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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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기분은?"
긴코와 아케미가 자물쇠를 열고, 감옥 안으로 들어왔다. 손바닥만한 버터플라이
한 장을 몸에 걸쳤을 뿐인 미츠코는 묶인 몸을 뒤틀어 뒤의 기둥에 얼굴을
문지르듯이 숙였다.
"네가 외로울 것 같아서 친구를 데리고 왔지."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며 손짓을 하자 에츠코와 마리가 게이코를 앞장세워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언니 쿄오코가 묶여 있던 기둥에 게이코를 밀어붙이고
친친 끈을 동여매기 시작했다.
얼굴을 잔뜩 비틀고 있는 미츠코의 턱에 손을 가져간 긴코는 홱 미츠코의
얼굴을 게이코 쪽으로 돌려놓았다.
"아가씨, 잠깐 봐. 이런 게 사타구니 포박이라는 거야. 머지 않아 네게도
해줄 거야."
긴코는 그렇게 말하며 웃더니 에츠코와 마리에게 말했다.
"게이코의 사타구니 포박을 벗겨 줘. 그리고 기저귀를 채워주라고. 호호호,
그래도 잘 참았는걸, 게이코."
에츠코와 마리가 게이코에게서 사타구니 포박을 벗겨내고, 그 대신 에츠코가
준비해 온 붉은 천을 훈도시처럼 동여매었다. 게이코는 이제 이들 악녀들에게
저항할 기력도 잃었는지, 하자는 대로 내맡기고 있었다. 미츠코는 그러한 여자들의
잔인한 행위를 볼 수 없어 눈을 내리깔고 무서움에 떨기 시작했다.
"가만, 이 아가씨 쪽은 아쉬운 대로 언니가 쓰던 걸로 해줘야겠는데."
에츠코는 게이코의 허리에 훈도시를 다 매고 나자 바지 허리띠에 끼고 있던
핑크색 천을 손에 쥐고 미츠코에게 다가갔다.
"그만둬, 시, 싫어요!"
미츠코는 두 다리를 딱 붙이고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소리야. 이 귀여운 버터플라이를 더럽히면 곤란해."
에츠코와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 미츠코의 버터플라이 끈을 풀기 시작했다.
마침내 에츠코와 마리가 강제로 핑크색 훈도시를 미츠코에게 채웠다.
"알았지? 이따 삼십 분쯤 지나서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 지금 매어준 기저귀
대용에 두 사람 모두 용변을 마치도록 해. 만약 말을 듣지 않았다간 벌을 받을
줄 알아."
미츠코는 그 말을 듣자 목소리를 떨며 흐느꼈다.
"알았지, 삼십 분이야. 서로 시작― 하고 장단을 맞춰서 같이 싸면 좋겠지."
긴코가 나가려다 문득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그렇군, 두 사람 초면이지. 이쪽 게이코는 말이야, 잠시 이 하자쿠라단에
몸담았던 적이 있었지. 멍청한 아가씨야. 자신이 어느 틈에 하자쿠라단의 좋은
봉이 된 것도 모르고 말야. 결국, 아름다운 엄마와 함께 모리다파의 상품이
되어버린 셈이지."
아케미가 미츠코의 뺨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이쪽은 말야, 미츠코. 유기리 여고의 재원이지. 사립 탐정의 비서인 쿄오코의
동생이었는데, 운이 좋았지. 이제부터 언니와 함께 비밀 쇼의 스타로서의 수업을
받게 됐으니 말이야. 나이도 체격도 얼추 비슷하니까 차후엔 두 사람을 콤비로
갖가지 묘기를 가르쳐줄 거야."
굳게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문 채 미츠코와 게이코는 요귀 같은 여자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여자들이 날카로운 소리로 웃으면서 밖으로 나가자 한층 격심하게
밀려오는 굴욕감에 미츠코는 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미츠코에게 게이코가
울먹이며 말하였다.
"미츠코 씨. 당신 언니 일은 방금 저 패거리에게서 들어서 알았어요. 미안해요,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나 때문에 엄마와 당신에 이르기까지……."
게이코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흐느꼈다.
"게이코 씨. 여기서 도망칠 방법은 없을까요? 저, 저 미칠 것만 같아요."
미츠코는 눈앞의 기둥에 묶여 있는 게이코에게 반짝반짝 눈물로 빛나는 눈동자를
향하고 목이 메어 말하였다.
"소용없어. 이곳은 모리다파의 본거지인걸. 게다가 이런 몰골로 도망칠 수는
없어.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어쩔 도리가 없어."
"하지만 그때까지 저희들이 어떤 꼴이 될지 모르잖아요?"
미츠코는 연신 몸을 뒤틀어 어떻게든 매듭을 느슨하게 하려고 몸부림치지만
꼼짝도 하지않았다.
"안 돼, 아아, 언니!"
미츠코는 체념한 듯이 녹초가 되어 기둥에 등을 기대었다. 아까 나간 언니가
지금쯤 어떤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미츠코 씨. 이제 시간이 다 되어가."
게이코가 허둥대며 미츠코에게 말했다.
긴코와 아케미가 다시 오기 전에, 그녀들이 명한 대로하지 않으면 어떤 벌을
받을지 알 수 없다고 게이코가 말했다.
"싫어! 그, 그런 짓, 난, 죽어도 싫어!"
미츠코는 빨개진 얼굴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그쪽은 아직 이 일당의 무서움을 아직 몰라서 그래. 나 역시 죽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몰라."
게이코는 실은 아까부터 생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츠코는
흐느낄 뿐 게이코의 말을 들으려 하지않았다.
"미츠코 씨, 부탁이야. 잠시 눈을 감고 있어 줘."
게이코는 할 수 없이 심약하게 눈을 깜박이면서 미츠코에게 말했다. 미츠코가
얼굴을 돌리고 눈을 굳게 감았다.
"미, 미츠코 씨, 부탁이야. 이쪽을 보지 말아 줘."
그와 동시에 여자들의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미츠코는 움찔 몸을 떨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들어온 것은 에츠코와 마리
두 사람이었다.
"와아, 상당히 요란하게 싸네. 게이코 어제의 네 엄마하고 똑같구나."
두 여자의 높은 웃음소리. 그러나 그것은 이내 뚝 그쳤다.
"어떻게 된 거야! 미츠코는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았잖아? 도대체, 어쩔 작정이야.
우리들을 거역하겠다는 거야!"
미츠코의 세라복을 입고 있는 에츠코가 눈을 치켜 뜨고 호통쳤다.
미츠코는 에츠코와 마리가 뺨을 후려치자, 분노에 찬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악문 표정으로 두 여자를 노려보았다.
"뭐야? 그 얼굴. 지금 반항하겠다는 건가? 좋아 그럴 심산이라면 이쪽에도
생각이 있지."
에츠코와 마리는 미츠코의 오랏줄을 기둥에서 풀어낸 뒤 미츠코의 등을 떠밀었다.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도록 실컷 괴롭혀주지. 자, 밖으로
나가!"
미츠코는 두 여자에게 오랏줄이 잡혀 감옥 밖으로 떠밀려 나갔다.
그 무렵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이층의 막다른 곳에 위치한 광, 즉 조교실로
마련된 방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알몸으로 두 손을 뒤로 묶인 채였다.
오니겐으로부터 받을 무서운 훈련에 대한 공포심으로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발이 얼어붙어, 때때로 두 사람은 계단을 오르는 도중 주저앉았다.
"왜 이래. 똑바로 걷지 못해!"
그때마다 가와다는 오랏줄을 잡아당기며 두 사람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조교실이 있는 삼층 방에 다다르자 두 여자를 앞세운 가와다가 노크를 하였다.
문이 열리고 얼굴을 내민 것은 뻐드렁니를 드러낸 고양이 등의 오니겐이었다.
방안에는 오니겐의 지도로 모리다파의 똘마니들이 만든 소름끼치는 도구가
방 한쪽에 빼곡이 배치되어 있고, 방 중앙에는 가마니 같은 커다란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그 위에 두개의 오랏줄이 뒤얽혀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져 있었다.
가와다는 공포에 몸이 경직되어 있는 부인과 쿄오코를 내몰 듯이 해서 매트리스
위로 밀어 올리고, 늘어뜨려져 있는 끈에 부인과 쿄오코의 오랏줄을 비끄러매었다.
매트리스 위의 두 여인은 서로 몸을 의지하고 섰다. 가와다가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말하였다.
"헷헤헤, 이 방이 너희들의 조교 실이야. 잘 봐두라고. 목마도, 책형 대도,
대형 도마도 전부 갖춰져 있지. 고분고분하게 오니겐이 말하는 대로 듣지 않으면,
언제라도 저런 고문 도구가 효력을 발할 거야."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서로 하얀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필사적으로 굴욕감을
참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서 있으니까 마치 애인 사이 같은걸."
긴코가 놀렸다 그러자 오니겐이 거들고 나섰다.
"애인 사이가 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훈련도 힘들어질 거야. 즉 동성연애지.
두 사람 모두 그런 기분으로 정말로 연기하지 않으면 안 돼. 자, 정식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둘이서 키스해봐. 아주 열을 다해서 말이야."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반사적으로 몸을 떼고 참을 수 없는 굴욕감에 관자놀이께에
경련이 일어남을 느끼며 오니겐과 가와다를 쏘아보았다.
"뭐야. 그 정도의 일로 놀라서야 쓰나.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비하면 이건
서두에 불과하다고."
가와다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야쿠자와 여자들이 부인과 쿄오코의 몸 여기저기를
찔러대며 재촉해댔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보는 앞에서 미츠코와 게이코에게 재미있는 연기를 시켜도
좋겠다는 거야?"
가와다는 슬쩍 최후의 수단을 썼다.
"……쿄오코 씨."
시즈코 부인은 두 소녀가 자신들의 눈앞에서 노리갯감이 되는 것을 볼 용기가
없었다. 부인은 각오를 다지며 퉁퉁 부은 눈을 쿄오코에게 향했다.
"……부, 부인."
쿄오코도 시즈코 부인의 각오를 알고 흐느끼면서 비통한 표정으로 부인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뺨과 뺨을 비벼대고 몸을 떨며 분함을 못 이겨 울었다.
"뭘 우물쭈물하고 있어. 어서 키스 못 하겠어! 달콤하고 격렬하게 해보란
말야."
가와다가 위압적으로 소리질렀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인간적인 사념을
일체 내팽개친 마음으로 서로 굳게 눈을 감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부인과
쿄오코의 입술이 닿자 여자들은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가와다와 오니겐은
만족하지 않았다.
"입술을 맞대기만 해서는 안 돼. 두 사람 모두 서로 혀를 빨면서 열렬한
키스를 나누라고."
가와다와 오니겐은 몇 번이고 부인과 쿄오코에게 그런 행위를 연기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청죽을 가져와 두 사람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렸다.
한 시간 가까이 그 같은 강요된 키스를 연기하고 있는 두 여인은 마침내
오니겐과 가와다를 만족시키는 본격적인 키스를 하게되었다. 부인도 쿄오코도
입을 벌리고 혀를 서로 상대의 입 속에 넣고, 빨고 빨리는 것을 본 가와다와
오니겐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싱긋 웃었다.
가까스로 입술 떼는 것을 허락 받은 부인과 쿄오코는 이내 몸을 비틀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격하게 오열하였다.
"뭐, 그렇게 수줍어할 것 없어. 분명 좋은 콤비가 될 거야. 아주 훌륭한
키스였어."
가와다가 웃으며 오니겐에게 말을 걸었다.
"기분이 올랐을 때 본격적인 트레이닝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요. 소도구는
준비되었나요? 오니겐 씨."
그러자 오니겐이 웃으며 검정색 가방을 꺼내왔다. 그러다 문득 주위에 떼지어
있는 야쿠자와 여자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이제부터의 일은 저와 가와다 씨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잠시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여러분들이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시면
이 미인들의 몸이 굳어져서 잘 되지 않습니다."
오니겐이 그렇게 말하자 야쿠자도 여자들도 입을 쫑긋거렸다.
"우리들은 이걸 기대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방해하지 않을 테니 구경시켜줘요."
긴코와 아케미가 입을 모아 말했지만 가와다가 가로막았다.
"너희들 기분도 알겠지만 이 부인은 우리들의 노리개가 아니야. 모리다파의
자금 원이 되도록 철저하게 훈련시켜야 한다고. 오니겐 씨가 말씀하셨듯이
아름다운 스타가 긴장하면 우리들이 일하기 어렵다고."
안되겠다고 생각한 오니겐이 저녁 무렵까지 철저히 훈련해서 오늘밤에 여러분
앞에서 연기할 수록 있도록 하겠다는 언질을 하고서야 가까스로 패거리들이
밖으로 나갔다.
꽃 모양의 파란색 양탄자가 깔려 있는 밝은 방, 그곳은 다시로의 저택 안의
화사한 홈 바이다. 조교실에서 쫓겨난 야쿠자와 불량 소녀들이 전부 여기 모여있었다.
열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스탠드 의자에 빽빽이 앉아 있는 모리다파의 젊은
무리에게 카운터 안에 들어간 하자쿠라단의 하나가 벽 선반의 양주를 서비스하고
있었다. 방의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는 다시로와 모리다가 마주보고 앉아 뭔가
메모를 긁적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아마 비밀 쇼를 열 시기와 접대할
손님에 관한 상의일 것이다. 야쿠자들과 여자들의 떠들썩한 술 대작으로 방안
전체에 열기가 가득한데 문이 열리고 에츠코가, 언니, 있어? 하며 들어왔다.
야쿠자들 사이에 섞여 스탠드 중앙에 여왕처럼 앉아 있던 긴코가, 뭐야?
에츠코 하고 술에 취해 흐리멍덩한 시선을 보냈다.
"언니. 미츠코 년 말야, 완전 고집불통이야. 모처럼 해준 기저귀에 용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단 말야. 아주 건방져. 손 좀 봐 줘요."
그리고는 복도 쪽을 향해 소리쳤다.
"마리, 걔 이리로 끌고 와."
복도에서 미츠코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따라오라니까!"
마리의 히스테릭한 소리와 동시에 마리에게 등을 떠밀려 미츠코가 쓰러지듯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몸에 걸치고 있는 거라곤, 핑크색 훈도시 하나뿐인 망측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미츠코는 술에 취한 남녀의 눈길에 움츠러들어 그 자리에
웅크려 앉고 말았다. 그런 미츠코의 오랏줄을 뒤에서 낚아채듯이 쥔 마리는
억지로 미츠코를 일으켜 세워 스탠드에 앉은 긴코에게 밀어붙였다.
"후후 훈도시가 아주 잘 어울리는군.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야쿠자들은 제멋대로 떠들어대며 미츠코의 주위를 에워쌌다.
"과연 그렇군. 기저귀를 사용하는 게 싫은 모양이야. 그럼, 좋아. 필요 없는
것을 차고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야. 벗겨버려!"
긴코가 에츠코와 마리에게 말했다. 그러자 두 여자가 껌을 씹으면서 매듭에
손을 댔다.
"……요, 용서해줘요!……."
미츠코는 비명을 지르고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버렸다. 그 위를 덮쳐 가는
에츠코와 마리. 긴코는 자신의 발 밑에서 푸드덕거리는 세 사람을 재미있게
바라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후후후, 아가씨. 그런 훈도시라도 없는 것 보단 나은가 보지?"
긴코가 소리를 높여 웃자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 마리와 에츠코가 혁혁 숨을
헐떡이며 일어나 긴코 앞의 스탠드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정말 애먹이는 아가씨야."
에츠코와 마리는 맥주를 한숨에 들이켜고 발치에 쪼그리고 앉아 격하게 흐느끼고
있는 미츠코의 엉덩이를 얄미운 듯이 찼다. 긴코가 두 사람을 달랬다.
"거칠게 다루면 안 돼. 상품이잖아."
그리고 긴코는 바닥에 엎드려 우는 미츠코의 매끈매끈한 양어깨에 손을 얹고
안아 일으켰다.
"자, 아가씨. 이 의자에 앉아."
미츠코는 스탠드의 작고 높은 걸상형 의자에 앉혀졌다.
"더할 나위 없는 경치군."
등뒤에서 술을 마시던 야쿠자들의 눈이 빛났다. 동글납작한 등이 없는 의자에
찹쌀떡 같은 미츠코의 엉덩이가 찰싹 타고 올라앉아 있다. 미츠코의 등 중간쯤에
가련하게 잡아매어진 연약한 손목이 묘하게 매혹적으로 비쳤다.
"아가씨. 맥주 마실래, 아니면 위스키로 할래?"
긴코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깊숙이 떨구고 있는 미츠코의 검은 머리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언니. 그렇게 부드럽게 대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 이 아가씨의 고집을 뜯어고쳐야
하잖아요?"
에츠코는 입이 뽀로통하게 나와서 그렇게 말했다.
"뭐, 그렇게 서두를 것 없어. 너도 이 아가씨의 세라복을 가로챘잖아. 너무
그렇게 못살게 굴지 말아."
긴코의 그런 다정한 모습이야말로 폭풍 전야임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에츠코는 꾹 참고 얼굴을 찡그린 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가씨. 너도 모리다파의 상품이 되었으니까 언제까지고 자기 멋대로
굴어선 곤란해. 그래서 생각한 건데, 네게 좋은 신랑감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열 여덟이라면 이제 슬슬 결혼해도 좋은 나이잖아?"
긴코는 미츠코의 아름다운 옆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아케미가 술
냄새 나는 숨을 토하면서 거들었다.
"그래. 너 역시 남자를 알게 되면 좀더 고분고분해지고, 하자쿠라단과 모리다파를
위해 일할 마음이 생길 거야."
미츠코는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선만이라도 보는 게 어때?"
긴코는 속 웃음을 웃으며 미츠코의 바로 뒤에 서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요시자와를
불러 미츠코 옆에 앉혔다. 흘끗 요시자와를 본 미츠코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고 돌처럼 몸을 경직시켰다. 어제 자신을 조롱하고, 언니 쿄오코에게 관장을
가한 독사같이 무서운 사내 아닌가? 굴욕감과 분노에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는 미츠코에게 긴코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은 말이지 모리다파의 간부야. 너 같은 순진한 여학생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오늘 아침부터 우리들에게 너와 다리를 놔달라고 몇 번이고 부탁했었어."
아케미가 뒤를 이었다.
"모리다파 간부의 아내가 되다니 멋진 일이잖아? 우리들 체면 좀 세워주렴."
"싫어 싫어요!"
미츠코는 하얀 알몸을 떨며 스탠드 위에 얼굴을 대고 격하게 흐느꼈다.
긴코가 웃으면서, 요시자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체크무늬의 양복을
입고, 파란색 소프트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있는 요시자와는 위스키를 핥듯이
마시면서 말했다.
"지금 내 심정은 울 때까지 기다리는 두견새와 같아. 울게 만드는 것은 너희들
역할이지. 그 대신 앞으로 너희들 뒤를 잘 보살펴줄게."
그러면서 요시자와가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자수가 놓인
핑크색 팬티였다. 미츠코의 것이다. 에츠코가 그것을 받아 미츠코 앞에 놓았다.
"후후후, 아가씨 이것 좀 봐. 이런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로 너를
사모하고 있잖아. 뜻을 이루어줄 수 없을까?"
눈앞에 자신이 입고 있던 속옷이 놓여지자 미츠코는 수치심에 입술을 꽉
깨물고 그것에서 눈길을 돌렸다.
"요시자와 오라버니에게 안기는 게 싫다면 아가씨,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은
제멋대로의 행동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해, 그래도 좋아?"
긴코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미츠코는 눈물을 흘리면서 작게
끄덕였다. 요시자와의 독수에 걸려드느니 아무리 괴로운 일을 당해도 견디겠다는
비통한 결심을 했던 것이다.
"이제 기저귀 따위의 사치스런 것은 사용할 수 없어. 아케미. 이봐 그게
어디 있더라? 환자들이 사용하는 거 말야."
아케미가 웃으며 방을 나갔다가 이내 달려와 카운터 테이블 위에 유리로
만든 옆으로 뉘인 항아리 같은 용기를 내려놓았다. 변기였다.
귓불까지 빨개진 미츠코는 다시 얼굴을 카운터 테이블에 비벼대며 흐느꼈다.
긴코의 지도로 모리다파의 젊은 패거리가 방의 중앙에 의자를 쌓고 천장의
들보에 끈을 두 줄 걸었다. 두 줄의 오랏줄이 흔들흔들 늘어뜨려져 있는 그
아래 바닥에 여자들이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짧은 봉을 박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다시로가 놀라 의자에서 일어나며 화를 내었다.
"이봐. 마룻바닥에 말뚝을 박다니 제정신이야!"
그러자 아케미가 얼굴 잔뜩 미소를 담고 아양을 떨었다.
"미츠코 양이 너무 고집을 부려서요. 잠시만 교육을 시키려고요.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릴 테니 너그러이 봐주세요."
카운터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격하게 오열하고 있는 미츠코의 어깨를 쿄오코가
뒤에서 껴안듯이 하며 일으켰다.
"아가씨 준비 다 됐어. 자, 이쪽으로 어서."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미츠코는 긴코에게 몸을 의지하고 허리를 움츠리며
걸어갔다.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두 줄의 끈. 그리고 마룻바닥 위에 박혀 있는
두 개의 말뚝. 언뜻 그것을 본 미츠코는 현기증이 일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에츠코와 마리가 그런 미츠코의 양쪽에 쭈그리고 앉아 단단하게 뒷짐 결박되어
있는 끈을 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어떤 일을 시킬지 미츠코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부끄러움과 분함으로 불같은 것이 목구멍 언저리까지
치밀어왔다.
끈이 풀린 미츠코는 본능적으로 젖가슴을 두 손으로 꼭 누르고, 허벅지를
찰싹 붙이며 원숭이처럼 웅크렸다.
"자, 힘을 내 아가씨."
긴코가 잔뜩 벼르는 말투로 말하고, 에츠코와 마리가 사형집행인처럼 미츠코의
낭창낭창한 양팔을 좌우에서 잡아 일으켜 세웠다.
"싫어요. 부탁이에요, 그, 그만해요!"
미츠코는 대기하고 있던 여자들과 야쿠자들에게 둘러싸여 위에서 늘어뜨려진
두 줄의 끈에 높이 들린 두 손의 손목이 각각 묶였다.
양 손목을 친친 파고드는 매듭의 통증에 미츠코는 비명을 지르며 양 어깻죽지께에
얼굴을 비벼대면서 흐느꼈다. 딱 붙인 여린 무릎이 그렇게 봐서 그런지 덜덜
떨리고 있는 듯했다.
긴코가 미츠코의 홍조 띤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소리 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후, 어때 아가씨. 이제부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엄청난 일을 해야만
하는데 생각 고쳐먹고 요시자와 씨의 신부가 될 마음은 없어?"
미츠코가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긴코가 혀를 끌끌 찼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술안주가 될 수밖에."
긴코가 에츠코와 마리에게 눈짓을 했다. 미츠코의 발치에 웅크리고 있던
에츠코는 미츠코의 솜털이 나 있는 하얀 정강이를 찰싹 때리고 말했다.
"자 아가씨."
미츠코는 에츠코가 발목을 잡자,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깨끗이 단념 못 하는 것은 언니인 쿄오코를 빼 닮았군. 요시자와 오라버니에게
만좌중에서 팔꿈치로 내지르는 배짱이잖아. 새삼, 부끄러울 게 어딨어?"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 보고 있는 동료들에게 응원을 청했다.
"그만둬, 싫어. 아아…… 언니!"
"아가씨. 그런 몰골을 맘대로 하세요 스타일이라는 거야."
긴코가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11. 미츠코의 수난>
"어때, 기분은?"
긴코와 아케미가 자물쇠를 열고, 감옥 안으로 들어왔다. 손바닥만한 버터플라이
한 장을 몸에 걸쳤을 뿐인 미츠코는 묶인 몸을 뒤틀어 뒤의 기둥에 얼굴을
문지르듯이 숙였다.
"네가 외로울 것 같아서 친구를 데리고 왔지."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며 손짓을 하자 에츠코와 마리가 게이코를 앞장세워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언니 쿄오코가 묶여 있던 기둥에 게이코를 밀어붙이고
친친 끈을 동여매기 시작했다.
얼굴을 잔뜩 비틀고 있는 미츠코의 턱에 손을 가져간 긴코는 홱 미츠코의
얼굴을 게이코 쪽으로 돌려놓았다.
"아가씨, 잠깐 봐. 이런 게 사타구니 포박이라는 거야. 머지 않아 네게도
해줄 거야."
긴코는 그렇게 말하며 웃더니 에츠코와 마리에게 말했다.
"게이코의 사타구니 포박을 벗겨 줘. 그리고 기저귀를 채워주라고. 호호호,
그래도 잘 참았는걸, 게이코."
에츠코와 마리가 게이코에게서 사타구니 포박을 벗겨내고, 그 대신 에츠코가
준비해 온 붉은 천을 훈도시처럼 동여매었다. 게이코는 이제 이들 악녀들에게
저항할 기력도 잃었는지, 하자는 대로 내맡기고 있었다. 미츠코는 그러한 여자들의
잔인한 행위를 볼 수 없어 눈을 내리깔고 무서움에 떨기 시작했다.
"가만, 이 아가씨 쪽은 아쉬운 대로 언니가 쓰던 걸로 해줘야겠는데."
에츠코는 게이코의 허리에 훈도시를 다 매고 나자 바지 허리띠에 끼고 있던
핑크색 천을 손에 쥐고 미츠코에게 다가갔다.
"그만둬, 시, 싫어요!"
미츠코는 두 다리를 딱 붙이고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소리야. 이 귀여운 버터플라이를 더럽히면 곤란해."
에츠코와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 미츠코의 버터플라이 끈을 풀기 시작했다.
마침내 에츠코와 마리가 강제로 핑크색 훈도시를 미츠코에게 채웠다.
"알았지? 이따 삼십 분쯤 지나서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 지금 매어준 기저귀
대용에 두 사람 모두 용변을 마치도록 해. 만약 말을 듣지 않았다간 벌을 받을
줄 알아."
미츠코는 그 말을 듣자 목소리를 떨며 흐느꼈다.
"알았지, 삼십 분이야. 서로 시작― 하고 장단을 맞춰서 같이 싸면 좋겠지."
긴코가 나가려다 문득 발길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그렇군, 두 사람 초면이지. 이쪽 게이코는 말이야, 잠시 이 하자쿠라단에
몸담았던 적이 있었지. 멍청한 아가씨야. 자신이 어느 틈에 하자쿠라단의 좋은
봉이 된 것도 모르고 말야. 결국, 아름다운 엄마와 함께 모리다파의 상품이
되어버린 셈이지."
아케미가 미츠코의 뺨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이쪽은 말야, 미츠코. 유기리 여고의 재원이지. 사립 탐정의 비서인 쿄오코의
동생이었는데, 운이 좋았지. 이제부터 언니와 함께 비밀 쇼의 스타로서의 수업을
받게 됐으니 말이야. 나이도 체격도 얼추 비슷하니까 차후엔 두 사람을 콤비로
갖가지 묘기를 가르쳐줄 거야."
굳게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문 채 미츠코와 게이코는 요귀 같은 여자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여자들이 날카로운 소리로 웃으면서 밖으로 나가자 한층 격심하게
밀려오는 굴욕감에 미츠코는 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미츠코에게 게이코가
울먹이며 말하였다.
"미츠코 씨. 당신 언니 일은 방금 저 패거리에게서 들어서 알았어요. 미안해요,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나 때문에 엄마와 당신에 이르기까지……."
게이코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흐느꼈다.
"게이코 씨. 여기서 도망칠 방법은 없을까요? 저, 저 미칠 것만 같아요."
미츠코는 눈앞의 기둥에 묶여 있는 게이코에게 반짝반짝 눈물로 빛나는 눈동자를
향하고 목이 메어 말하였다.
"소용없어. 이곳은 모리다파의 본거지인걸. 게다가 이런 몰골로 도망칠 수는
없어.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어쩔 도리가 없어."
"하지만 그때까지 저희들이 어떤 꼴이 될지 모르잖아요?"
미츠코는 연신 몸을 뒤틀어 어떻게든 매듭을 느슨하게 하려고 몸부림치지만
꼼짝도 하지않았다.
"안 돼, 아아, 언니!"
미츠코는 체념한 듯이 녹초가 되어 기둥에 등을 기대었다. 아까 나간 언니가
지금쯤 어떤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미츠코 씨. 이제 시간이 다 되어가."
게이코가 허둥대며 미츠코에게 말했다.
긴코와 아케미가 다시 오기 전에, 그녀들이 명한 대로하지 않으면 어떤 벌을
받을지 알 수 없다고 게이코가 말했다.
"싫어! 그, 그런 짓, 난, 죽어도 싫어!"
미츠코는 빨개진 얼굴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그쪽은 아직 이 일당의 무서움을 아직 몰라서 그래. 나 역시 죽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몰라."
게이코는 실은 아까부터 생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츠코는
흐느낄 뿐 게이코의 말을 들으려 하지않았다.
"미츠코 씨, 부탁이야. 잠시 눈을 감고 있어 줘."
게이코는 할 수 없이 심약하게 눈을 깜박이면서 미츠코에게 말했다. 미츠코가
얼굴을 돌리고 눈을 굳게 감았다.
"미, 미츠코 씨, 부탁이야. 이쪽을 보지 말아 줘."
그와 동시에 여자들의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미츠코는 움찔 몸을 떨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들어온 것은 에츠코와 마리
두 사람이었다.
"와아, 상당히 요란하게 싸네. 게이코 어제의 네 엄마하고 똑같구나."
두 여자의 높은 웃음소리. 그러나 그것은 이내 뚝 그쳤다.
"어떻게 된 거야! 미츠코는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았잖아? 도대체, 어쩔 작정이야.
우리들을 거역하겠다는 거야!"
미츠코의 세라복을 입고 있는 에츠코가 눈을 치켜 뜨고 호통쳤다.
미츠코는 에츠코와 마리가 뺨을 후려치자, 분노에 찬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악문 표정으로 두 여자를 노려보았다.
"뭐야? 그 얼굴. 지금 반항하겠다는 건가? 좋아 그럴 심산이라면 이쪽에도
생각이 있지."
에츠코와 마리는 미츠코의 오랏줄을 기둥에서 풀어낸 뒤 미츠코의 등을 떠밀었다.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도록 실컷 괴롭혀주지. 자, 밖으로
나가!"
미츠코는 두 여자에게 오랏줄이 잡혀 감옥 밖으로 떠밀려 나갔다.
그 무렵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이층의 막다른 곳에 위치한 광, 즉 조교실로
마련된 방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알몸으로 두 손을 뒤로 묶인 채였다.
오니겐으로부터 받을 무서운 훈련에 대한 공포심으로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발이 얼어붙어, 때때로 두 사람은 계단을 오르는 도중 주저앉았다.
"왜 이래. 똑바로 걷지 못해!"
그때마다 가와다는 오랏줄을 잡아당기며 두 사람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조교실이 있는 삼층 방에 다다르자 두 여자를 앞세운 가와다가 노크를 하였다.
문이 열리고 얼굴을 내민 것은 뻐드렁니를 드러낸 고양이 등의 오니겐이었다.
방안에는 오니겐의 지도로 모리다파의 똘마니들이 만든 소름끼치는 도구가
방 한쪽에 빼곡이 배치되어 있고, 방 중앙에는 가마니 같은 커다란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그 위에 두개의 오랏줄이 뒤얽혀 천장으로부터 늘어뜨려져 있었다.
가와다는 공포에 몸이 경직되어 있는 부인과 쿄오코를 내몰 듯이 해서 매트리스
위로 밀어 올리고, 늘어뜨려져 있는 끈에 부인과 쿄오코의 오랏줄을 비끄러매었다.
매트리스 위의 두 여인은 서로 몸을 의지하고 섰다. 가와다가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말하였다.
"헷헤헤, 이 방이 너희들의 조교 실이야. 잘 봐두라고. 목마도, 책형 대도,
대형 도마도 전부 갖춰져 있지. 고분고분하게 오니겐이 말하는 대로 듣지 않으면,
언제라도 저런 고문 도구가 효력을 발할 거야."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서로 하얀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필사적으로 굴욕감을
참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서 있으니까 마치 애인 사이 같은걸."
긴코가 놀렸다 그러자 오니겐이 거들고 나섰다.
"애인 사이가 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훈련도 힘들어질 거야. 즉 동성연애지.
두 사람 모두 그런 기분으로 정말로 연기하지 않으면 안 돼. 자, 정식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둘이서 키스해봐. 아주 열을 다해서 말이야."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반사적으로 몸을 떼고 참을 수 없는 굴욕감에 관자놀이께에
경련이 일어남을 느끼며 오니겐과 가와다를 쏘아보았다.
"뭐야. 그 정도의 일로 놀라서야 쓰나.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비하면 이건
서두에 불과하다고."
가와다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야쿠자와 여자들이 부인과 쿄오코의 몸 여기저기를
찔러대며 재촉해댔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보는 앞에서 미츠코와 게이코에게 재미있는 연기를 시켜도
좋겠다는 거야?"
가와다는 슬쩍 최후의 수단을 썼다.
"……쿄오코 씨."
시즈코 부인은 두 소녀가 자신들의 눈앞에서 노리갯감이 되는 것을 볼 용기가
없었다. 부인은 각오를 다지며 퉁퉁 부은 눈을 쿄오코에게 향했다.
"……부, 부인."
쿄오코도 시즈코 부인의 각오를 알고 흐느끼면서 비통한 표정으로 부인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뺨과 뺨을 비벼대고 몸을 떨며 분함을 못 이겨 울었다.
"뭘 우물쭈물하고 있어. 어서 키스 못 하겠어! 달콤하고 격렬하게 해보란
말야."
가와다가 위압적으로 소리질렀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인간적인 사념을
일체 내팽개친 마음으로 서로 굳게 눈을 감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갔다. 부인과
쿄오코의 입술이 닿자 여자들은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가와다와 오니겐은
만족하지 않았다.
"입술을 맞대기만 해서는 안 돼. 두 사람 모두 서로 혀를 빨면서 열렬한
키스를 나누라고."
가와다와 오니겐은 몇 번이고 부인과 쿄오코에게 그런 행위를 연기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청죽을 가져와 두 사람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렸다.
한 시간 가까이 그 같은 강요된 키스를 연기하고 있는 두 여인은 마침내
오니겐과 가와다를 만족시키는 본격적인 키스를 하게되었다. 부인도 쿄오코도
입을 벌리고 혀를 서로 상대의 입 속에 넣고, 빨고 빨리는 것을 본 가와다와
오니겐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싱긋 웃었다.
가까스로 입술 떼는 것을 허락 받은 부인과 쿄오코는 이내 몸을 비틀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격하게 오열하였다.
"뭐, 그렇게 수줍어할 것 없어. 분명 좋은 콤비가 될 거야. 아주 훌륭한
키스였어."
가와다가 웃으며 오니겐에게 말을 걸었다.
"기분이 올랐을 때 본격적인 트레이닝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요. 소도구는
준비되었나요? 오니겐 씨."
그러자 오니겐이 웃으며 검정색 가방을 꺼내왔다. 그러다 문득 주위에 떼지어
있는 야쿠자와 여자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이제부터의 일은 저와 가와다 씨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잠시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여러분들이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시면
이 미인들의 몸이 굳어져서 잘 되지 않습니다."
오니겐이 그렇게 말하자 야쿠자도 여자들도 입을 쫑긋거렸다.
"우리들은 이걸 기대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방해하지 않을 테니 구경시켜줘요."
긴코와 아케미가 입을 모아 말했지만 가와다가 가로막았다.
"너희들 기분도 알겠지만 이 부인은 우리들의 노리개가 아니야. 모리다파의
자금 원이 되도록 철저하게 훈련시켜야 한다고. 오니겐 씨가 말씀하셨듯이
아름다운 스타가 긴장하면 우리들이 일하기 어렵다고."
안되겠다고 생각한 오니겐이 저녁 무렵까지 철저히 훈련해서 오늘밤에 여러분
앞에서 연기할 수록 있도록 하겠다는 언질을 하고서야 가까스로 패거리들이
밖으로 나갔다.
꽃 모양의 파란색 양탄자가 깔려 있는 밝은 방, 그곳은 다시로의 저택 안의
화사한 홈 바이다. 조교실에서 쫓겨난 야쿠자와 불량 소녀들이 전부 여기 모여있었다.
열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스탠드 의자에 빽빽이 앉아 있는 모리다파의 젊은
무리에게 카운터 안에 들어간 하자쿠라단의 하나가 벽 선반의 양주를 서비스하고
있었다. 방의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는 다시로와 모리다가 마주보고 앉아 뭔가
메모를 긁적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아마 비밀 쇼를 열 시기와 접대할
손님에 관한 상의일 것이다. 야쿠자들과 여자들의 떠들썩한 술 대작으로 방안
전체에 열기가 가득한데 문이 열리고 에츠코가, 언니, 있어? 하며 들어왔다.
야쿠자들 사이에 섞여 스탠드 중앙에 여왕처럼 앉아 있던 긴코가, 뭐야?
에츠코 하고 술에 취해 흐리멍덩한 시선을 보냈다.
"언니. 미츠코 년 말야, 완전 고집불통이야. 모처럼 해준 기저귀에 용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단 말야. 아주 건방져. 손 좀 봐 줘요."
그리고는 복도 쪽을 향해 소리쳤다.
"마리, 걔 이리로 끌고 와."
복도에서 미츠코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따라오라니까!"
마리의 히스테릭한 소리와 동시에 마리에게 등을 떠밀려 미츠코가 쓰러지듯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몸에 걸치고 있는 거라곤, 핑크색 훈도시 하나뿐인 망측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미츠코는 술에 취한 남녀의 눈길에 움츠러들어 그 자리에
웅크려 앉고 말았다. 그런 미츠코의 오랏줄을 뒤에서 낚아채듯이 쥔 마리는
억지로 미츠코를 일으켜 세워 스탠드에 앉은 긴코에게 밀어붙였다.
"후후 훈도시가 아주 잘 어울리는군.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야쿠자들은 제멋대로 떠들어대며 미츠코의 주위를 에워쌌다.
"과연 그렇군. 기저귀를 사용하는 게 싫은 모양이야. 그럼, 좋아. 필요 없는
것을 차고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야. 벗겨버려!"
긴코가 에츠코와 마리에게 말했다. 그러자 두 여자가 껌을 씹으면서 매듭에
손을 댔다.
"……요, 용서해줘요!……."
미츠코는 비명을 지르고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버렸다. 그 위를 덮쳐 가는
에츠코와 마리. 긴코는 자신의 발 밑에서 푸드덕거리는 세 사람을 재미있게
바라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후후후, 아가씨. 그런 훈도시라도 없는 것 보단 나은가 보지?"
긴코가 소리를 높여 웃자 머리가 뒤죽박죽이 된 마리와 에츠코가 혁혁 숨을
헐떡이며 일어나 긴코 앞의 스탠드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정말 애먹이는 아가씨야."
에츠코와 마리는 맥주를 한숨에 들이켜고 발치에 쪼그리고 앉아 격하게 흐느끼고
있는 미츠코의 엉덩이를 얄미운 듯이 찼다. 긴코가 두 사람을 달랬다.
"거칠게 다루면 안 돼. 상품이잖아."
그리고 긴코는 바닥에 엎드려 우는 미츠코의 매끈매끈한 양어깨에 손을 얹고
안아 일으켰다.
"자, 아가씨. 이 의자에 앉아."
미츠코는 스탠드의 작고 높은 걸상형 의자에 앉혀졌다.
"더할 나위 없는 경치군."
등뒤에서 술을 마시던 야쿠자들의 눈이 빛났다. 동글납작한 등이 없는 의자에
찹쌀떡 같은 미츠코의 엉덩이가 찰싹 타고 올라앉아 있다. 미츠코의 등 중간쯤에
가련하게 잡아매어진 연약한 손목이 묘하게 매혹적으로 비쳤다.
"아가씨. 맥주 마실래, 아니면 위스키로 할래?"
긴코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깊숙이 떨구고 있는 미츠코의 검은 머리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언니. 그렇게 부드럽게 대할 필요가 어디 있어요? 이 아가씨의 고집을 뜯어고쳐야
하잖아요?"
에츠코는 입이 뽀로통하게 나와서 그렇게 말했다.
"뭐, 그렇게 서두를 것 없어. 너도 이 아가씨의 세라복을 가로챘잖아. 너무
그렇게 못살게 굴지 말아."
긴코의 그런 다정한 모습이야말로 폭풍 전야임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에츠코는 꾹 참고 얼굴을 찡그린 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가씨. 너도 모리다파의 상품이 되었으니까 언제까지고 자기 멋대로
굴어선 곤란해. 그래서 생각한 건데, 네게 좋은 신랑감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열 여덟이라면 이제 슬슬 결혼해도 좋은 나이잖아?"
긴코는 미츠코의 아름다운 옆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아케미가 술
냄새 나는 숨을 토하면서 거들었다.
"그래. 너 역시 남자를 알게 되면 좀더 고분고분해지고, 하자쿠라단과 모리다파를
위해 일할 마음이 생길 거야."
미츠코는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선만이라도 보는 게 어때?"
긴코는 속 웃음을 웃으며 미츠코의 바로 뒤에 서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요시자와를
불러 미츠코 옆에 앉혔다. 흘끗 요시자와를 본 미츠코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고 돌처럼 몸을 경직시켰다. 어제 자신을 조롱하고, 언니 쿄오코에게 관장을
가한 독사같이 무서운 사내 아닌가? 굴욕감과 분노에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는 미츠코에게 긴코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은 말이지 모리다파의 간부야. 너 같은 순진한 여학생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오늘 아침부터 우리들에게 너와 다리를 놔달라고 몇 번이고 부탁했었어."
아케미가 뒤를 이었다.
"모리다파 간부의 아내가 되다니 멋진 일이잖아? 우리들 체면 좀 세워주렴."
"싫어 싫어요!"
미츠코는 하얀 알몸을 떨며 스탠드 위에 얼굴을 대고 격하게 흐느꼈다.
긴코가 웃으면서, 요시자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체크무늬의 양복을
입고, 파란색 소프트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있는 요시자와는 위스키를 핥듯이
마시면서 말했다.
"지금 내 심정은 울 때까지 기다리는 두견새와 같아. 울게 만드는 것은 너희들
역할이지. 그 대신 앞으로 너희들 뒤를 잘 보살펴줄게."
그러면서 요시자와가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자수가 놓인
핑크색 팬티였다. 미츠코의 것이다. 에츠코가 그것을 받아 미츠코 앞에 놓았다.
"후후후, 아가씨 이것 좀 봐. 이런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로 너를
사모하고 있잖아. 뜻을 이루어줄 수 없을까?"
눈앞에 자신이 입고 있던 속옷이 놓여지자 미츠코는 수치심에 입술을 꽉
깨물고 그것에서 눈길을 돌렸다.
"요시자와 오라버니에게 안기는 게 싫다면 아가씨,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은
제멋대로의 행동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해, 그래도 좋아?"
긴코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미츠코는 눈물을 흘리면서 작게
끄덕였다. 요시자와의 독수에 걸려드느니 아무리 괴로운 일을 당해도 견디겠다는
비통한 결심을 했던 것이다.
"이제 기저귀 따위의 사치스런 것은 사용할 수 없어. 아케미. 이봐 그게
어디 있더라? 환자들이 사용하는 거 말야."
아케미가 웃으며 방을 나갔다가 이내 달려와 카운터 테이블 위에 유리로
만든 옆으로 뉘인 항아리 같은 용기를 내려놓았다. 변기였다.
귓불까지 빨개진 미츠코는 다시 얼굴을 카운터 테이블에 비벼대며 흐느꼈다.
긴코의 지도로 모리다파의 젊은 패거리가 방의 중앙에 의자를 쌓고 천장의
들보에 끈을 두 줄 걸었다. 두 줄의 오랏줄이 흔들흔들 늘어뜨려져 있는 그
아래 바닥에 여자들이 간격을 두고 두 개의 짧은 봉을 박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다시로가 놀라 의자에서 일어나며 화를 내었다.
"이봐. 마룻바닥에 말뚝을 박다니 제정신이야!"
그러자 아케미가 얼굴 잔뜩 미소를 담고 아양을 떨었다.
"미츠코 양이 너무 고집을 부려서요. 잠시만 교육을 시키려고요.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릴 테니 너그러이 봐주세요."
카운터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격하게 오열하고 있는 미츠코의 어깨를 쿄오코가
뒤에서 껴안듯이 하며 일으켰다.
"아가씨 준비 다 됐어. 자, 이쪽으로 어서."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미츠코는 긴코에게 몸을 의지하고 허리를 움츠리며
걸어갔다.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두 줄의 끈. 그리고 마룻바닥 위에 박혀 있는
두 개의 말뚝. 언뜻 그것을 본 미츠코는 현기증이 일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에츠코와 마리가 그런 미츠코의 양쪽에 쭈그리고 앉아 단단하게 뒷짐 결박되어
있는 끈을 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어떤 일을 시킬지 미츠코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부끄러움과 분함으로 불같은 것이 목구멍 언저리까지
치밀어왔다.
끈이 풀린 미츠코는 본능적으로 젖가슴을 두 손으로 꼭 누르고, 허벅지를
찰싹 붙이며 원숭이처럼 웅크렸다.
"자, 힘을 내 아가씨."
긴코가 잔뜩 벼르는 말투로 말하고, 에츠코와 마리가 사형집행인처럼 미츠코의
낭창낭창한 양팔을 좌우에서 잡아 일으켜 세웠다.
"싫어요. 부탁이에요, 그, 그만해요!"
미츠코는 대기하고 있던 여자들과 야쿠자들에게 둘러싸여 위에서 늘어뜨려진
두 줄의 끈에 높이 들린 두 손의 손목이 각각 묶였다.
양 손목을 친친 파고드는 매듭의 통증에 미츠코는 비명을 지르며 양 어깻죽지께에
얼굴을 비벼대면서 흐느꼈다. 딱 붙인 여린 무릎이 그렇게 봐서 그런지 덜덜
떨리고 있는 듯했다.
긴코가 미츠코의 홍조 띤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소리 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후, 어때 아가씨. 이제부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엄청난 일을 해야만
하는데 생각 고쳐먹고 요시자와 씨의 신부가 될 마음은 없어?"
미츠코가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긴코가 혀를 끌끌 찼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술안주가 될 수밖에."
긴코가 에츠코와 마리에게 눈짓을 했다. 미츠코의 발치에 웅크리고 있던
에츠코는 미츠코의 솜털이 나 있는 하얀 정강이를 찰싹 때리고 말했다.
"자 아가씨."
미츠코는 에츠코가 발목을 잡자,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깨끗이 단념 못 하는 것은 언니인 쿄오코를 빼 닮았군. 요시자와 오라버니에게
만좌중에서 팔꿈치로 내지르는 배짱이잖아. 새삼, 부끄러울 게 어딨어?"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 보고 있는 동료들에게 응원을 청했다.
"그만둬, 싫어. 아아…… 언니!"
"아가씨. 그런 몰골을 맘대로 하세요 스타일이라는 거야."
긴코가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12. 스타 탄생>
"어때, 미츠코 양. 마지막 기회야. 아직도 요시자와 오라버니의 정부가 되기
싫어?"
아케미가 부드러운 백조 마냥 볼록하게 솟은 미츠코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말했다. 미츠코는 비명을 지르고 나신을 비틀었다.
"할 수 없지. 그럼 먼저 간지럼 고문부터 시작해볼까?"
긴코가 동료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앗! 무, 무슨 짓이야, 그만둬!"
미츠코가 매달려 있는 두 손을 버둥거리자 등뒤에 있던 아케미가 돌연 뒤에서
미츠코의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내 특기인 젖가슴 고문이야. 예쁜 젖가슴으로 만들어 줄게."
아케미는 두 손을 움직이면서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제, 제발요! 놔줘요!"
미츠코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미간을 찡그리고 하얀 목구멍이 크게 들여다보이게
헐떡였다.
"도와줄까?"
에츠코와 마리가 히죽거리며 아케미와 장단을 맞춰 격렬하게 파도치는 미츠코의
몸 여기저기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시키는 대로 할, 할 테니 부탁이에요. 그만해!"
미츠코의 이마에는 흠뻑 비지땀이 배었다. 미츠코는 여자들의 집요한 간지럼
고문에 끝내 저항하지 못하고 마침내 그녀들의 요구를 승낙했다.
"정말이지? 요시자와 씨의 색시가 될 결심이 선거지?"
아케미는 가까스로 젖가슴과 옆구리의 간지럼 고문을 중지하고, 앞으로 돌아와
미츠코에게 재차 다짐을 했다.
고개를 숙이고 굴욕에 흐느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미츠코는
봇물이 터지듯이 격렬하게 몸을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여자들도 야쿠자들도 요란하게 함성을 질렀다.
"좋겠어, 요시자와 씨. 이런 귀여운 신부를 아내로 얻게 돼서."
긴코가 벌컥벌컥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요시자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희들이 이 아가씨를 어떤 식으로 괴롭힐지 좀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유감이군."
요시자와는 자못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분명하게 미츠코에게 선서를 시켜야지."
아케미가 긴코에게 환기시켰다. 긴코는 에츠코와 마리를 불러 망측스런 몰골로
있는 미츠코를 에워쌌다. 요시자와의 정부가 될 것을 승낙한 미츠코에게 요시자와
앞에서 선서시키기 위해 그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요시자와는 일단 두목인 모리다의 양해를 얻을 필요가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모리다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음, 경사스러운 일이군. 하지만, 그 아가씨도 우리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돼. 정부로 삼는 것은 좋지만, 모리다파를 위해 힘껏 일하도록 네가
잘 타일러야 할거야."
모리다는 요시자와에게 위스키 잔을 건네주면서 방실거리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네, 제 여자가 되고 나면 지금 같은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그때 긴코가 요시자와를 구석으로 불렀다.
"미츠코에게 선서를 시킬 테니까. 잠시 여기에 계세요."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미츠코는 눈앞에 요시자와가 우뚝 서자, 매달려 있는
팔의 어깻죽지께에 홍조 띤 얼굴을 비벼댔다.
"후후후, 뭐라 해도 아직은 여학생이야. 자기 남편이 될 사람 앞에서니까
부끄러운가보군."
긴코가 웃으며 말했다.
"자, 미츠코 양. 우리들이 가르쳐준 걸 요시자와 씨에게 확실하게 말하도록
해. 그러면 끈을 풀어줄 테니까. 남편 될 사람 앞에서 언제까지나 부끄러워하고
있을 거야?"
아케미가 즉시 말을 받았다.
미츠코는 이윽고 얼굴을 정면의 요시자와에게 향했다. 눈물이 글썽한 검은
눈동자는 요염할 정도로 반짝이고, 그 처참하리 만큼의 아름다운 미모를 본
요시자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가슴이 철렁하였다.
"……요시자와 씨. 미츠코는 기쁘게 당신의 아내가 될 것을…… 맹, 맹세합니다."
피를 토하는 듯한 심정으로 미츠코가 말하자, 여자들이 환성을 질렀다.
"생각 잘했어. 이것으로 우리들의 체면도 선셈이야. 간신히 어깨의 짐을
내렸군."
긴코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식을 올리는 게 낫겠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고 오늘밤에 어때?"
모리다가 맥주를 맛있게 마시면서 걸걸한 소리로 말했다.
"……아아."
미츠코는 발개진 얼굴을 돌려 숙이고 높이 매달려있는 낭창낭창한 팔을 뒤틀며
흐느끼고 있었다.
"자, 요시자와 씨. 귀여운 애인에게 키스해줘요."
긴코가 말하자, 요시자와는 자못 수줍은 얼굴로 이내 성큼성큼 미츠코에게
나아갔다. 미츠코는 공포로 눈을 크게 뜨고 싫다는 듯 고갯짓을 하였다.
"신랑의 키스를 거절하는 신부가 어디 있어?"
아케미는 미츠코의 새하얀 엉덩이를 찰싹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아무리 거부한다
해도, 엑스 자형으로 옴짝달싹못하게 고정되어 있는 미츠코는 어쩔 수 없이
결국에는 징그럽게 내밀어오는 요시자와의 입술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요시자와는 뭔가에 흘린 듯한 충혈된 눈으로 미츠코의 반짝이는 하얀 어깨,
그리고 등뒤로 돌아가 매끈매끈한 눈 같은 등줄기에서 봉긋 솟은 가슴께에
이르기까지 키스를 수도 없이 퍼부어 댔다. 온몸에 뱀이 기어가는 듯한, 오싹하니
역겨운 감촉을 미츠코는 괴롭게 목을 젖히고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다.
"앗! 아, 무슨 짓이에요? 그만해!"
요시자와가 허리를 낮추어 미츠코의 벌어진 넓적다리를 양손으로 떠받치고,
그 위쪽 사타구니에 입술을 대려고 하자 미츠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째지는
소리를 지르며 매달려있는 두 팔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겼다. 오동통한 엉덩이의
근육까지 팽팽하게 켕겼다.
여자들이 웃어대고, 긴코가, 이제, 그 정도로 해둬요, 하고 입을 일그러뜨리면서
요시자와를 말렸다.
"나중의 즐거움이 없어지지 않겠어요. 그런 일은 오늘밤 오붓하게 둘이서
하라고요."
요시자와가 헷헤헤, 하고 추잡하게 웃으며 가까스로 미츠코의 곁에서 떨어졌다.
긴코는 크게 어깨로 숨을 쉬며 굴욕감에 몸부림치고 있는 미츠코에게 돌연
혹독한 말투로 말했다.
"과장된 비명을 지르지 마. 요시자와 씨는 이제부터는 네 남편이 될 사람이잖아.
남편이 하는 일을 거역하면 우리들이 용납 않을 테니까. 알았지?"
긴코는 미츠코의 코를 쥐었다. 그리고 카운터 위의 유리제 변기를 집어들어
그것을 요시자와에게 건넸다. 미츠코는 소스라치게 놀라 귓불까지 빨개져 고개를
돌려버렸다.
"뭐 그렇게 부끄러워할 것 없어. 네 남편이 시중을 들어주는데. 큰 볼일도
이제부터는 전부 이런 식으로 남편에게 맡길 거야. 알았지?"
술 냄새를 풍기면서 아케미가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미츠코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일이 끝나면 이 테이프 레코더에 녹음해서 삼층에 있는 언니에게 알려주자고.
네가 요시자와 씨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면 언니도 분명 찬성하고 기뻐할
거라고 믿어."
긴코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투로 미츠코에게 말하고는 요시자와에게 윙크를
했다. 기묘한 모양의 유리병을 본 미츠코는 두려움에 온몸을 바늘처럼 긴장시키고,
매달린 두 손을 비틀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싫어! 아아, 싫어. 너, 너무해요. 그, 그런 짓, 절대로 싫어!"
미츠코가 발끈하여 아우성치자 여자들은 점점 기세가 올라갔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요시자와 씨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게 될
거야. 처음엔 다소 부끄럽겠지만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야. 시중들어주는
시간이, 차츰 기다려질 거라고."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미츠코의 코앞에서 불을
켰다. 미츠코에게 거절 못 하게 하려는 위협이었다.
"귀여운 코를 새까맣게 태우고 싶지 않다면, 후후후 요시자와 씨에게 응석부리는
소리로 부탁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지. 저어, 자기. 미츠코, 소변 마려워요!"
긴코가 괴상한 소리를 내므로 야쿠자도 여자들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농담이
아니라 긴코는 미츠코에게 실제로 그렇게 말하도록 정색하며 살을 꼬집고,
결국엔 라이터 불을 엉덩이께에 대어 미츠코에게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긴코의 잔인함에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이윽고 미츠코는 굳게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저어, 자기……."
"저어, 자기는 멋대가리가 없잖아. 저어, 자기잉 하고 요염하게 응석부리듯이
말하는 거야."
긴코가 미츠코의 엉덩이를 꼬집고 때렸다.
"……저, 저어, 자기잉."
미츠코는 온몸이 불기둥처럼 달아오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왜. 무슨 일이야?"
요시자와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유리제 변기를 안고 미츠코에게 다가갔다.
요시자와가 검붉은 얼굴을 미츠코의 코앞에 들이댔다. 미츠코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악마 같은 요시자와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데 어서 말해! 하고 긴코와
아케미가 몸의 여기저기를 꼬집었다.
"……미, 미츠코. 소, 소, 아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격렬하게 흐느끼는 미츠코를 여자들은 화를 내며
또다시 몸의 여기저기를 꼬집고 때렸다.
"어때, 이쯤에서 한숨 돌리지?"
가와다는 오니겐에게 컵을 건네고 맥주를 따랐다.
오니겐은 컵의 맥주를 맛있게 단숨에 들이켰다. 가와다도 오니겐도 위통을
벗고 있었는데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교습에 매달린
지 벌써 세 시간 가까이 되었다.
방 중앙에 깔려있는 커다란 매트리스 위에는 흰 유연한 두 육체가 겹쳐진
짐처럼 내팽개쳐져 있었다. 실신한 것인지, 두 육체는 꼼짝도 하지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참혹한 모습이었다.
"정말 두 사람 모두 고운 피부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오니겐은 매트리스 위의 여체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가와다에게 말했다.
"어때, 오니겐 씨. 이 두 사람, 상품으로서의 가망성은?"
가와다가 히죽거리며 물었다.
"가망성이 어떻냐고요? 최고예요.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몸 또한 저는
이렇게 좋은 몸을 가진 여자를 다룬 적은 태어나서 처음인 걸요."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매트리스 위의 두 미인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단지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끈을 맨 상태라서, 당신과 제가 인형을
조작하는 사람처럼 일일이 지도해야 한다는 거죠. 그것이 골치라면 골치지.
하지만, 그것도 우리들의 부수입인 셈이죠."
오니겐은 가와다 쪽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끈 없이 이 두 사람이 지금 보여준 것을 연기시키려면 아마 반년은 걸릴
거야. 어쨌든 이 미인들의 교육이 교육이니까 뭐, 당분간은 자네와 내가 인형
조작사 역을 해야겠지. 의외로 그쪽이 손님에게 인기 있을지도 모르겠어."
가와다도 오니겐과 나란히 매트리스 위에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태의
두 미녀에게 눈길을 떨구면서 말했다.
"후후후. 부인, 꽤 지친 모양이야?"
이윽고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의 품안에 풀썩 고개를 위를 향하고 탈진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터질 듯한 가슴의 융기가 끊임없이 크게 헐떡이고 있었다. 한편, 쿄오코도
오니겐이 어깨를 잡아 상체를 일으켜 세웠는데 풀썩 고개를 떨구고 안이 텅
빈 인형처럼 얼이 빠진 상태였다.
"자, 정신 차려. 아직 이 정도로는 어림없어."
그제야 부인과 쿄오코는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살며시 눈을 떴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시선이 멍하니 마주치자, 동시에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을 붉히고 서로의 시선을 외면했다. 가와다와 오니겐의 강요로 두
사람이 지금까지 했던 연기를 떠올리자 너무나도 부끄러웠던 것이다.
가와다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그렇게 수줍어할 게 뭐 있어? 어쨌든 두 사람 이것으로 상당히
친밀한 관계가 됐는데 이제 서로 격려해서 훌륭한 스타가 되어야 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이를 갈며 오열할 뿐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나고 다시로와 모리다 두 사람이 들어왔다.
"어떤가. 쓸 만한 상품이 될 것 같은가?"
모리다는 오니겐과 매트 위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흐느끼는 두 여인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오늘밤, 모두들 앞에서 멋진 공연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그때 보시면 알게
되시겠죠."
오니겐이 자신있게 말하였다.
다시로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모리다 두목과 협의했는데, 오픈 쇼를 내달 1일에 열기로 결정했어.
아직 일주일 시간이 있지 회원에게는 내일 안내장을 보내기로 했어."
"그렇습니까? 일주일이라면 아직 여러 가지 재주를 가르칠 수 있겠군요."
가와다와 오니겐은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야, 가와다. 이런 아이템은 어떨까?"
다시로는 가와다와 오니겐을 방 한쪽 구석으로 불러 뭔가 작은 소리로 얘기를
나누었다.
"무척 재미있겠군요. 그럼 쿄오코와 같이 도야마 부인도 깎아야겠군."
가와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도야마 부인도 그 아이디어에 대 찬성할 겁니다. 가서 물어보죠."
매트 위의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간 가와다는 부인의 귀를 덮고 있는 검은
머리칼을 헤집고 능글맞게 웃으면서 귓속말을 하였다. 그 순간 부인은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이 몸을 떨고 눈썹을 치켜 떠 가와다를 노려보았는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검은 머리칼을 좌우로 흔들면서 매트 위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가와다의 악마의 전언은 계속됐다.
"쇼를 보러 오신 모든 분들에게 기념으로 한 가닥씩 드린다는 게 아주 기발하잖아.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어. 오늘 깎으면 쇼를 여는 날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을
거야."
시즈코 부인은 매트 위에 몸을 엎드린 채 흑흑 울었다. 가와다 일행이 세우고
있는 계획, 그 상식을 벗어난 잔인함. 시즈코 부인은 그런 꼴을 당할 거라면
차라리 단숨에 혀를 깨물고 그 생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와다는
이미 부인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부인과 쿄오코가 열심히 해서 이 쇼를 성공시켜 준다면 게이코와 미츠코까지
억지로 쇼에 서게 할 마음은 없다고."
이 악마들이 게이코와 미츠코 이야기를 꺼내면 정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두 사람이었다.
다시로가 어정어정 다가와서 굴욕에 괴로워 우는 부인에게 말했다.
"깎은 것 중 반은 부인의 가장 사랑하는 남편 도야마 씨에게 보내줄 거야.
부인의 선물이라면서 말이야. 어때, 우리들도 꽤 자상하지. 부인의 실종이래,
도야마 씨는 거의 실성을 했다더군. 그런 도야마 씨에게 무엇보다도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로는 큰배를 흔들며 웃기 시작했다.
"쿄오코도 그 중 절반은 뭐 세금으로 모리다파가 받게 될 거고, 그 절반은
약속대로 야마자키라는 탐정에게 보내주지."
다시로는 말을 마치고 가와다를 쳐다보며 히죽 웃었다.
"그럼,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연기를 먼저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삭발 식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가와다가 물었다.
"삭발식은 한시라도 빠른 편이 좋아. 삭발 미인들의 쇼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아니겠어?"
그러자 가와다가 그러면 쿄오코부터 해야되겠구먼 하면서 중얼거리더니 쿄오코의
오랏줄을 잡아끌었다.
"자 쿄오코, 가자고."
"쿄, 쿄오코 씨!"
"부, 부인!"
부인은 상체를 뒤틀면서 일어나 끌려가려는 쿄오코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격하게 울었다. 쿄오코도 치렁치렁한 부인의 검은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하였다.
"아주 비극적인 장면이군. 잠시라도 떨어지는 게 괴롭다는 심정은 알겠지만,
곧 또 무대에 함에 서게 될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다시로와 모리다가 쿄오코를 끌고 나갔다.
다시로와 모리다가 쿄오코를 끌고 간 곳은 정원 구석에 있는 광이었는데
사방 벽을 회로 칠하는 등 고풍스러운 무대로 꾸며놓았다. 모리다파의 비밀
회원들이 바로 여기에 모이는 것이다. 주위가 울창한 대나무 숲에 싸여 있어,
비밀 회원의 집합 장소로서는 아주 그만인 곳이다.
"기다렸어."
대나무 숲에서 긴코와 아케미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사전에 다시로와 모리다가 준비를 해놓도록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긴코와
아케미가 다시로에게 신이 나서 말했다.
"사장님, 준비는 빈틈없이 마쳐놨습니다. 자, 어서 어서."
"후후후, 쿄오코 언니. 드디어 올 게 왔군. 자, 이쪽으로. 그런데 쿄오코
언니. 엉덩이 살이 많이 발달한 것 같아. 색기가 흐르는데. 관장을 한 탓일까,
아니면 여자가 되어서일까?"
긴코와 아케미가 쿄오코의 등을 밀어대며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고풍스런 광에 이르자 아케미는 콧노래를 부르며 망창문을 열었다. 안은
상당히 넓었다. 다다미 열 장 정도의 큰 규모로 만들어져 있고 잠이 깰 정도의
밝은 색 양탄자가 깔려 있었는데, 특별히 대형으로 만든 듯 번쩍번쩍 금색으로
빛나는 호화로운 비단 방석이 그 중앙에 깔려있었다.
"이게 오늘밤 우리들과 모리다 오라버니들에게 연기를 보여주게 될 무대야.
즉, 다음달 개최할 쇼의 시연회를 여는 셈이지. 여기의 이 벨을 누르면 저택과
통하게 되어 있어서 하자쿠라단, 모리다파가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어."
아케미가 기둥에 있는 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쿄오코의 등을 밀었다.
"그런데 쇼에 들어가기 전에 마무리 져야 할 일이 있었지?"
그 방의 안쪽엔 도코노마처럼 한층 높게 만들어진 곳이 있고, 그곳에는 두
개의 통나무가 세워져 있었다. 각각의 통나무 아래쪽에는 1미터 가량의 횡목(橫木)이
박혀있었다. 마치 십자가를 거꾸로 세운 듯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더욱
섬뜩한 것은 그 기묘한 기둥 앞에 세면기가 하나씩 놓여 있는 것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온몸에 느끼고 쿄오코는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왜 그래. 어서 걷지 않고. 이쪽 기둥이 쿄오코 양, 이쪽 기둥은 시즈코
부인 거야. 귀부인께서도 이제 곧 이곳으로 올 거야."
긴코가 아케미와 둘이서 쿄오코의 등을 기둥에 밀어붙이고 재빠르게 쿄오코의
몸을 기둥에 묶기 시작했다. 쿄오코는 이미 모든 희망을 버리고 여자들에게
친친 끈으로 묶인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때, 가와다와 오니겐이 시즈코 부인을 앞세우고 들어왔다.
"아아, 부인……."
쿄오코가 눈물이 고인 눈을 들어 떨리는 소리로 불렀다.
"……쿄오코 씨."
그렇지만 이내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와 오니겐에게 등을 떠밀려 기둥에 등을
대고 서게되었다. 부인 역시 기둥에 묶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드디어 시작인 셈이군."
에츠코와 마리, 그리고 요시자와와 이노우에가 술로 벌개진 얼굴을 하고
떠들썩하니 들어왔다.
"아니, 부인도 같이야?"
에츠코가 쿄오코와 나란히 기둥에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가와다가 히죽 웃었다.
"그렇지. 두 사람 다 이제부터 모리다파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어. 그러려면
먼저 몸도 어린아이처럼 되는 게 좋겠다고 부인이 말하더라고."
시즈코 부인은 치를 떨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기둥 아래쪽에 박혀 있는 횡목에 부인과 시즈코의 다리를 묶으려고 에츠코와
마리가 오랏줄을 들자 긴코가 일단 제지하였다.
"그전에 에츠코, 부인과 쿄오코의 머리를 세팅해 줘. 얼굴에 화장도 좀 해주고.
그래도 명색이 시연횐데 용모가 단정해야지."
에츠코는 과거 미용 실에서 2년 정도 일한 적이 있어 늘 하자쿠라 단원의
머리를 손봐주고 있었다.
"알았어요. 오늘밤은 특별히 예쁘게 만져주지."
에츠코는 마리를 조수로 삼아 익숙한 손놀림으로 헝클어진 시즈코 부인의
머리를 브러시로 쓸어 넘겨 세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갸름한 얼굴에도 정성스러운
화장이 입혀졌다.
쿄오코도 에츠코가 세트한 윤이 반지르르한 머리에 마리가 헤어로션을 바르고
정성껏 화장하였다. 에츠코는 시즈코 부인의 어깨와 젖가슴 등에 로션을 덕지덕지
바르면서 문득 옆쪽의 마리가 립스틱을 발라주고 있는 쿄오코를 생긋 쳐다보고
말했다.
"네 동생 미츠코 양도, 도야마 재벌의 영양도 우리들이 신부 화장을 해주었어.
몰라볼 정도로 예뻐졌다고. 한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순간, 쿄오코와 부인의 표정으로 일변했다.
"다, 당신들 혹시 게이코 씨와 미츠코를……."
쿄오코는 눈에 핏발이 서는 심정으로 입술을 와들와들 떨면서 에츠코와 긴코를
바라보았다.
"아, 우리들이 아직 말 안 했던가? 이거 실례했네."
긴코가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미츠코 양은 여기에 있는 요시자와 씨랑, 게이코 양은 이 이노우에씨와
경사스럽게도 혼담이 이루어 졌어. 당신들 쇼가 끝나고 나서 결혼식을 올릴
거야."
"미, 미츠코는 어디에. 지금, 어디에 있어요!"
쿄오코는 긴코에게 달려들 기세로 말했다. 미츠코의 몸만은 지켜내기 위해
지금까지 죽기보다 고통스러운 수많은 고초를 견뎌왔는데 이제 와서…… 쿄오코의
가슴에 뜨거운 불덩이가 울컥 솟구쳐왔다.
"미츠코 양도 게이코 양도 지금 우리 동료들이 정성껏 해주는 전신 마사지를
받으며 첫날밤에 알아둬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을 강의 받고 있어."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요시자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미츠코와 부부가 되면, 이 쿄오코는 당신에게는 처형이잖아요. 인사라도
한마디하는 게 어때?"
요시자와는 얼굴을 찡그리듯이 웃으면서 안고 있던 녹음기를 쿄오코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만좌중에서 자신에게 관장을 하여 수치의 지옥으로 내몰았던,
너무나도 증오스런 요시자와가 동생에게 독수를 뻗쳤던 것이다. 쿄오코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어쩌지도 못하는 분노로 타오른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요지자와가 녹음기에 코드를 연결하였다.
"헷헤헤, 내가 뭐라고 떠들기보다 미츠코의 목소리를 들으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야. 언니에게 꼭 자기의 마음을 설명하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녹음을
해놨지."
녹음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니, 내 멋대로 결정한걸 용서해 줘. 나, 너무나 요시자와 씨를 좋아하고
있어. 요시자와 씨의 여자가 되어서 평생 이런 멋진 세계에서 사는 것이 미츠코의
단 하나 소망이야. 미츠코는 요시자와 씨에게 맹세했어. 고등학교 교복 따윈
깨끗이 잊어버리고 이제부터는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정한 요시자와
씨의 곁에 일생 붙어다니고, 그리고 요시자와 씨의 일에 협력하겠다고 말이야.
지금 미츠코는 아주 행복해. 두 손은 꽁꽁 묶여 있지만 아무런 불편도 없는걸.
다정한 요시자와 씨가 대소변 역시 시중들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언니, 미츠코는
오늘 저녁 요시자와 씨의 사랑을 받아들여 드디어 여자가 될 거예요. 미츠코도
이제 열 여덟 살이니 결코 빠르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언니 역시 분명 찬성해주실
거죠. 언니에게 그런 멋진 관장을 해주신 분인걸. 언니도 요시자와 씨에게
호감을 갖게 될 거라고 믿어. 그럼, 이제부터는 언니도 모리다파를 위해 열심히
일해 줘. 나도 언니에게 지지 않는 멋진 쇼 스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미츠코의 음성을 들은 쿄오코는 기겁할 만큼 통곡하기 시작했다.
"미츠코. 져, 져선 안 돼, 미츠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쿄오코는 눈앞에 없는 동생의 이름을 필사적으로 불렀다. 이 정도의 말을
하기까지 미츠코가 얼마만큼 끔찍한 괴로움을 당했을까, 쿄오코는 그 일을
상상하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나가는 것 같았다.
"어때, 이제 이해가 되지, 쿄오코."
요시자와가 실성한 듯이 연신 몸부림치는 쿄오코를 유쾌하게 쳐다보며 웃었다.
이번엔 같은 모리다파 간부의 하나인 날렵하고 매서운 얼굴 생김을 한 이노우에가
시즈코 부인 앞에 섰다.
"게이코는 내 정부가 되기로 했어. 일단, 네게도 알려두는 거야. 게이코
역시 내게 홀딱 정신을 빼앗겼다고. 헷헤헤……."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악물고 분노에 찬 눈을 번쩍이며 이노우에를 봤지만
이내 얼굴을 돌리고 눈물을 흘렸다.
긴코가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부인과 쿄오코에게 말했다.
"모처럼 예쁘게 화장해 주었으니까 눈물 흘리지 말라고. 한데, 그런 식으로
머리를 세트하고 화장하고 보니 두 사람 모두 꽉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섹시한데."
에츠코는 흐느끼는 시즈코 부인의 턱을 붙잡고 핑크색 루즈를 부인의 입술에
펴 발랐다. 자, 이것으로 화장 끝! 하고 에츠코와 마리는 자신이 한 일을 점검이라도
하는 양 조금 떨어져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곱게 화장한
두 미인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이런 미인의 털을 깎다니, 약간 꺼림칙한데."
그러자 아케미가 이제 와서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웃으면서 두 미인에게
다짐이라도 받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게이코 양과 미츠코 양의 결심을 잘 알았겠죠. 그러니까 두
아가씨의 일은 우리에게 일체 맡기고 당신들은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어. 안심하고
깎으라고."
그리고 에츠코 일행에게 눈짓을 하였다. 시즈코 부인 쪽에는 아케미와 긴코가
쿄오코 쪽에는 에츠코와 마리가 허리를 굽혀 발목을 쥐고 좌우로 힘껏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야! 이러지 마!"
부인도 쿄오코도 머리에 피가 확 솟구쳐 필사적으로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
"무슨 짓이라니,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왜 그래?"
마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사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요시자와와 이노우에가
여자들의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사내들이 합세하자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부인과 쿄오코는 횡목에 발목이 꽁꽁 묶이고 말았다.
"아!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군. 하나, 그러고만 있을수 없지."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면서 에츠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에츠코가 준비해온
화장 케이스 안에서 비눗물, 면도칼 두 개, 작은 접시, 수염 깎은 뒤 바르는
크림 등을 주섬주섬 꺼냈다.
가와다는 번쩍번쩍 빛나는 면도칼을 손에 쥐고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눈앞에
슬쩍 내비쳤다.
"헤헤헤, 어때, 날이 잘 들 것 같지? 두 사람 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깎기
전에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들어주지."
가와다는 처형자를 대하는 목사님 같은 말투로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젖가슴을
면도칼 등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가와다 씨 부탁이야. 그것으로 단숨에 죽여줘! 더 이상 치욕스럽게 만들지
말고!"
시즈코 부인은 얼굴을 홱 들고 가와다에게 쏘아붙였다. 쿄오코도 뒤따라
눈을 크게 뜨고 가와다를 향해 악을 썼다
"죽여, 단숨에 죽여줘!"
자기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미츠코만은 지키려는 결심으로 잔인한 학대를
참아왔던 쿄오코였지만 미츠코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이 마당에 차라리
죽어서 이 굴욕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념뿐이었다.
"말해두겠는데. 너희들이 만약 자살 따위를 했을 경우 내달에 열릴 쇼에는
미츠코 양과 게이코 양이 대역을 맡게 될 거야. 알아들었어?"
그런 가와다의 말에 부인과 쿄오코는 금세 기가 꺾여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것 보라지, 하고 가와다는 마음속으로 우쭐대며 싱긋 웃었다.
긴코가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할거라면 어서 해치워. 저택에 있는 사람들은 부인과
쿄오코 양의 쇼를 보게 될 거라고 했더니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그때 요시자와가 자기의 처형뻘 되는 쿄오코에게 듬뿍 서비스해 주고 싶으니
쿄오코를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하여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렇다면 부인은 내게 맡겨 줘. 게이코의 엄마에게 나도 효도하게."
이노우에가 말하며 다시금 웃었다.
결국 시즈코 부인은 이노우에와 에츠코, 쿄오코는 요시자와와 마리가 맡기로
결정되었다. 면도 크림은 가와다가 담당하기로 되었다.
온몸의 피가 소리를 내며 역류하는 수치와 공포. 구역질과도 같은 분통함.
시즈코 부인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눈썹을 팔자로 찡그리며, 매끈한 목덜미를
또렷하게 드러내고 애처롭게 고개를 저었다. 쿄오코도 풍만한 가슴의 융기를
팔딱이며 괴롭게 헐떡이고 있었다.
위스키를 입에 물고 능글맞게 웃으며 지켜보고 있는 다시로와 모리다. 웃음을
참으려는 양 입을 손수건으로 누르면서 보고 있는 긴코와 아케미. 가와다는
이노우에와 요시자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잔을 건네준 뒤 위스키를 따라주기도
하였다. 두 다리를 좌우로 활짝 벌리고 기둥에 묶인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사타구니에는 비눗물이 잔뜩 칠해졌다.
"자, 한 올도 남기지 않고 예쁘게 깎아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이노우에는 마리가 건네준 면도칼을 손에 쥐자 허리를 굽히고 비누 거품에
젖은 농밀한 음모에 칼을 대었다.
"그럼, 이쪽도 시작할까?"
요시자와도 쿄오코의 무릎께로 몸을 낮추어 부드러운 숲에 면도칼을 갖다댔다.
"소중한 곳에 상처를 내면 안 되니까 움직이지 말아."
이노우에가 시즈코 부인의 칠흑 빛의 숲을 한쪽 손끝으로 잡고서 야비한
웃음을 입가에 띠며 말했다.
이노우에와 요시자와가 쥔 면도칼이 마침내 삭모 작업을 개시하였다.
"아아, 쿄오코 씨!"
"부인!"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함께 비장한 목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이
수치를 견디려고 하였다.
쓱―쓱― 하고 섬모가 조금씩 깎여나가자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횡목에
묶여진 넓적다리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이노우에와 요시자와는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부인과 쿄오코의 크게 벌어진
넓적다리 사이로 몸을 파고들면서 미묘하게 면도칼을 움직이고 있다. 쓱―쓱―
하고 조금씩이지만 깎여나갈 때마다 부인과 쿄오코의 입에서는 비명 같은 신음
소리와 뜨거운 콧김이 새어나왔다.
다시로와 모리다. 가와다 일행과 무릎을 굽히고 구경하고 있던 긴코는 이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오욕을 피학성의 쾌감으로 바꾸려고 두 사람이 자신에게
정감을 부추기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삭모를 직접 단행하는 당사자들도 어느샌가 관능의 심지가 저려와 뜨거운
숨을 토하기 시작했다. 이노우에는 면도칼을 잠시 놀리고는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닦고, 마른 부분에 다시 젖은 솔을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기도 하였는데,
이윽고 정욕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그 손가락을 마치 빨려 들어가는 양 부인의
비열 안쪽으로 쑥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미 그곳이 축축이 뜨겁게 여물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더욱 깊숙이 넣으려고 하자 부인이 콧소리를
내며 몸을 비비꼬
"어때, 미츠코 양. 마지막 기회야. 아직도 요시자와 오라버니의 정부가 되기
싫어?"
아케미가 부드러운 백조 마냥 볼록하게 솟은 미츠코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말했다. 미츠코는 비명을 지르고 나신을 비틀었다.
"할 수 없지. 그럼 먼저 간지럼 고문부터 시작해볼까?"
긴코가 동료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앗! 무, 무슨 짓이야, 그만둬!"
미츠코가 매달려 있는 두 손을 버둥거리자 등뒤에 있던 아케미가 돌연 뒤에서
미츠코의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내 특기인 젖가슴 고문이야. 예쁜 젖가슴으로 만들어 줄게."
아케미는 두 손을 움직이면서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제, 제발요! 놔줘요!"
미츠코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미간을 찡그리고 하얀 목구멍이 크게 들여다보이게
헐떡였다.
"도와줄까?"
에츠코와 마리가 히죽거리며 아케미와 장단을 맞춰 격렬하게 파도치는 미츠코의
몸 여기저기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시키는 대로 할, 할 테니 부탁이에요. 그만해!"
미츠코의 이마에는 흠뻑 비지땀이 배었다. 미츠코는 여자들의 집요한 간지럼
고문에 끝내 저항하지 못하고 마침내 그녀들의 요구를 승낙했다.
"정말이지? 요시자와 씨의 색시가 될 결심이 선거지?"
아케미는 가까스로 젖가슴과 옆구리의 간지럼 고문을 중지하고, 앞으로 돌아와
미츠코에게 재차 다짐을 했다.
고개를 숙이고 굴욕에 흐느끼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미츠코는
봇물이 터지듯이 격렬하게 몸을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여자들도 야쿠자들도 요란하게 함성을 질렀다.
"좋겠어, 요시자와 씨. 이런 귀여운 신부를 아내로 얻게 돼서."
긴코가 벌컥벌컥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요시자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희들이 이 아가씨를 어떤 식으로 괴롭힐지 좀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유감이군."
요시자와는 자못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분명하게 미츠코에게 선서를 시켜야지."
아케미가 긴코에게 환기시켰다. 긴코는 에츠코와 마리를 불러 망측스런 몰골로
있는 미츠코를 에워쌌다. 요시자와의 정부가 될 것을 승낙한 미츠코에게 요시자와
앞에서 선서시키기 위해 그 요령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요시자와는 일단 두목인 모리다의 양해를 얻을 필요가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모리다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음, 경사스러운 일이군. 하지만, 그 아가씨도 우리의 상품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돼. 정부로 삼는 것은 좋지만, 모리다파를 위해 힘껏 일하도록 네가
잘 타일러야 할거야."
모리다는 요시자와에게 위스키 잔을 건네주면서 방실거리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네, 제 여자가 되고 나면 지금 같은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그때 긴코가 요시자와를 구석으로 불렀다.
"미츠코에게 선서를 시킬 테니까. 잠시 여기에 계세요."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미츠코는 눈앞에 요시자와가 우뚝 서자, 매달려 있는
팔의 어깻죽지께에 홍조 띤 얼굴을 비벼댔다.
"후후후, 뭐라 해도 아직은 여학생이야. 자기 남편이 될 사람 앞에서니까
부끄러운가보군."
긴코가 웃으며 말했다.
"자, 미츠코 양. 우리들이 가르쳐준 걸 요시자와 씨에게 확실하게 말하도록
해. 그러면 끈을 풀어줄 테니까. 남편 될 사람 앞에서 언제까지나 부끄러워하고
있을 거야?"
아케미가 즉시 말을 받았다.
미츠코는 이윽고 얼굴을 정면의 요시자와에게 향했다. 눈물이 글썽한 검은
눈동자는 요염할 정도로 반짝이고, 그 처참하리 만큼의 아름다운 미모를 본
요시자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가슴이 철렁하였다.
"……요시자와 씨. 미츠코는 기쁘게 당신의 아내가 될 것을…… 맹, 맹세합니다."
피를 토하는 듯한 심정으로 미츠코가 말하자, 여자들이 환성을 질렀다.
"생각 잘했어. 이것으로 우리들의 체면도 선셈이야. 간신히 어깨의 짐을
내렸군."
긴코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식을 올리는 게 낫겠군.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고 오늘밤에 어때?"
모리다가 맥주를 맛있게 마시면서 걸걸한 소리로 말했다.
"……아아."
미츠코는 발개진 얼굴을 돌려 숙이고 높이 매달려있는 낭창낭창한 팔을 뒤틀며
흐느끼고 있었다.
"자, 요시자와 씨. 귀여운 애인에게 키스해줘요."
긴코가 말하자, 요시자와는 자못 수줍은 얼굴로 이내 성큼성큼 미츠코에게
나아갔다. 미츠코는 공포로 눈을 크게 뜨고 싫다는 듯 고갯짓을 하였다.
"신랑의 키스를 거절하는 신부가 어디 있어?"
아케미는 미츠코의 새하얀 엉덩이를 찰싹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아무리 거부한다
해도, 엑스 자형으로 옴짝달싹못하게 고정되어 있는 미츠코는 어쩔 수 없이
결국에는 징그럽게 내밀어오는 요시자와의 입술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요시자와는 뭔가에 흘린 듯한 충혈된 눈으로 미츠코의 반짝이는 하얀 어깨,
그리고 등뒤로 돌아가 매끈매끈한 눈 같은 등줄기에서 봉긋 솟은 가슴께에
이르기까지 키스를 수도 없이 퍼부어 댔다. 온몸에 뱀이 기어가는 듯한, 오싹하니
역겨운 감촉을 미츠코는 괴롭게 목을 젖히고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다.
"앗! 아, 무슨 짓이에요? 그만해!"
요시자와가 허리를 낮추어 미츠코의 벌어진 넓적다리를 양손으로 떠받치고,
그 위쪽 사타구니에 입술을 대려고 하자 미츠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째지는
소리를 지르며 매달려있는 두 팔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겼다. 오동통한 엉덩이의
근육까지 팽팽하게 켕겼다.
여자들이 웃어대고, 긴코가, 이제, 그 정도로 해둬요, 하고 입을 일그러뜨리면서
요시자와를 말렸다.
"나중의 즐거움이 없어지지 않겠어요. 그런 일은 오늘밤 오붓하게 둘이서
하라고요."
요시자와가 헷헤헤, 하고 추잡하게 웃으며 가까스로 미츠코의 곁에서 떨어졌다.
긴코는 크게 어깨로 숨을 쉬며 굴욕감에 몸부림치고 있는 미츠코에게 돌연
혹독한 말투로 말했다.
"과장된 비명을 지르지 마. 요시자와 씨는 이제부터는 네 남편이 될 사람이잖아.
남편이 하는 일을 거역하면 우리들이 용납 않을 테니까. 알았지?"
긴코는 미츠코의 코를 쥐었다. 그리고 카운터 위의 유리제 변기를 집어들어
그것을 요시자와에게 건넸다. 미츠코는 소스라치게 놀라 귓불까지 빨개져 고개를
돌려버렸다.
"뭐 그렇게 부끄러워할 것 없어. 네 남편이 시중을 들어주는데. 큰 볼일도
이제부터는 전부 이런 식으로 남편에게 맡길 거야. 알았지?"
술 냄새를 풍기면서 아케미가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미츠코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일이 끝나면 이 테이프 레코더에 녹음해서 삼층에 있는 언니에게 알려주자고.
네가 요시자와 씨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면 언니도 분명 찬성하고 기뻐할
거라고 믿어."
긴코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투로 미츠코에게 말하고는 요시자와에게 윙크를
했다. 기묘한 모양의 유리병을 본 미츠코는 두려움에 온몸을 바늘처럼 긴장시키고,
매달린 두 손을 비틀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싫어! 아아, 싫어. 너, 너무해요. 그, 그런 짓, 절대로 싫어!"
미츠코가 발끈하여 아우성치자 여자들은 점점 기세가 올라갔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요시자와 씨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게 될
거야. 처음엔 다소 부끄럽겠지만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야. 시중들어주는
시간이, 차츰 기다려질 거라고."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미츠코의 코앞에서 불을
켰다. 미츠코에게 거절 못 하게 하려는 위협이었다.
"귀여운 코를 새까맣게 태우고 싶지 않다면, 후후후 요시자와 씨에게 응석부리는
소리로 부탁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지. 저어, 자기. 미츠코, 소변 마려워요!"
긴코가 괴상한 소리를 내므로 야쿠자도 여자들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농담이
아니라 긴코는 미츠코에게 실제로 그렇게 말하도록 정색하며 살을 꼬집고,
결국엔 라이터 불을 엉덩이께에 대어 미츠코에게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다.
긴코의 잔인함에 더는 저항하지 못하고, 이윽고 미츠코는 굳게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저어, 자기……."
"저어, 자기는 멋대가리가 없잖아. 저어, 자기잉 하고 요염하게 응석부리듯이
말하는 거야."
긴코가 미츠코의 엉덩이를 꼬집고 때렸다.
"……저, 저어, 자기잉."
미츠코는 온몸이 불기둥처럼 달아오르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왜. 무슨 일이야?"
요시자와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유리제 변기를 안고 미츠코에게 다가갔다.
요시자와가 검붉은 얼굴을 미츠코의 코앞에 들이댔다. 미츠코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악마 같은 요시자와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데 어서 말해! 하고 긴코와
아케미가 몸의 여기저기를 꼬집었다.
"……미, 미츠코. 소, 소, 아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격렬하게 흐느끼는 미츠코를 여자들은 화를 내며
또다시 몸의 여기저기를 꼬집고 때렸다.
"어때, 이쯤에서 한숨 돌리지?"
가와다는 오니겐에게 컵을 건네고 맥주를 따랐다.
오니겐은 컵의 맥주를 맛있게 단숨에 들이켰다. 가와다도 오니겐도 위통을
벗고 있었는데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교습에 매달린
지 벌써 세 시간 가까이 되었다.
방 중앙에 깔려있는 커다란 매트리스 위에는 흰 유연한 두 육체가 겹쳐진
짐처럼 내팽개쳐져 있었다. 실신한 것인지, 두 육체는 꼼짝도 하지않았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참혹한 모습이었다.
"정말 두 사람 모두 고운 피부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오니겐은 매트리스 위의 여체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가와다에게 말했다.
"어때, 오니겐 씨. 이 두 사람, 상품으로서의 가망성은?"
가와다가 히죽거리며 물었다.
"가망성이 어떻냐고요? 최고예요.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몸 또한 저는
이렇게 좋은 몸을 가진 여자를 다룬 적은 태어나서 처음인 걸요."
오니겐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매트리스 위의 두 미인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단지 어려움이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끈을 맨 상태라서, 당신과 제가 인형을
조작하는 사람처럼 일일이 지도해야 한다는 거죠. 그것이 골치라면 골치지.
하지만, 그것도 우리들의 부수입인 셈이죠."
오니겐은 가와다 쪽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끈 없이 이 두 사람이 지금 보여준 것을 연기시키려면 아마 반년은 걸릴
거야. 어쨌든 이 미인들의 교육이 교육이니까 뭐, 당분간은 자네와 내가 인형
조작사 역을 해야겠지. 의외로 그쪽이 손님에게 인기 있을지도 모르겠어."
가와다도 오니겐과 나란히 매트리스 위에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태의
두 미녀에게 눈길을 떨구면서 말했다.
"후후후. 부인, 꽤 지친 모양이야?"
이윽고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의 품안에 풀썩 고개를 위를 향하고 탈진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터질 듯한 가슴의 융기가 끊임없이 크게 헐떡이고 있었다. 한편, 쿄오코도
오니겐이 어깨를 잡아 상체를 일으켜 세웠는데 풀썩 고개를 떨구고 안이 텅
빈 인형처럼 얼이 빠진 상태였다.
"자, 정신 차려. 아직 이 정도로는 어림없어."
그제야 부인과 쿄오코는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살며시 눈을 떴다.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시선이 멍하니 마주치자, 동시에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을 붉히고 서로의 시선을 외면했다. 가와다와 오니겐의 강요로 두
사람이 지금까지 했던 연기를 떠올리자 너무나도 부끄러웠던 것이다.
가와다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그렇게 수줍어할 게 뭐 있어? 어쨌든 두 사람 이것으로 상당히
친밀한 관계가 됐는데 이제 서로 격려해서 훌륭한 스타가 되어야 해."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이를 갈며 오열할 뿐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나고 다시로와 모리다 두 사람이 들어왔다.
"어떤가. 쓸 만한 상품이 될 것 같은가?"
모리다는 오니겐과 매트 위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흐느끼는 두 여인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오늘밤, 모두들 앞에서 멋진 공연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그때 보시면 알게
되시겠죠."
오니겐이 자신있게 말하였다.
다시로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모리다 두목과 협의했는데, 오픈 쇼를 내달 1일에 열기로 결정했어.
아직 일주일 시간이 있지 회원에게는 내일 안내장을 보내기로 했어."
"그렇습니까? 일주일이라면 아직 여러 가지 재주를 가르칠 수 있겠군요."
가와다와 오니겐은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야, 가와다. 이런 아이템은 어떨까?"
다시로는 가와다와 오니겐을 방 한쪽 구석으로 불러 뭔가 작은 소리로 얘기를
나누었다.
"무척 재미있겠군요. 그럼 쿄오코와 같이 도야마 부인도 깎아야겠군."
가와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도야마 부인도 그 아이디어에 대 찬성할 겁니다. 가서 물어보죠."
매트 위의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간 가와다는 부인의 귀를 덮고 있는 검은
머리칼을 헤집고 능글맞게 웃으면서 귓속말을 하였다. 그 순간 부인은 전기에라도
감전된 듯이 몸을 떨고 눈썹을 치켜 떠 가와다를 노려보았는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검은 머리칼을 좌우로 흔들면서 매트 위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가와다의 악마의 전언은 계속됐다.
"쇼를 보러 오신 모든 분들에게 기념으로 한 가닥씩 드린다는 게 아주 기발하잖아.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어. 오늘 깎으면 쇼를 여는 날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을
거야."
시즈코 부인은 매트 위에 몸을 엎드린 채 흑흑 울었다. 가와다 일행이 세우고
있는 계획, 그 상식을 벗어난 잔인함. 시즈코 부인은 그런 꼴을 당할 거라면
차라리 단숨에 혀를 깨물고 그 생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가와다는
이미 부인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부인과 쿄오코가 열심히 해서 이 쇼를 성공시켜 준다면 게이코와 미츠코까지
억지로 쇼에 서게 할 마음은 없다고."
이 악마들이 게이코와 미츠코 이야기를 꺼내면 정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두 사람이었다.
다시로가 어정어정 다가와서 굴욕에 괴로워 우는 부인에게 말했다.
"깎은 것 중 반은 부인의 가장 사랑하는 남편 도야마 씨에게 보내줄 거야.
부인의 선물이라면서 말이야. 어때, 우리들도 꽤 자상하지. 부인의 실종이래,
도야마 씨는 거의 실성을 했다더군. 그런 도야마 씨에게 무엇보다도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로는 큰배를 흔들며 웃기 시작했다.
"쿄오코도 그 중 절반은 뭐 세금으로 모리다파가 받게 될 거고, 그 절반은
약속대로 야마자키라는 탐정에게 보내주지."
다시로는 말을 마치고 가와다를 쳐다보며 히죽 웃었다.
"그럼,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연기를 먼저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삭발 식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가와다가 물었다.
"삭발식은 한시라도 빠른 편이 좋아. 삭발 미인들의 쇼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아니겠어?"
그러자 가와다가 그러면 쿄오코부터 해야되겠구먼 하면서 중얼거리더니 쿄오코의
오랏줄을 잡아끌었다.
"자 쿄오코, 가자고."
"쿄, 쿄오코 씨!"
"부, 부인!"
부인은 상체를 뒤틀면서 일어나 끌려가려는 쿄오코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격하게 울었다. 쿄오코도 치렁치렁한 부인의 검은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하였다.
"아주 비극적인 장면이군. 잠시라도 떨어지는 게 괴롭다는 심정은 알겠지만,
곧 또 무대에 함에 서게 될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다시로와 모리다가 쿄오코를 끌고 나갔다.
다시로와 모리다가 쿄오코를 끌고 간 곳은 정원 구석에 있는 광이었는데
사방 벽을 회로 칠하는 등 고풍스러운 무대로 꾸며놓았다. 모리다파의 비밀
회원들이 바로 여기에 모이는 것이다. 주위가 울창한 대나무 숲에 싸여 있어,
비밀 회원의 집합 장소로서는 아주 그만인 곳이다.
"기다렸어."
대나무 숲에서 긴코와 아케미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사전에 다시로와 모리다가 준비를 해놓도록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긴코와
아케미가 다시로에게 신이 나서 말했다.
"사장님, 준비는 빈틈없이 마쳐놨습니다. 자, 어서 어서."
"후후후, 쿄오코 언니. 드디어 올 게 왔군. 자, 이쪽으로. 그런데 쿄오코
언니. 엉덩이 살이 많이 발달한 것 같아. 색기가 흐르는데. 관장을 한 탓일까,
아니면 여자가 되어서일까?"
긴코와 아케미가 쿄오코의 등을 밀어대며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고풍스런 광에 이르자 아케미는 콧노래를 부르며 망창문을 열었다. 안은
상당히 넓었다. 다다미 열 장 정도의 큰 규모로 만들어져 있고 잠이 깰 정도의
밝은 색 양탄자가 깔려 있었는데, 특별히 대형으로 만든 듯 번쩍번쩍 금색으로
빛나는 호화로운 비단 방석이 그 중앙에 깔려있었다.
"이게 오늘밤 우리들과 모리다 오라버니들에게 연기를 보여주게 될 무대야.
즉, 다음달 개최할 쇼의 시연회를 여는 셈이지. 여기의 이 벨을 누르면 저택과
통하게 되어 있어서 하자쿠라단, 모리다파가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어."
아케미가 기둥에 있는 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쿄오코의 등을 밀었다.
"그런데 쇼에 들어가기 전에 마무리 져야 할 일이 있었지?"
그 방의 안쪽엔 도코노마처럼 한층 높게 만들어진 곳이 있고, 그곳에는 두
개의 통나무가 세워져 있었다. 각각의 통나무 아래쪽에는 1미터 가량의 횡목(橫木)이
박혀있었다. 마치 십자가를 거꾸로 세운 듯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더욱
섬뜩한 것은 그 기묘한 기둥 앞에 세면기가 하나씩 놓여 있는 것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온몸에 느끼고 쿄오코는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왜 그래. 어서 걷지 않고. 이쪽 기둥이 쿄오코 양, 이쪽 기둥은 시즈코
부인 거야. 귀부인께서도 이제 곧 이곳으로 올 거야."
긴코가 아케미와 둘이서 쿄오코의 등을 기둥에 밀어붙이고 재빠르게 쿄오코의
몸을 기둥에 묶기 시작했다. 쿄오코는 이미 모든 희망을 버리고 여자들에게
친친 끈으로 묶인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때, 가와다와 오니겐이 시즈코 부인을 앞세우고 들어왔다.
"아아, 부인……."
쿄오코가 눈물이 고인 눈을 들어 떨리는 소리로 불렀다.
"……쿄오코 씨."
그렇지만 이내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와 오니겐에게 등을 떠밀려 기둥에 등을
대고 서게되었다. 부인 역시 기둥에 묶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드디어 시작인 셈이군."
에츠코와 마리, 그리고 요시자와와 이노우에가 술로 벌개진 얼굴을 하고
떠들썩하니 들어왔다.
"아니, 부인도 같이야?"
에츠코가 쿄오코와 나란히 기둥에 묶여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가와다가 히죽 웃었다.
"그렇지. 두 사람 다 이제부터 모리다파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어. 그러려면
먼저 몸도 어린아이처럼 되는 게 좋겠다고 부인이 말하더라고."
시즈코 부인은 치를 떨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기둥 아래쪽에 박혀 있는 횡목에 부인과 시즈코의 다리를 묶으려고 에츠코와
마리가 오랏줄을 들자 긴코가 일단 제지하였다.
"그전에 에츠코, 부인과 쿄오코의 머리를 세팅해 줘. 얼굴에 화장도 좀 해주고.
그래도 명색이 시연횐데 용모가 단정해야지."
에츠코는 과거 미용 실에서 2년 정도 일한 적이 있어 늘 하자쿠라 단원의
머리를 손봐주고 있었다.
"알았어요. 오늘밤은 특별히 예쁘게 만져주지."
에츠코는 마리를 조수로 삼아 익숙한 손놀림으로 헝클어진 시즈코 부인의
머리를 브러시로 쓸어 넘겨 세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갸름한 얼굴에도 정성스러운
화장이 입혀졌다.
쿄오코도 에츠코가 세트한 윤이 반지르르한 머리에 마리가 헤어로션을 바르고
정성껏 화장하였다. 에츠코는 시즈코 부인의 어깨와 젖가슴 등에 로션을 덕지덕지
바르면서 문득 옆쪽의 마리가 립스틱을 발라주고 있는 쿄오코를 생긋 쳐다보고
말했다.
"네 동생 미츠코 양도, 도야마 재벌의 영양도 우리들이 신부 화장을 해주었어.
몰라볼 정도로 예뻐졌다고. 한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순간, 쿄오코와 부인의 표정으로 일변했다.
"다, 당신들 혹시 게이코 씨와 미츠코를……."
쿄오코는 눈에 핏발이 서는 심정으로 입술을 와들와들 떨면서 에츠코와 긴코를
바라보았다.
"아, 우리들이 아직 말 안 했던가? 이거 실례했네."
긴코가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미츠코 양은 여기에 있는 요시자와 씨랑, 게이코 양은 이 이노우에씨와
경사스럽게도 혼담이 이루어 졌어. 당신들 쇼가 끝나고 나서 결혼식을 올릴
거야."
"미, 미츠코는 어디에. 지금, 어디에 있어요!"
쿄오코는 긴코에게 달려들 기세로 말했다. 미츠코의 몸만은 지켜내기 위해
지금까지 죽기보다 고통스러운 수많은 고초를 견뎌왔는데 이제 와서…… 쿄오코의
가슴에 뜨거운 불덩이가 울컥 솟구쳐왔다.
"미츠코 양도 게이코 양도 지금 우리 동료들이 정성껏 해주는 전신 마사지를
받으며 첫날밤에 알아둬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을 강의 받고 있어."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요시자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미츠코와 부부가 되면, 이 쿄오코는 당신에게는 처형이잖아요. 인사라도
한마디하는 게 어때?"
요시자와는 얼굴을 찡그리듯이 웃으면서 안고 있던 녹음기를 쿄오코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만좌중에서 자신에게 관장을 하여 수치의 지옥으로 내몰았던,
너무나도 증오스런 요시자와가 동생에게 독수를 뻗쳤던 것이다. 쿄오코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어쩌지도 못하는 분노로 타오른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요지자와가 녹음기에 코드를 연결하였다.
"헷헤헤, 내가 뭐라고 떠들기보다 미츠코의 목소리를 들으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야. 언니에게 꼭 자기의 마음을 설명하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녹음을
해놨지."
녹음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니, 내 멋대로 결정한걸 용서해 줘. 나, 너무나 요시자와 씨를 좋아하고
있어. 요시자와 씨의 여자가 되어서 평생 이런 멋진 세계에서 사는 것이 미츠코의
단 하나 소망이야. 미츠코는 요시자와 씨에게 맹세했어. 고등학교 교복 따윈
깨끗이 잊어버리고 이제부터는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정한 요시자와
씨의 곁에 일생 붙어다니고, 그리고 요시자와 씨의 일에 협력하겠다고 말이야.
지금 미츠코는 아주 행복해. 두 손은 꽁꽁 묶여 있지만 아무런 불편도 없는걸.
다정한 요시자와 씨가 대소변 역시 시중들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언니, 미츠코는
오늘 저녁 요시자와 씨의 사랑을 받아들여 드디어 여자가 될 거예요. 미츠코도
이제 열 여덟 살이니 결코 빠르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언니 역시 분명 찬성해주실
거죠. 언니에게 그런 멋진 관장을 해주신 분인걸. 언니도 요시자와 씨에게
호감을 갖게 될 거라고 믿어. 그럼, 이제부터는 언니도 모리다파를 위해 열심히
일해 줘. 나도 언니에게 지지 않는 멋진 쇼 스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미츠코의 음성을 들은 쿄오코는 기겁할 만큼 통곡하기 시작했다.
"미츠코. 져, 져선 안 돼, 미츠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쿄오코는 눈앞에 없는 동생의 이름을 필사적으로 불렀다. 이 정도의 말을
하기까지 미츠코가 얼마만큼 끔찍한 괴로움을 당했을까, 쿄오코는 그 일을
상상하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나가는 것 같았다.
"어때, 이제 이해가 되지, 쿄오코."
요시자와가 실성한 듯이 연신 몸부림치는 쿄오코를 유쾌하게 쳐다보며 웃었다.
이번엔 같은 모리다파 간부의 하나인 날렵하고 매서운 얼굴 생김을 한 이노우에가
시즈코 부인 앞에 섰다.
"게이코는 내 정부가 되기로 했어. 일단, 네게도 알려두는 거야. 게이코
역시 내게 홀딱 정신을 빼앗겼다고. 헷헤헤……."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악물고 분노에 찬 눈을 번쩍이며 이노우에를 봤지만
이내 얼굴을 돌리고 눈물을 흘렸다.
긴코가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부인과 쿄오코에게 말했다.
"모처럼 예쁘게 화장해 주었으니까 눈물 흘리지 말라고. 한데, 그런 식으로
머리를 세트하고 화장하고 보니 두 사람 모두 꽉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섹시한데."
에츠코는 흐느끼는 시즈코 부인의 턱을 붙잡고 핑크색 루즈를 부인의 입술에
펴 발랐다. 자, 이것으로 화장 끝! 하고 에츠코와 마리는 자신이 한 일을 점검이라도
하는 양 조금 떨어져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곱게 화장한
두 미인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이런 미인의 털을 깎다니, 약간 꺼림칙한데."
그러자 아케미가 이제 와서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웃으면서 두 미인에게
다짐이라도 받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게이코 양과 미츠코 양의 결심을 잘 알았겠죠. 그러니까 두
아가씨의 일은 우리에게 일체 맡기고 당신들은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어. 안심하고
깎으라고."
그리고 에츠코 일행에게 눈짓을 하였다. 시즈코 부인 쪽에는 아케미와 긴코가
쿄오코 쪽에는 에츠코와 마리가 허리를 굽혀 발목을 쥐고 좌우로 힘껏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야! 이러지 마!"
부인도 쿄오코도 머리에 피가 확 솟구쳐 필사적으로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
"무슨 짓이라니,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왜 그래?"
마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사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요시자와와 이노우에가
여자들의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사내들이 합세하자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부인과 쿄오코는 횡목에 발목이 꽁꽁 묶이고 말았다.
"아!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는군. 하나, 그러고만 있을수 없지."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면서 에츠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에츠코가 준비해온
화장 케이스 안에서 비눗물, 면도칼 두 개, 작은 접시, 수염 깎은 뒤 바르는
크림 등을 주섬주섬 꺼냈다.
가와다는 번쩍번쩍 빛나는 면도칼을 손에 쥐고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눈앞에
슬쩍 내비쳤다.
"헤헤헤, 어때, 날이 잘 들 것 같지? 두 사람 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깎기
전에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들어주지."
가와다는 처형자를 대하는 목사님 같은 말투로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젖가슴을
면도칼 등으로 찰싹찰싹 때렸다.
"가와다 씨 부탁이야. 그것으로 단숨에 죽여줘! 더 이상 치욕스럽게 만들지
말고!"
시즈코 부인은 얼굴을 홱 들고 가와다에게 쏘아붙였다. 쿄오코도 뒤따라
눈을 크게 뜨고 가와다를 향해 악을 썼다
"죽여, 단숨에 죽여줘!"
자기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미츠코만은 지키려는 결심으로 잔인한 학대를
참아왔던 쿄오코였지만 미츠코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이 마당에 차라리
죽어서 이 굴욕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념뿐이었다.
"말해두겠는데. 너희들이 만약 자살 따위를 했을 경우 내달에 열릴 쇼에는
미츠코 양과 게이코 양이 대역을 맡게 될 거야. 알아들었어?"
그런 가와다의 말에 부인과 쿄오코는 금세 기가 꺾여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것 보라지, 하고 가와다는 마음속으로 우쭐대며 싱긋 웃었다.
긴코가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할거라면 어서 해치워. 저택에 있는 사람들은 부인과
쿄오코 양의 쇼를 보게 될 거라고 했더니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그때 요시자와가 자기의 처형뻘 되는 쿄오코에게 듬뿍 서비스해 주고 싶으니
쿄오코를 자기에게 맡겨달라고 하여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렇다면 부인은 내게 맡겨 줘. 게이코의 엄마에게 나도 효도하게."
이노우에가 말하며 다시금 웃었다.
결국 시즈코 부인은 이노우에와 에츠코, 쿄오코는 요시자와와 마리가 맡기로
결정되었다. 면도 크림은 가와다가 담당하기로 되었다.
온몸의 피가 소리를 내며 역류하는 수치와 공포. 구역질과도 같은 분통함.
시즈코 부인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눈썹을 팔자로 찡그리며, 매끈한 목덜미를
또렷하게 드러내고 애처롭게 고개를 저었다. 쿄오코도 풍만한 가슴의 융기를
팔딱이며 괴롭게 헐떡이고 있었다.
위스키를 입에 물고 능글맞게 웃으며 지켜보고 있는 다시로와 모리다. 웃음을
참으려는 양 입을 손수건으로 누르면서 보고 있는 긴코와 아케미. 가와다는
이노우에와 요시자와의 어깨를 두드리고 잔을 건네준 뒤 위스키를 따라주기도
하였다. 두 다리를 좌우로 활짝 벌리고 기둥에 묶인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사타구니에는 비눗물이 잔뜩 칠해졌다.
"자, 한 올도 남기지 않고 예쁘게 깎아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이노우에는 마리가 건네준 면도칼을 손에 쥐자 허리를 굽히고 비누 거품에
젖은 농밀한 음모에 칼을 대었다.
"그럼, 이쪽도 시작할까?"
요시자와도 쿄오코의 무릎께로 몸을 낮추어 부드러운 숲에 면도칼을 갖다댔다.
"소중한 곳에 상처를 내면 안 되니까 움직이지 말아."
이노우에가 시즈코 부인의 칠흑 빛의 숲을 한쪽 손끝으로 잡고서 야비한
웃음을 입가에 띠며 말했다.
이노우에와 요시자와가 쥔 면도칼이 마침내 삭모 작업을 개시하였다.
"아아, 쿄오코 씨!"
"부인!"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는 함께 비장한 목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이
수치를 견디려고 하였다.
쓱―쓱― 하고 섬모가 조금씩 깎여나가자 시즈코 부인과 쿄오코의 횡목에
묶여진 넓적다리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이노우에와 요시자와는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부인과 쿄오코의 크게 벌어진
넓적다리 사이로 몸을 파고들면서 미묘하게 면도칼을 움직이고 있다. 쓱―쓱―
하고 조금씩이지만 깎여나갈 때마다 부인과 쿄오코의 입에서는 비명 같은 신음
소리와 뜨거운 콧김이 새어나왔다.
다시로와 모리다. 가와다 일행과 무릎을 굽히고 구경하고 있던 긴코는 이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오욕을 피학성의 쾌감으로 바꾸려고 두 사람이 자신에게
정감을 부추기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삭모를 직접 단행하는 당사자들도 어느샌가 관능의 심지가 저려와 뜨거운
숨을 토하기 시작했다. 이노우에는 면도칼을 잠시 놀리고는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닦고, 마른 부분에 다시 젖은 솔을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기도 하였는데,
이윽고 정욕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그 손가락을 마치 빨려 들어가는 양 부인의
비열 안쪽으로 쑥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미 그곳이 축축이 뜨겁게 여물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더욱 깊숙이 넣으려고 하자 부인이 콧소리를
내며 몸을 비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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