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1_14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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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1_14편

<13>


이제는 압델의 차례였다. 이른 새벽부터 비코니아와 함께 정청 근처의 공원에서 기다리던 그는 슈발츠로부터 미끼 작전이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은 후 정청을 찾아갔다. 정확히는 정청 본 건물 옆에 붙은 도서관(사무실을 겸한)이다. 아직 재판을 포함한 정청의 일이 시작하기 전인 이른 아침이라, 막 출석한 눈치인 서기는 이른 아침부터 그가 찾아오자 약간 놀란 눈치였다.


" 깃에 묻은 이슬을 떨어내기에 좋은 아침이오. "/압델


" 깃에 묻은 이슬을 떨어내기에 좋은 아침입니다. 압델 님. "/서기


별로 뜸들일 필요도 없었다. 아바리엘식의 인사를 교환한 압델은 미리 작성해 둔 헬레네를 증인으로 삼아 파리스를 반역죄로 고발하는 내용의 소송장을 제출했다. 서기는 그것을 필사하면서 놀라는 눈치였다. 필사를 끝낸 송장은 아퀼란에게로 가게 된다. 아나 저녁에 읽게 되겠지만. 그 내용은 그 역시도 놀라게 만들 것이다.


서기에게 송장을 제출한 후, 압델은 정청의 대회의실(예의 반원형 극장같은 곳)에 가서 다른 의원들의 출석을 기다렸다. 비코니아는 정청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 아무도 출석하지 않은 정청의 대회의실 내부는 썰렁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제의 소동(슈발츠의 활약)이 입소문으로 퍼졌기 때문에 오늘 정청에는 분명 많은 귀족들이 출석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파리스들에게 결정타를 먹이는 일을 더 쉽도록 해 줄것이었다.


압델이 다른 의원들의 출석을 기다리는 동안, 슈발츠도 정청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브리세이즈로부터의 전령 역할을 맏은 크리세이스도 정청 앞에 도착했다.


" 매복자들은 모두 다 해서 열두명이래요. 지금 체포되어 압송되는 도중이에요. "/크리세이스


" 왕건이는 없었고? 자백은 받아내야지? "/슈발츠


" 뭘요, 우리끼리는 얼굴만 봐도 다 아는데요. 전부 [쇄국파]도당에 가입해 있는 젊은 한량들이에요. 그나저나 슈발츠씨가 뭘 어떻게 한건진 몰라도 세명은 생사를 넘나드는 중상이랍니다. "/크리세이스


크리세이스는 그 말을 끝내고 장난스러운 시선을 슈발츠에게로 향했다. 그는 자기가 좀 심했나 하며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 줄줄이 묶인 채 정청으로 끌어오는 일단의 아바리엘 무리들을 볼 수 있었다. 브리세이스랑 임무 교대를 한 펜테실레이아가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펜테실레이아는 슈발츠를 보자 죄수 호송은 다른 병사에게 맏기고 한달음에 날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날개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병원에 있는 동안 브리세이즈가 활약한 이야기,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다시 바꿔치느라 고생한 이야기 등을 를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 그나저나 다들 입을 닫고 있다고 하던데. 자백하지 않으면 곤란한게 아닌가? "/슈발츠


" 뭐 헬레네 언니가 증언하면 저놈들도 입을 안열고는 못배기겠죠. 그보다 이렇게 모였으니 서있지 말고 저기 다실(茶室)이라도 가죠. "/펜테실레이아


사실상 중심가였기에, 정청 앞엔 공원을 중심으로 점포도 늘어서 있었다. 정청 입구가 보이는 한 다실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일행은 다과를 주문한 후 본격적인 잡담을 나누었다. 곧 브리세이즈와 헬레네도 올것이었고, 정청에 출석하는 귀족들의 모습이 많아졌다.


" 아, 이제 슬슬 시작하겠네요. "/펜테실레이아


" 가봐야겠군. "/슈발츠


재판에 앞서 날개 달린 어머니에 바치는 송가를 부르는 역인 성가대들이 정청에 날아 도착하는 것을 본 펜테실레이아의 말에, 슈발츠는 다른 여자들이 수다를 떨게 놔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압델의 활약을 볼 차례였다.


압델 쪽은 이제 슬슬 시작하고 있었다. 아퀼란이 정청의 대회의장에 들어왔을 무렵엔 이미 대회의장의 좌석 대부분이 들어차 있었다. 그의 등장에 맞춰, 압델은 대회의장 연단 아래 마련된 델라토르의 자리에 가서 섰다. 오라토르 역의 율리세스와 파리스도 자기 자리에 가서 서는 것을 본 아퀼란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기의 외침이 대회의장 안을 채웠다.


" 정숙하시오! "


그리고 성가대가 날개 달린 어머니, 에어드리 펜야의 은혜를 기리는 송가를 부른 후, 아이아스가 피고석으로 불려 왔다. 그리고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었다.


파리스 측에서 세운 증인은 아이아스 아래서 마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금 하이 마샬 직위대행인 시슈발 음쉥이었다. 파리스는 그의 증언을 통해 아이아스의 무능함을 돋보이게 할 생각이었다. 실제로 아이아스는 정실인사를 하고 경비 계획을 약간은 부실하게 짰던 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능으로 인해 병사들의 목숨과 이주민의 목숨을 낭비하게 만든 행위는 반역이라고까지 탄핵하는 파리스. 압델은 생각해 둔 바가 있었기 때문에 시슈발에겐 반대질의를 하지 않고 그냥 보냈다.


" 어제 서면으로 제출했습니다만, 피고측 증인으로 제 집에 손님으로 머물고 있는 야크트 슈발츠와 준 마샬(마샬 아래 계급)펜테실레이아를 소환하고자 합니다. "/압델


" 그러도록 하시오. "/아퀼란


펜테실레이아를 언급하자  파리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것을, 압델은 놓치지 않았다. 그도 마주 웃어 주는 동안, 대회의장 안으로 두명이 걸어들어왔다.


" 일단 레이디 퍼스트. "/슈발츠


" 어머, 이럴때는 그런건 상관없다고요. "/펜테실레이아


마지못하겠다는 듯이(그러나 즐거운 표정으로) 증인석에 올라오는 펜테실레이아를 본 파리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동안, 슈발츠는 팔짱을 끼고 방청석과 재판정을 가르는 낮은 담에 기대어 섰다.


펜테실레이아가 날개 달린 어머니의 이름으로 사실만을 말하겠다는 선서를 끝마친 후(물론 이것은 요식행위다. 신전 전체가 진실 지대이기 때문이다), 압델은 델라토르석에서 일어났다.


" 펜테실레이아. 먼저 지난 드래곤의 습격으로 인해 입은 상처가 빨리 회복되길 기원합니다. "/압델


" 감사해요. "/펜테실레이아.


" 드래곤에게 납치되던 정황을 알고 싶습니다만. "/압델


" 아 그건 어떻게 되었냐 하면... "/펜테실레이아


펜테실레이아는 자신이 기억나는 한도 내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 결과적으로, 저기 계신 슈발츠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꼼짝없이 고블린들에게 고문을 당해 죽던가, 드래곤의 저녁식사꺼리가 되었던가 했을 겁니다. "


슈발츠는 자신에게 향해지는 시선들을 의식하며 가벼운 목례를 해 보였다.


"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피고인 아이아스의 특별한 부정이나 무능력함을 찾아보기는 어렵군요. "/압델


" 물론이지요, 경비 계획을 짜는건 하이 마샬 입회 하에 네명의 마샬 모두가 참가하는 회의에서 결정되니까요. 그리고 이튿날의 경비 계획은 그날 저녁까지는 정청의 하이 로드들과 윙드 파더께도 보고됩니다. 그 과정에서 유출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되는군요. "/펜테실레이아


펜테실레이아는 말을 마친 후 파리스 쪽으로 한번 시선을 돌렸다. 파리스도 율리세스도 모두 하이 로드다. 자신을 의식한 듯한 발언에 파리스가 발끈하며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압델은 질의를 종료했다. 곧이어 파리스가 반대심문을 했지만 펜테실레이아는 결코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다급한 파리스가 부상으로 인해 그녀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의를 제기했을때는 실내에 가득한 방청객들의 실소를 받았을 뿐이다.


" 더이상 질의가 없습니다. "


똥씹은 표정의 파리스가 질의를 마친 후, 아퀼란은 점심 시간이 되었다는 이유로 잠시 휴회 시간을 선언했다.슈발츠는 펜테실레이아와 압델과 함께 정청을 나와 공원으로 향했다. 에어리가 식사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펜테실레이아의 다른 자매들도 저마다 음식을 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 아, 오랜만에 보는 진수성찬이군. "/압델


" 아이, 그러시면 제가 평소에는 당신 식사를 부실하게 챙긴줄 알잖아요? "/에어리


" 미안하군요 부인. 내가 잘못했소이다. 정정하기로 하지. 아, 정말 집에서만큼의 성찬이군. "/압델


부부의 만담에 일행들이 잠시 웃느라 시간을 소모한 후, 모두는 점심 식사를 맛있게 했다. 아바리엘의 식단도 다른 엘프들의 그것과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지만 열대 과일이 좀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다들 만족할 때 까지 먹고, 그것들을 소화시키느라 공원의 의자에 앉아서 쉬는 동안, 여자들은 재판 따위는 잊고 저마다 여자다운 이야기로 수다의 꽃을 피웠다. 물론 그 와중에도 두르나와 비코니아는 슈발츠를 [주인님]으로 부르지 않느라 진땀을 뺐지만. 평화로운 수다의 현장을 지켜보던 압델이 슈발츠에게 말을 건네었다.


" 재판은 이길거요, 그리고 또 다른 재판도 이기겠지. 이변이 없는 한. 그런데... "/압델


" 그런데?... "/슈발츠


슈발츠의 반문에, 압델은 피식 웃었다.


" 무척 불안하다는 이야기지요. "/압델


" 뭐 저족에서 어떤 꼼수를 부리던, 이쪽은 증거랑 증인이 있지 않소? "/슈발츠


" [꼼수]라 하니 생각났지만, 아이아스가 직무유기가 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을지 모르오, 그의 언행이 평소에 아퀼란의 성질을 긁은적이 많거든. 겉으로야 중립이라지만 그는 사실상 쇄국파요. "/압델


" 공정해야 할 재판장이 이미 적이란 말인가... 그거 참 재미있구려. "/슈발츠


오후의 법정은 더 성황이었다. 중간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귀족들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슈발츠가 증인석에 올라가자, 처음 보는 하프드래곤의 모습에 방청석이 웅성거렸다. 재판 진행이 곤란해질 정도라 서기가 몆번이나 정숙을 외쳤을 정도다. 간신히 웅성거림이 잦아든 후, 압델은 슈발츠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 내가 아바리엘이 아니라 날개 달린 어머니의 이름을 걸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진실만을 말할것을 맹세하겠소. "


다시 오라토르측에서 파리스발 신성모독 어쩌니 운운하는 소리가 나왔지만, 다시 방청객의 실소를 자아냈을 뿐이다. 날개 달린 어머니는 아바리엘들의 신이지 슈발츠의 신이 아니니, 펜야 교로 개종한 것도 아닌 슈발츠의 언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굳이 따지라면 압델도 에어드리 펜야의 신도는 아니다.


이어진 압델의 질문은 당연하지만 펜테실레이아 구출에 관한 것이었다.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립서비스를 했던 탓도 있어서, 슈발츠는 일단 용의 동굴 안에 들어가서 화이트 드라코리치와 맞짱을 뜬 대목은 건너뛰었다. 드래곤의 존재 자체는 펜테실레이아이하 다른 병사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거짓말이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은 괜찮은 것이다. 펜테실레이아를 구출해 나온 대목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소상하게 말해 주었다. 드래곤이 고블린을 부려 만든 둥지는 최근에 건축된 새것 같아 보였다는 대목에 이르자 아바리엘들 사이에서는 웅성거림이 일었다. 눈 독수리 요새 주변의 경계에 대해서는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렇게 가까이에서 고블린들이 대규모 공사를 했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파리스는 바로 그점이 아이아스의 책임이라고 반대 심문을 했지만, 슈발츠는 간단한 한마디로 그의 반대 심문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 여러분의 적인 화이트드래곤이 경계 초소의 위치와 순찰의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아무리 순찰을 강화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거요. 아이아스를 탄핵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내통자를 찾아야 합니다. "


" 그런 판단은 재판장께서 하실 거요! "/파리스


" 좋을대로, 하지만 그렇다고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막을 권리까지는 없다고 생각하오만. "/슈발츠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는 파리스를 한번 내려다봐준 후, 슈발츠는 증인석에서 내려왔다. 이제 아퀼란의 판결의 차례였다.


" 날개 달린 어머니의 이름에 영광이 깃들기를. 직무에 태만했다는 오라토르측의 주장이 일부 인정되는 바, 피고인 아이아스는 하이 마샬의 지위를 박탈한다. 하지만 반역의 죄를 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각하하며, 이에따른 구금이나 벌금, 추방령에 처하지 아니한다. 피고인에 대한 임시 구금은 이 시간부로 해제한다. "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이아스는 재판장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재판이 끝났다.


" 책임지지 않아야 할 일까지 덤터기 씌워 해임이라니, 불공정한 일 아니오!? "


정청에서 나오자마자 압델이 열을 내는 것을, 아이아스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하지만 목숨은 건졌잖소. 그걸로 만족해야지. 즉결심판 당할것을 다행하게도 날개 어머니의 뜻대로 압델님 당신이 날 구했고, 슈발츠님 증언 덕에 유배나 추방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아이아스


" 두고보시오, 내일은 파리스를 재판정에 불러낼테니. "/압델


" 음? 내가 감옥에 들어간 사이에 도 무슨 진전이 있었소? "/아이아스


" 아, 그러고보니 아직 이야길 하지 않았구려. "/슈발츠


압델이 파리스를 고발했다는 이야길 들은 아이아스는 크게 한번 웃어제꼈다.


" 아하하하하! 하지만 파리스의 모든 행동은 다 율리세스의 머리에서 나오는 거라오, 그리고 율리세스는 다름아닌 아퀼란의 아들이지. 기소가 될리가 없소. 전에 우리가 이것보다 큰 껀수를 잡았을 때도 아퀼란의 방침은 [무시]였소. "/아이아스


"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지. 내 기소를 기각하면 그 다음엔 정청에서 아퀼란에게 따질 차례요. 이번 재판 때문에 쇄국파의 병신짓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이 가만있지 않을테지. 게다가 타이밍 좋게도 내일은 동지요. 정청이 일반에게도 개방되는 날이지. 아마 볼만할게요. "/압델


[손에 쥔 카드로 상대를 밀어부칠 때, 모든 카드를 동시에 써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다]는 점에서, 압델도 슈발츠와 비슷한 전술을 구사하는 인물이었다. 지금까지는 자신도 아바리엘 사회에선 일종의 아웃사이더기 때문에 그저 출석부나 채우는 일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슈발츠의 등장이 상황을 바꾸었다. 모험 동료이던 비코니아의 친구기 때문에, 그는 자기 편이었다. 그리고 아바리엘이 아니기 떄문에 기존 아바리엘 사회 시스템에 대한 충성도가 없다. 편견이 없는 것이다. 그와 함께라면 답답한 지금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슈발츠도 헬레네 자매들에게 흑심이 없지는 않았기 때문에, 체제할 이유가 생기는 이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튿날 정청에는 헬레네 자매들이 모두 방청석에 와 앉아 있었다. 축제일이고 휴일이기 때문에 막내인 카산드라까지 다섯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확실히 대부분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아바리엘들 사이에서 그녀들은 상당히 눈에 띄였다. 헬레네 자매들이 슈발츠와 드로우들 자리까지 확보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슈발츠는 조금 느즈막히 도착했다. 그가 도착하자 아바리엘들의 시선은 귀족들의 발언보다 그에게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은 비늘을 가진 거대한 하프드래곤과 드로우 여자 두명(알루데시아는 압델의 집에서 에어리의 애보기를 돕고 있었다) 의 일행이다. 신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아이아스의 말처럼 재판은 열리지 않았지만, 발언을 허락받은 압델은 기소에 대해 언급했다. 그 스스로도 기소장의 사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발언에 장애는 없었다.


" 어째서 아이아스는 [의혹]만으로 반역죄로 기소되어 긴급체포되는데, 같은 죄로 기소된 파리스는 체포되긴 커녕 기소되지조차 않는지요? "


그의 논리 정연한 질문에, 의원들 뿐 아니라 방청객들도 동의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야유가 쏟아지자 아퀼란의 엄숙한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 신전에 대한 하이 로드(파리스를 말한다)의 충성심엔 문제가 없노라. 증거능력이 없는 증인의 진술만으로 그를 기소하는 것은 날개 달린 어머니의 뜻에 위배되는 일일 뿐이다. "/아퀼란


" 하지만 파리스는 저를 통해 펜테실레이아를 유인해 살해하려 했습니다. 동족을 살해하라는 것이 날개 달린 어머니의 뜻입니까? "/헬레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헬레네가 큰 소리로 반박하자, 방청객들의 웅성거림은 더 심해졌고 아퀼란이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슈발츠는 아퀼란의 주변을 감싸는 [후광]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보았다. 순간이었지만 마치 무엇인가로 인해 집중이 흐트러진 듯한 일그러짐이 생긴 후에, 그 후광은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직감적으로, 슈발츠는 기존의 아퀼란의 후광이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파리스에 대한 기소를 기각한 것은 날개 달린 어머니가 아니라 아퀼란 당신의 뜻이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여기 이 신성한 날개 달린 어머니의 전당에서 그분의 이름을 걸고 다시 한번 신성한 판단을 물어봐 주시지요!  "/헬레네


확실히, 지상에서의 에어드리 펜야의 대리인인 아퀼란은 여신에게 직접 물어볼 권한이 있었다. 그리고 사제단의 일원인 헬레네의 말처럼 그것을 방청객 전원에게 들리는 형태로도 할 수 있었다. 방청객 중에서도 사제단의 일원들이 있었기에, 그녀의 요청은 지지되었다.


" 신이 현존하는 세계에선 이게 편리하단 말이지. 신의 이름으로 약을 팔면 즉시 까발릴수 있거든. "


슈발츠가 즐거움을 담아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말아뜨리는 동안, 파리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건방진!...누구를 향해 말하고 있는지 아는가! 이분은 날개 달린 어머니의 대리인이야!... "/파리스


" 그렇다고 당신들의 사사로운 판단이 여신의 뜻일 수는 없지요! 그리고 그것이 사사로운 판단이 아니라면, 윙드 파더 당신은 즉시 저와 다른 모두의 의심을 풀어줄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왜 주저하시는 것인지요? "/헬레네


아퀼란을 대신에 파리스가 발악하듯 외쳤지만, 이제 정청 내부의 동요는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 동요의 거의 대부분은 아퀼란을 향한 의혹이었다. 아퀼란이 침묵을 고수하는 동안 압델이 다시 일어섰다.


" 무엇이 두려우시오, 윙드 파더? 파리스를 재판에 회부하던, 헬레네가 증언하던, 그것이 날개 달린 어머니의 뜻에 어긋남이 없다면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않소? "/압델


" 이런 사소한 일로 여신의 심기를 불편케 해 드리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다! 위병, 저 반역자를 체포하라! "/율리세스


율리세스가 지목한 것은 헬레네였다. 하지만 동시에 슈발츠도 일어섰다.


"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게 좋겠지. 위병 여러분. "


보통의 엘프보다 훨씬 커서 인간과 비슷하다지만, 아바리엘들의 체구는 슈발츠보다 한참 작은 것이다.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압박인데, 거기에 그 당당한 태도와 무시무시한 안광은 비무장인 상태로도 앞으로 나서려는 위병들의 기세를 꺾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율리세스의 지시를 따르려는 위병도 적었지만, 그나마도 슈발츠가 온몸으로 풍겨내는 위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 지상인 따위가 뭘 안다고 참견인가! "/율리세스


" 그 지상인인 나조차도 날개 달린 어머니의 은총을 받았다는 당신네 아바리엘들을 걱정하는데, 당신들 눈에는 그런게 보이지 않나? "/압델


율리세스의 외침에 압델도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맞받았다.


" 그만!... "


정청 전체를 떨어울리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윙드 파더인 아퀼란의 목소리였다. 그의 주변의 후광이 진해지며, 그 눈동자는 신성한 에너지로 넘치고 있었다. 분명하게도 신성한 마법을 발동한 상태였다.


" 파리스에 대한 재판 여부는 내일 새벽 여신께 묻겠노라! 이후로 이 문제에 대한 이의를 받지 않을 것이다! "


넘치던 신성력이 잦아들어갔다. 아바리엘 사제들의 기도시간이 새벽이다. 그때 여신께 물어본다는 것은 이치에 맞았다. 다시 차분한 눈빛을 회복한 아퀼란은 압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 이제 만족하는가? "/아퀼란


" 물론입니다 윙드 파더. 날개 달린 어머니의 뜻대로, 공정한 재판이 되기를. "/압델


그리고 이후 재미없는 정치적인 대소사들이 논의되는 정청은 방청객들이 빠져나가며 빠르게 평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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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되는줄 알았어요.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헬레네


" 하지만 잘 되지 않았소? "/슈발츠


" 그러게요. 슈발츠님이 일러준대로 하니... 저는 아퀼란이 당황하는거 처음 봤어요. "/헬레네


" 파리스놈 파랗게 질렸던데. 난 그게 더 통쾌해. "/펜테실레이아.


그말에는 모두 웃었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도 조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헬레네 자매들과 헤어진 후 슈발츠는 두르나들을 데리고 압델의 집으로 돌아갔다.


" 아, 어서오세요. 정청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들었어요. "/에어리


" 발보다 말이, 아니 날개보다 말이 빠르군요. "/슈발츠


슈발츠의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에어리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곧이어 알루데시아의 등에 올라탄 마샤가 등장했다.


" 아빠는요? "/마샤


" 아직 정청의 일이 끝나지 않으셔서, 우리가 먼저 왔단다. "/슈발츠


마샤가 알루데시아의 등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준 후, 방으로 돌아온 슈발츠는 알루데시아를 매로 바꾸어 정청 앞으로 날려보냈다. 물론 임무는 감시와 압델의 호위다. 그 압델이 돌아왔을 무렵엔, 에어리의 저녁식사가 풍기는 향기가 저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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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츠들이 모두 한데 모여 평화로운 저녁식사를 즐기는 동안, 파리스는 집에서 방문자를 집에 들이고 있었다.


" 잠... 잠깐만, 아직 할 수 있어! 윙드 파더께서는 결코 날 버리지 않으실... 컥!... "/파리스


" 아니, 네놈에겐 더이상 기회가 없어. "/방문자


파리스의 명치 깊숙히 차가운 칼날이 파고들면서, 그의 몸이 한번 크게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곧 완전히 움직임이 멈춘 신체가 마루 위로 쓰러졌다. 숨이 끊어질 때 까지의 시간은 짧았다.


" 뒤처리는... 맏기지. "


살인자는 파리스의 옷에 칼날을 닦아 낸 후, 그대로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동안 일행으로 온 다른 자들이 파리스의 시체 위로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화르륵...


예사 기름이 아니였던듯 화력이 대단했다. 파리스의 시체를 태우던 화염은 곧 방 전체로 옮겨 붙었고, 집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기까지의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살인멸구라...


파리스의 시체조차 남지 않은 불탄 집터를 바라보며 슈발츠는 입에 물고 있던 사탕수수 줄기의 마지막 단물을 빨아냈다. 그 달착지근한 수액의 맛은 입이 심심할 때 가볍게 즐기기에 부담이 없었다. 그러는 그의 옆에는 압델과 두르나들이 서 있었다.


" 펜테실레이아를 습격하려던 놈들도 모조리 죽었다는군. "


피고와 증인이 없어졌으니 재판도 날아가 버렸다. 압델은 궐석재판이라도 하고싶어 했지만, 그것은 죽은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명분으로 거부당했다. 쇄국파의 음모가 이렇게 간단히 유야무야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슈발츠는 이 문제가 단기간에 쉽게, 그리고 아바리엘 전체가 동의할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 직감했다.


" 이사를 할거에요. "/에어리


" 음 아직 시온이 갓난아이라 힘들다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슈발츠


" 시온 때문에라도 해야 겠어요. "/에어리


사소한 몆가지 이외에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겉보기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것 같지만, 이제 아바리엘 사회 내부의 긴장감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언제 어떤 방향으로 무슨 사건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이 상황에서 에어리는 이사를 결정했다. 아직 봄이 오기 전이지만 되도록 빨리. 나르펠(Narfell)과 래쉬맨의 접경 지역, 얼어붙은 아스하네(Ashane)호수의 북똑 호반에 건설한 아바리엘의 요새로 가서 정착하려는 것이다. 슈발츠는 마지막으로 에어리가 이사를 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압델은 남기로 했다. 그는 이제 아이아스를 대신해 개방파의 수장격 인물이 되어 있었고, 헬레네 자매들을 비롯한 [자기 사람]도 생겼다. 굳이 슈발츠가 돕지 않아도 해나갈 만 한 상황이 된 것이다. 혼자 남을 압델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말에, 에어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슈발츠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들이 함께 넘은 사선이 그 얼마이던가. 그녀는 오히려 가족 걱정에 압델이 하고싶은 일을 다 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이사는 거의 일주일이 걸렸다. 멀기도 멀었거니와, 에어리가 구입한 새 집에 필요한 세간살이들을 여러번 실어 날라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간살이가 나가는 날, 슈발츠는 에어리와 동행했다.


" 안녕히 가세요. "/펜테실레이아


" 또 볼 수 있을까요? "/브리세이즈


헬레네 자매들도 에어리의 이사를 도우며 눈 독수리의 안식처를 떠나는 슈발츠를 배웅하러 나왔다. 그녀들은 체제에는 환멸을 느끼지만 엄연히 저마다의 생업이 있었기에 이곳을 떠나지는 못했다.


" 그럼 다음에 봅시다. "/압델


" 그러지요. 그때까지 건강하길 바라겠소. "/슈발츠


마지막으로 압델과 악수를 나눈 후. 슈발츠는 거인 독수리의 등에 올랐다.


.
.
.


과연 용두사미일 것인가!... 어쨌든 아바리엘 문제는 남일인데, 여기 올인할 필요는 없지요. 슈발츠도 (노예들과 놀아주느라)바쁜 몸이잖슴콰(맞는다). 저지르건 다 저질러 놓고 뒷일은 조연인 압델에게 맏겨두고 쿨하게 튀는 주인공. 그것이 슈발츠 퀼리티.


참고로 떡밥의 회수는 오래 걸릴수도 있습니다.(무성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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