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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인간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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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도주의 실패>


 
  "형, 역시 여기서는 기분이 안 나네. 좀 더 무드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자."
 
  호리가와가 다케다에게 말했다. 곰팡내가 심하고 거적만이 깔린 어둠침침하고
눅눅한 감방에서 이런 반드르르한 미녀를 요리하는 건 아깝다고 호리가와는
다케다에게 의논을 했다.
 
  "그것도 그렇지."
 
  다케다도 수긍하였다.
 
  "애인이 보는 앞에서는 미츠코도 괴로워서 적극적으로 할 수 없을 테니까.
좋아 그렇다면 메고 나가자."
 
  수건으로 코까지 덮은 것 같은 재갈을 물고있는 미츠코는 두 다리가 자유로워지자
본능적으로 오므렸다.
 
  "자 업어주지."
 
  말뚝에 묶여 있던 밧줄을 푼 다케다는 힘껏 말뚝과 밧줄 끝을 잡고 미츠코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일어선 미츠코 앞에 호리가와가 등을 내보이더니 몸을
굽혔다.
 
  "자 내 등에 업혀."
 
  다케다에게 등을 쿡쿡 찔린 미츠코는 눈을 꼭 감고 몸을 호리가와의 등에
실었다.
 
  "어이쿠. 우와 꽤 무겁군, 이 아가씨."
 
  호리가와는 미츠코의 포동포동한 엉덩이에 두 손을 감고 두세 번 밀어 올리듯이
하며 일어섰다. 완전히 업혀버린 미츠코는 고개를 호리가와의 등에 푹 파묻고
몹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자 갈까."
 
  감방 문을 밀어서 연 다케다는 미츠코를 업은 호리가와를 재촉하였다. 호리가와의
등에 업힌 미츠코는 눈물을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으로 감방에 혼자 남아있는
가엾은 후미오를 흘끗 바라보았다. 후미오 씨 용서해줘요. 미츠코는 이미 틀렸어요.
아마도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미츠코와 마찬가지로 재갈이
물려져 있는 후미오는 여덟 팔(八)자로 벌어진 양발을 심하게 버둥거리며 감방에서
나가는 미츠코를 핏발선 눈으로 바라보았다.
 
  밖으로 나온 다케다는 그런 후미오를 쳐다보며 놀리듯이 말했다.
 
  "헤헤헤, 안됐지만 도련님. 미츠코 양을 잠깐만 빌리자고. 용무가 끝나면
바로 여기다 돌려놓을 테니까. 하하하."
 
  다케다가 그렇게 말하고는 미츠코를 업은 호리가와와 함께 지하 계단을 올라갔다.
 
  "형님 이제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지하실에서 바깥 복도로 나온 호리가와는 업고 있는 미츠코의 포동포동한
엉덩이의 감촉을 즐기며 다케다에게 말했다.
 
  "글쎄다. 이 아가씨의 언니가 음모를 깎였던 방이 좋겠지. 거기라면 방해받지
않을 거야."
 
  "좋았어."
 
  호리가와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발을 재촉하여 연결 복도에서 뜰로 내려갔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가능한 한 발소리를 내지 않고 뜰에 깔린 돌을
건너 깊숙한 대 나무숲을 향해 나아갔다. 대나무 숲 속에는 회원들을 모아
비밀 쇼를 개최하도록 되어 있는 밀실이 있었다.
 
  미츠코는 눈앞에 대 나무숲이 가까워지자 이미 틀렸다고 체념하여 눈을 감았는데
돌연 호리가와가 그루터기에 발이 걸려 그 자리에서 넘어져버렸다. 미츠코는
호리가와의 등에서 나뒹굴어져 풀숲으로 굴러버렸다.
 
  "바보 같은 자식, 조심해."
 
  다케다는 허리를 굽힌 채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리는 호리가와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앞으로 나뒹굴어진 미츠코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 양손이 뒤로 묶여
있기 때문에 중심을 못 잡고 어딘가 세게 부딪힌 건 아닌가. 결국 미츠코는
상품인 만큼 그 아름다운 몸에 상처 같은 게 생기면 큰일이라고 다케다는 당황하여
달려들었다.
 
  미츠코는 결박당해 자유롭지 못한 몸을 비틀면서 일어나 다케다의 손이 뻗어오기
직전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피해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앗, 제기랄 기다려."
 
  다케다는 허둥대며 열심히 쫓았다. 미츠코는 어차피 이들 악마의 손에서
도망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대로 대나무 숲 저쪽에 있는 밀실 안으로
끌려가 두 마리 야수의 손톱에 찢겨질 것을 생각하면 다시 붙잡혔을 때 어떤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미츠코는 앞뒤 분별도 하지
않은 채 본능적으로 도주한 것이다.
 
  "도와줘요. 누군가, 누군가 좀 도와주세요."
 
  다케다는 더욱 허둥댔다.
 
  밤이 깊으면 이 주변은 사람의 왕래가 전혀 없어 바깥의 누군가에게 미츠코의
비명이 들릴 리는 거의 없지만 집안 사람들에게 들렸을 때는 나중이 큰일이다.
상품에 손을 대려 했다고 모리다 두목으로부터 손가락을 잘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케다는 완전히 허둥댔다. 여전히 미츠코는 대나무 숲 속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대나무 숲은 꽤 넓었다.
 
  "제기랄!"
 
  다케다는 혈안이 되어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호리가와도 발을 절뚝거리며
왔다.
 
  "호리가와 너는 왼쪽으로 돌아라 나는 오른쪽으로 찾아볼 테니."
 
  두 사람은 방향을 나눠서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야 미츠코, 점잖게 나와라. 잡히기만 하면 가만히 안 둘 테니까. 창피를
톡톡히 줄 거야."
 
  다케다는 울창한 대숲을 향해 그렇게 고함을 쳤다. 달은 갑자기 구름 속으로
숨어 주변은 온통 옻칠을 한 듯이 깜깜해졌다.
 
  "야, 안 나올래."
 
  다케다도 호리가와도 당황한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자, 걸어."
 
  쿄오코는 가와다에게 밧줄이 잡힌 채 복도로 나왔다. 머리도 아름답게 치장되었고
게다가 전신 미용까지 받은 쿄오코는 풍만한 가슴을 새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눈을 감고는 요시자와가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늘어선 그림자 대나무 숲이 있는 드넓은 뜰에 튀어나온 연결 복도를 쿄오코는
가와다에게 등을 떠밀리듯이 걷고 있었는데 가와다가 갑자기 도중에 멈춰 섰다.
대나무 숲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거기 누구냐."
 
  가와다가 크게 소리지르자 그 소리는 멈췄지만 만약에 그 근육질의 남자가
침입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쿄오코, 잠깐 여기서 기다려."
 
  가와다는 연결 복도의 난간에 쿄오코의 밧줄 자락을 묶어두고 긴코와 아케미
들이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대나무 숲 속에 누군가가 숨어있는 것은 분명한데
자기 혼자 찾으러 가는 것은 어쩐지 기분이 켕겨서 하자쿠라 단이나 모리다
조직의 젊은 무리들의 힘을 구하러 갔을 것이다. 가와다의 모습이 복도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다시 대나무 숲 속에서 풀을 밟는 소리가 났다.
 
  "앗!"
 
  혹시 누군가가 구원하러 와준 것은 아닐까 하고 쿄오코는 대나무 숲 쪽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그 정체를 알아내고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미, 미츠코!"
 
  달빛에 떠오르듯이 미츠코가 대나무와 대나무 사이에서 내다보고 있었다.
 
  "아, 언니!"
 
  미츠코는 다시 앞뒤 분별없이 대 나무숲에서 뛰어나왔다. 교교한 달빛에
싸여 눈처럼 흰 미츠코의 나신. 달리면서 이따금 중심을 잃은 듯이 비틀대는
것은 양손을 뒤로 묶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부자유스런 몸으로 어디를 어떻게
도망쳐온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쿄오코는 너무 슬픈 나머지 가슴이 찢어질
것같이 아팠다.
 
  "미츠코, 어 어떻게 된 거야?"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라 쿄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는데 미츠코가
필사적으로 복도로 올라와 자기 옆으로 다가오자 깜짝 놀라 말했다.
 
  "안 돼. 여기에 곧 가와다들이 올 거야 도망가. 어떻게든 도망가야돼 여기로
오면 안 돼!"
 
  미친 듯이 그렇게 소리쳤다. 양손이 꽉 묶여 있는 미츠코가 어떻게 주변이
도랑으로 둘러싸인 이 저택에서 탈출할 수가 있을까.
 
  "언니!"
 
  미츠코는 달려오자 쿄오코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봇물이 터지듯이 울음을
터뜨렸다. 미츠코가 이 저택에 소굴을 만든 여자들과 깡패들에게 어떤 무서운
일을 당하고 있었는지 쿄오코도 상상할 수 있었다. 불쌍한 미츠코…… 쿄오코도
흐느껴 우는 미츠코의 검은머리에 얼굴을 대고 소리 높여 울었다.
 
  "어 언니, 미츠코 죽고 싶어. 아 아 죽어버리고 싶어."
 
  미츠코는 쿄오코의 어깨에 기댄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지하의 저편에서 우당탕 심한 발소리가 났다. 가와다의 연락을 받은 모리다
조직과 하자쿠라단이 대나무 숲 속의 수상한 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달려온
것일 거다. 더 이상 우물쭈물할 수 없었다. 미츠코가 무리들의 손에 잡히면
도주를 꾀한 벌로 어떤 처벌이 기다리고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미츠코 자신은
이미 도주할 기력도 잃었다. 어찌 하려고도 않고 그저 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뿐이다.
 
  쿄오코는 미츠코가 눈앞에서 짐승과 같은 무리들의 손에 잡혀 다시 지옥
같은 방으로 끌려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꽁꽁 묶인 몸을 필사적으로 비틀며
포승을 풀려 했지만 가와다가 묶은 밧줄은 발버둥치면 칠수록 단단히 조여질
뿐이다. 하지만 가와다가 난간에 묶어놓은 밧줄 자락은 거의 가와다도 허둥댔다고
보일 만큼 가볍게 묶여 있을 뿐이었기에 미츠코가 몸을 굽혀 이빨로 물어 풀어내자
간단히 풀리기 시작했다.
 
  "미츠코 도망가자."
 
  쿄오코는 미츠코를 재촉하여 두 사람은 꽉 묶인 채 부자유한 몸을 서로 감싸듯이
하면서 복도를 달려나갔다.
 
  "앗 저기다."
 
  대나무 숲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기어 나온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소리쳤다.
쿄오코는 일단 미츠코를 재촉하여 뜰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두 조무래기들의
출현에 깜짝 놀라 이층으로 올라가 정신없이 복도를 달렸다.
 
  "쿄오코도 미츠코와 함께 도망간다. 이층이다. 모두 이층으로 올라가!"
 
  가와다가 큰 소리로 고함쳤다.
 
  쿄오코는 미츠코를 재촉하며 이층의 복도를 달렸다. 주변은 전부 적으로
둘러싸여 결국 적진의 중심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런
것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앗!"
 
  쿄오코는 전방에 나타난 다케다와 호리가와의 모습을 보고는 숨을 들이쉬며
일어섰다.
 
  "바보 같은 것들 이 저택에서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가위 바위 보라도 하듯이 손을 펴면서 서서히 다가갔다.
쿄오코는 다케다와 호리가와를 필사의 눈으로 쳐다보며 미츠코를 뒤로 보호하면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다 다가오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쿄오코는 이를 악문 표정으로 다가오는 두 조무래기들에게 말했지만 다케다는
코끝을 치켜올리며 흥 하고 비웃었다.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두 불량배는 마주보며 웃었다. 둘 다 게이코가 당수 이단의 기량을 가진
야마모토 단데이의 여비서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특기인 당수도
양팔이 자유롭지 못한 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코웃음치며
서슴지 않고 다가왔다.
 
  "언니도 같이 귀여워해 달라는군. 이쪽도 두 사람이니까 잘됐다. 자아 이리로
와."
 
  양손이 자유롭지도 못한 여자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밧줄 끝을 잡아야
한다고 접근해간다. 쿄오코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미츠코를 등뒤에 숨기듯이
하면서 계속 후퇴를 했지만 이번에는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쿄오코. 아직도 성깔은 그대로인 것 같군."
 
  요시자와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전히 훈련을 받고 여자로서 다시
태어난 쿄오코가 방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던 요시자와는 쿄오코가 도망갔다는
소리에 눈을 치켜올리고 절뚝거리는 발을 끌며 방에서 나온 것이다.
 
  요시자와의 소리에 쿄오코는 반사적으로 등뒤를 돌아보고 온몸을 바늘처럼
긴장시키며 미츠코를 뒤로 숨겼다.
 
  앞에도 적, 뒤에도 적 진퇴양난인 쿄오코인데 거기에다 타박타박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나고 가와다가 긴코와 아케미 들과 함께 나타났다.
 
  "겁도 없이 잘도, 잘도 도망을 가는군. 자아 쿄오코 다시 한번 버릇을 고쳐주지.
이리로 와라."
 
  가와다도 눈을 치켜 뜨고 고함을 쳤다.
 
  더 이상 도망할 방법이 없었다. 도망갈 수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도주하고 싶다는 것은 동생 미츠코가 지옥 같은 고초를 겪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다는 쿄오코의 다급해진 마음에서였다.
 
  더 이상 어쩔 수도 없이 쿄오코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푹 떨구었다.
등뒤에 있는 미츠코는 언니의 등에 얼굴을 대고는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런 두 미녀를 요시자와는 입맛을 다시면서 쳐다보았다.
 
  "야 쿄오코. 잠깐 못 본 사이에 꽤 거뭇거뭇 해졌군. 잠깐 이쪽으로 내밀어서
잘 보여줘 봐."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불량 소녀와 깡패들은 한바탕 웃어젖혔다.
 
  "좀 만져 볼까."
 
  요시자와는 구경꾼들을 웃길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고 쿄오코에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
 
  쿄오코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구경꾼들의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몸을 움츠리고 있는 쿄오코에게 요시자와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려고 하였다.
견딜 수 없는 굴욕에 쿄오코는 요시자와의 손등을 깨물었다.
 
  "아야!"
 
  요시자와는 얼굴을 찡그리며 쿄오코에게 물린 손을 흔들어 뿌리치려 했지만
쿄오코도 필사적이었다.
 
  "놔, 놔줘. 아야 도와줘."
 
  요시자와는 얼굴을 찡그리고 아우성쳤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보고 있던 무리들도 요시자와의 얼굴 색이 변하자 놀라서
다를 잡아당겨 마침내 요시자와의 손을 쿄오코의 입에서 잡아다. 요시자와의
손등에서 피가 흘렀다.
 
  "나쁜 년, 무슨 짓이야."
 
  가와다가 잔뜩 화가 나서 쿄오코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뭐야, 왜 이리 시끄러워."
 
  모리다가 계단을 올라왔다.
 
  "지금 이자와 선생과 시즈코 부인이 한참 재미보는데 너무 시끌시끌하면
선생에게 실례다."
 
  긴코가 입을 삐쭉대며 쿄오코가 미츠코와 함께 도주를 하려 한 일, 그리고
오늘밤 부부의 연을 맺을 상대인 요시자와의 손등을 깨물어 심한 상처를 입힌
일 등을 설명했다.
 
  "좋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하지만 지하실에 처박혀있던 미츠코가 어떻게
쿄오코가 있는 곳까지 도망을 왔지. 다케다, 호리가와 너희들 소행이지."
 
  과연 모리다는 간파하고 있었다.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그래도 기죽지 않고
미츠코를 지하에서 데리고 나온 일을 고백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미츠코의 아름다운 몸을 보고있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어서……."
 
  "바보 같은 놈. 우리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상품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어?"
 
  모리다는 굵은 눈썹을 움직여 두 부하를 무조건 큰 소리로 꾸짖었다.
 
  "너희는 내 방으로 따라와. 가와다는 미츠코를 지하로 데리고 돌아가라.
내일 미츠코는 첫 무대이니 소중히 다뤄야 해. 그리고……."
 
  모리다는 벽에 기대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웅크리고 앉은 채 굴욕감에 괴로워하고
있는 쿄오코를 향해 말했다.
 
  "오늘밤 일은 미츠코에게는 죄가 없지만 너에게는 죄가 있다. 미츠코가 도망가려고
하는 일에 협력한 일, 게다가 자기의 남편으로 정해진 요시자와의 손을 깨물어
상처를 입힌 일이다. 거기에 따른 각오는 했겠지."
 
  그리고 모리다는 손등을 누르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요시자와를 향해 말했다.
 
  "너는 상처를 치료하고 와. 그 동안 나는 네 방에서 쿄오코를 재교육시킬
테니까. 너의 좋은 아내가 될 수 있도록."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긴코와 아케미에게 도와달라고 하였다. 긴코가 몸을
움츠리고 있는 쿄오코의 옆으로 다가와 밧줄을 잡았다.
 
 
 
  언젠가 미츠코가 여러 가지 무서운 고문을 당했던 요시자와의 침실, 쿄오코는
그 중앙에 발돋움을 하고 서 있었다. 쿄오코의 밧줄 자락에는 새로운 로프가
연결되어 그것은 천장의 대들보에 걸렸다. 아까 요시자와에게 난폭한 짓을
당했기 때문에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는데 그것도 두 여자가 예쁘게 빗어주고
화장도 고쳐주었기에 쿄오코는 여러 가지 고문을 당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깨끗했고 피부도 밝은 불빛을 반사시키듯 새하얗게 빛나 보였다. 긴코와
아케미는 묶여 있는 미녀의 주변을 싱글거리며 돌고있다.
 
  "너 조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있냐?"
 
  "남편 될 사람의 손을 깨물다니 네가 원숭이냐?"
 
  긴코와 아케미는 뒤로 돌아가 엉덩이를 꼬집기도 하였다. 모리다는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면서 쿄오코의 아름다운 육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어때 쿄오코, 이 저택에서 도망친다는 것이 무리라는 걸 알았겠지. 너는
동생 미츠코만이라도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시킬 생각을 했겠지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싹 버리고 자매가 사이좋게 쇼 스타가 돼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곤란해."
 
  모리다가 그렇게 말할 때 긴코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기요 두목. 우리 생각인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긴코는 모리다 곁으로 가서 뭔가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모리다는
입을 벌려 크게 웃었다.
 
  "과연, 그렇게 하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
 
  "동생을 생각하고 언니를 생각하는 자매. 좋아 그렇게 하는 편."
 
  긴코도 모리다에게 장단을 맞춰 입을 벌려 크게 웃었다. 모리다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술에 취해 달아오른 얼굴을 문지르며 쿄오코에게 다가갔다.
 
  "헤헤헤, 긴코가 왜 재미있는 일을 생각해주었지. 그렇게 서로의 몸을 생각해주는
자매라면 둘을 플레이의 콤비로 해버리자는 거야."
 
  지금까지 아름다운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온갖 굴욕에 눈을 감고있던 쿄오코는
그 말을 듣자 갑자기 핏기를 잃고 엉겁결에 눈을 크게 떴다.
 
  "어때 쿄오코 좋은 생각이지. 내일 미츠코는 첫 무대. 그래서 그녀도 분명히
자신이 생길 것이고, 모레부터 자매 쇼 연습을 할 생각이야. 사이 좋은 너희들의
일이지. 이 계획은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해."
 
  얼마나 잔인 무도한 긴코의 착상인가 쿄오코는 공포로 입술이 떨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시즈코 부인도 게이코와 보기 좋게 연기했지. 너와 시즈코 부인의 콤비는
그 동안 취소해야만 하겠어. 새로이 도야마 부인이 된 사람의 명령으로 시즈코
부인에게 임신시키기로 했거든. 그렇게 되면 너의 새로운 상대가 필요하지.
미츠코라면 이의는 없겠지, 어때?"
 
  모리다는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쿄오코의 얼굴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아아!"
 
  쿄오코는 비통한 얼굴이 되어 심하게 꽉 묶여 있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귀신인지 도깨비인지, 아니 이 집에 사는 인간들에 비하면 귀신이나 도깨비
쪽이 차라리 나을 거다. 쿄오코는 너무 심한 나머지 정신을 잃을 것처럼 되었다.
 
  "대답이 없는 것을 보면 알겠다는 거로군."
 
  아케미가 쿄오코의 배꼽을 손가락으로 정기며 낄낄 웃었다. 쿄오코는 다시
눈을 뜨고 입술을 떨면서 말했다.
 
  "미, 미츠코와 나는 친자매예요. 그 그것을 당신들도……."
 
  더 이상은 목이 메어 쿄오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긴코가 비웃듯이 말했다.
 
  "자매라서 어떻다는 거지. 둘 다 여자인 건 틀림없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랑 아케미가 잘 가르쳐줄 테니까. 그렇지, 아케미."
 
  "그럼요. 둘 다 좋아서 소리를 지르는 것까지 가르쳐줄게."
 
  두 불량 소녀는 얼굴을 맞대고 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마침내 쿄오코는 고개를 푹 떨구고 입술을 몹시 떨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모리다는 그것을 보자 여자 둘에게 손짓을 하여 멈추게 한 후 쿄오코 옆으로
다가갔다.
 
  "혜헤헤 쿄오코 양, 미츠코와 플레이하는 것이 그렇게도 괴로운가."
 
  코오코는 그 말에 매달리듯이 눈물이 가득 고인 아름다운 눈을 들었다.
 
  "부 부탁입니다. 여동생과 그 그런 일 만큼은……."
 
  "그럼 아까 일은 충분히 반성한다는 거로군."
 
  "바 반성합니다. 부디 저를 꼬집고 때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쿄오코는 모리다를 향해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아니 별로. 꼬집고 때리고는 하지 않아. 너는 모리다 조직의 중요한 상품이니까
상품에 상처가 생길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요구하는 일은 대단한 게 아니야,
네가 요시자와의 좋은 아내가 되어주면 된다고. 녀석은 다혈질이라 안 돼.
너 같은 미인이 녀석의 아내가 돼준다면 녀석도 조금은 점잖아질 거라고 생각해."
 
  알겠냐며 모리다는 쿄오코의 턱에 손을 대 눈물 젖은 쿄오코의 아름다운
얼굴을 치켜올렸다.
 
  "이제 곧 요시자와가 손을 치료받고 이리로 올 거야. 너는 녀석에게 아까의
일을 충분히 사과하고 사이 좋게 부부의 연을 맺어주면 되는 거야. 아주 간단한
일이지."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고 손짓하여 긴코와 아케미를 구석으로 불러 쿄오코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말했다.
 
  "뒷일은 너희들에게 맡긴다. 요시자와에게 충분히 사과시키고 어쨌든 오늘밤
부부가 되게 해버려라. 그렇게 되면 요시자와에게도 양해를 얻어 모레부터는
울든지 말든지 미츠코와 콤비를 이뤄버리자고. 그러니까 일은 예정대로 진행시키도록
해라."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긴코와 아케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긴코와 아케미는 들뜬 기분으로 쿄오코 옆으로 다가갔다.
 
  "잘됐군 쿄오코. 지금 두목이 우리에게 말했는데, 요시자와 씨가 여기로
오면 아까의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대. 우리가 옆에서 지켜보고
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역시 예정대로 미츠코와 콤비를 시킬 거니까.
알겠지?"
 
  긴코가 그렇게 말하자 이어서 아케미도 한마디 덧붙였다.
 
  "너 아까 요시자와 씨가 왔을 때 아주 지독하게 날뛰었지. 남편이 어루만지는
걸 싫어하는 마누라는 없어. 이번에는 네가 요시자와 씨에게 졸라서 애무해
달라고 해. 알겠지?"
 
  "그래, 하지만 그전에 반성의 의미로 요시자와 씨에게 깎아달라고 하는 거야."
 
  "하지만 내숭을 떨어서는 안 돼. 그런 일을 당할 때의 여성의 동작이란 남성의
기분을 굉장히 즐겁게 하는 거야. 결국 깎이는 쪽이 중요하다는 거지. 가르쳐
주도록 하지."
 
  긴코와 아케미는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몸을 웅크리고있는 쿄오코의
좌우에 서서 여러 가지 말을 귓가에 대고 했다. 그들은 쿄오코에게 요시자와가
나타났을 때 취해야 하는 태도를 가르쳤다.
 
  "알겠지, 우리에게 배운 대로 일을 실행하지 않으면, 후후후.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긴코는 수치와 공포로 몸을 떠는 쿄오코에게 몇 번이고 다짐하듯이 유방과
엉덩이를 쿡쿡 찔렀다.
 
 
 
  손목에 붕대를 감은 요시자와가 방으로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십 오 분 정도
지나서였는데 쿄오코는 긴코와 아케미 두 사람에게 남성, 즉 요시자와에 대한
의식적 포즈, 바꿔 말하면 남성에 대한 성적 매력 발휘라는 것에 대해 교육받고
교시 받아 그 모든 것을 승복한 것처럼 살며시 눈을 감은 채 요시자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시자와를 보자 긴코와 아케미는 자신있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쿄오코 양이 기다리다 지쳐서 마비가 되어버렸네."
 
  그리고 긴코는 바로 쿄오코를 향해 다시 말했다.
 
  "남편께서 오셨네. 자 아까의 실례를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화해하는 거야."
 
  요시자와는 아케미의 재촉을 받으며 묶여 있는 쿄오코 앞으로 나왔다.
 
  "쿄오코, 입다물고 있으면 안 돼."
 
  아케미는 쿄오코의 옆에 서서 어깨를 찔렀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동생 미츠코와…… 아케미의 차가운 눈은
그렇게 말하고 싶어했다.
 
  쿄오코는 살짝 아름다운 눈을 뜨고 앞에 선 요시자와의 추악한 얼굴을 보았다.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남자 요시자와…… 그러나 쿄오코는 그에게 그
짐승 같은 욕구를 더욱 높이기 위해 긴코들이 가르쳐 준 포즈를 취해야만 했다.
쿄오코는 원망도 저주도 하지 않고 입술을 와들와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
 
  "요시자와 씨. 당신을 깨물어서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쿄오코는 분함을 꾹 참고 긴코 들에게 배운 말을 했다.
 
  요시자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사과 드린다고? 야 쿄오코. 나는 너 때문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호되게
당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사과를 한다는 거야?"
 
  요시자와가 쿄오코 앞에서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자 긴코가 그것을 달래듯이
말했다.
 
  "자― 자, 요시자와 형님, 그렇게 화낼 것 없잖아요. 이번에는 이 쿄오코
양이 정말로 마음을 고쳐먹을 각오가 됐다고요."
 
  긴코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쿄오코를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며 그렇게 말하자
이어서 아케미도 요시자와에게 말했다.
 
  "아까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앞이라 쿄오코 양도 부끄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발끈해서 그런 짓을 해버렸던 거예요. 하지만 남편의 애무를 받는 것은
아내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요시자와 씨가 만족할 때까지
만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도 말했어요. 그렇지? 그럴 거지, 쿄오코."
 
  쿄오코는 기절할 것만 같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만족한다기보다 네가 만족할 때까지 그렇게 해주지."
 
  요시자와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몸을 구부리려고 하자 쿄오코는 흐느껴 울면서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눈을 꼭 감은 채 떨면서 입을 열었다.
 
  "기, 기다려요 그, 그렇게 서두르는 건 싫어요."
 
  "뭐?"
 
  요시자와는 눈을 부릅뜨고 게이코를 아래서부터 훑어보았다.
 
  "쿄오코, 이번에는 정말로 마음을 바꿨어요. 다시 한번 민둥산이 되어 당신에게
사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깎아주세요."
 
  좋아 알았다며 요시자와는 희희낙락한 얼굴로 일어서서 면도칼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요시자와가 물이 조금 담긴 접시와 면도칼을 갖고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비누가 떨어졌다. 물만으로도 참아주지 바란다."
 
  "아아!"
 
  쿄오코는 전신이 달아올라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어이, 그렇게 몸을 움직이면 안 돼, 상처가 나버리잖아."
 
  요시자와는 면도칼을 오른손에 들고서 소리를 쳤다. 쿄오코는 이를 악물면서
온몸이 강철처럼 굳어져 요시자와의 면도에 몸을 맡겨버렸다.
 
  "깎이는 쪽이 중요하다고 내가 말했을 텐데."
 
  긴코는 바들바들 떨면서 면도를 받고 있는 쿄오코에게 뱀 눈을 하며 말했다.
 
  "요 요시자와 씨, 좀더 천천히."
 
  "좋아 좋아, 이렇게."
 
  "아아 쿄오코 행복해요."
 
  쿄오코는 스스로 자기를 몰아의 경지에 빠뜨리려고 노력하며 긴코와 아케미가
명령한 대로 요시자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괴롭게 몸을 비틀며 붉어진 얼굴을 외면한 채 요시자와의 장난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부정의 말. 모두가 긴코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쿄오코는 거의 무의식중에 요시자와에게 그런 것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옳지 다 됐다. 어때 기분이 상쾌하지."
 
  요시자와는 일어서서 일이 되어 가는 상황을 점검하듯이 바라보았다.
 
  "후후후, 모양이 좋군, 쿄오코 양."
 
  긴코와 아케미도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눈을 번득이며 놀려댔다.
 
  드디어 요시자와의 작업이 끝났을 때 쿄오코는 꿈속의 경지에서 보는 것처럼
다시 참을 수 없이 괴로운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다.
 
  긴코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더니 연기를 내뿜으며 쿄오코에게 말했다.
 
  "자 쿄오코, 다음은 어떻게 할까? 가르쳐준 대로 빨리빨리 해야지. 꾸물대다가는
날이 새겠어."
 
  쿄오코는 인간적 사념을 끊어버린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살며시 들어 눈물
젖은 눈을 요시자와에게 향했다.
 
  "……요시자와 씨."
 
  쿄오코를 계속 바라보고 있던 요시자와는 고개를 들어 히죽 웃었다.
 
  "뭐야 쿄오코, 예뻐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나?"
 
  쿄오코는 검은 눈동자를 요시자와의 시선에서 피하며 말했다.
 
  "굉장히, 굉장히 멋진 기분이었어요. 저어 키스해 주시지 않겠어요?"
 
  "쿄오코, 오늘밤 너와 나는 이 방에서 부부가 된다. 이의는 없겠지. 앞으로도
열심히 귀여워 해주지."
 
  요시자와가 어깨를 흔들자 쿄오코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술 냄새가 지독한 요시자와의 입술이 다가왔다. 쿄오코는 눈물을 삼키며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어깨를 안은 요시자와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쿄오코는 덮쳐오는 요시자와에게 꼭 안긴 채 그에게 혀를 내맡기고 있었다.
 
  "열렬한 키스군. 우리도 어쩐지 황홀해지는 것 같은데."
 
  긴코와 아케미는 얼굴을 마주보고 웃다가 갑자기 질투심 같은 것이 생겼는지
그런 상태에 있는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요시자와는 뭔가에 홀린 듯이 쿄오코에게서 간신히 입술을 떼더니 목덜미에서
어깨 부분까지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입을 작게 열고 상기한 것처럼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는 쿄오코의 귓가에
입을 댄 긴코는,
 
  "후후후 미인은 좋겠군, 남자한테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으니까."
 
  라고 묘하게 비꼬는 듯이 말하더니 이어서 말투를 강하게 하였다.
 
  "마냥 이러고 있을 거야? 다음은 요시자와 형님에게 조르고 추근거리는 일이
있잖아."
 
  쿄오코는 상기된 얼굴을 싫다는 듯 좌우로 흔들었다.
 
  "부탁이야. 더 더 이상 나는 못 해요."
 
  "뭣이라."
 
  긴코는 눈을 치켜 뜬다.
 
  "그럼 미츠코와의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거로군."
 
  "시, 싫어, 그것만큼은."
 
  "그럼 시키는 대로 잘 해야지."
 
  요시자와가 상체를 일으켜 긴코에게 소리질렀다.
 
  "뭐야 이 새끼. 한참 기분을 내고 있는데 물을 끼얹다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긴코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뭐 쿄오코 양이 있잖아. 네게 조르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긴코는 쿄오코의 어깨를 찔렀다.
 
  쿄오코는 흐느껴 울면서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요 요시자와 씨. 쿄오코는 오늘밤부터 당신의 아내예요. 아까 같은 무례한
태도는 두 번 다시 보이지 않겠어요. 만족하실 때까지 염려 마세요."
 
  쿄오코는 목소리를 떨며 그렇게 말하고 더욱 고개를 깊이 숙였다.
 
  "헤헤헤, 그런 기분이 되어준 건 고맙지만 긴코들이 있는 앞에서 그런 거
하지 않아도 돼. 둘만 남게 됐을 때 흠뻑……."
 
  "싫어 싫어, 요시자와 씨.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 증거를 드러내놓고
긴코 씨나 아케미 씨에게 분명히 보여주고 싶어요."
 
  여기에는 요시자와도 주춤해져 긴코와 아케미들의 못된 장난에 혀를 내둘렀다.
아케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요시자와에게 말했다.
 
  "그렇게 부탁하니 소원을 들어줘요. 여자를 부끄럽게 만들면 안 돼요."
 
  "민둥산을 고문하는 것도 재미있잖아. 우리도 도와줄게."
 
  아케미와 긴코는 깔깔대며 굴욕에 몸부림치고 있는 쿄오코에게로 눈을 돌렸다.
 
 
 
  찌요는 에츠코와 요시코의 안내로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는 후미오와 미츠코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감방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무라세
보석상의 영양 사요코가 감금되어 있었다.
 
  네 평 정도의 좁고 어둠침침한 감방 속. 전구의 희미한 불빛에 비친 희고
아름다운 피부를 격자문 너머로 들여다본 찌요는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정말 아름다운 아가씨로군."
 
  유연하고 아름다운 몸매로 시커먼 기둥을 등지고 앉아 있은 미녀는 사요코였다.
세련된 정말이지 부잣집의 영양다운 기품이 풍기는 미녀가 양쪽 발목을 밧줄에
꽉 묶여 있었다. 요시코가 찌요에게 설명했다.
 
  "저쪽 감방에 있는 후미오의 누나예요. 무라세 보석상의 영양이지요."
 
  "헤엣!"
 
  찌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숙녀답지 않게 책상다리를 하고 있는 부잣집 영양을
계속 주시하였다.
 
  사요코는 반짝 눈물이 번진 흑진주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로 밖에 있는 두
사람을 흘끗 보았지만 바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이런 아름다운 아가씨를 상품으로 만든다고?"
 
  찌요가 에츠코에게 물었다.
 
  "그럼요. 처음에는 몸값을 천만 엔만 받을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그게 실패하고
방침을 바꿔 상품을 만들어 벌만큼 벌기로 했어요."
 
  에츠코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격자 문의 자물쇠에 집어넣었다.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자 사요코는 몸을 바짝 긴장시키며 교차된 무릎
근처를 부르르 떨었다.
 
  "아가씨, 기분은 어때?"
 
  에츠코는 사요코의 옆에 몸을 웅크리고는 밧줄로 묶여져 있는 아름다운 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말 예쁘군."
 
  찌요는 사요코의 정면에 쭈그리고 앉았다.
 
  진주 같은 광택을 가진 사요코의 아름다운 피부. 찌요는 절세미인이라 불리는
시즈코 부인에 대한 질투 섞인 증오와 같은 것을 문득 이 젊고 아름다운 영양에
대해서도 갖게되었다.
 
  "호호호, 아가씨, 이제부터 어떤 수업을 받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열심히
하라고. 나도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줄 테니까."
 
  에츠코가 거기에 덧붙이듯이 사요코에게 말했다.
 
  "아직 알려주지 않았지만 네 남동생 후미오는 내일 미츠코와 경사스럽게
결혼하게 됐지."
 
  사요코는 깜짝 놀라 아름다운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들었다.
 
  "뭐 그렇게 놀랄 건 없잖아. 후미오와 미츠코는 전부터 연인 사이였잖아.
그래서 우리가 신경을 써서 부부를 만들어주는 거지. 결국 이제부터 저 젊은
두 사람의 부부 생활이 바로 쇼가 되겠지. 알겠어?"
 
  에츠코가 그렇게 말하고 웃자 사요코는 참을 수 없는 듯 몸부림쳤다.
 
  "후미오를, 후미오를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
 
  "하지만 아무리 누나와 동생이라고 해도 서로 알몸으로 대면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을까."
 
  요시코는 그런 말을 하면서 코웃음쳤다.
 
  "걱정 안 해도 돼. 내일 밤 행해지는 후미오와 미츠코의 결혼식에 후미오의
누나와 미츠코의 언니는 출석시키기로 했으니까. 게다가 뭔가 여흥도 시켜야
하고. 뭐 그건 내일 즐길 일이니까."
 
  사요코가 고개를 푹 떨구고 오열하기 시작하자 에츠코는 찌요를 재촉하듯이
쳐다보며 일어섰다.
 
  "그럼 내일 다시."
 
  찌요와 에츠코, 요시코는 감방에서 나간다.
 
  지하 계단을 오르면서 찌요는 에츠코에게 말했다.
 
  "저런 부잣집 영양을 훈련시키는 건 큰일이겠군."
 
  "하지만 시즈코 부인도 처음에는 정말로 애를 먹였지만 거기까지 가게 됐으니까.
아무튼 훈련시키는 사람에게 달렸다니까요."
 
  찌요는 에츠코에게 안내되어 자신의 침실로 정해진 방으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증오의 마음을 갖고 있던 시즈코 부인에게 복수한다는 생각으로
저녁나절부터 철저히 고문시켰던 흥분은 지금까지도 찌요의 몸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서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조차
박탈한 악덕 변호사인 이자와와 땀투성이가 되어 플레이를 하고 있을 시즈코
부인을 생각하면 서서히 가슴이 두근거려졌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찌요는 눈이 말똥말똥해질 뿐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에츠코를 상대로 종잡을 수 없는 잡담을 나누며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나고 잔뜩 취한 가와다가 들어왔다.
 
  "뭐야, 찌요. 아직 안 갔어? 아참 아무리 동생이지만 찌요라고 부르면 안
돼지. 너는 도야마 부인이니까."
 
  가와다는 찌요가 부어준 위스키를 맛있게 마시면서 즐거운 듯 소리쳤다.
 
  "아까 이자와 선생이 배가 고프다며 빵과 소시지를 먹었어. 다시 전투 개시라며
방으로 돌아갔지."
 
  "어머나!"
 
  찌요는 에츠코와 마주보며 낄낄 웃었다.
 
  "전쟁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시즈코 부인은 연달아 세 발…… 새벽녘까지
계속된다면 그 부인 어근버근해지지 않을까. 어쨌든 대단한 선생이야."
 
  가와다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26. 악마의 소행>
  
  술만큼은 거르는 일이 없다는 이자와를 위해 그날 아침 다시로는 정원의
다실에 자그마한 술자리를 만들었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그날 행하기로 되어 있던 후미오와 미츠코의 쇼에 대한
여러 가지 준비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오니겐 들과 대나무 숲 속의 밀실로
들어갔고, 악덕 변호사의 아침 술 상대는 찌요와 가와다. 그리고 긴코와 아케미
두 여자가 모이게 됐다.
 
  "정말로 오늘 아침은 안색이 좋군요, 선생."
 
  찌요는 이자와에게 술을 따르면서 놀리듯이 말했다.
 
  그 아름다운 부인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오늘 아침까지 마음대로 한
이자와로서 본다면 분명히 인생의 행운이 이렇게 지나가지는 않는다는 상쾌한
기분이었음에 틀림없다.
 
  찌요가 긴코의 술을 받고 술잔을 거듭하는 동안 이자와는 싱글벙글하는 가와다의
재촉에 어젯밤의 전말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시즈코 부인과의 전쟁이 일단락 되고, 게이코를 좀 만져보았더니
벌써 젖어 있더라고 싫지 않았어. 그 아가씨도……."
 
  이자와가 그렇게 말하자 여자들은 다시 소리 높여 웃었다.
 
  "그리고 아가씨한테는 손을 대지 않았나요, 선생."
 
  찌요가 담배를 물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그만큼 애원했을 뿐 아니라 나를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 내가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해도 역시 양심이……."
 
  "어머나 선생, 꽤나 신사적이셨군요."
 
  찌요는 그렇게 말하고 웃더니, 가와다를 향해 말했다.
 
  "부인을 이리로 데려와, 아침 술안주로 삼고 싶으니까."
 
  "좋지요."
 
  가와다는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한숨에 꿀꺽 들이켜고 일어섰다.
 
  가와다가 나가자 찌요는 아케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있잖아. 오늘 아침 저 부인에게 해드릴 일이 있어."
 
  "후후후, 알고 있어요. 그럼 빨리 이리로 데려오겠어요."
 
  아케미도 서둘러 일어서서 장지문을 열고 나갔다.
 
  "자아, 선생."
 
  찌요는 다시 술병을 들어 이자와 쪽을 향하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될 일로 나는 부인의 뭣부터 뭣까지 보게 되겠군. 이제야
안심이 되네요."
 
  이자와도 이 여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을 찌요의 잔인함에 혀를 내둘렀다.
 
  어젯밤부터 차마 말로는 할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운 일을 부인에게 가하고
결국에는 이자와의 노리개를 만들었으면서도 여전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오늘 아침도 역시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버렸을 부인을 다시 무서운 방법으로
고문한다는 것이다.
 
  마침내 다실의 문이 열리고 시즈코 부인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가와다에게
끌려 다 죽어 가는 모습으로 왔다. 부인은 머리는 엉망으로 헝클어진 채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가와다에게 이끌려와 술잔을 나누고 있는 이자와와 찌요의
사이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찌요는 술잔을 입으로 옮기며 냉혹한 눈초리로 부인의 아름다운 옆얼굴을
보며 말했다.
 
  "수고했어. 이자와 선생에서 굉장히 만족하신 모양이야."
 
  시즈코 부인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자 부인 한잔합시다."
 
  이자와는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거기에 술을 부어 부인의 입가로 가져갔다.
 
  시즈코 부인은 슬프게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그것을 피했지만
이자와는 꼭 다물고 있는 입술에 억지로 술을 부으려 했다.
 
  지난밤, 마음과는 달리 이 삼십대 남자의 능수 능란함에 말려들어 몇 번이나
함정에 빠져버렸던 여자로서의 수치심이 지금은 분명하게 자의식이 되어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시즈코 부인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자와가 억지로
먹이는 술을 마셔버렸다.
 
  "후래자 삼 배라니까."
 
  이자와는 그런 광경에 호기심 어린 눈을 향하고 있는 긴코와 찌요 쪽을 빙그레
웃으며 보고 두 잔 째의 술을 다시 부인의 입 속에 억지로 부었다.
 
  "선생, 세 잔 째는 입으로 옮겨 마시게 하면……."
 
  긴코가 깔깔대며 말했다.
 
  술기운이 온몸에 꽤나 돈 이자와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좋다며 술을 이번에는
컵에 부어 그것을 한 입 가득 머금고 다가갔다. 정말이지 찌요가 보고 있는
앞에서는…… 시즈코 부인은 뺨을 붉히며 아름다운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이자와의
입술을 피했는데 찌요가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야, 부인. 지난밤엔 선생의 상대로 굉장했다잖아. 이제 와서
부끄러워할 건 없겠지."
 
  시즈코 부인은 집요하게 다가오는 이자와의 입술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결국 체념하듯이 눈을 꼭 감은 채 이자와의 입술을 자신의 입으로 딱 틀어막았다.
 
  꿀꺽꿀꺽. 부인은 이자와의 입에서 뱉어진 술을 마시고야 말았다. 부인과
이자와의 딱 붙은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술 방울이 시즈코 부인의
새하얀 목덜미를 따라 흐른다.
 
  찌요와 긴코는 재미있어 죽겠는지 이자와의 입으로 옮겨진 술을 마시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며 기뻐했다. 드디어 이자와가 입을 떼자 부인은 크게 한숨을
쉬고 머리를 깊이 떨구어버렸다.
 
  "혈색 한번 좋아졌군."
 
  가와다가 붉어진 부인의 얼굴을 보고 웃었다.
 
  "있잖아요, 선생. 지난밤은 어떤 식으로 이 부인을 귀여워 해주셨지요? 정사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긴코는 신이 나서 싱글거리고 있는 이자와에게 그런 얘기를 요구했다.
 
  "그래 듣고 싶어요. 꼭."
 
  찌요와 긴코 두 사람이 동시에 술병을 들이대자 이자와는 그다지 싫지 않은
기분이었다. 술로 새빨개진 번질번질한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이자와는 잘 돌아가게
된 혀로 장단 맞춰 지껄여댔다.
 
  결국 그것은 시즈코 부인에게 들려주는 것이 목적이고, 그녀가 그것을 얼마나
괴롭게 듣는지 그 반응을 보는 것이 찌요나 긴코에게는 즐거움이다.
 
  예측대로 시즈코 부인은 싫어 싫어하면서 고개를 흔들고 몸을 더욱 움츠렸다.
꽉 묶여 있었기 때문에 양손으로 귀를 막을 수도 없는 시즈코 부인은 노골적인
이자와의 말에 잠자코 얼굴을 테이블에 대고 하얀 어깨를 떨었다.
 
  "어머나 명기로군요. 벌레도 못 죽일 것 같은 아름다운 용모를 하고 계신
바로 이 부인이 말이지요."
 
  찌요는 싱글거리며 탁자 위에 얼굴을 대고 굴욕감에 몸부림치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고소하다는 듯이 보고있었다. 이자와의 바보 같은 말이 일단락 되자
긴코가 말을 꺼냈다. 가와다는 뭔가 속셈이 있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일어서서
탁자에 얼굴을 대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뒤로 와서 몸을 쭈그리고 앉더니 부인의
양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 부인, 일어서지."
 
  이미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인지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꽉 깨물며 가와다에게
안기듯이 일어섰다.
 
  시즈코 부인을 아름다운 장식으로 세워두고 이들 악마들은 술자리를 계속할
생각일까. 아니다. 가와다의 짓이다. 그렇게 미적지근한 짓만으로는 만족할
리가 없다 가와다에 의해 기둥에 꽁꽁 묶이면서 시즈코 부인은 전율 같은 것을
느꼈지만 이제 와서 어쩔 건가. 지난밤 지칠 줄 모르는 이자와의 공격을 계속
받았던 몸을 찌요와 긴코들의 호기심 어린 눈에 드러내 보이는 것은 부인으로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었다.
 
  "바보로군. 이제 와서 숨겨봤자 어쩔 수 없잖아."
 
  긴코가 그렇게 말하고 비틀비틀 일어서서 시즈코 부인의 곁으로 다가갔다.
 
  "찌요 부인이 점검해주겠다고 말씀하시잖아. 자 똑바로 정면을 향해 쑥 내밀듯이
해봐."
 
  시즈코 부인이 울상을 짓는 얼굴이 된 것을 보고 찌요는 낄낄 웃었다.
 
  술기운을 띠고 개개풀린 눈으로 찌요는 기둥에 묶인 채 아름다운 나신을
똑바로 세우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미동도 없는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기품 있는 콧날, 차게 보이는 상아색의 단정한 이마, 이런 지옥 같은 곳으로
끌려와 밤낮으로 끊임없이 능욕을 당하면서도 부인의 그런 미모에 이렇다 할
변화가 생기지 않은 것을 찌요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오히려 찌요는 부인의 미모와 그 육체의 아름다움 두 가지는 이전보다 더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조차 들었다.
 
  "믿을 수가 없어.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부인은 어째서 그렇게 아름답지."
 
  찌요는 기둥을 등지고 드러내 보이고 있는 부인의 온몸을 여러 각도에서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
 
  밧줄이 아래위로 두세 줄 심하게 묶여 있는 풍만한 가슴의 슬픈 아름다움.
우윳빛의 매끈한 어깨에서 잘록한 허리까지의 나긋나긋함. 허벅지에서 종아리에
이르기까지의 늘씬하게 뻗은 각선미는 향내 짙은 관능미를 느끼게 하였다.
 
  부인의 그 딱 붙이고 있는 두 허벅지가 만나는 곳, 거기를 덮은 섬모는 성숙한
여자의 육체치고는 엷고 부자연함을 느끼게 했지만 그것은 제모되고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으흠, 이것이 명기군."
 
  찌요는 허리를 굽혀 시즈코 부인의 허벅지에 손을 대며 부인의 그 부분을
자세히 보았다. 찌요가 손을 얹은 부인의 허벅지는 이따금 부르르 떨렸다.
 
  긴코는 슬픈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단정한 용모를
바라보면서 여자로서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예전의 하녀였던 찌요에게 다 보여주어야
하는 부인의 굴욕감은 얼마나 심할까 상상해본다. 부인의 수치나 굴욕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것은 긴코의 가학적 쾌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자와와 가와다는 술잔을 한 손에 들고 찌요를 중심으로 둘러싸듯이 하여
알몸을 드러내놓고 있는 시즈코 부인 앞에 앉았다.
 
  "나는 칼에 흥미가 있어 여러 가지 유명한 칼을 봐왔습니다. 이 부인의 저
깊이 쑤욱 갈라진 보기 좋은 절개선을 한번 보세요. 명도의 보기 좋게 활처럼
휘어진 모양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악덕 변호사 이자와는 웃으면서 가와다에게 시즈코 부인의 두 다리 사이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긴코와 아케미도 무리에 합세하여 술잔을 한 손에 들고
기둥에 묶여 있는 부인 앞에 앉았다. 어느 사이엔가 시즈코 부인의 여음 관람
회가 됐다며 여자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딱 겹쳐져 있는 부인의 아랫도리에
몸을 기대고 아래에서 위를 들여다보듯이 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정말로 이자와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보기 좋게 휘어졌군요."
 
  "하지만 귀엽군. 저기에서부터 약간 붉은 속을 드러내 보이는 건 도저히
재벌의 부인이라고는 생각되질 않는걸."
 
  긴코와 아케미가 또 장단을 맞춰 야유하자 이자와는
 
  "아니야, 명도로 비유하자면 그것은 귀중한 칼날이겠죠."
 
  라고 말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칼로 예를 든다면."
 
  이번에는 찌요가 말참견을 하였다.
 
  "칼이 크고 작은 두 자루가 한 세트이듯이, 이 보기 좋게 휘어진 큰 절개선은
큰 칼, 어제 구경한 작은 똥구멍은 작은칼이라고나 할까."
 
  그래 그래. 긴코와 아케미는 손뼉을 치고 찌요 부인도 꽤 좋은 비유라며
웃었다.
 
  "시즈코 부인은 이제부터 그 큰 것과 작은 것을 활용하여 이 방면의 스타가
될 거야. 오니겐 씨가 이 부인을 칼의 달인으로 만들겠다고 했으니까."
 
  긴코는 재미있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번 부인의 두 다리 사이에 끈끈한
시선을 보냈다.
 
  "그만한 명도라면 바나나 자르기 따위는 누워서 떡 먹기겠군요. 무나 야채도
척척 잘라낼 수 있는 건 아닌지 몰라."
 
  그런 저속한 희롱과 야유를 당해도 부인은 눈을 꼭 감고 얼어붙은 듯 참고있었다.
그런데 시즈코 부인이 그저 입을 다물고 분함을 참고 있자 긴코나 아케미에게는
자신들이 무시되고 있다는 불만이 생겼다.
 
  술이 들어가자 냉혹하고도 잔인해진 긴코는 아케미가 부어준 맥주를 한숨에
들이켜더니 벌떡 일어서서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것 봐 부인, 우리가 하는 말 듣고 있는 거야."
 
  이럴 때의 긴코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은 부인은 눈을 뜨며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긴코를 쳐다보았다.
 
  "우리 얘기를 듣고 있는 거냐고."
 
  "드, 듣고 있었어요."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시즈코 부인은 대답하려고도 않고 벌벌 떨며 긴코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냐고 우리의 무식함을 경멸하고 있었겠지."
 
  "그, 그런 일없습니다."
 
  "그런 일없습니다, 라고. 그런 귀부인 같은 말투는 좋지 않아."
 
  긴코는 혀를 차며 부인에게 심한 말을 던졌다.
 
  "어때, 언니, 요즘 시즈코 부인 때문에 몹시 괴로웠지."
 
  아케미가 긴코를 달래듯이 말했다.
 
  "사랑하는 만큼 미움은 백 배나 더하겠지."
 
  가와다가 말했다.
 
  "아무래도 긴코는 시즈코 부인에게 마음을 빼앗겼나봐."
 
  가와다가 웃으며 말하자 긴코는 시끄럽다고 고함을 쳤다.
 
  그때 전화벨이 울려 아케미가 수화기를 들었다.
 
  "오니겐 씨예요."
 
  아케미로부터 수화기를 받아 귀에 댄 긴코는 대답하는 동안 교활한 미소가
입가에 번져 나왔다.
 
  "아 그래. 알았어."
 
  긴코는 전화를 끊고 가와다에게 말했다.
 
  "슬슬 시즈코 부인의 뒷구멍 훈련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네요."
 
  "뒷구멍이라면 똥구멍?"
 
  "그래요. 그곳으로 손님이 즐길 수 있도록 구멍을 갈고 닦아야겠다는군요."
 
  우선 작은 구슬부터 시작해서 계란 정도를 삼킬 수 있도록 항문을 벌려놓아야
한다는군요 라며, 그것을 얼마나 괴롭게 듣고 있을지 긴코는 기둥에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슬쩍 시선을 돌렸다. 부인은 몹시 괴로운 듯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리고 슬픈 표정으로 눈을 감고있었다.
 
  "그래서 항문을 넓히는 데는 첫째도 관장, 둘째도 관장이라는군요. 그러니까
만약 무슨 놀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시즈코 부인을 관장시켜보지 않겠냐고
오니겐 씨가 그러는데요. 다시 말해 협력해달라는 거죠."
 
  긴코가 말하자 찌요가 맞장구쳤다.
 
  "그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지."
 
  찌요가 시즈코 부인의 앞에 서서 뭔가를 말하려 했는데 그보다도 먼저 부인
쪽에서 찌요를 향해 말을 걸었다. 찌요의 야유와 조소를 막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찌요 씨, 올해도 정원의 장미는 예쁘게 피었죠."
 
  찌요는 낄낄 웃었다.
 
  "그럼. 도야마 가의 넓은 정원에 있는 장미꽃. 그건 언제나 부인이 정성껏
키웠지, 부인의 몸 속에서 나온 비료를 먹는다면 그 장미꽃은 더욱 아름답게
자랄 것이라 생각되는데."
 
  찌요가 그렇게 말하자 긴코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관장해서 이 부인의 몸에서 나온 것이 좋은 비료가 되겠죠. 빨리 부인에게
만들어내도록 하죠."
 
  찌요와 긴코의 그런 강요의 말도 지금은 짓이겨진 심경을 어지럽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임종을 맞이하는 병자가 이것저것 종잡을 수 없는 환상에 잠기듯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시즈코 부인은 문득 도야마 가의 정원에 핀 장미꽃을 생각해냈다.
 
  선홍색의 빛을 발하는 많은 장미꽃이 시즈코 부인의 뇌리에 떠올랐다. 여성
잡지의 기자가 몇 번이나 찾아와서 표지 모델로 부탁을 했기 때문에 시즈코
부인은 소매가 자신이 좋아하는 장미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정장을 입고 아름답게
피어 있는 장미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완성된 칼라 사진을
잡지사에서 보내왔을 때 남편 도야마 다케요시는 그 사진의 현란한 아름다움에
눈이 휘둥그레져, 재계의 지인들에게 자랑삼아 보여주었던 일 등이 먼 옛날의
추억처럼 떠올랐다. 그러나 찌요 부인의 쨍쨍대는 소리가 다시 귀에 들어오자
시즈코 부인은 또다시 무서운 현실로 이끌려갔다.
 
  "부인은 정말로 장미꽃 손질에 신경을 많이 썼지. 나도 그 장미에 물을 한
번 안 주었다는 이유로 부인에게 야단맞은 적도 있어. 이제부터는 나도 부인처럼
그 예쁜 장미꽃을 소중히 키우겠어. 부인은 그 비료를 만들어주면 좋겠지.
내가 자주 가지러 올 테니까."
 
  그리고 찌요는 자 청소해드립니다 하며 휴지를 물고 몸을 낮추었다.
 
  부인은 깜짝 놀라 얼굴을 흔들고 확실히 현실로 끌려 돌아왔다는 생각에
다시 굴욕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아케미는 화장 도구가 든 상자를 들고 와 시즈코 부인을 아름답게 치장하였다.
부인의 갸름하고 윤곽이 뚜렷한 단정한 얼굴, 고귀한 콧날, 자연스런 웨이브의
멋진 머리, 그리고 화장품을 발라 더욱 희어진 뺨에서 목덜미에 이르는 피부의
매끈함은 이제까지 지독한 고문을 밤낮으로 당해온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요염하기만 한 젊음이 느껴졌다.
 
  "좋은 여자라는 말은 이 부인을 위해 있는 말 같군요. 어때요 선생."
 
  찌요가 말하자 이자와도 술잔을 입에 댄 채 아케미와 긴코가 화장시켜 주고
있는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시즈코 부인은 이마를 기둥에 대고 이 굴욕을 온몸으로 참고있는 것 같은데,
유연한 어깨와 허리 주변이 그 의지를 배반하듯이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케미는 부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향수를 뿌렸다.
 
  "벌벌 떨 거 없어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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