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11편
젤라노라가 정신줄을 수습하고 다시 테티르로 돌아갔을 무렵, 프레이아는 겨우 다시 의식을 찾았다. 하지만 의식을 완전히 찾은 것이 아니라 거의 폐인이 되어 버렸다. 첫 처녀 상실에 자궁을 꿰뚫려버린 고통과 충격, 그리고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본능 사이의 갈등으로 산산히 부서진 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너덜거리를 넝마가 되어, 의식은 찾아도 이성이 되돌아오지는 못했던 것이다.
" 음... 주인님, 정말로 당분간은 힘들겠는데요. "
플로라가 진찰을 하고 나서 내린 결론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의사 중 한명의 진찰 결과이니만큼 안된다면 안되는 것이다. 슈발츠는 어께를 으쓱 해 보이고 나서, 뒷일을 그녀에게 맡기고 방을 나갔다. 계속 프레이아를 상대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녀의 일 말고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을 경영하건, 혹은 어떤 집단을 통솔하건, 결국 남는 것은 [누가 책임을 지는가] 하는 것이다. 보통은 일을 벌인 쪽이, 혹은 명령을 내린 쪽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테면 에린들린의 옛 최고통치자는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기 보다는 관심을 돌리고 문제를 무마시키기 위해 희생 제의를 올리는 것에 더 열성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속칭[앙금]이 남는 것이다. 그 앙금은 쌓이고 쌓여서 결국 썩어들어, 그 사회 토대를 좀먹게 된다. 그래서 슈발츠가 [평소대로]라는 방침을 공언했을 때, 에린들린의 드로우 사회를 지배한 것은 [저놈도?]하는 의심과 반발심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 종족적 갈등이다. 슈발츠는 겉으로 봐서는 전혀 드로우로 보이지 않는데다, 그가 지휘한 군대는 하나의 드워프 부족이었다. 이들이 에린들린으로 들어와서 눌러앉은 것이다. 드워프와 드로우들은 전통적으로 거의 같은 공간을 두고 싸워왔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이가 심히 좋지 못하다. 오죽하면 [먼저 죽이고 나서 나중에 물어보는]방침이 일반적이라는 말이 나왓겠는가.
기존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데다, 사이가 나쁜 [외세]가 쳐들어와 눌러앉아버린 상황이다. 불만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물론 그것이 당장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망치와 도끼를 손에 든 드워프들이 도끼눈을 뜨고 내려다보고 있는데 반란을 도모할 만큼 담이 큰 자는 드물다. 그러나 직접적인 반항은 할 수 없어도, [간접적으로]반항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이 휴업과 태업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을 알게 된 것은, 에린들린을 점령한 지 이주일 째 부터였다.
도시의 활동이 거의 멎어버린 것이다. 슈발츠는 [절대로] 주민들을 이유없이 상해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려 두고 있었으므로, 이래서는 드워프들도 손을 쓸 수가 없다. 보고서를 올리는 쪽에서도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된건지 확언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태에 대한 표현이 두리뭉실했다.
보고서를 보고 나서 직접 시내를 돌아본 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낸 슈발츠는 며칠 후에 도시의 드로우들 중에서도 유력자들을 불러 모았다. 유력자라고 해 봐야 대부분은 원래 에린들린의 2류 계급-상인과 공인-중에서 잘나가는 자들이다. 원래의 1류 계급인 사제와 마법사, 전사들이 싹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인과 공인 조합에 소속된 자들 모두에게 초청장을 보낸 것은 아니고, 그중에서도 자기 이름을 걸고 영업하고 시내에 점포가 있는 자들에 한해서만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시대의 사제관계나 고용관계는 현실적으로도 몹시 엄격하고 가깝기 때문에, 스승의 의향, 고용자의 의향이 곧 그 도제나 피고용인의 의향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제관의 연회장에서 저녁 만찬을 같이 하자는 초청장이다. 게다가 명색이 도시의 지배자의 초청이니, 오라면 아니 갈 수 없다. 드로우들 상인과 장인들은 마지못해 하면서도 연회장에 모였다. 그리고 마지못해 출석한 자들이 처음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자기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슈발츠는 호화로운 것을 좋아한다. 얼핏 보아 쓸데없는 곳에 돈과 인력을 소모하지 않으니 참살이를 추구한다고 봐도 좋지만, 보통의 참살이 보다는 좀 더 화려한 취향이다. 이를테면 옷을 입어도 장인의 수제 맞춤으로 같은 무게의 보석보다 더 비싼 최고급의 옷만, 욕조를 만들어도 [성체급의 래드 드래곤이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규모의 금 욕조]를 만드는 것이다. 크고, 눈에 뜨이는 비싼 재료를 사용한다. 게다가 그 화려함에 천박함이 없다.
에린들린의 [시민 초청 연회]는 그런 슈발츠의 화려한 취향의 본령이 반영된 것이었다.
일단 언더다크는 물론 지상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하고 맛좋은 음식들이 풍부하고 즐비하게 펼쳐진다. 식전의 입가심부터 식후의 간식까지, 최고급의 요리들로만 채워진 풀코스이다. 그런 풀 코스가 서빙되는 각 테이블에는 모두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누구 자리인지를 명시하고 있었다.
요리사들은 물론 이날을 위해 초청한 스페셜리스트들이다. 테이블은 최고급 목제로 만든 예술품이고, 그 위를 지상에서 난 고급 실크로 덮는다. 음식을 서빙하는 쟁반이나 그릇들, 그리고 식기들은 최소한 비범한 예술성이 엿보이는 은제다. 역시 훌륭한 드로우 문자로 사용자의 이름이 음각되어 새겨져 있는 그것은 손님들에게 선물로 제공되었다.
십수명의 유명한 바드(지상 지하를 가리지 않았다)와 숙련된 악사들이 돌아가며 공연을 하여 연회장을 듣기 좋은 음색으로 채우고, 수백명이나 되는 마법의 하인들이 음식와 음료를 서빙하고 손님들의 개인적인 요청을 받기 위해 소란없이 오간다.
언더다크에서도 유명한 [화려한 취향의 드로우식 만찬] 따위는 궁벽한 시골의 집안 잔치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슈발츠의 금력과 마법적 (동원)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자리였던 것이다.
손님들이 파격적인 대접에 얼이 빠져 있는 동안, 슈발츠가 두르나와 플로라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보통은 검소한 차림새를 좋아하는 그녀들이지만, 오늘은 슈발츠의 노림수에 따라 가장 좋은 드레스를 입고 보석으로 한껏 치장한 모습이었다. 두 여자 모두 본 바탕부터가 미인인데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으니 그 아름다움이 한층 더 두드러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말하자면 왼쪽은 언더다크산 보석, 오른쪽은 지상 산 보석을 끼고 나타난 셈이다. 손님들의 시선은 그녀들에로 집중되다가, 다시 그녀들 가운데 두드러지게 서 있는 흑요석 조각 같은 거구의 반룡인에게 옮겨가게 되는 것이었다.
막 연주를 끝마친 바드에게 사례를 하고 물러가도록 한 뒤, 슈발츠는 바드들이 공연하고 있던 단상에 올라 이제 웅성거림이 멎어 가는 드로우 군중들을 내려다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드로우들은 슈발츠가 초면이다. 하프드래곤이라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지,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자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연회에 압도당하고, 또한 미모의 수행원들을 보고 놀란 그들은 자연스럽게 슈발츠라는 존재에 대해 비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화려한 연회를 연 슈발츠가 노린 첫번째 효과였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무대장치는 정치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 그동안 거미 여왕의 지배 속에 있던 드로우 사회는, 끊임없는 내부 투쟁으로 그 사회적인 역량을 소모해 오고 있었습니다. 작게는 동족 끼리의 암투, 크게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계급 투쟁... 그 모든 것은 거미 여왕의 악의에 찬 변덕에 맞추어야만 살아남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절박한 때문이었지, 그런 투쟁이 꼭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물론 살아남은 자는 강합니다. 하지만 드로우는 드래곤이 아닙니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혼자서는 이 언더다크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 아무리 강한 자라도 혼자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지 못합니다. 여럿이 모여야만, 그리고 서로의 적성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업을 해야만, 집단으로 더 강해지고 살아남으며 번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고의 장인들은 왜 최고의 장인입니까, 그렇지 못한 장인들이 있기에 자신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최고의 상인은 왜 최고의 상인입니까? 그것 역시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에린들린의 드로우 사회는 최고만이 독식하는 체제, 여성만이 독식하는 체제,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가장 비열한 자만이 모든 것을 취하는 체제였습니다.
나는 그것을 바꾸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불만의 원인을 압니다. 패전으로 인해 정복당하고, 드워프보다 못한 2류 국민으로 떨어져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지난 모든 것을 불문에 붙이는 일 때문에, 신원하지 못하는 억울함도 있을 겁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정복]당한지 2주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선언할 것입니다.
누구든 내 군문 아래 종사하면 그는 내 병사이고, 나에게 세금을 바치면 그는 내 백성입니다. 그 사이의 차별은 존재치 않을 것입니다. 드로우건 드워프건, 혹은 다른 어떤 종족이건 간에 그가 하는 일이 그를 규정할 것입니다.
드워프 군인들이 여러분 사이를 거니는 것은, 아직 내 군문 아래 지원한 드로우 군인들이 없기 때문이지, 드워프를 우대해서가 아닙니다. 시내의 사원 재산에 관한 정리가 끝나고 나면, 그 드워프 군인들의 가족들도 도시 안에 정착할 것입니다. 물론 그 정착에 있어 여러분의 것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원이 소유한 것들을 나누는 것이니까요.
그때는 그들이 점령자가 아니라, 여러분의 이웃이 되는 겁니다. 그때도 여러분은 드워프를 꺼리며 살것입니까, 그들이 여러분의 점포의 손님이 될것이고 거래 상대가 될것이며, 전쟁터에서 뒤를 지켜 줄 동료가 될것이고 경조사를 함께 할 이웃이 되어야 하는데도?
드로우가 잘하는 일이 있으면 드워프가 잘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미 여러분들은 신전을 이틀만에 바꿔 버린 드워프 토목기사들의 솜씨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여러분들의 집과 성채를 짓는다면, 여러분들은 훨씬 더 안전하고 안락한 거주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드로우들의 재주도 드워프에게 이로운 것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서로 알아가고, 배우고, 인정하고 도우며 함게 살면, 롤스 아래 시절처럼 서로에게 해코지를 할까, 혹은 당할까 고민하고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지내야 할 필요도 없고, 서로의 강점으로 약점을 보완하며 에렌들린은 더 강성해지고 굳건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나는 시간과 수고와 돈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나는 드워프들과 함께 정복자로 왔지만, 내 바람은 이제 내 책임이 된 에린들린을 더 살기 좋고 강성하며, 안전한 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에린들린은 종족과는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다같이 함게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될것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여기 있는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확언해 드릴 터이니, 이제 평소의 삶으로 돌아 가십시오. 여러분들이 생산한 상품, 여러분들이 사들인 물품, 여러분들의 재산, 모두 절대 정당한 댓가 없이 징발해 가지 않을 것이니 불안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드워프에게 안전 보장을 받는 것이 불안해서 직접 군문에 종사하고 싶다, 이런 분은 신전 사제관 1층에 모병관의 사무실이 있으니 지원하십시오. 받아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선언하는 바이지만, 그게 누구든, 무슨 종족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나는 따지지 않습니다. 그가 내 군문 아래 종사하면 그는 내 병사이고, 마찬가지고 그가 누구이든 나에게 세금을 바친다면 그는 내 백성입니다. 나는 그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며, 시민으로써 그의 권리를 보장해 줄 것입니다. 내 통치 하에서는 누구든 억울하게 강탈당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억울하게 목숨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해줄 수 있는 약속의 전부입니다.
그럼, 긴 연설을 들으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연회의 나머지도 즐기고 가시길 바랍니다. "
슈발츠는 단상에서 내려갔고, 다시 바드가 올라갔다. 연설을 들은 드로우들은 잠시 숙연해 하고 일부는 생각에 잠겼으며, 일부는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슈발츠가 유력한 상공인들을 불러모은 것은 주효했다. 본질적으로 드로우 사회도 엘프와 같이 대가족 제도이며, 일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일족의 대표의 결정은 곧 그 일족의 결정이 된다. 유력한 상공인들은 일족의 대표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직접 접촉은 곧 유력한 대가족 전체에 대한 접촉이 되는 셈이었다.
연회가 있은지 사흘 후에, 일곱 가문의 대표가 슈발츠를 찾았다. 그들은 롤스 사원이 제거된 후에 남은 도시 내에서 가장 강하고 부유한 집안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포르모사, 바르카, 에렌질, 한노르, 비아스, 그라크스 그리고 자르드. 이중 포르모사, 바르카, 그라크스는 상인 가문이었고, 나머지는 공업을 가업으로 하는 가문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남자 대표를 보내 왔는데, 아마도 슈발츠의 연회에서의 발언을 의식해서 그러했던 모양이었다.
가문 대표들의 공통된 건의는 슈발츠가 드워프들과 함께 사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명령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내부적인 반발을 초래하게 될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드워프들의 거주지를 드로우들의 거주지와 분리하는 안에 대해서 금전적으로 양보할 생각이 있다는 점도 함께. 또한 그중에서 바르카 가문과 에렌질 가문은, 바르카 가문의 적남을 포함한 수십명이 함께 슈발츠의 군문에 종사하고 싶다는 의향도 전해 왔다.
슈발츠는 즉시로 다임을 불러들여 드로우 대표들과 합석해 의견을 나눈 후, 드로우 가문 대표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도시 전체에 부족을 분산시켜 거주하게 하는 것 보다 드워프 만의 구역을 따로 지정해 주는 쪽이 다임으로 봐서도 안심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일이 쉽게 풀렸다. 도시의 북서쪽 1/4 정도의 구역의 토지와 건물을 사들여 그곳을 드워프들의 구역으로 하는 안도 즉석해서 결정했다. 그곳이 원래 빈민가였으며, 가장 땅값이 쌌기 때문이다. 드워프들은 주거를 새로 지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그 장소의 내력에 대해서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슈발츠는 이 건의 기구를 상설로 할 뜻을 품었다. 도시가 하나일 때는 그가 직접 모든 일을 일일이 살필 수 있지만, 나중에 도시가 어렷이 되면 통치 능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필연이다. 슈발츠는 하루종일 서류만 결재하고 있는 스타일의 통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어지간한 일은 공평무사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엔 드로우의 유력 가문들이 호선을 해서 5명의 대표를 내어, 정청의 슈발츠의 침실 아래층의 회의장에 출석토록 했다. 드워프측은 다임과 그의 부관 두명을 합쳐 3명이다. 인구 비례로 보면 드워프가 많지만, 그것은 슈발츠에게 공헌한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는 점(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인원수 변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줌으로써 드워프들에겐 경각심을, 드로우들에게는 경쟁심을 심어 주는 데 성공했다.
집단으로 지원한 유력 집안의 드로우들은 모두 41명이었는데(바르카 가문 19명, 에렌질 가문 22명), 슈발츠는 그들을 출신 가문별로 나누어 따로 부대를 편성하고, 좌/우사대(射袋; Bolters)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의 친위대로 두었다. 다른 드로우 지원자들은 예비대로 편성해 시내의 순찰 임무를 맏긴 것과 비교해서 두 가문에 특혜를 준것이다.
지원자 중에 가장 [지체]가 높은 것은 바르카 가문의 적남으로 이름은 필라르였다. 그가 좌사대의 대장이고, 에린질 가문의 서녀였던 라일리가 우사대의 대장을 맏았다. 처음부터 직속의 호위부대 취급에 대장 지위까지 받은 이 두명의 젊은이들은 임무에 대한 열정이 넘쳐 흘렀기 때문에, 그들을 적당히 통제하는 것 또한 슈발츠의 일이 되었다.
태업 사태도 정리되고 점령한지 3주 만에 드워프들의 이주 계획도 실시되었다. 드워프 이주민들이 들어와서 빈 건물들을 허물고 드워프식으로 거주를 다시 짓기 시작하는 동안, 슈발츠와 [협의]를 했던 드로우 가문들은 서로 돈을 내어 드워프에 대한 우호적인 제스쳐로 그들의 집이 완공될 동안의 임시 거주를 위한 가죽 천막과 드로우식의 만찬을 대접했다. 이것이 그 드워프들에게 드로우들이 모두 쳐죽일 적은 아니다라는 인식 이상의 것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롤스파의 드로우가 아닌 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여전히 두 종족 집단 사이에 오해나 무지로 인한 작은 알력은 생겼지만, 한 도시에 거주하는 일에 대해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대단한 진보였다.
그리고 이로써, 슈발츠는 언더다크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제 일보를 성공적으로 내디딘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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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가 연회를 열었던 그 다음날, 이미 프레이아의 정신줄은 되돌아 왔다.
그러나 체력이 좋았기 때문에 몸에 가해진 타격을 금새 회복했던 프레이아도, 정신에 받은 타격만은 그렇게 쉽게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쉽게 말해서 어느 정도 정신은 돌아왔지만, 정신에 흉터가 남았던 것이다. 그녀가 정신줄을 수습했다는 이야기만 듣고 찾아간 슈발츠 앞에서, 프레이아는 다시 발광하고 있었다.
" 음... 이건 심각한데. "/슈발츠
" 그렇죠. "/두르나
몸을 동그랗게 말고, 추가로 그 위로 침대 시트를 몸에 둘둘 감은 채 방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하프드래곤 여인은 체구는 좋았지만, 그 표정은 영락없이 겁먹은 어린아이였다.
" 아직 주인님을 무서워하는거에요. 무리도 아니죠. 그러니 주인님은 당분간 출입금지. "/플로라
"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좀 심한 처분이라고... "/슈발츠
" 새 노예를 길들이기도 전에 죽이실 셈인가요? "/플로라
할 수 없이 슈발츠는 쫒겨났다. 그리고 프레이아는 그가 방 근처에만 가도 그 드래곤적인 민감한 감각으로 알아채고 거의 발광할 정도로 겁을 냈기 때문에, 그는 결국 플로라로부터 [당분간 프레이아의 방이 있는 층으로도 출입 금지]라는 처분을 받았다.
물론 주인인 슈발츠는 플로라의 말 따위야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말에 따라 프레이아가 완전히 회복될 때 까지 접촉은 삼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 이러고보면 내가 공처가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
그리고 그날 플로라는 침대에서 좀 심하게 시달렸다. 무려 두시간이나 슈발츠를 혼자 상대하느라 완전히 그로기가 된 그녀는, 슈발츠의 옆에 엎드린 채 절정의 여운에 취해서 혀꼬인 소리를 흘렸다.
" 하으흥... 포상도 안아 주시는 거고, 징벌도 안아 주시는 거니, 좋네요... "/플로라
" 뭣이... 그러고보니 그랬군, 안아주지 말걸 그랬네. "/슈발츠
" 그러심 안돼죠... 노예인데... 저는 주인님만 바라보고 살잖아요?... 주인님은 여러 노예를 거느리실 수 있으니까, 이정도는 해주셔야 해요. 아흐응!... "/플로라
플로라가 슈발츠의 손에 의해 하얗고 탐스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어지는 바람에 다시 살짝 절정에 오르는 동안, 두르나가 알루데시아와 함께 [전투 정찰]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슈발츠의 침실 문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우당탕!...
" 주인님, 저 왔... 아니 이게 뭣이야!... 오늘은 내차례인데!... "/두르나
" 아 언니, 약간의 징계를 받은 거에요. "/플로라
" 뭣이라! 징계라니!? 내가보기엔 포상 같은데?...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지?... 빠르군. "/두르나
두르나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이미 알루데시아는 침대 위로 뛰어올라가서 플로라에게 아양을 떨면서 동시에 슈발츠에게는 [나도]사인을 하며 조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들으면서 두르나도 옷을 훌렁훌렁 벗어 제치고 침대 위로 올라왔다. 두르나가 침대 위로 올라오는 동안, 플로라는 머리를 정리하고 일어나서 침대를 내려와 잠옷을 걸치고, 슈발츠와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를 위한 다과를 차려 내기 위해 방을 나섰다.
" 플로라는 두시간 안아 주셨으니 저는 네시간 안아 주셔야 해요! "
다과 쟁반을 들고 돌아왔을때, 문 앞에서 두르나의 목소리를 들은 플로라는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 어라 언니, 왜 거기서 웃고 계세요? "
돌아보자 그곳에는 붉은 로브를 입은 성숙한 분위기의 인간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의 어두운 색을 가진 피부는 언더다크에서는 거의 드로우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까맣고 윤기나는 긴 생머리를 길러서 땋은 머리를 늘어뜨리지 않고 우아하게 원을 그리며 틀어올린 머리 모양은 인간의 풍속이라, 드로우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 아, 칼리야. 어서와요. "
공손하게 인사하는 칼리야의 인사를 받아준 후, 플로라는 문을 열고 슈발츠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서는 막 한창 [열을 내는]중의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알몸으로 슈발츠에게 애무를 조르고 있었는데, 플로라가 칼리야와 함께 들어가자 잠시 재롱을 멈추고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 오 칼리야, 오늘 로브는 유난히 화려한데? "/두르나
" 아, 새로 맞춘 거에요. 네버윈터의 명품점에서... "/칼리야.
슈발츠의 노예들은 옷을 직접 제작하지는 않는다. 물론 농사꾼(?) 출신인 플로라와 세실루아는 길쌈하는 법도 능숙하지만 직접 실을 자아 옷감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노력과 수고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대부분 옷을 맞춘다. 예전에 플로라가 너무 소중히 여긴 나머지 마법을 걸지 않았던 맞춤 옷을 태워먹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로 모든 노예의 옷들은 그 용도가 무엇이든 마법을 통해 불에 내성이 부여되었고, 칼리야의 새 로브는 마법사들의 제복이나 마찬가지라서 옷을 완성하자 마자 보통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호의 마법이 부여되었다.
칼리야의 로브는 래드 위저드풍의 붉은 비단을 기본으로, 곳곳에 금실로 자수를 놓고 진주를 박은 화려한 제품이었다. 소매는 풍성하고, 목에서 시작하여 가슴과 허리 어림으로부터는 딱 달라붙어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며, 거기에 허벅지 상단으로부터 길게 옆트임이 나 있어서 한쪽 다리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게다가 금으로 파도 모양의 자수를 놓고 포말 부분에 하얀 진주를 촘촘하게 박아 넣은 스커트 끝단 장식은 그녀의 갈색 피부와 어울려 지독하게 섹시해 보였다. 물론 스커트의 옆트임 같은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지만, 주인인 슈발츠가 보고 즐기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 아 그러고보니, 필요한 것은? "
슈발츠가 묻자, 칼리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이곳에 새 옷 자랑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슈발츠로부터 위임받은 임무의 완료를 보고하러 온 것이다.
" 네, 마법 화약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필요하시다 하셨던 정령들도 명령만 내리시면 언제라도 동원이 가능합니다. "
원소계의 주민인 정령을 이 세계에서 부리는 방법은 보통 두가지다, 하나는 이 세계로 잠시 [소환]시켜서 잠깐 일이나 전투를 시키는 것이고, 따로 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두번째는 이 세계로 [불러]들이는 방법인데, 이 경우에는 정령의 수고에 맞는 돈이나 그와 동급의 댓가를 치뤄야 하지만 맺은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상당히 오랫동안 체류하게 할 수도 있다. 칼리야는 전자와 후자의 방법 모두에 능숙하고, 이번 경우 그녀가 대기시켜둔 정령들은 후자였다.
칼리야의 보고를 듣자 마자 두르나가 퍼뜩 생각난듯이 슈발츠쪽으로 얼굴을 홱 돌렸다.
" 그러고보니 저도 보고할게 있어요! "/두르나
" 이제 생각난게냐?... "/슈발츠
슈발츠는 주먹을 쥐고, 두르나의 양쪽 관자놀이에 주먹 끝을 살짝 가져다 대고 비볐다.
" 야아야아야아야아야... "
[징벌]을 당한 두르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한참을 아파한 후에, 다시 공손하게 슈발츠 앞에 착 엎드렸다.
" 깜박했습니다요. "/두르나
" 그래서 보고할 것은? "/슈발츠
두르나의 보고가 이어지는 동안, 플로라가 가져온 다과가 두르나 몫은 남겨둔 채 한번 돌려지고, 칼리야는 은근슬쩍 옷을 벗고 침대 위에 올랐으며, 플로라는 프레이아를 보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 갔다.
" 딱히 특별히 위협적인 자들은 없었습니다만, 왠지 저들의 반응이 빠른 것으로 보아 주인님의 의심이 맞는 것 같습니다. "
슈발츠의 의심이란, 이 도시 내부에 스파이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보고를 모두 들은 그는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제 침대 수발의 시간이다. 은근슬쩍 떡고물을 기대하며 옆에 붙은 칼리야와 이제 슬슬 시작하려나 보다 하고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는 알루데시아를 좌우에 거느린(?)채, 두르나는 슈발츠의 자지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 응음... 챱챱... "/두르나
" 냠... "/알루데시야
두르나가 제일 번저 혀를 사용해 슈발츠의 자지 끝을 핱아 올리기 시작하자, 곧바로 알루데시아가 달려들었다. 동생 답게 차례를 기다리던 칼리야도 두르나의 왼쪽에 약간 빈 공간으로 들어와 자지에 대한 오랄 봉사를 시작했다.
" 츄읍... 음... 언제봐도 주인님의 성물은... 무섭습니다. "/칼리야
" 음, 그래서 싫은가? "/슈발츠
칼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무서운데 좋다. 그녀는 늘 그랬다. 외교관 출신인 그녀는 듣는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말을 돌려 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상당한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슈발츠는 그녀의 지배자이다. 그리고 현명한 지배자는, 사랑의 대상이 되기 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 물론 경애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칼리야는 주인님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종종 드러내 보임으로써 침대 수발 타임에서 보너스 점수를 따는 것이었다. 그런 점은 두르나나, 특히 알루데시아는 절대 따라할 수 없는 그녀만의 특기였다. 비슷한 특기를 가진 노예 중 고참으로는 칼라드네이와 세실루아가 있고, 발레리아와 미샤도 은근슬쩍 이쪽에 속한다. 이를테면 [존경파]라고나 할까. 최근에 얻은 노예 중에서는 라빈이 특히 존경파에 속한다. 물론 그녀와 비교하자면, 칼리야쪽이 약간 더 [기품있게] 두려워 하는 편이지만.
" 웅음... 그래도 주인님의 성물이얌... 황홀행... "/두르나
" 앙음... 냠... "/알루데시아
반면 두르나는 어느쪽이냐 하면,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입으로도 애교가 철철 흘러넘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애교파]다. 마찬가지로 애교파인 알루데시아와는 서로 으르렁거리면서도 좋은 짝인 이유도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슈발츠 옆에는 애교파 노예들도 많아서, 최고참인 두르나나 알루데시아가 대표적이고, 알루시아와 미스트라 스폰들 등등 거의 모든 노예들이 애교파에 속했다.
또한 하나의 파벌은, 플로라를 필두로 하는 [자기 주장이 있는] 파벌이었다. 이를테면 [자주파]로 플로라, 젤로나, 사피아 그리고 여신인 와우킨 등이 이쪽에 속한다. 물론 그중에서도 와우킨은 무척 조심스러운 쪽에 속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건 플로라 정도지만. 그녀들은 종종 슈발츠에게 건의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자기가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스타일이다. 귀여움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어느 노예든 공통적인 사항이지만, 이들은 특히 자기가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그 실적을 바탕으로 귀여움 받으려고 한다는데 스스로의 가치를 두고 있는 편이다.
물론 이 분류는 어디까지나 슈발츠의 주관적인 견해이다. 실제로 존경파건 자주파건 아양을 떨때는 애교파 못지 않고, 존경파와 애교파가 공헌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니며, 애교파와 자주파가 슈발츠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부족한것도 아니다. 여자들은 그의 노예로써의 공통적인 속성을 모두 충족한 상태에서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것이다.
그럭저럭 하고 있는 동안 슬슬 슈발츠도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에, 그는 일단 두르나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 넣어 그녀를 끌어당겨서, 자기 배 위로 올려 놓았다.
" 아응~ 앙... "
언더다크 시절부터 슈발츠를 섬긴 이 순종적이고 귀여운 최고참 노예는, 아양이 듬뿍 섞인 콧소리를 흘려내며 스스로 입을 벌려 키스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노예들도 물건이 아니라 인간(여기서는 유사 인간족들을 통칭하는 의미다)이다. 그리고 인간을 부리려면, 그 또는 그녀가 원하는것을 적시에 재공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슈발츠는 사과처럼 농익은 두르나의 유방을 쓰다듬고 주무르면서, 막 혀를 내민 두르나의 입에 키스를 해 주었다. 혀를 스치자 마자 입 안으로 탄성과 비명이 섞인 숨이 뿜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길들여진 여자는 자신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혀로 두르나의 목 안을 도려내듯이 쓸어내 주면서, 슈발츠는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갔다.
그의 휴식시간은 당분간 끝날 것 같지 않았다.
-후기-
이 외에도 노예들에 대한 슈발츠의 분류법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노예들 자신들도 일종의 [동아리]가 있는데, 쑥덕공론 클럽이 가장 대표적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승마클럽이라던가, 처녀/비처녀 클럽이라던가, 다양하게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최고참급이면서도 드루이드이기 때문에(드루이드의 비밀은 친족에게도 유출금지입니다) 유일하게 휘하 조직이 없는 플로라는 다른 노예들로부터 대단히 존경받고 있는데, 그것은 그녀가 처녀 클럽의 대표자이면서 또한 다른 여러 노예들을 잘 돌보고 그녀들에 대해 슈발츠에게도 좋게 말해주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플로라 언니는 상냥하고, 함께 다니면 주인님을 좀 더 자주 가까이 뫼실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후배 노예들의 플로라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