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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인간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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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질금 탈취 실패>


 
  "이쪽은 무라세 보석상의 딸인 사요코 양이다. 어때, 굉장한 미인이지?"
 
  긴코가 자기 동료와 야쿠자들에게 설명했다.
 
  가와다와 요시자와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의자에 고정되어 있는 사요코 옆으로
다가섰다.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망측스러운 자세로 의자에 묶여 있던 사요코는
이 불의의 침입자들을 보고 부르르 몸을 떨면서 무의식중에 의자 앞다리에
활짝 벌려진 채 묶인 다리를 붙이려했으나 공허하게 의자만 삐걱거릴 뿐이었다.
 
  "기분은 좀 어때, 아가씨?"
 
  가와다가 히죽 웃으면서 사요코의 뺨을 콕콕 찔렀고 요시자와는 고무줄을
죽 잡아당겨서 탁 하고 놓았다.
 
  "사, 살려주세요. 돈이라면 아빠께 부탁해서 얼마든지 드리겠어요."
 
  사요코는 굴욕의 눈물로 얼룩진 기다란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좌우로 늘어선
야쿠자들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긴코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이 아가씨는 대단한 돈줄이야. 함부로는 대접할 수 없지."
 
  그리고는 옆에서 군침을 흘리며 서 있는 가와다와 요시자와를 물리치며 말했다.
 
  "아가씨,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넌 특별대우야. 노리개 따위로는 만들지 않을
테니까 안심하셔."
 
  긴코의 비웃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똘마니 다케다와 기무라가 뛰어들어왔다.
 
  "가와다 형님, 요시자와 형님, 두목께서 부르세요. 인질금을 받으러 가실
것 같은데요."
 
  가와다와 요시자와는 아름다운 사냥감 앞에서 발톱을 거두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혀를 찼지만, 1천만 엔의 인질금에 몸을 부르르 떨더니 금세
방을 나갔다.
 
  "그럼, 나도 부인과 쿄오코 양 훈련하러 가야겠는데."
 
  오니겐도 손목시계를 보더니 두 사람의 뒤를 쫓아서 나갔다.
 
  어쨌든 무서운 남자들이 일단 방에서 나갔다는 사실에 사요코는 안심했으나
눈앞에 서 있는 여자들의 시샘하는 잔인한 눈빛이 가슴으로 사정없이 꽂히고
있었다.
 
  "부탁이에요. 얌전하게 있을 테니까 이 줄을 풀어 주세요. 옷을, 옷을 돌려주세요."
 
  사요코가 애원하듯 눈을 깜박거리며 우뚝 서 있는 긴코에게 말했다.
 
  "그런 사치스런 소리, 하는 게 아니지."
 
  아케미가 그렇게 일축하며 사요코의 탐스럽게 귀를 덮고 있는 웨이브 진
검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다른 여자들은 알몸으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고 있어. 그나마 부잣집
딸이라고 하니까 이런 특별 대접을 해주는 거야. 너무 기어오르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아케미가 험악한 눈빛으로 소리 질렀으나 긴코가 흥분한 아케미를 달래며
끼여들었다.
 
  "그렇지만 부잣집 따님께서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그림도 보기 괴롭군.
의자에서 풀어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문 언저리에서 우물쭈물하며 좀체 나가지를 못하고 안을
기웃거리는 똘마니 다케다와 기무라를 향해 소리질렀다.
 
  "너희들, 그렇게 쭈뼛거릴 것 없어, 들어와."
 
  두 똘마니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왔다.
 
  "사실 아름다운 아가씨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발길을 돌린다면 사내자식들이
아니지."
 
  긴코가 웃음을 참으며 명령했다.
 
  "이 아가씨를 저 기둥에 묶어."
 
  "부탁이야, 도망가지 않을 테니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요! 손대지 마!"
 
  사요코는 다가오는 야쿠자들을 향해 소리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다케다와
기무라는 사요코의 발목에 묶어놓았던 줄을 풀어서 일으켜 세운 다음, 마치
그녀의 애원을 즐기듯이 싱글거리며 구석에 서 있는 기둥에 사요코의 하얀
몸을 밀어붙이고는 단단히 묶었다.
 
  "싫어, 싫어요! 제발, 아빠 구해주세요!"
 
  사요코는 검은 머리칼을 좌우로 마구 흔들며 소리소리 질렀다.
 
  풍만한 가슴을 살짝 가리고 있는 브래지어 아래위로 삼밧줄을 두 겹 세 겹
동여맨 온실 속의 미녀는 마침내 기둥에 거칠게 묶여지고 말았다.
 
  "과연 무라세 보석 가게의 귀하신 따님답게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를 가지셨군."
 
  "몽땅 벗겨버릴까요?"
 
  사요코의 다리를 모아서 기둥에 묶고 나자 다케다가 히죽 웃으면서 긴코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후후, 너희 남자들에겐 좀 안됐지만 이 아가씨는 1천만 엔 짜리 미끼야.
너무 심하게 대접하면 안 되지. 사장님 명령이기도 하고 말야."
 
  다케다와 기무라는 미련을 감추지 못하고 사요코의 빛나는 도자기 같은 나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자 자, 바보처럼 웃고 있지만 말고 이쪽으로 와서 마셔."
 
  아케미가 두 똘마니에게 손짓하여 의자에 앉히더니 위스키를 권했다.
 
  "너희들한테도 신세를 아주 많이 졌어. 친구들을 이쪽으로 불러와. 술이라도
마시면서 거금이 굴러 들어오는 걸 기다려보자고."
 
  아케미가 그렇게 말하자, 다케다는 두말없이 바깥으로 달려나가서 동료 똘마니들
7, 8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죄다 열 일곱, 열 여덟 정도로 기생오라비 같은
자와 묘하게 지저분한 모양새의 똘마니들이 긴코와 아케미에게 머리를 꾸벅
숙이며 우르르 들어왔다. 그리고는 망측스러운 모습으로 기둥에 묶여서 공포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요코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옆으로 다가섰다.
 
  "햐아― 굉장한 미인인데!"
 
  "잠깐! 멋대로 굴면 안 돼. 이 아가씨는 특별하니까 말야. 잘못 손을 댔다가는
사장님의 벼락이 떨어질 거야."
 
  아케미와 긴코가 똘마니들을 진정시키며 컵을 돌리고 위스키를 따라주었다.
 
  어쩔 수 없이 이들 젊은 불량 집단은 적나라한 모습으로 있는 사요코 주위를
둘러싸고 앉아서 왁자지껄 떠들며 위스키를 마셨다.
 
  "젠장! 정말 끝내주는 몸매잖아. 누나, 어때요? 눈 보신 정도는 시켜주세요."
 
  똘마니들이 입을 빼물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긴코가 히죽히죽 웃으며 위스키를 마시면서 똘마니들의 불평을 들었다.
 
  "미츠코만 해도 그래요, 일만 제대로 처리하면 정부로 준다고 해놓고 결국
요시자와 형님 차지가 되어 버렸잖아요? 관장까지 우리한테 시키고, 몸싸움하는
것만 시키고는 정말이지 솔개가 병아리 채가듯 한다니까."
 
  다케다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했다.
 
  "후후후, 머지 않아 다 갚아줄 테니까 기다려."
 
  긴코가 말하면서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공포와 수치심에 휩싸여
있는 사요코 옆으로 다가섰다.
 
  "저기, 아가씨. 여기 있는 아이들은 애지중지 자라난 당신과는 달리 모두들
진흙탕 속을 뒹굴다가 자포자기 해버린 친구들이지. 어때? 이 혈기왕성한 젊은
친구들에게 선심을 한번 베풀어주는 의미에서 막 태어날 때와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눈 보신이라도 시켜주지 않겠어?"
 
  사요코는 그 말을 듣자 온몸을 떨면서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싫, 싫어요! 돈은 반드시, 아빠가 준비해드릴 거니까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사요코가 필사적으로 소리지르며 견딜 수 없다는 듯 오열하기 시작했다.
 
  "온실 속에서 자라난 아가씨의 속살을 이 친구들에게 한번만 확실하게 보여주라니까."
 
  아케미도 맞장구쳤으나 사요코는 계속해서 울부짖기만 하였다. 대책이 안
선다는 표정으로 아케미가 똘마니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싫은 모양이야. 어쨌든 굉장한 돈줄이니 어쩔 수 없어. 나도 이
이상 무리하게 부탁할 수는 없잖아? 자, 어때? 이렇게 예쁜 아가씨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해야지, 안 그랬다간 천벌을 받을 거야."
 
  그렇게 말은 했지만 술기운이 돌기 시작한 똘마니들은 여전히 왁자하니 소리질러댔다.
 
  "정말 인색하잖아!"
 
  "벗겨버려."
 
  똘마니들이 여전히 흥분해서 어떻게든 사요코의 옷을 벗기려 들었다.
 
  긴코는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아케미와 나란히 서서 똘마니들로부터 사요코를
막아서듯 우뚝 서 있었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하는 똘마니들을 진정시키려던
아케미가 사요코의 아름다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이봐, 아가씨. 이 친구들 기분을 안 풀어주면 들개처럼 변해버릴 거야.
너무 화를 돋우다가는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지. 그러니까, 조금만, 젖가슴
정도만 들여다보게 해주라고. 응,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한 아케미가 공포로 눈을 치켜 뜨고 있는 사요코에게 다가서서
느닷없이 한쪽 브래지어 끈을 끌어내려서 불룩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을 노출시켜
버렸다.
 
  아― 사요코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미친 듯 고개를 흔들었지만 똘마니들은,
와아! 하고 소리지르며 날뛰었다.
 
  모조리 벗기지 않고 일부러 한쪽만 살짝 끌어내려서 탄력 넘치는 한쪽 젖가슴만
노출시킨 아케미의 야비한 심술. 동시에 긴코까지 맞장구치며 말했다.
 
  "배꼽 정도는 괜찮겠지? 자, 확실하게 보여줘."
 
  팬티 고무줄을 잡고 다짜고짜 끌어내려서는 예쁘게 자리잡은 배꼽을 노출시켰다.
 
  "그, 그만해!"
 
  사요코는 머리로 울컥 피가 치솟으며 빨갛게 달아오른 몸을 돌처럼 경직시켰다.
 
  "그렇게 감질나게 하지 말고, 누나! 몽땅 벗겨내서 아가씨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라니까!"
 
  똘마니들이 왁자하니 소리질렀다.
 
  "더 이상은 안 돼. 자아 여러분, 죽 들이켜."
 
  긴코가 똘마니들에게 위스키를 다시 돌렸다.
 
  굴욕감으로 몸을 떨며 오열하는 미녀를 술안주 삼아서 뜨겁게 달아오른 주연이
시작되었다.
 
  취기를 더해가면서 똘마니들이 점점 더 광폭한 눈초리로 변해, 망측한 자세로
묶여 있는 사요코 옆으로 다가서려고 했다. 그런 똘마니들을 계속 저지하던
긴코와 아케미가 다짐하듯 말했다.
 
  "이봐, 멋대로 손댔다가는 사장님의 불호령을 얻어맞을 거야, 알았어?"
 
  그리고 에츠코에게 그 자리를 맡기고 일어서서 3층의 훈련실을 엿보러 갔다.
오니겐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를 훈련시키는 모습을 갑자기 들여다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오니겐 훈련, 즉 레즈비언 연기를 일단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방안의 구석 쪽 바닥에 서로 등을 마주한 채
묶여 있는 두 사람은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 강제로 연기해 온, 혼마저 얼어 붙어버릴 것 같은 연기에 대한
맹렬한 자의식이 밀려오고 있었다. 가끔 두 미녀는 견딜 수 없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오열하였는데, 그것은 단순한 수치심과 고통의 눈물이 아닌 오니겐이
강제로 시키는 게임을 연기하는 사이에 자신들도 모르게 연기라는 것을 초월하여
마치 무엇인가에 흘린 듯 서로에게 떨어질 수 없는 느낌을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그런 처참한 상황에서 문득 여체의 슬픔을 느끼고,
그래서 더욱더 흐느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바꿔 말해, 다시로와 모리다 그리고
오니겐 일당의 노리개가 되어 앞으로도 그 굴욕의 세계에서 도피할 수 없는
자신들의 운명을 깨달았을 때 그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에서 도망치는 수단으로서
이 게임이 마침내 두 미녀에게 하나의 구원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처한 끔찍한
고통을 서로 동정하고 위로하기 위해 부인과 쿄오코는 모든 것을 잊으려는
심정으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절박한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러니 하게도 진정한 의미의 동성애로 진행되어 버렸다.
 
  "부인, 용서해요, 용서해주세요."
 
  쿄오코는 오니겐의 강요로 본의 아니게 시즈코 부인을 고문하고 있는 사이
천박스럽게도 필사적이 되어버린 자신에게 분노하고 흐느껴 울면서 등뒤의
부인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시즈코 부인 역시 고개를 흔들었다.
 
  "난, 아아 난 부끄러워. 쿄오코 씨. 부탁이야, 비웃지 말아요."
 
  시즈코 부인 역시 쿄오코의 고문에 어느틈엔가 넋을 잃고 빠져버린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부인―."
 
  "쿄오코 씨!"
 
  두 사람은 등과 등을 서로 밀어붙이면서 뒤로 묶인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어, 어떤 끔찍한 꼴을 당하더라도 부인, 꼭 살아서 나가요. 부인은, 부인은
이제 제것이에요."
 
  "나 나도 이젠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야."
 
  두 미녀가 더욱더 세게 서로의 등을 접촉시키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옆방에서
술을 마시며 쉬고 있던 오니겐이 긴코와 아케미를 데리고 느릿느릿 들어왔다.
 
  "헤헤, 이거 두 사람 다 아주 사이가 돈독해 졌는데 그래."
 
  깜짝 놀라며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얼굴을 숙이며 몸을 경직시켰다.
 
  "둘 다 꽤 흥분해서 말이야, 나도 훈련시킨 보람을 느꼈다니까."
 
  오니겐이 손에 든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 들이켜며 말하자, 잔뜩 취기가 오른
긴코와 아케미가 등을 마주한 채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에게로 다가서며
히죽거렸다.
 
  "아주 솜씨가 좋아졌다던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견학 좀 하려고 이렇게
왔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고개를 깊이 떨군 채 머리를 흔들었다.
 
  한 사람의 동성에게 자신들의 끔찍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열 명의 남자에게
보이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저기, 도구 연기라는 것 좀 보여줘. 부인과 쿄오코 양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은데."
 
  아케미가 담배 연기를 두 사람의 얼굴로 내뿜으며 말했다.
 
  "부탁이에요. 오 오늘은 그만 할게요……."
 
  쿄오코가 눈물로 얼룩진 눈을 들어서 시즈코 부인을 감싸듯이 말했다.
 
  "무슨 말하는 거야? 어렵게 이곳까지 구경하러 와줬더니……."
 
  "그렇지?"
 
  오니겐이 부인과 쿄오코를 내려다보면서 능글맞게 말했다.
 
  "그럼 미녀들의 스탠드 게임을 하자쿠라단 단장께 한번 보여줄까?"
 
  오니겐이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재미있겠는데."
 
  긴코와 아케미가 떠들어대면서 묶여 있는 줄을 잡아서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부탁이에요, 이제 그만!"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서로 상대방을 감싸면서 그 자리에 몸을 쪼그린
채 버텨보았으나 곧 포기했다.
 
  "어물거리지 말고 똑바로 일어섯!"
 
  긴코와 아케미는 뒷걸음질치는 쿄오코의 어깨를 사납게 잡아서 일으켰다.
그리고 오니겐의 지시대로 바로 옆에 음침한 느낌으로 서 있는 굵고 둥근 기둥에
쿄오코를 단단히 묶어 세웠다.
 
  오니겐은 방 사이에 쳐놓은 커튼을 활짝 젖히고 시즈코 부인을 건넌방의
기둥 있는 곳으로 앞장세워 갔다. 그곳 역시 2미터 정도 되는 둥근 기둥이
마루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자, 걸어!"
 
  오니겐은 시즈코 부인의 어깨와 등을 밀면서 기둥이 서 있는 곳까지 앞세우고
가서 기둥을 등지게 하고 사정없이 줄로 묶었다. 또 다시 오욕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보세요?"
 
  아케미가 수화기를 들자 헐떡거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아케미야? 제기랄, 사요코의 아버지가 함정을 파놓았어!"
 
  "뭐라고?"
 
  순간 아케미는 새파랗게 질려서 수화기를 들고 있던 손까지 떨었다.
 
  "그 그래서 어떻게 됐어!"
 
  "위기일발, 위험을 일단 벗어났지만 이거 완전히 목숨이 10년은 줄어들었다고!"
 
  가와다의 설명에 의하면. 돈을 받을 장소 주변에 이미 그쪽 사람들인 듯한
인간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중에
도야마 다카요시의 저택을 출입하는 사립 탐정인 야마자키까지 짐짓 시치미를
뗀 표정으로 신문을 읽으며 힐끔힐끔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인질금
인수할 장소를 미리 정찰하러 갔으니 망정이지, 만약 곧바로 지정 장소에 얼굴을
내밀었다면 영락없이 다시로 사장, 모리다 대장 이하 모조리 일망타진될 뻔했다면서
가와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는 어조로 말했다.
 
  "큰일날 뻔했잖아! 그건 그렇고 야마자키라는 탐정까지 어떻게 끼여들었을까?"
 
  아케미가 부아가 치미는지 혀를 차며 말하자 가와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은 일인데, 실은 도야마 저택에 내 여동생이
가정부로 취직해서 오래 전부터 살고 있거든. 그 애가 여러 가지 정보를 나한테
보내주지. 그래서 방금 동생에게 연락해서 확인해본 바로는 말이지, 야마자키라는
새끼는 무라세 보석상과 먼 친척 뻘 된다는 거야. 그래서 무라세 아버지가
인질금 사건에 관해서 일단 야마자키에게 먼저 상담했다는 거야. 야마자키는,
이 사건은 시즈코 부인 유괴 사건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번엔 실수를
하지 않도록 1천만 엔의 인질금까지 준비해서 경찰 친구들까지 대거 투입해서
거래 장소에 망을 치고 있었다는 얘기야."
 
  수화기를 통해서 아케미의 귀에 들려오는 가와다의 목소리는 여전히 흥분된
상태였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군. 빨리 돌아와 녀석들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는 의미로
사요코 일행에게 보복이나 실컷 해야지, 안 그래?"
 
  "그런데 말야. 우린 녀석들이 함정을 파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해서 돌아오는
길에 속도를 너무 내는 바람에 그만 가로수를 들이받았지 뭐야. 그래서 요시자와
형님이 전신 타박상에 뭐, 일주일 정도면 일어나겠지. 아무튼 오늘은 엉망진창이야!"
 
  "아니, 그래서 모두들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다행히 차가 사고를 일으킨 곳이 모리다 두목과 의형제간인 구마자와파가
근처에 있어서 우린 다친 사람을 업고 일단 그 두목한테 신세를 지기로 했어."
 
  구마자와파라고 하면 모리다파와 마찬가지로 비밀 사진 밀조 판매 등에 손대고
있는 별 볼일 없는 폭력단이었다. 너구리 굴 보고 빛내어 쓴다더니 돈을 가지로
나갔던 다시로, 모리다, 가와다, 요시자와 네 사람은 야마자키가 파놓은 함정을
눈치채고 황급히 도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그야말로 호된 경을 치고는
근처 구마자와파로 허둥지둥 도망쳤다는 얘기다.
 
  "어쨌든 요시자와 형님의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내일이라도 돌아가겠는데,
어때? 이제 이렇게 된 이상 그 사요코라는 애를 언제까지 특별 대접해줄 필요
있겠어. 전후 사정을 모두 얘기해주고 시즈코나 쿄오코랑 똑같이 스타로 만들
거야."
 
  가와다는 거기까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케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젠장, 무라세, 야마자키 용케 올가미를 쳤겠다. 흥, 사요코를 실컷 고문해서
분풀이나 해주지."
 
  아케미는 중얼중얼 입 속으로 떠들며 복도를 걸어서 술에 잔뜩 취한 웃음소리와
교성이 왁자하니 일어나고 있는 방문을 열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똘마니들이 하자쿠라단의 대접에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기둥에 묶여 있는 사요코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다.
아케미가 들어오는 것을 본 에츠코가 말했다.
 
  "언니, 아주 걸작이야. 지금 이 아가씨 말야, 모기 소리로 부탁이에요, 어쩌고
해서 우리가 귀를 갖다 대니까 글쎄, 호호호 오줌을 누고 싶다지 뭐야."
 
  낄낄 웃으면서 떠들자 마리가 끼여들었다.
 
  "무리도 아니지. 어젯밤부터 한번도 싸지 않았을 테니까. 아케미 언니, 이것
좀 봐 불쌍하게도 이 아가씨 조금 전부터 엉덩이 부근을 비틀어대고 있어."
 
  한쪽 젖가슴을 드러내고 예쁘장한 배꼽까지 몽땅 노출시킨 비참한 모습으로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는 사요코는 불이 붙은 듯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꼬고
요시코의 말대로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에츠코가 아주 흡족하여 킬킬거리면서 애처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녀
옆으로 다가서서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아가씨? 그렇게 몸을 비비꼬고 있는 이유를 우리에게 확실히
얘기해보라니까."
 
  사요코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밋밋한 얼굴을 바싹 들이미는 요시코에게로
눈물로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애절하게 향했다.
 
  "부 부탁입니다. 화장실, 화장실에 좀 데려가 주세요."
 
  "어머나, 그랬었어? 그래서 아까부터 꾸물꾸물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있었구먼."
 
  요시코가 경박하게 소리지르며 웃었다.
 
  "화장실이라는 고급스런 단어는 이곳에서 통용되지 않아. 오줌누러가게 해달라고
확실하게 말해봐."
 
  똘마니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요란하게 소리질렀다.
 
  "그대로 둬요! 뒤처리는 우리가 해줄 테니까."
 
  에츠코가 딸꾹질을 하며 말했다.
 
  "사실 남자들이 하자는 대로 하고 싶지만 넌 대단한 낚싯밥이라서 특별 대접을
해주고 있는 모양이야. 자, 어떻게 할까요, 아케미 언니?"
 
  에츠코는 하자쿠라단의 부대장인 아케미의 지시를 물었다. 아케미의 눈동자에
냉혹하고도 잔인한 무엇이 반짝하고 지나갔다.
 
  "후후, 아가씨, 쌀 것 같아?"
 
  사요코는 그 꺼림칙한 아케미의 말에 다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대답을 확실하게 해! 쌀 것 같냐고 묻고 있잖아!"
 
  아케미가 느닷없이 위협적으로 나오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요코의 턱을
휙 쳐들었다.
 
  사요코는 정신없이 흐느껴 울면서 아름다운 눈동자를 약하게 끔벅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사태가 약간 바뀌었어, 이젠 특별 대접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즉 너도 오늘만큼은 무라세 보석상의 고명하신 따님이라는 간판을
떼어놓고 모리다파를 위해 일해 달라는 얘기지."
 
  사요코가 아연실색하여 눈을 크게 뜨고 아케미를 보았는데, 똘마니들이나
에츠코 일당 역시 깜짝 놀랐다.
 
  "이런 아케미 언니, 이 아가씨에게 스타 수업을 시키겠다는 얘기예요?"
 
  이시야마, 다케다 일당이 신나서 물었다.
 
  "그래. 이 아가씨 부친께서 야마자키 탐정과 짜고는 사장님과 두목을 유인해서
체포하려고 했대. 간신히 도망치기는 했는데 요시자와 오라버니가 크게 부상당하고
말았어."
 
  아! 똘마니들의 안색이 변하며 모두 벌떡 일어섰다.
 
  "아마 내일쯤은 두목 일행이 무사히 귀환하겠지만 상당히 울화통 이치 밀어
있을 거야, 홧술이라도 마시게 되겠지. 그 자리에서 넌 사죄를 충분히 하고
또 술자리 여흥으로 지금 뱃속에 가득 차 있는 걸 몽땅 꺼내서 보여주는 거야.
알았어! 오늘밤은 참아서 채워둘 만큼 채워두는 것이 좋을 거야."
 
  왁자하니 웃음이 일었다.
 
  사요코는 소름끼치는 아케미의 말에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주위에 늘어서
있는 여자들과 똘마니들이 사요코의 눈에는 마치 지옥의 귀신들로 보였다.
사요코가 가늘게 몸을 떨면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 제가 아빠에게 전화해 볼게요. 그러니까 부탁이에요.
그런 무서운 짓만은……."
 
  사요코는 바싹바싹 다가오는 하복부의 통증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애원했다.
 
  "이미 늦었어. 우리는 포기가 빠른 사람들이야. 똑같은 실패를 두 번 되풀이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주의지."
 
  아케미가 딱 잘라 말했다.
 
  "네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한 돈은 지금부터 네가 그 아름다운 몸으로 착실하게
벌어다 주면 돼."
 
  마리가 거들었다.
 
  "알았어? 지금부터 넌 우리들의 상품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부잣집 딸입니다, 라는 잘난 척하는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는 말이야."
 
  에츠코도 한마디했다.
 
  사요코는 절망의 바닥으로 떠밀린 얼굴로 고통스럽게 머리를 흔들었다. 또다시
복부에 무지근하게 통증이 밀려오자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면서
온몸으로 버티었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이 악마들이 기대하고 있는, 죽기보다
괴로운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될 다급한 상황이었다.
 
  "아아―."
 
  사요코는 꽉 다물고 있던 진주같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고개를 젖히고
고통스럽게 몸을 떨었다.
 
  "조금만이라도 싸봐.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아케미는 악마 같은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
 
  "그런데 아케미 언니, 그건 좀 무리 아닐까요? 이게 참는다고 해서될 일이
아니지. 벌써 이렇게까지 됐는데."
 
  요시코가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사요코의 배를 쿡쿡 찔렀다.
 
  "우윽, 윽."
 
  사요코는 앞으로 푹 거꾸러지듯 몸을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렇군. 이런 고급 속옷을 더럽히면 큰일이야. 만약을 위해 전부 벗겨두기로
하지."
 
  아케미의 말에 똘마니들이 신이 나서 벌떼같이 사요코 주위로 달려들었다.
 
  "그만해! 아아, 아버지!"
 
  사요코는 발끈하여 울부짖었다.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네 아버지께서 너를 배반했으니까 말이야."
 
  아케미는 고소하다는 듯 요란스럽게 웃으며 똘마니들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아름다워, 마치 비너스 여신 같네."
 
  에츠코와 요시코 모두 황홀하게 사요코의 아름다운 전라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마룻바닥에 깔린 모포 위에 사요코의 화사한 순백의 차이나 드레스와
진짜 가죽으로 만든 악어 핸드백, 목걸이에 귀고리, 손목시계 등이 죽 놓였다.
다시 말해 사요코가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물건들이 지금부터 경매되는 셈이었다.
 
  "역시나 부잣집 따님이라서 모조리 고가품들 뿐이군."
 
  모포 위에 진열된 물건을 본 여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반지, 진짜 다이아몬드잖아? 10만에서 20만 엔 정도 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굉장한 물건이야."
 
  아케미가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에 끼며 말했다.
 
  "그런 비싼 물건은 우리가 손댈 수 없지. 좀더 싼 것부터 경매해."
 
  에츠코가 말하자, 아케미는 가장 구석에 놓여있던 물건을 집어들었다.
 
  "자아, 누구 살 사람 없어? 프릴 달린 고급스러운 비단 팬티야."
 
  여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웃었다.
 
  그런 기묘한 경매가 일단락 되자 여자들이 광택이 흐르는 하얀 전신을 충혈
시키며 피라도 토할 듯 굴욕감에 몸을 떨며 울고 있는 사요코 옆으로 다시
다가섰다.
 
  "양갓집 규수답게 아주 멋진 젖가슴을 하고 있네."
 
  "엉덩이도 충분히 발육했어."
 
  "훈련할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여자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똘마니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요코의 육체를
감상했다. 악마들에게 고문당하고 있는 고통과 한계에 달한 생리적 욕구의
고통으로 사요코는 거의 미칠 것 같은 상태였다. 사요코는 옷을 몽땅 빼앗긴
비참한 모습으로, 게다가 야수처럼 울먹이며 기력을 소진해버린 채 떨고 있었다.
 
  "호호, 아케미 언니, 보세요. 마침내 이 아가씨 한계에 도달한 것 같은데,
엉덩이 움직임이 점점 과격해지는 것 같지 않아?"
 
  마리가 말하자 아케미도 코웃음치며 맞장구쳤다.
 
  "무라세 보석상의 귀하신 따님인걸.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설마 여기서 싸버리는
짓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보다 아가씨의 엉덩이 댄스라도 보면서 술이나
마시자고. 술이 확 깨버렸어."
 
  사요코 주위를 여자들과 똘마니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듯 앉아서 새로 가져온
위스키 병을 따서 떠들썩하게 술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자아, 아가씨도 사양 말고 마음껏 엉덩이를 들썩이라고."
 
  여자들과 똘마니들은 체면이고 뭐고 없이 이제 절망적으로 몸을 비비틀고
있는 사요코를 기둥에서 푼 다음 뒷모습을 사람들에게 노출시킨 자세로 다시
기둥에 단단히 묶었다. 이제 사요코는 비열한 남녀의 눈에 등을 보인 채 고통으로
떨고 있었다.
 
  "뭘 하는 거야? 좀더 멋지게 엉덩이를 흔들라니까! 영 재미가 없잖아!"
 
  에츠코가 소리지르며 탄력 넘치는 사요코의 엉덩이를 때렸다.
 
  사요코는 이 지옥 같은 굴욕감에 더 버틸 기력을 잃은 듯 기둥에 얼굴을
문지르면서 소리내어 울었다.
 
  아케미의 명령으로 똘마니들이 일어서서 다시 사요코를 정면으로 돌려서
기둥에 묶었다.
 
  기력이 다했는지 축 처져서 전신으로 호흡하고 있는 사요코를 아케미가 엷은
미소를 띄우며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양갓집 규수라서 그런지 아주 잘 참고 있네. 감탄했어."
 
  "엉덩이 흔드는 솜씨에도 아주 감탄했어."
 
  에츠코도 맞장구치면서 킥킥 웃었다.
 
  마리가 아케미를 향해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저기 언니, 이런 식으로 묶은 채 흔들게 놔두면 너무 재미없잖아. 이번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엉덩이를 흔들게 해주자고."
 
  대체 어떻게 할 건데? 하고 에츠코가 묻자, 요시코가 똘마니들을 향해 명령했다.
 
  "자, 너희들, 창고로 가서 목마를 끌고 와."
 
  오케이! 하고 소리지르며 똘마니 두세 명이 복도로 달려나갔다.
 
  "과연, 그거 재밌겠는데."
 
  아케미가 웃었다.
 
  축 처져 있던 사요코가 잔인한 여자들의 무시무시한 말을 듣고는 귓불까지
빨개지면서 더욱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뭐 그렇게 놀랄 일은 없어. 목마라고 해도 그냥 둥근 통나무에 다리 4개
박아놓은 단순한 물건이니까. 타는 기분이 아주 끝내주지. 이번엔 그놈을 올라타고
엉덩이를 흔드는 거야."
 
  마리가 떠들어대고 있는 동안, 똘마니들이 영차 영차 하면서 목마를 짊어지고
들어왔다.
 
  마리가 말하는 대로 둥근 통나무에 네모난 다리를 박은 간단한 목마였으나
이런 모습으로 그것도 생리적 욕구의 한계에 달한 몸을 그 위에 올려놓다니,
이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잔인함에 사요코는 그만 충혈된 얼굴을 마구 흔들어댔다.
 
  목마가 사요코 앞에 놓여졌다. 동시에 마리와 에츠코가 사요코를 그 위에
태우기 위해 기둥에 묶어놓은 줄을 풀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려. 말에 태우기 전에 아가씨, 이놈을 한잔 마셔둬."
 
  아케미는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소금물이 가득 든 사발을 들고 사요코에게로
다가섰다.
 
  "앗, 무 무슨 짓이야?"
 
  사요코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에츠코와 요시코까지 달려들어서
사요코의 목을 누르며 입술을 벌리고 다짜고짜 소금물을 입 속으로 흘려 넣었다. 
 
<20. 눈물의 선언문>
  
  사요코는 기둥에서 풀려났지만 손은 그대로 뒤로 묶인 채 눈앞에 끌어다
놓은 목마 위에 마침내 태워지고 있었다. 빛을 발하는 듯 매끈거리는 사요코의
어깨를 잡고 똘마니들이 꿀꺽 침을 삼키면서 목마 위에 태우기 위해 일으켜
세웠으나, 사요코가 저항하며 마구 고개를 흔들며 울며불며 목마의 다리 밑에서
원숭이처럼 잔뜩 몸을 웅크렸다.
 
  "제발, 부탁이에요. 용서해요, 용서해주세요!"
 
  사요코는 허벅지를 찰싹 붙이려고 애를 쓰며 몸을 웅크린 채 오열했다.
 
  정말 끔찍하고 잔인한 인간들. 온실 속에서 자라난 기품 넘치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알몸으로 만드는 것도 부족해서 소금물까지 강제로 마시게 하여 생리적
욕구의 한계로 내몰더니 이제 그 몸을 무서운 목마 위에 태워서 미녀의 고통스러운
자태를 바라보며 술안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우, 으으."
 
  사요코는 이제 그 아름다운 이마를 기름땀으로 흠뻑 적시며 목마 아래에서
생리적 고통과 싸우고 있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죽기보다 고통스러운 비참한
모습을 이 악마들의 눈앞에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사요코는 야수처럼 울부짖으며
머리를 바닥에 비벼대며 몸을 떨고 있다.
 
  "호호호, 그런 곳에서 꾸물거리느니 목마에 올라타서 하라니까. 어서, 일어나
아가씨!"
 
  아케미가 똘마니들과 힘을 합쳐 뒤쪽에서 사요코의 어깨를 붙잡아서 거칠게
일으켜 세웠다. 사요코가 절규했다.
 
  "누가, 누가 좀 도와줘!"
 
  악마들은 이런 사요코의 비명 소리를 즐기며 이윽고 사요코를 목마 위에
태웠다.
 
  "똑바로 다리는 벌리고, 제대로 올라타라니까!"
 
  여자들이 키들키들 웃으면서 다리 사이로 몽환적으로 희미하게 부풀어올라
있는 아가씨의 수줍은 숲을 들여다보았다. 다리를 바싹 붙이고 전신을 돌처럼
경직시키며 불처럼 뜨거워진 얼굴을 마구 흔들어대는 사요코를 여자들이 목마
밑에서 시끄럽게 놀려대기 시작했다.
 
  "대개 고문용 목마의 등은 뾰족하고 울퉁불퉁하지. 그렇게 매끈거리는 둥근
등에 태워줘서 행복하지? 자, 똑바로 다리를 벌리고 걸터앉아!"
 
  사요코를 껴안듯 붙들고 목마 위에 같이 올라탄 똘마니들이 광란하는 사요코를
마침내 목마에 태워놓자, 땀을 흘리며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멋진 스타일이야. 아름다운 따님의 애마 자세, 이거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야!"
 
  여자들이 멍하니 도취되어 목마 위의 사요코를 바라보았다. 백설 같은 피부에,
손을 뒤로 묶인 채 목마 위에 당당하게 걸터앉은 사요코의 아름다운 자태.
무엇보다도 여자들이나 똘마니들의 눈을 현혹시킨 것은 그녀의 광택이 흐르는
아름다운 피부와 균형 잡힌 몸매였다. 그리고 목마에 올라탄 미녀의 전신으로부터
관능적인 향수 냄새가 주위로 표표히 번져가고 있는 것 같았다. 똘마니들은
물론이고 여자들까지 사요코의 그런 아름다움을 그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목마 위의 미녀는 자신의 그러한 비참한 자태에 수치심을
느낄 여유도 더 이상 없는 것 같았다. 온몸을 불기둥처럼 뜨겁게 달구면서
필사적으로 오로지 억누르고 있었다.
 
  "아아, 더 더 이상, 우우―."
 
  "후후. 목마 위에서 털을 비벼대며 꿈틀대기 시작했어!"
 
  에츠코가 웃음을 터뜨렸다.
 
  가와다 오라버니들이 도착하실 때까지 참아야지! 목마 등을 더럽히거나 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알아서 해."
 
  마리가 말을 받았다.
 
  "목마를 두 다리로 꽉 끼워봐. 그렇게 하면 조금 편해질 거야. 호호호."
 
  그런 야유를 받으면서 목마 위의 사요코는 이제 비명을 지를 기력조차 잃어버렸는지
고개를 푹 떨구고 마리가 말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리로 목마의 등을 꽉 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도 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사요코는
이빨을 으드득 갈면서 깊이 숙이고 있던 머리를 뒤로 활짝 젖혔다. 굳게 감고
있는 눈에서 몇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니겐의 훈련 실에서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열연을 구경하고 있던
긴코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면서 눈까지 사납게 치켜 뜨기 시작했다. 두 미녀가
오니겐의 강요에 의해 시작한 연기를 보고 있는 사이에, 처음에는 긴코 역시
도착적인 사디스틱한 희열과 묘하게 온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일종의 쾌감으로
몽롱한 기분에 젖어들었으나 점차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모든 것을 망각하고
몰아의 경지로 들어가서 서로를 탐닉하기 시작하자 질투 같은 것이 가슴을
바싹 조여오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증오도 뒤집어놓고 보면 바로
질투라는 감정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오니겐과 공모해서 두 미녀에게 그런 행위를 강요해 놓고선,
실제로 두 미녀가 자기 의도대로 콤비가 되자 막상 그것을 질투하다니……
긴코라는 여자의 변태성에는 한계가 없었다.
 
  "어떻게 하고 싶어, 긴코?"
 
  오니겐이 술잔을 들이켜며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미녀의 게임을 바라보고
있는 긴코에게 물었다.
 
  긴코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두 사람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향했다.
오니겐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꼼짝도 않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거야 굉장한데! 잠깐만, 땀을 닦아줄 테니까."
 
  오니겐이 땀을 닦아주자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 모두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와
새빨개진 아름다운 얼굴을 서로 외면했다. 둘 다 자의식을 회복하면서 견딜
수 없는 굴욕감에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자, 산뜻한 기분으로 다시 한번!"
 
  오니겐이 입을 일그러뜨리며 말한 순간 긴코가 토해내듯 소리질렀다.
 
  "이제 됐어요! 그 정도로 해둬!"
 
  "뭐야, 벌써 만족했다는 거야? 난 네가 적어도 세 번 정도는 시키라고 해서……."
 
  "이제 됐어 충분해."
 
  긴코가 눈을 흘기면서 부인과 쿄오코 사이에 섰다.
 
  "흥, 아주 신났군. 도야마 재벌의 영부인께서 기뻐 흐느끼기까지 하다니."
 
  긴코가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외면하고 있는 시즈코 부인을 향해 증오하듯
말했다.
 
  "난 말야, 부인의 그 접근하기 어려운 미모나 기품 넘치는 자태를 동경하기도
하고 시샘하기도 했어. 사랑이 깊은 만큼 증오도 크다고 했지! 그래서 더 못살게
굴었던 거야. 그런데 뭐야! 지금 그 꼴이? 정말 우습지도 않군!"
 
  그 말을 들은 오니겐도 킬킬거리면서 기묘한 소리를 질렀다.
 
  "이봐, 쿄오코! 조금 전에 시즈코, 시즈코 어떻게 하면 좋아, 어쩌고 하는
아주 끝내주는 대사를 읊더군. 게이코에게 들려주지 그래."
 
  그러자 긴코가 히죽 입을 일그러뜨렸다.
 
  "그래. 게이코와 미츠코에게도 슬슬 이런 일을 가르쳐야겠어. 그럼 시즈코
부인, 내일은 당신이 게이코의 연습 상대가 되어주셨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시즈코 부인이 깜짝 놀라며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고는 두려운 눈빛으로
긴코를 바라보았다.
 
  게이코의 연습 상대―너무나 끔찍한 긴코의 착상이었다. 자신의 진짜 딸은
아니지만 남편 도야마 다카요시의 전처 딸인 게이코. 그 게이코가, 즉 계모인
자신과 그런 짓을. 시즈코 부인은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긴코 씨. 그것만은, 그것만은 제발 제발!"
 
  시즈코 부인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엄마가 친절하게 리드하며 가르쳐주는 쪽이 딸로서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 게이코가 얼마나 성숙해졌는지도 확인할 겸,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긴코는 아주 고소하다는 듯이 말하고 나서 미치광이처럼 웃었다.
 
  "아 악마야, 너희들은!"
 
  쿄오코도 이를 악문 표정으로 긴코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자쿠라단의
상식을 벗어난 잔인함에 쿄오코는 온몸을 떨면서 증오에 가득 찬 눈동자를
돌렸지만, 갑자기 긴코가 따귀를 후려치는 바람에 쿄오코는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거꾸러지고 말았다.
 
  "건방진 소리 말아! 매일 즐겁게 만들어 주었더니 뭐야, 지금 그 방자한
태도가? 그래, 미츠코의 연습 상대는 네게 맡겨주지. 그럼 불만이 없겠지?"
 
  그리고 나서 긴코는 오니겐을 향해 말했다.
 
  "지금 말한 것처럼 게이코는 시즈코 부인, 미츠코는 쿄오코에게 교육받도록
할거야. 잘 부탁해요. 내일까지는 그렇게 짝지어서 도구를 착 붙여서 만들어
줘."
 
  좋겠지, 하고 오니겐이 변함없이 술잔을 홀짝이면서 말했다.
 
  "난 다시로 사장님으로부터 돈을 듬뿍 받기로 되어 있어. 돈만 준다면 나도
좋아하는 일이지. 너희가 희망하는 건 무엇이든 해주고 말고."
 
  긴코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꾸하였다.
 
  "그래? 아주 믿음직스러운 말을 해주는군."
 
  "아무리 진짜 언니고 동생이라지만, 어쨌든 둘 다 여자인 것만은 틀림없어.
그런데 그 여자의 몸이라는 것이 아주 불가사의한 물건이야. 뭐 내 솜씨를
보여주지."
 
  오니겐이 그렇게 말한 순간 쿄오코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 고개를 깊숙이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광기 어린 악마들에 대해 부인도 쿄오코도 반항적인 한마디 던질 기력조차
없었다.
 
  "자아 오늘밤은 이 정도로 해두기로 하자고. 두 사람 모두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어떤 식으로 게이코와 미츠코를 지도할 것인지 잘 생각해둬."
 
  시즈코 부인은 기둥에서는 풀려났으나 손은 뒤로 묶인 채 긴코에게 이끌려
흐느적흐느적 걸어나갔다. 쿄오코는 오니겐에게 끌려갔다.
 
  두 사람은 3층 훈련 실에서 지하실로 끌려갔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몇 개의 감옥 중에서 가장 구석진 곳으로 시즈코 부인을
끌고 간 긴코는 그곳에 부인을 밀어 넣고 자신도 함께 기어 들어갔다. 시즈코
부인의 바로 옆 감옥에는 쿄오코가 들어갔다.
 
  "수고 많았어. 천천히 쉬라고."
 
  오니겐이 그렇게 말하면서 줄을 풀어주었다. 쿄오코는 자유롭게 된 양손으로
본능적으로 가슴을 가리며 차가운 토방 위에 조그맣게 웅크렸다. 얇은 쌀 포대가
토방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오니겐은 이 저택은 구석구석 모든 공간에 난방이 들어오니까 벌거벗고 있어도
감기 같은 건 걸리지 않으니 걱정 말라는 뜻의 말을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술을
나발불어 마셨다.
 
  "그럼 이제 됐겠지? 양손을 앞으로 내미실 까."
 
  오니겐이 품에서 수갑을 꺼내었다. 더 저항할 기력도 없는 쿄오코는 순순히
가슴을 껴안고 있던 손을 앞으로 내밀며 얼굴을 숙였다. 수갑을 채운 오니겐이
느릿느릿 일어서며 말했다.
 
  "용변을 보고 싶으면 구석에 세면기가 있으니까…… 그럼 쉬라고."
 
  오니겐은 쿄오코를 가둔 감옥에서 나와 문을 잠그다가 옆 감옥에서 새어나오는
소리에 문득 시선을 돌려서 들여다보았다. 시즈코 부인이 갇힌 감옥 안에서
기묘한 광경이 전개되고 있었다.
 
  손을 뒤로 묶인 채 쌀 포대 위에 똑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시즈코 부인
옆에 긴코가 앉은  걸음으로 조금씩 다가가며 뭔가 열심히 달래고 있었으나
부인은 아름다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계속 거부하고 있었다.
 
  오니겐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는 듯 발소리를 죽여서 감옥 창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안을 엿보기 시작했다.
 
  "응, 부인. 난 말야. 처음 부인을 본 순간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가 하고 깜짝 놀랐어. 동시에 왠지 질투심이 일어나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상류 사회에서 자라나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살아온 부인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우리 같은 것들은 얼씬 조차 할 수 없는 고원에 핀 아름다운
꽃을 진흙탕에 내던져 마구 짓이기고 싶은 기분으로, 우선 가와다 오라버니의
노리개로 만들었고, 관장을 비롯해서 갖은 수단을 다 써서 당신을 괴롭혔지.
우린 아름다운 것에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씌워서 속에 응어리진 것을 풀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아무리 오물을 뒤집어씌워도 부인은 그 타고난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어. 우린 애를 먹었다기보다는 참패했다는 기분이 들었어. 지금 쿄오코와
노는 걸 봤지만 내 눈에는 육체적으로 성장한 부인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비칠
뿐이야."
 
  그리고 긴코는 시즈코 부인의 부드러운 어깨에 손을 대고 등뒤에서 매끈매끈한
백랍 같은 등에 얼굴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이제 쿄오코 따위와 그런 짓거리는 시키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응, 부인
긴코의 사람이 되어 줘."
 
  시즈코 부인의 몸과 마음 모두 갈가리 찢어놓을 정도로 고문해댔지만 실은
천성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기품 넘치는 정숙한 마음을 버리지 않고 버티는
부인을 오래 전부터 사모했으며 마음속으로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긴코 스스로 고백하면서, 즉 유혹하기 시작했다.
 
  "이봐, 당신이 내 사람이 되어준다면, 이런 어두운 감옥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꺼내줄게. 매일 내 방에서 오리 털 이불 위에서 편히 재워주겠어. 당신의 그
미모와 몸매를 내가 마음껏 다듬어줄게."
 
  긴코는 열심히 시즈코 부인을 설득하고 있었다.
 
  "물론 당신은 이미 모리다파의 완전한 소유물이니까 비밀 쇼, 비밀 사진으로
크게 벌어들이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그런 것으로 피곤해진 네 마음을 지금부터
내가 다정하게 위로해줄게. 나쁘게는 하지 않겠어. 응, 부인? 나의 사랑을
확실하게 받아주겠다고 약속해 줘."
 
  그런 식으로 긴코는 시즈코 부인에게 구애를 하고 있었지만 부인은 눈을
굳게 감고 서글픈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알았지, 부인?"
 
  긴코가 앞으로 돌아앉으며 다시 부인의 어깨에 손을 대고 대답을 재촉하듯
흔들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당황해서 갑자기 아름다운 눈을 뜨고 긴코를
보았으나 금세 시선을 피하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돌렸다.
 
  "부인, 당신 설마 날 부끄럽게 만들지는 않겠지?"
 
  긴코의 눈이 반짝, 잔인한 빛을 떠올렸다.
 
  "긴코 씨, 너 너무해요. 너무해요."
 
  시즈코 부인은 갑자기 몸을 떨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지 오열하기 시작했다.
 
  "나. 나를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하게 괴롭히더니 쿄오코와 그런 짓까지 시켜서
노리개로 만들었으면서 또다시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려는 거예요? 당신들이
어떻게 해석하든 그건 상관없지만, 쿄오코도 나도 그런 짓을 강요당하는 동안
마음으로는 진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어요. 그건 당신들이
원하시던 것 아닌가요? 하지만 우리는 당신들에게 보복하겠다는 의미로 그렇게
연결되었어요."
 
  시즈코 부인은 눈물로 번들거리는 길고 가느다란 눈동자를 긴코에게로 향하며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꼭 깨물었다. 시즈코 부인은 긴코의 악마 같은 유혹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래? 잘 알았어."
 
  긴코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내뱉듯 말했다. 분노로 관자놀이 부근이 실룩거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자, 잘도 나를 창피 주었겠다. 이렇게 보여도 나도 여자야. 여자인 내가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진심을 이야기했더니, 그걸 원수로 갚아.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각오해두는 것이 좋을 거야."
 
  울분을 풀 길이 없는 긴코가 벌떡 일어서더니 갑자기 시즈코 부인의 뺨을
힘껏 내리치고 비명을 지르는 부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서 그 자리에서
나동그라지게 만들었다.
 
  쓰러진 시즈코 부인은 손이 묶여 있어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새우처럼
엎어졌는데, 볼륨감 넘치는 풍만한 그녀의 엉덩이를 긴코가 다시 미친 사람처럼
발로 마구 걷어찼다. 그 모습을 창살 밖에서 지켜보던 오니겐이 황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광란의 긴코를 껴안아 진정시켰다.
 
  "자 자, 네 기분도 잘 알지만 이 부인은 상품이야. 게다가 쇼 개막 일도
얼마 안 남았다고. 이런 아름다운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큰일이지. 내 책임이니까
말야. 자, 이 정도로 해두지."
 
  긴코는 시즈코 부인을 달래고 있던 광경을 이 오니겐이 목격했다고 생각하자,
더욱 사납게 날뛰면서 부인의 엉덩이를 짓밟으려고 하는데 오니겐이 가로막으며
달래자 이번엔 어린애처럼 울면서 오니겐에게 매달렸다.
 
  "꼴사납구먼. 하자쿠라단 단장이 고작 여자에게 차였다고 이렇게 울다니,
그만해."
 
  오니겐이 낄낄거리고 웃으며 긴코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긴코는 갑자기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들더니, 어느틈엔가 제자리로
되돌아가서는 사납게 오니겐에게 말했다.
 
  "오니겐 씨, 당신 훈련이 좀 느슨해진 것 아냐?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던
아사쿠사의 그 오니겐도 이젠 늙었나?"
 
  오니겐이 눈을 깜박이며 긴코를 보았다.
 
  "앞으로 며칠 남지 않았지? 좀더 바싹 속도를 올려서 가차없이 훈련시켜.
지금부터 훈련할 땐 나도 입회해서 도와주기로 하지."
 
  긴코가 마구 떠들어대더니 일부러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미츠코나 게이코도 유유자적 놀게 해서는 안 돼. 콤비로 만들어서 출연시켜야겠어.
그러니까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꽤 능숙해진 시즈코와 쿄오코를 두 사람의
연습 상대로 붙여 줘. 내일은 먼저 그 훈련부터 처리해."
 
  오니겐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토방에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던 시즈코 부인은 뒤로 묶인 손목을
와들와들 떨면서 격하게 흐느껴 울었다.
 
 
 
  호되게 경을 친 다시로, 모리다, 가와다, 요시자와 네 사람은 그 이튿날
오후 잔뜩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다시로 저택으로 철수하였다.
 
  "수고들 했어요."
 
  "그 사이 좋은 일이 있어요."
 
  여자들은 사내들의 기분을 살피며 위로하였다.
 
  도망 중에 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요시자와 등은 온몸에 타박상을 입고
가와다에게 업혀서 돌아왔다는 것이다.
 
  요시자와를 침실로 옮겨 똘마니들에게 상처를 치료해주라고 하고, 가와다,
다시로, 모리다 세 사람은 시무룩한 얼굴로 이층의 홈 바에 들어앉아 긴코와
아케미가 따르는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유 제기랄, 김새네. 생각만 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군. 오랜만에
큰 건을 만나, 신났었는데."
 
  모리다는 아케미가 따르는 위스키를 던져 넣듯이 입안에 털어 넣으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무라세의 아들놈, 딸 놈이라고 개의할 것 없어. 쇼 스타로
철저하게 만들어주지. 다행히 사요코란 계집애는 시즈코 부인이나 미츠코에
뒤지지 않을 만큼 기량도 좋고 백설 미인이잖아. 우리들에게 상당한 돈벌이를
시켜줄 거야. 그렇죠, 사장님?"
 
  모리다는 다시로의 얼굴을 눈을 치뜨고 보며 말하였다.
 
  "좋아, 그럼 오니겐 씨. 또 짐이 늘었지만, 어쨌든 저런 미인이잖아. 조교를
잘 부탁하네."
 
  다시로는 카운터의 맨 구석 자리에 앉아서 홀짝홀짝 위스키를 핥고 있는
오니겐을 향해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죠. 부잣집 아가씨인 만큼 다소 고생스럽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오니겐은 추접스러운 입을 비뚤어지게 하고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런데, 사요코는 어때. 어젯밤엔 얌전히 굴었어?"
 
  다시로는 아케미 쪽을 보고 말하였다. 아케미는 가와다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맛있게 넘기고 히죽 웃으며 입을 떼었다.
 
  "어젯밤 가와다 오라버니께서 전화로 사요코 집안 사람들이 야마자키 탐정에게
연락을 취해 덫을 쳤다고 하잖겠어요. 그 말을 들으니까 핏대가 올라 그 아가씨만큼은
특별하게 취급해주려고 결심했죠. 왜 며느리가 미우면 손자까지 밉다잖아요."
 
  아케미는 사요코를 알몸으로 만들어 목마에 태운 일을 보고하였다. 어느
만큼 참는지 테스트했다는 아케미의 얘기를 듣고, 다시로와 모리다는 껄껄
웃어댔다.
 
  "그것 참 재미있었겠군. 그 기품 있는 아가씨가 목마에 올라타고 앉아 비비꼬는
모습을 나도 보고 싶은데."
 
  다시로는 아케미가 사요코에게 한 행동을 꾸짖으려고도 하지 않고 연신 웃어대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까지 참던가?"
 
  "그건 무리죠. 거의 하루 꼬박 싸지도 못한 데다 소금물까지 먹였는걸요.
한데 놀라운 게, 목마에 타고서도 두세 시간은 버티는 거 있죠. 하지만 새벽녘이
가까워져서 결국 쌌죠. 후후후."
 
  아케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배 연기를 고리 모양으로 내뿜으면서 말을
이었다.
 
  "애들이 깡충깡충 뛰면서 얼마나 기뻐하던 지요. 한데 본때를 보이려고 사장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그대로 목마에 태워두었어요. 어때요 한번 보실래요?"
 
  "그것 꼭 한번 알현해야겠는걸."
 
  다시로와 모리다는 유쾌하게 대꾸하였다. 어제 야마자키 탐정 일당에게 골탕을
먹은 불쾌한 기분은 거의 가라앉은 듯 술로 벌개진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는 먼저 가서 사요코를 살펴보고 올게요. 졸고 있기라도 하면 호통을
쳐줘야겠어요."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고 복도로 나가 아래층의 목마를 태운 사요코가 있는
방으로 향하였다. 사요코는 하얀 뺨을 충혈 시키고 모공에서 피라도 뿜어져
나올 정도의 굴욕감에 흐느끼고 있었다.
 
  "어때, 아가씨 기분은?"
 
  살짝 문을 밀고 들어온 아케미는 생긋 웃으며 목마 위의 사요코를 올려다보았다.
 
  사요코는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을 옆으로 파묻고 다시 격하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였다.
 
  "어머, 마치 홍수가 난 것 같네. 대단해."
 
  아케미는 목마 아래쪽 바닥에 눈길을 주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겨있었다.
 
  "깨끗하게 닦아놓은 바닥을 이렇게 더럽히면 어쩌자는 거야."
 
  아케미는 불퉁하게 사요코에게 말하였다.
 
  목마의 등에서 좌우로 늘어진 사요코의 하얗고 곡선미가 아름다운 두 다리,
그 다리를 천천히 타고 흐르던 눈물이 물웅덩이에 똑 하고 떨어졌다. 그때마다
사요코는 얼굴을 괴롭게 젖혔다.
 
  "후후후, 깨끗이 뒤처리를 해주고 싶지만 일단 결과를 사장님과 두목에게
보고하고 특별히 보러 오시게 할 생각이야."
 
  아케미는 목마 등에 손을 얹으려다 일부러인 양 과장되게 손을 움츠렸다.
 
  "어머 이게 뭐야. 목마 위도 흥건하잖아. 앞뒤 안 가리고 마구 싸버렸네.
상당히 재주가 좋아, 아가씨."
 
  아케미는 요란하게 웃었다. 목마 위의 사요코는 심한 굴욕감에 길게 늘어뜨려진
비단결 같은 머리칼을 흔들면서 흐느껴 울었는데, 그때 복도 쪽에서 남자들의
시끄러운 얘기 소리가 들리고 이어 노크 소리가 났다.
 
  "아케미, 들어가도 돼?"
 
  사요코도 들은 적이 있는 이 저택의 주인, 악마 같은 남자 다시로였다. 아케미는
엷은 웃음을 띠고 사요코를 올려다보았다.
 
  "사장님이 납시셨어. 그 걸작인 모습을 찬찬히 보여드리고 오줌 싼 벌을
내려 주십사 하자고."
 
  그리고 아케미는 문 쪽을 향해 외쳤다.
 
  "사장님, 염려 마시고 들어오세요. 사요코 양도 아까부터 사장님이 오시길
학수고대하고 있으니까요."
 
  다시로와 모리다. 가와다. 거기에 오니겐까지 합세하여 네 사람이 뭔가 소리
높여 웃으면서 우르르 들어왔다.
 
  사요코는 두려운 네 악마들의 출현에 공포에 질린 나머지 강렬한 전기에
감전된 양 온몸을 돌처럼 경직시키고 고개를 젖혔다. 이제부터 이 네 사람은
아케미와 함께 지옥의 수치에 흐느끼는 사요코를 어떻게 조롱하고, 어떻게
희롱할 것인가. 사요코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허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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