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와 민수 이야기 ( 18부 )
주희와 민수 이야기 ( 18 부 )
처음에 먼저 유혹한 것은 주희였다. 그 때 주도권은 주희에게 있었다.
이제는 그것이 민수에게로 넘어왔다.
“새미를 사귀면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자존심이 달린 문제예요.
색욕만 쫓는 제 자신이 싫었어요.
저도 이제 마음과 몸을 다 주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럴려면 마음을 분산시켜서는 안 될 것 같구요.”
“저한테는 마음 안 줘도 돼요.”
“주희씨가 뭐 창녑니까?”
“왜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닌데. 저는 그냥 즐길 뿐이에요.”
“그러니까 저 말고도 다른 남자와 즐길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마음을 달라고 했다가,
몸만 준다니까 다른 남자와 즐기라고 하고. 저는 어떻게 해야 현명할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복잡한 거 싫은데.”
민수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남녀의 정분을 떼기가 이렇게 힘든 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냥 저를 나쁜 년이라고 욕해 주세요.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아무생각 없이 즐기면 되는 거예요. 복잡할 필요 없어요.”
“그럼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이제 부터는 하자는 말 안 할 거니까 주희씨도 그래야 해요.”
민수가 단호하게 말했으므로 주희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주희가 흐느끼며 민수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왜 이렇게 제 맘을 후벼 파시는지.일부러 시험해보려고 이러는 거지요.
그렇다고 제발 말해줘요.”
주희가 흐느끼며 말했다.
“이런 육욕에 이렇게 집착하시는지 몰랐어요.
저는 그렇게 주희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값어치 있는 인간이 아니에요.”
민수는 주희의 얼굴을 품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그의 심정도 착잡했다.
하지만 한 집에서 딸과 엄마를 동시에 농락할 수는 없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다영이를 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험도도 덜하고 자기 맘대로 주무를 수 있고 객관적으로 봐서 다영이와
할 때 조금 더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한 여자가 남자와 그런 관계를 맺을 때 단순히 육체만 교환하지는 않아요.
민수씨의 마음에도 끌리고, 또 저랑 얘기도 잘 통하고요.
저를 섹스나 할 줄 아는 그런 여자로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민수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키스를 해줬다.
주희는 격정적으로 입술을 받았다. 마치 다 흡수해버리겠다는 듯이 입술을 빨았다.
민수는 조금 두려웠으나 그런 적극적인 모습에 적잖이 흥분되었다.
“신음 소리 내면 안 돼요, 다영이가 깨니까.”
“그건 내가 더 조심하고 있어요.”
일을 치르고 몸이 늘어진 채로 그들은 누워 있었다.
주희는 민수의 품에 안겨 슬픈 표정으로 웅크리고 있었다.
이제는 흐물거리며 늘어진 민수의 성기를 주희는 다정하게 만졌다.
‘이제는 너와 이별하는구나, 난 심심할거야’ 하며 처량한 신세를 과장했다.
그때,
민수는 뭔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주희의 얼굴을 손으로 받쳐 올렸다.
“주희씨한테 좋은 제안을 하나 하려구요.”
“뭔데요?”
주희가 희망이 가득담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주희씨는 섹스를 정기적으로 하고 싶죠?”
“예, 그거야.”
“나 아닌 사람은 어때요, 낯선 사람들이요.”
주희가 의아스럽게 쳐다보았다.
“그게 뭔 말이에요.”
“뒤끝이 없고 위험하지도 않는 일이에요. 제 아는 동생이 주점을 하나 열거든요.
비싸고 고급 술집이에요. 거기서 이차도 나가는 데 주희씨가 원한다면 소개해 줄 수 있어요.
일주일에 원하는 때에 한두 번 나가서 손님 한 명만 받아도 될 거에요.
그러면 다양한 사람들과 즐길 수 있어요.”
“에이, 그런 데는 다 스무 살 영계들일텐데 저를 받아 주겠어요?”
주희가 호기심이 나서 이렇게 말했다.
“주희씨 보면 스물 다섯 살로 밖에 안보여요.”
민수가 이렇게 띄워주자 그녀는 한껏 기분이 고조되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주희가 도시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깊은 밤의 쾌락 산업과
흥청망청하는 사내들의 어리석고 광기어린 행각을 알리가 없었다.
민수는 그녀의 교양주의와 중산층의 안락하고 폭 좁은 생활에 일침을 가하려는
이상한 가학성이 훅 일어 이렇게 제안하고 만 것이다.
고아원 생활을 잊어버리려는 자신을 책망이라도 하듯이 병식이를 떠올렸고,
그가 성의 쾌락에 집착하는 주희에게 좋은 안내자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돈 받고 어디에 팔아먹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민수씨가 그런 데를 다 알아요?”
주희가 순진하게 물었다. 호기심이 가득 찼다.
“그냥 아는 동생이 그쪽 일을 하고 있어요. 제가 데리고 가면 극진히 모실 거예요.”
***************
민수는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 다음 날 밤에 병식이를 찾아가 보았다.
이미 11시가 다 되었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해 찾아올 줄 알았는데 양복쟁이들은 작정을 하고 왔는지
옷매무시도 흐트러지지 않은 정신머리 멀쩡한 상태였다.
“아, 그때 만났던 그 분이네요.”
늘씬한 몸매에 젖가슴의 반은 밖으로 내 놓은 한 여자가 민수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
뜯어보니 병식이와 처음 만났을 때 찌라시와 사탕을 돌리던 여자였다.
“사실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는데...”
한 룸의 소파에 앉아서 민수의 얘기를 다 들은 병식은 “하하하!” 하고 크게 웃었다.
“순진한 형이 이렇게 살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 아줌마도 보통내기가 아니고.”
병식은 아직도 웃기다는 듯이 들떠서 말했다.
"되겠어 ? "
“급하긴. 형이 보면 알겠지만 여기 나오는 애들은 다 젊고 외모도 에이급이야.
수질 관리 잘못하다가는 금세 소문이 나.
예전에는 성질 드러운 년을 하나 데리고 있었는데 2차 나가서 자꾸 손님 지갑을
손대는 바람에 내가 아주 곤란했었어.
한번 내가보고 이리저리 뜯어봐야 결정을 내릴 수 있겠어
조만간 그럼 한번 데려와 봐. 그러고 결정할게.”
****************
그렇게 민수는 주희를 데리고 며칠후 병식의 가게로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짓이에요. 이제 적응하셔야지요.“
“이럴 때는 몸을 움츠리거나 또 신음 소리를 내거나 하지는 말고 지들이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두세요. 손가락으로 휘젓든 손톱으로 당기든요.
하지만 아프게 하면 아프다고 얘기를 해야 알아듣습니다.
같이 즐기자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보지가지고 그리 얄궂게는 하지 않을 거예요.”
병식이가 차분하게 설명하자 주희는 믿음이 생겼다.
“룸에서도 하게 되나요?”
주희가 하나 물어보았다.
성기까지 만지면 룸에서 엎어져 하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돼요. 그러면 우리 장사가 안돼요. 절대로 룸에서 싸게 하면 안돼요.
사까시도 해줄 수 있고 손으로 애무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싸게 하면 그날 장사 끝이에요.
한 번 싸면 2차 나갈 손님이 많지 않거든요.”
"예에…! "
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애간장만 태우면 되요. 너무 좋아하는 티도 내지 말고요.”
“예 잘 이해가 되요.”
병식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주희가 귀엽고 맘에 들었다.
민수형 말로는 남편이 의사이고 아버지도 지방의 유지라고 했다.
그런 집에서 자라고 또 결혼 생활을 해서 그런지 맺힌 데가 없이 순진했다. 백치 같았다.
아까 젖가슴을 만져보았을 때도 물컹하고도 부드러운 게 젊은 애들보다
포용력이 있는 기분이었다.
이 곳으로 흘러들어온 젊은 애들이야 세상 물정 다 알고 까지고 허영기 있는 애들이 많았다.
그들중에는 못 배우고 불가피하게 온 애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물들기 쉬웠다.
하지만 다 뭔가를 얻어내려는 앙칼진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사실 웃음 팔고 아래구녕 팔아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정신머리를 하고 온 사람에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주희는 귀부인다운 교양과 여유가 느껴지고 돈에 초월해 있어 정말 이 사람이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여자구나 하고 직감했다.
분명 이런 여자에 걸려들, 육욕을 넘어 교양을 따질 남자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자신부터도 주희에게 끌렸던 것이다.
이런 여자와 마음적으로 맺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줄 안다.
그러니까 몸으로라도 맺어놓는 게 상책이었다.
민수형이 있을 때 더욱 과감히 할 필요가 있었다. 뒤꽁무니에서 꽁깍지 까고 싶지는 않았다.
“자 그럼 제가 실습을 해볼게요.”
병식은 주희의 가슴과 성기를 만지다가 불쑥 곧추선 성기를 주희 속살로 밀어 넣었다.
쑥 들어갔다.
"어머..! "
주희가 놀라 엉덩이를 뺐다. 물기에 흥건히 젖은 그의 성기가 번들거린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렇게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 다시 이리 와 봐요. 알려 주려고 하는 거니까.”
주희가 다시 엉덩이를 내밀었고 그는 다시 뒤에서 끼워 넣었다.
“이렇게 따짜고짜 밀어넣는 사람들한테 저항하면, 화만 내니까 조용히,
이차 나가실래요? 잘해드릴게요, 하면 되요.
몸 뺀다고 힘주면 아래가 꽉 조여져서 더 빨리 싸게 되요.
힘 빼고 여유를 가지고 달래세요. 자, 막 빼내려고 해보세요.”
주희가 엉덩이를 빼려하자 병식은 그녀의 허리를 부여잡았다.
“자 어때요. 아래에 힘이 들어가죠. 아, 너무 꽉 조여주네.”
“주희씨도 별 말씀을, 형이 보고 있는데.”
그녀는 한 번 시작된 쾌락을 끝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자신을 버린 민수에게 화도 나서 그가 보는 앞에서 도발을 하고 싶었다.
질투를 일으키고 싶었다.
“이왕 벗은 거 그냥 해. 주희씨도 좋아할 거야.”
민수가 통 크게 나왔다.
"아..고마워..! "
병식이 좋아라 했다. 그야 고등학교도 못나오고 뒷골목에서 굴러먹던 깡패였다.
예쁘고 몸매좋은 여자들이야 수없이 거쳤다.
그런데 다 되바라지고 머리 비고 지 맘대로 욕이나 지껄이는 애들이었다.
병식은 대학생 콤플렉스가 있어, 면접보러 온 여자들 중에 대학생이 있으면,
대학까지 다니면서 여기로 흘러 들어오냐 하며 많이 비웃어 주었다.
그리고 꼭 자신이 어떤 이유를 대서 첫 타자로 그 여자들을 따먹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여자의 보지나, 점잖은 척 하며 책을 끼고 다니는 여대생의 보지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처음에는 여대생의 보지에서는 향기라도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여느 여자처럼 오징어냄새가 나서 좀 놀랐다.
몸을 함부로 놀리고 다닌 여대생의 보지는 오히려 더 늘어지고 헤어져 탄력이 없었다.
그 후 병식은 여대생에 대한 선망과 열등감을 많이 없앨 수 있었다.
허지만
여전히 술집에 흘러오지 않고 순진하고 깨끗한 여대생과 사귀어보고 자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주희는 그런 교양있는 여대생의 모습에 가장 가깝게 느껴졌다.
“주희씨 영어 할 줄 알아요?”
“왜 갑자기......”
“영어로 얘기해 주세요. 신음소리도.”
“좀 웃기세요. 잘 해주면 한 번 시도해 볼게요.”
그런 주희의 고고한 모습도 맘에 들었다.
“형도 같이 해.”
뻘쭘하게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민수를 보고 그가 한마디 했다.
그렇다고 민수를 내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지켜보아야 주희가 자신의 여자가 될 것 같았다.
“지혜라도 불러줄까?”
“그럴래?”
민수는 그가 어색해 할까봐 병식의 말에 동의했다. 곧 지혜가 왔다.
“또 오셨나. 어머머. 사장님 이 여자는 왜 이러고 있어요?”
“니년은 상관말고 어서 민수형님이나 챙겨.”
지혜가 능숙하게 민수를 홀렸다. 주희는 경쟁심이 생겨 병식에게 더욱 달라 붙었다.
그의 자지는 굵직하고 힘도 좋았다. 속살이 밀리는 느낌이었다. 꽉 들어찼다.
“사장님 굉장하네요.”
“뭐가요?”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요.”
“지금까지 어떻게 참고 살았어요? 이제 번지수 제대로 찾아왔네요.”
*****************
다음 날부터 바로 출근이었다.
상조는 아내가 봉사 활동한다고 늦게 들어온다고 하자 받아주는 눈치였다.
집에 있기 심심해서 봉사활동을 핑계로 밖에 돌아다니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수영 다닌다면서 바람피우는 것보다는 훨씬 건전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었다.
밤 늦게 들어온다는 것에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무슨 봉사활동을 새벽 2시까지 해?”
상조는 궁금한 나머지 하나 물어보았다.
“못 사는 치매 할머니들을 돌보는 곳인데 새벽까지도 잠을 안주무시는 분들이 많나봐요.”
주희는 대충 이렇게 둘러댔다.
“일주일에 한 번인데요 뭘. 교회 사람들이랑 같이 하니 너무 걱정 말아요.”
남편 상조가, 봉사활동 나가나, 이런 것 뒷조사할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 놓고 교회 사람들을 끌어 들였다.
저녁을 차려주고는 집을 나섰다.주희는 옷을 수수하게 차려 있고 나갔다.
옷이야 가게에도 많았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옷은 나중에 더 사기로 했다.
그동안 참고 있던 욕망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자 언니, 옷 갈아입어. 벌써 한 팀 들어왔어.”
지혜가 빨간 원피스를 하나 던져 주었다.
주희는 종업원 전용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얼굴에 옅은 화장을 했다.
화장 안 해도 되는 고운 얼굴이었다.
마담 언니의 지시에 따라 열 명이 한 팀을 이루어 룸으로 향했다.
“비싼 술 빨리 많이 시키게 하고, 기회 되면 부어버리고, 알았어?”
주장격인 지혜가 복도를 걸으며 한마디 했다.
“전자 회사에서 미국 바이어를 하나 데리고 온 것 같은 데, 누가 영어 좀 할 줄 아니?”
그녀들은 조금씩은 영어를 할 줄 알았다. 한 두 번씩은 외국인을 손님으로 받아본 적이 있었다.
다 술 좋아하고 섹스 좋아하는 일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스튜디어스를 해봐서 좀 할 줄 알아.”
나이로 보면 맡 언니인 주희가 나섰다.
“그래,언니가 알아서 그 외국인 말은 통역을 하고,
뭐 몸끼리 부딪히니 말은 필요 없겠지만 서도.”
늘씬한 미인 열 명이 복도를 걸어가니 패션쇼장에 온 기분이었다.
주희는 자신이 과연 초이스될 수 있을까 궁금하고 조금 불안했다.
이렇게 젊고 이쁜 경쟁자들이 있는데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까? 경쟁률은 2대1이었다.
선택이 되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첫술에 배부르랴.
“언니, 룸에서 삽입 사정은 절대 안 되니 알아서 처신해.”
미영이가 나섰다.
“알아, 사장님한테 교육 받았어.”
주희가 걱정 말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룸에 들어가니 등치가 큰 외국인 한명에 흰 와이셔츠를 잘 차려입은 남자 넷이 앉아 있었다.
40대에서 50대 정도 되었다.
제일 어린 축에 속하는 남자가 외국인 남자에게 귀엣말로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아, 원더풀!”
몸이 푸짐한 외국인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다른 남자 넷은 히히덕거리며 웃었다. 외국인의 이름은 마이클이었다.
아가씨 열 명은 죽 빠진 다리를 하이힐 위에 자랑하며 서 있었다.
“마이클 먼저 하지.”
나이가 제일 지긋한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마이클은 황송한 듯 얼굴을 붉혔다.
조금 머뭇거리다가 눈매가 작고 볼이 통통한 송희를 지적했다.
“다음은 김 부장.”
제일 대빵인 듯한 그 남자가 김부장을 지적했다. 김부장은 제일 쭉쭉빵빵한 지혜를 골랐다.
김부장은 눈이 작고 실실거리며 웃는 폼이 여자를 많이 밝히게 생겼다.
지혜가 옆에 앉자마자 있으나마나한 옷 섶에 손을 넣어 젖가슴을 조물락거렸다.
“다음은 오 상무.”
오상무는 미남인데다 웃음이 부드러워 매너도 좋게 생겼다. 체격도 듬직하니 좋았다.
주희는 저 남자가 자신을 골라주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그는 제일 어리고 체구가 아담한 지영이를 골랐다.
자신이 맘대로 깔아뭉갤 수 있는 여자를 선호하는 남자였다.
외국물도 좀 먹었는지 마이클과도 영어로 지껄였다.
주희가 엿들으니 이렇게 아담한 여자가 진짜 한국 여자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주희는 조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이제 초이스 될 수 있는 여자는 두 명이었다.
초이스 되지 않더라도 남자의 취향은 다 제각각이니 실망하지 말라는
지혜의 말이 생각났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어떤 여잔데...’
누구에게 선택되는데 한 번도 걱정해 본 적 없이 살아온 인생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사모님 소리 듣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의 교양을 알아챌 만한 남자가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순순하게 몸만 남은 나이 지긋한 여자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겉에 가지고 있던 타이틀을 걷어내고 나니 그저 한 여자일 뿐이었다.
주희는 그 순간 외로워졌다. 인생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이 든 사람은 생활의 전선에서 어서 밀려나거나 양보해주고
젊은 애들이 파릇한 몸과 의지로 그 공백을 바로바로 메우고......
그러다가 죽어 없어지고.
그게 두려워 이 사내들이 이렇게 비싼 돈 들여서 하룻밤의 쾌락을 즐기러 온 것 아닐까 하는
불쌍한 생각까지 들었다.
‘니들은 큰 돈을 허황되게 쓰면서 호기는 부리고 있고, 또 여자 후리러 간다고 좋아라 했겠지.
다 부질없는 짓이야. 다 너희들의 불안을 숨기기 위한 트릭일 뿐야.’
주희는 히히덕거리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까지 생각해보았다.
교양주의에 젖어 산 그녀가 낼 수 있는 단상이었다.
세상은 어떤 때는 이런 비밀을 숨기지 않고 그저 반복적이고 피상적인 욕망 자체만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이 겪는 모든 일이 의미 있어야 한다. 재미는 나중이었다.
“자, 다음은 박 전무 골라봐.”
박전무가 빨간 원피스를 입은 경선이를 골랐다. 그러더니 이내 능숙하게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지혜를 고른 김부장은 성급하게도 벌써 지혜의 윗옷을 벗겨 브래지어만 남겨 놓았다.
사장은 그냥 허허 거리며 웃다가
“나는 저 분으로 하겠네.” 하고 주희를 지적했다.
주희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 나이 지긋한 사람은 사람 알아보는 눈이 있단 말야.’
이제야 고민 없이 재미있어지려고 했다. 초이스 안 된 다섯은 두말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
“주희라고 했나?”
“예, 사장님.”
오랜만에 남자에게 복종하는 흉내를 내니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뭔가 재미있었다.
노래를 부른다, 춤을 춘다고 마흔 살이 넘은 사람들이 방방 뛰어 다닌다.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