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 16
문이 열리고 현지가 병실 안쪽으로 들어왔다. 현지가 병실에 들어서자 침대앞에 앉아있던 남자가 병실로 들어오는 현지를 돌아보고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어?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좀 더 쉬다오지 않고?? 』
현지가 남자를 향해 가볍게 웃어보이며 말하자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지가 최형사님이라고 부르는 남자.. 기숙사사건이 있던 날 선영과 함께 처음으로 과사무실에서 본 남자이고 그 이후로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그 남자형사였다.
『그럼.. 미안하지만... 동생분이 오실때까지만 부탁 좀 할게.. 』
자리에서 일어난 최형사가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병실문쪽으로 걸어갔다. 문의 손잡이를 잡은 최형사가 곧바로 문을 열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는듯 하더니 현지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 현지야.. 』
갑작스러운 최형사의 질문에 현지의 머리속에서 순간적으로 지후의 모습이나 얼굴보다는 지후를 마지막으로 본 클럽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기억에 현지는 얼굴을 조금 붉히고 당황한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그렇게.. 친하지는.... 그런데 선배는 왜...? 』
현지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는듯 하던 최형사는 머리를 가로저으면서 하려던 말을 거두고 병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최형사님이 지후선배는 어떻게 아는 걸까? 그리고 왜 갑자기.... "
최형사가 지후에관해 물어보는 것이 의아스러워 최형사가 나가고 닫혀있는 병실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현지가 몸을 돌리고 침대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병원침대의 시트위에서 이불을 덮고 눈을 감고 있는 선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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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밤...
현지가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을때 현지는 실오라기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 주위에는 미이라와 같은 시체 두 구와 죽은듯이 누워있는 남자 하나가 있었다. 현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무슨 일을 당하고 있거나 한것은 아니었지만 죽은듯보이는 남자와 같이 벌거벗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욱신거리며 쑤셔오는 다리사이에서의 통증 그리고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빛액체로 현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지가 있는 곳이 현지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기전까지만해도 매일같이 들러서 식사를 했던 식당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기숙사 3층에 있었던 자신이 어떻게 지하에 있는 식당에 있으며 죽었다고 생각한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은경이.... 은경이마저도 자신의 손으로 소멸시켜버린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확실하게 기억이 나는건 아니었다. 타들어가버릴듯이 뜨겁게 느껴지던 느낌도 더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몸만은 기숙사에 오기 전보다 훨씬 더 가뿐하고 날아갈듯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치...치우야... 이... 있어..?? 』
현지는 더이상 치우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럴거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치우가 맞다고 이야기했다. 무엇을 물어보든 현지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만이 대답으로 되돌아올것만 같아 질문하기조차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현지가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있자 치우가 말을 꺼냈다.
『일단.. 이곳에서 나가자 현지야... 』
치우의 말대로 해야할것 같았다. 이곳에 잠시라도 더 있으면 무슨 일이 또 일어날 것만 같아 현지는 주위에 던져져 있는 옷을 입고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몸을 일으킨 현지의 눈에 들어온 것이 눈을 감고 테이블 위에 곧게 누워있던 선영의 모습이었다.
현지는 그렇게 선영을 거의 업다시피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현지는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선영은 숨을 쉬고 있었지만 아무리 부르고 흔들며 선영을 깨워보려고해도 선영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언니가 그곳에 있었을까?
언니도.. 혹시 자신처럼 무슨 일을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
혹시.. 이러다가 언니가 잘못 되기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엄습해오는 불안함에 안절부절하지 못하던 현지가 선택한 것이 바로 최형사였다. 현지가 최형사에게 연락을 취하자 최형사는 말그대로 쏜살같이 집으로 들이닥쳤고 최형사에 의해 선영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지는 결국 최형사에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그 상황을 최형사에게 뭐라 설명해야한단 말인가?
그리고 기숙사에서 선영을 발견했다고 말한다면 현지가 그곳에 간 이유도 말을 해야하는데 그건 또 뭐라 말을 해야하는걸까?
그래서 현지는 일단은 언니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고 최형사에게 둘러댔다. 다행히 선영이 현지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그런 이야기를 최형사에게 종종 했었고 그런 영향때문인지 최형사는 특별히 현지의 말을 의심하거나 현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것 같았다.
의사의 말로는 특별히 몸에 이상이 있는 부분은 없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선영은 쉽게 의식을 되찿지 못하고 있었고 현지는 그런 선영의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선영의 병간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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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
선영을 바라보던 현지가 선영의 머리를 넘겨주며 대화하듯이 선영에게 말을 건냈지만 잠들어 있는 선영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현지는 의자에 앉아 선영이 누워있는 침대에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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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예전처럼 다시 돌아 올 수 있을지....
선영이 많이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었지만 현지가 거의 모든 시간을 선영의 옆에서 보내는 것은 단지 선영이 걱정이 되기때문만은 아니었다.
믿어지지 않는.. 너무도 복잡한... 그리고 끔찍하고도 무서운 일들...
그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그것은 핑계일지도 몰랐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생각해보고 싶지도 않을만큼 너무도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왜그런지 그 악몽같은 일이 현지에게서 다시 되풀이될 것만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치우에게까지 번져갔다.
왜그런지 치우가.. 그리고 치우와 같이 있는것이 좋았지만 치우를 만난 그 날부터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너무도 무서운 일들이 벌어졌다. 치우는 도깨비는 귀와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치우가 인간인 것은 아니었다. 기숙사에서 현지를 죽일듯이 달려들던 그것들과 치우를 전혀 다른 존재로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생각들이 현지로하여금 치우와 조금씩 거리감이 생기게 만들고 있었고 그런 생각이 들수록 치우.. 아니 귀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 아닌 그 무엇들 전체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게다가 기숙사에서 은경이 현지에게 했던 말도 계속해서 머리에서 맴돌았다. 은경의 말대로 현지는 치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치우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긴 했지만 은경의 지적대로 그것이 모두 거짓이라면.... 거기다가 그것을 확인할 방법조차 전무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고 몇 번이고 그동안의 치우의 모습과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에 보았던 치우의 모습과 감정을 떠올리며 아닐거라고 고개를 휘저어대던 현지를 괴롭히던 것이 있었다.
사기....
은경은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만큼 자꾸만 자신이 이상하게 변해가는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치우의 말대로라면 그리고 그곳에서 보았던 귀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은경을 이상하게 변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기라는 것이 확실한듯 싶었다.
그런데 왜....
은경이는 현지의 손에 봉인되어 있는 치우와 접촉하는 순간 극도의 두려움을 나타내며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와 치우의 기운이 똑같다고 말했을까?
치우는 사기는 인간의 사악한 마음이나 욕심같은 것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 말했고 그런것에 영향을 받은 귀들은 공격적이고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칠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은경을 이상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사기라면 왜.. 어째서 은경이는 치우에게서 사기와 같은 기운을 느낀걸까?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치우에게 직접 말을 해보려고 몇 번 시도해보았지만 치우의 모습을 바라보면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지고 두려운 생각이 떠올라 치우를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오늘...
문득 치우가 잠시 가봐야할 곳이 있다는 말을 현지에게 꺼냈다. 치우는 잠시라는 표현을 썼지만 치우의 말대로라면 8000년 이상을 살아온 치우였다. 그가 생각하는 잠시와 현지가 생각하는 잠시가 비슷한 기간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치우에게서 그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자 현지는 넋이 나가버린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치우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건만 희안하게도 치우가 아주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미칠듯이 심장이 뛰고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한가지 생각만 머리속에 떠올랐다.
"정말 아주 가버리려는 것일까?"
애써 아주 가는 것이냐고 묻는 현지의 질문에 치우는 그랬으면 좋겠냐고 반문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가지 말았으면....
같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돌아오라고.. 아니 가지 말라고...
너무 무섭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함께 그 날밤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뼈속깊이 각인되어버린 공포감이 계속 현지의 입을 굳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말하고 싶은데.. 도무지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치우가 다가와 현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미안..해... 』
어째서 일까?
치우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일순간 두근거리며 거칠게 뛰던 심장이 멈춰버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혈관속을 내달리고 있을 피의 흐름도 미세한 근육 작은 세포 하나까지도 모두 그 움직임을 일순간 멈춰버린듯한 느낌.. 그리고 그렇게 고요해져버린 몸 속으로 치우의 말이 스며들어오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닌데... 이런게 아닌데... "
무엇인가 잘못되어가는 것 같은 생각이 현지에게 들어오고 있었다. 치우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치우가 사라져줬으면 하고 바랬던 것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치우가 딱히 잘못 한 것도 없었다. 기숙사에 가고싶다고 말한것도 현지였고 바보같이 치우가 알려준 주문을 잊어버려 오히려 치우까지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게한 것도 현지 자신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던 그 시간동안 현지가 살아있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치우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냥 무서웠던 것 뿐인데...
세상에 지금껏 자신이 모르는 아니 세상 사람들 거의가 모르는 일이 실제로 있다는 것... 태어나서 처음 죽음과 직면한 상황이 바로 그런것들에 의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앞에서 현지는 갓 태어난 아기와도 같이 무력하다는 것... 그런것이 무서웠던 것 뿐인데...
그런 두려움이 치우에 대한 신뢰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 이 상황을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벌어진 모든 것이 현지 자신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처음 치우와 만났을 때....
그것이 치우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숙사에 들어가기전 치우와 만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길을 잃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지금쯤 현지도 기숙사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나의 인간이 아닌 귀로서....
치우에 관한 좋았던 일들.. 치우의 도움을 모두 외면해 버리고 공포영화에 나오는 하나의 귀정도로 치부해버린것만 같았다. 두려움과 공포에 부정적이고 철저하게 자기방어적인 생각의 늪에 빠져 모든 것을 외면해버린것만 같았다.
"안돼... 가지마... 나랑 같이... "
하지만 어깨에서 느껴지던 치우의 손길은 이미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이미 치우는 방안에 없다는 것을 현지는 느낄 수 있었다.
"나... 지금 무슨 짓을... 한거지... "
마치 치열한 전쟁터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위해 지금껏 자신을 보호해줬던 동료를 내버리고 달아나버린 병사와도 같은 심정에 현지의 손이 가늘게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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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시는 안올거야...? 』
하얀 침대시트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현지가 마치 치우가 옆에 있기라도 한듯이 말했다. 하지만 병실내에는 현지의 물음에 대답해줄만한 이는 없었다. 평평하게 펴져있는 하얀 침대의 시트가 현지의 손안에서 일그러지며 구겨졌다.
『미안해... 나 너무.. 무서워서... 정말... 미안해... 』
학업을 이유로 고향을 떠나왔을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혼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외로운 생각이 들 때 현지는 무엇인가 두고온 것이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아주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온 것만 같은 막연한 느낌..
무언가 허전한 그리고 그리운 느낌...
하지만 주말이나 방학때 집에 돌아가봐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발길이 끌리는 성황당...
그곳에 가면 그나마 그런 느낌이 덜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이유로 현지는 집에 들를때마다 많은 시간을 성황당에서 혼자 보내고 오곤 했었다. 아는 사람하나 없는 타지에서의 외로움때문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은경이와 친해지고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도 그런 느낌이 지워지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치우를 만나고 오래전 기억이 떠오르면서 현지는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았고 짧은 시간이지만 실제로도 치우를 편하게 생각한 이후에는 그런 느낌이 들어온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간 느끼지 못했던 그 느낌들이 한꺼번에 현지에게로 몰아쳐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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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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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
낮은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숙사 사건이후 친구들.. 경찰들.. 그리고 매스컴등등 수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에 거의 모든 연락을 끊고 살다시피해서인지 요즘에는 좀처럼 울리는 일이 없는 핸드폰이 낮게 진동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작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은 현지는 여전히 진동하고 있는 핸드폰의 액정이 밝게 빛나며 네글자의 발신인 이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후선배"
원래부터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연락을 하는 지후선배였지만 참 묘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그런지 몰라도 조금 전 최형사가 병실밖으로 나가기전에 물어보았던 지후선배가 지금 현지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핸드폰에 찍힌 지후선배라는 글자를 가만히 보고있던 현지는 전화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번 기분을 풀어주겠다고 호의를 보여준 선배에게서 그렇게 도망치듯 나와버린것도 있고 언젠가 만나서 사과하고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었기때문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리던 핸드폰의 진동이 멈추고 핸드폰에는 지후선배라는 발신인대신 부재중 통화 1건이라는 메세지가 표시되고 있었다. 현지가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으려는 순간 또다시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전과 같이 길게 이어지는 진동이 아닌 짧게 끊어지는 진동이었다.
새로운 메세지가 왔음을 알리는 진동음...
현지는 가방에 넣으려던 핸드폰을 꺼내들고 새로운 메세지를 확인했다.
피하지말고 핸드폰 받아..
정말 중요한 일이야...
새롭게 핸드폰에 들어온 메세지였고 발신인은 짐작대로 지후선배였다.
"중요한 일..?"
현지가 그 중요하다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핸드폰은 또다시 긴 진동음을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또다시 핸드폰 액정은 지후선배라는 글자를 보여주며 발신인을 알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잠시 망설이는듯 하던 현지는 결국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평소에 보아왔던 차분하고 조용하던 지후선배의 모습답지 않게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지후의 목소리는 왠지 조금 다급하고 서두르는듯한 느낌이었다.
『저.. 지금 병원... 』
『미안해요 선배.. 지금은 정말 좀 그래요..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릴게요 죄송해요.. 』
그렇게 현지가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내려고 하는 순간 핸드폰 너머에서 다급하게 외치듯이 말하는 지후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어왔다.
『너 몇일전에 기숙사에 갔었지??!! 』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지후의 말에 현지는 하마터면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뻔 했다.
"어떻게 지후선배가 그것을...??"
『현지야!! 현지야!!! 』
핸드폰 안에서 지후는 혹여 전화가 끊어지기라도 할까봐 다급하게 현지를 부르고 있었다. 잠시 멍한듯한 표정으로 있던 현지가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선배가 어떻게 그걸... 』
『알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