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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인간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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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악마와 악녀>
 
 
  에츠코는 눈썹을 찡그리고 이를 부드득 깨물고 있는 미소년의 상기된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호호호, 어때 도련님, 아직 이야."
 
  불량 소녀들은 마주보며 웃었다.
 
  미츠코의 작업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에츠코와 요시코는 미츠코를 협박해댔다.
 
  "해결할 때까지 날이 새더라도 계속 시킬 거야. 자 제대로 해봐."
 
  미츠코는 이미 완전히 넋을 잃은 인형이 되어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미, 미츠코 그만둬, 부탁이야."
 
  "바보같이, 지금이 기회잖아."
 
  "요― 용서해 줘."
 
  미츠코는 슬픈 절규의 소리를 높이고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자리에 주저앉으며
흐느껴 울었다. 낙화무잔―그렇게 돼버린 소년의 모습을 미소녀는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불량 소녀들은 와아 하며 시끄럽게 환성을 지르며 떠들어댔다.
 
  "잘했어, 미츠코."
 
  "꽤 잘하잖아."
 
  계속해서 불량 소녀들은 참혹한 모습을 하고 있는 후미오의 상기된 뺨을
찌르기도 하고 귀를 잡아당기기도 하며 후미오를 놀려줬다.
 
  "후후후, 우리하고 달리 상대가 미츠코일 때는 더욱 대단하군. 그럼 무슨
말이든지 해봐."
 
  그런 식으로 후미오를 놀리던 불량 소녀들은 바닥에 엎드려 몸을 떨며 울고
있는 미츠코에게 손수건을 던져주었다.
 
  "언제까지 훌쩍이고 있을 거야. 이대로 있으면 도련님 볼 면목이 없잖아."
 
  새빨개진 얼굴을 바닥에 떨구고 있는 미츠코의 하얀 어깨에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손을 댔다.
 
  "아 아!"
 
  두 불량배는 미츠코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다케다가 미츠코의 손에 손수건을 쥐어줬다. 미츠코는 봐서는 안될 것을
눈앞에 둔 것처럼 얼굴을 휙 돌렸다.
 
  "우물쭈물해서는 안 돼. 자아 미츠코."
 
  요시코와 에츠코가 어깨와 등을 짓궂게 마구 찌르자 몹시도 흐느끼면서 마무리를
하려고 하였다.
 
  "후후후."
 
  불량 소녀들은 얼굴을 맞대고 미츠코의 작업을 구경하였다.
 
  미소년은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츠코도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귀에는 이명도 생겼다.
 
  "수고했어, 후후, 어때? 미츠코 이제 남자에 대해 좀 알겠지."
 
  작업을 마치고 다시 후미오의 발 밑에 쓰러져 우는 미츠코를 싱글대며 내려다보던
불량 소녀들은 그렇게 말했다.
 
  일종의 동경 같은 것을 품고 있던 후미오의 현실적인 남자 냄새―미츠코는
뭔가 인간, 결국 남성의 육체 내부를 엿본 것 같은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후미오를 이런 참혹한 모습으로 내몬 것이 자신이라고 생각하자,
미츠코는 하늘로든 땅으로든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기분뿐이었다.
 
  "자 아가씨, 이번에는 네 차례야."
 
  마루에 엎드려 울고 있는 미츠코의 양옆으로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입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애인의 고통을 해결해 주었으니 아기씨의 고통은 우리가 해결해 주지."
 
  미츠코는 더 이상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무심하게 얼빠진 표정으로 양손을
두 불량배들에게 붙들려 일으켜 세워졌다.
 
  고개를 푹 떨구고 몸을 잔뜩 구부리고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기둥
앞으로 가고있는 미츠코. 목덜미도 얼굴도 타오르듯 새빨개져 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것인지 미츠코는 기둥에 등을 대고 손을 조용히 뒤로했다.
 
  "야아, 말귀를 잘 알아듣는군. 너 앞으로 네 언니보다 더 훌륭한 대 스타가
될 수 있겠다."
 
  요시코와 에츠코는 어깨동무를 하고 다케다와 호리가와에게 밧줄로 꽁꽁
묶이고 있는 미츠코를 기대하며 바라보았다.
 
  다케다와 호리가와 두 사람에 의해 기둥에 밧줄로 묶여 있는 미츠코는 문득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동자를 열어 눈앞에 똑같이 묶여 서 있는 후미오를 본다.
 
  후미오 씨 미츠코는 비록 어떤 지옥 같은 고문을 당해도 결코 마음까지
잃지는 않겠습니다. 믿어주세요.
 
  미츠코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러나 후미오는 아주 녹초가 되어 고개를
떨구고 완전히 패배한 비참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도련님 정신을 차려요. 당신의 연인이 이제부터 멋진 기분으로
잘 거예요."
 
  에츠코는 낄낄 웃으며 재밌다는 듯 손가락 끝으로 후미오의 코를 잡아당겼다.
 
  "그럼 준비는 다 됐군."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몸 전체가 달아올라 흐느껴 울고 있는 미츠코의 코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맡을 역할을 위에서 할건지 아래에서 할건지 가위 바위
보를 시켰다.
 
 
 
  선 채로 흐느껴 울고 있는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 한 순간 기절했던 게이코는
시간이 흘러 정신이 돌아오자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부끄러운 자의식에 빠져
부인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
 
  "호호호."
 
  찌요는 배꼽이 빠져라 웃으며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의 주위를 천천히 돌았다.
 
  "정말로 걸작이군. 더 이상 할말이 없어 호호호. 부인과 아가씨의 멋진 합동
쇼였어. 호호호."
 
  찌요는 계속 웃는다. 찌요가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은 긴코나 아케미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동성애에 몹시 질투를 느꼈던 긴코로서는 이것으로
충분히 복수를 한 셈인 것이다. 긴코는 술에 취해 후들거리는 다리를 아케미에게
의지해 오더니 찌요에게 장단을 맞춰 깔깔대며 웃었다.
 
  "잘했어요, 부인."
 
  시즈코 부인은 더 이상 얼굴을 들 기력조차 없었다. 자신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흐느껴 울고 있는 시즈코의 검은머리에 자신도 얼굴을 묻고 몸을 떨며
오열하였다.
 
  "자, 다시 한번 엉덩이 흔들기 댄스. 그리고 이번에는 둘이 함께 골인하는
거야, 후후후."
 
  아케미도 어깨와 엉덩이, 무릎까지 달달 떨며 울고있는 두 미녀의 여기저기를
찌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건 좀 가엾군."
 
  찌요가 긴코와 아케미를 제지시켰다.
 
  "이제부터 부인은 선생과 플레이를 합시다. 아무리 좋은 신체를 하고 있다고
해도 한 번에 그렇게 당해서야 몸이 만신창이가 돼버리겠어."
 
  그것도 그렇군, 하며 긴코와 아케미는 수긍하고 몸을 굽혀 둘을 떼어내 주었다.
부인도 게이코도 서로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렸다.
 
  "와아 둘 다 대단하군."
 
  "이것도 모녀라고 어처구니없어 말도 못 하겠군."
 
  긴코와 아케미는 두 사람을 비교하듯이 보며 킬킬 웃었다.
 
  이미 인간이 아니고 짐승의 몸이 돼버렸다고 생각했다.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는
커다란 입을 벌려 웃고 있는 하녀 찌요의 추악한 얼굴을 보자 억울함과 함께
한심하다는 생각을 두 사람의 가슴속에 가득 갖게 됐다.
 
  "그럼 선생."
 
  찌요는 아까부터 여러 가지 무시무시한 쇼에 푹 빠져버린 듯이 멍하니 앉아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이자와를 향해 말했다.
 
  "선생은 한 발 먼저 방으로. 나는 시즈코 부인을 예쁘게 화장시켜서 곧 데려갈
테니까."
 
  이자와는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고 안절부절못하며 일어섰다.
 
  "그럼 내가 안내하지요."
 
  아케미가 이자와를 안내하여 나갔다.
 
  이자와가 나가자 찌요는 씩 웃으며 부인의 의자 앞에 섰다.
 
  긴코들에게 신체의 자유를 빼앗긴 두 미녀는 지금까지의 굴욕스러운 연기에
대한 맹렬한 자의식이 무서우리만큼 복받쳤을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서로 등을 맞대고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뭐라도 그렇게 빛나는 건 없을 거야."
 
  가와다도 찌요의 옆에 서서 서로 얼굴을 돌리고 있는 두 사람을 싱글거리며
쳐다보았다.
 
  "뭐니뭐니 해도 두 사람 모두 그다지 싫지 않았지. 무엇보다도 그게 증거야."
 
  가와다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낄낄 웃었다. 두 미녀는 더욱 몸을 움츠리며
오열했다.
 
  "그럼 부인 약속대로 이제부터 선생의 상대가 되어주어야겠는데. 싫다고
하지 말아요. 아가씨도 함께 돕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저 선생 참으로 굉장하거든요."
 
  그것을 듣자 시즈코 부인은 눈물 젖은 아름다운 눈으로 찌요를 보며 말했다.
 
  "야 약속이 틀리네요. 제발, 선생의 상대는 저 혼자서……."
 
  이를 악문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무리하게 권하지는 않겠어. 단 부인이
저 정력이 왕성한 이자와 전생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바로 이 아가씨에게
응원을 부탁할 테니까."
 
  찌요는 잔인한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 이어서 긴코에게 말했다.
 
  "그럼 이 부인에게 전신 미용을 시킵시다."
 
  알겠다며 긴코가 화장 도구를 가지러 달려갔다.
 
  찌요는 다시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육체를 자세히 관찰하더니 문득 뭔가를
깨닫고 말했다.
 
  "부인은 매너가 나빠 선생이 비웃을 거야."
 
  찌요는 얌전히 웃고 입에 휴지를 물고 몸을 진정시켰다. 시즈코 부인은 깜짝
놀란 듯이 다시 아름다운 얼굴을 붉히고 이를 갈며 몸을 떨었다.
 
  가와다와 오니겐이 커다란 원형 테이블을 꺼내왔다.
 
  찌요의 손으로 예쁘게 마무리가 된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 오니겐 그리고
다시로, 모리다도 도와서 일단 밧줄은 풀어졌지만 곧바로 손과 발이 묶여 원형의
테이블 위에서 전신 미용을 받게 되었다. 긴코와 찌요는 로션을 마구 칠하고
다시로는 부인의 귀와 목덜미에 향수를 뿌리고, 모리다와 오니겐은 향료를
발라주었다.
 
  이자와를 침실로 안내한 아케미가 돌아오더니 부인의 다리로 가서 손톱 정리용
도구 중에서 줄을 꺼내 부인의 발가락을 다듬어 핑크색 매니큐어를 발라주었다.
 
  마침내 온몸에 미용을 받은 시즈코 부인은 밧줄에서 풀려나 상체가 일으켜
세워졌다. 이어서 아케미와 긴코가 부인의 머리에 세트를 하기 시작했다. 괜히
들뜬 기분으로 미츠코 쪽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시즈코 부인 쪽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왔다갔다하던 마리가 가와다의 등을 쿡쿡 찔렀다.
 
  "있잖아요. 지금 요시자와 씨 방 앞을 지나가면 큰일나요. 요시자와 씨가
굉장히 화가나 있어요."
 
  사람을 바보 취급하다니 이런 짐승들…… 이라고, 다리 부상으로 자리에
누워있는 요시자와는 주위에 있는 화병이나 재떨이를 바닥에 내던져 깨뜨리고
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군."
 
  가와다는 혀를 찼지만 요시자와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어제였다. 가와다가 모리다 조직을 위해서 미츠코를 정부로 삼는 일은 단념해달라고
부탁하자, 이것저것 생각하는 동안에 분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가와다는 잠깐 생각하다가 갑자기 어떤 일이 떠올라 긴코와 아케미에 의해
젊고 싱싱해 보이는 헤어스타일로 바뀐 시즈코 부인을 쳐다보고 있는 모리다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쿄오코를 요시자와 형님의 첩으로 해버리면 어떨까요. 요시자와 형님이야
모리다 조직의 거물이신 데 첩이 한두 명도 없으면 모양새가 좀 그렇죠."
 
  "과연 애타게 그리는 미츠코의 언니를 첩으로 한다는 건 좋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요시자와 녀석도 이의가 없겠지."
 
  모리다는 웃음을 띠며 그렇게 말하고는 빨리 지하실에 있는 쿄오코에게 가서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알리자고 가와다에게 말했다.
 
 
 
  이자와는 양실 보다는 일본 실이 취미에 맞는다고 아케미에게 말하고 이층
복도의 모퉁이를 두 번 돌아 막다른 곳에 있는 일본 실을 침실로 정했다.
 
  금박 천에 오동나무 문양을 박아 넣은 호사스런 침구 앞에서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 이자와는 시즈코 부인이 도착하기를 이제나저제나 하며 기다렸다.
꿈속에서도 그리던 절세미인과 오늘밤 이 위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고 아침까지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이자와는 이미 흥분되었다. 드디어 복도를 지나는
두세 명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찌요의 목소리다. 장지가 열리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찌요가 들어오고
이어서 시즈코 부인이 긴코에게 이끌려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이자와를 황홀하게
만든 것은 전신 미용을 받고 머리를 젊고 싱싱하게 치장한 시즈코 부인의 눈부신
아름다움이었다.
 
  "자 부인 그렇게 우물쭈물 대고 부끄러워하면 안 돼. 선생 앞으로 가서 예의
바르게 앉아."
 
  찌요는 조용히 웃으며 부인의 어깨를 쑥 밀었다.
 
  시즈코 부인은 몸을 웅크리고 걸어가서는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이자와 앞에
똑바로 앉았다.
 
  "그럼 부인. 부탁해요. 선생을 충분히 만족시켜드리도록―."
 
  긴코가 그렇게 말하자, 찌요가 덧붙였다.
 
  "아가씨도 지금 아케미와 마리에게 전신 미용을 받고 있어요. 왜인지는 아시겠죠.
부인의 스태미나가 다했을 때 대타로 바로 나서기 위해 서지요."
 
  입술을 깨물고 가만히 있는 시즈코 부인 옆에서 두 악녀는 자신들의 말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댔다.
 
  "안 돼, 부인. 그렇게 굳어있으면 선생에게 실례지, 색기가 중요하니까.
쇼의 스타라는 것은……."
 
  얼굴을 들라며 찌요는 부인의 턱을 손으로 치켜올렸다.
 
  얼굴이 치켜올려진 시즈코 부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꼭 감았던 눈을
조용히 뜨고 이자와의 얼굴을 보았다. 그 눈물에 젖어 반짝이는 부인의 요염한
눈동자를 본 순간, 이자와 쪽이 오히려 가슴이 덜컥 하여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것을 알아차린 긴코가 재미있다는 듯이 소리내 웃었다.
 
  "어머 선생이 부끄러워하네."
 
  찌요도 깔깔대었다
 
  "복숭아꽃도 국화도 자세히 감상했는데 이제 와서 부끄러워한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선생?"
 
  "게다가 내일 아침은 관장을 하는데, 선생은 앞으로 이 여자의 비밀은 뭐든지
알게 된다고요. 아, 한 가지 잊었었다."
 
  긴코는 후후 하며 입가에 음란한 웃음을 띠었다.
 
  "뭐죠, 긴코 씨."
 
  "오줌."
 
  "와아―."
 
  두 악녀는 몸을 흔들며 웃었다.
 
  "저기요, 선생. 우리가 계속 여기서 방해를 하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걸 본 후에는 얌전히 이 방에서 나가겠어요."
 
  찌요는 손을 뻗어 이자와 앞에 놓인 위스키가 든 컵을 집어들어 단숨에 마시고
그렇게 말했다.
 
  "이 부인은요, 이미 선 자세로도 할 수 있어요."
 
  긴코가 말하자 찌요도 미친 듯이 웃어댔다.
 
  "나는 그런 엉뚱한 일을 요구하지는 않아. 보통의 방법이 좋아. 이 부인이
화장실에서는 대체 어떤 얼굴로 일을 보는지 엿보고 싶어. 괜찮지, 부인."
 
  찌요는 부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다시 고개를
푹 떨구고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울었다. 몰상식한 비인간들. 이들 악녀들은
지칠 줄 모르고 부인을 들볶으려 한다.
 
  긴코가 일어서서 장지를 열고 옆방의 벽에 있는 유리문을 연다.
 
  "분명히 이 방에는 화장실이 딸려 있을 텐데. 있다. 훌륭한 양변기야."
 
  그걸 듣고 찌요가 말했다.
 
  "서양식이든 일본식이든 간에 이 부인은 아무거나 잘 쓸 수 있을 거야."
 
  찌요는 부인을 일으켜 세우려고 밧줄 끝을 잡았다.
 
  "기, 기다려요, 찌요 씨."
 
  시즈코 부인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앞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이자와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부인은 어쨌든 자기에게 동정적인 시선의 이자와에게서
구원의 말을 기다렸다. 그런 바보짓은 하지 말자 라는 한마디 말을 기대했지만……."
 
  "그럼 나도 한번 볼까."
 
  이자와는 눈물로 반짝이는 부인의 아름다운 눈길을 피하며 위스키를 들고
일어섰다.
 
  "아아―."
 
  "서서 말고 오늘은 여자답게 똑바로 앉아서 하는 거야. 빨리 와."
 
  화장실 앞에 서 있는 긴코가 큰 소리로 말했다.
 
  긴코와 찌요는 부인을 에워싸고 그 좁은 화장실로 함께 들어갔다.
 
  "자― 부인."
 
  찌요는 도기 앞에 서서 붉어진 아름다운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몸이 굳어있는
부인을 바라보며 히죽거렸다.
 
 
 
  "자― 부인."
 
  긴코와 찌요는 하얀 도기 앞에서 얼어 붙어버린 시즈코 부인의 매끈한 등을
떠밀었다.
 
  "도야마 집안에 있던 것과 같지 않습니까. 서양식은 처음이라고 말할 수
없겠죠. 자 부인."
 
  찌요는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쿡쿡 찔렀다.
 
  그러나 시즈코 부인은 경직되어 서 있을 뿐이었다.
 
  "뭘 꾸물대는 거야. 게이코를 이 방으로 데려다 이자와 선생의 상대를 시켜도
좋다는 거야."
 
  긴코는 작게 흐느껴 울고있는 부인의 옆얼굴을 음험한 눈초리로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시즈코는 게이코를 이 방으로 데려온다는 긴코의 무서운 말에 결국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자 잘 앉아봐요."
 
  긴코는 낄낄대며 서양식 변기의 뚜껑을 위로 젖혔다.
 
  긴코에게 밧줄을 붙잡힌 시즈코 부인은 심하게 울면서 그 위에 앉았다.
 
  "호호호."
 
  찌요가 독특한 쇠된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자와 선생이 오실 때까지 시작하면 안 돼, 부인. 지금 이리로 선생을
모셔오고 있으니까."
 
  찌요는 화장실을 나와 옆방에서 여자들이 지금부터 하려고 하는 일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면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이자와에게로 갔다.
 
  그 동안 긴코는 변기에 올라앉아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선생이 오시면 잠자코 끝내는 게 아니야. 이때야말로 색기를 발휘하여 선생을
즐겁게 해주지 않으면 안 돼.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긴코에게 뭔가 귀엣말을 들은 시즈코 부인은 귓불까지 더욱 붉어지며 고개를
깊이 떨구었다.
 
  "당신이 그 정도의 일을 할 수 없다면 게이코에게 선생의 상대를 시켜야겠지."
 
  긴코는 변기 위에 앉아 있은 부인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며 말했다.
 
  마침내 이자와와 찌요가 뭔가 얘기를 나누며 소리 높여 웃으며 들어온다.
 
  "좁으니까 조심하세요, 선생. 어서 이쪽으로."
 
  찌요는 이자와를 시즈코 부인의 옆쪽에 쭈그려 앉게 했다.
 
  그러자 긴코가 시즈코 부인의 등을 찔렀다.
 
  "자 부인 어서 말해요."
 
  시즈코 부인은 눈을 꼭 감은 채 입술을 움직였다.
 
  "분명하게 말하라고. 그런 벌레 같은 목소리로는 기분이 안 나지. 젖통은
커 가지고 야무지지는 못하군."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부인의 등을 떠밀었다.
 
  "선생…… 시즈코를……."
 
  "안 돼, 안 돼. 더 달콤하게, 콧소리도 좀 내고. 스타로서는 아직도 색기가
부족해."
 
  긴코는 소리 없이 웃으며, 그러나 눈에는 잔인한 빛을 띠며 고개를 흔들었다.
 
  "있잖아요, 선생 시즈코를 사랑하신다면……."
 
  시즈코 부인은 긴코가 말하는 대로 달콤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더 가까이 와서 자세히 봐주시지 않으면 싫어요. 네, 부탁해요. 앞으로
나와서 확실하게 봐줘요."
 
  시즈코 부인은 새빨개진 얼굴로 겨우 그것만 말했다.
 
  이자와는 싱글대며 시즈코 부인이 말한 대로 부인 앞으로 와서 몸을 웅크렸다.
 
  "시 싫어요. 더 가까이 와서 잘 봐줘요. 네, 빨리."
 
  시즈코 부인은 변기 위에 앉아 완전히 의식을 잃은 인간처럼 긴코에게 강요당한
대로 말했다.
 
  이자와는 안경을 벗고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알았어, 잘 봐줄게요, 부인. 하하하."
 
  "……그럼…… 시즈코…… 시작해도 돼요?"
 
  "물론이지. 그러고 나면 멋진 플레이를 해줄 테니까. 자, 조금도 걱정 말고."
 
  계속해서 찌요와 긴코가 양옆으로 다가서서 얼굴을 감추려는 시즈코 부인의
턱을 획 젖히며 동시에 부인의 어깨에 한쪽 손을 얹어 그 아름답고 풍만한
육체를 뒤로 젖혀버렸다.
 
  두 악녀에 의해 매우 심한 포즈를 취하게 되어 이자와에게 그 모든 걸 보여준
시즈코 부인은 아무렇게나 될 대로 되라는 수치도 굴욕도 전부 삼켜버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마치 지옥의 불 속으로라도 뛰어들 듯이 호흡을 멈추고 하복부에
힘을 넣었다.
 
  찌요와 긴코는 양쪽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유연한 어깨를
손으로 누르면서 서로 웃었다.
 
  "와 굉장히 길군."
 
  찌요는 엿보듯 하면서 마구 웃어 제쳤다.
 
  수치스러운 몇 초인가 지나 마침내 그것은 끝났다.
 
  불이 붙은 것처럼 새빨개진 시즈코 부인의 얼굴은 계속 이를 악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예쁘고 풍만한 유방이 굴욕으로 크게 물결치고 있었다.
 
  "오늘밤은 선생도 기분이 좋겠군."
 
  "그건 그래요. 오래도록 원하던 것이 마침내 이루어졌으니까."
 
  그때 복도 쪽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나더니 모리다와 다시로가 다시 밧줄에
묶인 게이코를 끌고 왔다. 게이코도 전신 미용을 받아 달콤한 향내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헤헤헤, 오늘밤의 대기자는 어디에 묶어둘까요."
 
  게이코는 베개가 늘어져 있는 침구 앞에 서더니 깜짝 놀란 듯한 얼굴을 하며
딱 오므리고 있는 양다리를 벌벌 떨었다. 그런 게이코를 모리다가 등을 쿡쿡
찌르며 기둥 쪽으로 데려갔다.
 
  다시로도 도와서 기둥을 등지고 서 있는 게이코에게 밧줄을 감겼다. 긴코와
찌요는 다다미 중앙에 깔려있는 침구를 붙잡더니 기둥 앞까지 질질 끌고 갔다.
 
  시즈코 부인과 이자와의 플레이를 게이코에게 확실히 보여주려는 계획이었다.
 
  "싫어 싫어."
 
  게이코는 악마들의 잔인한 착상에 부들부들 떨며 몸부림쳤다.
 
  "저 베테랑 선생이 어떤 식으로 시즈코 부인을 공격할 거며 시즈코 부인은
어떤 식으로 받아내는지 잘 보고 배우라고."
 
  모리다는 그런 말을 하면서 몸을 굽혀 게이코의 발목을 모아 밧줄로 묶었다.
 
  "그런데 선생과 시즈코 부인은?"
 
  다시로가 그 주위를 빙 둘러보자 긴코는 화장실 쪽을 가리키고 웃었다.
 
  "꽤나 길군."
 
  부인의 흐느껴 우는소리가 문득 다시로의 귀에 들려왔다.
 
  "아― 그만, 이제 그만 싫어."
 
  긴코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화장실 쪽으로 갔다.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군."
 
  긴코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선생, 그런 좁은 곳에서 놀지 않아도 잠자리를 준비해 놨어요."
 
  마침내 이자와와 긴코에게 밧줄을 잡힌 시즈코 부인이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나왔다. 시즈코 부인은 방으로 들어서며 잠시 기둥 쪽을 본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멈춰서 버렸다.
 
  기둥에 꽉 묶여 있는 것은 게이코가 아닌가.
 
  "야 약속이 틀려요. 게이코를, 게이코를 어째서 여기에……."
 
  이자와와 긴코에게 밧줄을 잡힌 시즈코 부인이 몸부림치며 울었다.
 
  긴코는 코웃음을 쳤다.
 
  "바보로군. 아무도 게이코를 당신과 함께 선생의 상대를 시킨다고 하지 않았어.
아까도 말했듯이 만약 당신이 선생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게이코 양도 출장시킬
생각이야. 전부 당신의 노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지. 후후후."
 
  "부탁입니다. 게이코를, 게이코를 이 방에서 내보내주세요. 너무합니다.
게이코, 게이코 앞에서……."
 
  게이코 앞에서 이자와와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시즈코 부인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주변에 앉아 있은 야수들에게 애원했지만 누구 하나 코방귀만 뀔 뿐
시즈코 부인의 말을 들어주려 하지않았다.
 
  이제 그만 투덜대고 여기에 앉으라고 하며 긴코는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차 그녀를 이불 위에 쓰러뜨려 버렸다.
 
  "깜빡 잊고 있었네."
 
  다시로는 긴코와 찌요를 보고 말했다.
 
  "내일 쇼는 삼 일 간 연기됐어."
 
  긴코가 입술을 뽀로통하게 내밀었다.
 
  "어째서 삼 일이나 연기를 하지요."
 
  "아까 구마자와 조직의 큰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있었다. 간사이의 이와자키
형님이 며칠 후 상경하시기로 했단다. 그래서 이왕 쇼를 할 바에야 이와자키
형님도 오시도록 청해서 화려하게 여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해서."
 
  "그건 그렇군."
 
  하며 긴코도 수긍하였다.
 
  간사이의 이와자키 형님이라면 전국적으로 그의 휘하에 1천명은 거느리고
있다는 폭력단의 큰 형님이다. 다시로의 속셈은 각지의 큰 노름꾼과 건달들을
모아 축의금도 많이 받으며 이 미인 쇼를 개최함과 동시에 이 저택의 방 하나를
도박장으로 사용케 하여 자릿세를 많이 긁어내려는 데 있다. 그것은 이와자키
형님이 상경하게 되자 이와자키 형님을 환영하는 의미도 담게 되지만, 실상
큰 도박장을 여는 것이 또 하나의 목적이었다.
 
  앞으로 3일. 오니겐으로 하여금 철저히 훈련시켜 쇼 당일은 이와자키 형님의
기분을 돋우어 원하는 여자를 안겨주고 충분히 만족시켜 그가 상경할 때마다
이 저택에서 환영의 도박장을 열려고 다시로는 생각했다.
 
  "그런데."
 
  라고 모리다가 말했다.
 
  "구마자와 형님이 말하는 것은 아무리 여자가 미인인고 몸매가 좋아도 바나나
자르기나 레즈비언 플레이만으로는 손님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하셨어."
 
  "그렇다면……."
 
  긴코가 눈을 반짝이자 모리따가 말했다.
 
  "결국 부부 플레이야."
 
  "그러면 남자 역할은 어떻게 하지, 설마 후미오 한 사람에게 이만큼의 부인들
상대를 시킬 건 아니겠죠. 모리다 형님이 할건가."
 
  "농담하지 마. 오니겐이 아사쿠사에서 제자 한 명을 데려온다고 한다. 어릴
때 뇌막염을 앓고 백치가 된 남자인데 어쨌든 한 사람 몫은 할 놈이다."
 
  그것을 듣고 긴코와 찌요는 마주보며 소리 높여 웃었다.
 
  긴코는 입맛 다시는 표정으로 이불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눈물 젖은 뺨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좋겠네, 부인. 이제부터 너는 쿄오코 이외에도 다른 남자 상대가 생길 테니까."
 
  다시로가 덧붙여 말했다.
 
  "쿄오코도 좋을 거야. 즉 연인 사이인 시즈코와 쿄오코는 공통의 남자 연인을
갖게 되는 거지."
 
  문득 아까부터 멍청하게 서 있던 이자와에게 생각이 미친 다시로와 모리다는
당황한 기색으로 이와자에게 말했다.
 
  "이거 미안합니다, 선생. 방해를 했군요. 어쨌든 이런 이유로 이 시즈코
부인은 우리의 달러박스 스타인 만큼 이제부터는 굉장히 바쁠 겁니다."
 
  "그러나 내일 열 시까지는 선생의 것. 부디 충분히 즐기세요. 여러 가지로
훈련을 시킬 생각이지만, 만약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충은 기둥에 묶여 있는
게이코에게서…… 헤헤헤."
 
  다시로와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그럼 방해꾼은 물러가자며 긴코와 찌요에게
눈짓을 하였다.
 
  "그럼, 부인 잘 부탁해."
 
  찌요는 웃음을 지으며 쓰러져 있는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엿보듯이
보고 일어섰다.
 
  네 명의 무서운 남녀들은 소란스럽게 지껄이면서 복도로 나갔는데, 이제부터가
시즈코 부인에게는 지옥이다.
 
  "부인은 정말로 바쁘군. 자 그럼 나도 서둘러볼까."
 
  이자와는 들뜬 기분으로 휘파람을 불면서 양복을 벗어 던졌다.
 
  하녀인 찌요와 공모하여 자신의 전 재산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도야마
집안을 이용할 계략을 가진 극악무도한 이자와. 그 증오스런 남자의 노리개가
돼야만 하는 시즈코 부인은 지금까지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지독한 고문을
받았기 때문에 이미 모든 것을 내던져버린 심경이 되긴 했지만 너무나도 자신이
한심스러워 머리를 이불 위에 쿡 처박고는 으드득 이를 갈았다.
 
  이윽고 이자와는 싱글대며 뒤에서 다가와 시즈코 부인의 통통한 어깨에 양손을
대더니 휙 잡아당겨 상체를 일으켰다.
 
  시즈코 부인은 온몸을 심하게 떨면서 기둥에 묶인 게이코를 향해 소리질렀다.
 
  "게, 게이코 부탁이야. 보면 안 돼, 눈을 꼭 감아."
 
 
 
  찌요는 그 날밤 다시로의 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찌요는 집을 하루 비우면
도야마는 더욱 정신이 이상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잘됐다며 이층의 홈 바가
있는 방으로 다시로들과 돌아가 무드 음악을 걸고 춤을 추기 시작하자 기분이
어지간히 좋아졌다.
 
  마침내 요시코와 에츠코 들이 돌아왔다.
 
  "도련님과 아가씨는 어떻게 했어."
 
  스탠드에 앉아 아케미와 함께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긴코가 물었다.
 
  "둘 다 시원하게 해주었지. 오늘밤은 둘이 같이 하도록 하고 지하실에 처넣어뒀어."
 
  에츠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스탠드에 앉아 긴코가 부어준 위스키를
눈을 가늘게 뜨고 마셨다.
 
  "그래 그 두 사람은 어떻게 해요, 사장님. 역시 플레이는 삼 일 간 연기합니까?"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있던 모리다가 찌요와 춤추고 있는 다시로에게
물었다.
 
  "쇼가 연기된 것을 통고하지 못한 곳도 있겠지. 세키구치 일가, 미나미자와
조직 따위는 내일 밤에 예정대로 올 거야. 쇼가 연기됐다고 얘기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미츠코와 후미오 두 사람은 수고스럽지만 내일 밤에 힘 좀 내야겠어."
 
  그 말을 듣고 스탠드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던 불량 소녀들은 와아 환성을
올렸다.
 
  "첫 프로그램은 최고의 애송이의 등장이로군."
 
  아케미가 말하자 다시로는 찌요와 스텝을 밟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츠코를 빨리 한사람의 여자로 완성시키지 않으면 오니겐으로서도
훈련시키기 어려울 테니까."
 
  "그렇다면 사장님."
 
  하며 모리다가 소파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잘됐군요. 아타미나 이토오의 온천 지에서 영화 주문이 몰리고 있는데
그것을 촬영하여 영화로 만들면 안 될까요."
 
  "음, 참 좋은 생각이야. 그것이 그 두 사람의 데뷔 작품이 되겠군. 게다가
둘 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플레이잖아. 이 필름은 두 배는 받겠군."
 
  "하지만 시즈코와 쿄오코의 플레이처럼 밧줄에 묶인 채 조수가 도와주는
플레이겠죠. 그런 건 매입하는 측에서 불만스러워 할 텐데요."
 
  "모르는 소리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덤벼드는 거야. 요즘
물건을 보라고.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남자가 똑같은 일을 부자연스럽게
반복하고 있지 않아? 꽃도 무색할 만한 처녀가 젊은 미남과 부끄러워하면서
강제로. 플레이를 연기한다. 이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거야. 가격은 두
배나 세 배까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더구나 두 사람은 첫 경험이고."
 
  아케미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다시로에게 장단을 맞췄다.
 
  다시로의 말에 모리다가 수긍하였다.
 
  "그럼 내일은 무대 주위에 조명기구들을 갖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서 멋진
예술 작품 하나를 만들까요?"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큰 입을 벌려 웃었다. 그때 카운터 끝에 있는 전화벨이
울렸다.
 
  "오니겐이 아닐까?"
 
  모리다는 담배를 입에 물고 말했다. 오니겐은 모리다의 지시로 내일부터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상대를 할 남자인 스테다로우라는 백치 남자를 데리러
외출했었다.
 
  긴코가 수화기를 들었다.
 
  "뭐야. 이층 매실의 이자와 선생이라고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라며 긴코는 모두 함께 놀고 있는 홈 바가 있는
방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었다. 긴코는 다시 전화기를 귀에 댔다.
 
  "여보세요. 시즈코 부인이 너무 고집을 부리나요. 아― 호호호. 예, 알겠습니다."
 
  긴코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휴지를 가져다달라고."
 
  스텐드에 앉아 있던 불량 소녀들은 낄낄대며 웃었다.
 
  "그렇다면 아까부터 벌써 두 시간이다."
 
  모리다가 시계를 보며 말하자 다시로는 찌요와 함께 소파에 앉으며 찌요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일회전이 종료된 건가?"
 
  찌요는 요시코가 쟁반에 받쳐온 브랜디를 입가로 가져가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아름답고 교양 있는 부인이 이자와 같은 바람둥이의 손에서 지금쯤은
어떤 일을 당하고 있을까 상상하니 피가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
 
  "이자와 선생으로서는 오랫동안 동경하던 시즈코 부인인걸. 정색을 하고
공격했겠지. 그리고 그 부인도 오늘밤은 2회나 3회 정도는 허락해야 되지 않을까?"
 
  찌요는 그렇게 말하고 예의 머리 꼭대기에서 나오는 듯한 소리로 웃었고,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야아 여러분 다 모였군요, 하며 들어온 사람은 가와다였다.
 
  "어, 왔어."
 
  가와다는 손에 쥐고 있는 밧줄을 휙 당기자 복도 쪽에서 방안으로 하얀 다리
하나가 딸려들어 왔다. 가와다가 쿄오코를 끌고 온 것이다.
 
  "뭘 우물쭈물 하는 거야."
 
  가와다는 바깥쪽을 향해 질타하면서 힘주어 밧줄을 당겼다. 쿄오코는 결국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지 가와다가 끌어당기는 대로 비틀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쿄오코를 설득했어요. 요시자와 형님의 여자가 돼 주기로."
 
  가와다에게 밧줄 끝을 잡힌 채 그 장소에 몸을 구부리는 것조차 허락을 못
받고 불량 소녀와 깡패들의 눈에 알몸을 드러내놓고 있는 쿄오코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름다운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런 쿄오코에게 긴코와 아케미는 술에 취해 비틀대는 다리를 힘껏 내디디며
다가와 갑자기 몸을 낮춰 실실 웃으며 바라보았다.
 
  "후후후, 쿄오코 씨 거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네."
 
  "슬슬 다시 깎아야겠군."
 
  두 불량 소녀는 킬킬거렸다.
 
  쿄오코는 허리를 굽혀 몸을 감추려 하였다.
 
  모리다가 찌요를 향해 말했다.
 
  "이 여잡니다. 야마자키 단데이의 비서로 이 집에 숨어 들어와 시즈코 부인을
도와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헤헤헤, 그런데 지금은 시즈코 부인과 호흡이
딱 맞는 명콤비로……."
 
  모리다는 느릿느릿 쿄오코 옆으로 다가가 쿄오코의 턱에 손을 대더니 휙하고
찌요 쪽을 향하게 했다.
 
  "자 인사해라. 여기 계신 분은 시즈코 대신 새로 도야마 부인이 되신 찌요
씨이다. 시즈코의 사유재산도 지금은 모두 이 찌요 부인의 것이다. 시즈코
부인도 이것으로써 이미 도야마 가의 일은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으니 안심하고
너와 함께 쇼의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거다. 너도 드디어 시즈코 부인과 여기서
영원히 맺어질 수 있게 됐다. 어때 기쁘지."
 
  찌요는 브랜디 잔을 입으로 옮기면서 심술궂은 눈으로 쿄오코의 균형 잡힌
보기 좋은 몸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정말로 몸매가 좋군. 게다가 꽤나 미인인데. 시즈코 부인과는 딱 어울리는
훌륭한 콤비잖아."
 
  쿄오코는 눈을 굳게 감고 주변에 모여있는 야비한 남녀들의 낄낄대는 시선을
참고 있었다. 계속해서 모리다가 말했다.
 
  "자세한 건 가와다에게 들었겠지만 요시자와는 미츠코를 첩으로 할 수 없다고
화가 나서 미치려고 한다. 어쨌든 그런 난폭한 사람을 달래기 위해서는 정해진
영화를 갖게 해주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네게 부탁하려는 거다."
 
  게이코의 꽉 오므리고 있는 무릎은 굴욕 때문인지 벌벌 떨었다.
 
  언젠가 시즈코 부인을 구출하여 이 지옥 같은 집에서 거의 탈출할 수 있었는데
요시자와의 방해로 희망이 사라져버렸기에 쿄오코로서는 미워하고도 남을 남자였다.
당수로 일단은 요시자와를 그때 쓰러뜨렸지만 결국은 붙잡혀 요시자와의 손으로
관장 당하고, 음모를 깎이는 등 심장이 찢어질 것만 같은 수치스러운 고문을
당한 쿄오코이다.
 
  교오코로서는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은 정조를 빼앗은
가와다보다도 오히려 요시자와인데, 그 요시자와의 여자가 된다니 쿄오코는
이를 바드득 갈고 호흡이 멈출 것 같은 분함에 몸부림쳤다.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처음 예정대로 미츠코와 요시자와를 부부로
해버리는 수밖에."
 
  가와다는 아까부터 그런 식으로 말하여 쿄오코를 짓누르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방법이다. 미츠코를 요시자와의 여자로
하느냐 마느냐는 언니인 네 마음에 달렸다. 이런 위협에 쿄오코도 시즈코 부인과
마찬가지로 약해졌다.
 
  "미츠코, 미츠코를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
 
  쿄오코에게는 미츠코가 요시자와의 독수에 걸리지 않고 산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녀는 가와다가 미츠코의 안전을 정말로 약속해 준다면 그 어떤
희생도 치를 수 있을 거라고 비통한 결심을 했다.
 
  가와다는 긴코가 부어준 위스키를 입을 내밀어 맛있게 마시고는 쿄오코에게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 미츠코는 아직 꽃을 떨구지 않았으니까. 애인인 후미오와
함께 지하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
 
  쿄오코는 그 말을 듣고 속눈썹이 긴 아름다운 눈을 가와다에게로 향했다.
 
  "가와다 씨, 이번만은 정말로 이번만은 쿄오코와 약속해줘요."
 
  쿄오코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 높여 울어버렸다. 가와다는
어깨를 몹시 떨며 오열하는 쿄오코의 새하얀 어깨에 손을 얹더니
 
  "착하지, 착하지. 울면 안 돼."
 
  라고 하며 긴코와 아케미 쪽으로 혀를 내보였다.
 
  "그럼 쿄오코, 나도 남자다. 네가 그 정도로 여동생의 몸을 생각한다면 좋아
미츠코의 육체적인 안전은 보장해주지."
 
  긴코와 아케미가 그 대신 하며 잔인한 눈빛으로 쿄오코에게로 다가왔다.
 
  "좋아요. 요시자와 씨의 좋은 부인이 되어주겠어요."
 
  "잘 결심했어. 이제 이것으로 우리도 어깨의 짐을 내렸다는 거지."
 
  긴코는 가와다와 모리다의 얼굴을 보면서 들뜬 모습으로 말했다.
 
  "그럼 요시자와 부인이 될 쿄오코 양의 앞날을 축복하여 건배하지 않으려오."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자 가와다와 모리다, 그리고 긴코 들은 계속 흐느껴
울고있는 쿄오코의 어깨와 등에 손을 얹어 스탠드로 밀고 갔다. 그리고 여럿이서
안아 올리듯이 하여 스탠드 위에 쿄오코를 앉혔다.
 
  "자아 여러분 맥주로 건배!"
 
  가와다가 손에 든 컵의 맥주를 쿄오코의 입안에 강제로 부어넣었다. 괴로워하며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지만 결국 컵 속의 맥주는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입안에
부어져버렸다. 크게 한숨을 쉰 쿄오코를 보고 불량 소녀들은 손뼉을 치며 흥을
돋우었다.
 
  "후후후, 저기 쿄오코. 요시자와 씨는 굉장히 끈질긴 사람이지만 너는 부인이니까
어떤 일을 당해도 참아야만 해."
 
  긴코가 말하자 이어서 아케미도 덧붙였다.
 
  "그 대신 너는 오늘밤부터 더 이상 지하의 어둠침침한 방에서 지내지 않아도
돼. 요시자와 씨의 방에서 푹신푹신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편안히 지낼 수 있지.
하지만 당분간 양손의 자유는 허락할 수 없어. 꽤 여자다워 졌다고는 하지만
너의 당수는 만만치 않으니까. 부부 싸움이라도 나면 요시자와 씨 따위는 한
방에 날릴 수도 있을걸."
 
  이어서 요시코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는 쿄오코의 턱을 잡고 그 아름다운
얼굴을 휙 하고 정면으로 돌려버렸다.
 
  "부끄럽지 않은 기분이 될 때까지 그대로 놔두는 것은 쇼 스타를 키우기
위해서야. 하지만 누가 봐도 정말로 요시자와 씨에게 헌신적인 아내처럼 보였을
때, 우리가 오니겐 씨에게 부탁해서 훈도시를 입을 수 있도록 특별히 허락을
받아줄게."
 
  여자들은 서로 그런 말을 하며 쿄오코를 술안주로 삼았다.
 
  "부인은 간신히 할 수 있게 됐다지? 부인에게 지지 않도록 내일부터는 열심히
오니겐의 훈련을 확실히 받도록 하라고"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며 쿄오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아 슬슬 갈까. 요시자와 형님이 이제나저제나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가와다는 높은 의자에서 아래로 내려진 쿄오코의 밧줄을 잡은 채 문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였다.
 
  "잠깐 기다려."
 
  모리다가 소리질렀다.
 
  "지하실 냄새가 몸에 뱄을지도 몰라 요시자와가 싫어하면 큰일이지 시즈코
부인처럼 사장님과 내가 전신 미용을 해주는 게 어떨까."
 
 
 
  어두 침침한 지하실 네 평 정도의 내부에 겨우 일 미터 간격으로 두 개의
통나무가 박혀있다. 그 아래에는 거적이 각각 깔려있고 손을 뒤로 단단히 묶인
후미오와 미츠코가 기둥에 묶여 있다. 서로 마주 보는 모양으로 기둥에 묶인
미소년과 미소녀는 무릎을 세우고 앉아 붉어진 얼굴을 파묻으려 하고있었다.
지하실 벽에 걸린 흐린 전구가 이 가련한 두 사람을 어렴풋이 비추고있다.
 
  젊고 아름다운 연인들을 같은 감방에 처박아두고, 더군다나 두 개의 기둥에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묶어두자고 한 것은 요시코와 에츠코였다. 미츠코도
후미오도 여기에 들어와 기둥에 묶이고서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외면한 채 계속 흐느껴 울뿐이었다.
 
  마침내 미츠코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용서해줘요, 후미오 씨. 아아 나는 차라리 죽고 싶어."
 
  미츠코는 그대로 오열해버렸다. 후미오는 일순간 얼굴을 들어 미츠코 쪽을
보았지만 곧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시선을 돌려버렸다.
 
  "죽으면 안 돼. 나는 저 무리들에게 반드시 복수를 해줄 거야."
 
  그렇게 내뱉듯이 말하고 후미오도 참을 수 없다는 듯 분노로 어깨를 떨었다.
 
  "후후후."
 
  갑자기 감방 밖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어느 사이엔가 누군가가 살며시 지하실로 내려와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고개를 더욱 움츠렸다. 바로 찰칵찰칵 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나더니 천천히 들어온 것은 긴코와 찌요 두 사람이었다. 분명히 긴코가
지하에 감금되어 있는 두 사람을 찌요에게 보여주려고 데려온 것일 거다. 둘
다 술에 취해서 비틀거렸다.
 
  "너희들도 잘 알아둬. 우리의 스폰서인 찌요 부인이셔."
 
  긴코는 가엾은 두 명의 젊은 포로를 내려보면서 즐겁게 말했다.
 
  "와아 정말 멋있는 도련님이네."
 
  찌요는 후미오 앞에 술 냄새 지독한 숨을 내쉬며 쭈그리고 앉았다.
 
  "호호호, 그렇게 부끄러워할 거 없어요. 귀여운 도련님."
 
  후미오가 발을 끌어당겨 허리를 세우는 모습을 하며 움츠러들었기 때문에
찌요는 그것을 재미있어했는데, 문득 뭔가 떠올린 긴코가 빙그레 웃고는 좋은
게 있다며 커다란 나무상자를 끌고 돌아왔다. 상자 속에는 2, 3미터 정도 길이의
대나무 말뚝이 몇 개 들어 있었다. 긴코는 나무 망치로 그 대나무 말뚝 두
개를 후미오가 앉아 있은 앞에 1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쾅쾅 박기 시작했다.
 
  "남자가 무서워하다니 꼴불견이야. 자아."
 
  긴코는 감방의 구석에 떨어져 있던 밧줄을 주워 후미오의 발목을 그 박아둔
말뚝에 묶으려 하였다.
 
  "앗 뭐 하는 거야."
 
  긴코와 찌요가 이건 좋은 운동이라며 후미오의 발을 포박하려고 하자 후미오는
되살아난 것처럼 발버둥쳤다. 그러나 손이 뒤로 꽉 묶여 있는 몸으로는 술에
취한 여자의 힘도 이길 수 없었다. 긴코와 찌요는 박아놓은 양쪽 대나무 말뚝에
꼼짝못하는 후미오의 발목을 걸어 숨을 헉헉대며 빨리 밧줄을 감으려 하였다.
 
  "이것 봐라. 정말로 힘이 좋은 도련님이네. 암 그 정도 힘은 있는 게 믿음직스럽지,
내일 쇼가 기대되는군."
 
  후미오는 얼굴이 새빨개져 이를 악물었다.
 
  "호호호, 젊지만 정말 멋있군."
 
  찌요는 그런 후미오 앞에 허리를 굽혀 찬찬히 쳐다보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저 찌요 부인, 잠깐 보세요."
 
  "설마."
 
  찌요는 멋쩍게 웃으며 일어섰다.
 
  "어머머 이쪽에 계신 건 아가씨로군. 아유 예쁜 처녀 아니야. 가엾게도."
 
  찌요는 미츠코를 보고 그 신선한 아름다운 용모에 눈을 크게 떴다.
 
  "아, 이 처녀가 지금 사장에게 전신 미용을 밭고 있는 쿄오코의 여동생이에요.
유기리 여고 삼 학년. 여러 가지 경험은 했지만 물론 아직 숫처녀지요. 후후후."
 
  긴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대나무 말뚝을 마찬가지로 미츠코의 앞에 간격을
두고 박기 시작했다. 긴코는 나무 망치로 대나무 말뚝의 머리를 치면서 눈앞에서
무릎을 세우고 수치심에 몸부림치는 미츠코를 재미있다는 듯 보고 말했다.
 
  "후후후, 너 아까는 후미오에게 끝내주는 일을 해줬다면서."
 
  미츠코는 머리를 흔들며 고개를 깊이 떨구어버렸다.
 
  찌요가 말했다.
 
  "에엣, 이게 여고생이야. 몸매 좋군.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군."
 
  말뚝을 박은 긴코는 손을 털며 일어나 미츠코 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미안하지만
도와달라고 찌요에게 말했다.
 
  "자아 아가씨. 너도 애인과 마찬가지로……."
 
  긴코와 찌요의 손은 미츠코의 발을 붙잡으려고 하였다.
 
  "아, 아."
 
  있는 힘을 다해 좌우로 벌려 그 발목을 말뚝에 대고 밧줄을 친친 감으면서
찌요와 긴코는 눈을 꼭 감고 이를 악물고 있는 미츠코의 아름다운 용모를 쳐다보았다.
일을 마치고 일어선 찌요와 긴코는 두 사람을 비교하듯이 쳐다보았다.
 
  "둘 다 정말 꼴 좋다. 오늘밤은 그대로 둘 테니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겠다."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찌요를 재촉하여 감방에서 나가려고 하였다.
 
  "아아, 그래 그래. 말하는 걸 잊었지만 내일의 예정은 아까 확실히 정했다.
너희 둘의 플레이는 오후 한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좀 긴 것 같지만 업자와
약속한 필름을 다섯 권 분량 촬영해야 하니까. 구경꾼은 하자쿠라단 모리다
조직 전원. 손님은 세키구치 일가, 구마자와 조직의 간부 몇 명, 감독은 오니겐
씨인데 조수로는 하자쿠라 단과 모리다 조직이 교대로 담당하기로 했으니까.
알겠지? 그리고 두 시간 휴식. 여덟 시부터는 부부가 된 너희들의 축하연 너희
언니도 출석시키지.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발식. 이것은 손님의
손으로 행해진다."
 
  그런 무서운 말을 들으며 수치와 공포로 몸을 떨기 시작한 후미오와 미츠코를
두 악녀는 고소해하며 바라보았다.
 
  "내일의 플레이에 대해 서로 잘 얘기해두라고."
 
  그렇게 내뱉고 긴코와 찌요는 감방에서 나가 격자 문을 닫고 열쇠를 걸더니
큰 소리로 웃으며 지하에서 나갔다. 두 악녀가 사라지고 나서 후미오와 미츠코는
더욱더 소리 높여 울부짖었다.
 
  "……미츠코. 비록 짐승 같은 일을 당했다고 해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돼.
반드시, 반드시 우리들은 구출될 때가 올 거야."
 
  "……하지만, 하지만."
 
  미츠코는 눈물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을 후미오 쪽으로 향했다. 둘의 시선은
한 순간 마주쳤지만 반사적으로 다시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싫어, 싫어, 나를 보지 말아요."
 
  미츠코는 불처럼 달아오른 뺨을 어깨에 묻으며 말했다. 아까 밀실 안에서
요시코와 다케다 들에게 강제로 당한 끔찍한 경험에 비하면 후미오 앞에 이런
모습을 내보이고 있는 것쯤은 그런 대로 참을만했지만 그래도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이런 숙녀답지 않은 모습을 장시간 드러내고
있어야만 하는 일은 역시 열 여덟의 처녀에게는 몸을 에는 것보다도 괴로운
일이었다. 그때, 다시 문이 삐꺽거리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가 지하의 계단을
내려오는 것 같았다. 감방의 격자 문이 딸가닥 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빗장을
밀고 불쑥 들어온 것은 부하들인 다케다와 호리가와 두 사람이었다.
 
  "우와, 참을 수 없는 꼴을 하고 있네."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후미오 쪽에는 눈길도 안 보내고 미츠코 옆으로 다가갔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나가요. 나가주세요."
 
  미츠코는 그 양쪽으로 두 명의 깡패들이 다가오자 몸이 돌처럼 굳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아까 같은 일을 하면 너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우리는 기분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다케다는 그렇게 말하고 감방의 창살 사이로 바깥을 살피고 다시 미츠코의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우리는 아까부터 기다렸지. 우리가 특별히 모리다 조직을 배신할 이유는
없지만 간부 형님들만 좋은 구경을 해버리고 우리는 항상 개털이야. 고작 저런
일만을, 그것도 정말로 잠깐 시키는 정도야.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니까."
 
  미츠코가 핏기 없는 표정으로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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