여기로 언제든지 놀러와. 아까 술집에 있던 한 년이 돈 떼먹고
 도망쳐 제보받고 잡으러 가는 중이었어.
 우리 집에 예쁜 애들 많으니까 형이 놀러오면 가장 근사한 애로 한명 소개해 줄게.”


 “너 여자 장사하냐?”
 
“여자 장사하긴. 그냥 주점에서 지배인으로 있으면서 애들 좀 관리해주고
 단골 오면 립 서비스좀 해주고 그런 정도지 뭐.


 나도 서울에 처음 오니 눈이 핑핑 돌더라. 어떻게든 여기서 성공하고 싶고.
 나같이 싸움질만 하고 못 배운 놈이 성공하는 길이 뭐가 있겠어.


인생 뭐 있겠어.돈 많이 벌어서 술집하나 차려 사장소리 한번 들어보며 사는 것이 꿈이지.”


병식은 인생의 청사진을 거리낌없이 말했다.


민수는 술집에서 일한다는 말에 웨이터나 하면서 손님 치다꺼리나 하거나
힘쎈 주먹으로 건달 노릇이나 하는 줄 알았다.


 “말이라도 고맙다. 그래 어서 니 보던 일 봐라. 너희 가게에 함 놀러 갈테니.”


그때, 늘씬한 여자 두 명이 다가왔다.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핫팬츠에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채로 올이 성긴
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젖꼭지가 돌출해서 민수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랐다.


 “전무님, 밖에 웬일이셔요?”
 “잠깐 형을 만났다. 인사드려. **대 다니는 형이야.
 너희 같은 돌대가리들은 얼굴도 쳐들기 힘든 사람이야. "    


민수가 무안해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희라고 해요. 우리 가게에 꼭 한번 놀러오세요. 잘 해줄게요.”


왼쪽에 있는 여자가 병식에게 눈을 한 번 흘기더니, 이내 웃음을 띠고
민수에게 껌과 약도가 들어있는 봉지를 하나 건넸다.


손바닥 만했고 물건들은 투명 비닐 속에 담겨 있었다. 단란주점을 소개하고 있었다.



여자 둘이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저쪽으로 걸어갔다.


거리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키 크고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채로
도발적으로 걸어가는 그 여자들은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런 매력적인 여자가 술집에서 일한다니 민수로서는 기분이 좀 씁쓸했다.


 “돈 달라고 안 할테니 저 년들 한번 맛보고 싶으면 한번 와.
 기술도 좋고, 꽉꽉 조여주고, 몸매도 좋더라.


 도리어 쟤들은 순진한 형을 따먹었다고 좋아할 걸.
 내가 순진한 형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하여튼 함 구경와 형.”
 
캔 맥주를 한 번에 쭉 들이키고 그들은 헤어졌다.



민수의 손에는 ‘ 쭉빵 여대생 항시 대기. 고품격 밤 문화를 지향합니다’ 는 문구가 적힌
단란주점 찌라시가 들려 있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금 신선한 충격도 받았다. 병식이가 있는 세계는 민수가 알지 못하는 세계였다.
밤거리, 거리의 여자, 돈, 싸움....


민수가 지향하고자 하는 고위충, 먼 나라, 세련된 여자들, 세련된 말투, 성급하지 않는 성격,
여유가 흘러다니는 집... 들과는 딴 판이었다.


민수는 병식이 속한 세계를 넌지시 맛본 느낌이었다.


****************


 “너무 따분해요.”
주희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민수는 버럭 겁이 났다.


이 말은 곧 자기를 좀 즐겁게 해달라는 말이었다.
민수가 새미랑 밖으로 나돌자 주희에게 소홀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주희는 민수를 언제라도 자기 품안에 두고 싶었지만 요즘은 그게 잘 안되었다.


친구를 만난다고 늦게 들어오는가 하면, 여자의 직감으로 여자 냄새를 맡아내곤 했다.


주희는 요즘 수묵화를 배우며 정신의 내공을 쌓고 성 에너지를 좀 분산시켜보려고 했지만
한번 터진 성욕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몰랐다.


일주일에 한번은 해야 할 것 같았다.
남편은 여전히 병을 달고 있었고 제대로 발기도 안된다.


그런 관계가 습관화된 것은 오래 전이지만 요즘 들어 불만이 커진 것이 사실이었다.



민수는 주희를 유혹하기로 했다. 유혹되기를 기다리는 여자를 유혹하기는 정말 쉬웠다.
자존심을 접고 들어오기 전에, 남자쪽에서 알아서 요구하기는 것이 도리일 듯 싶었다.


 "오늘 밤 어때요? 너무 하고 싶어요"
민수는 밤 12시에 얄궂게도 남편과 누워 있는 주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희는 상조가 깰까봐 조마조마 해 하면서,


 "좋아요, 나갈게"
답을 보냈다. 기다리고 있던 문자였다.


주희는 상조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는 잠옷을 여미며 안방을 나섰다.
조심해서 이층 계단을 올라갔다.


다영이는 피곤한 지 코까지 골며 자고 있다.안심하며 민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민수는 책을 읽다가 반갑게 그녀를 맞아 주었다. 그들이 단둘이 있게 된 것은 보름 만이었다.


 “요즘 바쁜 것 같더군요.”
주희가 짐짓 새침한 것을 가장하여 퉁을 주었다.


 “남편 분은 깨지는 않으셨지는요.”
 “그런 것은 내가 잘 단속했으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 봐요.”


주희가 지지 않고 나섰다. 밖으로 나돌며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녀도 자신이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지만 마음이 상해지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다른 남자를 사귀어도 저는 아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주희가 조바심이 나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보름 만에 만나서 고작 한다는 말이 그런 거예요?”
 “미안해서 그럽니다.”


민수는 뻔뻔스럽게 말을 받았다. 주희의 자존심도 지켜줄 필요가 있었다.


주희를 유혹하려 한 것이 사실이었으나 그녀가 너무 쉽게 자신의 방으로 찾아오고
자신의 말 한마디에 바다 위의 종이배처럼 흔들거리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육체야 언제나 탐할 만 했으나 중산층의 무거운 공기에 억눌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남편 몰래 자신의 방으로 온 그녀가 대견하다기 보다는 아주 쉬운 장애물의 정체를
미리 알고 온 것 같아 진부하기까지 했다.


또한 다영이가 이미 주희와의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스릴도 많이 감퇴되었다.


 “저는 문자를 받고 너무 좋아서 이렇게 남편을 두고 잠옷 바람으로 왔어요.
 많이 사랑해줘야해요. 그리고 다른 남자 만나라는 말은 어서 취소해요.”


 “그럼 주희씨, 이혼하고 저와 같이 살 수 있어요?”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온 것에 민수 자신도 놀랐다.
결혼할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한번 떠보고 싶었다.


그녀와의 섹스 놀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다짐도 반영되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어요. 저는 그런 쪽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민수씨가 좀 변한 것 같아요. 정녕 저를 더 이상 안 만날 생각인지요.”


주희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동정심이 훅 일었으나 민수는 좀 냉정해지고 싶었다.


다영이와 육체 관계를 맺었고, 또 다영이가 엄마와 자신과의 관계를 알고 있는 이상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했다.


모자라고 손해본다 싶을 때 그만 두는 게 가장 현명했다.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다만 우리의 관계가 조금 어색해질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겁니다.


 저도 주희씨랑 같이 지내는 거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른 것이구요.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예요.  저는 다영이의 충실한 과외 선생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제가 새미씨랑 만나는 거 반대하기라도 했나요.
 여자친구를 사귀든 뭐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주희가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렇게 주희씨가 저의 모든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겁이 납니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게 있나요? 있으면 말해줘요.
 그래야 다음은 그런 잘못 안할 테니까요.”


주희는 침대아래에 앉아 민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민수는 자신에게 이렇게 매달릴 이유라도 있을까싶어 좀 당황했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고 주희의 마음이 이렇게 깊은 줄도 몰랐다. 자존심 때문일까.


지금까지 남한테 아쉬운 소리, 거절 같은 거 못 듣고 살아왔겠지.속으로 생각했다.



주희는 민수의 예상치 못한 말들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들떠서 오랜만에 질퍽한 섹스를 기대하고 올라왔는데 난데없이 이런 심각한
얘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다만 이렇게 사는 게 잘하는 것인지 좀 생각해 봤을 뿐이에요.”


이렇게 말하고 민수는 비장한 듯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두 달여 간 세 여자와 부대껴본 결과 좋을 때 그만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 이상은 가여운 집착으로 전락하고 만다.


 “제가 민수씨에게 부담스러운 부탁을 했던 적은 없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꾹 참다가
 민수씨가 부른 다음에야 보름 만에 이렇게 단둘이 있게 된 거구.”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 제 다리를 발가락으로 유혹한 것은 뭐구요.
 사워 한다고 자꾸 거의 알몸으로 다닌 것은 뭐구요.”


민수는 야무지게 반박을 했다. 주희 앞에서 이성을 회복한 지는 오래 되었다.


주희는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 남자가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한 걸까.


자기가 당장 집을 나가라고 하면 짐을 싸들고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자기만 손해였다.
최소한 그는 다영이의 유능한 과외 선생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이제 제가 싫어진 거군요. 솔직히 그렇다고 말해요. 저는 단지 섹스 파트너였나요?”


주희가 눈을 들어 떨리는 말로 물었다.


 “그러면 저야 속편하게 주희씨를 만나죠. 그게 아니니까 이럽니다.”
 “민수씨가 다정하게 주희씨라고 불러줘서 좋아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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