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인간 - 4
<7. 악마의 조소>
뜨거운 물을 담은 세면기에 비누를 녹이고 그것을 솔로 휘젓는다. 쿄오코에게
삭모의 형이 집행될 순간이다.
침대 위에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쿄오코는 완전히 체념을 했는지 두 눈을
꼭 감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제 고분고분하게 형벌을 받을 마음가짐이 된 모양이지. 진작 그랬어야지.
그쪽이 그렇게 나오면, 이쪽 역시 상냥하게 대해주지."
긴코가 눈을 감고 있는 쿄오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뜨거운 물에 적셔 짠 타월을 쿄오코의 봉긋 솟아오른 섬모 위에
얹어, 그 섬세한 숲을 찜질하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쿄오코의 얼굴이 붉어졌다. 피가 밸 정도로 세게 입술을 깨물고 있는 쿄오코를
긴코가 고소하게 바라보더니 추근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어때, 여기를 깎이는 게 부끄러워?"
"자, 비누를 듬뿍 칠 해드리지."
아케미가 솔에 흠뻑 비눗물을 적셔 쿄오코의 하복부에 가져갔다. 좌우로
벌려진 허벅지의 매끈한 살갗에 비눗물이 뚝뚝 떨어지자 쿄오코가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그것을 지켜보던 아케미가 긴코를 향해 엷은 웃음을 입가에 띠고
말했다.
"긴코 언니, 깎기 전에 잠깐 놀아보지 않을래? 이렇게 몸이 경직되어 있으면
깎기가 힘들다고. 갑자기 허리를 뻗대고 날뛸 것 같아."
"어떻게 놀자는 거야?"
"아까 시즈코 부인에게 사용하려던 토란 줄기 막대 어때? 일단 그놈으로
기분을 내주면 고분고분해져서 털도 쉽게 깎을 수 있을 거고, 음핵에 실도
수월하게 감을 수 있을 텐데……."
아케미의 말에 긴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토란 줄기 막대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눈을 꼭 감고 입술을 확 깨물고 있는 쿄오코의 뺨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상대가 너무 얌전해지면 어쩐지 재미가 별로 없단 말이야.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상한 심리야."
그러자 쿄오코가 눈을 번쩍 뜨고 대들 듯이 말했다.
"이미 각오하고 있어요. 약올리지 말고 깎으려면 빨리 깎아요!"
"뭐, 서두를 것 없잖아. 일단 기분을 좀 내고 시작하는 것이 너한테도 좋을걸."
긴코가 매몰차게 내뱉었다.
패거리 하나가 토란 줄기 막대를 갖고 오자 긴코가 그것을 받아질고 음모
위를 천천히 문질렀다.
"어때. 이놈을 꽉 물어보고 싶지 않아?"
긴코가 이를 악물고 있는 쿄오코를 고소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아케미에게
말했다.
"자, 아케미. 얼굴을 걷어차인 보답으로 이 여자를 낑낑 울려 줘."
아케미가 손바닥으로 쿄오코의 섬모를 애무하며 손가락을 안쪽으로 집어넣자
쿄오코가 요란한 비명을 질렀다.
"그, 그런 짓만은 하지 말아!"
"무슨 말이야 내게 한 짓을 아직 반성하지 않은 거야?"
아케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점막 층을 애무하고 주름을
벌려 엷은 홍색의 질 안을 드러냈다.
"쯧쯧, 시즈코 부인을 따라가려면 멀었군. 촉촉한 기가 부족해. 시즈코 부인이라면
벌써 뜨거운 것을 흘리고 클리토리스를 쏙 내밀었을 텐데 말야."
아케미가 그렇게 말하고 긴코에게 웃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좀더 기분을 내봐, 쿄오코 언니."
혐오감 때문인지 쿄오코는 조개 껍질을 딱 다물 듯이 완강히 질의 습곡을
닫고 열려고 하지않았다.
"후후후,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나한테 걸리면 통하지 않을걸."
아케미는 문득 야쿠자들이 자신의 솜씨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우쭐해져 여자의 음부를 만지는 법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다.
"봐요, 이게 클리토리스잖아요. 남자들은 이게 여자의 성감대라고 생각하고
무턱대고 잡거나 주무르지만 그건 잘못된 거야. 분명 성감대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야. 질을 애무하면서 동시에 가벼운 자극을 주어야
효과가 있는 거라고."
연신 주절대며 시범을 보이듯이 차츰차츰 솟기 시작한 음핵에 가벼운 자극을
가하면서, 다른 한쪽 손가락으로는 질 주름을 펴는 식으로 짧은 애무를 계속해했다.
드디어 쿄오코가 결박된 상반신을 뒤로 젖히며 정감이 몰려왔음을 표하기 시작했다.
아케미는 엄지손가락을 열기를 띠기 시작한 음핵에 대고 가늘게 진동시켰다.
쿄오코는 이제 완전히 제정신을 잃고 헝클어진 머리를 흔들어댔는데, 그 희열의
몸부림을 보자 아케미는 이젠, 내 밥이다 생각하며 계속 교묘한 손놀림을 발휘했다.
"완전히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군 이것 봐, 질 액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잖아요."
이윽고 아케미는 긴코에게서 건네 받은 토란 줄기 막대를 쿄오코의 젖은
음모로 가져갔다.
"자, 착하지, 이것을 힘껏 삼키는 거야."
"싫어, 싫어요."
쿄오코가 몸을 꼬듯이 하며 그 막대 끝을 피하려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이봐, 오늘은 그 정도로 해둬!"
가와다의 목소리에 아케미와 긴코가 당황하여 뒤돌아봤다.
"뒷일은 내 육봉(肉棒)으로 매듭을 짓지. 쿄오코를 내게 넘겨줘."
그러나 긴코는 만만치 않게 받아쳤다.
"쿄오코는 지금 한창 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란 말야. 토란 줄기 막대를 처넣어서
즐겁게 해준 뒤에 털을 깎고 음핵 매달기를 할거야."
"잔소리 마! 내 맘대로 할거야."
다시로와 모리다를 상대로 색정에 빠져 있는 시즈코 부인을 보고 질투심에
괴로워하던 가와다가 아닌가?
"난 지금 흥분해 있어. 쿄오코와 하고 싶단 말이야."
그러면서 침대 다리를 난폭하게 걷어찼다.
그 다음날 오후 늦게 다시로의 집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수수한 정장을 입고, 교양 있어 보이는 안경을 쓴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는데,
그것은 일부러 그렇게 차려입은 긴코였다.
"여기예요. 자, 내리시죠."
긴코의 말에 차에서 내린 것은 열 일곱 정도의 세라복을 입은 소녀였다.
이슬을 먹고 자란 들국화처럼 순박하고 신선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고생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미츠코이며, 노지마 쿄오코의 친동생이다. 언니가 교통사고로
쓰러져 지금 어느 곳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얘기를 학교로 찾아온 생면부지의
여자에게 듣고 조퇴하고 온 것이다. 기꺼이 자가용을 교문 앞까지 몰고 와
언니의 사고를 알려온 여자를 미츠코는 친절한 부잣집 아가씨라고 믿고 있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미츠코는 운전사(모리다파 조직원)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급히 긴코의 뒤를
따랐다 육중한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두세 사람이 나와 굽실거리며 긴코에게
인사를 했다.
"아가씨, 돌아오셨습니까?"
미리 그렇게 하기로 말을 맞춰놓은 것이다.
"큰 부상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미츠코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서둘러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아이고 연극하는 것도 쉽지는 않네. 거북살스러워 혼났어."
문이 닫힘과 동시에 긴코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반반한 얼굴인데. 청순한 숫처녀라는 게 바로 이런 걸보고 하는 말이로군."
"언니는, 언니는 어디에 있어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츠코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네 언니는 틀림없이 이 집에 있어. 얌전하게 굴면 만나게 해줄 테니 소란
피우지 말아."
긴코는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당신들 도대체 누구세요?"
미츠코는 당황하여 다가오는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잔소리 말고, 냉큼 걷기나 해!"
사내 하나가 미츠코의 어깨를 탁 떠밀었다. 얼이 빠진 표정으로 미츠코는
사내들에게 등을 떠밀려 현관으로 들어갔다.
복도 저편에서 일단의 여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얘가 쿄오코 동생이야. 상당히 예쁘장하게 생겼네."
여자들은 연신 껌을 씹어대면서 굳어 있는 미츠코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 나이에는 못생긴 여자도 예뻐 보이는 법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숫된
아가씨니까 너무 겁주지 마라."
긴코는 그렇게 말하여 미츠코를 계속 떠밀고 갔다. 그리고 복도를 두 번쯤
돈 막다른 방에 미츠코를 밀어 넣었다.
"자, 아가씨, 가방은 우리가 맡아두죠."
긴코가 그렇게 말하며 미츠코의 가방을 빼앗았다.
"언니를, 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
미츠코는 핏기 없는 경직된 얼굴로 긴코와 아케미에게 말했다.
"얌전하게 있으면 만나게 해준다니까. 자, 손이나 뒤로 돌려."
아케미가 말뚝 아래의 오랏줄을 집어들고 미츠코의 어깨를 쿡 찔렀다.
"뭐 하려는 거예요 도대체 당신들은 나를……."
"잔소리 말고 손을 뒤로 돌려!"
모리다파의 똘마니들이 다가와서, 미츠코의 양팔을 억지로 등뒤로 비틀어
구부렸다.
"도와줘! 누가 좀 도와주세요!"
미츠코가 필사적으로 몸부림 쳤지만, 독수리에게 걸린 참새나 매한가지였다.
그들은 세라복 차림의 애처로운 소녀의 가슴을 두세 번 거무튀튀한 오랏줄로
동여매더니 그대로 말뚝에 묶어버렸다. 사내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남은 오랏줄을 사용해서, 그녀의 다리마저 말뚝에 묶어버렸다.
미츠코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대며 울부짖었다.
"이제 그만해!"
아케미가 돌연 짜증을 내더니 미츠코의 따귀를 갈겨버렸다.
"거칠게 다루지 마. 가와다 오라버니의 십팔번 대사 잊었어. 상품은 소중히
다뤄야 해."
긴코가 아케미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럼, 아가씨. 안됐지만 잠시 여기에 그렇게 하고 있어 줘. 밤이 되면 언니를
만나게 해줄 테니까. 알았지."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자들과 야쿠자에게 눈짓을 하고 방을 나갔다.
복도로 나간 긴코 일행이 방문을 잠그고 열쇠를 채우자 미츠코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한층 크게 들려왔다.
가와다는 이층의 양실로 꾸민 방에 설치된 홈바에서 다시로, 모리다와 함께
위스키를 대작하고 있었다. 노크 소리가 나고 들어온 것은 긴코와 아케미였다.
"긴코, 성공한 모양이군 어때, 쿄오코의 동생이라는 애는?"
가와다가 벌개진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인형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애지. 너무 순진해서 상품으로 하기엔 좀 안쓰럽지만."
"헤헤헤, 어울리지 않는 소릴 지껄이는군."
가와다가 다시로와 모리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그보다, 어떻게 됐어? 쿄오코 쪽은."
긴코는 가와다가 따라준 위스키를 단숨에 마시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히히, 꽤 애는 먹었지만 쿄오코 언니, 근사한 여자로 변하셨다고."
가와다가 턱 주변을 추접스럽게 쓰다듬으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면서
다시로에게 시즈코 부인에 대해 물었다. 다시로가 빙글거리는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말도 마. 우리들이 너무 사랑해 줘서 오늘 새벽녘에 흰자위를 드러내고
기절해버렸어. 정말 그런 명기는 앞으로 만나기 힘들 거야. 안 그래 두목?"
모리다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은 하자쿠라단이 귀여워해 줄 차례군. 아케미."
긴코가 아케미의 유리잔에 위스키를 따르면서 말했다.
"아니, 어저께 너무 무리했어. 잠시 쉬게 해주자고."
다시로의 말에 긴코가 오케이, 하며 아케미에게 말했다.
"그럼 부인 쪽은 잠시 쉬게 하고 쿄오코를 지하로 끌고 와. 아케미, 너도
원이 덜 풀렸잖아."
긴코의 말에 아케미가 신이 났는지 잔을 놓고 급히 일어섰다.
"이번에 또 어떤 식으로 쿄오코를 괴롭힐 생각이야?"
아케미가 밖으로 나가자 다시로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긴코에게 물었다.
"글쎄요. 전부 아케미에게 일임해서 잘 모르겠어요. 조금 있다가 구경이나
하러 오세요, 사장님."
그때, 어여차! 어여차! 하는 여자들의 떠들썩한 장단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로와
모리다가 어럽쇼, 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복도로 나가보았다.
몇 명의 여자들이 허리에 핑크 색의 훈도시[남성의 음부를 가리기 위한 폭이
좁고 긴 감]만 하나 달랑 두른 망측스런 몰골의 쿄오코를 헹가래칠 때처럼
떠메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이윽고 계단을 다 내려간 여자들이 좌우로
벌어지자 자연 쿄오코의 다리도 확 벌어진 형태가 되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던 쿄오코가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아―, 싫어. 싫어. 놔!"
가랑이 사이의 천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가와다도 모리다도 그것을
보고 소리내어 웃었다.
쿄오코가 여자들에게 떠메어 지하실로 끌려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던 가와다가
긴코에게 말했다.
"쿄오코 동생이란 애는 보여주지 않을 거야. 꽤 반반하다며."
"광에 처넣었어. 자 사장님도 두목도 잠시 구경하러 납시시죠?"
방 중앙에 세워진 통나무에 선 채로 묶여 있던 가엾은 세라복의 미츠코는
다시로와 모리다 일행이 들어오자 일순간 소스라쳐 몸을 떨더니 이내 필사적으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부탁입니다. 끈을 풀어주세요. 여기에서 내보내 주세요."
가와다는 그런 미츠코를 찬찬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흠, 뜻밖의 진귀한 물건이야. 그 사나운 아가씨에게 이렇게 순진하게 생긴
동생이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는걸."
모리다도 얼굴을 주름투성이로 만들며 다시로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것으로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 쿄오코와 미츠코라는 커플이 갖추어진
셈이지 않습니까. 앞으로 일이 바빠질 것 같은데요?"
다시로는 시거를 태우며 미츠코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즐기고 있었다.
"어째서 저를 괴롭히는 거예요. 도대체 당신들은 누구예요!"
미츠코는 필사적인 눈으로 주위에 서 있는 사내들을 향해 말했다.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두려움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네 언니가 엄청난 짓을 저질러서 우리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어. 언니는
어제부터 벌을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짐이 너무 무거운 모양이야.
그래서 동생인 네게도 좀 나눠지게 하려고."
가와다가 미츠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언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들에게 죄 없는 언니를 괴롭힐 권리는
없어!"
미츠코가 쏘아붙였다.
"쿄오코의 동생답게 성질이 상당히 고약한 것 같군. 여학생답지 않게 말이야."
"잠깐, 그 귀여운 입을 막아줄까."
가와다가 쓴웃음을 짓더니 갑자기 미츠코의 어깨를 부여잡고 입을 맞추려고
했다.
"무, 무슨 짓이야!"
미츠코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며 가와다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자 가와다는
미츠코의 얼굴을 꽉 부여잡고 다시 키스를 시도했다.
그때 가와다가 돌연 비명을 지르고 미츠코에게서 펄쩍 물러섰다.
"왜 그래? 입술을 물린 거야?"
긴코가 당황해서 가와다 곁으로 달려갔다.
"입술을 깨물었어. 빌어먹을."
가와다는 손수건을 꺼내 입술의 피를 닦아냈다. 미츠코의 입술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미츠코는 격하게 어깨를 씩씩대면서 맑은 눈을 치켜 뜨고 가와다를
노려보고 있었다.
"혀를 물렸으면 큰일날 뻔했잖아. 조그만 계집애가 보통이 아닌데."
긴코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와다의 입술에 약을 발라주고, 이어 미츠코를
향해 말했다.
"어리다고 부드럽게 대해줬더니 버릇없이 굴어? 이젠 봐주지 않겠어!"
긴코는 문을 열고 맞은편 방에서 화투를 치고 있던 모리다파의 똘마니 야쿠자를
불러들였다.
다케다, 이시야마, 호리카와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왔는데 이들은 소년원을
도망쳐 나와 모리다파에 들어온 기껏 열 여덟, 아홉 살 정도의 소년들이었다.
그들은 통나무에 묶여 있은 미소녀를 보자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이 아가씨는 말야, 나이는 너희들과 같은 열 여덟인데, 학교 성적은 일등이고
더구나 얼굴까지 기막히게 예쁘니 너희들과는 천양지차지. 한마디로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든 그림의 떡이지. 안 그래."
세 명의 똘마니들은 눈을 깜빡이며 긴코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이 모리다파를 위해 열심히 일해준다면, 이 예쁜 아가씨를
아내로 삼을 수도 있어."
긴코의 말에 세 명의 똘마니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누님, 치고 들어가는 일이라면 제가 제일 먼저 하겠어요."
완력을 자랑하는 다케다가 한 발짝 내디디며 긴코에게 말했다.
긴코와 가와다가 웃기 시작했다.
"그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좀더 근사한 일이야. 여기에 있는 아가씨가 지금
가와다 형님에게 큰 실례를 범해서 지금부터 사과를 받아내야겠는데, 그러려면
먼저 알몸으로 만들어야 하거든 어때, 화끈한 일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세 명의 똘마니들은 덩실거리듯 성큼성큼 미츠코의 곁으로
다가갔다. 미츠코의 얼굴에서 일순간 핏기가 사라지고 미친 듯이 꽁꽁 묶인
몸을 흔들어댔다.
긴코는 그런 미츠코에게 심술궂게 입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안됐지만 태어났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줘야겠어. 네 언니 역시 지금쯤
알몸으로 지하실에서 낑낑 비지땀을 흘리고 있을 거야. 알몸이 되면 가와다
오라버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하실로 가서 오랜만에 언니와 해후하게
될 거야."
"자매끼리 알몸으로 맞대면한단 말이지?"
가와다가 배를 흔들며 웃었다.
그때 똘마니들이 울부짖는 미츠코에게 구더기같이 달라붙어 그 중 하나가
미츠코의 감색 스커트 자락을 힘껏 위로 걷어올렸다.
"그만둬! 싫어!"
미츠코는 숨이 막힐 정도의 굴욕감을 느끼며 절규하였다. 스커트가 걷어올려지자
검정색 양말에 감싸인 늘씬한 두 다리가 사타구니께 까지 노출되어 빨강색
양말 밴드가 사내들 눈에 스며들 듯이 비쳤다.
긴코가 그만 됐다는 듯 다시로와 모리다를 향해 말했다.
"그럼 이곳은 이 애들에게 맡기고 지하실로 가보죠. 아케미가 어떤 식으로
쿄오코를 혼내주고 있는지 궁금하시지 않으세요?"
이어 긴코는 불량소년들에게 말했다.
"알았지. 알몸으로 만들고 나면, 끈으로 단단히 묶어둬. 벗긴 옷은 모두
지하실로 가져오고."
긴코는 지하실에서 혼이 나고 있는 쿄오코에게 미츠코의 세라복 등을 보여줄
생각에 희색이 만연하다.
"너희들 허락 없이 그 아가씨에게 손을 대선 안 돼. 알았지. 눈요기는 해도
좋지만……."
모리다가 덧붙여서 호통을 쳤다.
긴코와 가와다 일행이 방에서 나가자, 불량소년들은 한층 기세가 오른 듯
미츠코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감색 스커트의 호크를 풀어 잡아 내리고, 양말
밴드를 벗긴 뒤 껍질을 벗기듯 양말을 벗겨냈다.
미츠코는 발끈하여 몸을 마구 흔들어댔다.
"부탁이에요! 살려줘, 살려줘요! 싫어! 알몸이 되는 건 싫어!"
"알몸이 되는 것은 싫겠지만 명령이니까 어쩔 수 없어."
소년들은 키득대면서 잠시도 손을 멈추려 하지않았다.
모리다와 다시로, 그리고 가와다 세 사람이 지하실로 내려오자 하자쿠라단
여자들이 한창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어머, 사장님.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에요."
아케미가 술 냄새를 풍기면서 말했다.
연기와 여자들의 떠들썩한 술 대작으로 지하실 전체가 숨막히는 열기로 가득
찼다.
중앙에는 쇠사슬에 오랏줄이 비끄러매인 쿄오코가 발돋움으로 서서 여자들의
술안주가 되고 있다.
"도대체 지금부터 뭐가 시작된다는 거야?"
다시로가 여자들이 따라준 술을 마시면서 아케미에게 물었다.
"지금부터 사장님을 비롯해 하자쿠라단 전원에게 사과하도록 만들겠어요."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고 쿄오코에게 밉살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이 언니. 남자를 알고 나더니 한층 더 예뻐졌군."
모리다가 가와다 쪽을 보고 웃었다.
"헤헤헤, 하지만 상당히 애먹었어요. 쉽게 단념하지 않는 여자라서, 몸이
묶여 있는데도 꽤 저항하더라고요."
가와다는 어젯밤 어떻게 쿄오코를 몰락시켰는지 모두에게 술술 떠벌리기
시작했다.
"헤헤헤, 아무리 사나운 말이라도 손이 뒤로 묶인 데다, 족가를 차고서는
어쩔 수 없지. 내가 천천히 허리에 찬 천을 벗겨주고……."
가와다의 얘기를 모두가 키득키득 웃으며 듣고 있었다. 쿄오코는 악마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막기라도 하려는 듯이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이고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사장님, 마지막 순간에 이년이 필사적인 목소리로 야마다 씨, 용서해줘요!
하며 울어대지 뭡니까? 야마다라는 작자는 요년이 근무하고 있는 탐정 사무소의
사장인 가본데, 요컨대 그 녀석과 애인 관계였나 봐요."
그 말을 듣자 아케미가 눈썹을 치켜 떴다.
"그럼 이 쿄오코가 풋내기 탐정의 정부였단 말야?"
"뭐, 그런 셈이지. 불쌍하게도 야마자키란 놈 자기 여자를 적측 남자에게
진상한 셈이지."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쿄오코는 소리를 지르고 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
"후후후, 그랬단 말이지. 그것 참, 고소한데?"
아케미가 마음껏 낄낄 웃어댔다.
"너도 참 멍청한 계집애야. 당수 따윌 배워서 우쭐대다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긴코도 일어서서 끈으로 묶여져 크게 부풀어 있는 젖가슴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한데 그건 그렇고, 너는 이제 가와다 오라버니 덕분에 여자의 기쁨을 알았으니,
지금부터는 모리다파와 하자쿠라단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거야. 알았어?"
아케미가 쿄오코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수치심에 물든 얼굴을 정면에 오게
해놓고 다시금 말했다.
"자, 모두 앞에서 맹세해. 따라해 이제부터는 어떤 처벌도 달게 받고 여러분을
만족시키는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말야."
쿄오코는 그저 오열할 뿐 감은 눈을 뜨려고도 하지않았다.
"고집 부리면, 좋지 못해. 잠깐, 이걸 봐."
긴코는 미츠코의 빨간 가방을 쿄오코의 발치에 놓았다.
"미츠코도 붙잡아뒀어. 그렇게 계속 애를 먹였다간 네가 보는 앞에서 미츠코를
혼내주겠어."
그러자 쿄오코가 퍼뜩 눈을 떠 발 밑에 놓여있는 빨간 가방을 보고 전율하듯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미츠코에게 무슨 죄가 있어! 악마, 짐승들!"
쿄오코는 거의 실성하여 악을 써댔다. 오직 하나뿐인 동생을 이런 야비한
짐승들의 노리갯감이 되게 놔둘 성싶으냐 하고 쿄오코는 미친 듯이 화를 내었다.
긴코나 가와다 쪽에서 보면 충분히 예상하고 일던 일이었다.
"그렇게 발버둥쳐도 소용없어. 그러니까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라고. 그러면
미츠코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쿄오코는 눈물을 머금으며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을 만족시, 시, 시키는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기까지 노력 하, 하겠습니다."
쿄오코가 떠듬떠듬 시킨 대로 말을 하자, 여자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쳤다.
그러나 아케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퍼부어 댔다.
"가와다 오라버니에게 감사의 말을 해야지. 너를 사랑해준 감사 말야."
가와다가 히죽거리는 얼굴을 쿄오코 가까이 들이밀었다. 쿄오코는 바싹 긴장을
하며, 얼굴을 비틀어 숙였다.
"자, 가와다 오라버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하는 거야. 그러잖으면 미츠코를 끌어내어 노리개로 삼을 거야."
"부탁이에요. 미츠코만은 살려주세요! 저는 어떻게 되어도……."
쿄오코는 눈물로 흐릿한 눈을 들고, 긴코와 아케미에게 애원했다.
이미 버려진 몸이니 기적적으로 구원자가 나타나길 빌면서 시간을 버는 길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쿄오코였다.
"그럼 어서 가와다 오라버니에게 말해."
아케미에게 엉덩이를 꼬집히고 나서야 쿄오코는 울어서 부은 눈을 다가온
가와다에게 향했다.
"가, 가, 가와다 씨. 고마웠습니다."
그러자 여자들이 왁자하니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뜨거운 키스!"
누군가가 새된 소리로 외쳤다.
이미 취해있는 가와다는 쿄오코의 하얀 어깨를 두 손으로 안았다.
처음엔 격렬하게 고개를 내젓던 쿄오코였지만, 체념하고 가와다의 징그럽게
내밀어 오는 입술을 입술로 받았다. 그러자 가와다가 기세 등등하게 공격하듯이
쿄오코를 꽉 껴안았다.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쿄오코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와다에게 입술을 빨린 채로 있었다.
"가와다 같은 호색한에게 걸리니까, 당수 2관자도 별수 없는걸?"
긴코가 소리 없이 웃으면서 빈정거렸다.
"후후후, 꽤 진한 키스였어. 자, 다음은 다시로 사장님과 모리다 두목에게
사과를 드려야지."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로 쪽으로 눈짓을 보냈다. 다시로와 모리다가
싱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케미에게 또다시 엉덩이를 걷어차인 쿄오코가 흐느끼면서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부, 부디, 용서해주세요."
분함에 이를 갈며 그렇게 말하는 쿄오코를 아케미가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말 만으론 안 돼. 이제부터 사장님과 두목이 원하는 일은 뭐든 가리지 말고
해야만 해. 알았어?"
쿄오코는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케미가 에츠코와 마리에게 사인을
보냈다. 이미 사전에 얘기가 되어 있었던 듯 에츠코와 마리가 구석에서 나이프와
숫돌을 가져왔다.
그 나이프는 어젯밤 쿄오코가 시즈코 부인을 구출할 때 쓴 나이프였다.
하필이면 그 칼을 가져온 악녀들의 가학성에 치를 떤 쿄오코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눈을 감고 얼굴을 어깨에 파묻었다.
"이봐, 쿄오코 언니, 이 나이프 본 적이 있을 테지? 이 나이프를 들고 무척이나
까불던데, 이제부터 그 벌충을 받아보라고."
아케미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이프 끝으로 쿄오코의 풍만한 젖가슴을 쿡쿡
찔렀다.
쿄오코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가와다가 술을 들이켜면서 제지를 했다.
"아케미, 상처는 내지 말라고. 그 아가씨는……."
아케미가 말을 가로챘다.
"알았어요. 또 그놈의 상품 소리 지금부터 어제 못 했던 일을 할 거예요.
다시로 사장님 앞에서 털을 밀어주겠어요. 사장님의 콧수염을 깎은 죄로."
아케미가 소리 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쿄오코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는지
온통 빨개진 얼굴을 떨구어버렸다.
여자들은 와아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쿄오코는 그런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단김에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와다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긴코가 언제 그런 마음을 꿰뚫어봤는지 정색을 하며 말했다.
"혀를 깨물고 죽고 싶으면 죽어도 좋아. 너 대신 미츠코에게 시킬 테니까……."
쿄오코는 깜짝 놀하며 기선을 제압 당했다.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그런 짓을 시키고 싶지 않으면 얌전하게 벌을 받으라고.
십 년은 젊어질 수 있는 일이잖아. 후후후."
긴코는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웃어댔다.
미츠코를 이들의 노리갯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 짓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자쿠라단의 잔인함이라니……
쿄오코는 어깨를 떨며 격하게 흐느껴 울었다. 그러나 하자쿠라단 여자들은
더한층 악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것은 그 깎은 것을 쿄오코의 애인인
야마자키에게 보내려는 계획이었다.
아케미가 그 계획을 큰 소리로 패거리들에게 말하자 모두들 손뼉을 치며
웃어댔다.
"그거 참, 걸작이군."
쿄오코는 실성한 듯이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고 울부짖었다. 약혼자인 야마자키에게
자신의 음모가 보내지다니…… 극도의 수치심에 쿄오코는 여자들에게 퍼부을
저주의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여자들이 아케미가 세운 계획의 기발함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아케미 자신은
입가를 일그러뜨리면서 뭔가 열심히 종이에 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마리에게 녹음기를 갖고 오라고 했다.
아케미가 마리가 들고 온 것을 쿄오코의 발 밑에 내려놓고, 입가에는 마이크를
갖다 댔다.
"자아, 사랑하는 야마자키 씨에게 목소리를 보내는 거야. 여기에 써있는
대로 읽도록 해."
그러면서 자신이 쓴 종이 쪽지를 쿄오코의 눈앞에 갖다 댔다. 쿄오코는 퉁퉁
부은 눈으로 힐끗 그것을 쳐다보고 나서 아아! 하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다시
흐느꼈다. 그 종이 쪽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사모하는 야마자키 씨. 당신의 명령으로 하자쿠라단에 잠입할 수 있었지만
어느 핸섬한 청년을 알게 돼 어젯밤 그분에게 몸을 허락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권유로 이제부터 누드 스타로 일하기로 했습니다. 그분은 저의 가슴과
엉덩이가 훌륭하다고 칭찬해주시면서, 저를 한 사람의 여자로 대해주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과는 헤어져야겠습니다. 이별의 선물로 저의 가장 소중한
부분의 일부를 당신에게 보냅니다. 남몰래 이것을 보시면서 때때로 저를 기억해주세요.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마세요. 저의 부끄러운 일부인 걸요.
아케미가 아무리 때리고 꼬집어도 쿄오코는 이를 악물고 들이댄 마이크에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러자 쿄오코의 단골 협박 메뉴가 또다시 나왔다.
"할 수 없네, 미츠코를 데리고 와야지."
쿄오코는 다시 이 말에 굴복하고 말았다.
눈물로 목이 메인 탓에 몇 번이나 녹음을 다시 했고, 그때마다 여자들에게
청죽으로 엉덩이를 얻어맞았다.
"호,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마세요. 저, 저의 부끄러운 일부인
걸요."
숨이 멎을 듯한 심정으로 가까스로 녹음을 끝내자 가와다가 입을 활짝 벌리고
웃었다.
"맨 끝의 대사가 상당히 리얼한데."
"히히 그 햇병아리 탐정 나리, 쿄오코의 털과 이 녹음테이프를 들어보면
아마 졸도해 버릴걸."
긴코도 술을 따르면서 웃었다.
에츠코가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하며 나이프를 숫돌에 갈기 시작했다.
아케미는 담배를 물고 연기를 쿄오코의 얼굴에 뿜어댔다.
"그렇게 슬퍼할 건 없어. 젊으니까 일주일만 지나면 완전히 원상태로 될
거야."
아케미는 극도의 수치심에 몸을 떨고 있는 쿄오코를 보고 있자니 오싹오싹할
정도로 즐거운 모양이다.
에츠코가 몸을 일으켜 번쩍번쩍 빛나는 나이프를 아케미에게 보였다.
"이 정도면 됐나요?"
아케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로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쿄오코의 양측에 서 있는 에츠코와 마리에게 말했다.
"그럼, 쿄오코 언니의 그 귀여운 사타구니 끈을 풀어 줘."
에츠코와 마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쿄오코의 등뒤로 돌아가 단단히 묶여 있는
핑크색 천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반 재미로 허리에 매어준 굴욕적인 가리개였지만, 그나마도 벗겨지면
더욱 지옥의 수치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쿄오코는 허사임을 알면서도 두 여자에게
애원하였다.
"부탁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풀지 말아요!"
그리고 나이프를 쥐고 있는 다시로에게도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다시로가 히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렇게 요염하게 쳐다보면 손이 얼어붙잖아. 긴장하면 날이 빗나간다고."
그러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아케미에게 의논조로 말을 했다.
"괜히 날뛰다가 상처라도 입으면 큰일이잖아. 다리를 묶어버리는 게 어때?"
긴코와 아케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앉아 있던 여자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만둬! 부탁이에요!"
쿄오코가 다시 필사적으로 다리를 버둥거리며 부질없는 저항을 시도했다.
"제기랄, 아직도 고분고분 벌을 받을 마음의 자세가 안 됐잖아."
긴코가 그렇게 혀를 차며 말했을 때, 똘마니 야쿠자 하나가 지하실로 내려와
긴코에게 옷가지들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광에 갇혀 있는 쿄오코의 동생 미츠코의
옷이었다.
긴코는 싱긋 웃으면서 그것을 광란하고 있는 쿄오코에게 보였다. 감색의
세라복에 스커트, 그리고 순백색의 슬립, 브래지어 등이었다.
"요새 여학생들은 속옷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군. 후후후 이봐, 쿄오코.
이 세라복하고 속옷 어디서 본 기억 안 나나?"
쿄오코는 긴코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악마! 짐승! 감히 미츠코를……."
쿄오코는 자신이 지금 처해있는 상황도 잊고 긴코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홍! 동생이 이런 고초를 당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네 탓이야. 어쨌든
지금 미츠코를 데려다주지. 그러면 네게 처벌을 달게 받을 마음이 생기겠지."
긴코가 그러면서 휘파람을 불며 지하 계단을 올라갔다.
"기다려, 기다려!"
쿄오코가 긴코의 뒤통수에 대고 절규했다.
"잔말 말고 얌전하게 있어."
아케미가 발로 쿄오코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쿄오코는 풀썩 고개를 떨구고
분함에 치를 떨었다.
동생 미츠코는 쿄오코에게 있어 삶의 보람이었다. 쿄오코가 굳이 탐정 사무소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것도 여자치고는 두둑한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쿄오코는
그 돈으로 내년에 동생 미츠코를 대학에 보내 장래 스튜어디스를 만들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미츠코가 지금 악마나 다름없는 하자쿠라단에 붙들려
잔학한 노리갯감이 될 상황에 빠진 것이다. 쿄오코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미친
듯이 몸을 비틀어대며 외쳤다.
"부탁이야! 미츠코, 미츠코만은 건드리지 말아!"
그런 쿄오코의 모습을 여자들이 고소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데, 지하
계단이 삐걱이며 긴코가 담배를 입에 질겅 물고 내려왔다.
"후후후, 미츠코 양이 납시셨어."
긴코는 그렇게 말하고 이내 위를 올려다보았다.
"언니가 기다리고 있잖아.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빨리 내려와."
그러자 세 명의 남자에게 에워싸인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의 미츠코가 내려왔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백도 같은 젖가슴의 위아래에는 비정한 오랏줄이 감겨있고,
날씬하게 뻗은 양 허벅지 사이의 숱이 적은 섬세한 숲은 공포 때문인지 후들후들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옷이 벗겨지고 오랏줄에 묶일 때까지 신한 저항을 했는지 머리카락이 심하게
흐트러져 있었고, 세 명의 똘마니 얼굴에도 미츠코가 할퀴었는지 상처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미츠코는 귓불까지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깊숙이 떨군 채 한 발 한 발 들어섰는데
금방이라도 쓰러지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정말, 인형처럼 귀여운 아이네."
여자들은 수치심으로 흐느끼는 미츠코를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쿄오코는 끌려온 미츠코의 그 참혹한 몰골을 보자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무, 무슨 짓을! 미츠코에게, 미츠코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러는 거야!"
그때 미츠코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언니의 애처로운 모습을 목격했다.
"어, 언니!"
아름다운 자매는 눈물이 어린 눈을 마주보고 외쳤다.
"그럼, 아가씨, 언니 옆에 나란히 세워줄게."
긴코는 미츠코의 오랏줄을 남자들에게서 받아 미츠코의 등을 떠밀었다. 쿄오코가
묶여 있은 바로 옆에 덜렁덜렁 쇠사슬 하나가 내려오고, 거기에 미츠코의 오랏줄을
매었다.
마침내 미츠코도 언니 쿄오코와 함께 악마들의 노리개가 될 운명에 처했다.
"제발요. 동생은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시끄러워 네가 말을 안 들어서 이렇게 된 거잖아."
아케미가 매몰차게 소리쳤다.
쿄오코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절규가 어느새 애원으로 변해갔다.
"미츠코만은, 부탁이야…… 미츠코만은 건드리지 말아 줘……."
"그럼 두 번 다시 우리들에게 반항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아케미의 말을 듣고 쿄오코는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와다와 모리다는
얼굴을 마주보며 웃어댔다.
"헤헤헤, 두 사람 모두 정말 귀여운 물건을 갖고 있군."
가와다가 휘청휘청 거리는 걸음으로 두 자매 앞으로 다가갔다. 쿄오코와
미츠코가 흠칫 놀라 약속이나 한 듯이 두 다리를 딱 오므렸다.
쿄오코는 가와다를 잔뜩 노려보았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저주스런 남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남자에게라도 애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와다 씨, 부탁이에요. 미츠코를 풀어주고 옷을 돌려줘요, 제발요."
"그럼 너는 우리들에게 절대복종 하겠다는 말이야? 분명히 대답해."
"……복, 복종하겠어요."
"사장님과 두목이 이제부터 말끔하게 네 털을 깎아주실 텐데 불만 없지?"
쿄오코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지만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두 눈을 꼭
감고 끄덕였다.
그러나 가와다는 얼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차후에 미츠코를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고 있었다.
<8. 농락 당하는 미녀>
바야흐로 다시 쿄오코의 삭모 의식이 진행되려는 찰나, 위스키를 단번에
비운 아케미가 가와다에게 말했다.
"좀 전에 반항한 벌로 먼저 관장을 해주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이 당수
언니가 좀더 얌전해질 것 같은데."
쿄오코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 동생 미츠코가
이 악마들의 포로만 되지 않았다면 혀를 깨물고서라도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쿄오코는 그저 몸을 경직시키고 그들의
포학한 학대를 견디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제 싫다는 소리는 못 하겠지. 어때?"
긴코가 담배 연기를 쿄오코의 얼굴에 내뿜으면서 말했다.
"시즈코 부인도 이리로 초대하시지 않겠습니까?"
가와다가 다시로에게 제안했다.
"쿄오코가 처벌을 받는데, 시즈코 부인은 처박혀있다면 불공평하지 않겠습니까?
부인도 공범이잖아요."
가와다의 계속된 설명에 다시로가 암 그렇지 하며 빙긋이 웃었다.
"그럼, 시즈코 부인도 이리로 끌고 와."
"부탁이에요. 더 이상 부인을 노리개로 삼지 말아줘요. 제발 부탁이에요."
쿄오코가 눈물을 비치며 가와다에게 애원하였다.
"그래? 그럼, 부인의 관장 분까지 네가 받겠다는 거야? 두 사람 분이면 60cc나
되는데 불만 없겠지."
가와다가 입술을 핥으면서 쿄오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쿄오코는 다시 눈을
내리깔고 어깨를 들썩였다.
쿄오코는 이미 인간적인 감정은 던져버리자고 마음먹고 있었다.
"저는, 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미츠코와 부인만은……."
뒷말은 목이 메어 흐려지고 격한 오열이 뒤를 이었다. 그 곁에 미츠코도
필사적으로 두 다리를 딱 붙이고 고개를 떨군 채 흐느꼈다.
"좋아, 미츠코와 시즈코 부인을 술안주로 삼는 것은 봐주지. 그 대신 너는
우리들과 하자쿠라단의 말에 절대복종 하는 거야. 알았지?"
가와다가 탄력 있는 엉덩이를 두드리며 말하자 쿄오코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준비를 해야지."
아케미가 술에 취한 걸음으로 휘청거리면서 여러 가지 지시를 했다. 커다란
테이블이 옮겨져 왔고 그 위에 청죽을 매단 쿄오코가 묶였다. 쿄오코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츠리고 옆으로 몸을 엎드리려고 했다.
"무슨 짓이야!"
아케미가 쇠사슬에 매여 있는 청죽을 끌어당기며 호통을 쳤다. 쿄오코는
허벅지를 꼭 닫고 흐느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정말 미츠코에게 대신 시킬까?"
아케미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가와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헤헤헤, 쿄오코 언니 사랑스러운 동생을 구하고 싶으면 반항하면 안 되지.
네가 당수를 써서 실컷 난동을 부렸잖아, 이제 깨끗하게 단념하시지."
쿄오코의 두 다리에서 이내 힘이 빠졌다. 아케미와 긴코의 손이 쿄오코의
발목에 뻗쳤다. 마침내 쿄오코의 늘씬한 두 다리가 좌우로 활짝 벌어지고 말았다.
쿄오코의 아름다운 얼굴이 불같이 빨개졌다.
"자, 청죽을 끌어올려서 이년을 거꾸로 들어올려."
아케미의 명령에 여자들이 영차, 영차! 하고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쿄오코의
살집이 풍만한 두 다리가 그에 따라서 위로 끌어올려져 갔다.
"아아―."
쿄오코는 테이블 위에 누운 채 양 발목이 높이 위로 올려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후……, 꼴 좋군."
긴코가 테이블 위의 쿄오코에게 말했다. 오랏줄에 꽁꽁 묶여 잘록해진 쿄오코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튕긴 긴코는 힐끗 곁에 서 있는 미츠코 쪽을 보았다.
흑진주처럼 아름다운 미츠코의 눈은 안개처럼 눈물이 고여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제발 언니를 용서해주세요, 하고 애원하는 그 반짝이는 미츠코의 눈을 봐도
긴코는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 그뿐 아니었다. 소녀가 아름답고
가련할수록 오히려 더 괴롭히고 싶은 도착적인 심리로 변해갔다.
긴코의 눈에 잔인한 그림자가 어리며 미츠코에게 말했다.
"이봐. 네 언니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60cc의 관장을 받게 될 거야. 구해주고
싶지 않아?"
미츠코는 긴코의 그 말에 매달려 체면 따위를 생각지 않고 애원했다.
"부탁이에요 언니를, 언니를 구해주세요!"
긴코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래. 그럼 언니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을 갸륵하게 생각해서, 언니에게
이제 놓을 60cc의 관장을 30cc로 줄여주지. 그 대신. 줄여준 30cc는 네가 맞지
않으면 안 돼."
그 말을 들은 미츠코의 얼굴에서는 일순간 핏기가 사라진 듯했다. 테이블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쿄오코도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그, 그런 짓을 미츠코에게 시킨다면 용서하지 않겠어. 약속이 틀리잖아!"
쿄오코는 청죽에 매달려 있는 두 다리를 비틀면서 울부짖었다.
"미츠코! 누군가가 꼭 우리를 구해주러 올 거야. 져서는 안 돼. 언니는 걱정하지
마! 기운을 내."
쿄오코는 필사적이 되어 미츠코에게 말했다.
그때 문득 뭔가 생각났는지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을 데리고 돌아왔다.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호되게 닦달을 당한 시즈코 부인은 휘청거리는 발을 내디디며 지하실로
내려왔다. 부인의 허리에는 보라색의 훈도시가 동여매어져 있었다.
지하실에서는 미츠코가 쿄오코의 옆에 눕혀지던 참이었다.
"싫어, 싫어요! 아아, 언니 살려줘!"
미츠코가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절규했지만, 쿄오코는 온몸이 테이블 위에
고정되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개새끼, 악마, 짐승, 미츠코까지."
쿄오코는 테이블 위에서 몸부림치면서 울부짖을 뿐이었다.
마침내 미츠코의 다리가 청죽의 양끝으로 벌려지고 말았다. 여자들이 재빨리
끈을 감았다.
"아아 어, 언니!"
미츠코의 온몸이 불기둥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청순한 열 여덟 살의 처녀가
짐승이나 다름없는 인간들이 둘러보는 가운데서 그런 몰골을 당해야만 하다니,
쿄오코는 동생의 심정을 생각하자 미칠 것만 같았다.
에츠코와 마리는 미츠코가 묶이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놨다는 듯이 가와다에게
말을 했다.
"어때요. 거기서 보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망이죠?"
실제로 그들이 앉은 위치는 미인 자매의 치부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였다.
다시로와 모리다 사이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움츠리고 앉은 시즈코 부인이
눈물에 젖은 눈을 가와다에게로 향했다.
"가와다 씨, 당신은 너, 너무, 너무 무서운 사람이야!"
시즈코 부인은 유연한 하얀 피부를 떨며 말했다.
"흥!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너를 일부러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은, 저 테이블 위의 쿄오코 씨와 미츠코 양이 자신들이 관장을 당하고 배설을
하는 것을 부디 지켜봐 주셨으면 하고 성가시게 부탁했기 때문이야. 선배로서
비평해 주십사 하고 말이야, 후후후."
시즈코 부인은 좌우에 앉아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모리다와 다시로에게 필사적으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부탁이에요. 쿄오코 씨와 동생을 용서해줘요! 제가, 제가 나빴어요"
시즈코 부인은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 이 집에 잠입한 쿄오코가 악마들의
노리갯감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있을수 없었다. 쿄오코가이 같은 끔찍한
수모를 당하는 것도, 결국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시즈코 부인은 그들의 벌을
자신이 대신 받겠다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상류 사회 귀부인의 심성은 달라. 후후, 대신 벌을 받겠다? 어떻게
할까요, 사장님?"
가와다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다시로 쪽을 바라보았다. 다시로가 옆에 앉은
모리다의 어깨를 찌르면서 웃었다.
"그럼, 부인. 이 두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어떤 힘든 일도 견디겠다는
말이군."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턱에 손을 대고 얼굴을 위로 치켜올렸다. 시즈코
부인은 체념의 눈을 꼭 감고 살며시 끄덕였다.
"그럼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테스트해 볼까요?"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오랏줄을 잡아서 일으켜 세우며 아케미에게 뭔가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아케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구석의 핸들에 손을 뻗었다.
천장에서 쇠사슬 하나가 덜렁덜렁 내려오고 시즈코 부인은 쿄오코와 미츠코
앞에 매달리게 되었다.
가와다가 다시로와 모리다에게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과 두목은 술을 드시면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아케미, 긴코와
상의해서 이 부인에게 내릴 벌을 생각해볼 테니까요."
가와다, 긴코. 아케미는 어떤 수모를 당할지 몰라 잔뜩 얼어붙어 있는 시즈코
부인을 둘러싸고 뭔가 의견을 나누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부인의 귓가에
대고 얘기를 했다. 가와다와 긴코가 번갈아 부인에게 뭔가 말할 때마다 시즈코
부인의 갸름한 얼굴에 핏기가 오르며 탄식과 함께 고개를 젖히며 새빨개진
얼굴을 좌우로 흔들었다.
다시로와 모리다가 기다리기가 지루해졌는지 고함을 쳤다.
"너무 시간을 끄는군. 아직 의논이 끝나지 않은 거야?"
가와다가 다시로 일행에게 굽신 머리를 숙이고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젖가슴을
튕겼다.
"그럼, 부인, 알았지? 가르쳐준 대로 사장님과 두목에게 맹세하는 거야.
정말 간단한 일이잖아? 자, 시작해."
시즈코 부인은 얼굴을 들고 눈을 감은 채 입술을 조금 열었다.
"……여러 가지로 폐를 끼쳐드렸습니다. 도야마 시즈코는 오늘부터 심령을
다해 모리다파를 위해 여, 열심히 일할 것을 매, 맹, 맹세합니다……."
시즈코 부인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거기까지 말하고 오열하였다.
"후…… 부인도 꽤 온순해졌어. 훌륭해. 하지만, 그렇게 울면 예쁜 얼굴이
엉망이 되잖아."
긴코가 그렇게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 시즈코 부인의 눈물을 닦기 시작했다.
가와다가 다시로가 따라준 위스키를 입을 뾰족이 내밀어 마시고, 다시 시즈코
부인 곁으로 돌아갔다.
"그럼, 부인. 다음은 당신의 장기인 속곡(俗曲)을 사장님과 두목에게 들려주시지
않겠어?"
"허허 이 부인 노래도 잘 부르나?"
다시로의 말에 가와다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잘 부르는 정도가 아닙니다 속곡의 명창에게 사사 받은 어엿한 제자인 걸요.
속곡 뿐만 아니라, 고전 무용, 게다가 다도, 꽃꽂이 모두 일류입니다."
다시로는 큰배를 흔들며 기뻐하였다.
"그럼, 고전 무용은 다음 기회에 보도록 하고, 일단, 오늘밤엔 그 유명한
속곡이라는 것이나 찬찬히 들어볼까."
그러자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뺨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부인. 좋겠어. 다시로 사장님은 속곡에 취미가 있거든. 긴코와 아케미는
술자리 여흥으로 바나나 따윌 가지고 부인에게 엄청난 짓을 시키려고 했는데
얼마나 다행이야. 샤미센(三味線 : 일본 음악에 사용하는 세 개의 줄이 있는
현악기)은 없지만, 한번 목청을 다듬어서 사장님을 기쁘게 해드려 보라고."
비록 여자들이 계획하고 있던 끔찍한 고문을 면했다고는 하지만, 알몸에
훈도시 하나를 걸친 몰골로 속곡을 불러야만 하는 비참함이라니. 시즈코 부인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왜, 아케미가 원하는 벌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드나?"
가와다의 귓속말에 시즈코 부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부, 부르겠어요. 그 대신 가와다 씨……."
"뭐야?"
"그것으로 쿄오코 씨와 동생은 괴롭히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시겠어요?"
가와다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야, 다시로 사장님의 네 속곡을 듣고 만족해 했을 때의 얘기지. 자, 아주
요염한 놈으로 부탁하자고."
그리고 다시로를 향해 말했다.
"사장님, 주문하세요. 만약 희망 곡을 부르지 못하면 여자들 손에 맡겨버릴
겁니다."
그러자 다시로가 심술궂게도 아주 옛 곡을 주문하고 그것도 부를 대목까지
지정을 하였다 시즈코 부인은 어깨까지 늘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은 채 노래를 시작했다.
"과연 소양이 깊은 귀부인이야. 사장님의 주문에 척 응하잖아요?"
모리다가 다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시로는 감탄하며 귀부인의 고운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세련되고,
격조 있으면서도 색향을 느끼게 하는 그 음색은 속곡이나 옛 곡과는 아무런
연이 없는 여자들까지 넋을 잃게 만들었다.
시즈코 부인은 자신의 등뒤에 참혹한 모습으로 묶여 있는 쿄오코와 미츠코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까스로 일 절을 마치더니 힘이 빠진 듯 고개를 떨구었다.
"훌륭하군!"
다시로가 감격하여 박수를 쳤다. 가와다는 일부러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주 좋은 소리였어. 사장님도 정말 기분이 좋아지신 모양이야. 그러니까
이곳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에 대한 처벌은 이것으로 말소해 주실 거야, 어떻습니까?
사장님"
"음, 그래 좋았어. 나도 왜 속곡에 심취했었지만, 이런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은 일찍이 없었어. 과연 도야마 재벌의 귀부인이야."
다시로가 시즈코 부인을 외면한 채 말했다. 가와다가 계속 말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쿄오코와 미츠코의 처벌을 중지할 순 없지. 아케미 어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 안 드나?"
아케미가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시즈코 부인 곁에 섰다.
"흥. 아무리 속곡의 명인일지는 몰라도 노래만으로 쿄오코의 벌을 대신할
수는 없지, 안 그래 부인?"
"도대체 어, 어쩌라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당신들 마음이 풀리겠어요?"
그러자 두 다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쿄오코가 자신의 처지도 잊은 양
소리를 쳤다.
"부인, 부탁이에요. 저희들 일은 상관 마세요! 이런 짐승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마세요!"
에츠코가 당장 눈을 치켜 뜨고 광란 상태의 쿄오코의 따귀를 세게 후려쳤다.
"시끄러워! 얌전히 있지 않으면 미츠코를 혼내주겠어!"
그러더니 나이프를 꺼내 미츠코의 몸 여기저기를 찔렀다. 비단을 가르는
듯한 미츠코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자 쿄오코는 더 이상 어쩔 도리 없다는
듯 몸부림을 그치고 얼굴을 옆으로 파묻고 흐느꼈다.
"흥! 자매가 나란히 항문까지 드러내고도 건방진 소리를 떠벌리다니."
가와다는 혀를 차며 그렇게 말하고 다시 시선을 시즈코 부인에게 돌렸다.
"어때 부인, 뒤의 쿄오코와 미츠코를 정말로 구하고 싶지?"
시즈코 부인은 눈에 애원의 빛을 띠고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녀의 육체는 의지와는 달리 덜덜 떨리고 있었다.
긴코와 아케미, 그리고 가와다가 다시 뭔가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시즈코
부인은 그 모습을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다시 온몸이 굳어졌다. 뭔가 얘기가
정리되었는지 가와다가 입술을 혀로 적시며 시즈코 부인에게 다가왔다.
"부인. 일단, 이렇게 하기로 했어."
히죽히죽 웃으면서 부인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싫어요! 아아 싫어. 그런 일만은 봐, 봐줘요……."
시즈코 부인은 치렁치렁한 윤기 도는 검은 머리칼을 격렬하게 좌우로 내저으며
흐느꼈다.
"지금 와서 싫다고 하면 안 되지. 쿄오코와 미츠코를 구해달라고 애걸복걸하더니
이제 와서 비명을 지르면 되겠어?"
가와다는 코웃음을 치면서 긴코 패거리들 쪽으로 눈짓을 보냈다.
아름다운 우윳빛의 육체가 불기둥처럼 타오르며 시즈코 부인은 격하게 고개를
내젓고 가와다에게 용서를 청하고 있었다.
다시로가 격하게 고개를 내젓는 시즈코 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도대체, 어떤 처벌을 착상해낸 거야? 가와다."
"헷헤헤, 하자쿠라식 열학(悅虐)벌이라는 건데, 한번 시켜봄직 하죠."
그리고 다시로의 귓가에 입을 갖다 대고 그 방법을 일러주었다.
"글쎄, 그런 색스런 벌은 좀더 익숙해지고 나서 하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