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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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계단 입구에서 다시로와 모리다가 기다리고 있으니 요시코와 에츠코
그리고 이노우에들이 후미오와 미츠코를 끌고 계단을 올라왔다.
"밀실 쪽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세키구치 일가와 구마자와파의 젊은
무리들도 이미 모였고요. 자 갑시다."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였다.
"자 가자."
밧줄 자락을 잡은 요시코와 에츠코에게 등을 찔려 푹 고꾸라지듯이 비틀비틀
걷는 후미오와 미츠코. 이제부터 어디로 끌려가 어떤 행위를 연기해야 하는지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공포와 굴욕의 오열에 허덕이며 몸을 앞으로 구부려
차가운 돌 위를 맨발로 걷는 후미오와 미츠코를 다시로와 모리다는 이따금
뒤돌아보며 비웃었다.
"아침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잔뜩 먹였고 정력을 강하게 하는 주사도 엉덩이에
놓아주었습니다, 사장님."
미츠코의 포승 자락을 쥔 에츠코는 다시로의 얼굴을 보며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는다.
게다가 이 미소년과 미소녀는 전신 미용도 받은 듯했다. 후미오의 머리는
좋은 냄새가 나는 포마드를 발라 옆가리마를 하고 있었고, 미츠코의 검고 반지르르한
머리도 곱슬곱슬하게 손질되어 보라색의 새 헤어 밴드가 매어져 있었다.
이윽고 이 미소년과 미소녀를 둘러싼 한 떼는 정원 깊숙이 있는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 밀실을 향했다.
밀실의 문이 열리자 후텁지근한 사람들의 훈김, 세키구치 일가와 구마자와파의
젊은 무리들이 십여 명. 평소부터 사이좋게 거래를 하고있는 사람들인 만큼
이것저것 이야기가 활기를 띠며 서로 술잔이 오갔다. 풍로 위에 커다란 냄비를
걸고 고기를 푹 끓이는 일, 술 냄새, 담배 연기 등등으로 실내는 몹시 뜨거운
열기로 충만 되어 있다.
다시로들이 후미오와 미츠코를 데리고 들어오자 무리들은 갑자기 말소리를
멈추고 일제히 그 젊은 쇼 스타에 시선을 집중했다.
"히야, 이거 기가 막히군. 굉장히 어린 스타군."
깡패들의 술에 취한 눈은 번쩍번쩍 이상하게 빛난다.
공포 때문에 어깨와 무릎을 벌벌 떨며 도살장으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송아지같이
몸이 굳어버린 후미오와 미츠코에게
"뭐하는 거야. 여러분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빨리 걸어 가."
에츠코와 요시코는 두 젊은이의 등을 떠밀었다.
후미오와 미츠코가 섬뜩했던 것은 발 디딜 곳도 없을 만큼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깡패들이 아니었다. 그 속에 있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무대였다. 주변에는
조명 기재가 어마어마하게 배치되어 스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길을 좀 열어주십시오. 미안합니다."
에츠코와 요시코는 심하게 울부짖으면서 새빨개진 얼굴을 숙이고 있는 미츠코와
후미오를 내몰 듯이 무대 바로 앞에 있는 단, 즉 언젠가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동시에 고문을 당하던 고문 대이자 시즈코와 후미오의 사이즈를 재던 무서운
단 위에 다시 세워 얼마 안 되는 간격으로 박혀있는 통나무에 바싹바싹 묶었다.
야쿠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두 젊은이의 전신을 정면에서 찬찬히 보고있었다.
단 위에 올라 선 에츠코는 가슴을 펴고 남자들에게 말했다.
"이 아가씨는 미츠코라고 하는데 금년에 겨우 열 여덟 살이 되었어요. 유기리
여고의 재원으로 장래 희망은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이었지만, 심경의 변화로
모리다 조직의 영화 스타를 지망하게 됐지요."
그리고 다음은 눈을 후미오 쪽으로 향했다.
"이쪽도 아직 학생이지요. 영화배우 못지 않은 핸섬 보이지요."
"그럼 여러분."
모리다는 밀실 안을 꽉 메운 세키구치 일가와 구마자와파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형님들에게 보여드릴 쇼는 보시는 바와 같이 정말 순 풋내기,
정말로 오늘이 첫 경험인 두 젊은이가 연기를 하는 만큼 여러 가지로 매끄럽지
않을 겁니다. 그저 여러 가지 모양 사나운 점은 있겠지만 그것이 또한 재미겠지요.
그럼 한가지."
"괜찮으니 빨리 하라고."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헤헤헤, 서두르면 일을 망치게 되죠."
그렇게 말하며 오니겐이 구석에서 스테타로와 함께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스테타로는 겨드랑이에 절구를 끼고 있었다. 오니겐이 시키자 나무공이를
쥐고 절구 속에 있는 것을 열심히 갈기 시작했다. 그런 이상한 모습을 오니겐이
설명했다.
"참마와 여러 가지 약초를 섞어 이 두 젊은이를 위한 약을 만드는 겁니다.
이것을 바르면 너무너무 가려워서 참을 수 없게 됩니다. 그 가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죠. 헤헤헤 아시겠죠."
오니겐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야쿠자들의 얼굴을 살폈다.
스테타로는 열심히 절구 속의 참마 즙을 뭉그대고 있었는데, 때를 기다리던
요시코와 에츠코가 각각 그릇을 가지고 와 듬뿍 덜었다. 요시코는 후미오 옆으로
에츠코는 미츠코 옆으로 다가갔다.
에츠코는 그릇에 담긴 것을 손가락으로 푹 찍어냈고, 요시코는 허리를 굽혀
미츠코의 그 부드러운 숲을 손끝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핑크 색의 가련한 화육을 만지작거리던 에츠코는 심술이 난 것처럼 손가락으로
퍼 올린 이상한 것을 발라 문지르려 한다.
"뭐, 뭐 하는 거야. 그만둬, 싫어, 아아― 후미오."
미츠코는 마침내 소리 높여 울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이 짐승들아!"
후미오도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요시코는 후미오의 거기를
갑자기 쥐더니 가볍게 잡아당기듯 하여 단단해지기 시작하자 점액을 발랐다.
발버둥쳐 보았지만 후미오도 자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피할 수가 없었다.
약효는 곧 그 위력을 발휘했다. 미츠코도 후미오도 자꾸만 발을 움찔움찔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우웃 아아―."
미츠코는 고슬고슬해진 머리를 좌우로 흔들다 뒤로 젖히며 흐느껴 운다.
"우웃 시 싫어."
미츠코는 신음하듯이 소리를 질렀고 자꾸만 어깨를 좌우로 흔들어 댔는데,
야쿠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걸작이라며 웃고, 좀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까이
했다.
에츠코와 요시코는 킬킬 웃으며 이마에 진땀을 홀리며 몸부림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도련님이나 아가씨 모두 참을 수 없게 된 것 같군. 언제까지나 그대로 둔다면
미쳐버릴지도 모르니 슬슬 시작해줄게. 연인의 고통을 풀어주고 자신도 고통에서
해방된다. 어떤 식으로 해야 좋을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겠지."
무대 위에 오른 미소년과 미소녀는 서로 얼굴을 외면하고 몸을 벌벌 떨고있었다.
오니겐은 몸을 구부리고 심하게 울고있는 미츠코의 어깨를 뒤에서 안 듯이
잡았다. 미리 의논한 대로 스테타로는 후미오의 어깨를 난폭하게 잡았다. 무대
주위에는 야쿠자들이 빙 둘러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호호호 부인의 기분은 어때?"
찌요는 다시 유리의 펌프를 아주 조금만 누르고 시즈코 부인의 표정을 즐기듯
바라보았다.
"우웃 앗 아아―."
시즈코 부인은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리며 이를 악물고 매끈한 목덜미를 뒤로
잔뜩 젖혔다.
이자와는 입맛을 다시며 앉더니 찌요의 손놀림을 흉내내어 펌프를 한번 누른다.
"앗, 아아."
시즈코 부인은 다시 눈썹을 찡그리고 아름다운 얼굴을 다다미에 문질렀다.
이자와가 "그럼 한 번 더― 이건 덤이다."라고 말하면서 유리 펌프를 다시
한번 누르려 하자,
"안 돼요, 선생. 그렇게 한번에 집어넣으면 안 돼. 조금씩 시간을 두고 놉시다."
라며 아케미가 웃으면서 제지했다.
"자 다음은 가와다 씨."
긴코가 말하자 가와다가 이자와와 바꾼다.
찌요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즈코 부인의 머리 옆으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양손으로 흐느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의 뺨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부인의
머리를 얹었다.
"호호호 부인,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군요. 그렇게 기분이 좋은가요."
시즈코 부인은 계속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떨었다.
"앗― 아아― 우."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얼굴은 찌요의 무릎 위에서 싫어 싫어하며 좌우로
흔들렸다.
찌요가 담배를 찾기 시작하자 이자와가 주머니에서 굵은 여송연을 꺼냈다.
"이게 좋겠지."
"그렇군."
찌요는 그것을 받아들고 한쪽 끝을 이로 깨물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두세 모금 연기를 뿜으며 여송연을 피우더니,
"자 부인."
찌요는 여송연을 부인의 입에 물리려 했지만 시즈코 부인은 고개를 흔들어
그것을 피했다.
"그쪽 입으로 못 피운다면 이쪽에서 피우게 하지."
가와다의 말에 시즈코 부인은 깜짝 놀란 듯이
"과 관둬, 시 싫어!"
"호호호, 그렇다면 입에 딱 물려줄게."
시즈코 부인은 목메어 울면서 입을 조금 벌려 찌요가 밀어 넣는 여송연을
물고 말았다.
"사교계의 꽃이던 부인이 담배 정도 못 피워서야 말이 되나, 입으로 빨아서
코로 내뿜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
긴코와 아케미는 여송연을 문 시즈코 부인의 뺨을 좌우에서 쿡쿡 찌르며
웃었는데, 시즈코 부인은 심한 연기에 숨이 막혀 여송연을 입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마침내 이 악마들은 다시 시작한다며 술잔을 내려놓고 여송연을 끄고 유리관의
펌프를 눌렀다.
시즈코 부인은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미끈한 목덜미를 몇 번이고 뒤로
젖히며 몸부림을 계속했다. 눈을 꼭 감고 이 지옥 같은 고문을 이를 악물고
참고있는 시즈코 부인은 이 혐오스러운 시간이 빨리 끝나도록 마음속으로 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장 기의 액체가 전부 주입되지 않은 사이에도 부인의
하복부가 뭉글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아름다운
얼굴을 다다미에 자꾸만 문질러댔다.
"어때 부인. 정원의 장미꽃의 비료를 내보내겠어? 아니면 20cc정도 몸 속에
더 넣어줄까?"
긴코는 낄낄대며 세면기 속의 용액을 다시 관장 기에 담고있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에 다시 용액을 집어넣으려 하는 귀신같은 가와다와 긴코.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어버린 시즈코 부인이지만 괴롭히는 일에 지칠 줄 모르는 악마들의
얼굴을 증오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라, 또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네. 안 되지. 부인은 그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어째서 귀엽게 웃는 얼굴을 보이지 못하나?"
"아, 부탁해요. 더 이상은 싫어요."
시즈코 부인은 당황하여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충분하다는 군. 그럼 지금까지 충분히 즐겁게 해준 걸 감사하며 찌요
부인에게 용기의 사용을 부탁해 봐요."
그리고 긴코와 아케미는 오욕으로 흐느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감사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부인의 배는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라 뱃속에서 소리가 나네. 우물쭈물하다가는 흘려버리게 되니 빨리빨리
말하라고."
시즈코 부인은 눈물을 삼키는 비통한 표정이 되어 옆에 앉아 있는 찌요에게
눈을 돌렸다.
"찌 찌요 부인, 시 시즈코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너무나도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시즈코 부인이 그렇게 말하자 찌요는 금니를 내보이며 웃으면서
"그래, 그것 참 잘 됐군. 부인." 하며 눈물로 빛나는 부인의 검은 눈을 즐기듯
바라보았다.
"시즈코, 이제부터 더러운 것을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만 부디 웃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시즈코 부인은 긴코가 가르쳐준 대로 우물거리며 말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돌리고 울기 시작했다.
"웃는다고요? 부인이 정원의 아름다운 장미를 위해 정성껏 비료를 만들어
주신다는 데, 나도 도와드릴게요."
찌요는 양철 변기를 들어 부인에게 들이댔다. 양철의 차가운 감촉에 부인은
깜짝 몸을 떨었다. 심장은 몹시 두근거리고 귀뿌리까지 새빨갛게 되었다.
"이자와 선생, 가와다 씨. 좀더 가까이 오셔서 자세히 봐주세요. 냄새가
좀 나는 것은 참으셔야……."
"뭘 꾸물거리는 거야. 어서 시작하지 않을래?"
"부 부탁입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싫어요."
"뭐라고. 아직도 사치스러운 말을 지껄이는군. 어이 아케미, 그것 좀 빌려줘."
가와다는 아케미의 손에 있는 관장 기를 빼앗았다.
"기 기다려요. 할게요. 할 테니까 더 이상 그것만은 싫어, 싫어요."
시즈코 부인은 완전히 포기한 듯이 매끈한 허벅지를 벌렸다.
"호호호, 자아 부인. 뒷일은 걱정 말고 어서 시작해 보시지요."
시즈코 부인은 더 이상 한마디도 못하고 처참하기만 한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렸다.
"우―와 두 덩이 째가 나왔다."
긴코는 손뼉을 치며 깔깔 웃었다. 시즈코 부인은 불량 소녀들의 조소도 이미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가끔 빛을 잃은 공허한 눈동자를 무척 슬픈 듯이
가늘게 뜨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으잉 세 덩이 째다 꽤나 쌓아 두었었군."
가와다가 웃었다.
"하지만 역시 부잣집 귀부인답군. 큰 소리를 내며 할 줄 알았는데 한 덩이
한 덩이를 아주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잘도 떨어뜨리는군. 난 정말 감탄했다고."
아케미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는데 갑자기 가와다의 뇌리에 자선 파티에서의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올랐다.
고급 차의 백미러를 통해 본 시즈코 부인의 기품이 넘치는 아름다움. 고급스러운
오글 비단에 검은 문장이 박힌 예복을 갖춰 입고, 싱싱하고 매끈한 머리를
보기 좋게 말아 올리고, 잔잔한 검은 눈동자, 고귀한 느낌이 드는 콧날, 갸름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눈처럼 희었고 온몸에 고상한 향기를 풍기던 귀부인이었다.
자선 파티 등에서는 물론 사교계의 꽃으로 여러 명사들로부터 대접을 받았고,
일본을 방문한 외국의 영화배우들과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여 담소하던 도야마
시즈코 부인. 그런 그녀가 지금은 눈앞에서 불량 소녀들에게 잔인한 고문을
당하고 조소 속에서 점점 괴로워하고 있다. 가와다는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긴코와 아케미가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시즈코 부인의 뺨을
쿡쿡 찌르며 깔깔대고 있다.
"어때 부인. 기분이 상쾌하지? 하지만 이제 됐어. 걱정할 필요 없어. 쑥쑥
잘 나오고 계시니까."
시즈코 부인은 눈을 살짝 감은 채 한숨을 쉬고 있을 뿐 더 이상 오열할 기력도
없는 것 같았다.
"어이 부인. 훌륭한 일을 했다고 하는데 잠자코 있으면 실례가 아닐까? 뒤처리까지
친절하게 해주신 건 찌요 부인이야. 제대로 인사해야하지 않을까."
시즈코 부인은 이미 완전히 의지를 잃은 인간처럼 긴코가 가르쳐준 대로
찌요에게 시선을 주며
"찌요 부인,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시즈코가 이런 멋진 기분이 된 건 처음이에요."라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고개를 푹 떨구고 내던져진 두 다리를 오므리려 하자 긴코는
부인의 눈앞에 양철통을 내밀었다. 시즈코 부인이 얼굴을 옆으로 휙 돌려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애써 외면하자 긴코와 아케미는 못된 눈초리로,
"부인, 얼굴을 돌릴 거 없잖아. 자기 몸에서 나온 거 아니야? 자, 잘 보라고."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부인의 턱을 손으로 잡고 얼굴을 통으로 향하게 했다.
찌요는 그리로 눈을 향하는 부인을 보면서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양철통 속의
것을 함께 쳐다보았다.
"꽤나 건강한 색 아닙니까. 게다가 물기도 약간 있네. 호호호."
아케미가 커다란 접시와 포크를 가져왔다.
"도야마 가에 갖고 갈 거니까 이 접시에 보기 좋게 잘 담아요. 하지만 그건
부인이 직접 해주셔야겠어요."
과연 그렇다며 긴코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케미가 접시와 포크를 부인에게
내밀었다.
"자 부인. 이 접시에 예쁘게 담아주세요."
몸도 마음도 모두 엉망이 되어버린 시즈코 부인의 손에 접시와 포크가 억지로
전달됐다.
긴코와 아케미가 어깨와 등을 쿡쿡 찌르자 시즈코 부인은 작게 흐느껴 울면서
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쥐고 그 속의 것을 퍼 올리려 했다. 찌요는 긴코, 아케미와
얼굴을 마주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마구 웃어댔다.
그때 갑자기 장지문을 열고 다시로와 모리다가 들어왔다.
"뭐야, 이런 데 있었어? 여기저기 얼마나 찾았는데."
모리다는 가오다와 긴코를 보며 말한다.
"벌써 후미오와 미츠코의 쇼가 시작됐어, 손님들은 좋아서 난리야."
그걸 듣자 긴코와 아케미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를 부르지 않았어요? 두목.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여기저기 너희들을 찾았다고 하지 않아."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문득 양철통 앞에서 정신없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은요, 두목."
아케미가 웃으면서 모리다와 다시로에게 그 동안의 일을 얘기했다.
모리다의 설명에 의하면 후미오와 미츠코의 쇼는 둘 다 신선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닌 스타이고, 게다가 양쪽 모두 첫 경험인 만큼 관객을 깜짝 놀라게도 했고,
기획으로서는 대성공이었으며 값있는 영화도 완성되었는데 겨우 십 오 분 짜리
한 권을 만든 게 고작이고 두 번째 영화 촬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아마추어의 슬픔으로 오니겐과 스테타로의 리드로 그런 걸 가르치는데도
후미오 자식 맥을 못 추잖아."
그 말을 듣자 긴코와 아케미도 웃음을 터뜨리고
"그건 무리예요. 쇼의 남자 역할을 완전히 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 한기간이
필요해요."
쿄오코는 그렇게 말하고
"그럼 미츠코 쪽은?"
"아니 미츠코도 잘못 생각했어. 하여튼 출혈이 너무 심해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하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긴코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로써 두 사람은 완전히 맺어진 것이지."
"그렇지, 미츠코는 모두에게 축복 받으며 멋지게 여자가 됐지."
모리다가 곤란하다고 하는 것은 결국 후미오도 미츠코도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쇼를 속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렇다면 손님들이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니, 여기서 우선 시즈코 부인이나 쿄오코를 출연시켜
시간을 때우지 않으면 수습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시로는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시즈코 부인을 힐끔 보았다.
"쿄오코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어요?"
긴코가 묻자, 모리다는 다시 괴로운 얼굴을 하고
"그게 아직 요시자와와 한참 플레이를 하는 중인 것 같지."
긴코와 아케미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랐다.
"끈질긴 사람이라고는 들었지만 아직도 하고 있다니 놀랍군요."
"어쨌든 요시자와로서는 사랑하는 만큼 미움이 백 배는 될 쿄오코에게 뼈까지
저릴 만큼 해주고 있겠지."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긴코가 부어준 술을 입을 쑥 내밀고 빨아들인다.
긴코는 바닥에 얼굴을 대고 계속 흐느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의 옆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어 부인. 사정이 이렇게 됐어. 피곤할 테지만 한번 더 게이코와 플레이해
주지 않을래, 미안하다."
"그, 그것은 약속이 틀립니다. 긴코 씨, 제발."
시즈코 부인은 금세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꾹 참으며 필사적인 눈으로
긴코를 올려다보았다.
"긴코 언니, 잠깐만."이라며 아케미가 긴코를 구석으로 불렀다. 뭔가 좋은
생각이 있냐고 다시로, 모리다와 가와다가 아케미를 둘러쌓다. 아케미는 웃음을
머금고 시즈코 부인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말한다.
"게이코와 플레이시키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어요."
"뭐, 도대체 그게 뭔데?"
가와다는 모리다와 눈을 주고받으며 묻는다.
"어쨌든 미츠코는 경사스럽게도 후미오와 결혼했고, 미츠코의 언니 쿄오코도
요시자와 씨와 굳게 맺어졌지요. 그렇다면 시즈코 부인도 착실한 신랑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알겠죠. 오니겐 씨가 데려온 스테타로라는
바보."
그 말을 듣자 다시로와 모리다는 과연 그렇다고 수긍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찌요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기분이 좋아졌다.
"백치 남자와 결혼시켜 그 남자의 아이를 만들게 한다 훌륭한 방법 아니야?"
찌요는 들뜬 기분으로 그렇게 말했다. 다시로와 모리다도 찬성했다. 긴코와
아케미는 양철통 옆에서 움츠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 곁으로 돌아왔다.
"후후후 부인. 소원대로 쿄오코와 플레이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지."
시즈코 부인의 눈물 젖은 표정에 잠시 안도의 빛이 지나갔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이 지독한 여자들이 지금부터 어떤 일을 자신에게 강요할 것인지 또
다른 공포가 가슴에 복받쳐왔다.
"긴코 씨, 버릇없는 말이지만, 난 이미 몸 속이, 부탁이에요. 너무 거친
일은 하지 말……."
시즈코 부인은 애원하듯이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레 긴코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럼 좋아. 하지만 질질 짜고 우물쭈물해서는 안 돼. 대 스타답게 여러
가지로 손님에게 얘기도 걸고 해서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려야지, 알겠어?"
그 다음 일은 저쪽에 가면 알게된다며 긴코와 아케미는 일부러 스테타로의
일은 말하지 않고,
"자아, 갑시다 부인." 하며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케미가 잠깐 기다리라며 불러 세워,
"손님들에게 어떤 식으로 애교를 떠는지 여기서 잠깐 리허설을 하고 가지,
긴코 언니."라고 말하는 동안 다시로와 모리다는 서로 얼굴로 사인을 주고받더니
일어났다.
"그럼 우리는 준비를 해둘 테니까 가능한 한 빨리 데리고 와."라고 긴코들에게
말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럼 모처럼 쇼에 출연하는 부인을 나도 뒤에서 응원하겠어."라고 찌요가
신났다고 떠든다.
"그럽시다. 많은 손님 앞에서 이 부인이 어떤 식으로 야하게 연기할지."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고 긴코와 함께 시즈코 부인의 양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27. 낙화무잔>
지하실 계단 입구에서 다시로와 모리다가 기다리고 있으니 요시코와 에츠코
그리고 이노우에들이 후미오와 미츠코를 끌고 계단을 올라왔다.
"밀실 쪽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세키구치 일가와 구마자와파의 젊은
무리들도 이미 모였고요. 자 갑시다."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였다.
"자 가자."
밧줄 자락을 잡은 요시코와 에츠코에게 등을 찔려 푹 고꾸라지듯이 비틀비틀
걷는 후미오와 미츠코. 이제부터 어디로 끌려가 어떤 행위를 연기해야 하는지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공포와 굴욕의 오열에 허덕이며 몸을 앞으로 구부려
차가운 돌 위를 맨발로 걷는 후미오와 미츠코를 다시로와 모리다는 이따금
뒤돌아보며 비웃었다.
"아침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잔뜩 먹였고 정력을 강하게 하는 주사도 엉덩이에
놓아주었습니다, 사장님."
미츠코의 포승 자락을 쥔 에츠코는 다시로의 얼굴을 보며 그렇게 말하고
빙긋 웃는다.
게다가 이 미소년과 미소녀는 전신 미용도 받은 듯했다. 후미오의 머리는
좋은 냄새가 나는 포마드를 발라 옆가리마를 하고 있었고, 미츠코의 검고 반지르르한
머리도 곱슬곱슬하게 손질되어 보라색의 새 헤어 밴드가 매어져 있었다.
이윽고 이 미소년과 미소녀를 둘러싼 한 떼는 정원 깊숙이 있는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 밀실을 향했다.
밀실의 문이 열리자 후텁지근한 사람들의 훈김, 세키구치 일가와 구마자와파의
젊은 무리들이 십여 명. 평소부터 사이좋게 거래를 하고있는 사람들인 만큼
이것저것 이야기가 활기를 띠며 서로 술잔이 오갔다. 풍로 위에 커다란 냄비를
걸고 고기를 푹 끓이는 일, 술 냄새, 담배 연기 등등으로 실내는 몹시 뜨거운
열기로 충만 되어 있다.
다시로들이 후미오와 미츠코를 데리고 들어오자 무리들은 갑자기 말소리를
멈추고 일제히 그 젊은 쇼 스타에 시선을 집중했다.
"히야, 이거 기가 막히군. 굉장히 어린 스타군."
깡패들의 술에 취한 눈은 번쩍번쩍 이상하게 빛난다.
공포 때문에 어깨와 무릎을 벌벌 떨며 도살장으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송아지같이
몸이 굳어버린 후미오와 미츠코에게
"뭐하는 거야. 여러분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빨리빨리 걸어 가."
에츠코와 요시코는 두 젊은이의 등을 떠밀었다.
후미오와 미츠코가 섬뜩했던 것은 발 디딜 곳도 없을 만큼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깡패들이 아니었다. 그 속에 있는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낸 무대였다. 주변에는
조명 기재가 어마어마하게 배치되어 스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길을 좀 열어주십시오. 미안합니다."
에츠코와 요시코는 심하게 울부짖으면서 새빨개진 얼굴을 숙이고 있는 미츠코와
후미오를 내몰 듯이 무대 바로 앞에 있는 단, 즉 언젠가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가
동시에 고문을 당하던 고문 대이자 시즈코와 후미오의 사이즈를 재던 무서운
단 위에 다시 세워 얼마 안 되는 간격으로 박혀있는 통나무에 바싹바싹 묶었다.
야쿠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두 젊은이의 전신을 정면에서 찬찬히 보고있었다.
단 위에 올라 선 에츠코는 가슴을 펴고 남자들에게 말했다.
"이 아가씨는 미츠코라고 하는데 금년에 겨우 열 여덟 살이 되었어요. 유기리
여고의 재원으로 장래 희망은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이었지만, 심경의 변화로
모리다 조직의 영화 스타를 지망하게 됐지요."
그리고 다음은 눈을 후미오 쪽으로 향했다.
"이쪽도 아직 학생이지요. 영화배우 못지 않은 핸섬 보이지요."
"그럼 여러분."
모리다는 밀실 안을 꽉 메운 세키구치 일가와 구마자와파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형님들에게 보여드릴 쇼는 보시는 바와 같이 정말 순 풋내기,
정말로 오늘이 첫 경험인 두 젊은이가 연기를 하는 만큼 여러 가지로 매끄럽지
않을 겁니다. 그저 여러 가지 모양 사나운 점은 있겠지만 그것이 또한 재미겠지요.
그럼 한가지."
"괜찮으니 빨리 하라고."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헤헤헤, 서두르면 일을 망치게 되죠."
그렇게 말하며 오니겐이 구석에서 스테타로와 함께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스테타로는 겨드랑이에 절구를 끼고 있었다. 오니겐이 시키자 나무공이를
쥐고 절구 속에 있는 것을 열심히 갈기 시작했다. 그런 이상한 모습을 오니겐이
설명했다.
"참마와 여러 가지 약초를 섞어 이 두 젊은이를 위한 약을 만드는 겁니다.
이것을 바르면 너무너무 가려워서 참을 수 없게 됩니다. 그 가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죠. 헤헤헤 아시겠죠."
오니겐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야쿠자들의 얼굴을 살폈다.
스테타로는 열심히 절구 속의 참마 즙을 뭉그대고 있었는데, 때를 기다리던
요시코와 에츠코가 각각 그릇을 가지고 와 듬뿍 덜었다. 요시코는 후미오 옆으로
에츠코는 미츠코 옆으로 다가갔다.
에츠코는 그릇에 담긴 것을 손가락으로 푹 찍어냈고, 요시코는 허리를 굽혀
미츠코의 그 부드러운 숲을 손끝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핑크 색의 가련한 화육을 만지작거리던 에츠코는 심술이 난 것처럼 손가락으로
퍼 올린 이상한 것을 발라 문지르려 한다.
"뭐, 뭐 하는 거야. 그만둬, 싫어, 아아― 후미오."
미츠코는 마침내 소리 높여 울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이 짐승들아!"
후미오도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요시코는 후미오의 거기를
갑자기 쥐더니 가볍게 잡아당기듯 하여 단단해지기 시작하자 점액을 발랐다.
발버둥쳐 보았지만 후미오도 자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피할 수가 없었다.
약효는 곧 그 위력을 발휘했다. 미츠코도 후미오도 자꾸만 발을 움찔움찔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우웃 아아―."
미츠코는 고슬고슬해진 머리를 좌우로 흔들다 뒤로 젖히며 흐느껴 운다.
"우웃 시 싫어."
미츠코는 신음하듯이 소리를 질렀고 자꾸만 어깨를 좌우로 흔들어 댔는데,
야쿠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걸작이라며 웃고, 좀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까이
했다.
에츠코와 요시코는 킬킬 웃으며 이마에 진땀을 홀리며 몸부림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도련님이나 아가씨 모두 참을 수 없게 된 것 같군. 언제까지나 그대로 둔다면
미쳐버릴지도 모르니 슬슬 시작해줄게. 연인의 고통을 풀어주고 자신도 고통에서
해방된다. 어떤 식으로 해야 좋을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겠지."
무대 위에 오른 미소년과 미소녀는 서로 얼굴을 외면하고 몸을 벌벌 떨고있었다.
오니겐은 몸을 구부리고 심하게 울고있는 미츠코의 어깨를 뒤에서 안 듯이
잡았다. 미리 의논한 대로 스테타로는 후미오의 어깨를 난폭하게 잡았다. 무대
주위에는 야쿠자들이 빙 둘러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호호호 부인의 기분은 어때?"
찌요는 다시 유리의 펌프를 아주 조금만 누르고 시즈코 부인의 표정을 즐기듯
바라보았다.
"우웃 앗 아아―."
시즈코 부인은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리며 이를 악물고 매끈한 목덜미를 뒤로
잔뜩 젖혔다.
이자와는 입맛을 다시며 앉더니 찌요의 손놀림을 흉내내어 펌프를 한번 누른다.
"앗, 아아."
시즈코 부인은 다시 눈썹을 찡그리고 아름다운 얼굴을 다다미에 문질렀다.
이자와가 "그럼 한 번 더― 이건 덤이다."라고 말하면서 유리 펌프를 다시
한번 누르려 하자,
"안 돼요, 선생. 그렇게 한번에 집어넣으면 안 돼. 조금씩 시간을 두고 놉시다."
라며 아케미가 웃으면서 제지했다.
"자 다음은 가와다 씨."
긴코가 말하자 가와다가 이자와와 바꾼다.
찌요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즈코 부인의 머리 옆으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양손으로 흐느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의 뺨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부인의
머리를 얹었다.
"호호호 부인,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군요. 그렇게 기분이 좋은가요."
시즈코 부인은 계속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떨었다.
"앗― 아아― 우."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얼굴은 찌요의 무릎 위에서 싫어 싫어하며 좌우로
흔들렸다.
찌요가 담배를 찾기 시작하자 이자와가 주머니에서 굵은 여송연을 꺼냈다.
"이게 좋겠지."
"그렇군."
찌요는 그것을 받아들고 한쪽 끝을 이로 깨물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두세 모금 연기를 뿜으며 여송연을 피우더니,
"자 부인."
찌요는 여송연을 부인의 입에 물리려 했지만 시즈코 부인은 고개를 흔들어
그것을 피했다.
"그쪽 입으로 못 피운다면 이쪽에서 피우게 하지."
가와다의 말에 시즈코 부인은 깜짝 놀란 듯이
"과 관둬, 시 싫어!"
"호호호, 그렇다면 입에 딱 물려줄게."
시즈코 부인은 목메어 울면서 입을 조금 벌려 찌요가 밀어 넣는 여송연을
물고 말았다.
"사교계의 꽃이던 부인이 담배 정도 못 피워서야 말이 되나, 입으로 빨아서
코로 내뿜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요."
긴코와 아케미는 여송연을 문 시즈코 부인의 뺨을 좌우에서 쿡쿡 찌르며
웃었는데, 시즈코 부인은 심한 연기에 숨이 막혀 여송연을 입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마침내 이 악마들은 다시 시작한다며 술잔을 내려놓고 여송연을 끄고 유리관의
펌프를 눌렀다.
시즈코 부인은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미끈한 목덜미를 몇 번이고 뒤로
젖히며 몸부림을 계속했다. 눈을 꼭 감고 이 지옥 같은 고문을 이를 악물고
참고있는 시즈코 부인은 이 혐오스러운 시간이 빨리 끝나도록 마음속으로 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장 기의 액체가 전부 주입되지 않은 사이에도 부인의
하복부가 뭉글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아름다운
얼굴을 다다미에 자꾸만 문질러댔다.
"어때 부인. 정원의 장미꽃의 비료를 내보내겠어? 아니면 20cc정도 몸 속에
더 넣어줄까?"
긴코는 낄낄대며 세면기 속의 용액을 다시 관장 기에 담고있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몸에 다시 용액을 집어넣으려 하는 귀신같은 가와다와 긴코.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어버린 시즈코 부인이지만 괴롭히는 일에 지칠 줄 모르는 악마들의
얼굴을 증오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라, 또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네. 안 되지. 부인은 그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어째서 귀엽게 웃는 얼굴을 보이지 못하나?"
"아, 부탁해요. 더 이상은 싫어요."
시즈코 부인은 당황하여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충분하다는 군. 그럼 지금까지 충분히 즐겁게 해준 걸 감사하며 찌요
부인에게 용기의 사용을 부탁해 봐요."
그리고 긴코와 아케미는 오욕으로 흐느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감사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부인의 배는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라 뱃속에서 소리가 나네. 우물쭈물하다가는 흘려버리게 되니 빨리빨리
말하라고."
시즈코 부인은 눈물을 삼키는 비통한 표정이 되어 옆에 앉아 있는 찌요에게
눈을 돌렸다.
"찌 찌요 부인, 시 시즈코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너무나도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시즈코 부인이 그렇게 말하자 찌요는 금니를 내보이며 웃으면서
"그래, 그것 참 잘 됐군. 부인." 하며 눈물로 빛나는 부인의 검은 눈을 즐기듯
바라보았다.
"시즈코, 이제부터 더러운 것을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만 부디 웃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시즈코 부인은 긴코가 가르쳐준 대로 우물거리며 말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돌리고 울기 시작했다.
"웃는다고요? 부인이 정원의 아름다운 장미를 위해 정성껏 비료를 만들어
주신다는 데, 나도 도와드릴게요."
찌요는 양철 변기를 들어 부인에게 들이댔다. 양철의 차가운 감촉에 부인은
깜짝 몸을 떨었다. 심장은 몹시 두근거리고 귀뿌리까지 새빨갛게 되었다.
"이자와 선생, 가와다 씨. 좀더 가까이 오셔서 자세히 봐주세요. 냄새가
좀 나는 것은 참으셔야……."
"뭘 꾸물거리는 거야. 어서 시작하지 않을래?"
"부 부탁입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싫어요."
"뭐라고. 아직도 사치스러운 말을 지껄이는군. 어이 아케미, 그것 좀 빌려줘."
가와다는 아케미의 손에 있는 관장 기를 빼앗았다.
"기 기다려요. 할게요. 할 테니까 더 이상 그것만은 싫어, 싫어요."
시즈코 부인은 완전히 포기한 듯이 매끈한 허벅지를 벌렸다.
"호호호, 자아 부인. 뒷일은 걱정 말고 어서 시작해 보시지요."
시즈코 부인은 더 이상 한마디도 못하고 처참하기만 한 아름다운 얼굴을
찡그렸다.
"우―와 두 덩이 째가 나왔다."
긴코는 손뼉을 치며 깔깔 웃었다. 시즈코 부인은 불량 소녀들의 조소도 이미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가끔 빛을 잃은 공허한 눈동자를 무척 슬픈 듯이
가늘게 뜨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으잉 세 덩이 째다 꽤나 쌓아 두었었군."
가와다가 웃었다.
"하지만 역시 부잣집 귀부인답군. 큰 소리를 내며 할 줄 알았는데 한 덩이
한 덩이를 아주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잘도 떨어뜨리는군. 난 정말 감탄했다고."
아케미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는데 갑자기 가와다의 뇌리에 자선 파티에서의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올랐다.
고급 차의 백미러를 통해 본 시즈코 부인의 기품이 넘치는 아름다움. 고급스러운
오글 비단에 검은 문장이 박힌 예복을 갖춰 입고, 싱싱하고 매끈한 머리를
보기 좋게 말아 올리고, 잔잔한 검은 눈동자, 고귀한 느낌이 드는 콧날, 갸름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눈처럼 희었고 온몸에 고상한 향기를 풍기던 귀부인이었다.
자선 파티 등에서는 물론 사교계의 꽃으로 여러 명사들로부터 대접을 받았고,
일본을 방문한 외국의 영화배우들과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여 담소하던 도야마
시즈코 부인. 그런 그녀가 지금은 눈앞에서 불량 소녀들에게 잔인한 고문을
당하고 조소 속에서 점점 괴로워하고 있다. 가와다는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긴코와 아케미가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시즈코 부인의 뺨을
쿡쿡 찌르며 깔깔대고 있다.
"어때 부인. 기분이 상쾌하지? 하지만 이제 됐어. 걱정할 필요 없어. 쑥쑥
잘 나오고 계시니까."
시즈코 부인은 눈을 살짝 감은 채 한숨을 쉬고 있을 뿐 더 이상 오열할 기력도
없는 것 같았다.
"어이 부인. 훌륭한 일을 했다고 하는데 잠자코 있으면 실례가 아닐까? 뒤처리까지
친절하게 해주신 건 찌요 부인이야. 제대로 인사해야하지 않을까."
시즈코 부인은 이미 완전히 의지를 잃은 인간처럼 긴코가 가르쳐준 대로
찌요에게 시선을 주며
"찌요 부인,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시즈코가 이런 멋진 기분이 된 건 처음이에요."라고
말했다.
시즈코 부인이 고개를 푹 떨구고 내던져진 두 다리를 오므리려 하자 긴코는
부인의 눈앞에 양철통을 내밀었다. 시즈코 부인이 얼굴을 옆으로 휙 돌려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애써 외면하자 긴코와 아케미는 못된 눈초리로,
"부인, 얼굴을 돌릴 거 없잖아. 자기 몸에서 나온 거 아니야? 자, 잘 보라고."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부인의 턱을 손으로 잡고 얼굴을 통으로 향하게 했다.
찌요는 그리로 눈을 향하는 부인을 보면서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양철통 속의
것을 함께 쳐다보았다.
"꽤나 건강한 색 아닙니까. 게다가 물기도 약간 있네. 호호호."
아케미가 커다란 접시와 포크를 가져왔다.
"도야마 가에 갖고 갈 거니까 이 접시에 보기 좋게 잘 담아요. 하지만 그건
부인이 직접 해주셔야겠어요."
과연 그렇다며 긴코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케미가 접시와 포크를 부인에게
내밀었다.
"자 부인. 이 접시에 예쁘게 담아주세요."
몸도 마음도 모두 엉망이 되어버린 시즈코 부인의 손에 접시와 포크가 억지로
전달됐다.
긴코와 아케미가 어깨와 등을 쿡쿡 찌르자 시즈코 부인은 작게 흐느껴 울면서
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쥐고 그 속의 것을 퍼 올리려 했다. 찌요는 긴코, 아케미와
얼굴을 마주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마구 웃어댔다.
그때 갑자기 장지문을 열고 다시로와 모리다가 들어왔다.
"뭐야, 이런 데 있었어? 여기저기 얼마나 찾았는데."
모리다는 가오다와 긴코를 보며 말한다.
"벌써 후미오와 미츠코의 쇼가 시작됐어, 손님들은 좋아서 난리야."
그걸 듣자 긴코와 아케미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를 부르지 않았어요? 두목.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여기저기 너희들을 찾았다고 하지 않아."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문득 양철통 앞에서 정신없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은요, 두목."
아케미가 웃으면서 모리다와 다시로에게 그 동안의 일을 얘기했다.
모리다의 설명에 의하면 후미오와 미츠코의 쇼는 둘 다 신선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닌 스타이고, 게다가 양쪽 모두 첫 경험인 만큼 관객을 깜짝 놀라게도 했고,
기획으로서는 대성공이었으며 값있는 영화도 완성되었는데 겨우 십 오 분 짜리
한 권을 만든 게 고작이고 두 번째 영화 촬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아마추어의 슬픔으로 오니겐과 스테타로의 리드로 그런 걸 가르치는데도
후미오 자식 맥을 못 추잖아."
그 말을 듣자 긴코와 아케미도 웃음을 터뜨리고
"그건 무리예요. 쇼의 남자 역할을 완전히 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 한기간이
필요해요."
쿄오코는 그렇게 말하고
"그럼 미츠코 쪽은?"
"아니 미츠코도 잘못 생각했어. 하여튼 출혈이 너무 심해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하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긴코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로써 두 사람은 완전히 맺어진 것이지."
"그렇지, 미츠코는 모두에게 축복 받으며 멋지게 여자가 됐지."
모리다가 곤란하다고 하는 것은 결국 후미오도 미츠코도 그런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쇼를 속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그렇다면 손님들이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니, 여기서 우선 시즈코 부인이나 쿄오코를 출연시켜
시간을 때우지 않으면 수습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시로는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시즈코 부인을 힐끔 보았다.
"쿄오코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어요?"
긴코가 묻자, 모리다는 다시 괴로운 얼굴을 하고
"그게 아직 요시자와와 한참 플레이를 하는 중인 것 같지."
긴코와 아케미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랐다.
"끈질긴 사람이라고는 들었지만 아직도 하고 있다니 놀랍군요."
"어쨌든 요시자와로서는 사랑하는 만큼 미움이 백 배는 될 쿄오코에게 뼈까지
저릴 만큼 해주고 있겠지."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고 긴코가 부어준 술을 입을 쑥 내밀고 빨아들인다.
긴코는 바닥에 얼굴을 대고 계속 흐느껴 울고있는 시즈코 부인의 옆에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어 부인. 사정이 이렇게 됐어. 피곤할 테지만 한번 더 게이코와 플레이해
주지 않을래, 미안하다."
"그, 그것은 약속이 틀립니다. 긴코 씨, 제발."
시즈코 부인은 금세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꾹 참으며 필사적인 눈으로
긴코를 올려다보았다.
"긴코 언니, 잠깐만."이라며 아케미가 긴코를 구석으로 불렀다. 뭔가 좋은
생각이 있냐고 다시로, 모리다와 가와다가 아케미를 둘러쌓다. 아케미는 웃음을
머금고 시즈코 부인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말한다.
"게이코와 플레이시키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어요."
"뭐, 도대체 그게 뭔데?"
가와다는 모리다와 눈을 주고받으며 묻는다.
"어쨌든 미츠코는 경사스럽게도 후미오와 결혼했고, 미츠코의 언니 쿄오코도
요시자와 씨와 굳게 맺어졌지요. 그렇다면 시즈코 부인도 착실한 신랑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알겠죠. 오니겐 씨가 데려온 스테타로라는
바보."
그 말을 듣자 다시로와 모리다는 과연 그렇다고 수긍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찌요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기분이 좋아졌다.
"백치 남자와 결혼시켜 그 남자의 아이를 만들게 한다 훌륭한 방법 아니야?"
찌요는 들뜬 기분으로 그렇게 말했다. 다시로와 모리다도 찬성했다. 긴코와
아케미는 양철통 옆에서 움츠리고 있는 시즈코 부인 곁으로 돌아왔다.
"후후후 부인. 소원대로 쿄오코와 플레이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지."
시즈코 부인의 눈물 젖은 표정에 잠시 안도의 빛이 지나갔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이 지독한 여자들이 지금부터 어떤 일을 자신에게 강요할 것인지 또
다른 공포가 가슴에 복받쳐왔다.
"긴코 씨, 버릇없는 말이지만, 난 이미 몸 속이, 부탁이에요. 너무 거친
일은 하지 말……."
시즈코 부인은 애원하듯이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레 긴코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럼 좋아. 하지만 질질 짜고 우물쭈물해서는 안 돼. 대 스타답게 여러
가지로 손님에게 얘기도 걸고 해서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려야지, 알겠어?"
그 다음 일은 저쪽에 가면 알게된다며 긴코와 아케미는 일부러 스테타로의
일은 말하지 않고,
"자아, 갑시다 부인." 하며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케미가 잠깐 기다리라며 불러 세워,
"손님들에게 어떤 식으로 애교를 떠는지 여기서 잠깐 리허설을 하고 가지,
긴코 언니."라고 말하는 동안 다시로와 모리다는 서로 얼굴로 사인을 주고받더니
일어났다.
"그럼 우리는 준비를 해둘 테니까 가능한 한 빨리 데리고 와."라고 긴코들에게
말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럼 모처럼 쇼에 출연하는 부인을 나도 뒤에서 응원하겠어."라고 찌요가
신났다고 떠든다.
"그럽시다. 많은 손님 앞에서 이 부인이 어떤 식으로 야하게 연기할지."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고 긴코와 함께 시즈코 부인의 양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28. 미녀 조교>
아름다운 것에 대한 선망과 증오가 격해져 그것이 가학적 심리로 이행하는
것일 것이다. 요시코와 에츠코는 폭학의 폭풍에 몸도 마음도 무참하게 짓밟혀
울고있는 미츠코와 후미오에게 여전히 야유를 퍼부었다.
억울함과 수치 사이를 떠돌면서 비참하게 당하여 매트에 머리를 박고 울고있는
미츠코와 후미오. 그러나 요시코와 에츠코는 기뻐하며,
"그렇게 징징거릴 것 없잖아. 두 사람 다 이것으로 소원이 이루어진 거 아냐.
서로 웃어보는 게 어때." 하면서 요시코는 미츠코의 하얀 어깨를 흔들었다.
"이제 이것으로 너희들은 엄연한 부부가 된 거야. 앞으로는 호흡이 딱딱
맞는 부부 콤비로서 좋은 활약을 해야 해."
요시코와 에츠코는 얼굴을 마주보면서 웃었다.
"그렇지만 곤란한데, 이 도련님은."
후미오는 짐승처럼 신음하며 몸을 움츠리는 것이었다.
카메라맨을 하고있던 이노우에가 혀를 차며 말한다.
"한 통을 다 찍기 전에 그로기가 되다니 형편없는 스타잖아. 어이, 앞으로
네 통을 오늘 중에 촬영할 예정이야. 제대로 해."
이노우에는 몸을 움츠리고 있는 후미오의 허리깨를 발로 찼다. 다시로가
웃으면서 그것을 말린다.
"뭐,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대하지 마. 어쨌거나 이 두 사람으로 보면 오늘이
처음이잖아 미츠코에게도 상당히 쇼크였을 거야. 시트 위를 봐."
시트에는 가련하고 아름다운 꽃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구경하던 야쿠자들이 그것으로 끝낼 리가 없었다.
"뭐야, 모리다파 쇼는 이걸로 끝낼 거야."
"사람을 달궈놓고 이제 와서 막을 내리는 건 너무하잖아." 하고 무리들의
항의가 들끓었다.
"자, 조용히―." 하고 모리다는 좌중을 안정시켰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야마모토 후지코와 아라타마
미치요를 섞은 것 같은 대단한 미인을 등장시키겠습니다."
모리다가 그렇게 말하자 좌중은 다시 조용해졌다.
"실은 그녀는 미모와 교양을 겸비한 어느 대가의 부인입니다. 관서의 이와자키
두목님이 오셨을 때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준비했었는데 이 두 사람의
쇼가 이렇게 어중간하게 끝나서 사죄하는 뜻으로 출연시키고자 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소, 하고 야쿠자들의 환성이 터졌다.
그때 밀실의 도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긴코와 아케미가 시즈코
부인을 이끌고 들어온 것이다.
"이야―, 상당한 미인인데."
야쿠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크게 떴다.
늘씬한 키에 한창 무르익은 몸매의 시즈코 부인이 그 하얀 피부에 밧줄을
감고 깡패들에게 등과 엉덩이를 밀리며 빼곡하게 차 있는 야비한 남자들 속을
지나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단상 위로 올라간 시즈코 부인은 매트 위에서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자신을 보는 미츠코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자, 꾸물거리지 말고, 그 기둥에 기대어 서."
긴코는 무자비하게 부인의 등을 떠밀었다.
단상 위에 두 개 있는 기둥 가운데 하나를 등에 지고 선 시즈코 부인은 빽빽이
모여있는 야쿠자들을 향해 똑바로 섰다.
긴코는 야쿠자들이 일제히 쏟아 붓는 시선을 재미있다는 듯이 보며 말했다.
"호호호, 거시기의 털이 좀 옅어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겠지요. 처음에는요,
대가의 젊은 부인답게 당당했어요. 그래서 너무 건방진 태도를 취하기에 깨끗이
해줬죠. 그랬지요, 부인."
긴코는 즐거운 듯이 그런 말을 하며 시즈코 부인의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이었다.
"자, 빨리, 쇼를 계속해."
"정면에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죄야."
남자들이 슬슬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긴코는 오니겐을 손짓으로 불러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을 중심으로 의논을
한다.
"바나나 자르기를 시키고, 그 다음에 손님들의 손으로 거웃 해지기 시작한
부분을 원래대로 깎게 하는 것은 어때."
"안 돼. 오늘 손님은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야."
"그럼, 비장의 무기를 쓰는 거야. 스테타로와 이 부인이 조를 짜는 거야."
스테타로와 조를 짠다. 드디어 추락할 곳까지 추락했다고 하는 절망감이
시즈코 부인의 가슴 가득 북받쳐왔다. 한 방울의 눈물이 부인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떨어졌을 때 밀실 문 쪽이 갑자기 웅성거리며 시끄러워졌다.
"어, 요시자와잖아"
관객석으로 되어 있은 장소의 한 구석에서 찌요와 술을 마시고 있던 다시로가
벌떡 일어났다.
요시자와가 히죽거리며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뒤로 부하인 호리가와의 등에
업혀서 들어온 것은 쿄오코였다.
요시자와는 모리다와 가와다에게로 와서 구경꾼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오늘은 손님이 모이는 날이잖아요. 내 여자라고 해서 이런 날에 독점하고
있는 것은 뭣한 것 같아서."
"과연, 너로 봐서는 대단한 배려구나."
모리다와 가와다는 호리가와의 등에서 쿄오코를 안아서 내렸다.
광택 나는 쿄오코의 피부에는 검은 밧줄이 몇 가닥 여전히 매섭게 결박된
채이지만 하룻밤, 요시자와의 집요한 색 고문을 당해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던지
여기까지 업혀서 왔던 것이다.
"자, 가자."
모리다가 쿄오코의 줄을 잡자 쿄오코는 후들거리며 일어서서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걷기 시작했다.
"자, 일단 단상 위로 올라간다."
모리다에게 등을 떠밀린 쿄오코. 문득 매트 위에서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훌쩍이는 미츠코를 발견한다.
"아, 미츠코."
쿄오코는 엉겁결에 소리치며 달려가려 한다.
"어이, 함부로 움직이지 마."
모리타가 힘껏 줄을 잡아당기자 가와다와 요시자와가 돌려세운다.
"미츠코! 미츠코!"
쿄오코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매트 위에 엎드려 울고있는 미츠코와 후미오. 지금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쿄오코도 상상할 수 있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웠을까. 쿄오코는 그것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하였다.
자, 얼른 걸어가, 하고 요시자와는 쿄오코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단상 위에 올라가는 쿄오코. 그 위에 기둥에 묶인
시즈코 부인을 보고 깜짝 놀라 멈춰 선다. 부인이 여기로 끌려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쿄오코는 이 밀실 안에서 미츠코와 후미오가 받고있는 무서운 고문을 중지시키기
위해 자신이 두 사람 대신 어떤 고문이라도 받겠다고 요시자와에게 애원하여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 걸음 앞서 시즈코 부인도 끌려와 노리개가
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부인!"
쿄오코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시즈코 부인을 바라보았다.
"쿄오코 양."
시즈코 부인도 눈물에 젖은 눈동자로 쿄오코를 보며 목 메인 소리로 불렀다.
"후후후, 오랜만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분위기군."
긴코가 단상 위로 올라와서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교하듯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자, 쿄오코. 이리와."
긴코와 요시자와는 쿄오코를 밀어 세우며 부인이 묶여 있는 옆 기둥에 쿄오코의
등을 밀며 다른 밧줄을 사용하여 꽁꽁 묶었다. 요시자와가 쿄오코의 발목에도
밧줄을 묶고 한숨을 돌렸다는 듯 일어나 입을 삐죽거리며 쿄오코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헤헤헤, 싫다느니 억울하다느니 소리지르면서 어젯밤은 그게 뭐야. 너,
어떤 얼굴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어."
쿄오코는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었다.
"의외로 너, 밝히는구나. 아냐, 그것보다도 어때, 요시자와 씨의 테크닉이
대단했던 거 아냐."
가와다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둘 다 어젯밤은 각자 즐거운 경험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지쳤겠지만 오늘은
두 사람. 오랜만의 대면이야. 맘껏 해보라고."
"긴코는 쿄오코의 턱을 잡고 얼굴을 비틀어 올리며 구경하고 있는 야쿠자들
쪽으로 향했다.
"어때요, 여러분 이쪽도 미인이지요. 쿄오코라고 하는데요. 원래 어느 사립
탐정 국의 여비서였는데 이 모리다파의 내정을 조사하러 왔다가 운 좋게 걸려서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인 격이 되었지요. 동생인 미츠코와 함께 우리 쇼의 대표
스타가 된 것입니다."
긴코는 득의양양하게 쿄오코의 턱에 손을 올린 채, 그렇게 지껄였다.
"서두는 그 정도로 됐어, 자, 뭔가 빨리 빨리 보여봐."
구경꾼들은 바닥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긴코는 부인과 쿄오코 사이에 서서 두 사람에게 일렀다.
"부인과 스테타로의 플레이를 처음으로 예정했는데 그보다 호흡이 잘 맞는
동성 플레이로 막을 열겠어. 좋겠지."
그리고 긴코는 단상 아래 앉아 있는 아케미를 향해 말했다.
"그 젊은 두 사람 치우고 이 베테랑 스타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좋았어요, 하고 아케미와 이노우에는 매트 위에 얼굴을 묻고 있는 후미오와
미츠코를 안아 일으켜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히고 미동도 할 수 없도록 밧줄로
묶었다.
"자, 여러분, 이 주변으로 앉아주십시오."
천장에서 두 개의 밧줄이 서로 얽히듯 내려오자 가와다는 야쿠자들에게 말했다.
가와다는 문득 뭔가가 생각난 듯이 이노우에에게 말했다.
"재미있는 것이 생각났어, 게이코를 여기로 데려오지 않겠어?"
쿄오코도 시즈코 부인과 마찬가지로 아케미가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해주었다.
긴코도 아케미를 도와 쿄오코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핑크색 루즈를 칠해 주었다.
"부인과 당신의 콤비는 어쩌면 이번뿐일지 몰라. 부인은 찌요 부인의 명령으로
특별 조교를 받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껏
불 붙어봐."라고 말하였다.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은 단상 위로 미츠코와 게이코가 이노우에와 가와다에게
쫓기듯이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이코 씨!"
"미츠코!"
시즈코 부인도 쿄오코도 새로운 공포에 떨기 시작하였다. 두 미소녀를 이끌고
온 이노우에와 가와다에게 증오를 담은 눈동자를 보냈다.
"대체 이,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짓을 시키려는 거예요."
쿄오코는 눈물에 젖은 눈동자를 두 남자에게 부은 채, 입술을 떨며 말했다.
가와다는 빙그레 웃으며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얼굴을 서로 비교하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당신들 쇼 준비는 언제나 이 젊은 두 사람에게 시키기로 했다.
요컨대 시즈코 부인은 게이코에게, 쿄오코는 미츠코에게 말이다. 그편이 이쪽도
수고스럽지 않아서 좋을 것 같다."
시즈코 부인도 쿄오코도 금방은 그 의미를 몰랐지만 긴코가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질척질척한 것이 들어 있는 절구통을, 아케미가 오동나무 상자를
가지고 와서 미츠코와 게이코 앞에 놓았을 때, 부인도 쿄오코도 격렬한 쇼크를
받음과 동시에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무, 무슨 짓을!"
쿄오코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갈았다. 가와다와 이노우에가 말한
준비를 시킨다고 하는 의미를 확실히 알고 나자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몸
속을 달렸다.
"빨리 하지 않을 거야, 이년들!"
갑자기 이노우에가 소리지르며 두 사람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마구 휘돌렸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기어가는 미츠코와 게이코의 허리 부분을 가와다가
사정없이 걷어찼다.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눈은
꼭 감고 있지만 조그맣게 벌려진 입술 틈으로 보이는 진주처럼 아름다운 치아가
때로 딱딱 소리를 냈다.
"이제 됐겠죠, 부인. 게이코 양에게― 후후후."
시즈코 부인은 긴코의 재촉을 받자 문득 상기된 눈동자를 힘없이 깜빡이며
게이코를 보았다.
"게, 게이코. 부탁할게."
동시에 쿄오코도, 아케미가 몇 번이나 귀를 잡아당기며 재촉하자,
"―미츠코. 자, 괜찮아. 발, 발라 줘."라고 하였다.
자, 일에 들어간다, 하고 가와다는 미츠코와 게이코를 걷어찼다.
"언니! 용, 용서해요!"
미츠코는 쿄오코의 발목에 매달리듯이 하며 격렬하게 오열하는 것이었다.
"미츠코, 괜찮아. 얼른."
쿄오코는 이 이상 미츠코가 악마들에게 고문당하지 않도록 일부러 야단치듯이
말했다. 미츠코는 흐느껴 울면서 얼굴을 들었다. 쿄오코는 일부러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다. 친동생인 미츠코에게 그런 것을 칠하게 하는 쿄오코의
고뇌, 강제로 언니에게 그런 것을 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미츠코의 고통.
요시자와는 물끄러미 미츠코의 작업을 옆에서 보고 있다가,
"그렇게 소극적이어서는 안 돼, 이런 식으로 하는 거야. 봐."
"욱" 하고 쿄오코는 고개를 크게 뒤로 젖히며 이를 갈았다. 호흡이 멈출
듯한 굴욕이 밀려왔다.
요시자와는 굽은 손가락 끝을 쿄오코의 그 점막 안쪽으로 깊이 넣고 거칠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금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절구통 속의 것을 손가락으로
다시 푹 떠올리는 것이었다. 미츠코는 몸 속을 달리는 한기 같은 공포를 느끼며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자, 미츠코, 해봐. 지금 내가 한 것처럼 잘 발라봐. 니 언니잖아.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어."
"언니, 용서해!"
그렇게 내뱉고 미츠코는 바르기 시작했다.
"―아아―, 미, 미츠코―."
쿄오코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전신을 어떻게든 안정시키려
노력하며 미츠코의 고문을 감수하려고 하였다.
한편 시즈코 부인 쪽도,
"마마, 용서해, 참아요!" 하고 게이코가 흐느껴 울면서 가와다가 지시한
대로 구석구석 칠하는 것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게이코."
시즈코 부인은 눈을 꼭 감으면서 신음하듯 말했다. 그런 행위를 받는 자신보다
그런 행위를 무리하게 당하고 있는 게이코와 미츠코 쪽이 더욱 고통스러울
거라는 생각에 고문을 당하면서도 게이코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미녀의 고뇌와 광란이 격렬해지면 질수록 가와다를 비롯해 지켜보는 악마들의
기쁨은 커지는 것 같다. 굴욕의 극치를 맛본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여전히
띄엄띄엄 비명과 애원을 하였다.
가와다는 그래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최후의 정리에 들어가는 듯 스테타로를
손짓으로 불러 시즈코 부인의 옆에 서게 했다.
"알겠지, 지금부터 너와 쿄오코의 고뇌를 풀어주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한
약속을 하자. 쿄오코는 요시자와 형이라고 하는 훌륭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게 됐다. 그러니 당신에게도 남편을 갖게 해줄 것이다. 이 스테타로라고
하는 백치의 남자야."
가와다가 웃음을 머금으며 그렇게 말하자 긴코도 옆에서 거들었다.
"알겠지. 오늘부터 너희 주인님은 이 백치의 남자야. 후후후. 이것으로 전직
도야마 가의 부인도 경사스럽게 재혼 상대가 정해졌어. 멋진 조화이지 않아?
천하의 미녀라고 떠들썩했던 대가의 젊은 부인과 고릴라 같은 추악한 남자."
이어서 아케미가 말했다.
"오늘밤부터 이 고릴라 남자와 부부 생활에 들어가는 거야, 젊은 부인.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고릴라의 씨를 뱃속에 잉태하도록 노력해야해."
시즈코 부인의 꼭 감은 눈초리에서 한 줄기, 두 줄기 굴욕의 눈물이 흘렀지만
지금은 정신적인 고통보다 육체적인 고통이 앞서는 것이었다.
진흙탕에서 괴로워하듯이 몸부림치며 헐떡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긴코는
심술궂게 엉덩이를 꼬집으며 말했다.
"알겠어, 여기 있는 스테타로는 당신의 남편이야."
"―알, 알겠습니다."
시즈코 부인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심경으로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며
말했다.
긴코는 만족스러운 듯 끄덕거리며 스테타로에게 말했다.
"그럼, 스테타로, 당신의 색시를 무대로 데리고 가."
시즈코 부인은 그 순간 무너지듯이 바닥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스테타로는 단상을 내려가 영차, 영차 하며 시즈코 부인을 매트 위로 옮겨갔다.
결국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밧줄에 같이 묶여 있는 꼴이 되었다.
"부인!"
"쿄오코 양."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눈물에 젖은 아름다운 눈동자를 마주보았지만, 참을
수 없다는 듯 서로 볼을 맞대고 비볐다.
"쿄오코 양. 가려워, 가려워요."
"부인. 나도, 나도 그래요."
"성질도 급한 귀빈들이군."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겁먹은 얼굴이 되어 동작을 멈췄다.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천박스럽게도 몸을 비볐지만 그것이 일순 참을 수 없는 수치가 되어
두 사람의 볼은 동시에 달아오르게 했다.
긴코는 오동나무 상자를 옆에 끼고 다가오더니 요시자와를 손짓으로 불렀다.
"이것은 당신의 색시 물건이야. 남편 손으로 달아주는 편이 좋지 않겠어."
좋았어, 하고 요시자와는 긴코에게서 그것을 받아들고 쿄오코 옆에 선다.
"여, 여보, 부탁이에요. 이제 참을 수가 없어요."
요시자와는 히죽거리면서 오동나무 상자를 여는 것이었다.
"여보. 바람을 피웠다고 화내면 싫어요. 일이잖아요. 아아, 못 참겠어, 여보,
빨리 빨리."
요시자와는 긴코가 강요당하는 대로 그런 말을 하며 몸을 비트는 쿄오코를
재미있는 듯이 바라보면서 일부러 천천히 상자 속의 물건을 꺼냈다.
"아아― 여보."
"아아―."
쿄오코는 작게 입술을 벌리고 하얗고 아름다운 이를 보이며 목을 뒤로 젖혔다.
"자, 됐지, 쿄오코. 가엾게도 부인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어."
드디어 개막이라고 지금까지 제멋대로의 폼으로 나뒹굴고 있던 구경꾼들도
주위를 둘러싼다.
"자, 부인과 쿄오코,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는데 이제 누구에게 양보할 것도
없어. 두 사람 다 비술을 다해서 씨름을 해봐.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로 신호를
하여 사이좋게 함께, 후후후, 알겠지."
긴코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벌려 스타트 신호를 하는 것이었다.
"아아, 부인―."
"쿄오코 양."
구경꾼들에게 있어 그것은 멋있는 광경이었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선망과 증오가 격해져 그것이 가학적 심리로 이행하는
것일 것이다. 요시코와 에츠코는 폭학의 폭풍에 몸도 마음도 무참하게 짓밟혀
울고있는 미츠코와 후미오에게 여전히 야유를 퍼부었다.
억울함과 수치 사이를 떠돌면서 비참하게 당하여 매트에 머리를 박고 울고있는
미츠코와 후미오. 그러나 요시코와 에츠코는 기뻐하며,
"그렇게 징징거릴 것 없잖아. 두 사람 다 이것으로 소원이 이루어진 거 아냐.
서로 웃어보는 게 어때." 하면서 요시코는 미츠코의 하얀 어깨를 흔들었다.
"이제 이것으로 너희들은 엄연한 부부가 된 거야. 앞으로는 호흡이 딱딱
맞는 부부 콤비로서 좋은 활약을 해야 해."
요시코와 에츠코는 얼굴을 마주보면서 웃었다.
"그렇지만 곤란한데, 이 도련님은."
후미오는 짐승처럼 신음하며 몸을 움츠리는 것이었다.
카메라맨을 하고있던 이노우에가 혀를 차며 말한다.
"한 통을 다 찍기 전에 그로기가 되다니 형편없는 스타잖아. 어이, 앞으로
네 통을 오늘 중에 촬영할 예정이야. 제대로 해."
이노우에는 몸을 움츠리고 있는 후미오의 허리깨를 발로 찼다. 다시로가
웃으면서 그것을 말린다.
"뭐,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대하지 마. 어쨌거나 이 두 사람으로 보면 오늘이
처음이잖아 미츠코에게도 상당히 쇼크였을 거야. 시트 위를 봐."
시트에는 가련하고 아름다운 꽃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구경하던 야쿠자들이 그것으로 끝낼 리가 없었다.
"뭐야, 모리다파 쇼는 이걸로 끝낼 거야."
"사람을 달궈놓고 이제 와서 막을 내리는 건 너무하잖아." 하고 무리들의
항의가 들끓었다.
"자, 조용히―." 하고 모리다는 좌중을 안정시켰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야마모토 후지코와 아라타마
미치요를 섞은 것 같은 대단한 미인을 등장시키겠습니다."
모리다가 그렇게 말하자 좌중은 다시 조용해졌다.
"실은 그녀는 미모와 교양을 겸비한 어느 대가의 부인입니다. 관서의 이와자키
두목님이 오셨을 때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준비했었는데 이 두 사람의
쇼가 이렇게 어중간하게 끝나서 사죄하는 뜻으로 출연시키고자 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소, 하고 야쿠자들의 환성이 터졌다.
그때 밀실의 도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긴코와 아케미가 시즈코
부인을 이끌고 들어온 것이다.
"이야―, 상당한 미인인데."
야쿠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크게 떴다.
늘씬한 키에 한창 무르익은 몸매의 시즈코 부인이 그 하얀 피부에 밧줄을
감고 깡패들에게 등과 엉덩이를 밀리며 빼곡하게 차 있는 야비한 남자들 속을
지나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단상 위로 올라간 시즈코 부인은 매트 위에서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자신을 보는 미츠코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자, 꾸물거리지 말고, 그 기둥에 기대어 서."
긴코는 무자비하게 부인의 등을 떠밀었다.
단상 위에 두 개 있는 기둥 가운데 하나를 등에 지고 선 시즈코 부인은 빽빽이
모여있는 야쿠자들을 향해 똑바로 섰다.
긴코는 야쿠자들이 일제히 쏟아 붓는 시선을 재미있다는 듯이 보며 말했다.
"호호호, 거시기의 털이 좀 옅어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겠지요. 처음에는요,
대가의 젊은 부인답게 당당했어요. 그래서 너무 건방진 태도를 취하기에 깨끗이
해줬죠. 그랬지요, 부인."
긴코는 즐거운 듯이 그런 말을 하며 시즈코 부인의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이었다.
"자, 빨리, 쇼를 계속해."
"정면에서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죄야."
남자들이 슬슬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긴코는 오니겐을 손짓으로 불러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을 중심으로 의논을
한다.
"바나나 자르기를 시키고, 그 다음에 손님들의 손으로 거웃 해지기 시작한
부분을 원래대로 깎게 하는 것은 어때."
"안 돼. 오늘 손님은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을 거야."
"그럼, 비장의 무기를 쓰는 거야. 스테타로와 이 부인이 조를 짜는 거야."
스테타로와 조를 짠다. 드디어 추락할 곳까지 추락했다고 하는 절망감이
시즈코 부인의 가슴 가득 북받쳐왔다. 한 방울의 눈물이 부인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떨어졌을 때 밀실 문 쪽이 갑자기 웅성거리며 시끄러워졌다.
"어, 요시자와잖아"
관객석으로 되어 있은 장소의 한 구석에서 찌요와 술을 마시고 있던 다시로가
벌떡 일어났다.
요시자와가 히죽거리며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뒤로 부하인 호리가와의 등에
업혀서 들어온 것은 쿄오코였다.
요시자와는 모리다와 가와다에게로 와서 구경꾼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오늘은 손님이 모이는 날이잖아요. 내 여자라고 해서 이런 날에 독점하고
있는 것은 뭣한 것 같아서."
"과연, 너로 봐서는 대단한 배려구나."
모리다와 가와다는 호리가와의 등에서 쿄오코를 안아서 내렸다.
광택 나는 쿄오코의 피부에는 검은 밧줄이 몇 가닥 여전히 매섭게 결박된
채이지만 하룻밤, 요시자와의 집요한 색 고문을 당해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던지
여기까지 업혀서 왔던 것이다.
"자, 가자."
모리다가 쿄오코의 줄을 잡자 쿄오코는 후들거리며 일어서서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걷기 시작했다.
"자, 일단 단상 위로 올라간다."
모리다에게 등을 떠밀린 쿄오코. 문득 매트 위에서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훌쩍이는 미츠코를 발견한다.
"아, 미츠코."
쿄오코는 엉겁결에 소리치며 달려가려 한다.
"어이, 함부로 움직이지 마."
모리타가 힘껏 줄을 잡아당기자 가와다와 요시자와가 돌려세운다.
"미츠코! 미츠코!"
쿄오코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매트 위에 엎드려 울고있는 미츠코와 후미오. 지금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쿄오코도 상상할 수 있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웠을까. 쿄오코는 그것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하였다.
자, 얼른 걸어가, 하고 요시자와는 쿄오코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단상 위에 올라가는 쿄오코. 그 위에 기둥에 묶인
시즈코 부인을 보고 깜짝 놀라 멈춰 선다. 부인이 여기로 끌려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쿄오코는 이 밀실 안에서 미츠코와 후미오가 받고있는 무서운 고문을 중지시키기
위해 자신이 두 사람 대신 어떤 고문이라도 받겠다고 요시자와에게 애원하여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 걸음 앞서 시즈코 부인도 끌려와 노리개가
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부인!"
쿄오코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시즈코 부인을 바라보았다.
"쿄오코 양."
시즈코 부인도 눈물에 젖은 눈동자로 쿄오코를 보며 목 메인 소리로 불렀다.
"후후후, 오랜만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분위기군."
긴코가 단상 위로 올라와서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교하듯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자, 쿄오코. 이리와."
긴코와 요시자와는 쿄오코를 밀어 세우며 부인이 묶여 있는 옆 기둥에 쿄오코의
등을 밀며 다른 밧줄을 사용하여 꽁꽁 묶었다. 요시자와가 쿄오코의 발목에도
밧줄을 묶고 한숨을 돌렸다는 듯 일어나 입을 삐죽거리며 쿄오코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헤헤헤, 싫다느니 억울하다느니 소리지르면서 어젯밤은 그게 뭐야. 너,
어떤 얼굴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어."
쿄오코는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었다.
"의외로 너, 밝히는구나. 아냐, 그것보다도 어때, 요시자와 씨의 테크닉이
대단했던 거 아냐."
가와다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둘 다 어젯밤은 각자 즐거운 경험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지쳤겠지만 오늘은
두 사람. 오랜만의 대면이야. 맘껏 해보라고."
"긴코는 쿄오코의 턱을 잡고 얼굴을 비틀어 올리며 구경하고 있는 야쿠자들
쪽으로 향했다.
"어때요, 여러분 이쪽도 미인이지요. 쿄오코라고 하는데요. 원래 어느 사립
탐정 국의 여비서였는데 이 모리다파의 내정을 조사하러 왔다가 운 좋게 걸려서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인 격이 되었지요. 동생인 미츠코와 함께 우리 쇼의 대표
스타가 된 것입니다."
긴코는 득의양양하게 쿄오코의 턱에 손을 올린 채, 그렇게 지껄였다.
"서두는 그 정도로 됐어, 자, 뭔가 빨리 빨리 보여봐."
구경꾼들은 바닥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긴코는 부인과 쿄오코 사이에 서서 두 사람에게 일렀다.
"부인과 스테타로의 플레이를 처음으로 예정했는데 그보다 호흡이 잘 맞는
동성 플레이로 막을 열겠어. 좋겠지."
그리고 긴코는 단상 아래 앉아 있는 아케미를 향해 말했다.
"그 젊은 두 사람 치우고 이 베테랑 스타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
좋았어요, 하고 아케미와 이노우에는 매트 위에 얼굴을 묻고 있는 후미오와
미츠코를 안아 일으켜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히고 미동도 할 수 없도록 밧줄로
묶었다.
"자, 여러분, 이 주변으로 앉아주십시오."
천장에서 두 개의 밧줄이 서로 얽히듯 내려오자 가와다는 야쿠자들에게 말했다.
가와다는 문득 뭔가가 생각난 듯이 이노우에에게 말했다.
"재미있는 것이 생각났어, 게이코를 여기로 데려오지 않겠어?"
쿄오코도 시즈코 부인과 마찬가지로 아케미가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해주었다.
긴코도 아케미를 도와 쿄오코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핑크색 루즈를 칠해 주었다.
"부인과 당신의 콤비는 어쩌면 이번뿐일지 몰라. 부인은 찌요 부인의 명령으로
특별 조교를 받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껏
불 붙어봐."라고 말하였다.
쿄오코와 시즈코 부인은 단상 위로 미츠코와 게이코가 이노우에와 가와다에게
쫓기듯이 올라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이코 씨!"
"미츠코!"
시즈코 부인도 쿄오코도 새로운 공포에 떨기 시작하였다. 두 미소녀를 이끌고
온 이노우에와 가와다에게 증오를 담은 눈동자를 보냈다.
"대체 이,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짓을 시키려는 거예요."
쿄오코는 눈물에 젖은 눈동자를 두 남자에게 부은 채, 입술을 떨며 말했다.
가와다는 빙그레 웃으며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얼굴을 서로 비교하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당신들 쇼 준비는 언제나 이 젊은 두 사람에게 시키기로 했다.
요컨대 시즈코 부인은 게이코에게, 쿄오코는 미츠코에게 말이다. 그편이 이쪽도
수고스럽지 않아서 좋을 것 같다."
시즈코 부인도 쿄오코도 금방은 그 의미를 몰랐지만 긴코가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질척질척한 것이 들어 있는 절구통을, 아케미가 오동나무 상자를
가지고 와서 미츠코와 게이코 앞에 놓았을 때, 부인도 쿄오코도 격렬한 쇼크를
받음과 동시에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무, 무슨 짓을!"
쿄오코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갈았다. 가와다와 이노우에가 말한
준비를 시킨다고 하는 의미를 확실히 알고 나자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몸
속을 달렸다.
"빨리 하지 않을 거야, 이년들!"
갑자기 이노우에가 소리지르며 두 사람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마구 휘돌렸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기어가는 미츠코와 게이코의 허리 부분을 가와다가
사정없이 걷어찼다.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눈은
꼭 감고 있지만 조그맣게 벌려진 입술 틈으로 보이는 진주처럼 아름다운 치아가
때로 딱딱 소리를 냈다.
"이제 됐겠죠, 부인. 게이코 양에게― 후후후."
시즈코 부인은 긴코의 재촉을 받자 문득 상기된 눈동자를 힘없이 깜빡이며
게이코를 보았다.
"게, 게이코. 부탁할게."
동시에 쿄오코도, 아케미가 몇 번이나 귀를 잡아당기며 재촉하자,
"―미츠코. 자, 괜찮아. 발, 발라 줘."라고 하였다.
자, 일에 들어간다, 하고 가와다는 미츠코와 게이코를 걷어찼다.
"언니! 용, 용서해요!"
미츠코는 쿄오코의 발목에 매달리듯이 하며 격렬하게 오열하는 것이었다.
"미츠코, 괜찮아. 얼른."
쿄오코는 이 이상 미츠코가 악마들에게 고문당하지 않도록 일부러 야단치듯이
말했다. 미츠코는 흐느껴 울면서 얼굴을 들었다. 쿄오코는 일부러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다. 친동생인 미츠코에게 그런 것을 칠하게 하는 쿄오코의
고뇌, 강제로 언니에게 그런 것을 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미츠코의 고통.
요시자와는 물끄러미 미츠코의 작업을 옆에서 보고 있다가,
"그렇게 소극적이어서는 안 돼, 이런 식으로 하는 거야. 봐."
"욱" 하고 쿄오코는 고개를 크게 뒤로 젖히며 이를 갈았다. 호흡이 멈출
듯한 굴욕이 밀려왔다.
요시자와는 굽은 손가락 끝을 쿄오코의 그 점막 안쪽으로 깊이 넣고 거칠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금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절구통 속의 것을 손가락으로
다시 푹 떠올리는 것이었다. 미츠코는 몸 속을 달리는 한기 같은 공포를 느끼며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자, 미츠코, 해봐. 지금 내가 한 것처럼 잘 발라봐. 니 언니잖아.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어."
"언니, 용서해!"
그렇게 내뱉고 미츠코는 바르기 시작했다.
"―아아―, 미, 미츠코―."
쿄오코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전신을 어떻게든 안정시키려
노력하며 미츠코의 고문을 감수하려고 하였다.
한편 시즈코 부인 쪽도,
"마마, 용서해, 참아요!" 하고 게이코가 흐느껴 울면서 가와다가 지시한
대로 구석구석 칠하는 것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게이코."
시즈코 부인은 눈을 꼭 감으면서 신음하듯 말했다. 그런 행위를 받는 자신보다
그런 행위를 무리하게 당하고 있는 게이코와 미츠코 쪽이 더욱 고통스러울
거라는 생각에 고문을 당하면서도 게이코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미녀의 고뇌와 광란이 격렬해지면 질수록 가와다를 비롯해 지켜보는 악마들의
기쁨은 커지는 것 같다. 굴욕의 극치를 맛본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여전히
띄엄띄엄 비명과 애원을 하였다.
가와다는 그래도 표정을 바꾸지 않고 최후의 정리에 들어가는 듯 스테타로를
손짓으로 불러 시즈코 부인의 옆에 서게 했다.
"알겠지, 지금부터 너와 쿄오코의 고뇌를 풀어주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한
약속을 하자. 쿄오코는 요시자와 형이라고 하는 훌륭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게 됐다. 그러니 당신에게도 남편을 갖게 해줄 것이다. 이 스테타로라고
하는 백치의 남자야."
가와다가 웃음을 머금으며 그렇게 말하자 긴코도 옆에서 거들었다.
"알겠지. 오늘부터 너희 주인님은 이 백치의 남자야. 후후후. 이것으로 전직
도야마 가의 부인도 경사스럽게 재혼 상대가 정해졌어. 멋진 조화이지 않아?
천하의 미녀라고 떠들썩했던 대가의 젊은 부인과 고릴라 같은 추악한 남자."
이어서 아케미가 말했다.
"오늘밤부터 이 고릴라 남자와 부부 생활에 들어가는 거야, 젊은 부인.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고릴라의 씨를 뱃속에 잉태하도록 노력해야해."
시즈코 부인의 꼭 감은 눈초리에서 한 줄기, 두 줄기 굴욕의 눈물이 흘렀지만
지금은 정신적인 고통보다 육체적인 고통이 앞서는 것이었다.
진흙탕에서 괴로워하듯이 몸부림치며 헐떡이고 있는 시즈코 부인에게 긴코는
심술궂게 엉덩이를 꼬집으며 말했다.
"알겠어, 여기 있는 스테타로는 당신의 남편이야."
"―알, 알겠습니다."
시즈코 부인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심경으로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며
말했다.
긴코는 만족스러운 듯 끄덕거리며 스테타로에게 말했다.
"그럼, 스테타로, 당신의 색시를 무대로 데리고 가."
시즈코 부인은 그 순간 무너지듯이 바닥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스테타로는 단상을 내려가 영차, 영차 하며 시즈코 부인을 매트 위로 옮겨갔다.
결국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밧줄에 같이 묶여 있는 꼴이 되었다.
"부인!"
"쿄오코 양."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눈물에 젖은 아름다운 눈동자를 마주보았지만, 참을
수 없다는 듯 서로 볼을 맞대고 비볐다.
"쿄오코 양. 가려워, 가려워요."
"부인. 나도, 나도 그래요."
"성질도 급한 귀빈들이군."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겁먹은 얼굴이 되어 동작을 멈췄다.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천박스럽게도 몸을 비볐지만 그것이 일순 참을 수 없는 수치가 되어
두 사람의 볼은 동시에 달아오르게 했다.
긴코는 오동나무 상자를 옆에 끼고 다가오더니 요시자와를 손짓으로 불렀다.
"이것은 당신의 색시 물건이야. 남편 손으로 달아주는 편이 좋지 않겠어."
좋았어, 하고 요시자와는 긴코에게서 그것을 받아들고 쿄오코 옆에 선다.
"여, 여보, 부탁이에요. 이제 참을 수가 없어요."
요시자와는 히죽거리면서 오동나무 상자를 여는 것이었다.
"여보. 바람을 피웠다고 화내면 싫어요. 일이잖아요. 아아, 못 참겠어, 여보,
빨리 빨리."
요시자와는 긴코가 강요당하는 대로 그런 말을 하며 몸을 비트는 쿄오코를
재미있는 듯이 바라보면서 일부러 천천히 상자 속의 물건을 꺼냈다.
"아아― 여보."
"아아―."
쿄오코는 작게 입술을 벌리고 하얗고 아름다운 이를 보이며 목을 뒤로 젖혔다.
"자, 됐지, 쿄오코. 가엾게도 부인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어."
드디어 개막이라고 지금까지 제멋대로의 폼으로 나뒹굴고 있던 구경꾼들도
주위를 둘러싼다.
"자, 부인과 쿄오코,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는데 이제 누구에게 양보할 것도
없어. 두 사람 다 비술을 다해서 씨름을 해봐.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로 신호를
하여 사이좋게 함께, 후후후, 알겠지."
긴코는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벌려 스타트 신호를 하는 것이었다.
"아아, 부인―."
"쿄오코 양."
구경꾼들에게 있어 그것은 멋있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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