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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바람언덕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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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400회 작성일 24-02-0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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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의 엄마가 재혼을 한 건 아주 청명한 어느 가을날이었다.


결혼식 대신에 가까운 지인 몇 명만 모여 축하를 겸한 식사자리를 하고서 곧바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 기간 동안 소현은 자기아빠에게 와서 지내기로 이미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그전에 소현 엄마의 초청으로 한번 만났을 때 재열을 아주 반갑게 대해주었다.


그건 아마 두 부녀로부터 좋은 점만 전해들은 탓도 있겠지만, 딸의 긍정적인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 기꺼웠을 것이다.


딸이 아빠와 살겠다는 말을 꺼냈을 당시에는 굉장히 서운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딸에게도 좋은 일인데다 나중에 발생할지도 모를 여러 문제점들이 미연에 방지된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그 일의 숨은 주역인 재열이 참으로 고마웠다고 했다.


그다지 큰 일을 한 것 같지도 않는데 결국 그 세 식구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은 셈이라, 조금은 민망하면서도 왠지 뿌듯하고 흐뭇했었다.


다만, 사장에 이어 그녀까지도 사윗감을 대하는 듯 너무 호의적이라 꽤나 부담스럽긴 했다.


물론 소현이 눈에 차지 않는다는 따위의 오만한 이유는 아니었다.


결혼이니 하는 게 자신과는 상관없는 비현실적인 일로 느껴지고, 이제는 제법 여자의 체취를 풍긴다고는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여자친구’의 개념과 아직은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던 며칠 동안 부녀가 같이 지내게 된 덕분에 소현은 학교가 끝나면 일단은 재열의 집으로 먼저 왔다.


 


오늘은 일이 조금 늦게 끝난대...우리끼리 먼저 먹으라는데?”


응~ 알았어....”


 


엄마와 통화를 끝낸 재열이 그렇게 전하자 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이 같이 저녁을 먹은 뒤 디저트와 함께 잠깐 휴식을 취하다가, 재열의 방에서 둘이 공부를 하는 동안 사장과 엄마는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고는 밤 늦은 시간에 부녀가 다정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요 며칠간의 생활이 그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듯했다.


 


카레나 해줄까? 좋아해?”


어머~?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카레 정도는 아주 간단한데...”


와~ 너 캡 멋져~~ 나 카레를 정말로 좋아해~ 헤헤~”


하하하~ 알았어~ 오케이~ 배가 좀 고파도 한 삼십 분만 참아...”


 


어릴 때부터 엄마 곁에서 떨어지기 싫어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늘어버린 요리실력이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옆에서 도와주고 맛도 봐주다 보니 이젠 엄마가 하는 음식은 웬만한 게 다 가능한 그였다.


신기해하면서도 너무나 좋아라 하며 팔에 매달려 팔짝팔짝 뛰는 그녀가 귀여웠다.


그리고 이젠 제법 뭉클한 느낌을 주는 가슴의 융기도 즐겁게 음미했다.


 


흐흐흐~ 제법 커졌는걸?”


치~ 만날 말로만? 흥~”


 


팔에 닿은 봉긋한 젖가슴을 내려다보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 보여도 소연은 콧방귀만 뀌었다.


몇 번을 그런 식으로 겁을 주며 놀렸더니 이제는 약발이 다한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슬쩍 더 갖다 붙이며 ‘이젠 어쩔래?’라는 식으로 반격까지 해왔다.


 


쩝~ 항복~ 내가 잘못했어..누나~~”


피~ 재미없어...뭘 도우면 돼?”


으~응...감자껍질이나 벗겨줘...그 정도만 해도 훨씬 수월해...사실은 그게 제일 귀찮거든? 후후~”


 


재열은 냉동실에서 돼지고기를 꺼내 전자레인지에다 넣어 해동을 시키며 말했다.


 


응~ 감자는 어디에 있는데?”


저기 베란다에 보면 박스가 있을 거야..그 안에...”


 


소꿉놀이라도 하는 양 즐겁게 뛰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조금 전에는 약간 당황을 했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아래쪽으로부터 뜨거운 기운이 은근히 느껴졌었기 때문이었다.


날이 갈수록 여자의 곡선이 완연해지고 있는 그녀였다.


지금도 무릎 위로 찰랑거리는 치마 속에서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유혹적으로 보인다.


 


 


*********************************************************************************************


 


 


꽤나 요란스러웠지만 즐거운 저녁식사가 끝나고 같이 치운 다음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서 배를 꺼트린다는 핑계로 노닥거리다가 각자 공부를 시작했다.


둘 다 제법 상위권을 유지하는 실력이라 필요하면 학원이며 교재 같은 건 스스로 알아서 챙겼기에, 양쪽의 부모들 또한 거기에 대해선 크게 간섭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아직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재열에 비해 몇 개월만 지나면 정말로 정신 없이 바쁜 1년을 보내야 하는 소현이었기에, 요즘 들어 부쩍 같이 붙어 지내려고 하는 그녀였다.


게다가 나날이 성숙해지는 자신의 몸매에 자신감이 붙은 건지, 아니면 최근 재열의 동요를 눈치챈 건지는 몰라도 은근슬쩍 도발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방바닥에다 상을 펴고 하자는 걸 구태여 이게 편하다며 침대에 엎드려 책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재열 혼자 책상에 앉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이 한번씩 침대위로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한 손에다 턱을 괸 채 다른 손으로 볼펜을 돌리며, 물장구라도 치는 양 다리를 교대로 흔드는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 중간쯤으로 치마 끝이 걸려있었다.


엎드린 탓에 엉덩이의 윤곽이 확연히 드러나며 서있을 때보다 훨씬 더 멋진 저 곡선이 사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햐~ 십 년이 아니라....’


 


엄마에게 했던 농담과는 달리 몇 년만 지나면 정말로 남자들이 줄을 설 것만 같았다.


 


에고~ 정신차리자...’


 


가려웠던지 그녀가 뒤로 손을 돌려 쥐었던 볼펜으로 허벅지를 긁자 그 순간 치마가 살짝 올라가며 가랑이 깊은 곳에 숨은 속옷이 언뜻 비쳤던 것이다.


재열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서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책에다 온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그것도 몇 초가 가지를 못했다.


 


얘~ 재열아~”


으, 응? 왜? 누나...”


 


고개를 돌리자 소현이 일어나 앉아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두들기며 그녀가 말했다.


 


이리와...”


시작한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아이~ 참?”


아, 알았어...”


 


이맛살을 찌푸리며 눈꼬리를 치뜨는 모습에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고 엉거주춤 다가갔다.


사실 그도 활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있었기에 내심 반가웠다.


 


우리 그냥 이야기나 하고 놀자...응?”


“...알았어..그러지 뭐...”


 


소현이 왜 이러는지를 잘 안다.


모레면 그녀의 엄마와 새 아버지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내일 저녁은 네 사람이 모두 같이 외식을 한 뒤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다시 말해 이런 오붓한 시간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재열은 그녀 옆에 앉으면서 이불을 끌어당겨 둘의 하체를 덮었다.


양반다리를 한 탓에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가 반이나 드러나 자꾸만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누나, 춥지 않아?”


응? 별로...넌 추워?”


으, 응..아니 나도 괜찮아....”


 


커다란 쿠션에 등을 기대자 소현도 두 다리를 쭉 펴고서 나란히 붙어 재열의 어깨에다 머리를 살짝 얹어왔다.


그러나 떠들고 놀자던 것과는 달리 조용한 숨소리만 흘려냈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여체의 감촉이 사뭇 두근거리게 만든다.


확실히 여자라는 느낌이 많이 강해졌다.


전에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이제는 꽤나 신경 쓰이고 있었다.


 


왜 어디가 안 좋아?”


아니야..그런 거...그냥...”


그냥 뭐?”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한테 언제나 거리를 두는 거...혹시 울 아빠하고 네 엄마 때문이니?”


누, 누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재열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녀의 엄마도 재혼을 했다.


어쩌면 그전부터 육체적인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10년 이상을 어린 딸을 키우며 혼자의 몸이었으니 그 사이에 몇몇 남자관계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사장과 엄마 사이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순순한 눈으로 본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했다.


재열이 자신의 기준에서 소현을 어리다고만 여겼기에 아무런 눈치도 못 챘을 거라 지레짐작을 했을 뿐이었다.


 


역시 그랬구나..그 두 사람.....”


누나...”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확신이 아니라 그저 의심의 수준인 걸 재열이 지나치게 감정을 드러내는 바람에 확인을 시켜준 셈이었다.


하지만 꽤나 놀랐을 텐데도 길길이 날뛰는 건 고사하고, 그저 목소리만 약간 커졌을 뿐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많이 놀랐어? 실망스러워?”


약간...왠지 그럴 것 같았으니까....”


으, 응...그냥 친한 사이라고만 보기엔...지나치게 가깝게 지내니까....”


 


그때 그녀가 쿠션에다 비스듬히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재열을 내려다보았다.


 


그보다는 너한테 더 놀랐어...”


응? 나?”


그래...어른들의 세계가 어쩌고 할 때부터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넌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게 왜?”


어머!”


 


재열이 별 대수가 아니라는 듯이 심드렁하게 묻자 그녀의 눈이 커다래졌다.


 


너 정말 이상해...”


으, 응...물론 나도 내가 약간 이상한 놈이란 건 알지만...그래도 그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야?”


다, 당연하지!!! 울 아빠야 혼자라지만...너네 엄마는...아니잖아?


부모님을 무지무지 사랑한다며? 저번에도 아빠한테 가서 세 식구가 무척이나 즐거웠다며?”


응..맞아..그런데?”


 


소현의 입이 딱 벌어지더니 말문을 멈추었다.


그러자 재열도 상체를 세워 앉으며 경악하는 그녀의 두 손을 조용히 마주잡았다.


 


누나...내가 전에 말했지? 아저씨한테는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그러면서 전에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외로워하는 엄마에게 훌륭한 직장상사이자 좋은 벗으로서의 사장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소현이 놀라워하는 그런 부분도 성인 ‘남녀친구’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행위들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설명을 한 거지만 별로 효과는 없어 보였다.


 


쩝~ 어째 더 놀라는 것 같네?”


“....다, 당연하지!!!!”


아이고~ 귀야~~ 귀청 터지겠어..살살 말해...누나...”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가 소리를 빽 질렀지만 별반 동요하지도 않고 그저 이마만 살짝 찌푸리는 재열의 반응에, 굉장히 심각해하던 소현도 그만 김이 빠져버렸는지 머뭇거리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손을 빼낸다든지 몸을 돌리지 않는 걸 보니 아주 많이 화가 난 건 아닌 것 같았다.


 


누나...누나가 보기엔 어때? 아저씨가 엄마랑 그렇게 지내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아?”


“..아니...아줌마랑 있을 때면 굉장히 즐거워 보여...그래도...”


우리 엄마는 어떻게 보였어?”


“...그건 아줌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맞아, 잘 본 거야...그러면 두 사람이 결혼할 것 같아? 누나 생각엔 어때?”


재, 재열아? 너 설마 진짜로 그런 생각을?”


 


잠잠해지는 것 같던 소현이 또다시 크게 격동을 했다.


아마 그녀가 가장 걱정스럽게 생각한 부분일 것이다.


자신의 아빠로 인해 행복하던 한 가정을 무너뜨리게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재열이라면 그건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말이다.


 


후후후~ 아니야...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아저씨한테는 조금 섭섭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엄마는 나와 아빠를 정말로 사랑해...”


재..열아...난 도대체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에게 재열은 차분히 설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신 사이에 있었던 모든 사연을 얘기할 수는 없었다.


그건 그들 가족만의 소중한 약속이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던 엄마와 사장이 즐겁게 보내는 건 물론 자신의 아빠 역시 전과 다름없이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때문에 자신 또한 아무런 불만이 없어 구태여 그 행복을 해치고 싶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기다 그 평화가 깨질 위험성이 있다면 그땐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지금까지를 봐서도 그렇고 앞으로도 역시 엄마는 변하지 않을 거라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누나도 그냥 모른 척했으면 좋겠어...아저씨를 위해서라도...”


“..재열..아...”


내가 그렇게나 많이 이상해?”


응, 아주 많이...”


하하...하...어쩔 수 없지, 뭐...내 머리 속이 그렇게 생겨먹었는걸?”


 


조금은 머쓱하게 말하며 잡았던 손을 놓고 머리를 긁적였다.


왠지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이제야 조금씩 그녀가 마음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더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소현에게 솔직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와락 안겨 들었다.


 


누나?”


너 같은 애는 정말 처음 봐...”


 


소현의 소곤거림이 계속되었다.


서로 죽고 못사는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가깝게 지내는 친구 두엇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반강제적인 권유에 남학생들과 미팅도 몇 번 해보고, 그네들의 남자친구도 몇 명 만나봤지만 재열과 비슷하기조차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소현 정도되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남자애들이 제법 있었을 거다.


 


그런 게 네가 말하던 어른들의 사랑이야?”


그, 글쎄..? 그건 나도 잘 몰라..그냥 내 생각이니까...”


 


재열은 조금 난감했다.


그가 언급했던 ‘어른들의 세계’는 그런 사고방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육체적인 걸 의미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녀에게 솔직하고 싶다지만 그것까지 대놓고 말하긴 조금 그랬다.


 


치~ 제법이야, 말로만 잘난 척하는 꼬맹이인줄만 알았더니?”


후후후~ 이제는 꼬맹이에서 벗어난 건가?”


 


가슴팍에다 얼굴을 묻어온 그녀에게서 아주 좋은 냄새가 났다.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운 여체가 착 달라붙은 감촉이 굉장히 달콤한 기분을 가져다 주었다.


조금 망설이다가 늘어뜨렸던 손을 들어 가느다란 허리를 살며시 껴안았다.


그러자 그녀가 움찔하면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네가 진짜 좋아...”


 


맑고 깨끗한 그녀의 눈동자로 물기가 서리는듯했다.


보고 있으면 한없이 빨려 들어가버릴 것만 같은 아주 크고 깊은 호수였다.


화장기 하나 없지만 투명하게만 느껴지는 살결과 촉촉하게 젖은 선명한 붉은 입술, 그리고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치아 사이로 향기로운 숨결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음부터 좋았지만...지금은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


누나....”


 


저 높은 구름 속으로 날아가버린 줄만 알았던 파랑새가 머리 위를 한 바퀴 돌고서는 품 속으로 들어와버렸다.


작고 따스하고 보드라운 이 느낌, 재열이 고개를 서서히 숙이자 그녀가 사르르 눈을 감았다.


언젠가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당시에 소현이 장난 반 호기심 반이었다면 그는 그저 놀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아~”


 


너무나 보들보들해서 스치기만 해도 생채기가 날 것만 같은 살갗에다 입술을 갖다 대자 아주 작은 탄성을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흘러나오는 달콤한 사과 향 숨결을 조금이라도 놓치기 아깝다는 듯이 재열은 완전히 봉해버렸다.


그러자 소현이 깜짝 놀라 어깨를 꽉 잡아오며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재열이 허리에 있던 손을 올려 한 손으로 등을 받쳐주고서 다른 손으로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자, 그녀가 ‘부르르~’ 떨면서 조금씩 긴장을 푸는 게 느껴졌다.


혀로 촉촉한 입술을 살짝 벌리고 들어가보니 단단하고 매끄러운 치아가 닿았다.


그 치열을 혀끝으로 더듬으며 부드럽게 두드리자 주저하는 듯 수줍게 열어준다.


반가운 마음에 성큼 들어서자마자 말랑거리는 육질이 부딪치고는 화들짝 놀라 도망가버렸다.


몸을 덩달아 움찔거리며 아플 만큼 팔뚝을 쥐어오는 그녀, 재열은 안심을 시키듯이 등과 뺨을 쓰다듬어주고서 부드럽게 혀를 움직였다.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양 ‘톡~’ 건드려보고는 제풀에 놀라 움츠리기를 몇 번, 그녀도 서서히 혀를 얹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열이 소현의 설육(舌肉)을 칭칭 감아 자신에게로 빨아들이는 순간 그녀가 목을 안아왔다.


 


우웅~ 웅~”


 


달짝지근한 타액을 얼마나 받아 삼켰을까? 그녀가 갑자기 재열의 등을 두들기며 버둥거렸다.


깜짝 놀란 그가 입술을 떼어내고서 놓아주자 소현이 가슴팍에다 얼굴을 묻어오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하아~ 하아~”


 


그녀의 등을 감싼 손이 크게 오르내릴 정도로 아주 거친 숨결을 내뱉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번개같이 스쳐가는 생각, 재열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살며시 물어보았다.


 


누나~ 설마 계속 숨을 안 쉰 건 아니겠지? 쿡~”


“..........”


 


대답은 않고 재열의 가슴 속으로 더욱더 파고들었다.


마치 그 안으로 숨어버리고만 싶다는 듯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 모습에 자꾸만 새나오려는 웃음을 누르며 그녀의 얼굴을 들게 했다.


 


처음이니까 당황해서 그렇지, 뭐...다시 한번 해보면 잘할 거야...후후후~”


재, 재열...흡~”


 


새빨개진 얼굴로 당황해 하는 그녀의 입술을 다시 덮어 누르자, 잠시 허둥거리다가 곧 리드에 따라 훨씬 더 부드러워진 움직임으로 혀를 내맡겨왔다.


 


 


********************************************************************************************


 


 


쿠션에다 비스듬하게 다시 나란히 기댄 두 사람,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소현이 그의 가슴에다 뺨을 붙인 채 안기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서 재열이 소곤거렸다.


 


처음이야?”


 


그녀가 살짝 올려다보더니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고개를 숙이고서 작게 끄덕거렸다.


어른들의 진짜 키스를 하고 났더니 어째 더 어려진 것만 같다.


그때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런 통증에 재열은 비명을 토하고 말았다.


 


아야~! 누나?”


바람둥이...”


헛~!...”


흥~”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짜리가 그렇게나 능숙하게 키스를 해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억울하면 무를래?”


너~! 흡~”


 


파닥거리며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걸 꽉 껴안고 몸을 돌려 위에서 누르며 또다시 키스를 퍼부었다.


화를 내듯이 등을 두들기던 그녀가 곧 뜨겁게 호응을 해왔다.


혀를 넘겨주자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빨아들이며 타액을 받아 삼키고 있었다.


 


누나...”


“..응...”


 


키스는 끝났지만 여전히 밑에 깔린 그녀가 그를 밀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너무나 붉었다.


 


이제는 누나도 느꼈겠지만...나는 누나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유별나...그래서...”


 


자신의 가슴팍에 눌린 젖가슴이 제법 뭉클하게 느껴졌다.


재열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그리로 손을 가져갔다.


 


재, 재열아!!!”


 


아담하게 잡혀오는 봉긋한 가슴, 몇 겹의 천으로 싸였음에도 탱탱한 탄력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놀란 탓인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미처 그 손을 떼낼 생각조차 못하는 그녀였다.


 


“..계속 만나게 되면 난 누나한테서 아주 많은 걸 원하게 될 거야....”


 


소현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이전 같으면 몰라도 앞으로는 그녀를 가지고 싶어질 게 분명했다.


엄마의 경우와는 또 달랐다.


그때처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녀의 빗장을 하나하나 풀어버리고 말 것이다.


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어른들의 방식을 이미 알아버린 이상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나중에라도 그녀의 마음 속에다 후회와 같은 감정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재열 자신은 엄마에게 준 모든 첫 경험이 너무나 행복했으니까 말이다.


 


“...너...경험이 있는 거니?”


“..응...맞아...내가 누나에게 했던 말들...그냥 농담으로 한 게 아니었어...”


 


외유내강이랄까, 소현은 확실히 의외로 강단이 있었다.


발작을 일으키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젖가슴을 잡은 손을 떼내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놀라서 그럴 정신이 없었다고 해도 지금은 분명히 그녀 스스로의 의지였다.


그때 그녀가 젖가슴을 쥔 재열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비록 경험은 없지만 나도 알만큼은 다 알아....너라면...괜찮아...”


누나....”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엄마에게서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감정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런 생각은 했었어...내 처음은 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설마 벌써 경험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을게...대신에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더 일찍 만났더라면 분명히 누나가 처음이었을 거야...”


믿어...넌 내게 늘 솔직했으니까...처음 만났을 때부터...”


 


솔직히 확신까지는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랬었다면 자신이 참았을 거라기보다는 엄마가 끝까지 받아주지 않았을 것 같았던 것이다.


 


사실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해...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만 처음이라는 게...”


누나...”


 


그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절대로 아니었다.


결코 그럴 수는 없는,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되는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이상하게 안심도 돼....”


응?”


 


뜻밖의 이야기였다.


 


너한테 처음 마음이 끌렸던 건...내가 우는 걸 안아주었을 때부터야...굉장히 푸근하고 든든했거든?”


 


그 후로도 그녀는 재열만 생각하면 언제나 자신감이 생기곤 했단다.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겨도 그에게 말만하면 다 해결해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속마음을 들킬까 싶어 걸핏하면 ‘잘난 척쟁이’라든지 ‘꼬맹이’라고 구박을 주었다고 털어놓았다..


거기다가 아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로 속이 꽉 찬 어른이구나 싶으면서 가슴이 마구 뛰었다고 한다.


어쩌면 소현은 늘 그리워하고 동경했던 아빠의 모습을 재열에게서 찾았던 건지도 모른다.


 


속만 그런 게 아니라 겉도 마찬가지니까...그리고...사실...나 꽤 겁이 났거든....”


뭐가?”


“..처음엔...굉장히 아프다고 들었어....”


하~아~ 누나...”


 


혹시나 엉뚱한 오해라도 살까 두려웠던지 그녀는 재빨리 설명을 해주었다.


반에서 좀 논다는 여자애들이 딴 애들에게 과시하듯이 무용담을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험 많은 아저씨들은 첫경험이라도 아주 천국으로 보내주니, 첫 상대는 풋내기 대신 꼭 나이든 사람을 고르라는 충고까지 했단다.


재열로서는 그 진위여부를 판단할 만한 능력이 안되었다.


엄마에게 물어보면 혹시나 그 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긴 했다.


다만 그건 진심이라기보다는 범생이들을 놀리기 위한 장난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물론 그런 생각을 소현에게 이야기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러니까...너라면...그러니까....”


누나...됐어..그만해...”


재열아...”


 


구체적으로 표현을 못하고 겉돌기만 하면서 목덜미까지 새빨개지는 그녀를 꽉 껴안았다.


가슴팍에 묻어온 소현의 얼굴이 아주 뜨끈뜨끈했다.


 


그러면...이제부터 누나는...진짜로 내 여자친구야...알았지?”


으, 응...”


 


재열의 등을 꽉 껴안으면서 행복하다는 듯이 가슴팍에다 얼굴을 비벼오는 그녀가 굉장히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엄마가 자신에게 느꼈던 감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엄마에게서 한없이 드넓고 깊은 사랑과 동시에 뜨겁고 끈적한 매혹이 느껴진다면, 소현한테는 뭔가 애틋하고 소중하면서도 반대로 왠지 그걸 깨고만 싶어지는 야릇한 유혹이 존재했다.


 


누나...겨울 방학하면 우리 같이 아빠한테 놀러 가자...”


응? 너네 아빠한테?”


응...내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면 무지 좋아하실 거야...후후후~”


으, 응..하지만....”


강 소현~!!”


어~”


 


목소리를 착 깔자 엉겁결에 대답을 하며 긴장하는 그녀, 역시 귀엽고 예쁘다.


재열은 자꾸만 미소가 지어지려는 걸 참았다.


소현이 망설이는 건 결국 엄마와 사장의 관계 때문이었다.


아빠를 만난다면 죄책감이 들 테니 말이다.


 


아저씨하고 엄마 문제는 모른 척하라고 했지?”


“..응...알아..하지만...”


후후후~ 그러니까 같이 가자는 거야...누나가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아빠도 아주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으, 응..알았어...”


 


물론 아빠의 외도를 알려주는 걸로 안심을 시킬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대신에 그 누나들 셋을 모두 불러내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소현도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질 거라는 계산이었다.


슬며시 손을 올려 다시 젖가슴을 부드럽게 잡아보자 움찔하면서도 다소곳이 안겨만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아빠랑 아줌마랑 곧 오실지도 모르는데....”


후후후~ 걱정 마..설마 내가 지금 여기서 누나를 덮치기라도 할까 봐?”


아, 아니...그, 그런 게...”


아휴~ 내 여자친구한테는 농담도 못하겠는걸? 이렇게 금새 빨개지니까 말이야...하하하~”


모, 몰라...”


 


다시 얼굴을 팍 묻어버린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들어올리고서 속삭였다.


 


조금씩, 조금씩...알았지?”


으, 응...”


당분간은 여기까지만이야...졸라도 더 이상은 안돼..후후후~”


너~! 흐읍~”


 


발끈하는 그녀의 입술을 덮으면서 젖가슴을 조몰락거리자 목을 껴안아왔다.


엄마의 풍만한 그곳 못지않게 왠지 이 아담한 감촉에도 곧 중독이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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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감기몸살이 어느 정도 나은 상황에서 추워져 다행이라는...

모두 아침 출근길에 든든하게 챙겨 입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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