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7편
이게 아티팩트의 조각인 것인가...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금속 원반의, 거의 정확히 90도로 잘라진 조각이었다. 그 모양으로 미루어보아 나머지 3개의 조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고, 다 합치면 슈발츠가 누울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둥근 무언가를 끼우는 홈이 마련되어 있었다.
재질은 금처럼 번쩍였지만, 금은 아니었다. 시험삼아 슈발츠는 자신의 창고에 있는 아다만틴 칼로 그 표면을 긁어 보았지만, 그 원반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만물박사인 젤로나와 신인 와우킨을 포함한 누구도 그 원반의 재질에 대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슈발츠는 그것을 자신의 보물창고에 꼬리표를 달아 보관했다. 나머지 조각에 대해 얻은 단서를 바탕으로 행동을 취하기 전에, 그에게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언더다크에서의 시급한 과제가 슈발츠의 당장의 발목을 잡았고, 그와 연관되어 다름아닌 베인과의 [회견]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슈발츠가 두르나에게 내린 임무로부터 출발했다. 그녀에게 내려진 두번째 임무는 슈발츠가 점을 찍기 원하는 드로우 도시, 에린들린의 현재 통치자인 아린 샤키라의 (비 클레릭인)측근이 되라는 것이었다. 비범한 변장 실력과, 또한 마음을 가장하는 실력이 요구되는 이 임무에 두르나는 거의 2개월을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임무 성공의 희망이 보였다.
샤키라 가문에 고용된 암살자로써 여섯건의 암살을 해치우고, 그 가문 내의 배반에 대한 징후를(그녀 스스로 간접적으로 조장하긴 했지만) 드러낸 공적으로, 그녀는 에린 직속의 보디가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다음 임무를 받기 위해 슈발츠와의 연락을 취하려는 도중에, 그녀는 참으로 기이한 방문자를 받게 되었다.
그것은 샤키라 가문에 봉사하는 한 듀에르가 노예였다. 이름조차 없던 그 비천한 노예가 [감히] 저택 밖으로 나가려던 두르나를 [불러 세웠던]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노예의 부름따위 무시하겠지만, 마침 몰래 빠져나가는 와중이었던데다, 그 듀에르가 노예의 부름은 무엇인가 비범한데가 있었기에, 두르나는 그 듀에르가 노예와 마주했다.
" 내 주인으로부터, 그대의 주인에게로의 전언이오. [다음 상현, 그대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장소를 고르라. 그곳에서 나를 영접하게 될것이니, 준비를 갖추라]. "
[다음 상현]으로부터 문장의 끝까지는 도저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낮았지만 강하고 사악한 의지에 가득 참 목소리가 머릿속을 온통 울려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르나는 거의 롤스를 직접 대면한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였다. 다시 뭐라 반문하려 했을 때, 노예는 무엇에서 깨어난 것 처럼 황망하게 자기 일터로 달려 돌아갔을 뿐이다.
" 괴상한 방식으로 대면을 강요하는군. "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신들과 관계되는 일이 잦은 슈발츠는 , 이것도 두르나를 통한 일종의 신성한 전언이 아닐까 싶어 꺼림칙하지만 응하기로 했다. 전언에 따르면 어차피 그가 기다리고 있으면 한달의 첫 밤(이 세계의 달력은 태음력이다)에 전언을 보낸 쪽에서 모습을 나타 낼 것이다.
슈발츠는 자신의 차원에서 기다려 볼까도 했지만, 자신의 작은 준차원은 신격들에게 대해서도 닫혀 있다. 위세가 센 신격들이야 물론 표면상 필멸자에 불과한 그의 방어를 돌파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훌륭한 프라이버시 침해고, 신격에게 있어서도 귀찮은 일이다. 그는 최근에 자주 들르는 네버윈터에 마련한 안전가옥에서 [전언자]를 기다리기로 했다.
" 벽난로에 불을 좀 더 돋울까요? "
시중을 들기 위해(그리고 만일의 일에 대비해 여분의 전력으로) 따라온 스톰이 안절부절하는 것을, 안락의자에 앉은 슈발츠는 손을 들어 만류했다.
" ... "
사실 슈발츠도 초조하긴 했다. 그는 줄곧 공격자의 입장에 서 왔고, 상대가 행동하기 전에 선수를 치는데 익숙하다. 이번 같이 상대의 행동을 기다리는 것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고, 기질에도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기다리는 것은, 그런 괴상한 수고(누군가를 잠시 지배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를 들여서 그에게 전언을 할 정도의 존재가 누구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지금까지 그가 쌓아올린 것들을 통한 자부심-어지간해서는 꿀릴거 없다는-자부심이 절반씩이었다. 올테면 와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내면에 있는 드로우적인 본성(모든것을 차근차근 계획하는)에 반한 드래곤적인 본성의 발현이기도 했다.
" 그래서, 마침내 지상에서의 내 종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를 대면하게 되는군... "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벽난로 옆에 세워둔, 미리 준비된 의자로부터였다. 그는 어느새 이미 오래전부터 그 안락의자의 안락함을 즐겨왔다는 듯이 편안히 앉아서, 불기운을 즐기듯이 한쪽 손을 쭉 뻗고 있었다.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와, 그 피부와 대조를 이룰 정도로 붉은 입술은 단호하게 다물어져 있었고,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착각될 정도로 깊은 칠흑색의 눈동자의 색은 머리카락의 색과 같았다. 입고 있는 새카만 색의광택이 나는 판금 갑옷만 아니었다면 그림에서 방금 빠져나온것 같은 미녀라고 착각할 만한 미모를 가진 그 [남자]는, 신학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통해 슈발츠가 익히 알고 있는 어떤 [존재]와 인상착의가 거의 정확히 일치했다.
검은 군주, 검은 손, 암흑의 군주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신격들 중에서도 상석에 그 이름을 올려둔 강대한 신격, 베인이나, 혹은 그 아바타일 것이다. 그것도 아주 무척 화가 났을 때의 모습이었다. 와우킨[따위]라고 말할 수 있는 몆 안되는 신격 중의 한명이 출현한 것이다. 슈발츠의 등골을 따라 한기가 타고 흘렀다.
" 좋은 곳을 가지고 있군. "
와장창!!...
다과를 가지고 방에 들어오려던 스톰의 전신이 굳어버렸다. 그녀도 베인을 알아본 것이다. 공포가 그녀를 짓눌렀지만, 주인의 안전이 우선이다. 허리춤에서 레이피어를 꺼내려는 그녀를 슈발츠가 손을 들어 말렸다.
" 그리고 좋은 것도. 여자를 고르는 안목이 있군. 나보다는... "
베인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슈발츠의 말없는 지시에 스톰은 다시 다과를 내왔지만, 찻잔을 내려놓은 그녀의 손은 숨길 수 없는 긴장에 의해 떨리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베인의 적중 하나다. 그것도 아주 주요한 적. 그녀는 한때 이 [신]의 지상의 사도와 맞서 양패구상한적이 있다. 그 덕분에 한때 베인의 지상의 대리인은 죽었고, 거점은 무너졌다. 그 실패에서 회복하는데는 그조차 십여년이 걸렸다.
" 차는 고맙군. 나까지 긴장되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아주면 좋겠는데... 무리인가? "
슈발츠는 다시 손짓으로 스톰을 물렸다.
" 검은 손이시여. 오늘은 어떤 사유로 보잘것 없는 저를 친히 보기 위해 이 누추한 곳까지 친히 왕림하신 것인지 심히 궁금해지는군요. "
사실 베인의 지상 교단과는 휴전 상태이지만, 휴전이란건 평화가 아니다. 언제든 한쪽의 [필요]에 의해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한지도 인간의 수명을 기준으로 거의 한세대가 지났다. 또한 슈발츠는 그때와 달리 그의 명령에 움직이는 군대도 없다. 게다가, 군대가 없다고 해도 베인의 실력은 농담이 아니다.
" 그러고 보니 자네는 아직 나를 모르는군. "
슈발츠가 아는 것은 베인의 일대기 일부와, 신이 되고난 후의 [업적]일부, 그리고 타임 오브 트러블 때의 일화 몆가지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베인의 성직자들 대부분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베인의 실체에 대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정보가 모자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그 실체에 접근하기조차 힘든 대신격이, 무슨일인지는 모르나 직접 접촉을 해 온 것이다. 슈발츠가 내심 속으로 베인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과 자기가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세는 동안, 베인은 그 미모에 여유로운 웃음기마저 띄웠다.
" 일단 시어릭에게 한방 먹인건 칭찬해 주지.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이런 인사치례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실어서야. "
베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퉁기자, 그가 앉은 안락의자 뒤의 그림자로부터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하나의 드워프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드워프]는 아니었다. 그가 거의 인간에 맞먹는 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드워프의 검은 눈동자 안에는 증오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증오는 슈발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존재를 향해 있었고, 그 드워프의 눈동자를 포함한 영혼 안에서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그는 베인을 향해 정중하기 짝이 없는 군례를 올리고 나서, 그의 옆에 호위병처럼 섰다.
" 소개하겠네, 다임 블랙스톤(Dime Blackstorn). 내 새로운 드워프 장군이지. "
드워프가 슈발츠를 향해 군례를 취해 보이고 나서, 베인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드워프가 날 섬기는 것이 좀 이상할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많은 드워프들이 내 대의 아래 모여 있네. 다임은 그 대표자라 할 수 있고, 나와 그는 그는 거미 여왕과...약간의 문제가 있지. "
슈발츠는 비로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베인의 목적은 전쟁이 아니라, 협력인 것이다. 원래부터 드워프들은 드로우와는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철천치 원수이다. 게다가 방금 소개한 드워프 장군의 눈빛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원한으로 미루어 보건데, 아무래도 이번엔 제대로 보복을 하기로 작심한 듯 했다.
신은 신자의 소원을 들어 주는 존재다. 그러나 베인은 언더다크에 대해서는 기득권이 거의 없다. 그가 손을 잡고 있는 다른 신격들 역시도 대부분은 지상세계에 집중하지 언더다크에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신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그렇다, 롤스의 적이면서 언더다크에 개입하고 있는 누군가 제 3자와 손을 잡는 것이다.
그런 사정이라면 역시 롤스와는 그리 살갑지 않고 언더다크에 교두보를 만들고 있는 슈발츠와 협조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그도 웬도나이를 노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웬도나이를 잡는것도 거미여왕에게는 빅엿이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손을 내민다고 덥썩 잡기도 좀 찝찝한 상황이었다.
이 상태에서 슈발츠가 모르는 정보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베인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가 시어릭과 거미 여왕, 그리고 어둠마님 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일전에 아주쓰를 죽이고 신성을 취한 아스모데우스가, 베인의 새로운 경쟁자로 이름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이미 블러드 워의 무게추가 기우는 상황에서, 더이상의 [조취]가 없다면 바테주의 [군주]인 아스모데우스는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를 것이고, 모든 바테주들에 대한 통솔권을 둘러싸고 필연적으로 베인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것이다. 게다가, 아스모데우스는 신적인 게임의 짬밥으로 치면 베인보다 선배이다. 무엇을 어떻게 들고 나올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대인 것이다.
그러니, 만일을 대비한 한수라도 쓰기 위해서 베인으로써는 이쪽에도 전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러자면 적어도 당면한 적 중 하나를 동맹자에게 맏기거나, 혹은 아예 재기불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당면한 적 중에서 시어릭은 그 성질상 본질적으로 평생의 상대고(...), 샤르 역시 당장은 거꾸러뜨리거나 어떻게 해보기 힘들 정도로 만만찮은 상대다.
하지만 거미 여왕은, 한때 코렐란 로다리안의 아내에서 얼마전까지는 어비스의 마왕 중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영락했던 존재였다. 비록 지금은 드로우들에게 대한 지배권을 거의 확립한 상태라 세력이 강성해 보이지만, 드로우 사회 자체가 이미 사방으로부터(특히 지상으로부터) 도전을 받는 중이다. 거기에 슈발츠라는, 베인의 지상 교단에게조차 굉장한 위협이 되었던 존재가 웬도나이라는 그녀의 한쪽 팔을 노리는 중인 것이다.
이미 슈발츠는 마왕 살해자 타이틀에, 시어릭을 불구로 만들고 샤르를 개망신시킨 전적이 있다. 롤스는 샤르보다는 훨씬 격이 떨어지는 상대인 것이다. 슈발츠 입장에서 일이 잘 풀려준다면 아예 보내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유능한 적 둘이 양패구상해주면 베인으로써도 손해볼 것이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슈발츠쪽이 압도적으로 열세지만, 베인으로써는 그 열세를 메꾸어 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슈발츠는 잠시 고민했다. 이 거래에서, 분명히 베인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슈발츠를 도우면서 그가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한 것이다. 아직 전모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이상 그[이익]을 가지고 장난칠 생각은 요만치도 없었다. 그리고 아스모데우스의 대두를 제외한 나머지를 대충 때려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로써도 손해를 볼 거래는 아니다. 비로소 그의 입가에도 웃음이 걸리는 순간이었다.
" 마침 저도 거미 여왕님과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슈발츠
" 그거 참 절묘한 [우연]이군 그래, 이야기가 쉽겠군. "/베인
그리고 정말로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풀렸다.
베인이 다임 휘하의 드워프 군대를 슈발츠에게 맏기는 대신, 멘조베란잔에 대한 공략은 슈발츠에게 일임되었다([되도록 빨리] 라는 단서가 붙었다). 베인의 목표가 멘조베란잔인 이유는, 그곳이 롤스파 드로우 도시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종주국]이기 때문에, 롤스 신앙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슈발츠로써는 웬도나이를 전장으로 끌어낼 절호의 미끼일 뿐 아니라, 그 자신의 이득이기도 했다.
멘조베란잔이 위협하고 있는 북방 일대의 [지상]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상업의 여신인 와우킨에게 대단한 이득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드로우들은 단순히 재미로 지상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에 복귀해 그곳을 지배하려 하고 있었고, 그 수단중 하나로 지상의 교역망을 교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역이 없으면 경제력이 약화되고, 자립할 수 없는 공동체는 무너진다. 경제력이 줄어들면 인구가 줄고, 생활수준도 함께 낙후되어 방어력이 약화된다. 그렇게 되면 한층 유리한 조건으로 싸움에 임할 수 있다. 드로우들은 오랜 수명을 가진 종족이다. 이 계획 자체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수세대이지만, 한 드로우의 전성기 안에 달성될 수 있었다. 게다가 대격변이 지나간 지금 시대는, 유래없이 인간 문명이 약화되어 있어 공격하기 그지없이 좋은 상태이다. 회복되어 가는 교역망을 타격하는 작업에 드로우들이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인 것이다.
" 그러니 다임, 이제부터 슈발츠의 지휘에 따르도록 하라. 내 명령을 따르듯이 그의 명령을 쫒아야 할것이다. 이제부터 그는 내 적이 아니라 동맹자이다. "
" 주군의 명령이시라면 기꺼이 그리 하겠습니다. "
한마디의 이견도 없이 다임은 베인에게 깊숙히 고개를 숙여보인 후, 다시 슈발츠에게 군례를 취했다.
" 주군을 따르듯이 명령을 쫒겠습니다. 부디 저에게 거미 여왕의 독에 가득 찬 검은 심장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바라외다! "
롤스까지는 칠 생각이 없었지만, 슈발츠로써는 어차피 맞서야 할 상대에 대한 강력한 보조자를 얻은 것이다, 그도 다임에게 마주 군례를 취해 보였다.
" 나 역시, 베인의 사도의 위명을 익히 들은 바가 있소이다. 이제 같은 적을 두고 함게 싸우게 되었으니, 부디 일이 잘 되도록 도모해 보십시다. "
그리고 다과를 끝내는둥 마는둥 베인은 떠나갔다. 그의 지상 교단에 약간의 [사기 진작]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면서. 슈발츠는 물론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가 꽃미남 형태를 취한 목적도 비로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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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의 드워프 군대는 하나의 부족으로, 전투원만 약 이천이고 노약자를 포함한 비전투원까지 합치면 팔천에 이른다. 이정도면 드워프 집단의 규모로는 대단한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슈발츠는 당장 그들을 먹여 살릴 궁리부터 해야 했지만, 이미 다임에게 인사를 받는 순간에 그와 그의 [부족]을 이용한 계획이 서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슈발츠가 에린들린을 도모할 계획은 지도자 암살을 통한 내부 체제 붕괴를 노리는 것이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슈발츠는 곧바로 다임의 군대를 에린들린을 향한 동굴 통로에 분산 매복 시키고 그 도시에서 나오는 드로우 타격대들을 각개격파했다.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에 잠시 그 도시의 정보망이 혼란에 빠진 틈에, 슈발츠는 다임의 전사들 중 나렵한 척후병들을 가려 뽑아 에린들린의 [성벽]역할을 하는 일단의 동굴 초소 연결망의 공격에 투입했다. 물론 그것들은 함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슈발츠도 그것들의 함락을 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망자가 생기기 전에 재빨리 군대를 빼냈다.
일련의 기습에 놀란 에린들린에서 슈발츠 군의 규모와 구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탐색의 촉수를 뻗는 동안, 슈발츠는 그제사 이미 확보한 샤마스로부터 군량을 사들였다. 그것이 에린들린의 첩자들의 주의를 끌었음은 물론이다. 지금 그 도시의 방어를 교란시키는 것은 사피아의 개인 재산으로 고용한 용병 군대라는 허위정보를 퍼트렸다. 아직 샤마스의 군대는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본격적인 에린들린에 대한 반격 이전에 예봉을 꺾기 위해 고용한 용병이라는 것이다. 규모는 다 합쳐도 오백이 채 안된다고도 했다. 실제로 사들인 식량도 오백이 나흘 정도 먹을 정도였다.
반면에 에린들린의 군대 규모는 적어도 이천. 이정도면 솔깃할 법 했다.
롤스의 여사제들은 계획도 중시하지만, 그보다 더 중시하는것이 있다. 기회를 잡는 것이다. 드로우들은 숫자에서 열세에 몰릴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숫적으로 열세인 혹은 [분산된]적에게 공격을 감행할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곧바로 천명이 조금 넘는 규모로 타격대가 구성되었다. 드로우들이 고기방패로 자주 앞세우는 드라이더들과 하급 악마들로 이뤄진 전위대의 뒤를 이은 것은, 결정타를 먹이기 위핸 핵심 전력인 여사제들의 부대였다. 그리고 최근의 반란으로 수하들을 못미더워하게 된 아린 샤키라가 그 본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매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쉽다. 게다가 [숨어야 할]상대가 대규모이면 대규모일수록 더 쉬워지는 경향이 있다. 가벼운 무장을 해서 몸이 민첩한 척후병으로 이뤄진 500명 규모의 [유인조]가 드라이더 부대들을 뿌리치며 대군이 한꺼번에 진군하기 어려운 작은 동굴 연결망이 복잡하게 얽힌 남쪽으로 후퇴하는 동안, 나머지 전투원 전원은 그저 언더다크에 흔한 동굴의 [샛길]에 가만히 숨어서 드로우 군대를 통과시키는 것으로 간단하게 그들의 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린은 그들을 추격하기 위해 무리하게 군대를 나누었고, 드라이더들 전부와 사제들 일부가 그 동굴 연결망 안으로 투입되었다.
그 시점에서 슈발츠는 공격을 명령했다. 뒤에서부터 공격을 받은 드로우 본대는 이미 숫자로도 열세였다.
에린들린 군의 본대는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와해되었다. 정신없는 혼란의 와중에 두르나는 도망치려던 아린을 죽였다. 노예로 삼을 필요도 없고, 살려두기엔 너무나 위험했기 때문에 슈발츠로부터 미리 명령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이더들은 흩어졌고, 끝까지 악을 쓰고 싸운 자들을 제외한 전원이 항복했다. 그것만으로도 본대의 절반에 가까운 이백여명을 포로로 잡은 후, 그대로 에린들린의 [성벽]을 다시 공격했다.
방어의 주력인 롤스의 여사제들이 거의 대부분 죽거나 포로가 되고 단순 숫자로도 이분의 일의 열세가 된 에린들린의 수비군은 사나운 기세로 쇄도해 들어오는 드워프 전사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압도당한 후 시내 한가운데서 피비린내 나는 시가전이 벌어졌다. 슈발츠는 절대로 항복하는 드로우를 살해하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궁지에 몰린 드로우들이 시민들을 방패로 삼아 저항했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 학살 끝에 시가지를 점령하고, 마침내 정청으로 사용하는 롤스의 신전까지 점령하고 나서야 전투가 종료될 수 있었다.
단 하루만에 인구가 이만 가까이 되는 드로우 도시 하나를, 그 십분지 일밖에 안되는 병력으로 점령한 것이다. 이 센세이셔널한 승리의 소식은 언더다크의 정보 전달 능력에 비한다면 경이적인 속도로 전파되었다. 점령한 그 이튿날 이미 멘조베란잔에서 대책회의가 열렸을 정도였다.
그리고 전승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슈발츠의 본격적인 언더다크 [데뷰]의 현장이 되었다. 그는 엘프나 드로우로 가장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드워프를 지휘하는데는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동안 계속 가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본모습이 적들을 혼란시키기 더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그것은 주효했다. 누구도 지상의 대상인이자 군벌이던 [슈발츠]와 에린들린을 점령한 베인의 장군 [슈발츠]를 동일시하지 않았다.
뒤처리는 무척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다임은 드로우들을 전멸시키기를 원했지만, 슈발츠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령권자는 일단 그였다. 베인의 신자 답게, 그리고 완고할 정도로 질서적인 드워프들의 성격 덕분에, 다임과 그 휘하의 드워프들은 절대로 월권하지 않았다.
[모든것은 전과 그대로]가 슈발츠의 전후 처리의 기본 모토가 되었다. 항복한(혹은 제압된) 드로우들은 롤스의 사제가 아닌 이상에는 원래의 생업에 종사하도록 조치되었다. 그들에 대한 약탈도 폭행도 엄금되었다. 롤스의 사제일 경우엔 전향의 기회가 단 한번 주어졌고, 그때 거부하면 죽였다. 드로우와 강한 원한 관계인 다임과 그의 수하들은 처형을 마치 스포츠처럼 즐겼기 때문에, 그 광경을 보는 드로우들의 얼굴이 회색으로 질릴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다임 휘하의 드워프들의 [성질 급함]도 상당히 경이적이어서, 에린들린의 롤스의 신전이 베인의 신전으로 개조되는데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슈발츠는 조금은 마지못해 그것을 허락했지만, 일단 사기에는 무척 긍정적이었다. 점령 이틀째의 에린들린은 이미 시가지의 모습까지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다임 이하 참모들은 살해만으로 적잖이 만족했지만, 역시 처형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금전적인 포상은 필요했다. 드로우들의 도시는 대체로 금전적으로는 풍족하고, 신정정치 사회에서는 사제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금이라면 드래곤만큼이나 환장을 한다. 다임과 그 측근들은 이 경우에 예외였지만, 그건 그들이 강한 원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의 순위가 뒤로 밀려나 그렇지, 싫어하진 않는다. 사원을 털어서 나온 신상, 제기, 그리고 사제들의 개인 재산을 합친 금과 은과 보석 더미는, 다음 전쟁을 위한 군자금으로 절반을 남기고도 모든 전사들에게 100 두아트 정도가 돌아갔다. 굉장한 보너스였다. 드워프들 전사들은 슈발츠를 칭송하느라 입에 침이 마를 정도가 되었다.
보통이라면 남은 돈으로 지상의 용병들을 사들였겠지만, 슈발츠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수가 없었다. 대격변을 거친 후의 인간 사회는 용병을 대량으로 수급할 정도의 여력이 아직 없었을 뿐 아니라, 교통이 편하다 하더라도 언더다크라는 환경적인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슈발츠는 여분의 전력을 타차원에서 수급했다. 정령들, 악마들, 악귀들, 그리고 셀레스티얼들 조차 때로 돈으로 고용된다. 당장은 아니었지만, 훗날 슈발츠의 부대 내부에서는 바테주와 셀레스티얼이 비록 서로를 불편해 하면서도 어께를 마주하고 걸어가는 진귀한 광경이 제법 자주 연출되게 되었다.
그리고 타차원 용병들에 이어 각종 언더다크 특화 용병들도 그 뒤를 이었다. 남성 드로우 탈주자들, 그림록들, 듀에르가들... 그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제즈레드 철스신(Jaezred Chaulssin)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는 강력한 하프드로우/하프 쉐도우 드래곤 암살자 일족을 고용한 것이었다. 가모장제를 가부장제로 바꾸기를 원하는 일종의 남성 중심 결사로써, 철스신 일족은 멘조베란잔의 강력한 적이었으며 동시에 롤스의 적이기도 했다. 그들은 롤스가 침묵했던 당시 거의 그 목적을 달성할 뻔 했으나, 멘조베란잔의 대마법사인 그롬프 베인레 등에 의해 저지되고 격퇴당했다. 그리고 비밀리에 암약하며 다시금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고용은, 사실 슈발츠가 적극적으로 그들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에린들린을 함락시킨 슈발츠의 이름은 그들의 귀에도 들어갔고, 하프드래곤이라는 점이 또한 철스신 일족의 암살자들의 마음을 끄는 바가 있었다. 그들은 [동맹]을 위해 슈발츠에게[사자]를 보냈는데, 그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테스트]를 겸하고 있었다.
-후기-
철스신 일족은 공식 설정상에 존재하는 하프 쉐도우 드래곤-하프 드로우 암살자 집단으로, 모든 멤버가 혈연관계에 있습니다. 그 육체적인 막강함과 드래곤으로부터 이어받은 특수한 능력들로 인해 이들은 무척 위험한 적이 되지요.
철스신 일족과 관련된 유명한 사건 중에 한가지는, 이 암살자 일족이 롤스의 침묵을 틈타 멘조베란잔의 방어선을 거의 와해시킬뻔 했던 일일 겁니다. 물론 그롬프 베인레 이하 마법사들의 도움으로 도시는 지켜졌고 이들은 격퇴되었습니다만, 멘조베란잔의 드로우들은 아직도 철스신 일족의 이름을 들으면 마치 오나라의 아이가 [장료가 온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럼 반응합니다.(아, 물론 장료 본인은 안면인식 장애로 개인에겐 그리 큰 위협이 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