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1_12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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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恐皇) 5부 <새로운 시대> Part 1_12편

 


<11>


한편, 회의장에 들어간 압델은 자기 자리에 앉았다. 막 재판이 시작되는 참이었다. 재판장 석에 앉은 아퀼란과 파리스가 압델의 등장이 의외라는 듯 조금 놀라움이 섞인 눈빛을 보내었지만, 이내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재판을 시작하겠소. "


오라토르(Orator; 일종의 검사를 말한다) 역할을 맏은 쇄국파의 우두머리 파리스(Paris; 중립 악 아바리엘 남성 파 7)가 아이아스의 혐의 사항이 적인 파피루스 두루말이를 펼쳐들고 큰 소리로 읽어 내려가는 동안, 압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출석해 있는 귀족들 대부분은 [쇄국파]의 멤버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극도의 순혈주의자로, 그중에는 아직도 (외부자인)압델을 공공연히 꺼려하는 인물도 더러는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이아스는 꼼짝없이 사형일 것이고 화이트 드래곤의 손에 떨어진 펜테실레이아도 마찬가지 운명을 맞을 것이다. 압델은 애가 탔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스치는 번개같은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다.


" 잠깐, 이 재판엔 절차적인 문제가 있소! "


곧이어 압델은 델라토르(Delator; 일종의 변호사)가 없는 것을 지적했다. 델라토르는 스스로를 변호할 능력(말솜씨)가 없는 피고 측에서 지명하는 대리인 제도이며, 날개 달린 어머니의 신법(神法)에 기초된 아바리엘 시민의 권리였다. 이것에는 쇄국파 귀족들 중에서도 온건파에 속한 아바리엘들도 동조했다. 덧붙여, 아이아스가 델레토르를 지목할 때 까지 재판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까지도 즉석해서 가결되었다.


[쇄국파]의 두 머리 중 하나로 알려진(나머지 하나는 율리세스이다) 오픈 로드(Open Lord; 아바리엘 사회에서 차관급 관료)파리스는 마치 압델을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지만, 압델의 발언권은 확고했으며 그의 발언 자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었다.


아이아스는 생각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머리가 좋다고 알려지는 아바리엘들 입장에서 보면 과도할 정도로 우직한 축에 속하는 타입의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이끄는 [개방파]역시도 위험한 과격파로 여겨지고 있고, 그 인원수나 지위에 비해 정치적인 발언권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압델은 (자신의 출신으로 인한 문제도 있기에)지금까지는 중립을 견지했었다. 따라서 두 사람은 그리 친밀한 관계는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방금 압델에 의해 목숨을 구원받은 아이아스는 병사들에 의해 신전 지하로 내려가면서 옆으로 내려온 압델의 손을 붙잡았다.


" 오늘의 은혜는 잊지 않겠소! "


아이아스는 압델을 델라토르로 지명했다. 그리고 압델은 받아들였다. 그가 델라토르로써 요청한 신전 지하의 감옥에 수감된 아이아스와 다른 개방파 전사들에 대한 공식 면회는 몆시간 후에나 허용되었다. 여기에 슈발츠가 동행했다. 반색을 하고 맞이하는 아이아스에게 압델은 인사치례를 생략하고 일단 변호에 필요한 정황부터 묻기 시작했다.


"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압델


" 롬바르디아 계곡에 순찰조를 보내고 난 다음의 일이었소... "/아이아스


롬바르디아 계곡은 눈 독수리의 안식처 요새가 위치하고 있는 산 아래의 계곡으로, 요새 방어를 위한 요충지였다. 그곳에는 여섯개의 아바리엘 초소(거의 요새화된)이 있는데, 매일 아침과 저녁 두차례 여섯명으로 이뤄진 순찰조를 보내어 임무 교대를 시킨다. 결과적으로 한번 임무에 나가면 사흘 동안 여섯개의 초소를 돌고 나흘째 임무교대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임무 교대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걸로 예상하고, 아이아스는 부관(준 마샬)인 펜테실레이아에게 돌아오는 순찰조를 마중하도록 일개 분대(10 명)를 이끌고 성벽 밖의 초소에서 기다리도록 명령해 두고 자기자신은 다른 사무를 처리하러 요새의 군사 구역에 있는 집무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와중에 화이트 드래곤 하나가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일반보다 훨씬 거대한 덩치를 가진 드래곤의 공격에 의해 순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순찰조의 경비병 중 넷이 그 공격에 죽고, 펜테실레이아를 포함한 여섯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퀼란을 비롯한 수뇌부는 이것을 방어의무를 담당하고 있는 하이 마샬인 아이아스의 직무유기라고 간주했다. 그에게 가해진 탄핵의 사유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이것이었다. 거기에 평소에 쇄국파의 수장같이 나서는 파리스 등이 임시 귀족회의를 소집해(쇄국파 의원들에게만 돌린 연판장을 이용해) 탄핵을 걸어 온 것이다.


그리고 펜테실레이아에 대한 구출 작전이 미뤄지는 것에 속이 탄 브리세이즈(그녀도 일단은 [쇄국파]라 정보가 빨랐다)가 당황한 상태에서(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 거의 없었던 그녀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슈발츠를 찾은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아이아스까지 목숨을 건지게 된 셈이지만 마직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 화이트 드래곤? 상당한 우연의 일치군요. "/슈발츠


" 무슨 말씀이오? "/압델


슈발츠는 자기가 오던 길에 [만난]초소의 사건에서부터 시작해서 그간의 정보를 쭉 설명했다. 압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화이트 드래곤이 우리의 초소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습격한 거라면, 분명히 어딘가 내부에서 정보가 샌거요. "/압델


" 그 드래곤의 시체를 다시 한번 찾아보고 와야겠는데, 그게 가능하겠소? "/슈발츠


일반적으로 눈 독수리의 안식처의 위치는 비밀이다. 손님에게도 그것은 예외가 없다.  처음 체포되어 오는 동안의 슈발츠와 두르나에게도 그점은 한결같았다. 방향을 알 수 없도록 눈보라가 치는 구름을 뚫고 높은 하늘까지 올려진 다음 데려와진 것이다. 따라서 보통 외부인이 요새를 나갔다 오려면 안내가 필요했다.


물론 슈발츠 쯤 되는 존재에게 있어 그런 장애는 별거 아니다. 직접 왔다갔다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마도 돌아올때 문제가 생길 것이다.


" 그건 아마도 경비대와 협의해 보는 것이 좋겠소. "


.
.
.


" 안되오. "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지만, 임시로 하이 마샬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마샬 시슈발 음쉥(Sysuval Umsaeng; 질서 중립 아바리엘 파 6)은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칼에 끊어버린 것 치고는 박력이 좀 약했다. 압델이 나서서 이래저래 구슬린 후에, 슈발츠 혼자만(즉, 두르나들은 남고) 병사 두명을 안내 겸 감시로 붙이는 조건으로 사건의 초소를 다녀오는 것이 허용되었다.


" 절대 돌출행동을 하는건 삼가해주시길 바라겠소. "/시슈발


" 되도록이면 그럴거요. "/슈발츠


시슈발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슈발츠는 아바리엘 병사 두명과 거인 독수리 하나의 호위(?)아래 요새를 나서서 그가 처음 펜테실레이아들에게 체포당했던 외곽 초소로 향하게 되었다.


" 시체는 치워진 거요? "


아바리엘 시체들이 수습된 것은 수긍이 가는 일이었지만, 드래곤의 시체까지 없어진 사실을 발견한 슈발츠는 동행한 경비 중 하나에게 물었지만, 그들은 정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슈발츠는 절벽을 타고 내려가면서 드래곤이 부딛쳤던 자리에서 비늘이 붙은 살가죽 조금을 입수할 수 있었다. 붙어 있던 비늘조차 닭아 빠진 그 살조각은 마치 오래전에 죽은 뱀의 가죽 같았다.


문득, 슈발츠는 지금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드래곤도 언데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가 예전에 상단 사무와 연관해 교류가 있었던 [컬트 오브 드래곤]이라는 조직은, 다른 무엇보다 드래곤들을 드라코리치(Dracolich; 드래곤의 언데드 형태)로 만드는 일에 걸신들려 있는 집단이었다.


만약 슈발츠가 발견한 것이, 아바리엘 집단을 공격하고 나서 미쳐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은체 하고 있었던 드래코리치라면, 이 바싹 마른 가죽에 대한 의문이 설명된다.


또한 엘프들은 환상마법에 능하다. 그리고 무척 당연하지만, 엘프들에게 마법을 가르친 드래곤들은 엘프들보다 더 마법에 능하다. 물론 미스트라의 죽음 후로 찾아온 전 세계적인 백파이어 때문에 위브적인 기예는 사용할 수 없지만, 드래곤들 중에서도 신을 모시는 클레릭은 있다. 무언가의 강력한 환상이 슈발츠의 눈 조차 속이고 이미 오래 전에 죽어 바싹 마른 드래곤의 시체를 죽은지 얼마 되지 않는 싱싱한(?) 시체로 바꾸었던 것이다.


" 흠... 정말로 이 자리에서 날아 올랐군. "


드래곤이 자빠져 있던 바위에는 희미하지만 발톱 흔적이 남아 있었다. 드래곤도 비행하기 위해서는 발돋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흔적이 남는 것이다.


바위 위에 남은 것은 슈발츠가 아니라면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고 희미한 흔적이었다. 일반적인 드래곤보다 훨씬 체중이 가볍다는 증거다. 이 또한 드래코리치일지 모른다는 슈발츠의 추측을 확신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지게 하는 점이었다.


이쯤에서 슈발츠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바위 위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아바리엘들의 군사기밀을 아는 화이트 드라코리치. 그리고 습격을 빌미로 한 [개방파]에 대한 구금과 반역죄 재판. 그것들은 얼핏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였지만,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정치적인 이득이라는 끈.


소위 [적대적인 동거]라는 이론이 있다. 적인 두 집단 내부에서도 서로에 대한 강경파들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적절한(결코 결정적이지는 않은) 적대행동을 적절한 시기에 취해 줌으로써 상대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시켜 주고, 그것이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도 강화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에 비교해 보자면 모든 아바리엘들에게 화이트 드래곤은 적이지만, 드래곤들의 직접적인 위협은 단기적으로는 아바리엘 중 쇄국파의 주장을 더 강화하게 된다. 그리고 안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 정적을 제거하는 작업에 안성맞춤의 대의명분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뒷거래. 그것을 노리고 정보를 일부러 유출시켰다면, 뒷거래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 진흙탕이군... "


슈발츠는 팔장을 풀고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드래곤 형태의 슈발츠의 모습에 적응이 안되는 듯 불신이 가득한 시선을 향하고 있는 아바리엘 병사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 경비병들이 공격당한 장소를 방문해도 되겠소? "


이미 외출한 김의 일이라고. 두명을 적당히 구슬린 후, 슈발츠는 아이아스가 압델에게 말해줬던 롬바르디아 계곡의 경비조 피습 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아직 얼어붙은 핏자국이 선명한 바위터 위에서 드래곤 습격의 흔적을 조사한 후 슈발츠가 내린 결론은, 처음 초소를 습격했던 놈과 같은 놈이라는 것이었다. 이 [일치]가 의미하는 바는 의미심장한 것이다. 추정이 확신이 되는 증거이니. 그는 텔레파시로 두르나를 호출했다.


[두르나야]


[네 주인님]


노예들이 필요한 지시사항들을 전달받은 후, 비코니아는 에어리 곁에 남고 압델에게 가는 호위병 겸 전언자 역할을 맏은 두르나가 정청으로 향하는 동안, 오랜만에 매로 변한 알루데시아는 슈발츠 곁으로 날아왔다. 그녀가 어께에 내려앉고 나서, 슈발츠는 다시 자신의 감시역으로 따라온 병사들을 데리고 계곡 아래로 이어진 흔적을 따라 이 화이트 드래곤을 추적했다.


습격당한 당시의 정황을 바탕으로 슈발츠가 내린 추정은 시체로 발견된 두명 외의 병사들이 별달리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슈발츠는 발견한 정보를 따라온 병사들에게 알려 주었다. 이제까지는 무척 비협조적이었던 그들도 잡혀간 동료들을 혹시 찾을 수(그리고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가 눈에 보이게 되자 군소리 없이 슈발츠를 따라왔다.


전술적으로 말하자면, 슈발츠는 함정을 깔아놓고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공격 전법에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실력은 지나칠만큼 충분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습격이 있는 후로 이미 하루가 지났다. 화이트 드래곤(혹은 드라코리치)이 벽장식으로 삼으려고 아바리엘을 잡아간 것은 아닐 것이다.


보통 화이트 드래곤의 거처는 지상으로 나가는 입구와의 거리가 먼, 깊게 얼어붙은 동굴이다. 그리고 드라코리치가 되어도 습성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계곡 끝자락에 깎아지른 절벽이 좌우로 둔 얼어붙은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절벽 바닥 근처에서 무언가에 심하게 쓸린 자국을 발견한 슈발츠는, 결국 그 근처에서 얇은 얼음과 환상으로 가려진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굴의 출구 역시 지속적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출입하면서 쓸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 드래곤이 드나든 흔적이 분명해 보이는군. "/슈발츠


" 우리 세명으로... 들어갑니까? "/병사 A


슈발츠가 들어가려는 것을 지켜본 병사 중 하나가 머뭇거리며 물어 왔다. 그도 용감한 축에 속하긴 했지만, 겨우 세명으로 드래곤의 둥지로 쳐들어가는 것은 무모해 보이기 때문이다.


" 흠... 지원군을 불러올 수 있겠소? "/슈발츠


" 물론입니다. 이정도 굉장한 발견이라면, 결코 마샬(시슈발을 말함)님이 외면하시지 않을 겁니다. "병사 B


신도 마왕도 두들겨 쓰러트린 전력이 있는 슈발츠는 물론 드라코리치를 그 본거지에서 상대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본 실력을 너무 드러내는 것도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결국 이것은 슈발츠 자신보다는 아바리엘들의 문제다. 그는 알라메인(병사 B)이라는 이름의 아바리엘 병사를 요새로 보냈다. 그리고 엘(병사 A)이라는 이름의 병사에게는 동굴 입구의 정황을 살피며 지원군을 기다리도록 지시해 두고 그 자신은 정찰을 겸해 먼저 동굴 안으로 숨어들었다.


동굴의 입구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슈발츠는 기계식 함정(용수철 방식으로 독침을 발사하는)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선악을 초월하여, 드래곤들은 기계장치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기계식 함정 역시 마찬가지다. 드래곤의 둥지에 기계식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면 결론은 하나다.


동굴 안에 드래곤 말고도 드래곤과 협조하는 누군가 있다.


다시 한번 슈발츠는 컬트 오브 드래곤을 떠올렸다. 그는 함정을 소리없이 부순 후, 뒤따라 올 아바리엘들을 위해 표시를 해 두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 이거 굉장한걸... "


처음엔 자연동굴로 시작했지만 곧 버려진 드워프 광산으로 보이는 동굴 구조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넓었다. (아마도 드래곤이 드나들)거대한 수직 갱도를 중심으로 직선과 곡선이 뒤섞인 복잡한 통로들이 여러갈래로 얽혀 있었고, 입구 역할을 하는 자연동굴과도 여기저기에서 얽혀 있어 마치 미로같았다. 일반적인 통로는 말할것도 없고 자연 동굴로 보이는 곳곳에 (되도록 표 안나게)손을 댄 흔적이 있었고,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함정이나 매복조(주로 고블린들)가 있었다. 함정도 함정이지만 고블린들의 장비도 그들 스스로는 만들기 힘든 제법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이었다. 슈발츠는 매복조는 되도록 조용히 처리하고, 함정은 부수며 천천히 수직 갱도를 따라 내려갔다.


팍!...


거의 바닥에 가까웠을 무렵 뒤통수에 단검이 꽂힌 채 비명도 못지르고 쓰러진 고블린 경비를 끌어당겨 후미진 곳에 던져넣은 후, 슈발츠는 마침내 거대한 석판으로 이뤄진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열 수 없는 무게를 가진 그것은, 아마도 드래곤의 침실 겸 보물창고를 다른 구역과 가려 나누기 위함일 것이다. 그 증거로 석판 앞에는 지키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고블린들 같은 것들은 석판을 여닫는 틈을 타서 숨어드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아예 얼씬도 못하게 한 것이다.


석판 문을 여닫는 일 자체는 슈발츠도 어렵지 않지만, 그는 주변에 있을 아바리엘 지원군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아바리엘 포로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둥지에 포로를 가둬두는 공간을 만든다면 아마도 드래곤의 감시의 눈길이 미치기 좋은 장소 - 즉 보물창고 근처 -일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이치에 맞았다.


슈발츠의 귀에 무언가 외치는 소리가 잡힌 것은 막 서쪽으로 방향을 잡은 시점이었다. 이어진 통로를 타고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분명히 고블린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체 없이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방향을 돌렸다.


비명소리와 외침 소리가 들려온 곳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슈발츠의 예측대로 석판 문에서 몆걸음 떨어지지 않은 오래도니 갱도 전체가 감옥이었기 때문이다. 창살 너머로 상처투성이(아마도 고문을 받은 듯한)아바리엘 세명이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것을 찾아냈다. 하지만 거기엔 펜테실레이아는 없었다. 감옥에서 시선을 돌리자 복도 끝의 철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비명소리는 그 안에서부터 울려 나오고 있었다.


" 캙캙캙... 늦든 빠르든... 우리 주인님께서 네놈들의 유리 새장을 박살낼 것이야, 그러니 포기하시지. "


" 절대!... 네놈들 따위에게... 끄아아악!!.... "


아바리엘 여성의 비명소리였다.


슈발츠의 어께에서 내려온 알루데시아가 인간 형태로 변해서 무장을 갖추는 동안, 슈발츠의 시선은 철문 너머의 정황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조금만 집중하면 두꺼운 석벽을 통과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바리엘 포로로 보이는 형테가 둘, 그리고 고블린 고문관으로 보이는 형체가 하나, 철문 바로 앞에 서 있는 고블린 경비로 보이는 형태가 둘... 슈발츠는 손에서 빛의 칼을 꺼내 들었다.


웅웅웅...


슈발츠의 손에서 뻗어 나온 [검은 빛]의 칼이 비추는 곳에서 빛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초월적인 광경을 내려다보며, 슈발츠는 목을 좌우로 꺾어 보았다. 손 안에서 분명한 힘으로 진동하고 있는 [그분의 선물]. 지금이 그것의 구체적인 위력을 확인할 때였다.


콰앙!


" 캐액!... "


" 크악!... "


슈발츠의 무지막지한 발차기에 맞은 철문이 넘어지며 그 건너편의 고블린 경비들을 깔아 뭉갰고, 그다음 슈발츠의 손에서 뻗어 나온 빛의 칼이 막 고문용 의자 위에 붙박힌 아바리엘 포로의 이빨을 뽑으려고 집게를 들고 있던 고문간의 모가지를 깨끗하게 잘라 버렸다. 줄어든 빛의 칼을 회수한 슈발츠는 철문에 깔려서 버르적거리는 고블린들의 모가지도 철문과 함께 두동강 내 준 후, 형틀에 묶인 포로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심한 상처를 입고 있는 포로들 사이에서 펜테실레이아는 없었다.


" 펜테실레이아는? "/슈발츠


" 부...부대장님은... 드래곤에게... "/아바리엘 포로


기다려 줄 생각 같은건 애저녁에 사라져 버렸다. 알루데시아가 감옥의 포로들을 구출하도록 조치한 후, 슈발츠는 그대로 왔던 길을 돌아가 석판 문 앞에 이르렀다. 다시 그의 손에서 검은 빛이 번쩍인 후, 석문은 소리도 없이 두조각으로 잘라졌다.


드드드드드....쿠웅!!!...


지하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석문이 쓰러졌다. 자욱한 흙먼지 너머로, 막 인간 형태에서 드래곤 형태로 변하는 하나의 거대한 하얀 형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다. 이전엔 속았지만, 슈발츠는 곧 그 환상 너머로 반쯤 썩고 얼어붙은 창백한 드라코리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화장을 이쁘게 했군. "/슈발츠


" ? "/드라코리치


슈발츠의 눈은 재빨리 드라코리치의 [내실]을 훝었다. 한참 높은 천정에 가까운 벽 너머의 수정 새장에, 수정으로 만든 새장에 발가벗겨진 펜테실레이아가 갇혀 있었다. 그의 시선의 방향을 눈치 챈 화이트 드라코리치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새장을 손에 넣으려고 했지만, 슈발츠의 손이 더 빨랐다.


팟!...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슈발츠의 손에서 뻗어 나간 [검은 빛]이 드라코리치의 뿔 하나를 소리없이 잘라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그리고 그 공격은 드라코리치의 움직임을 봉했다. 거기까지 한 후, 슈발츠는 입가를 말아 올렸다.


" 실례했군. 자기 소개가 좀 늦었어. 내 이름은 야크트 슈발츠라고 하네. "/슈발츠


" ... 크로그래그 바주르(KroGreg Bahjor; 혼돈 악 화이트 드라코리치 HD 31)이다. "/화이트 드래코리치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놀라움에서 회복한 크로그래그 쪽에서 먼저 운을 뗐다.


" 반쪽 용이여, 단신으로 함정과 경비를 뚫고 내 둥지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입해 들어오다니 용기는 가상하다만... 네놈은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


탁... 타닥...


드라코리치의 눈이 붉게 빛났다. 그리고 슈발츠의 등 뒤, 곧이어 내실의 바닥 전체로부터 해골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그 해골들은 그 화이트 드라코리치에게 죽은 모험자들의 잔존물일 것이다. 저마다 생전에 쓰던 무기를 손에 든 그것들은 일반의 모험자들에게는 대단한 도전일 것이지만, 슈발츠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 겨우 이따위 재주로 내 앞에서 재롱을 떠는게냐? "


크로그래그는 슈발츠의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무언가 알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진동]이 내실 전체를 채웠다.


" 뭐야... 아무일도 없... "


크로그래그는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자신이 불러일으킨 해골들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으며, 심지어는 그 자신도 슈발츠의 타오르는 수은 덩어리 같은 시선 아래서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곧이어 드라코리치가 일으킨 해골들이 서로를 쳐서 부수는 동안, 슈발츠는 크로그래그의 꼬리부터 차근차근히 밟고 그 머리 위로 올랐다.


" 이런... 말도 안되는... "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입 뿐. 크로그래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슈발츠는 입가를 말아 올렸다.


" 언데드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은 네놈만이 아니야. "/슈발츠


" 하... 하지만 어떻게 나까지?... "/크로그래그


" 나는 너같은 놈을 잡아서 죽이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거든.  "/슈발츠


워더의 가르침에는 언데드를 제압하는 비결도 포함되어 있다. 그 워더의 비전을 가르쳐 준 바하무트 천연덕스러운 얼굴이 떠오른 슈발츠는 빙그레 웃었다. 막 새장의 자물쇠를 부수고 사슬을 끊은 후, 슈발츠는 펜테실레이아를 새장에서 꺼내서 공주 안기로 안았다.


" 아... 으으... "


펜테실레이아는 슈발츠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텅 빈 채 마치 백치같은 모습이었다.


" 그녀에게 뭔 짓을 한거지? "


크로그래그는 슈발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 했지만, 직후에 전신을 죄어 비트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직격했다. 기천년을 살아온 그로써도 사상 처음 맛보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 그아아아... 제, 제발... "/크로그래그


" 니 죽은 몸뚱아리에 물어봐도 되는데, 내가 자비심이 남아있을 때 불어라. "/슈발츠


막 크로그래그의 시선에 침전 입구로 달려오던 고블린 경비들이 알루데시아의 화려한 글레이브 솜씨 아래 도륙당하는 광경이 비쳤다. 그래도 크로그래그가 버티는 것을 본 슈발츠는 펜테실레이아를 안은 그대로 드래코리치의 머리에서 뛰어내린 다음, 알루데시아에게 펜테실레이아를 넘기고, 드래곤의 내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 성구함이 어디쯤 있을까나?... 오, 요기 있네. "/슈발츠


" 흐악!... "/크로그래그


일반적으로 리치의 성구함은 두가지 방식으로 숨겨진다. 하나는 리치가 있는 장소에서 따로 떨어진, 잘 경비된 밀실에 숨겨지는 것이다. 이 방식의 단점은 그 성구함의 위치가 발각되면 리치 자신과는 상대도 안될 허접쓰레기에게도 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차피 가장 강력한 전투원일 리치 자신의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장소에 놓아두는 것이다. 물론 이 방식도 단점은 있다. 리치 자신이 당해낼 수 없을 정도의 상대를 만나면 재기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슈발츠는 이 드라코리치가 고블린이나 언데드 따위를 신뢰할 리 없으니 아마도 후자일 것이라 추측했고, 그 추측은 맞았다.


" 룰루랄라... 이거 재미있군. "


휘리릭...


슈발츠는 찾아낸 드라코리치의 성구함을 들어올려 한 손가락으로 받친 후 균형을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드라코리치의 전신이 파랗게 질리는 것도 꽤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인간 리치와 마찬가지로 드라코리치도 성구함에 영혼이 보존되며, 그것이 파괴되면 극도로 약화될 뿐더러 결코 부활할 수 없게 된다. 명백한 패배와 고통에도 굴하지 않았던 드라코리치도 이것에는 굴복했다.


" 영, 영혼 보석에 그녀의 영혼을 넣었다. 제발!... "/크로그래그


" 그 영혼 보석은 어디 있지? "/슈발츠


" 그...그걸 말하면 살려주겠느냐? "/크로그래그


" 이것도 돌려주지. "/슈발츠


그리고 잠시간의 설왕설래 끝에, 슈발츠는 크로그래그가 일단의 습격을 주도했으며, 성 내부에 그의 끄나풀이 있다는 자백을 받았다. 다만 슈발츠의 기대와 달리 크로그래그도 자신과 접촉한 아바리엘이 누군지는 알지 못했다. 기천년을 살며 잔뼈가 굵은 웜급의 화이트 드래곤 드라코리치의 눈초자 속일 수 잇는 실력자라는 이야기다.


" 크르르... 이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반지(영혼 보석이 달린)와 그의 성구함을 교환했다. 슈발츠야 물론이지만, 크로그래그도 지극히 의외적인 정직함으로(절반은 공포에 질린 덕분이기도 하지만) 약속을 지켰다.


" 이 굴욕은 언젠가 갚고 말것이다!!... "/크로그래그


" 아아, 네놈이 가능하다면야, 언제든지. "/슈발츠


드래곤의 거체가 수직 갱도를 따라 날아오르는 동안, 슈발츠는 드래곤의 영혼 보석을 펜테실레이아의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곧 그녀의 붉은 입술로부터 생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눈에도 총기가 돌아왔다.


" 아... 아악!! 그만해!... "/펜테실레이아


" 정신이 들었군. 이보시오, 나라고. "/슈발츠


영혼이 되돌려진 직후 끔찍한 공포로 발버둥치던 펜테실레이아는 곧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슈발츠의 품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발가벗겨진 것도 잊은채 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내 동료들은!?...  "/펜테실레이아


" 다죽어가기는 하지만, 목숨은 붙어 있습니다 대장... "/아바리엘 포로


막 서로를 부축해 감옥을 빠져 나온 포로들이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본 펜테실레이아는 그제사 자신의 몸을 스치는 찬바람을 느꼈다. 시선을 내린 그녀는 당연하지만 크게 놀랐다.


" 악!!... 이게 뭐야!? "/펜테실레이아


" 드래곤의 악취미지... "/슈발츠


" 앗, 슈발츠씨?.. 꺄악!! 보지 말아요!... "/펜테실레이아.


" 부끄러워 하는 타이밍이 좀 늦은듯... "/아바리엘 포로


곧 감옥 옆의 초소에서 자기들의 무장을 되찾은 아바리엘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슈발츠의 안내를 받아 동굴을 빠져 나왔다. 그 와중에 알루데시아는 다시 매로 변해 압델의 집으로 되돌아 갔다.


"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위업을 이룩하게 될것이다. 동료들을 구하고, 화이트 드래곤을 물리친다. 아바리엘 전사로써 더없는 명예로 그대들의 이름은 날개 달린 어머니의 전당에... "


막 일행이 동굴 입구를 나섰을 때, 시슈발의 장황한 연설에 모인 병사들이 지루해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왜 안오나 했더니... 여기서 대체 뭘하고 있는게요? "/슈발츠


" 헛? "/시슈발


시슈발은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동굴 입구에 세워두었던 엘이란 이름의 병사가 잽싸게 대열에서 벗어나 슈발츠가 구출한 포로들이 동굴 입구를 빠져나오는 것을 도왔다. 놀라워하는 아바리엘들 앞에서 슈발츠는 상황을 대충 둘러댔다. 화이트 드래곤이 없는 틈을 타서 고블린 경비들을 처리하고 포로들을 빼낸 것으로 이야기가 매듭지어지는 동안, 그가 데려온 병사들은 펜테실레이아가 부하의 보복을 하러 내려가려는 것을 몆번이나 말려야 했다.


비록 방어를 돌파당했다 해도 드래곤이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데 굴에 들어가는 것은 무모한 일일 것이다. 아바리엘들은 감시를 위한 척후병만 남겨 두고 철수하기로 했다.


" 슈발츠씨는 나와 내 부하들의 생명의 은인이에요.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거에요! "/펜테실레이아


" 그건 일단 도시로 돌아가서 이야기 하지요. "/슈발츠


펜테실레이아가 슈발츠의 옆에 딱 붙어 날면서 그를 우러러보는 동안, 일행의 시야에 눈 독수리의 안식처의 유리강 성벽이 들어왔다. 미리 전언으로 연락을 받은 헬레네들이 성문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문을 당한 병사들이 치료를 위해 사원으로 후송되어 가는 동안, 자매들은 서로를 부르며 달려나갔다.


" 펜테실레이아! "/헬레네 이하 자매들


" 언니들, 동생들! "/펜테실레이아


한동안 격렬한 포옹을 나눈 후, 자매들은 저마다 슈발츠에게 고개를 깊숙히 숙여 감사를 표했다.


" 우리 자매를 다시 되찾아 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헬레네들


자매들 모두, 심지어 약간 슈발츠를 무서워하던 카산드라까지도 슈발츠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동안, 다른 아바리엘들이 펜테실레이아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그녀를 신전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압델과 두르나가 도착했다.


압델의 얼굴을 본 슈발츠는 자매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그녀들을 돌려보냈다. 아직 진정한 해결은 나지 않았다.


.
.
.


슈발츠가 드라코리치를 턴언데드 한것은 당연하지만 바하무트의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하핳...(리치도 아니고 드라코리치를 턴하다니, 그게 가능하단 말이지). 실제로 한 40레벨쯤 되면 드라코리치 따위 쉽게 턴 할수 있어요(맞는다. 아주 많이 맞는다)!


그리고 시슈발 음쉥의 경우, 네이버3 회원이신 음쉥옹의 찬조출연 되겠습니다. 이분의 일장 연설에 대해서라면, 군대에 가도, 학교에 가도, 직장을 다녀도, 꼭 조회 길게 하는 양반들이 있지요...(먼산)


음쉥옹이 그렇다는건 아님돠, 어디까지나 이 소설 안의 시슈발 가문의 음쉥이 그렇다는 것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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