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1_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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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들은 일단 가지고 계세요. 그것도 없이 이곳에서 살기는 어려워요. "
샌들을 돌려주려는 것을 만류한 브리세이즈는 슈발츠쪽을 향해 윙크를 해 보이고는 날아가 버렸다.
" 이것 참... 뭐 나중에 갈 때 돌려주면 되겠지. "
연회장으로 들어가자 파티의 뒷정리 중이던 에어리가 슈발츠쪽을 향해 반가운 시선을 보내 왔다. 슈발츠는 그녀의 시선에 못이겨 접시 치우는 일을 거들어야 했다.
" 비코니아는 어디에?... "/슈발츠
" 아아, 바람쐰다고 밖으로 가버렸어요. 오늘하루 너무 많은 시선의 주인공이었죠, 그녀는. "/에어리
" 아아, 확실히... "/슈발츠
고개를 끄덕이는 슈발츠에게, 에어리는 짖궂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 그나저나, 브리세이즈씨와는 무슨 이야길 했어요? "/에어리
" 보셨소? "/슈발츠
" 물론이죠, 브리세이즈씨 만한 미인은 여기서도 흔치 않다고요. 물론 그녀 자매들은 눈이랑 머리 색이 보통과 달라서 문제지. "/에어리
" 그러고보면 에어리도 머리는 금발인데... "/슈발츠
" 이거요? 마법이에요. "/에어리
에어리가 고개를 흔들어 보이자, 진한 갈색의 생머리가 찰랑거렸다. 그러고보니 이런 마법도 있었지. 위브적인 기예가 막혀 있으니 아마도 에어리가 모시는 신인 베어반의 신성한 권증 중 하나일 것이다.
" 퀘일이 금발인 쪽이 곡마단에서 일하긴 유리할거라고 가르쳐 줬어요. 이제 습관이 되어 금발이 아니면 어색할 정도지만... 어쨌든 원래 머리 색은 이렇단 말씀!... "/에어리
" 퀘일이 새장에서 구해줫다는 그 노움이었던가?... "/슈발츠
" 네, 그리고 베어반의 교리도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았죠. "/에어리
에어리는 잠시 그립다는 느낌으로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린 후, 다시 슈발츠쪽으로 주의를 돌렸다.
" 아무튼 지금은 눈보라가 치는 계절이니까, 내려가고 싶어도 봄까지는 여기서 식객을 하셔야 할거에요. "/에어리
" 당장 급할 일도 없으니 나야 좋소만. "/슈발츠
" 괜찮아요. 떠들썩할수록 좋은거죠. "/에어리
에어리는 윙크를 하며 돌아섰다.
곧 두르나와 비코니아가 돌아왔다. 그녀들과 함께 파티 뒷정리를 끝낸 후, 슈발츠는 손님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두르나가 궁금해 했기 때문에 슈발츠는 브리세이즈 자매들과 만난 일을 간략하게 줄여서 말해 주었다.
" 아니, 아바리엘들은 지금 사람을 생긴걸로 차별한다는거에요? 같은 아바리엘인데도? "/두르나
" 아아 언니, 아바리엘들은 원래 그런 족속이다. 잘난 맛이 지나쳐서 혈통주의로 가버린 거지. "/비코니아
" 에어리에게 들었었나? "/슈발츠
비코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슈발츠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팔을 껴안았다.
" 그보다 주인, 여기서 한동안 머물고 가실 셈이냐? "/비코니아
" 아아, 날씨가 좋아질 때 까지는 여기 있자꾸나. "/슈발츠
" 주인님은 막내에게 너무 후하세요. "/두르나
두르나가 여자다운 투정을 부리며 반대편의 팔을 끌어안았다. 양손의 요염한 꽃들. 그리고 문득, 슈발츠는 알루데시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러고보니 알루데시아는? "/슈발츠
" 마샤랑 놀아주고 있다. "/비코니아
마샤는 (슈발츠를 약간은 무서워하던)압델과 에어리의 큰딸이다. 그녀가 동물(특히 고양이)을 좋아한다는 이야길 들은 두르나와 비코니아가 밥값 대신으로 알루데시아에게 애보기 아르바이트를 시킨 것이다.
" 둘이 죽이 잘맞던데요. "/두르나
" 변신만 안하면 괜찮을 것이다. "/비코니아
잠시 후, 마샤를 태우고 손님방까지 찾아온 알루데시아는 만족한 눈치였다. 그리고 알루데시아의 [주인]인 슈발츠는 마샤랑 친해질 기회가 생겼다. 알루데시아의 등에 올라탄 채로 슈발츠의 앞까지 온 마샤는 그를 똑바로 올려다 보았다. 아이들은 종족을 불문하고 천진난만하고 귀엽다. 게다가 마샤는 하프지만 아바리엘이라, 그녀의 등에 돋아나 있는 작은 날개가 펄럭이는 것이 영락없이 작은 천사로 보일 정도였다. 그 천사같은 아이의 순수하기 그지없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마주보며, 슈발츠는 되도록이면 눈매를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 아저씨는 왜 그렇게 생겼어요? "/마샤
" 아저씨의 조상 중 한명이 드래곤이기 때문이란다. "/슈발츠
" 엄마가 까만 드래곤은 하얀 드래곤만큼 나쁘댔어요. 아저씨도 나쁜사람인가요? "/마샤
슈발츠는 고민에 빠졌다.
" 글쎄다, 악당이라면 악당일수도 있고... "
두르나와 비코니아는 뒤에서 악당이 맞지 않냐고 수군거리다가 들켰다.
" 하지만 아빠랑 엄마의 친구 아닌가요? "/마샤
" 그래, 친구의 친구지. "/슈발츠
" 그러면 괜찮아요. 우리 아빠는 영웅이거든요. 영웅의 친구가 악당일 리가 없어요! "/마샤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확신에 차서 자기 아빠가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녀의 모습은 눈부시기까지 했기에, 슈발츠는 약간 부러움을 느꼈다. 곧이어 알루데시아가 다시 마샤랑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서 대화는 끊어졌다. 이번엔 두르나와 비코니아까지 놀이에 가세했기 때문에, 손님방은 금새 시끌벅적해졌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슈발츠는 서재에서 가져온 책 중 하나를 집어 들고 창가에 앉아서 읽기 시작했고, 두르나들은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마샤와 알루데시아를 데리고 손님방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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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워보고 싶어요... "/두르나
" 아아, 정말 귀여웠다. 나도 그런 딸이 하나 있으면... "/비코니아
한참동안 마샤와 놀아준 후유증인지, 노예 두명이 모두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다. 물론 여자다운 일시적인 변덕일 것이다.
" 그래, 에어리가 하는 일들은 다 보고 배웠고? "/슈발츠
" 음? "/두르나들
" 우는 아이 안아서 달래기, 젖 먹이기, 똥기저귀 갈아 주기 말이야. 먼저 애 낳기는 덤이겠지. "/슈발츠
" 아... "/두르나들
그제사 흉기같은 갓난아이(에어리의 둘째, 시온)의 울음소리를 기억해 낸 두명은 잠시 조용해졌다.
" ...마법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두르나
" 마법으로 어떻게 되면 에어리가 저러고 있겠냐, 언니. "/비코니아
비코니아의 적절한 태클에 한동안, 정말 한동안 손님방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며칠동안 무위도식이 이어졌다. 외부로부터 계속 연락은 오고 있었지만, 슈발츠가 나서야 할 만한 급한 일들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슈발츠도, 슈발츠를 따라온 다른 노예들도 그지없이 느긋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다른 노예들은 두르나와 알루데시아와 비코니아가 주인님인 슈발츠를 독차지 하는 것에 대해 약간 불평을 했지만.
그동안 슈발츠는 브리세이즈 자매들과 꽤 친해져서 두르나와 비코니아를 소개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자매들에게서 다과 대접을 받고 돌아온 두명의 드로우는 손님방에서 가벼운 성적 유희를 즐겼다.
" 이야, 날개달린 엘프들도 괜찮더라. 언니. "/비코니아
" 그러게, 하지만 그 날개 말이야, 펄럭거려서 침대에선 좀 불편할거 같던데. "/두르나
문득 두르나는 슈발츠가 날개가 있던 시절을 기억해 내고 침울해졌다. 영문을 모르는 비코니아가 두르나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는 동안, 이제 완전히 마샤와 친해진 슈발츠는 알루데시아와 함께 그 소녀와 놀아주고 손님방으로 돌아가던 길에 에어리를 만났다.
" 마샤를 봐 주셔서 고마워요, 애가 어찌나 천방지축인지. "/에어리
" 우리 알루데시아를 좋아해서 다행입니다. 보통 애들은 겁을 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마샤는 장래에 대단한 인물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슈발츠
자식 칭찬에 기쁘지 않은 부모는 없다. 기분이 좋아진 에어리와 몆마디 더 나눈 후, 뛰어들어온 마샤를 에어리에게 맏긴 슈발츠는 손님방으로 되돌아 갔다. 금새 부활한 두르나가 반색을 했다.
" 아, 주인님. 돌아오셨어요? "/두르나
" 그래, 너희들도 재미있게 쉬었냐? "/슈발츠
" 네~ "/두르나, 비코니아
" 그러면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 "/슈발츠
이튿날부터 며칠동안 폭풍이 잠잠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들었기 때문에 이제 슬슬 움직일 때라고 생각한 슈발츠는 다시 여장을 꾸렸다. 물론 비코니아도 두말없이 따랐다. 아무래도 에어리와 깨가 쏟아지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압델을 확인하고 마지막 미련까지 떨쳐낸 성 싶었다. 짐을 싸고 있는 동안 저택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 브리세이즈? 어서와요. "/에어리
" 에어리, 환대에 감사해요, 다름이 아니라 슈발츠씨를... "/브리세이즈
" 무슨 일이오? "/슈발츠
브리세이즈는 좀 급한 눈치였다. 에어리가 눈치를 채고 자리를 비켜 주자 그녀는 슈발츠에게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 펜테실레이아가 붙잡혔어요! "/브리세이즈
" 무슨 말이오? 붙잡히다니? "/슈발츠
잠시 그녀를 진정시키는데 시간을 쏟은 후 슈발츠는 상황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브리세이즈의 동생인 펜테실레이아는 슈발츠와 처음 만났던 초소와의 연락을 책임지는 아바리엘 경비대 장교로, 일전에 슈발츠가 지나친 아바리엘 초소의 학살 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해 개인적으로 더 알아 보던 중이었다고 했다. 슈발츠가 마주쳤던 시체 더미들은 가까운 래쉬맨과의 무역 캠프에서 겨울을 날 생각이었던 [개방파]아바리엘 일가족과 초소 경비대 4명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 자체는 화이트 드래곤의 짓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슈발츠도 당장 그 장소에서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 그 일을 벌인 화이트 드래곤을 공격해 죽인 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비번인 시간을 이용해 짬짬히 화이트 드래곤의 살해자에 대한 추적을 하던 펜테실레이아는 지난 밤의 임무교대 시간에 화이트 드래곤의 습격을 받아 행방불명 되었다. 게다가 그녀의 구출에 책임이 있는 상급자인 아이아스는 지금 반역죄로 체포당해 펜테실레이아와 다른 행방불명자들에 대한 수색작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내가 알아보지요. 아니, 그보다는 그이에게 사태를 알아보라는 쪽이 좋겠군요. "
에어리가 나섰다. 슈발츠는 아니지만, 그녀는 아바리엘 사회의 일원이며, 게다가 제법 상위 귀족이다. 육아에 정성을 쏟느라 정청에서 열리는 재판에는 거의 참석하고 있지 않지만 참석할 자격 자체는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녀의 [남편]으로 인간이면서도 아바리엘 귀족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압델은 정청에 자주 출석하고 있었다.
" 압델은 아침 산책을 나갔었지? 내가 그를 찾아보지요. 그리고 정청까지 수행하는 걸로 하면 되겠구려. "/슈발츠
" 그래주시면 저야 고맙지요. "/에어리
에어리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여전히 수단이 좋은 여자라고 생각하며, 슈발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브리세이즈는 두르나들에게 맏긴 후, 그는 저택을 나왔다. 마침 아침 운동을 마친 압델이 현관을 통해 들어오며 슈발츠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 좋은 아침입니다. "/압델
" 좋은 아침입니다 압델. 그런데 우리는 가야할 곳이 생긴듯 하군요. "/슈발츠
" ? "/압델
에어리와 브리세이즈에게 번갈아 설명을 들은 후, 압델은 정청에 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유리강으로 지어진 장엄한 요새인 눈 독수리의 안식처 내부에서도, 정청은 인상적일 정도로 장엄한 아름다움을 가진 곳이었다. [날개 달린 어머니]에어드리 펜야의 신상을 중심으로 열두 개씩의 열주 회랑이 좌우로 뻗어 있는 신전을 감싸는 그리스식 반원형 극장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중심의 바닥보다 몆계단 높은 곳, 여신의 신상의 발치에 발표자를 위한 연단이 있었다. 그리고 신전의 지하는 죄수를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슈발츠 일행이 맨 처음 와서 갇힌 곳도 바로 정청의 지하였다.
" 맙소사, 오늘의 의제는 반역죄 재판인데, 의원 자격이 있는 아바리엘 귀족들은 반수도 안왔군요. "/압델
" 아예 연락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슈발츠
슈발츠는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위병에게 제지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압델이 제대로 해주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도 자기 나름대로 다음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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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더스 게이트의 펜측에서는 비코니아는 출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닐 것이다 하는 썰들이 오고갑니다만, 저는 출산 경험이 없을 것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왜냐면 이건 제 소설이니까요. 크하하핳...(맞는다)
하프-아바리엘에 대해 알려진 점은 거의 없습니다. 인간과 혼혈이 가능하다는 것은 에어리가 몸소 증명해준 바이지만, 날개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따져야 할테니까요.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에선 그런건 귀찮았는지 포대기에 싼 아이를 [아이템]으로 처리하는 엽기적인 짓거리를 저지릅니다만... 아무튼 저는 날개가 달린 쪽이 좋기 때문에 마샤의 등에는 날개가 있습니다. 완전한 아바리엘들처럼 날 수 있는가는 둘째 문제고... 일단 귀엽지 않겠습미콰!?
참고로 아바리엘의 수명은 다른 엘프들에 비해 무척 짧아서, 그들의 수명과 성장 사이클은 엘프의 그것이 아니라, [노움]의 그것을 따릅니다. -_-;... 이 무슨 해괴망측한... 아니 그보다 퀘일도 노움이지요. 수명이 같아서 동족인건가(개드립)?... 그나저나, 의외로 아바리엘과 노움을 잇는 끈이 또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