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14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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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2-14편

슈발츠의 [새 수집물]인 프레이아는, 지금 겉으로는 평정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등이 온통 식은땀에 젖고 있었다. 그녀가 내심 가장 무서워 하는 두명-한명은 그녀의 숙부이자 암살자 일족인 철스신일족의 두령 니모어 임프레즐이고, 다른 하나는 슈발츠-이 눈앞에 마주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두명은 하나의 흑목 원탁을 사이에 두고 각각 비단거미의 가죽을 씌운 나무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슈발츠의 뒤에 두르나와 프레이아가 있는 것 처럼 니모어 뒤에도 두명의 하프드래곤 암살자가 서 있었다.


물론 그냥 서로 안부인사를 나누려고 한자리에 모인건 아니다. 니모어는 니모어대로 슈발츠에게 볼일이 있었고, 슈발츠는 슈발츠대로 니모어에게 볼일이 있었다.


"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르군. "


니모어가 먼저 운을 떼자 슈발츠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천연덕스럽게 받아쳤다.


"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게요. "


니모어의 회색 눈이 잠깐 가늘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의 눈 색은 프레이아와 비슷했지만, 그 눈빛은 훨씬 더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고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눈동자를 통해 무언가 읽어 내기가 극도로 곤란한 상대였다.


" 프레이아는 잘 받았소이다. "


이번엔 슈발츠가 운을 떼자, 니모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잠깐 그의 시선이 프레이아를 향했을 때, 그녀는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재능이 넘치는 아이요. 우리 일족의 자랑거리지. "/니모어


" 먼저 호의를 입었으니, 돌려 드리고 싶어지는구려. "/슈발츠


" 내가 원하는 것은 프레이아 편에 이미 밝혔소. "/니모어


니모어의 회색의 눈동자에 잠깐 살기가 번득였다. 그가 가진 롤스와 드로우의 가모장 사회에 대한 증오와 적의는 보통을 훨씬 뛰어넘는 강렬한 것이었다.


" 나도 알고 있소, 멘조베란잔의 아다만틴 성벽을 부수고 싶어하는 것은 당신만이 아니니까. 나는 그것 이외에도 제공하고 싶은 거요. 물론 호의의 표시로. "/슈발츠


"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 뿐이오. "/니모어


" 의외로 야망이 적으시군... "/슈발츠


이번엔 슈발츠의 수은 덩어리 같은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불타올랐다.


" 나는 거미 여왕과 그 챔피언의 목에 관해 이야기하는거요 니모어. 드로우들을 영원히 해방하려면 결국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


보통의 상대라면 농담이라고 웃어 넘겼을 것이지만, 슈발츠가 조용히 뱉어내는 단어 하나 하나에는 힘이 들어 있었다.


" 그게 가능하리라고 보는거요? "/니모어


" 순서를 지켜서, 챔피언부터. 그리고 나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나 혼자서도 가능하겠지만, 당신들과 함께 한다면 더 빠르고 쉬워 지겠지. "/슈발츠


잠시, 드래곤 혈통을 이은 두명의 남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 ... 당신에게 기꺼이 협력하지, 그리고 그것이 실현된다면, 당신은 우리 일족의 영원한 친구이자 동맹자가 될거요. "/니모어


" 물론. 그러면 우리 동맹이 성사된 것으로 알겠소. "/슈발츠


" 물론이오. "/니모어


니모어와 그의 호위가 마치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까지 지켜본 후, 프레이아는 한숨을 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가 풀린 것이다.


" 긴장했느냐? "/슈발츠


" 네... 네에... "/프레이아


보지로부터 욱신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프레이아는 고개를 숙이고 모기소리같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슈발츠가 무서웠고, 그의 앞에서 부끄러웠다. 한번도 남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하물며 주인이다. 몸을 바치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이다. 덩치가 작지도 않은 하프드래곤 여걸이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어께를 움츠리는 것을 보며 슈발츠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 처음의 그 위세가 참으로 거짓말 같구나. "/슈발츠


" 부, 부끄럽습니다. 그때는 제가 뭘 몰랐던거고 지금은!... "/프레이아


부끄러운 나머지 큰 목소리로 변명하다가, 프레이아의 시선이 슈발츠의 바지를 향했고, 그녀의 머릿속에 그의 자지가 떠올라 버렸다. 금새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 아... 아무튼 저를 책임져 주셔야 해요!... 저는 이제 정말로... 돌아갈 곳이 없으니까... "


프레이아가 갑자기 슬픔이 밀려와서 말꼬리를 흐리는 것을, 두르나가 다독여서 일으켰다.


" 주인님은 한번 노예로 삼으면 절대로 버리지 않으셔, 죽어도 다시 살려 내신다구! 걱정하지마 동생. "/두르나


" 네 언니... 감사해요. "/프레이아


덩치로 보면 언니뻘인 프레이아가 두르나의 품에 안겨서 다독여지는 모습은 묘하게 언밸런스했다. 슈발츠는 두르나와 프레이아의 허리에 팔을 감고 그녀들을 가볍게 들어올려 양쪽 옆구리에 끼었다.


" 아앙~ "/두르나


" 헛... "/프레이아


" 두르나 말대로다. 그리고 나는 노예에겐 엄혹해. 가루가 되도록 범하고 부려먹을테니 정신 바짝 차리도록. "/슈발츠


" 아... 네, 네엣! "/프레이아


[범하고]라는 대목에서 다시 링에 끼워진 클리토리스가 욱씬거려와서, 프레이아의 마지막 대답에는 그녀 자신도 모르게 약간 교태가 섞여 있었다. 그 이유를 아는 슈발츠는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프레이아는 다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마주친 시선을 통해 그의 옆구리에 매달린 채 이대로 어디로 끌려갈지 짐작이 갔으므로. 그리고 그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그나저나... 페아림들도 무척 반응이 빠르군. "


아나우로크 사막의 모처, 멀리 셰이드들의 공중 도시가 까만 점으로 보이는 한 모래 언덕 위에서, 모래 틈으로 드러난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슈발츠는 아래를 살피고 있었고, 그의 옆에는 두르나와 알루데시아가 따르고 있었다.


" 페아림의 졸개들이 저렇게 많을줄은 저도 몰랐어요. "


두르나의 말대로였다. 그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모래언덕의 능선 아래, 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사막의 모래벌판 위에 바글거리는 [페아림 군단]의 숫자는 족히 수천을 넘고 있어 어지간한 나라의 정규군 규모였고, 그 구성도 인간, 오크 , 오우거, 비홀더 등등 그야말로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 하지만 셰이드들의 공중 도시는 저렇게 멀리 있는데 여기서 뭐하는 걸까요? "/두르나


" ...일출을 기다리는 게야. 셰이드들의 도시는 그림자 차원에 걸쳐 있기 때문에, 그 방어 결계는 일출이 있는 시기에 가장 약해지거든. 아마 그 때를 맞춰서 텔레포트 해 들어갈 심산이겠지. "/슈발츠


" 주인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두르나


" 저놈들이 한번에 분탕질을 치러 들어가지는 않을 거야. 아마 졸개들을 먼져 보내겠지. 우리는 페아림들이 결정타를 먹이러 가는 시점에 같이 들어간다. "/슈발츠


슈발츠의 예상대로 먼동이 터 오는 동안 수십개의 차원문들이 열렸다. 졸개들이 그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동안, 덩치가 큰 페아림들은 뒤에 남고 있었다. 슈발츠와 그의 노예들은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끈질기게 기다리면서, 그 병력들이 모두 다 차원문 안으로 빠져들어가기를 기다렸다. 페아림들은 해가 완전히 뜨는 동안 마법으로 어둠의 장막을 써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마침내 차원문 안으로 사라졌다.


슈발츠도 차원문 주문을 시전했다.


" 이제 가지. "/슈발츠


" 네 주인님. "/두르나


페아림들과 슈발츠의 차이라면, 페아림들은 그 도시의 경계 내부로 차원문을 열었던 반면, 슈발츠는 그 도시의 바깥에 차원문을 열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두가지 문제 때문이었는데, 첫째 그림자 차원에 반쯤 걸쳐 있는 셰이드들의 도시의 방어 체계가 어떠한지 확실하게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즉각적인 반격을 받지 않을 정도의 먼 거리에서부터 관찰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고, 또 두번째는 도시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경과를 찬찬히 살피면서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였다.


실버 드래곤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슈발츠는 구름 위를 마치 평지처럼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차원문이 열린후에도 비행 마법을 사용할 것 없이 그저 구름 위를 걸어서 그 도시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고도가 고도이니만큼 어지간한 인간은 날개 없이도 날아다닐 정도로 바람이 강했지만, 그정도는 슈발츠에겐 장애가 되지 않았다.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어찌되었든 비행 마법의 도움은 받을 수 있었지만 바람에 맞서는 것만은 슈발츠 같은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양 손에 붙잡혀서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 아오오오... 바람이 칼날같이 살을 에네요. 저놈의 도시가 왜 이리 높은 곳에 둥둥 떠있나 했더니... "/두르나


" 방어에 이용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지. 하물며 이 바람의 벽은 공짜니까."/슈발츠


" 냐아앙~ "/알루데시아


물론 바람은 알루데시아에게도 장애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슈발츠의 옆구리에 매달려 있는 것이 지극히 흡족했으므로 전혀 불만 따위는 없었다. 두르나의 눈에도 도시를 무채색으로 뒤덮은 그림자의 방막을 넘어 시가지의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날 정도의 거리로 접근했을무렵, 시가지 안에서의 전투는 한창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페아림들의 공세는 애시당초 도시를 정복하려는 시도는 아니었다. 그런 일이 가능할 정도라면 셰이드 따위 젠타림이 애저녁에 해치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두가지의 호재를 얻고 있었다. 첫째, 기습의 이점으로 도시의 시가지의 주요 거점을 빠르고 신속하게 점령할 수 있었고, 둘째로 막 까마귀 요새로의 원군을 보낸 직후라 도시 내부에 충분한 방어 벙력이 상주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세도 거세었거니와, 도시의 지정학적인 이점과 차원문 등의 마법을 차단하는 그림자의 방벽을 너무 믿었던 셰이드 지도부의 실수였다. 게다가 원래부터 셰이드들은 정예주의라 머릿수에서부터 밀리는 데 추가로, 페아림들은 그 졸개들을 효율적으로 부리고 있었다. 머릿수도 달리는데다 각개격파 당하는 덕분에 슈발츠가 도시에 근접했을 무렵에는 도시 전체가 페아림들의 수중에 떨어진 채로, 강력한 마법사들 몆몆과 정예병이 상주하는 도시의 정청만이 함락을 면하고 있는 상태였다.


" 여기가 좋겠군. "


슈발츠는 그림자 방어막이 약해서 굳이 크게 강력한 마법을 쓰지 않고도 도시를 방어하는 결계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외진 지점을 찾아 냈다. 간단하게 마법 해제를 한 후에, 찢어낸 그림자 방어막 안으로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를 던져넣은 후 그 자신도 뛰어들어갔다.


" 조용하네요. "/두르나


" 여기는 도시 경계 부근이니까... 하지만 저쪽은 바쁘겠지. "/슈발츠


슈발츠의 시선이 향한 곳은 도시의 중심가 쪽이었다. 거기서는 한창 전투가 진행중인 증거로 몆줄기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사히 착지해 먼지를 털어낸 두르나와 알루데시아는 슈발츠의 명령에 따라 각자의 임무를 시작했다. 알루데시아는 매로 모습을 바꾼 채 셰이드와 페아림 전투의 전황을 정찰하는 임무를 맏았고, 두르나는 슈발츠의 전진 방향에 미리 앞서 가면서 척후 겸 장애물 제거반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슈발츠가 노리는 것은 셰이드이 숨겨둔 보물창고였다. 거기에 그가 목적하는 사루크의 아티팩트가 있을 것이다. 물론 페아림들도 그 아티팩트를 찾고 있을 것이니 그들보다 먼저 찾던가, 아니면 강탈해야한다.


한동안 별탈없이 전진해 가던 중에 문득, 슈발츠는 강렬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일종의 환상처럼 그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왜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함정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슈발츠는 잠깐 전신의 비늘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만약 함정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는 동안 두르나에게서 텔레파시 경보가 왔다.


[무슨 일이냐?]


[주인님, 직접 오셔서 보셔야 겟어요.]


두르나가 멈춰 있는 곳은 도시 지하부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하나의 거대한 석벽 앞이었는데, 그녀의 주변에는 몆마리의 오크와 오우거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녀의 레이피어에 맞아 죽은 증거로 반쯤 얼어붙어 있는 그 시체들을 지나 석벽으로 다가간 슈발츠는, 왜 두르나가 그를 다급히 호출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일종의 차원문이군. 암구호로 작동하는... "


슈발츠는 석벽에 새겨진 [문]의 음각 무늬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마법적으로만 해독이 되는 고대 네서릴의 언어였다.


" 보물창고를 아주 영리한 방법으로 지었나 본데... 이건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이야. "/슈발츠


" 그런데 주인님, 여기가 보물창고가 확실할까요? "/두르나


두르나는 일전에 웨스트게이트의 지하도로 통하던 비밀 차원문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녀의 염려에는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장애물이라지만 이렇게 눈에 뜨이는 곳에 보물창고의 입구를 만들어 둘 리는 없는 것이다. 무언가 다른 단서가 있을까 싶어, 슈발츠는 두르나와 함께 주변을 살폈다.


" 오호라... "


슈발츠가 찾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는 바닥이었다. 바닥에 쌓인 흙과 먼지는 그곳이 오랫동안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던 것을 나타내 보이고 있었다. 그것만이면 즐겁지도 않지만, 바닥에 깔아둔 판석에까지 아무런 흔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마법으로 오래 사람이 드나든 길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름아닌 문 앞에 누군가 드나든 흔적이 전혀 없이 깨끗하다는 것은 지나치게 수상한 것이다. 게다가 위치도 도시의 지하층으로 향하는 통로의 중간 어림. 아무래도 도시가 공격받았을 때 내부 사정을 모르는 침입자들, 그중에서도 보물을 노리는 똑똑한 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던 것이다. 진짜는 더 아래 깊숙히 숨겨졌을 것이고, 아마도 진짜 보물창고의 입구는 환상으로 가려 두었을 것이다.


전투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 - 라고 수많은 전략가들은 말하지만, 거기엔 하나의 대전제가 결여되어 있다. 전투를 치르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미가 아무리 머리를 쓴대도 코끼리를 두드려 쓰러뜨릴순 없다. 그러므로 슈발츠를 잡으려면, 적어도 잠시라도 슈발츠와 맞상대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인적, 혹은 물적 자원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함정이다. 그리고 이 문을 시작으로 지하 통로 전체에 깔린 함정은, 빤히 눈에 보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 으흉한 꿍꿍이가 엿보이는 것이었다.


눈에 빤히 보이는 함정, 특히 마법 함정에는 것은 두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는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챌 만큼 머리가 좋지 못한 자들을 확실하게 골로 보내 버릴 용도이고, 두번째는 함정을 알아챌 만큼 똑똑한 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슈발츠 앞에 펼쳐진 함정 무더기는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강력하고, 손쉽게 깔 수 있는 룬 마법의 함정들이었다. 누군가 먼저 와서 준비를 한것이다.


" 두르나, 가까이 붙어 있거라. "


슈발츠는 일부터 두르나를 숨게 하고 자신은 드러내놓은 채로 함정을 피해  움직였다. 그리고 텔레파시로 젤로나를 호출했다.


[네 주인님?]


[지금 두르나를 주변을 탐지할 수 있느냐?]


[당장 해볼께요.]


수정구 관찰 마법은 마법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문 중 하나다. 보통 감시를 위해 사용하지만, 강력한 주문과 적절한 마법 도구를 사용한다면 도청은 물론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에게 주문을 거는 것 까지 가능하다. 슈발츠는 물론 추적되지 않지만, 그가 늘 데리고 다니는 두르나는 추적할 수 있다. 물론 그녀도 추적 당하지 않도록 마법을 쓰지만, 슈발츠의 [추적 불가] 능력과 달리 두르나의 것은 선택적으로 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그녀가 취약해지지만, 슈발츠의 근처에 있는 것으로 그 취약함이 보상된다.


[쑥덕공론 클럽]의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슈발츠가 노예들의 사조직을 인정하는 이유는, 이런일에 무척 쓸모있기 때문이다(참고로 무투계열 노예들의 사조직으로는 발레리아를 스승으로 모신 [주말 요리 교실]팀이 있다). 젤로나, 젤라노라, 그리고 알루스트리엘은 슈발츠의 휘하 노예들 중에서도 최고 경지의 마법사이고, 쑥덕공론 클럽의 핵심 멤버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마법을 통한 삼각 감시는, 선천적으로 주문 감시에 면역이 아닌 이상에는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슈발츠는 이런 방법으로 두르나는 일종의 횃불 삼아 자신의 감각이 커버할 수 없는 곳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직접 보는 것만큼 분명하지 않지만, 정보가 없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평상시에는 강력한 방어 장벽이 도시를 감싸서 모든 종류의 예지술에 대항하기 때문에 두르나 근처의 결계를 해제하는 정도로는 아무리 강력한 예지술이라도 마치 비오는날의 연못의 표면을 쳐다보는 것 같이 모든것이 분명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으로 인해 결계가 망가진 상태라, 그녀들의 마법을 막기엔 충분치 못했다.


아니나다를까, 상대는 슈발츠의 침입 자체는 예견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의 [선봉]으로 두르나가 앞세워질 것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젤로나와 젤라노라가 동시에 무엇인가 찾아냈을 때는, 슈발츠가 일부러 자신을 드러낸 채 한창 함정을 피해 가면서 함정을 설치한 누군가의 의도에 정확히 말려들어 가는 것 처럼 가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좌측의 꺾어진 모서리에 두 명, 천정에 매복하고 있고 직접 탐지되지 않습니다. 상당한 고단수인데요.]/젤로나


[그정도가 아니라면 날 찾아내지도 못했겠지.]/슈발츠


슈발츠는 상대의 역량을 시험해보기 위해 무방비인척 하며 모퉁이를 돌았다. 천정에서 기척을 죽인 두명은 슈발츠가 나타나도 반응하지 않았다. 생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언데드였다.


[다시 7피트 앞의 바닥입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언데드 같군요.]


이번에는 젤라노라였다. 참고로 두르나는 투명화 마법을 건 데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발은 바닥에서 약 1인치 정도 떠 있는 상태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외투는 체온을 발산하는 것을 막기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열을 보는 능력이나 진동 감각을 가졌다손 치더라도 그녀를 찾기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녀는 은신 솜씨도 발군이라 슈발츠 조차도 작정하고 숨은 두르나를 찾으려면 고생 깨나 해야 했다. 그정도 준비가 없다면 그는 절대 노예를 앞세우지 않는다.


매복들은 슈발츠를 지나가게 내버려 두고 있었다. 퇴로를 차단할 셈인 모양이었다. 슈발츠는 전진하면서 그들을 처리할수도 있었지만, 그래서는 잔챙이만 잡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방문을 예상하고 있는 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가 분명히 그의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코끼리에 맞서는 개미 따위는 아닐 것이다. 함정이라는 것을 모르고 들어가는 것과 알고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예상할 수 없는 일에 당황하지만, 후자는 함정을 파고 기다린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문득 슈발츠는 머리 위쪽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그가 알루데시아와 텔레파시를 연결하자, 셰이드 마법사들이 페아림들과 주문 전투를 벌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졸개들은 다른 병사들을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슈발츠가 들어올 때 같은 기세는 아니었다. 이제 셰이드 쪽이 전열을 정비한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드잡이질이 될것이다. 슈발츠는 그걸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대신 이 아래쪽의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주인님, 더이상 전진할수 없습니다.]


마침내 통로 끝에 닿았을 때, 두르나는 더이상 전진하지 않았다. 전진하고 싶어도 통로가 거기에서 끊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다른 길이었다. 그녀에게는 대기명령을 내려 놓고, 슈발츠는 마침내 통로의 끝에 섰다.


-후기-


현대의 지상군들, 특히 특수부대들은 상당히 자주 위성이나 정찰기의 도움을 받아 작전을 수행합니다. 옆에서 보는 것 보다 위에서 보는 편이 훨씬 더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숨어있는 대상을 발견하기 유리하며, 공격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글로벌 호크]라는 정찰기가, 정찰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투기보다 비싼 이유는 그 탐색능력의 우월함 때문입니다.


최근의 미사일들의 유도 능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유도 방식]에 따라 같은 미사일이라도 효과가 극명하게 다릅니다. 매일 패트리어트의 밥이 되는 스커드 미사일도 제대로 목표를 찾고 조준할 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단숨에 토마호크 같은 유도미사일에 못지 않은 흉악한 정밀타격 병기로 탈바꿈하는 것이 현재의 트랜드이지요.


그런데 왜놈인 글로벌 호구 새끼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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