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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인간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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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비참한 변신>


 
 
  빽빽이 방을 메우고 있던 남자들은 굉장한 쇼에 침을 삼키며 숨소리도 내는
사람 없이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다치보보라고 오니겐이 이름 붙인, 선 채로의
성교를 연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줄은 천장의 대들보에 연결되어 둘 다
결박된 나신을 대항시키며 전면을 밀착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성기 모양이
두 개 달린 레즈비언용의 도구로 하나가 된 두 사람은 대들보에 연결된 밧줄
소리를 끼익끼익 하고 내면서 다리에 힘을 주어 중심을 잡으며 광태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었다.
 
  약동하는 풍만한 유방, 출렁거리는 배. 확실히 객석에 강렬한 자극을 준
듯하다. 남자들 사이에서 한숨과 감탄의 소리가 끓어올랐다.
 
  뜨거운 숨을 토하며 땀투성이가 되어 광태를 연출하는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이제 뜨거운 남자들의 시선과 웃음 따위 느낄 여유도 없이 자신의 몸을 상대에게
주고 또 상대의 몸을 자신에게 받아들이며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다.
 
  "부, 부인."
 
  "쿄, 쿄오코 양."
 
  시즈코 부인은 쿄오코와 어쩌면 이제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감개가
있었던 것일까 까닭 모를 안타까움과 연정을 담아 서로 애타게 부르는 것이었다.
 
  긴코는 찻잔에 위스키를 따라 그것을 마시면서 두 미녀의 광태를 보고 있었지만,
또 언젠가처럼 사악한 질투가 가슴에 끓어올랐다. 정말로 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아파 오는 긴코였다.
 
  언젠가 긴코는 시즈코 부인에게 특수한 관계를 요구하며 부드러운 말로 설득한
적이 있었다. 자신과 그런 관계가 되어준다면 훨씬 편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고도 말했지만, 부인은 그것을 거절했다. 요컨대 아무리 굴욕을 당하고
학대를 당해도 나의 마음까지 바꿀 수는 없어, 하고 부인은 긴코를 거부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즈코 부인은 쿄오코와 몸도 마음도 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긴코와 다시로와 모리다파, 가와다 등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받아들였다. 그런 생각을 하자 긴코는 억울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긴코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찻잔에서 입을 떼고 후들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연기를 하고 있는 부인과 쿄오코 옆으로 다가갔다.
 
  "후후후, 열심히 하고 있군. 그만큼 열연을 했으니 두 사람 사이 좋게 함께
싸봐."
 
  그런 긴코의 희롱도 이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부인과 쿄오코는 서로 눈물로
젖은 볼과 볼을 비비며 격렬히 허리를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차원이 다른 세계의 일처럼 시즈코 부인도 쿄오코도 열심히 불꽃을 터트리고
있지만 문득 두 사람은 불량 소녀들과 남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무참한 상태에
도달하기 시작했음을 감지했다.
 
  "안 돼, 안 돼."
 
  시즈코 부인은 이를 악 물고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박자가 붙기 시작한 몸은 멈추려고 해도 멈춰지지 않았다. 골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 부, 부인!"
 
  쿄오코도 명확히 같은 기분이었다.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차라리
돌진하는 편이 낫다. 쿄오코는 이제 전후를 생각할 틈도 없이 한층 템포를
올리기 시작했다.
 
  "앗, 그만해요. 쿄오코 양. 시즈코는 갈 것 같아요."
 
  "부인, 쿄오코도, 아아, 갈 것 같아요."
 
  쿄오코는 라스트 바트를 건 것이다.
 
  긴코의 박장대소, 아케미의 조소.
 
  "아앗, 미쳐."
 
  시즈코 부인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쿄오코의 하얀 어깨에 털썩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얀 볼을 충혈 시키며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내부에서 끓어올라온
시즈코 부인은 몸을 떨며 무의식중에 쿄오코의 어깨를 물어버렸다.
 
  "골인했어."
 
  긴코는 안도의 숨을 쉬며 다시 두 사람 옆으로 다가온다. 아케미도 쿡쿡
웃으면서 긴코 뒤를 따라왔다.
 
  긴코는 시즈코 부인의 빨개진 얼굴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후후후, 부인 아주 황홀한 것 같던데."
 
  시즈코 부인은 눈을 감은 채 희미하게 끄덕이며 쿄오코의 어깨에 한층 깊이
얼굴을 묻는 것이었다.
 
  "어때, 쿄오코 양, 당신도―."
 
  아케미가 볼을 찌르자 쿄오코도 부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떨리듯이
작게 끄덕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속에서
함께 패배했다는 수치가 두 사람의 얼굴에 불을 질렀다. 동시에 두 사람은
시선을 피했다. 가와다가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수줍어할 것 없잖아, 지금의 감상을 이야기해보는 게
어때."
 
  요시자와도 이노우에도 다시로도 모리다도 두 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낄낄
웃고 있었다.
 
  쿄오코는 갑자기 눈을 뜨고 시즈코 부인에게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쿄오코, 쿄오코는 행복해요."
 
  아마 쿄오코는 이 지옥 저택 속에서 쾌적하게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남겨진
유일한 구원법 이라고 생각하여 부인에게 동의를 구한 것이리라.
 
  쿄오코의 목소리에 시즈코 부인도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마음으로 얼굴을
든다.
 
  "쿄오코 양. 시즈코도, 시즈코도 행복해요."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서로 부딪치며 입술과 입술을
포갰다. 탐욕스럽게 서로의 혀를 빨며 길고 뜨거운 키스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가와다는 어떻습니까, 하는 식으로 자랑스런 얼굴이 되어 다시로를 본다.
두 미녀가 드디어 우리 생각대로 되었다고 하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가와다는 두 미녀의 옆으로 한 걸음 가까이 가며 말했다.
 
  "어쩐지 두 사람 진심으로 이런 일을 즐기게 된 것 같군. 우리도 일한 보람이
있는걸. 봐. 손님들도 대단히 기뻐하고 있어."
 
  시즈코 부인은 히죽거리며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가와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와다 씨, 손이 저려요. 줄을 풀어서 쉬게 해주세요."
 
  쿄오코도 바로 옆에 와서 서 있는 요시자와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부탁이야. 좀 쉬게 해줘―."
 
  가와다와 요시자와는 얼굴을 마주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좋고 말고, 하지만 그전에 완전히 항복했다는 것을 손님들 앞에서 점검
받겠다."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다시 겁을 먹어 아름다운
얼굴이 흐려졌다.
 
  "손님 쪽에 뒤처리를 맡기겠다. 자 괜찮겠지."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시즈코 부인은 요염한 시선을 만들며,
 
  "으응, 싫어요, 그런."
 
  부인은 콧소리를 내며 몸을 비꼬았지만 그것은 완전한 거부가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면서 달콤한 부정의 자태를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자, 서로 돌아서 손님 쪽으로 정면을 향해라. 천천히 자세히 검사 받는다."
 
  그 말을 듣자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별리를 슬퍼하는 연인처럼 한번 더
몸을 딱 붙이는 것이었다.
 
  "부인. 쿄오코, 설령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부인은 잊지 않을 거예요.
좋아해요. 부인."
 
  "쿄오코 양, 시즈코도 시즈코도 당신을―."
 
  술에 흐려진 남자들의 눈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멋대로 되라는 식의 무표정. 그러나 높이 묶여 있는
손목을 움직여 서로의 손을 잡고 이 굴욕을 함께 필사적으로 견뎌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야. 두 사람 다 대홍수 아냐."
 
  "후후후, 음핵이 아직 꿈틀거리고 있어."
 
  남자들의 감탄의 한숨 소리, 외설스런 야유, 그런 것을 두 미녀는 냉정하게
아니 냉정함을 가장하고 가볍게 눈을 감은 채 듣고있는 것이었다.
 
 
 
  다시로는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도 육류를 먹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다시로는 두꺼운 비프스테이크 고기를 나이프로 자르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제 미츠코와 후미오의 쇼가 어이없이 막을 내리게 되어 손님들이 저마다
불평을 늘어놓아 걱정했지만,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특별 출연으로 등장하여
열연해 주어서 어쨌든 객석을 만족시켜 기분이 좋은 것이다.
 
  노크 소리가 나고 들어온 것은 가와다와 모리다였다.
 
  "어젯밤은 성공이었지요, 사장님."
 
  가와다는 그렇게 말하며 이제 완전히 모리다파의 간부처럼 팔걸이의자에
앉아 탁상 위의 위스키를 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도 쿄오코도 어쩐지 우리가 원했던 타입의 여자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아."
 
  다시로는 싱글 벙글거리며 손을 뻗쳐 탁자의 위스키를 들어 가와다의 잔에
더 부어주며 모리다에게도 권했다.
 
  "그런데, 사장님."
 
  모리다는 위스키를 조금 입에 물고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까 전화 연락이 있었는데요. 드디어 간사이의 이와자키 두목이 내일 이쪽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그래."
 
  다시로는 설레는 기분이 된다.
 
  "드디어 거물의 등장인가."
 
  이와자키 두목의 동경에서의 여흥 상담은 모두 다시로가 맡고 있었다. 어쨌든
이 저택에서 대규모의 도박장을 열게 하여 1천만 엔은 넘을 판돈을 이와자키
상경의 성공에 걸려고 하는 것이 다시로의 계산이었다.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내일 밤에는 큰 두목이 여기 도착하신다고 하는
것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가와다가 그렇게 보고한다.
 
  다시로는 끄덕이면서 쇼 프로그램 쪽도 괜찮겠지, 하고 다짐을 해둔다.
 
  "오니겐하고 제가 팔을 걷어붙이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짜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뭐, 사장님은 안심하고 구경해주십시오."
 
  가와다의 말을 듣고 다시로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로는 쇼에
관해서는 가와다와 오니겐에게 완전히 맡긴 상태였다.
 
  "이와자키 두목은 일본적인 취미, 즉 시대극 무드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리겐과 의논했습니다만, 역시 일본적인 스타일이 가장 어울리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시즈코 부인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가와다가 다시로에게 이야기한 것은 그저 단순한 쇼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극을 연출하는 편이 좋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여자를 고문한다고 하는 것을 주안점에 둔 연극― 헤이지에게 잡혀 섬으로
유배를 간 불량배가 섬을 탈출하여 에도로 돌아와서 헤이지에게 복수를 하는
수단으로 헤이지의 애첩인 오시즈를 포로로 삼는다고 하는 설정이었다.
 
  "좋았어" 하고 다시로는 선뜻 승낙한다.
 
  "일류 기모노점에 부탁해서 기모노에서 속옷까지 최상품을 준비해. 그 정도의
투자는 할 만한 거니까."
 
  "아뇨, 쇼는 내일 모렙니다. 지금 주문해도 기일이 맞지 않습니다. 마침
찌요 부인이 이 쇼를 도와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모리다는 그렇게 말했다.
 
  "도야마가로 돌아가서 시즈코 부인에게 맞는 기모노를 챙겨 가지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모두 찌요 부인이 협력해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도야마가에 찌요가 가서 가져오겠다고 하는 기모노는 시즈코 부인의 소유물이니
몸에 딱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일본 머리의 가발도 일본 무용의
전문가인 시즈코 부인이 직접 맞춘 것이 몇 개 있어 그것도 찌요가 가져온다고
하니 아무것도 수고스러울 게 없는 것이었다.
 
  "준비가 이렇게 철저히 되어 있으니 웃음이 멈추지 않는군."
 
  다시로는 다시 큰 입을 벌리고 웃었다. 과연 시즈코 부인이 분하는 오시즈,
이것은 즐거운 쇼가 될 거야, 하고 다시로의 얼굴은 혼자서 끊임없이 히죽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부터 사요코의 조교에 들어갑니다. 그만한 인물을 언제까지고
놀려두는 것은 아까우니까요."
 
  가와다가 말했다.
 
  "그렇군. 동생인 후미오가 미츠코와 함께 일을 시작했는데 누나인 사요코가
지하실 안에서 지내고 있는 것은 우습지."
 
  다시로도 끄덕였다.
 
  그때 정원 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다시로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늘은 파랗고 정원에는 아지랑이가 가물거릴 것 같은 좋은
날씨였다. 그 가운데를 긴코와 아케미 같은 불량 소녀, 그리고 다케다와 호리가와네
부하들 한 무리가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행진해 가는 것이었다.
 
  "뭐야. 날씨가 좋아서 긴코네 애들 불러낸 거야."
 
  다시로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 무리 속에는 후미오와
미츠코가 섞여있었다.
 
  통나무 말을 타고 온 정원을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이다. 불량 소녀 네 명이
한 개의 통나무를 짊어지고, 깡패 네 명도 한 개의 통나무를 짊어지고 있었다.
불량 소녀들 쪽으로 타고 있는 것은 미츠코, 깡패들 쪽으로 타고 있는 것은
후미오였다. 창 밖을 내다보며 가와다가 말했다.
 
  "그래. 긴코 년, 후미오와 미츠코가 부부가 된 축하회를 열자고 그랬지.
분명히 그겁니다, 사장님.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야외에서 뭔가 기묘한 플레이를
시킬 생각이겠지요."
 
  다시로는 과연, 하고 끄덕이며 다음에 가와다와 모리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우리도 나가서 축하의 말이라도 해줄까."
 
 
 
  나무들은 일제히 신록으로 둘러싸여 넘치는 햇빛을 받고있다.
 
  꽃이 진 벚꽃 나무 가까이까지 후미오와 미츠코를 데리고 온 부하들과 불량
소녀들은 잔디 위에 두 사람을 던져놓았다. 뒤로 손이 묶인 미소년과 미소녀는
중심을 잃고 잔디 위로 곤두박질치며 굴렀다.
 
  잔디에 빨간 양탄자가 깔렸다. 요시코와 에츠코네가 맥주며 통조림을 날라
온다. 야외 파티가 열린 것이다. 후미오와 미츠코가 맺어진 축하 파티라는
명목이지만 야외에서 술안주로 삼자는 속셈이었다.
 
  후미오도 미츠코도 광란하거나 굴욕에 몸부림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슬픔을 감추며 자신들의 운명을 포기하겠다는 모습이었다.
 
  불량 소녀와 깡패들은 맥주를 마시고 마른 오징어를 씹으면서 벚꽃 나무에
묶인 후미오 쪽을 바라보며 뭔가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다 까르르 웃었다.
 
  "후후후, 니네들은 말이야, 어제 맺어진 부부야. 서로 꿈이 이루어져서 기쁘겠지.
우리 하자쿠라단에게 감사해야 할거야."
 
  불량 소녀들은 그렇게 말하며 서로 웃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부부가 사이좋게 확실히 벌여주지 않으면 안 돼. 두 사람 다 학교에서는
우등생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건 여기서 통용되지 않아. 그러니 하루빨리
서로 훌륭한 스타가 되지 않으면 곤란해."
 
  "부부가 되었으니 후미오 씨니 미야니 하는 호칭은 이상해. 지금부터 후미오는
미츠코라고 확실히 부르고 미츠코는 여보 라고 아내답게 불러. 자, 한번 해봐."
 
  아케미는 맥주 잔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자, 불러봐."
 
  부하인 다케다와 호리가와가 잔인함이 바닥에 서린 시선으로 일어나 후미오의
앞으로 걸어갔다.
 
  "어이, 핸섬 보이. 어제는 눈뜨고 못 보겠더군.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좀더
기쁘게 해줄 것을 생각해."
 
  그렇게 말하면서 다케다는 후미오의 두 발을 잡고 흔들었다.
 
  "자, 말해, 후미오, 내 페니스의 맛 어땠어, 하고 말해봐."
 
  앉아서 맥주를 마시던 깡패와 불량 소녀들이 그 소리를 듣자 까르르 웃었다.
 
  "야, 우물거리지 마." 하고 다케다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그 끝으로
후미오의 허벅지 여기저기를 쿡쿡 찔렀다.
 
  "후미오 씨, 부탁이야. 이,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거역하지 마."
 
  후미오는 깜짝 놀란 듯이 고개를 돌려 미츠코 쪽을 바라보았다. 미츠코는
아름다운 눈동자 가득 눈물을 담고 후미오의 각오를 요청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후미오는 그것을 보자 눈을 꼭 감고 얼굴을 정면으로 향했다.
 
  "―저, 미, 미츠코. 나, 나의……."
 
  "똑바로 말해. 나의 뭐야."
 
  다케다와 호리가와는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웃는다.
 
  "―나의, 나의― 페니스의 맛은."
 
  와아, 하고 불량 소녀들은 어깨를 서로 안 듯이 하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미츠코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미츠코는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입술을 움직인다. 에츠코네가 미츠코에게도
압력을 가하였다.
 
  "훌, 훌륭했어요. 그러나 미츠코의……."
 
  미츠코는 갑자기 목과 얼굴이 타오르는 듯이 빨개지며 역시 우물거리고 말아버린다.
죽어도 입에 올리지 못할 것 같은 단어다.
 
  "미츠코의, 아아, 미츠코의―."
 
  이윽고 그것을 말한 미츠코는 몹시 낭패한 듯이 새빨간 얼굴을 다시 깊숙이
떨어뜨렸다.
 
  그러나 미소년과 미소녀는 이제 마약에 뇌를 다친 인간처럼 의미도 모르고
불량 소녀들이 강제로 시키는 말을 서로 입에 올린다.
 
  "당신의 XX."
 
  "미츠코의 XX."
 
  새빨간 얼굴을 서로 돌리고 그런 대화를 계속하는 어린 두 사람의 주변에
진을 친 불량 소녀와 부하들은 재미있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까악까악 소리를
지르며 웃어댄다.
 
  그리고 금세 긴코는 자, 하고 말하며 일어나 후미오 쪽으로 다가간다. 긴코의
뒤로 아케미와 마리가 따라갔다. 후미오에게 또 무슨 짓을 시작하려고 하는가
해서 미츠코는 소름이 끼쳤다.
 
  이미 뭔가의 준비가 되어 있는 듯, 부하인 다케다와 이 시야마는 벚꽃 나무
뒤에 짚으로 덮어놓았던 몽둥이 다발을 양손에 안고 후미오의 옆으로 다가갔다.
점점 공포를 느낀 미츠코가 결박된 나신으로 엉겁결에 일어섰지만 에츠코는
미츠코의 밧줄을 뒤에서 잡아당기며,
 
  "너는 여기서 구경만 하면 돼." 하고 말하며 주저앉힌다.
 
  "뭐 뭘 하려는 거야." 하고 후미오가 긴코에게 적의가 담긴 시선을 보냈지만,
음학한 희롱의 되풀이로 심한 반발은 보이지 않았다. 강하게 나가면 금세 되돌아오는
긴코의 마녀 같은 무서움이 뼈에 새겨졌는지도 모른다.
 
  "너희들이 결혼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그러나 동시에 너희들은
모리다의 상품이야."
 
  "뭐야, 어제 쇼에서의 추태는." 하고 긴코는 흥 하고 턱을 내밀며 말했다.
오늘은 야외 훈련을 해주지, 하고 말하며 긴코는 다케다네에게 눈을 깜빡였다.
 
  다케다와 이 시야마는 후미 오에게 살며시 다가가더니 갑자기 덤벼들어 좌우에서
후미오의 다리를 잡았다.
 
  "뭐, 뭐 하는 거야."
 
  후미오는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벚꽃의 굵은 가지에 연결된 후미오의
줄이 끼익끼익 소리를 냈다.
 
  다케다와 이시야마는 좌우에서 잡아당기듯이 하여 후미오의 다리를 땅속에
박은 몽둥이에까지 끌고 차 단번에 줄을 사용하여 후미오의 발목을 그것에
묶었다.
 
  후미오는 안면을 충혈 시키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갑자기 억울함이
불처럼 가슴을 치밀고 올라왔는지 어깨를 떨며 울음을 터트렸다.
 
  "어머나, 핸섬 보이, 울기 시작했어."
 
  아케미는 흐느끼고 있는 후미오의 홍조 띤 얼굴을 들여다보며 기쁜 표정이
된다.
 
  "우리는 말이야.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의 몸을 더욱 남자답게 단련시키려고
하는 거지."
 
  아케미는 맥주병의 주둥이를 가죽끈으로 묶었다.
 
  "자, 요시코."
 
  가죽끈에 묶은 맥주병은 아케미에게서 요시코에게 전해졌다 요시코는 그것을
받아들자 후미오의 겁먹은 얼굴을 고소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알겠어. 이것을 달아줄 테니 아랫배에 힘을 주고 들어올리는 거다. 금강
법의 한 가지야."
 
  요시코가 그것을 달려고 후미오의 사타구니 쪽으로 몸을 구부리자, 후미오는
낭패감을 보이며 그것을 튕겨내기라도 하듯이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다.
 
  "어, 어, 얌전히 안 있을 거야?"
 
  요시코는 좌로 우로 흔들어대는 후미오의 남근을 잡으려 애쓰며 소리쳤다.
 
  "그, 그만해, 그만해!"
 
  울상을 지으며 후미오는 소리쳤다.
 
  "시끄럽군. 이것으로 재갈을 물리고 해. 미츠코의 팬티니까 조금은 얌전해지겠지."
 
  미츠코의 핑크색 팬티로 재갈을 물리자 세상에서 가장 슬퍼 보이는 후미오를
보고 무리들은 또다시 까르르 웃었다.
 
  "그립고 그리운 미츠코의 팬티야. 그렇게 슬픈 얼굴 짓지마."
 
  긴코와 아케미는 웃으면서 요시코를 도와주기 위해 허리를 구부렸다.
 
  "후후후, 통통하니 보기 좋은 엉덩이를 가지고 있군."
 
  긴코는 후미오의 근육질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아케미는 긴코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과일이라도 쪼개듯이 후미오의 엉덩이를
잡고 양쪽으로 쫙 펼치는 것이었다.
 
  우욱 하고 핑크색 재갈 속으로 크게 신음하는 후미오는 엉덩이를 잡고있는
여자들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듯 두세 번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사내 주제에 부끄러워하지 마. 똥구멍을 마사지 해주겠다고 하잖아."
 
  "그래. 미츠코는 언니인 쿄오코와 함께 여기로 커다란 관장 기를 넣고 휘저은
적도 있어. 울지도 않고 난리 치지도 않았어."
 
  긴코와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며 후미오의 그 미묘하게 발기한 봉오리가 드러나자
당장 크림을 거칠게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지."
 
  후미오는 표현할 수 없는 음밀한 쾌감을 그곳으로 느꼈는지 반발의 기력을
잃고 뜨거운 신음만을 되풀이하였다.
 
  후미오는 긴코의 교묘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끝으로 엉덩이 깊은 곳의 음밀한
봉오리를 애무 당하자 이상한 쾌감을 느꼈는지 재갈 속에서 신음을 올리고
있었다.
 
  "자, 힘을 넣고 들어올리는 거야. 너같이 괜찮은 남자가 맥주병 하나 들어올리지
못 해선 안 되지. 내 얼굴에 픽 싸 올리던 그 격렬함은 어디 간 거야. 확실히
못할 거야?"
 
  하고 요시코는 얼굴에 당했을 때의 원한을 보복하듯이 소리쳤다.
 
  지금까지 맥주병이 매달린 채 하강하고 있던 후미오의 육봉은 철처럼 딱딱해지며
그 무게와 싸우더니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요시코는 옳지, 그렇게, 하고 완전히 냉정을 잃은 듯이 부산을 떨며 후미오에게
다시 힘을 주게 하기 위해 후미오의 경직된 육봉에 자극을 더하기 시작했다.
맥주병의 무게와 싸우며 떨고 있는 후미오의 뜨거운 남근을 가볍게 손가락
끝으로 건드리거나, 음경 아래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지자 후미오의 열기를 띤
육봉은 여자들의 희롱에 몹시 격노한 듯이 더욱 목을 쳐들었다.
 
  "봐, 아케미 언니. 후미오는 대단해. 맥주병과의 싸움은 후미오의 승리야."
 
  요시코는 큰 소리를 질렀다.
 
  "제법이잖아, 후미오. 훌륭해."
 
  "이 정도면 다음 쇼는 괜찮겠는데."
 
  이런 병 매달기도 다음 쇼에는 집어넣자, 하고 긴코는 완전히 기쁨에 들떠있었다.
 
  다음에는 이 병에 조금씩 물을 넣어 어디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지 그것도
금강 법의 하나로 쇼에 등장시키면 손님들이 분명 좋아할 거야, 하고 긴코는
말했다. 
  

 <30. 오수(汚水)속의 보석>
  
  "자, 빨리 걷지 않을 거야."
 
  여자들은 후미오와 미츠코의 엉덩이를 재미있는 듯이 쿡쿡 찌르면서 재촉하였다.
 
  후미오와 미츠코는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 채 흐느끼면서 잔디 위를 걸었지만
뒤에서 가와다가 쫓아와 줄을 잡고 가는 여자들에게 말했다.
 
  "사장님이 이 젊은 부부를 위해 스위트 홈을 증정하시겠대. 지하실로 데려가지
말고 1층 창고로 데려가."
 
  이윽고 미츠코와 후미오는 긴 복도를 지나 창고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한낮에 텅 빈 창고에 두 사람을 밀어 넣은 여자들은 뒤에 온 모리다와 다시로의
지시로 방구석에 있는 우리를 중앙으로 끌어내 왔다.
 
  철 창살의 우리는 혼자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폭, 더욱이 높이는 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 몸을 반쯤 굽히지 않으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낡은 원숭이 우리였다.
 
  가와다도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쇼 스타에게 있어서 이것은 안성맞춤인 스위트 홈이야. 이 안에서는 싫어도
서로 안고 잘 수밖에 없겠지. 서로 연기도 저절로 공부할 수 있게 될 거야."
 
  어느틈엔가 미츠코와 후미오는 몸을 딱 붙이고 있었다. 굴욕에 이를 악물고
있던 미츠코는 후미오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 작게 흐느꼈다.
 
  "후후후, 부부 사이가 좋기도 하지."
 
  아케미가 혀를 차며 놀려댔다.
 
  후미오 혼자서도 몸을 비스듬하게 하여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우리 속으로
무참하게도 미츠코까지 밀어 넣어 버리는 다시로와 여자들.
 
  "후후후, 미츠코 부인. 남편에게 듬뿍 사랑 받으시게나."
 
  에츠코가 좁은 우리 속에서 몸을 찰싹 붙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하며 철
창살의 문을 닫으려고 하자 가와다가 잠깐, 기다려, 하고 말하며 구석 쪽으로
가서 야비한 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손에 낡은 대야를 가지고 돌아왔다.
 
  "원숭이와는 달리 너희들은 교육을 받은 신사 숙녀니까 아무 데나 싸는 건
곤란하지. 이것을 공동으로 사용해."
 
  그렇게 말하고 가와다는 우리 속으로 대야를 던져 넣었다. 증오가 담긴 눈동자를
일순 가와다 쪽으로 보냈지만 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였다.
철컥 하고 문은 닫히고 긴코가 자물쇠를 채웠다.
 
  "후후후, 오늘부터 그 곳이 너희들이 살집이야.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루종일
붙어서 지낼 수 있다니 부럽군."
 
  긴코가 그렇게 말하자 아케미도 철창을 잡고 안을 들여다보면서 지껄여댔다.
 
  "그렇지만 너희들, 그저 붙들고 있기만 하면 안 돼. 쇼 스타라는 것을 잊지
말고 훈련이 없는 날이라도 여러 가지 연구를 둘이서 해봐. 그 때문에 이렇게
함께 있게 해주는 거니까."
 
  모리다가 주머니 속에서 인형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수상한 책을 꺼내 철
창살 사이로 던져 넣었다.
 
  "틈나면 그걸 둘이 읽으며 연구해봐."
 
  그리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밤에도 낮처럼 밝도록 전기는 항상 켜들 테니까. 때로는 철야로 공부할
수도 있어."
 
  후미오와 미츠코는 그런 모리다의 말장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몸을
기대고 어깨를 떨며 흐느낄 뿐이었다.
 
  여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비굴한 웃음을 입가에
띄운 오니겐이다.
 
  "여어."
 
  하고 다시로는 오니겐을 손짓해 부르며 우리 속을 가리킨다.
 
  "젊은 부부를 위해 살집을 제공해 주었어. 앞으로 조교 쪽을 잘 부탁해,
오니겐 씨."
 
  호오, 하고 오니겐은 머리를 숙이며 우리 속의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조교사가
되었을 때의 험상궂은 얼굴 표정이 되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알겠어? 교육은 저녁 여섯 시부터 열 시까지다. 실컷 쥐어짤 테니까 그렇게
알아. 나는 너희들을 완전한 프로로 만들기 위해 교육을 시키는 거다. 어제처럼
형편없는 플레이를 하면 그냥 두지 않을 테다. 게다가 내일은 중요한 손님이
오신다. 의욕을 갖고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후미오와 미츠코가 훌쩍거리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오니겐은 옆에
떨어져 있던 죽도를 들어 두 사람을 마구 찔렀다.
 
  다시로도 모리다도 평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조교하는 오니겐을 재인식한
듯이 아연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오니(귀신)라고 불릴 만큼 조교를 할 때는 대단한걸. 눈초리까지 달라지는데."
 
  모리다가 말하자 철 창살 쪽에서 시선을 떼고 죽도를 던져버린 오니겐은
평소의 희희낙락하는 멍청한 얼굴로 돌아와 있는 것이었다.
 
  "그야 내게 있어서는 이게 장사니까요. 일을 할 때는 진지하게 하지요. 그렇지만
말입니다. 이 진지함 덕분에 겨우 저 품위 높은 시즈코 부인도 이 길의 프로에
가까워졌잖습니까."
 
  라고 코를 근질거리면서 오니겐이 대꾸했다.
 
  호오, 다시로도 콧등에 주름을 지운다.
 
  오니겐은 내일 드디어 대물 앞에서 쇼를 연출하므로 오늘은 막판의 총력을
다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철저한 조교를 했다고 한다.
 
  "그 바르는 약이 효과가 있었어요. 버둥거리다가도 그 약을 바른다고 협박하면
뭐든 시키는 대로 듣거든요.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진보를 보이고 있답니다."
 
  다시로는 즐거운 듯이 듣고 있었지만,
 
  "내일은 그 부인, 일본 머리를 해서 시대극을 연기하게 된다면서?"
 
  "그렇습니다." 하고 오니겐은 온 얼굴에 주름을 지었다. 그리고
 
  "찌요 부인이 아까 호화로운 기모노와 가발을 가지고 와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뭐야, 벌써 도착했어? 시즈코 부인에 대해서는 대단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구먼."
 
  다시로도 모리다도 웃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찌요 부인에게 도움을 받아서 시즈코 부인을 전통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보았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섹시함은 물론이고 물방울이 똑똑 떨어질
듯한 미인이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오니겐의 형용에 의하면 가부키 무대에 선 배우보다도 관능적이며 아름답게
보였다고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다시로네도 여자들도 일제히 흥미를 가지며 그럼 지금부터
보러가지 않을래, 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었지만, 오니겐은 그건 내일의
즐거움으로 하라고 모두들 말리면서,
 
  "자, 마지막까지 들어요. 어쨌든 너무 아름다워서 찌요 부인과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양풍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이번에는
찌요 부인이 빌려온 뮤직 홀의 의상을 입혀보았지요. 그게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어머나, 정말 보고 싶네요." 하고 긴코는 감질난다는 얼굴 표정으로 아직도
뭔가 지껄이려고 하는 오니겐을 밀어 제치며 얼른 바깥으로 나갔다.
 
 
 
  3층의 조교 실을 연 순간 다시로네와 여자들은 앗 하고 작게 외치며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마침 조교실 중앙에 흰색과 파란색과 은색의 호화로운 깃털에 감싸인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가 서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시즈코 부인이라는 것은 이내
알았지만 그 얼마나 현란한 아름다움이었는지.
 
  순백의 긴 깃털을 매끄럽게 웨이브 진 머리 위에 끼우고, 팔꿈치까지 오는
장갑을 긴 손에는 역시 깃털로 만든 커다란 무용 부채를 들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되어 있은 시즈코 부인을 바로 옆의 의자에 앉아 황홀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찌요다. 프랑스인 스트리퍼가 입고있던 의상을 부인에게
입히고 그 변화를 흥미 본위로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트리퍼가 무대의 피날레에 입을 의상인 만큼 장대하고 화려한 색조의 깃털은
전신을 감쌀 수 있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은색으로 빛나는 비키니 팬티
같은 것을 허리에 걸치고 훌륭하게 부풀어오른 유방이며 아름다운 커브를 그리는
허리, 배꼽, 그리고 지방이 보기 좋게 붙은 허벅지, 만약 이 모습이 진짜 무용수라면
일본 제일을 갈 거라고 생각했다.
 
  찌요가 눈을 빛내고 있는 긴코네를 발견하고 입가를 일그러뜨리면서 화려한
무용수로 변한 시즈코 부인을 향해 말한다.
 
  "손님이 오셨어요. 인사하고 한바퀴 휘 돌아봐요."
 
  시즈코 부인은 아름다운 눈을 내리깐 채 깃털의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조용히 한바퀴 회전한다. 꼬리에 해당하는 거대한 몇 개의 깃털이 팔랑팔랑
흔들리면서 지켜보고 있는 긴코네의 볼을 어루만지듯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현란한 아름다움을 가진 시즈코 부인을 밤낮 쿄오코와 플레이를 시키거나
그 외 모진 고문을 시켰는가 생각하자 보석을 더러운 물에 빠트려놓았던 것
같아 후회스러웠다.
 
  오니겐은 어떻습니까, 하는 식으로 다시로와 모리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이런 미인이 춤추면서 서비스를 하게 된다면 보는 사람은 졸도할 만큼 기뻐하겠지요."
 
  확실히 그대로야, 하고 다시로는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림에서 빠져 나온
듯한 아름다운 부인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어이, 너무 놀아서 시간을 다 소비해 버렸네."
 
  오니겐은 손목시계를 보며 혀를 찼다.
 
  "밤에는 미츠코의 조교가 있어, 자, 빨리 훈련에 들어가야지."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면서 찌요와 함께 부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깃털을 한 개 한 개 뽑아 가는 것이었다. 찌요는 줄곧 이렇게 오니겐의 일을
도왔던 듯하다.
 
  "대체 지금부터 무슨 훈련이 시작되는 거야."
 
  다시로가 이 자리에서 떠나기 싫은 기분에 오니겐에게 묻자 오니겐은 헤헤헤,
하고 작게 웃으며.
 
  "과일 자르기입니다. 보통으로 자르기는 대충 가능한 것 같고요. 오늘은
잘게 자르기를 합니다. 이것을 못 하면 아직 프로라고 할 수 없죠."
 
  머리의 깃털도 뽑고 꼬리의 깃털도 뽑아 반짝거리며 빛나는 은색 비키니
팬티 한 장 차림이 된 시즈코 부인의 유연하고 뽀얀 어깨에 찌요가 손을 올린다.
 
  "자, 부인, 가요."
 
  시즈코 부인은 찌요에게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인 채 유방을 두 손으로 감싸면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오니겐이 구석에서 로프를 어깨에 걸고 가까이 다가와,
 
  "자, 연습에 들어가자." 하고 부인의 등을 가볍게 찌르자 부인은 지금까지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을 풀고 조용히 뒤로 돌리는 것이었다. 오니겐은 손에
침을 묻히며 부인의 뒤로 돌아가 부인의 양 손목을 꽁꽁 줄로 묶었다.
 
  찌요는 오니겐의 일을 돕는 것이 즐거워 견딜 수 없는 듯했다. 찌요는 부인을
묶은 줄을 천장에서 내려온 사슬에 묶고 방구석으로 가서 나무로 된 톱니바퀴를
달달거리며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슬은 팽팽해지고 시즈코 부인은 하얀
선으로 그려진 원 위에 선 채 하얀 기둥이 된 듯이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다시로, 모리다, 가와다, 그리고 긴코네, 불량 소녀 그룹이 터벅터벅 다가온다.
 
  "왠지 이대로 물러날 마음이 안 드는데 오니겐 씨가 조교 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까."
 
  다시로는 그렇게 말하며 선 채로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 앞에 털썩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보시고 싶습니까. 그럼 우선 관람료를 지불하시겠습니까. 하하하, 이건
농담입니다, 농담."
 
  오니겐은 머리에 손을 올리며 장난을 쳤다.
 
  그리고 오니겐은 다시로, 모리다, 가와다 세 명을 손짓으로 불러 시즈코
부인의 주위에 서게 했다.
 
  "내일 올 손님 역시 어차피 그런 사람들일 테니까요. 당신들 세 사람이 그
손님이 되었다 생각하고 마음대로 이 스타를 놀리기도 하고 꼬시기도 해보시죠.
그것에 대해 하나하나 대답할 수 없으면 이 길의 프로라고 할 수 없겠지요.
그것이 끝난 후 오니겐 류의 굉장한 조교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며 옆의 탁자 위에 놓여있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잘
익은 노란 과일을 몇 개 꺼내 부인의 발 밑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취객에게 시비를 당할 때 쇼 스타로서 그것을 능숙하게 막으면서도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방법 등을 오니겐은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시즈코 부인에게
달라붙는 손님, 요컨대 다시로, 모리다, 가와다의 손에 글라스를 들려주며
위스키를 부어주는 것이다.
 
  "어머나, 여자 나이는 묻는 게 아니에요."
 
  시즈코 부인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요염한 시선으로 다시로를 보면서 말했다.
 
  다시로가 일부러 점잖 빼는 말투를 만들어 부인의 나이를 물었던 것이다.
 
  "아아, 좋은 냄새. 못 참겠어."
 
  모리다가 뒤에서 부인의 유백색 어깨에서부터 매끄러운 목덜미에 걸쳐 개처럼
냄새를 맡으며 얼굴을 문질렀다.
 
  부인은 그 간지러움에 눈썹을 찡그렸지만 앞쪽에서는 가와다가,
 
  "야, 너, 이런 멋있는 몸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뒤로 묶여 있는 거야.
뭔가, 나쁜 일이라도 해서 벌을 받고 있는 거겠지."
 
  "네, 전 남자를 유혹하고 싶어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요. 혼자 있을 때는
특히 외로워서 저절로 손이……."
 
  부인은 오니겐에 채찍질을 당하며 배운 말을 생각해내면서 필사적으로 거기에
대응하고 있었다. 이마에는 땀이 흥건하였다.
 
  "그, 그래서 저의 주인이 양손의 자유를 묶어버렸어요."
 
  "그런가. 그래서 이렇게 반짝거리는 것을 허리에 둘렀다 이 말이군."
 
  가와다는 다시로의 얼굴을 보고 미소지으면서 귓가에 입을 바싹 갖다대고
작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여자에게 아주 흥미가 많아. 한번 전부 보여주지 않겠어."
 
  가와다는 몇 번이나 이 조교 실에 찾아와서 오니겐에게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대화는 부인상대로 몇 번이나 연습을
한 것이었다. 요컨대 내일 과일 자르기 쇼가 열리는 오프닝으로 가와다가 취객을
가장하고 스테이지 위에 선 부인에게 시비를 걸게 되어 있었다. 이런 것을
오니겐은 구경꾼 석에 앉아 키득키득 웃고있는 긴코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가와다 씨, 아주 머리가 좋아. 확실히 이건 손님들에게 반응이 있을 것
같아."
 
  긴코는 반짝거리는 눈을 무대의 가와다와 시즈코 부인에게 향하면서 끄덕였다.
 
  "어때, 이런 것 큰맘 먹고 벗어버려."
 
  가와다는 반짝이는 은색 천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하는 것이었다.
 
  "싫어요, 싫어요, 그런―."
 
  부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을 때, 오니겐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더 기분을 내어서 엉덩이를 비비꼬며 말하는 거야."
 
  시즈코 부인은 예, 하고 희미하게 끄덕이며 가와다의 시선에 아름다운 눈동자를
맞추면서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싫어, 싫어요. 그런 건― 아니 되옵니다."
 
  "어째 서지. 나같이 느낌이 나쁜 손님에게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건가"
 
  "그, 그런 게 아니에요. 이따가 제가 찾아 뵙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그때
마음껏 보시면 될 게 아닙니까."
 
  "기다릴 수 없어. 자, 부탁해."
 
  가와다의 모노드라마가 된 분위기에 다시로와 모리다는 수줍은 듯이 얼굴을
마주보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한 모금 피우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괜찮지."
 
  "―그렇지만 한 가지, 약속해주세요. 장난은 치지 않겠다고."
 
  "응, 약속하지."
 
  "그럼 약속의 키스. 부탁해요."
 
  부인은 눈을 살포시 감고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열렬한 가와다의 키스를 받은 부인은 입술을 데자 수줍은 듯한 시선을 가와다에게
보내면서,
 
  "모든 것을 맡기겠어요. 마음대로 하세요."
 
  부인은 수줍은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가와다에 게서 시선을 돌린다.
 
  가와다는 몸을 구부려 더듬더듬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기로 가득찬 가와다의 눈을 아프도록 전신에 느끼며 동시에 몸 속을 달리는
오한에 부인은 눈을 내리 감았지만, 다음을 계속하지 않으면 저 무서운 오니겐이
무엇으로 괴롭힐지 모른다.
 
  부인은 살짝 눈을 떴다. 가와다 뿐만이 아니라 다시로와 모리다까지 구부리고
앉아 눈을 갖다 대고 뭔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남자들은 이렇게 집요하게 탐구하고 싶어하는 걸까 부인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문득 그런 기분이 든 시즈코 부인이 슬픈 눈동자를 옆으로 돌렸지만 그때
오니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뭘 꾸물거리는 거야. 약을 가져올까."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온 시즈코 부인은 다시 가와다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싫어, 싫어용…… 그렇게 보시지 마세요―."
 
  가와다네는 슬며시 손을 뻗쳐온다. 깜짝 놀라며 허리를 뺀 부인은 슬픈 시선으로
세 남자를 향해 싫어요, 싫어요 하고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안 돼요, 안 돼요. 장난은 하시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랬었지, 하고 가와다가 엷은 미소를 띄우며 일어서서 부인의 등뒤로 돌아가더니,
 
  "내 직업은 말이야. 유방 주무르기, 마사지, 라고 간판을 내걸고 있는데
이를테면 안마지. 무진장 잘 듣는다고 세상의 부인들에게 호평이 자자해. 확실히
보여준 대가로 마사지를 해줄게."
 
  "비, 비겁해요."
 
  "어때, 봐, 잘 듣지."
 
  시즈코 부인은 이를 악물며 가와다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연, 연극이잖아요. 안 돼요, 그런 짓을 하면. 떨어지세요, 네, 가와다 씨."
 
  오니겐과 히죽거리며 바라보는 구경꾼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재빨리
부인은 말했지만,
 
  "연극하는데 분위기 좀 살리려고 그런 다. 쫑알거리지 말고 연극이나 계속하지
않으면 오니겐이 화를 낼걸."
 
  아아, 하고 시즈코 부인은 하얀 목덜미를 보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까닭
모를 안타까움이 몸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자, 계속해봐, 하고 가와다는 조그맣게 입술을 벌리고 뜨거운 숨을 토하는
부인의 귓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자, 나는 여자의 육체라고 하는 것에 관해 지금 연구 중인데 부인에게 물어볼
게 있어. 여기는 뭐라고 하는 곳이지."
 
  부인이 하얀 이를 보이며 헉헉거리고 있기만 한 것을 본 오니겐이 소리친다.
 
  "어이, 손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거야."
 
  부인은 입술을 떨며 말한다.
 
  "그, 그것은― 가, 가슴."
 
  "그럼, 이것은."
 
  "배, 배꼽."
 
  시즈코 부인은 웨이브가 진 검은머리를 흔들며 신음하듯 말했다.
 
  모리다를 대신해서 다시로가 부인 앞에 허리를 구부렸다.
 
  "오, 뭐든지 다 아는군. 그럼 여기는 뭐지."
 
  시즈코 부인은 일순 몸을 파르르 떨며 눈썹을 찡그렸다.
 
  "자, 가르쳐 줘 봐. 또렷하고 큰 소리로."
 
  "여자인, 여자인 내게 그런 곳을, 입으로 말하게 하시다니. 너무해요."
 
  시즈코 부인은 겨우 거기까지 말하고 상기된 얼굴을 들어 오니겐 쪽을 보았다.
오니겐과 가와다에게 구경꾼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배운 것은 여기까지이다.
 
  그 다음 오니겐이 다가오면 대역을 하던 가와다는 구경꾼 석으로 돌아가고
오니겐이 대신해서 그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내가 대치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부인은 더욱 추악한 재주를 보여주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니겐은 고의인지 정말 알 수 없었지만 느닷없이 일어나,
 
  "갑자기 배가 아파 오네. 미안하지만 잠깐 이 자리를 이어줘." 하고 가와다에게
말하는 것이다.
 
  좋았어, 맡겨둬, 하고 가와다는 히죽거리면서,
 
  "자, 우리들과 호흡을 맞춰 대답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약을 발라주겠다."
 
  사장님, 계속해서 하십시오, 하고 가와다가 말하자,
 
  "어떡하든 물어야겠다. 자, 똑똑히 말해봐."
 
  "그, 그 곳은 여자로서 죽어도 입에 올릴 수 없는 부분입니다."
 
  시즈코 부인은 흐느껴 울고있었다.
 
  "그렇다면 더욱 들어 봐야겠는걸." 하고 모리다도 다시로의 옆에 몸을 구부리고
흐느껴 우는 시즈코 부인을 올려다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알겠어? 그것은 도야마 다카요시의 아내, 시즈코, 26세의 무르익은 무엇
무엇입니다, 하고 확실히 말한다. 이 이상 번거롭게 하면 예의 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시즈코 부인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어깨를 떨며 오열한다.
 
  가와다는 부인의 귓가에 입을 가져간다.
 
  "쓸데없는 일로 번거롭게 하지 마. 이 다음에는 잘게 자르기의 조교가 있어서
너는 바쁜 몸이야. 자, 빨리 하지 않겠어."
 
  이제 한탄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부인은 눈물을 떨쳐버리듯이
두세 번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정면으로 향했다. 맑은 눈동자는 비 온 뒤의
월광 같은 빛을 보였다. 그것은 부인의 이 지옥에서 살아 나가고자 하는 뚜렷한
결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가와다 씨, 건방진 소리를 해서."
 
  갑자가 다시 태어난 듯이 눈물을 닦고 난 부인의 태도에 가와다는 오히려
움찔했다.
 
  "옳지, 그런 식으로 순수하게 나오니 우리도 좋잖아."
 
  "나는 이제 인간이 아닙니다. 오늘을 기해서 나는 사고방식을 확실히 바꾸겠어요."
 
  "잘 생각했어요. 부인."
 
  아까부터 가까이 있는 의자에 앉아 가와다와 부인이 하는 짓을 바라보고
있던 찌요가 몸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요. 나도 빨리 부인이 그런 마음이 되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제 부인은 도야마 가와는 물론 세상과도 영원히 이별을 하신 겁니다. 모리다파의
여러분에게 귀염받으며 일생을 보낼 것을 생각하면 그것으로 된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찌요는 부인의 눈가에 묻어 있는 눈물 방울을 손수건으로
찍어냈다.
 
  "그럼, 부인, 사장님과 부하들이 바라는 것, 말해주겠어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어요."
 
  그러면, 하고 모리다가 반쯤은 시즈코 부인의 그런 결심을 테스트할 생각으로
물었다.
 
  "부인, 대체 이건 뭐라고 하는 거지."
 
 
 
  "도야마 다카요시의 아내, 시즈코, 26세의―."
 
  시즈코 부인은 뭔가 먼 곳이라도 바라다보는 듯이 슬픈 눈동자를 가늘게
뜨면서 입술을 열었다.
 
  "엇? 어떻게 된 거야. 단숨에 말해버려, 속이 시원해질 거야."
 
  과연 말을 꺼내기 힘들어 우물거리는 시즈코 부인에 대해 가와다는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아아―."
 
  시즈코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들리지 않아. 더 큰 소리로."
 
  모리다가 머리칼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입니다."
 
  시즈코 부인은 유백 색의 목덜미까지 타들 듯이 빨갛게 물들이며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그 순간 실내가 흔들리는 듯한 요염한 색기가 부인의 몸 전체에서
발산되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와르르 박수를 쳤다.
 
  가와다는 들떠서,
 
  "그럼 한번 더 똑똑히 말해봐. 이것은 시즈코의 무엇입니다, 하고."
 
  "부인은 가와다의 리드에 따르듯 젖은 눈동자로 가와다를 바라보며 콧소리를
냈다.
 
  "흥, 심술쟁이. 여자에게 그렇게 몇 번이나 부끄러운 말을 시키는 게 아니에요.
다 알면서―."
 
  그것을 보고 있던 오니겐은 소리내어 웃었다. 드디어 시즈코 부인이 이쪽이
일일이 강요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대와 색기를 뿌리며 대화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니겐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지성과 교양으로 넘치는 대재벌의 아름다운 부인이었던 만큼 확실히 오니겐은
고생을 했지만, 그 노력이 이윽고 보답을 받았다는 기분이었다.
 
  "자, 슬슬 훈련에 들어갈까."
 
  오니겐은 이때다 생각하고 일어났다.
 
  어느 틈에 가까이 다가온 오니겐을 발견한 부인은 발 밑에 아까부터 구부린
채, 만지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며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말한다.
 
  "자, 이제 장난은 그만하세요. 이제부터 아주 재미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두 악마에게 시즈코 부인은 부드러운 종이에 감싸는 듯한 어조로 조용히
말하였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뭔가 미련이 남는 듯 일어서서 그 주위에 흩어진 과일을
주워 모은다.
 
  모리다는 양손에 든 과일을 부인의 눈앞에 들이밀며,
 
  "이것을 사용한 쇼야. 어때 우리에게 시켜주지 않겠어."
 
  긴코와 아케미는 시즈코 부인이 그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 응수할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시즈코 부인은 잠깐 모리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퍼뜩
다시 마음을 가다듬은 듯이 요염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오니겐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을 시간이에요. 그러니, 이것이
끝난 후예요. 괜찮지요, 좀 기다리셔도."
 
  모리다는 꿀꺽 침을 삼켰다. 명확하게 관능미를 풍기고 있다.
 
  "좋아, 그럼 어딘가 조용한 방을 준비 해두겠어. 사장님과 가와다네 셋이서
한번 더 천천히 재주를 가르쳐줄 거야. 내게도 약속 대신 키스를 해줘."
 
  "헤헤헤, 즐거운 시간 중에 죄송합니다만 슬슬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요."
 
  오니겐은 모리다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웃었다.
 
  모리다, 가와다. 다시로 세 사람이 물러나자 오니겐과 그 조수를 자청하는
찌요가 대신해서 시즈코 부인의 양쪽에 섰다.
 
  "드디어 개막이야."
 
  긴코와 아케미가 몸을 내밀며 말했다.
 
  찌요는 호호호 하고 긴코네 쪽으로 웃어 보이며,
 
  "일단 이 쇼에도 예의와 작법이라는 것이 있는 거야."
 
  그리고 찌요는 흩어진 과일을 쟁반 위에 쌓아올렸다.
 
  "먼저 연기자, 자신에게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 가운데서 골라봐요."라고
하면서 시즈코 부인의 얼굴 앞으로 그것을 들이밀었다.
 
  "자, 부인, 마음대로 고르세요. 이것으로 하겠어요, 아니면 이것?"
 
  찌요는 한 개씩 부인의 코앞에 갖다대며 물었다.
 
  시즈코 부인은 자칫하면 터질 것 같은 굴욕의 통곡을 간신히 참고있었다.
그리고 일종의 처참한 냉담함을 얼굴에 나타내며,
 
  "오니겐 선생님에게 맡기겠어요."
 
  시즈코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씩 하고 금니를 보이며 웃는 찌요를 가련한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피도 얼어붙을 지옥의 재주를 대중이
보는 앞에서 선보여야 하는 자신에 대해 더욱 끈적거리며 희롱을 계속하는
이 여자는 과연 인간인가.
 
  오니겐은 찌요가 고른 과일을 주위에 몰려 앉은 손님, 즉 다시로네와 긴코네에게
보이며 한바퀴를 돌았다.
 
  "부인이 직접 고른 것입니다. 일단 확인해 주십시오."
 
  한편, 찌요는,
 
  "그럼 부인, 준비를 하겠습니다."
 
  "과연, 그건 원활하게 일이 진행된다고 하는 것이군."
 
  모리다가 글라스를 입으로 가져가며 킬킬 웃어댄다.
 
  이 재주를 시작하기 전의 예의로서 연기자는 조수에 대해 그 노고를 감사하고
조수가 일을 하기 좋도록 포즈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찌요는 묘하게
말끔한 표정을 하고,
 
  "자, 부인, 정법대로 부탁합니다." 하고 부인의 협력을 재촉하였다.
 
  "잘 부탁합니다."
 
  시즈코 부인은 오니겐에게 배운 대로 낮게 머리를 숙이며 말하였다.
 
  찌요의 손에서 크림 병을 받아든 오니겐은 부인의 등뒤로 돌아가 철썩 하고
부인의 볼륨 있는 엉덩이를 때리며,
 
  "오늘은 잘게 자르기를 한 후에 색다른 재주를 가르쳐 주겠다. 양날 동시
자르기라고 하는 것이다. 요컨대 앞과 뒤에서 공격해오는 적을 동시에 물리친다고
하는 것인데 나의 신발명이야. 단지 이것은 어지간한 실력을 가진 여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점에 있어 너는 안성맞춤이야. 오늘은 여러분이 오신
가운데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
 
  찌요는 주머니에서 비닐로 된 커다란 보자기를 꺼내 몸을 구부리며 발을
좀 들어요, 하고 부인의 발 아래로 그것을 정성스럽게 깔았다.
 
  그 동안 오니겐은 시즈코 부인 앞에 서서 작은 소리로 의논을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행하는 쇼에 관해 오니겐은 세세한 부분을 지시하며 다짐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완전히 이런 종류의 재주꾼으로 개안한 시즈코 부인은 지시하는
오니겐의 손놀림을 유심히 바라보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지."
 
  "―예."
 
  부인은 가련할 정도로 유순하게 끄덕이며 오니겐을 올려다보았지만, 역시
희미하게 남아있는 자의식 탓인지 뺨을 붉게 물들이며 머뭇거리면서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럼, 시작한다." 하고 오니겐이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상류 사회의 귀부인이 몸도 마음도 새롭게 태어나 대 열연을 해주신다.
이것은 기념 촬영을 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하고 다시로는 8밀리 비디오
카메라를 가져오라고 가와다에게 말했다.
 
  이윽고 8밀리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 든 가와다가 이노우에와 둘이서 돌아와
적당한 위치에 진을 친다.
 
  라이트의 위치가 정해진 것을 보자 부인의 발 밑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던
오니겐이 일어나 부인의 어깨를 찔렀다.
 
  "자, 시작해, 모여주신 손님들께 인사하고."
 
  오니겐은 연기자에게 자신의 입으로 개막을 선언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시즈코 부인은 한동안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가다듬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듯했지만, 이윽고 미련을 떨친 듯이 눈을 뜬다. 그 얼굴에는 슬픔의 빛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 여자로서 이 쇼를 훌륭하게 끝내야지 하는 결의의 빛조차 엿보였다.
빛나는 미모에 관능적인 보조개까지 겸비한 부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보잘것없는 재주입니다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 부디 사양하지 마시고 더 시즈코의 옆으로 다가와 주십시오."
 
  시즈코 부인은 오니겐에게 재촉을 받으며 다음 대사에 들어갔다.
 
  "손님에게 한마디 부탁 말씀드립니다. 지금부터 쇼를 보시는 가운데 웃으시거나
소리를 지르시는 건 자유입니다만, 아낌없는 박수도 부탁드립니다."
 
  부인의 말이 끝나자 구경꾼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명가에서 태어나 자란 시즈코 부인의 삶은 달걀 같은 매끄러운 피부와 그
옆에 서 있는 오니겐의 전신에 문신을 한 검붉은 피부와의 기묘한 대조가 보는
자에게 웃음이 나게 만들었다.
 
  주위의 박수 소리가 그치자 시즈코 부인은 옆에 선 오니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그럼, 선생님, 부탁합니다." 하고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작게 머리를 숙였다.
 
  요컨대 그것이 이 재주를 연기하기 전의 예절이라든가 정법이 되어 있은
것이다. 오니겐은 일단 바나나를 부인의 눈앞으로 가져가 그 끝을 부인의 입으로
자르게 하였다. 요컨대 부인은 자신에게 향한 칼날을 자신의 입으로 자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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