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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영웅-(부제: 로얄 블러드) - #10 섭외노트

 
-드르륵~

 

드골이 나간 뒤, 란셀롯은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한 권의 노트를 꺼내들었다.

 

-팔락 팔락

 

아무 것도 겉표지에 적혀있지 않은 거기 안에는 요새 안의 병사들에 대한 신상명세와 프로필이 세세히 적혀있었다.

 

수다쟁이이자 성경험이 많은 하녀 로제타,
음식솜씨가 좋지만 스스로의 비만은 언제나 걱정인 주방장 호튼,
고향에 노부모를 놔두고 온 효자 병사 랜드,
서른 하나의 노총각인 나뭇꾼 잭....

 

무려 요새 안의 대부분과 그 가족들에 대한 정보들이 들어있었다.

 

"오늘은 잭을 만나봐야 할 시간인가?"

 

그는 메이리를 통해 하녀들과 일꾼들 사이에 퍼지는 소문이나 병사,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서 이 한 권의 노트로 엮어두었다.
이는 전부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역시 메이리는 순진해서 이용해먹기가 편해. 또한 아무도 그녀를 경계하지도 않으니 금상첨화지.)

 

메이리는 그녀 자신도 모른 체, 란셀롯의 정보책이 되어서 활동해주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침대에서 무료하게 보내는 란셀롯을 위해 수다를 떨어주는 것 뿐이지만, 그런 사소한 정보들을 수집, 정리, 가공하여 란셀롯은 그에게 필요한 정보로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가치있는 정보로 만든 것을 가지고 란셀롯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모르는 것은 최대한 관심을 가져주면서, 대화를 자연스럽게 풀어갔던 것이다. 그런 후 대화를 햇던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구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식으로 관심을 가져주니 자연히 그의 인기는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란셀롯님은 미천한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고 있어."
"역시 왕자님은 우리들에게 꼭 필요하신 분이야."
"저런 분이 왕이 되신다면 진정으로 국민들을 생각하는 선왕이 되실 수 있을텐데..."

 

사람들은 란셀롯에 대해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은 별다른 의심도 사지를 않았다.
그는 그리 대단한 것을 구해주는 것이 아닌 사소한 것을 자주 구해주고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웃기게도 대단한 것을 들어주는 사람보다는 근처에서 자주 그리고 사소한 것들을 도와주는 이들에게 더 큰 믿음을 보내더군.)

 

오히려 너무 큰 소원을 들어주는 이에게는 부담감과 함께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은 란셀롯은 최대한 사소한 것들을 들어주면서 마음의 빚을 쌓아두었다.

 

(물론 그 뿐이 아니지.)

 

모든지 너무 과하면 체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란셀롯은 부담감만을 주지 않고, 다시 자신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부탁하였다.

그의 부탁을 받은 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그를 도우려고 하였으며, 도움을 주지 못할 경우 자신이 아는 이들을 소개시켜주며 어떻게든 그의 도움이 되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런 식으로 인맥을 쌓아가자 단 3달 만에 옛날의 붉은 매에 속했던 이들 뿐 아니라 광휘의 메르체트단의 주요인물들과도 친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곁에 두는 법을 몰랐었지.)

 

그것은 전부 바로 로렌조를 따라다니며 느낀 비결이었다.
로렌조가 바로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히 다가가 최대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이런 간단한 이치조차 몰랐다니 나는 한참 미숙했었군.)

 

지난 날을 생각하자 란셀롯은 쓴웃음을 나왔다.
제 아무리 그 스스로가 대단한 재능을 가진 천재라 할 지라도 혼자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었는데, 지난 그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그래서 패했지만.)

 

란셀롯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잇는지를 어림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되자 다시는 패배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너무 재미있군.)

 

겨우 작은 마음의 변화만으로 사람들이 그를 이전보다 더욱 따르고 되려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고자 하자 절로 광소가 흐를 뻔 했다.

 

(현재까지 내가 친분을 가진 이들은 원래 목표의 9할 정도.)

 

사람들은 일일히 명령만 내리는 윗분들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들을 배려해주는 인물로 란셀롯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다.)

 

란셀롯은 사악한 미소를 씨익 그려보았다.

 

강아지를 본 적 있는가?
강아지는 인간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맹목적으로 자신에게 안겨오는 강아지를 인간들은 좋아한다.
애교를 부리며 자신에게 충성을 해오는 강아지를 싫어하는 이들도 드물다.
강아지는 서서히 커서 개가 되고 주인인 인간의 집을,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지켜려고 하고 또한 주인을 지키려고 한다.
개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는지 말이다.

 

그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친근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계기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것을 해결해주고, 그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것.
그리고 전폭적인 신뢰와 관심을 가지고 친근함을 내보이며 다가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들의 관심과 친밀함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었다.

인간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까지 바치는 법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자신만의 충견들로 길들이고 있었다.
믿음을 주고 받는 그만의 충견들로 말이다.

 

(이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늦었을 것이오. 로자리아 왕녀.)

 

란셀롯은 감시자를 붙여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던 로자리아를 생각하며 짖궂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로자리아 왕녀가 애써 만들어놓은 메라체트 군의 절반은 이미 그에게 호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고 흔들리고 있었다.
서서히 그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란셀롯의 인간미와 카리스마에 회유가 되어버릴 것이다.

 

(나를 의심해본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지만 나 역시 그대의 행동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지.)
 
그는 이미 자신을 감시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는데 그건 전부 그의 경이적인 관찰력 때문이었다.
그에게 붙은 감시자는 기척을 완전히 감출 수 있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동화라고 부를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은신술.
그 감시자는 그런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은신을 펼쳤지만 안타깝게도 너무나 완벽했다는 점이 실수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나무 위에 숨은 것이 오산이었지.)

 

나무의 잎사귀는 끊임없이 바람에 흔들리게 되어 있다.
다른 때였다면 나무 위로 숨어서 지켜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겠지만 란셀롯에게는 큰 실수일 뿐이었다.
관찰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란셀롯은 나무의 잎들이 일부분 흔들리지를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위화감을 통해 누군가 자신에게 감시자를 붙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감시자를 보낸 이가 누구인지도 바로 예측할 수 있었다.

 

(사실 날 의심할 만한 이는 한 명 뿐이지만.)

 

요새 안에서 그를 의심하고 경계할 이는 로자리아 왕녀 밖에 없었다.

란셀롯은 감시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를 통해 왕녀에게 잘못된 역정보를 주도록 유도를 하였다.결국 왕녀는 그를 통해 란셀롯의 의도대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란셀롯은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 분해할 로자리아 왕녀를 상상해보았다.

 

-찌릿 찌릿

 

왠지 모르게 관심있는 여자애를 난처하게 하고 기뻐하는 얕궂은 악동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어 짜릿했다.

 

"카렌이 돌아오는 건 일주일 후. 그때까지 최대한 많이 사람들을 포섭해보기로 할까?"

 

란셀롯은 자신의 노트에서 요새의 모든 벌목을 책임지고 있는 나뭇꾼 잭에 대한 신상명세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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