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9
<17. 농락 당하는 커플>
감옥 안에서 서로 등을 돌리고 굴욕으로 몸을 떨고 있는 후미오와 미츠코를
여자들은 창살 사이로 들여다보며 신나게 놀려대고 있었다.
"그럼, 미츠코! 삭발 식 준비가 다 되면 데리러 올게."
긴코가 아케미 일행을 독촉하여 밖으로 나갔다. 몸을 조그맣게 움츠리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썰렁한 바람이 발목에서부터 일어나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침묵이 계속되었다.
후미오가 미츠코 쪽을 외면한 채 어렵게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미츠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미츠코는 후미오 쪽으로 등을 돌린 채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이, 이런 걸 묻는다고 기분 나빠하지 마. 너, 이 저택에 있는 남자들에게
몸까지……."
후미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미츠코가 머리를 마구 흔들어댔지만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하지만 미츠코는 저 무서운 여자들로부터 끔찍한 꼴을 당해서 순결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야. 후미오 앞에 나설 수 있는 미츠코가 아니야. 이제 끝났어,
모든 게 끝나버렸어!"
그렇게 말한 미츠코가 부들부들 어깨를 떨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정신차려. 희망을 잃어선 안 돼. 내가 옆에 있잖아."
내가 옆에 있잖아, 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가엾은 미츠코를 눈앞에 두고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에 후미오는 어떻게든 이 줄을 풀어보려고
몸을 뒤틀었다.
그 순간, 끼이익 소리가 들리며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 뒤의 문이 다시 열리고
여자들의 새된 웃음소리가 이어지면서 우르르 지하실로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후미오와 미츠코 둘 다 깜짝 놀라며 몸을 경직시켰다.
"어머, 둘 다 아직도 그렇게 떨어져 있었어? 정말로 내숭떠는 도련님에 아가씬데
그래?"
긴코가 떠들어대면서 감옥 문을 열고 아케미 일당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좀 이르긴 하지만, 지금 시즈코 부인 쪽의 아침 훈련이 끝나서 오니겐
씨의 손이 비었어. 그래서 네 삭발 식에 오니겐 씨께서 입회해 주신다는 거야.
사이즈를 재두고 싶다고 하시고. 호호호, 그러니까 얼른 해치워버리자고, 응?"
긴코와 아케미는 벽 아래쪽에 잔뜩 웅크리고 앉은 미츠코의 반짝거리는 하얀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후미오가 울컥 치미는 듯
손을 뒤로 묶인 불편한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가까스로 일어섰다.
"미츠코에게 난폭하게 굴면 용서하지 않겠어!"
후미오는 미츠코를 감옥 밖으로 끌고 나가는 긴코와 아케미에게 온몸으로
덤벼들면서 마구 소리질렀다. 그때 총총히 지하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고 요시자와와 가와다가 뛰어들었다.
"왜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 거야?"
가와다와 요시자와는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후미오를 닭 날개 잡듯 잡아채서는
감옥 안으로 밀어 넣고는 긴코 일행을 재촉하여 문 밖으로 나간 후 자물쇠를
채웠다.
혼자 감옥 안에 남겨진 후미오는 분을 못 참아 흐느끼면서 울부짖었다.
"기다렷! 미츠코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짐승들!"
가와다와 요시자와는 미츠코의 어깨를 잡고 후미오에게 과시라도 하려는
것처럼 돌아보며 말했다.
"헤헤, 지금부터 이 아가씨가 어떤 꼴을 당하는지 그렇게도 알고싶나? 하지만
그건 좀 아껴뒀다가 다음에 즐기도록 해주지."
자아, 미츠코 걸어! 하고 줄을 잡은 긴코가 미츠코의 매끈거리는 등을 찔러댔다
가와다가 문득 미츠코의 허리춤을 보고 말했다.
"하, 오늘은 또 아주 요상한 물건을 걸쳤는데 그래? 과연. 그게 바로 후미오의
거들이라는 건가?"
미츠코는 그런 가와다 패거리의 야유를 무시하고 주르르 눈물을 흘리면서
창살 사이로 후미오를 보았다.
"후미오, 너만은 제발 어떻게 해서든 이곳에서 도망가! 미츠코는 걱정하지
말고! 미츠코는 이미 소용없어……."
그렇게 말한 미츠코가 봇물이 터지듯 울음을 터뜨리면서 긴코와 아케미에게
등을 떠밀린 채 지하 계단을 향해서 앞으로 고꾸라질 듯 걸어갔다.
가와다와 요시자와는 오니겐을 데리고 오겠다고 하면서 3층에 있는 훈련실
쪽으로 가고, 미츠코는 긴코와 아케미에게 이끌려서 1층의 복도를 두 번 돌아서자
나타난 막다른 곳의 광, 그러니까 미츠코가 이 저택으로 유괴되어 왔을 때
처음 감금되었던 5평 남짓한 합판으로 만들어진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네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귀여운 학생복 차림으로 이 기둥에 묶여 있었었지?
후후, 하지만 지금은 거들을 걸친 요상한 여학생!"
아케미가 웃음을 참으면서 미츠코를 기둥에 친친 묶으면서 말했다.
"미츠코, 지금 보니 처음 이 저택에 왔을 때와 달리 젖이 아주 성숙해진
것 같은데?"
"엉덩이도 눈에 띄게 요염해진 것 같지 않아?"
상반신을 기둥에 단단히 묶여버린 미츠코는 다리에 온 힘을 주며 바싹 붙이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에츠코는 청바지 호주머니에서 핑크색의 새로운 헤어
밴드를 꺼내서 미츠코의 윤기 흐르는 새카만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묶었다.
"얌전해진 대가로 주는 선물이다. 따로 화장을 하지 않아도 넌 천연의 미를
살리는 쪽이 아름다워. 빗질만 조금 해둘까?"
에츠코가 그렇게 말하며 조그만 빗을 꺼내어 미츠코의 머리를 빗어주더니
그럼 이젠, 하면서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킥킥 웃으면서 긴코와 아케미가
말했다.
"그렇지, 삭발 식을 하기에 앞서 당연히 해야 할 에티켓이지."
"그래, 흐트러진 털이 없도록 단정하게 빗어 줘."
에츠코는 미츠코의 엉덩이에서 남자용 거들을 천천히 벗기고는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섬세한 숲 모양을 정리하듯 빗으로 빗어 내리기 시작했다. 미츠코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단념하고 있었지만 여자들의 잔인함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
긴코가 미츠코 앞에 다가섰다.
"자, 잠시 뒤에 요시자와 일행이 이곳으로 오겠지만 요시자와 씨는 너의
오늘 아침 이후의 성숙해진 모습에 아주 즐거워하시는 것 같았어. 그러니까
이 틈에 요시자와 씨의 애정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애교를 부려보는 거야.
우리가 그 방법을 가르쳐줄 테니까 아까처럼 말이야."
긴코와 아케미는 킬킬 웃어대면서 또다시 둘이서 소곤거리더니 미츠코가
요시자와에게 말해야 할 여러 가지 소름끼치는 대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몸에 소름이 돋는 그 굴욕적인 대사에 미츠코가 다시 고개를 마구 흔들어대며
눈썹을 찡그리자, 긴코가 협박했다.
"그런 식으로 요시자와 씨를 맞이해서 즐겁게 해주면 말야, 후미오나 그
누나인 사요코 양에게 우린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겠어. 약속하지."
"저 정, 정말로 후미오와 누나에게 심한 짓을 하지 않는다면 미츠코는 시키는
대로……."
아름다운 열 여덟 살 처녀는 흐느껴 울면서 긴코 일당의 요구를 승낙하였다.
이런 뱀같이 교활한 여자들의 약속을 믿지 않았지만, 미츠코가 승낙하지 않더라도
그대로 물러날 마녀들이 아니었다. 미츠코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긴코와
아케미 일당은 신이 나서 미츠코에게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마침내 요시자와, 가와다, 오니겐 세 명이 뭔가 즐거운 듯이 소리내어 웃으면서
들어왔다.
"과연, 요시자와 씨가 말한 대로군. 이거 정말 이상한데? 하룻밤 안보는
사이에 이 아가씨 아주 요염한 미인이 되었잖아?"
오니겐이 기둥에 묶여 있는 미츠코를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요시자와는
자기 뜻대로 되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떠들었다.
"그것뿐만이 아냐. 아주 얌전해진 데다 남자의 마음을 살살 녹이는 말까지
해준다니까."
미츠코의 좌우에 서 있던 긴코와 아케미가 요시자와를 손짓으로 불렀다.
"미츠코가 말이야, 오늘은 남편에게 응석부리고 싶다는데. 미츠코 앞에 서서
좀 들어주지 않겠어?"
요시자와는 헤헤헷 하고 경박스럽게 웃고 턱을 문지르면서 미츠코 앞에 섰다.
"뭐야, 미츠코? 다 준비하고 왔다고. 이게 신제품 서양 면도칼 이것이 거품
비누, 이놈은 수염 깎은 뒤에 바르는 크림이지."
요시자와는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미츠코 코앞에 들이밀었다.
"나라고 해서 청순하고 아름다운 처녀에게 그런 짓을 시키고 싶겠어? 하지만
사장님과 두목의 특별 지시라 어쩔 수 없지.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줘."
아름다운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숨죽여 흐느끼고 있는 미츠코에게 요시자와가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데 아케미가 옆에서 끼여들었다.
"요시자와 씨.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이 아가씬 그런 식으로 해주는
걸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니까. 언니랑 어느 쪽이 멋진 모양을 하고있는지 여러분들이
모두 모여서 꼭 자세히 비교해달라는 굉장한 말도 했는걸."
그렇게 떠들어대고 아케미는 미츠코 쪽을 돌아보면서 미츠코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하는 것처럼 손질해 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미츠코의 귓불에 대고
속삭였다.
"어때? 교태 어린 목소리로 내가 가르쳐준 대사 그대로 요시자와 씨에게
말하는 거야. 자 시작해."
미츠코는 체념한 듯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 흑진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눈동자를 요시자와에게 향했다.
"……저어 당신, 모리다파의 일을 위해서인 걸요, 미츠코는 기꺼이 협력해드리겠어요.
하지만 면도를 할거라면 다른 사람이 하는 건 싫어요. 미츠코는 당신이 예쁘게
깎아줬으면 좋겠어요."
"헤헤헤, 이거 원 아주 즐거운 말을 해주는데 그래? 누가 그런 걸 다른 사람에게
시키겠어? 내가 깨끗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안심해."
요시자와가 야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 미츠코라도 당신, 웃으면 안 돼요. 오래도록 사랑해주셔야
해요."
"물론이지."
미츠코가 요시자와에게 해야 할 대사를 잊지 않도록 아케미와 긴코가 옆에서
프롬프트처럼 미츠코의 귀에 대고 계속 속삭였다.
"미츠코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소중히 소중히 길러온 것인 걸요.
저어 자기, 이별의 키스를 해 줘."
그렇게 말을 끝내자 미츠코는 그만 견딜 수 없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울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츠코와 요시자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가와다와 오니겐이
서로 마주보며 킬킬 웃었다.
요시자와가 허리를 낮추어 미츠코의 동그스름하게 부풀어오른 둔부를 양손으로
끌어당기며 입술을 갖다대려고 하자 미츠코가 소리를 지르며, 조, 좋아―!
하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안타까운 듯 고개를 뒤로 크게 젖혔다. 기름땀이
흠뻑 이마에 번지고 있었다.
마침내 요시자와가 미츠코 발치에서 일어서자 아케미가 미츠코의 어깨를
찌르며 다음 대사를 재촉했다.
"……이, 이제 마음이 놓였어요. 자, 자기 사양하지 말고 아주 깨끗이 면도해
줘요."
미츠코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꼬면서 말했다.
대체 이런 수치스러운 지옥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마치 땅이 뒤집히고
이 세상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요시자와는 절망적으로 몸을 떨고 있는 미츠코를 바라보면서 면도칼을 고쳐
잡았다.
"아니, 그렇게 뻣뻣해지면 일하기가 어렵지 자자, 편안하게……."
요시자와가 그렇게 말했지만 미츠코는 몸을 더욱 경직시키며 눈물이 가득
고인 아름다운 눈에 필사적인 애원의 뜻을 담아 요시자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체념했다고는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굴욕감과 공포감이 회오리바람처럼 일어났다.
죽었다 하는 심정으로 있던 미츠코는 긴코가 내뱉은 말에 또다시 온몸에
전류가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이봐, 드문 기회인데 미츠코의 삭발 식을 후미오에게 보여주는 게 어때."
그래, 그거 재미있겠는데 하며 가와다, 오니겐 등이 구석에 쌓여있던 통나무를
떠메고 왔다. 미츠코가 묶여 있는 곳에서 5척쯤 떨어진 곳에 네모진 구멍이
나 있었고 그 안에 통나무를 끼워 넣은 가와다와 오니겐은 커다란 나무 망치로
통나무 끝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즉 미츠코의 눈앞에 세워놓은 기둥에 후미오를
똑같이 묶어 세우겠다는 계산이었다.
"자아, 도련님을 이곳으로 모시고 올게."
가와다와 오니겐이 복도로 나갔다.
"기다려! 싫어, 부탁이에요. 후미오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는 것만은, 제발!"
미츠코가 부들부들 떨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제발요! 무슨 말이든 모두 들을게요. 어떤 부끄러운 짓을 당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이런 모습을 후미오에게 보이는 것만은 싫어! 제발 부탁이에요 요시자와
씨, 아아, 부탁이야―."
미츠코가 울부짖으며 앞에 서 있는 요시자와에게 매달렸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늦었어. 가와다 형님과 오니겐 씨가 후미오를 데리러 벌써 가버렸는걸."
아아― 미츠코는 눈을 감고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후미오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눈앞의 기둥에 묶고, 또한 자신은 후미오에게 이런 망측스러운 몰골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자 미츠코는 두려움에 이빨이 덜덜 부딪치며 온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요시자와는 그런 미츠코를 고소하게 쳐다보다가 후미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그토록 당황하고 비통해하며 후미오의 신변을 걱정하고 있는
미츠코에게 뭉글뭉글 질투심이 솟아났다.
"이봐 미츠코. 너, 아직 후미오를 좋아하고 있는 거야? 잘 새겨들어. 넌
내 여자라는 걸 잊지마. 아직도 후미오에게 미련이 있다면 어쩔 수가 없지.
미련이 남지 않도록 네 앞에서 후미오 녀석을 죽여주겠어."
아! 미츠코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면도칼로 후미오의 물건을 싹둑 잘라버리는 거야.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남자가 되겠지? 아무리 핸섬해도 말이야."
요시자와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아케미가 끼여들었다.
"다시 말해서 말이야. 네가 후미오를 진정 생각한다면, 후미오와 확실하게
헤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말이지. 아직 육체적인 관계는 가지지 않았지만
넌 요시자와 씨의 신부로 결정되었잖아. 요시자와 씨의 기분도 생각해야지.
너무 가엾잖아."
어때? 후미오와 헤어질 결심을 할거야? 하고 아케미가 뺨을 찔러대며 묻자,
미츠코가 가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츠코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떳떳이 후미오
앞에 나설 몸도 아니라는 비통한 체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후미오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않고 이 지옥 저택으로부터 도망치게 하고싶다. 그 아름다운
도야마 부인과 언니 쿄오코를 이곳에서 구출해낼 방법은 남자인 후미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후미오와 완전히 찢어지는 일이 요시자와 씨를 기쁘게 하는 일이야. 하지만
말야, 그냥 후미 오에게 너 같은 건 싫어, 어쩌고 하며 쌀쌀맞게 대하는 것으론
부족해. 후미오에게 확실하게 증거를 보여주지 않으면 재미없지."
증거를 보여줘라― 대체 이 미친 여자들이 또 어떤 생각을 떠올린 것일까?
그 일에 대해 긴코, 아케미, 요시자와 세 명이 모여 앉아서는 숨죽여 웃어가면서
모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긴코가 결과를 미츠코에게 전해주었는데, 반 실신 상태인 미츠코가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소리를 지르며 새파래졌다. 미츠코로선 정신마저 얼어붙을
무시무시한 악마의 착상이었다.
"그, 그런 끔찍한 말을…… 아아, 차라리 죽여줘요!"
미츠코가 부들부들 떨었다. 후미오 앞에서 미츠코의 털을 면도하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덜하지 않느냐? 긴코가 생각해낸 짓이 실로 상식을 일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때? 시키는 대로하지 않으면 네가 보는 앞에서 후미오의 물건은 싹둑
잘려나가는 거야. 자 대답해. 네 감정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니까 말이야."
죽어도, 그런 짓은― 하고 이를 부드득 가는 미츠코였으나, 이 악마들이
원하는 대로하지 않으면 후미오의 생명이 위험하다. 미츠코는 또다시 벼랑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감정을 추스르며 냉정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알았어요. 시키는 대로하겠어요. 그, 그 대신 후미오에게는 절대로 험악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알았어, 하고 긴코 일당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난 다시 프롬프트 역을 하기로 하지."
아케미가 그렇게 말하며 미츠코가 묶여 있는 기둥 뒤로 가서 섰다.
"내가 작은 소리로 일러주는 대로 말하면 돼. 만약 거절했다가는 후미오
물건은 순식간에 싹둑 이야!"
긴코 일당은 미츠코에게 몇 번씩 다짐을 하였다. 이윽고 온몸을 줄로 꽁꽁
묶인 후미오가 가와다와 오니겐에게 떠밀려 들어왔다. 아니, 떠밀린다기보다
질질 끌려왔다고 하는 편이 맞으리라. 후미오의 입에는 재갈이 단단하게 물려있었다.
후미오는 윽, 윽! 입 속으로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지만 오니겐과
가와다 두 사람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오니겐은 마치 소라도 몰아세우는
것처럼 한 손에 든 몽둥이로 후미오의 어깨를 찔러대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후미오가 가까이 다가오자 미츠코의 전신이 순식간에 불기둥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후미오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이 비참한
상황을 거의 인간적인 영역을 초월한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는 아직 여고생이었다. 전신이 갈가리 찢기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오니겐 일당이 후미오를 앞에 설치한 기둥에 밀어붙인 채 줄을 감는 광경을
훔쳐보던 미츠코는 붉어진 얼굴을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돌리면서 보기에도
우스울 정도로 허둥대고 있었다. 긴코와 아케미가 서로 마주보며 웃어댔다.
후미오 역시 눈앞의 미츠코를 보고는 재갈 물린 입으로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눈을 피했다. 그리고 금세 옆에 서 있는 가와다를 향해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노려보면서 뭔가 울부짖었지만 재갈 속에서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필시 가와다를 향해 여자를 이런 식으로 괴롭히다니, 당신들이 도대체 인간들이냐는
뜻의 울부짖음이었을 것이다.
가와다가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어이, 도련님. 네 입에 물려있는 그 재갈 말인데, 그 푸른 색 팬티는 이
미츠코의 언니 쿄오코 거야. 그 엉덩이에 걸친 핑크색 팬티는 바로 미츠코의
물건이고. 너도 참 행복한 남자야. 미인 자매의 팬티를 상하로 걸치고 있으니
말이야. 어때? 그다지 기분 나쁘지만은 않지?"
후미오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듯 들짐승같이 눈을 치켜 뜨고는 기둥에 묶여
있는 몸을 필사적으로 흔들어댔다.
긴코가 미츠코 옆에 다가가서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쿡쿡 찌르면서 말했다.
"자, 아가씨. 이 도련님에게 뭔가 친절한 인사말이라도 건네야지. 조금 전부터
묘하게 흥분해 있는데, 왜 그래?"
그리고 긴코는 미츠코 옆으로 바싹 다가서며 후미오를 향해 말했다.
"도련님께 일부러 이곳까지 오시도록 부탁한 것은 바로 이 미츠코 양이야,
우린 그냥 이 아가씨의 삭발 식을 하려던 것뿐인데 굳이 이 아가씨가 자기
모습을 후미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시끄럽게 굴어서 어쩔 수 없었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시작할 일을 지켜봐 줘."
아케미가 기둥 뒤에서 미츠코의 희디흰 어깨를 쿡쿡 찌르며, 자, 시작해
하고 귀에다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케미가 이르는 대로 미츠코는 비통한
결심을 한 듯 헤어 밴드를 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휙 넘기며 고개를 들고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로 후미오를 바라보았다.
"후미오, 사실을 말하겠어. 미츠코는 지금 아주 행복해. 이렇게 멋진 세계가
있으리라곤 정말 꿈에도 몰랐어. 미츠코는 사실 나쁜 아이야. 후미오의 애인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야. 그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서 미츠코가 너를 이
방에 오도록 부탁했어."
눈앞에 비참하게 드러난 미츠코를 똑바로 쳐다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후미오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놀라운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들고 미츠코를 쳐다보았다.
후미오를 바라보는 미츠코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훌쩍거리며 울던 미츠코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케미가 지시하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머, 후미오 정말 짓궂어. 약삭빠르게 지금 내 속옷을 걸치고 있잖아.
엉큼하긴."
가와다와 오니겐이 마구 몸을 뒤틀고 있는 후미오 옆으로 가서는 미츠코가
엉큼하다는데? 하며 속옷을 벗겨버렸다.
후미오보다 오히려 미츠코 쪽이 더욱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또 눈을 피해? 똑바로 쳐다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니까!"
아케미가 미츠코의 턱을 거칠게 들어올렸다.
"어머, 후 후미오, 괴 굉 굉장한데? 믿음직스러워."
미츠코는 거의 혀를 깨물어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아케미가 강제로 시키는
말을 내뱉을 때마다 미츠코는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여자들은
네가 순순히 따라하지 않으면 후미오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계속 협박하였다.
"저어, 이 미츠코도 멋지다고 생각지 않아? 어때, 이 젖가슴? 이 저택으로
온 이후 더욱 성숙해졌어. 게다가 이 엉덩이 선도 아주 섹시하지? 자아, 자세히
보라니까."
후미오는 미츠코의 끈질긴 유혹에 굴복한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어느틈엔가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눈동자로 미츠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미츠코의
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줄에 묶여 있었지만 젖가슴은 흰 복숭아같이 예쁜
모양이었고 부드럽게 굴곡을 이루며 내려간 복부에서 엉덩이에 이르는 곡선,
분명히 처녀의 몸임을 증명하는 탄탄한 근육의 넓적다리, 그리고 흰 눈처럼
희고 고운 피부는 황홀할 정도였다.
여자들은 그런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린 후미오를 목격하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어머, 이 도련님 정말 이상하시네? 숙녀들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창피하지도
않아?"
긴코와 에츠코가 후미오 곁으로 다가가서 키득키득 웃으며 우뚝 솟아오른
후미오의 페니스를 손가락으로 퉁겼다.
"윽, 으―."
후미오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어떻게든 기분 전환을 하려고 애썼지만
여자들이 시끄럽게 놀려대는 소리에 그럴 수 없었다.
"후 후미오, 미츠코는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당신의 희망대로는 할 수 없어. 미안해. 미츠코에겐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
아케미가 다시 미츠코를 찔러대고 있었다. 그리고 기둥 뒤에서 요시자와를
손짓해 부르더니 미츠코 옆에 세웠다. 미츠코는 아케미가 지시하는 대로 인형처럼
다시 대사를 읊었다.
"이봐, 후미오. 미츠코가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칠 분은 바로 이 요시자와
씨 한 사람이야."
후미오가 질투에 불타는 눈동자를 요시자와에게로 향했다.
아케미는 요시자와와 미츠코로 하여금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를 연출해 보이게
하여 더욱더 후미오를 화나게 만들려 했다. 그리하여 후미오로 하여금 질투로
몸이 부들부들 떨리게 하여 결국 미츠코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들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요시자와와 미츠코는 이윽고 입까지 맞추며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멍하니 눈을 감은 채 입술을 집어삼킬 듯 키스해 대고 있는 미츠코를 보자
후미오는 재갈 물린 입 속으로 야수처럼 울부짖으며 줄에 친친 묶여 있는 온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분명히 질투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한 여자들은
후미오를 감쪽같이 속인 데 대해 흐뭇해하여 싱글 벙글거렸다. 그리고 다시
위압적인 말투로 미츠코를 협박했다.
간신히 요시자와와 입술을 뗀 미츠코가 귓불까지 새빨개진 상태로 말했다.
"저기 요시자와 씨, 미츠코는 당신의 아기를 빨리 갖고싶어요."
가와다와 오니겐이 껄껄 웃으면서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파는 듯한 질투에
몸을 뒤틀어대는 후미오의 양옆에 서서 말했다.
"어때? 미츠코에 대해선 깨끗이 포기하고 요시자와 형님과 미츠코의 앞으로의
행복을 기원해주는 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굴욕감을, 모두 후미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이를 부드득 갈면서 참아내고 있던 미츠코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가늘게 흐느꼈다.
미츠코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검은 눈동자로 아케미를 보며 말했다.
"부탁이에요. 후미오를 빨리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아케미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떼었다.
"자, 이게 마지막이야. 최후를 아름답게 장식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게
끝나면 후미오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겠어. 그렇게 하면 삭발 식도 그에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삭발 식을 그에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 그 말에 미츠코는 매달리듯 최후의
굴욕감을 이겨내야만 한다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숨죽이며 아케미의 말을 기다렸다.
"아아―."
미츠코가 소름끼치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똑바로 말해!"
미츠코는 아케미가 속삭이는 말을 듣고는 결국 굳은 표정으로 앞쪽에 있는
후미오에게 시선을 주었다. 후미오, 제발 참아요, 라고 미츠코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자신이 여자들에게 강요당해서 하고 있는 일거수일투족이 얼마나
후미오를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이 악마들에게 조롱 당하게
만드는 것인지는 미츠코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자, 미츠코는 불덩이 같은 것이 올라오는 것을 삼키며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자, 후미오. 이것으로 내가 어떤 여자인지 잘 알았겠지? 미츠코의 몸 속에는
이런 세계를 기꺼이 즐기는 피가 흐르고 있어. 이제 너랑은 만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야. 미츠코는 쿄오코 언니와 함께 앞으로 비밀 쇼의 스타의 길을 걸어갈
거야.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미츠코가 목소리를 쥐어짜면서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니까, 마지막, 마지막으로…… 저어, 이제, 이것으로 이별이야.
그러니까, 우리 서로 마음껏 가랑이를 쫙 벌려서, 보여줘."
거기까지 말한 미츠코는 거의 정신이 나간 듯 머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아케미의 눈짓에 가와다가 구석 쪽에서 1미터 정도 되는 몽둥이를 두 개
꺼내왔다. 미츠코와 후미오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었다.
긴코와 아케미가 미츠코에게, 그리고 가와다와 오니겐이 후미오에게 달려들어서
각자 몽둥이를 다리 사이에 끼우는 작업을 했다.
후미오는 발목을 잡으려는 가와다와 오니겐에게 맹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봐, 발버둥치지 마! 미츠코가 그렇게 말해서 도와주는 거잖아? 자, 미츠코
쪽을 좀 보라고. 저렇게 얌전하게 다리를 좌악 벌리고 있지?"
후미오가 언뜻, 충혈된 눈을 뜨고 미츠코 쪽을 바라본 순간, 아! 하고 재갈
물린 입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기가 질린 틈을 타서 가와다와 오니겐이
후미오의 발목을 좌우에서 낚아채 질질 잡아당긴 다음 잽싸게 몽둥이를 끼워
넣고 끈을 단단히 묶었다.
미츠코는 이제 발버둥도 치지 않고 긴코와 아케미가 몽둥이를 다리 사이에
끼우는 대로 화석이 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않았다. 아래위를 끈으로 단단히
조인 잔뜩 부풀어오른 젖가슴이 희미하게 파도치고 있었다.
"미츠코. 눈을 뜨고 앞을 봐야지."
긴코가 턱을 들어올리자, 살짝 눈을 뜬 미츠코는 흠칫 전신을 경련 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후미오 옆에 허리를 낮추고 빙글빙글 웃고 있는 에츠코가 후미오의
단단하게 일어선 페니스를 확 쥐려하였다. 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흘리며 감각적인 혐오의 전율이 미츠코의 몸을 관통했다. 새로운 공포에 휩쓸리며
미츠코의 가슴이 고동쳤다.
"정말이지, 이렇게 바라보니 두 사람 모두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이상적인
커플이야."
긴코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어쨌든 동정과 처녀잖아."
가와다까지 맞장구쳤다.
"안 돼! 둘 다 그렇게 눈을 돌리면 안 되지. 우리의 노력이 아무 소용도
없어지잖아? 자아, 지금부터 5분 간,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거야, 그렇게 해야만 너희의 노력을 감안하여 오늘은 참아주겠어."
눈을 피하면 언제까지고 이런 상태로 계속해야 할거야, 아케미가 미츠코의
귀에 대고 심술궂게 덧붙였다.
앞으로 5분이면 이 소름끼치는 고문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하자 미츠코는 필사적인
심정으로 후미오를 향해 울부짖듯이 말했다.
"후미오, 앞으로 조금만 참아. 부탁이야, 제발 내게서 시선을 돌리지 마!"
그 말은 아케미 일당이 강요한 것이 아닌, 궁지에 몰린 나머지 미츠코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후미오에게 한 호소였다. 후미오 역시 미츠코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였고 마음속으로
미츠코에게 용서를 구하며 미츠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서로 시선을 마주한
후미오와 미츠코를 보고 여자들과 야쿠자들이 떠들썩하니 손뼉을 쳐댔다.
포박 당한 알몸에 가랑이를 서로 크게 벌린 채 대면하고 있는 후미오와 미츠코.
바로 이것이 긴코나 요시자와에게 있어서는 가학의 쾌락을 일으키는 최고의
구경거리였는지도 모른다.
"야아 이거 좋은 술안줏감이 되겠는데 그래? 한잔할까?"
요시자와가 말하자, 좋아하고 맞장구치면서 마리가 일어나서는 술을 가져오기
위해 방을 나갔다.
"요시자와 씨, 부탁이에요. 이제 이런 짓은 그만둬 줘요!"
강제로 후미오를 바라보고 있던 미츠코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지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눈물로 흠뻑 젖은 시선을 요시자와에게로 향했다.
요시자와는 잠깐만 시선을 맞추면 된다고 말해놓고, 결국 자신들을 술안줏감으로
삼을 생각임을 깨달은 미츠코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이제 충분하잖아요. 전 어떤 일이든 요시자와 씨가 말씀하시는 대로 들을게요.
그러니까 후미오만은 여기서 해방시켜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요시자와
씨!"
미츠코가 처절하게 애원하자 요시자와는 코방귀를 뀌며 웃을 뿐이었다.
"아주 대놓고 후미오를 두둔하는군. 아직도 그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요시자와가 미츠코를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문득 후미오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후미오가 새빨개진 얼굴을 외로 꼬듯 미츠코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버럭 소리쳤다.
"이 새끼, 누가 눈을 떼라고 했어! 똑바로 미츠코의 벌거벗은 알몸을 보라니까!"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일어서서 후미오에게 달려가 후미오의 턱을 휙 들어올렸다.
그래도 후미오는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분노로 이빨을 으드득 갈았다.
"눈을 크게 뜨고 미츠코를 보란 말이야! 너를 위해서 미츠코가 팬티까지
벗고 다리를 확 벌리고 서비스해주고 있잖아!"
요시자와는 후미오 귓가에 대고 꽥꽥 소리 지르고 긴코와 얼굴을 마주보며
음란하게 웃었다.
긴코가 다시 미츠코가 묶여 있는 기둥 뒤로 돌아가서 미츠코의 귀에다 속삭이기
시작했다. 긴코의 말은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미츠코에게 들려왔다.
"그렇게 후미오를 감싸는 듯한 표현을 하면 요시자와 씨가 기분 나빠할 건
당연하잖아? 알았어? 후미오가 네게 정나미 떨어지도록 연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 그러려면 네가 좀더 확실하게, 도무지 손쓸 수 없는 음부로 성장한
것처럼 후미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해봐, 하고 쿡쿡 웃으며 긴코가 미츠코의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듯이 끈질기게 속삭였다.
"아아, 그 그런 말을, 아무래도 못 해요."
미츠코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기력하게 고개를 젓기 시작하자, 긴코가
다시 속삭였다.
"할 수 있어. 너는 우리한테서 이미 여러 가지를 배워서 완전히 성숙해졌는걸.
요시자와 씨의 기분도 풀 겸 후미오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는 없단
말이야."
긴코는 미츠코의 불그레 홍조 띤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이제 넌 우리들의
상품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하고 상기시키듯 말하였다.
미츠코는 그 외에는 후미오를 구할 방책이 없다는 비통한 결심을 하자, 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듯 머리를 획 넘기고 후미오에게 비장함마저
감도는 얼굴을 향했다.
"어떻게 된 거야, 후미오. 미츠코가 이렇게 사지까지 벌리고 보여주는데도
어째서 봐주지 않는 거지? 여자를 부끄럽게 만들 셈이야?"
도무지 그녀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미츠코의 대담한 표현에 후미오가
움찔 놀라며 눈을 떴다.
"자, 봐. 자세히 보라고. 미츠코의 이 구멍―을 자세히 봐."
온 힘을 다해 말한 미츠코는 갑자기 현기증이 일었지만 다시 굳은 표정으로
후미오를 바라보았다. 미츠코의 애처로운 꽃잎 같은 입에서 긴코가 협박했다고는
하지만 그런 자극적인 단어가 튀어나오자 요시자와까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요시자와 씨, 그곳에 있으면 방해만 돼요. 미츠코도 후미오의 그곳을 자세히
보고싶어."
방해가 되니까 비켜달라는 미츠코의 말에 요시자와는 하 하고 감탄한 표정으로
후미오 옆에서 떨어졌다.
후미오의 시선과 미츠코의 시선이 순간 마주쳤다. 미츠코의 검은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득 고여 있고, 입술은 분노와 슬픔을 전하려는 듯 가늘게 떨리며
용서해, 후미오! 라고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미츠코의 마음이 뼛속 깊이
후미오에게도 전해져왔다. 마침내 미츠코의 눈초리에서 한 줄기의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졌다. 그러나 긴코와 아케미가 바로 이 한 순간, 정지해 버린 시간을
흔들어버리듯 느릿느릿 다가오자 미츠코는 후미오의 눈에서 황급히 시선을
거두며 얼른 후미오의 하복부로 향했다.
후미오의 그 표피 밖으로 속살을 크게 드러낸 페니스가 열기를 띤 채 팽창하기
시작한 것은 전적으로 정면으로 마주한 열 여덟 살 처녀의 전라 모습 때문임에
틀림없었다.
"사내답고 아주 멋져, 후미오. 미츠코의 알몸을 보고 그렇게 힘있게 세워줬군."
그 대사 역시 긴코가 강제로 시킨 후미오에 대한 고문이었지만 미츠코는
이제 인간의 의지를 상실해버린 처참한 기분이 되었다.
후미오는 미츠코의 전라를 앞에 두고 또 미츠코의 그런 교태 어린 유혹적인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이것은 적이 설치한 덫이라고 하복부의 감각적인
반응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포박 당한 알몸을 뒤틀어보지만 그런 노력을 배반하고
아랫도리는 더욱더 열기를 띠었다. 후미오는 궁지에 내몰리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케미의 입가에 음탕하고 비열한 미소가 번졌다.
"어머, 도련님. 그렇게 물건을 단단하게 만들면 대체 어쩌자는 거야?"
어떻게든 자신의 몸에서 음란한 욕정을 없애버리려고 포박 당한 상반신과
좌우로 벌려 묶인 사지를 번갈아 뒤틀어대면서 재갈이 물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후미오를 잠시 관찰하던 아케미가 빨려 들어가듯 번뇌하는 후미오에게로 다가섰다.
아케미는 마구 뒤틀어대는 후미오의 넓적다리 안쪽을 손바닥으로 미묘하게,
그리고 끈끈하게 애무해대며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수고가 많네? 내가 어떻게 좀 도와줄까?"
여자의 손이 넓적다리와 안쪽 허벅지를 음란하게 더듬는 것만으로도 후미오의
하복부는 더욱 충혈 되기 시작했다.
"애인의 알몸이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으니 젊은 후미오 군에겐 가장
참기 힘든 고문일 거야."
아케미는 교활한 표정으로 후미오의 넓적다리를 애무하고 있던 손을 우뚝
솟은 페니스 아래쪽으로 미끄러지듯 밀어 넣어 고환 주머니를 손바닥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어머! 따끈한 구슬이잖아?"
손바닥 위에서 그것을 이리저리 굴리자 후미오의 재갈 물린 입에서, 으윽―!
하고 야수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케미는 손바닥 위의 구슬을 이러 저리 굴리며 가볍게 놀고 있을 뿐인데도
후미오의 페니스는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더욱 단단하게 팽창하면서 표피가
한껏 벗겨져 엷은 홍색의 충혈된 속살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불끈 젖혀져 갔다.
후미오의 페니스에 언뜻 시선을 준 미츠코는 전율하듯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너무나 당황하여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옆으로 돌렸지만 후미오를 가지고
놀던 아케미가 그런 미츠코를 향해, 이봐, 미츠코! 하고 불렀다.
"일단 예의상 네 허락이 필요해. 이봐, 후미오 군, 잔뜩 충혈 되어 있잖아?
안쓰러워서 내가 좀 달아오르게 해주고 싶은데."
내가 짜줘도 괜찮을까? 하고 아케미가 우스꽝스럽게 질문했다.
미츠코는 반사적으로 안 돼! 하고 소리질렀지만, 어깨에 손을 대고 있는
긴코의 존재를 깨닫고는 얼른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에츠코가 그런 애처로운
미츠코의 미간을 찡그린 표정을 밑에서 들여다보며 골려주었다.
"아케미 언니에게 맡겨둬. 저런 미소년에겐 늘 정신을 못 차리니까. 실컷
재미본 다음에 흠뻑 사정시켜줄 거야."
"후미오에게, 후미오에게 끔찍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미츠코가 도자기같이 하얀 어깨 끝을 부들부들 떨면서 흐느끼며 말하자,
아케미가 반발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말야, 너같이 예쁜 소녀의 알몸을 정면으로 보게 하니 젊은 후미오
군이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하잖아? 이대로 너무 참도록 했다가는 몸에 안 좋아.
내가 멋지게 짜줄 테니까, 넌 요염하게 엉덩이를 비비꼬아서 후미오 군을 도발시켜.
그게 바로 지원사격이라고 하는 거야."
아케미가 미츠코에게 그렇게 말하고 몸을 낮추어 드디어 음란한 행위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 순간, 마리와 요시코가 맥주와 땅콩 등을 접시에 담아서 들고 들어왔다.
"어머나, 아케미 언니! 그 미소년을 담금질할 생각이야!"
요시코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아케미가 요시코 쪽을 흘끗 쳐다보고 말했다.
"요시코, 로션 있으면 가지고 와."
그리고는 복숭아 색 셔츠를 벗어 던지고는 치마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아케미는 자못 프로다운 검은 면 슬립 차림이 되었다.
"어머, 멋져!"
마리와 에츠코가 손뼉을 쳤다.
아케미는 검은 슬립의 어깨 끈에 손을 갖다대고, 웅크리고 앉아 굵고 억센
곱슬털로 뒤덮인 후미오의 페니스를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우윽―."
후미오가 푸른색 팬티로 재갈을 물린 입 속에서 비통한 신음 소리를 토해냈다.
"자아, 부드럽게 주물러줄 테니까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애인의 알몸을
자세히 보면서 기분 내는 거야."
양 손바닥으로 감싸듯 쥔 페니스를 아케미가 천천히 훑듯이 당기기 시작하자,
맞은편에 노출되어 있는 미츠코는 두려움에서 도망치려는 듯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옆으로 획 돌렸다.
"부, 부탁이에요, 긴코 씨. 후미오를 저렇게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후미오도 꽤 즐기고 있을 텐데. 자, 봐 벌써 저렇게
커졌잖아?"
긴코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는 미츠코의 턱을 손으로 들어올렸다.
"자, 지금까지 너도 후미오를 부추겼으니까 이제 와서 발뺌하면 안되지."
긴코는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하라고 미츠코를 설득하고 있다.
"저렇게 해서 후미오가 사정을 하면 요시자와의 기분도 좋아질 거야. 후미오가
네 앞에서 창피를 당하면 요시자와 씨는 단순한 사람이니까 연적을 눌렀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 자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긴코가 훈계하듯이 말을 끝마쳤을 때, 맥주 잔을 든 요시자와가 껄껄 웃으면서
미츠코 쪽으로 다가왔다.
"헤헤헤, 아케미라는 애는 뭘 시켜도 척척 해내는 쓸 만한 계집애야."
이미 취기가 오른 요시자와가 아케미에게 희롱 당하고 있는 후미오쪽을 통쾌한
듯이 가리키며 말했다.
"너도 떨고만 있으면 안 되지. 아까처럼 후미오를 잔뜩 부추겨봐. 너도 이렇게
된 이상 그에 걸맞게 후미오를 농락하는 거야."
요시자와가 날카로운 음성으로 말하자 긴코가, 좋았어, 이런 방법으로 한번
해보지 않을래? 하며 교활한 표정으로 요시자와에게 말했다. 후미오를 부채질하여
불타오르게 만드는 방법을 요시자와와 긴코에게 듣고 미츠코는 견딜 수 없는
굴욕감으로 거의 기절한 것처럼 깊숙이 고개를 떨구어버렸다.
"네가 그런 식으로 노력해서 후미오를 빙빙 돌게 해준다면 그걸로 오늘밤은
무죄 방면시켜주지."
"이런 식으로 미소년을 갖고 노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아케미가 로션을 들고 헐레벌떡 달려온 요시코에게 말했다.
요시코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면서 후미오의 이마에 번지는 고통스러운 표정과
애처롭게 뒤틀고 있는 활짝 벌린 넓적다리, 그리고 아케미의 손안에서 희롱
당하고 있는 잔뜩 달구어진 페니스를 충혈된 눈길로 재빨리 훑었다.
"정말 잘생겼어. 이런 미소년은 나도 오랜만에 보는걸. 게다가 달아올라
일그러진 얼굴은 여자보다 더 요염하게 보이는 걸."
하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요시코가 말했다.
"더구나 아케미 언니의 기술, 정말 끝내주는데! 예전에 전문으로 하지 않았어?"
"거 시끄럽네. 나도 말야 상대가 이렇게 귀여운 도련님이니까 기분을 내고
있는 거야. 어때, 후미오 군? 기분 좋아?"
아케미는 실수 하나 없는 완벽한 손놀림으로 격하게 주무른 다음에는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애무하는 행위를 반복하였다. 문득 얼굴이 불처럼 타오르고 있는
후미오를 올려다보고는 유혹하는 아케미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기, 하고 싶어?"
후미오는 푸른색 팬티 재갈을 문 얼굴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이런 비열한
여자들의 장난감이 되어 그런 추태를 드러낼 성싶으냐 하고 후미오는 입을
막고 있는 그 오욕의 재갈을 바득바득 씹으면서 허리뼈까지 저릿해져 오는
정욕을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었다.
"아케미 언니, 로션을 바를까? 내가 바르게 해 줘."
"아직 안 돼. 나도 조금은 즐겨야지?"
아케미는 열기를 띠고 부풀어오른 페니스에서 손을 떼고 후미오의 좌우로
벌어진 양 넓적다리에 손을 휘감고 몸을 앞으로 굽혔다.
"우윽, 윽!"
후미오가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고통스럽게 고개를 흔들어댔다.
아케미의 입술이 확실하게 자신의 팽창한 페니스에 닿았음을 지각한 후미오는
꼼짝달싹 못하는 오욕감에 재갈 속에서 오열하였다. 아케미는 잔뜩 내민 혀끝으로
뜨거운 속살 끝을 간질이듯 핥아댔다. 이어 귀두 끝에서 페니스 중간 부분까지를
혀끝으로 쓱쓱 쓸어 올리고 타액을 바르듯이 핥아댄 다음, 손가락으로 쇠막대처럼
경직된 페니스를 들어올리고 그 뒤쪽에도, 고환 주머니에도 날름날름 짧게
혀끝으로 쓸어 올렸다.
후미오는 완전 오도 가도 못 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포박 당한
알몸을 뒤틀며 저항하려 해도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후미오의 그것을
입술로, 혀로 집요하게 애무하고 있는 아케미를 요시코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데, 돌연 맞은편에서 알몸을 드러내고 있는 미츠코의
헐떡이는 교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와 황급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기, 후미오. 이것 봐."
가랑이를 벌리고 묶여 있는 미츠코가 뜨겁게 헐떡이면서 낭창낭창 휘어지는
나신을 비비꼬고 있었다.
기둥 뒤에서 에츠코가 미츠코의 부드러운 젖가슴에 두 손을 뻗어서 하얀
젖무덤을 천천히 밀어 올리고, 가련한 엷은 홍색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주물렀다. 그리고 미츠코의 무릎께에 허리를 굽히고 미츠코의 사타구니의 엷은
음모를 새 깃털로 쓸어 올리며 애무하고 있는 사람은 긴코였다.
요시코가 일어나서 옆으로 외면하고 있는 후미오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서는
억지로 정면을 향하게 했다.
"자, 봐. 애인이 봐달라고 부탁하는데, 똑똑히 눈을 뜨고 봐야지!"
후미오는 문뜩 눈을 떴다가 추잡한 촉수에 몸을 애무 당하고 있는 미츠코의
망측스런 자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케미도 뭔가 싶어서 후미오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물러나 긴코 일당의 목적이
무엇인지 눈치채고는 말했다.
"자아, 미츠코의 저 노골적인 모습을 보면서 사정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로션을 손바닥에 듬뿍 덜어 익숙한 솜씨로 불기둥처럼 팽창한
후미오의 페니스에 바르기 시작했다.
"응, 부탁이야 후미오! 제발 미츠코를 사랑한다면, 이런 미츠코를 똑바로
보면서 사정해."
미츠코가 눈물로 범벅이 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눈동자를 후미오에게
향한 채, 얇은 종이가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미오는 이제 요시코가 강제로 얼굴을 돌릴 필요도 없이 무엇엔가에 홀린
듯한 멍한 표정으로 미츠코의 나신에 시선을 못박았다. 후미오의 남성의 욕구는
미츠코의 아름다운 나신과 또 음란하고 관능적인 번민을 앞에 두고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였다.
미츠코의 눈에 후미오의 전라가 확실하게 보이도록 아케미는 몸을 비스듬히
후미오에게 붙이고, 후미오의 페니스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애무를 가했다.
긴코 역시 미츠코 옆에 웅크리고 앉아 한 손에 든 깃털로 미츠코의 음모를
쓸어 올리면서, 또 손가락을 살며시 점막에 밀어 넣는 미묘한 애무를 반복할
뿐이었다. 긴코와 아케미는 눈물을 흘리면서 필사적인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미츠코와 후미오를 흐뭇하게 교대로 바라보았다.
"좀더, 좀더 그이를 도발시키지 않으면 안 돼! 미츠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마주하고 있는 건너한테도 고통스럽고 부끄럽겠지?"
등뒤에서 미츠코의 젖가슴을 달콤하게 주무르고 있는 에츠코가 후미오를
흥분시키는 외설적인 수단을 미츠코의 귀에 속삭여서 일러주고 있다.
"이제 그인, 네 매력에 뇌쇄 당해서 막 사정하기 직전이야. 힘내, 미츠코"
미츠코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응, 아직도 사정이 안돼? 후미오! 그렇게도 미츠코의 몸이 매력이 없는
걸까?"
계속해서 미츠코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굴욕을 죽을힘을 다해 억누르며
목소리를 떨면서 말을 이었다.
"미츠코는 벌써, 후미오의 젖혀진 그걸 본 것만으로도 흠뻑 젖었어."
후미오의 생생하게 팽창한 페니스를 느릿하게 한 손으로 조작하고 있던 아케미가
몸을 일으키고는 요시코에게 재촉하였다.
"거기 사발로 받치고 있어. 선발대가 나왔으니까 이제 곧 사정이 시작될
거야!"
요시코는 허둥대며 깨진 사발을 주워들고는 후미오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들이밀었다.
"미츠코에게 증거로 보여줘야 하니까 말야 미츠코의 사랑의 결실이잖아."
아케미가 키들키들 웃으며 말하자 후미오가 포박 당한 상반신과 아랫도리를
교대로 격렬하게 뒤틀었다. 아름다운 여자의 용모를 연상시키는 미소년이 싫어,
싫어하며 몸을 꼬고있는 광경은 가학적 성향의 긴코나 아케미의 정염을 마구
들쑤시기에 충분하였다.
"후미오! 내게서 눈을 떼지 말아! 나를 똑바로 보면서 사정해."
미츠코가 다시 에츠코가 시키는 대사를 토해내었다.
그 말에 이끌린 듯이 긴코가 허둥지둥 일어나 후미오에게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말했다.
"기다려! 후미오. 지금 미츠코가 후미오에게 미츠코의 좀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는군. 그렇게 하면, 분명 후미오가 사정해줄 게 틀림없다고!"
긴코는 미친 여자처럼 새된 목소리로 웃으며 에츠코와 함께 미츠코의 좌우에
몸을 낮추고 미츠코의 흠뻑 젖은 섬모를 쓸어 올려 마침내 관능적인 처녀의
세로줄 틈새를 드러냈다.
"알겠어, 후미오? 자세히 봐. 이 사랑스러운 틈새를 열어 처녀의 꽃봉오리까지
보여주면 후미오가 분명히 기뻐하며 단숨에 쏟아 내줄 거라고 미츠코가 말하는군.
정말 미츠코가 귀여운 말을 해줬지?"
긴코는 후미오를 괴롭히고 있는 아케미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아케미는 미츠코를 희롱하고 있는 긴코와 호흡을 맞추어 후미오를 괴롭혔는데,
80%에서 90%까지 솟구친 후미오의 열기를 조작 하나로 80%에서 70%까지 내리는
수단을 터득하고 있었다.
어서! 하고 긴코가 재촉하자 미츠코는 상반신을 뒤로 젖히며 허리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자, 후미오! 사랑하는 당신에겐 무엇이든 보여줄 거야. 미츠코는 이제 부끄러움
따윈 생각하지 않아! 자, 보라고."
긴코와 에츠코의 손가락 끝이 그곳에 닿자, 미츠코는 좌우로 팽팽하게 뻗었던
다리를 비비꼬면서 자포자기가 되어 소리질렀다.
"좀더, 좀더 벌려서 후미오에게 보여줘!"
그 말을 신호 삼아 아케미는 이제 한계에 도달한 듯 거칠게 우뚝 선 뜨거운
페니스를 단단히 쥐고서 탄력을 붙여 훑기 시작했다.
한계에 도달한 후미오가 숨막히는 신음 소리를 흘렸다.
미츠코 앞에서, 여자들이 둘러서서 보는 가운데 추태를 드러낸 굴욕감에,
이제 감수하는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각오한 후미오의 귀에 숨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한 미츠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봐, 후미오, 이게 미츠코의 크, 클리토리스야."
문득 눈을 뜬 후미오가 소리가 들린 쪽을 봤다.
앞으로 허리를 쑥 내밀고 있는 미츠코. 처녀의 비열(秘裂)을 힘껏 벌린 긴코와
아케미의 손가락에 의해서 질의 주름이 압축되어 짜내진 것처럼 보일 듯 말
듯 미묘한 음핵이 그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다. 그것을 본 후미오의 하복부가
뻐근하게 마비되면서 피학성의 달콤한 관능을 동반한 쾌감이 허리뼈를 부수듯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하―."
괴성을 발하며 사발을 그곳에 갖다댄 요시코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최초로
발사된 후미오의 뜨거운 체액이 사발 위를 통과해서 그릇을 들고 있던 요시코의
콧등에 직격하였다.
"뭐 뭐 하는 거야! 제대로 사격해!"
눈을 치켜 뜬 요시코의 이마에 다시 후미오의 제2탄이 작렬했다.
그걸 본 아케미가 긴코 일당을 향해서 승리에 들뜬 소리를 질렀다.
긴코도 에츠코도 환성을 질러댔지만 미츠코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오열할
뿐이었다. 이런 비열한 인간들이 둘러싼 가운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치스러움을
당한 후미오의 굴욕, 그리고 또 그것을 도와서 후미오에게 더욱더 오욕감을
안겨준 자신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자 미츠코는 이대로 돌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우는 거야? 후미오를 사정시킨 건 네 솜씨 아냐?"
긴코가 어깨를 떨며 울고있는 미츠코의 귀를 잡아당겼다.
"자, 계속하지 않을래? 이런 식으로 후미오를 뜨겁게 달구는 거야."
긴코가 으름장을 놓자 미츠코는 눈물을 싹 거두었다.
"좀더 내 줘, 후미오. 잔뜩 사정해 후미오, 미츠코를 사랑하고 있다면 남김없이
짜내어 힘껏 사정해."
"역시 젊은 만큼 힘이 좋아. 퓨우, 퓨― 3단 연속 발사야."
아케미는 기력도 혼도 바닥이 나 기진맥진한 채 오욕의 재갈 속에서 오열하고
있는 후미오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18. 1천만 엔의 인질금>
다시로와 모리다는 혼수상태인 사요코의 잠든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밤마다 내리는 이슬을 먹고 자라난 하얀 꽃 같은 사요코의 미모에 다시로는
물론이고 모리다도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미인이야. 무라세가 애지중지할 만한 딸이군 보석 같은 느낌마저 들잖아?
그렇지요, 사장님?"
모리다가 다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으음, 게다가 몸매까지 균형이 딱 잡혔어 어쨌거나 이 따님을 모리다파가
손질해서 누드 스타로 만들 순 없겠지? 그 대신 무라세에게 1천만 엔 정도의
거금을 우려내 볼까? 어떻게 생각해 두목?"
"이 정도로 황홀한 미인의 인질금으로야 그 정도도 싼 편이죠. 만약 일이
잘못되어 저쪽에서 내놓지 않는다면, 헤헷, 이 아가씨에게 벌어오라고 하면
되지 않겠어요?"
모리다가 혀로 입술을 핥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벗길까요 사장님?"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사요코의 아름다운 옆얼굴을 넋을 빼고 보는 다시로에게
모리다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으음, 하지만 양심에 좀 걸리는데. 거액도 받고 눈 보신까지 하기가 말이지."
처음에 가와다가 그 타고난 미모와 기품을 겸비한 시즈코 부인을 대하자,
갑자기 주춤해서 폭력의 손길을 휘두르지 못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로 역시
소중하게 자라난 기품 넘치는 미모의 규수를 눈앞에 두고 쉽사리 모리다의
말대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왜 그래요, 사장님? 겁이 난 겁니까? 하하하. 몽땅 벗겨버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겉옷만 벗겨놔도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모리다가 그렇게 말하더니 감옥의 토방에 깔려 있던 밀가루 포대 위에 누워있는
사요코 옆으로 다가갔다. 희미하게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지하 감옥 한가운데
잠들어 있는 사요코의 호화로운 옷과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