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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도깨비 - 2

주섬주섬 땅에 떨어진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챙긴 현지가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버린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현지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고 있었고 순박하고 가식적인 느낌이 전혀 없는 아이의 웃음에 현지도 다시 살짝 웃어보였다.




『이 근처에 사니? 』

 

 『아니.. 』


 

 『아니야?? 』

 

  『응.. 』


 

 『으응??? 』



현지는 아이의 대답이 의외라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무언가 이상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현지의 머리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는 아이가 아니라면 이 아이는 왜 여기에 있는걸까?

그것도 이렇게 밤 늦은 시간에.....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또 있었다. 조금 전에야 현지도 바로 코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깜짝 놀란데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그리고 묘하게 편하게 느껴지는 아이의 웃음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조금전까지 현지를 강간할듯하던 그 남자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리 놀라며 도망을 간 것이었을까?



뜻밖의 아이를 보고 조금 놀랄 수는 있어도 그런 남자가 이런 아이에게 그토록 겁을 집어먹고 도망갔다는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현지가 받은 느낌으로 그 남자는 아이가 아닌 경찰이 그 자리에 있었다해도 그렇게 놀라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것같지는 않을것 같은 느낌이었는데도 남자는 그렇게 잔뜩 겁에 질린 모습으로 도망가 버렸다.



『음... 너 혼자니? 』

 

『응.. 』


 『엄마나 아빠는 어딨어?? 』


 『난 그런거 없어 』


 『뭐???!! 』

 



현지는 또다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쉽게 믿어지지도 않았다. 이 근처에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도 없는 아이가 어째서 이런 늦은 시간에 이런곳에 혼자 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던 현지가 다시 아이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 누나가.. 널 어떻게 하려는게 아니고... 』

 

『알아.. 』


 『그럼 솔직하게 말해봐 』

 

『난 거짓말 안해.. 』


 

『얘가 정말..!! 그럼 넌 여기서 뭘하고 있었던 건데?? 』


 

『누굴 찿고 있었어.. 』


 

『누구?? 엄마?? 아빠?? 』


 

『 ..... 』


 


아이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현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방긋거리며 웃는 얼굴로 대답을 하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현지가 다시 물어보기 시작했다.



『엄마나 아빠가 아니면.. 음..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누나?? 형?? 』

 

『 ..... 』


 

『아... 답답해.. 사돈의 팔촌까지 다 불러야 말해 줄거니? 』

 

『친..구... 』


 

『뭐어???? 』

 



현지는 아이의 말에 기가 막혔다. 딱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듯한 얼굴은 아니었음에도 아이의 말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친구라니..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이런 어린 아이가 친구를 찿고 있었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현지가 짐짓 화가났다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이에게 말했다.



『너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거니?? 』

 

『 .... 』


 

『좋아.. 그럼 니가 찿는다는 친구는 찿았니? 』


 

『응.. 』


 

『그래? 그럼 그 친구는 어디있는데? 같이 가보자 』


 


현지가 일어서서 아이의 손을 잡고 친구가 있다는 곳을 향하려 했지만 아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현지가 다시 아이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니 친구에게 가보자 여기서 이렇게 밤을 샐 수는 없잖아? 그렇지? 』

 

『 ..... 』


현지가 다시 차근차근 달래는듯이 아이에게 말을 했지만 아이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고 움직이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웃는것 밖에 모르는듯 웃고있던 아이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지는듯한 느낌과 함께 이번에는 아이가 먼저 말을 했다.




『못알아봐.... 』

 

『뭐?? 』

 

『친구가.. 나를.. 알아보지를 못해... 』


 

『그게 무슨 소리야?? 니 친구라면서?? 어떻게 친구를 몰라볼 수가 있어?? 』


 

『 .... 』




현지의 물음에 아이는 이번에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슬퍼보이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현지마저도 슬퍼지는듯한 느낌마저 들어왔지만 아이의 말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어휴.. 나도 모르겠다.. 내가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건지.. 』




현지는 아이에게서 무엇인가를 알아낼 대답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조금 전 누군가 따라오는듯한 느낌이 들때부터 자신을 강간하려들었던 남자.. 그리고 지금 현지의 앞에 있는 아이까지 모든게 꿈을 꾸고 있는듯한 느낌마저 들면서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한 느낌에 현지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하늘에 둥그렇게 떠 있는 달이 현지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인지 이상하게 그 달마저 보통때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현지의 눈에 비춰지고 있었다.



평상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둥그런 만월의 모습의 달이었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달이 붉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달 전체가 피로 뒤덮여 있는 것처럼 어둡고 진한 검붉은 피빛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달이...... 』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현지의 말에 아이도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았다.

 


『붉은 달일때는... 조심해야 돼... 』


 

『뭐?? 』

 


현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말을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이해의 여부는 둘째치고라도 아이의 말에 믿음이 갔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 홀로 있는 이런 아이의 모습도 그리고 조금 전 무엇인가를 보고 도망간 남자의 모습도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고 복잡하게 머리속에서 얽혀가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너... 귀신은 아니지?? 』

 



현지는 너무도 황당하고 꿈같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던진 질문에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금까지 조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아이가 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다시 종전의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응.. 아냐.. 』

 

『푸하핫.. 내가 미쳤나봐.. 하하하핫.. 』

 



자신의 어이없는 질문에.. 그리고 웃으면서도 진지한듯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의 대답에 현지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도 여전히 웃고 있었다. 현지의 질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안되는 대답만 하는 아이였지만 왠지 이 아이가 밉거나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현지는 아이의 옆에 앉아 크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 그렇게 웃고있던 현지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아이에게 말했다.




『그런데 궁금한게 있는데 말야.. 』

 

『뭔데?? 』


 

『아까 그 남자.. 무얼 보고 그렇게 도망간 걸까? 』


 

『아마... 나때문일거야 』


 

『뭐?? 푸하하하핫!! 』


 


현지가 또다시 참지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상한 말을 하는 아이의 말에도 왠지 믿음이 가기에 그냥 한번 혹시나 싶은 생각에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대답은 황당무계하기 그지 없는 어린 아이다운 대답이었다.




『왜 웃는거야? 』

 

『하하하핫.. 너같은 꼬맹이를 보고 도망갔을거라는게 너무 웃기잖아 』


 

『뭐?? 꼬맹이??? 』


 

『하하핫.. 그럼 꼬맹이지.. 어른이야? 하하핫.. 』


 

『뭐야?? 내가 너보다 훨씬 나이 많거든??!! 』


 

『뭐?? 이 녀석이 누나보고 너라니!!! 』




현지는 여전히 배를 부여잡고 웃으면서도 자신을 너라부르는 아이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으며 말했다.



『우쒸!! 너 몇 살인데??!!! 』

 

『나?? 난 스물하나다!! 그런 넌 몇살이야?? 』


 

『으음.. 나?? 나는.. 음... 몇 살이더라...? 』


 

『아하하하핫.. 몇 살인지도 모르면서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한거야?? 』


 

『암튼!!! 내가 더 나이 많아!!! 그러니까 난 꼬맹이 아냐!! 』


 

『피이~ 자기 나이도 모르면서 그렇게 우긴다고 나이가 많아져?? 』


 

『으음.. 한 이정도??? 』




현지가 나이를 모른다고 놀리듯 말하자 아이가 잠시 무언가를 계산해보는듯 손가락을 이리저리 폈다 오므렸다 하더니 현지를 향해 손가락 몇 개를 치켜세워보였다. 현지는 요즘 아이들같지 않게 아직 나이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이가 치켜든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치켜든 손가락의 수는 전부 8개였다. 아이 스스로도 정확한 나이를 모르는듯 보였지만 현지의 생각에 아마도 이 아이는 손가락의 수인 8살보다는 어릴것이라 현지는 생각했다.



지금 서로 나이가 많다고 웃지못할 경쟁(?)을 하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아마도 아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나이보다 한 두개정도 더 손가락을 올려 세웠을 것이란 생각도 그렇고 21살이라고 말한 자신에게 자기가 더 나이가 많다며 치켜 올린 손가락의 숫자가 8개 뿐이라는 것을 봐도 아직 숫자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은것 같아 보였다. 그럼 점은 현지로 하여금 아이가 생각보다는 조금은 더 어릴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에게~ 8살?? 거봐 누나가 훨씬 더.. 』

 

『8살 아냐.. 』


 

『지금 네가 펴보인 손가락이 8개잖아~ 그런데도 8살이 아냐? 』


 

『정확히는 몰라도... 아마.. 』


 

『아마..? 』


 

『8000살 정도..? 』




아이의 말에 뒷통수라도 맞은듯 잠시 멍하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현지가 갑자기 쓰러질듯이 몸을 휘청거리면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런 현지를 보며 약간 불만이 섞인 투로 말했다.



『푸하하하하하핫.. 』

 

『또 왜 웃는건데??!!! 』


 

『아하하하핫.. 8000살이라니.. 80살도 아니고 아하하하핫.. 』


 

『우쒸.. 진짜야.. 난 거짓말 안한다니까!!! 』


 

『네~ 네~ 알겠습니다 꼬맹.. 아니지..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아하핫.. 할아버지를 몇번 이어붙여야하는 거지? 아하하하핫.. 』


 

『우쒸!! 할아버지라고도 부르지도마!! 』


 

『네~ 네~ 알겠습니다요~ 하하핫.. 』


 

『헤헤헤헤.. 』




장난치듯 웃으며 존대하듯 말하는 현지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왠지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웃어보이고 있었다. 현지는 그런 아이를 보며 역시 어린애는 어린애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이기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8000살이라니.. 재밌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답지 않게 조금 응큼한 면도 있는듯하고 황당할 정도의 뻥튀기도 하는 아이였지만 어쨌든 이 아이덕분에 현지가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고 아까의 그 절망적이고 무서웠던 기분을 모두 날려버릴만큼 지금 현지를 유쾌하게 해주고 있는것도 사실이었다. 현지는 이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아..맞다... 여기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누나랑 같이 가자~ 』

 

『어디를 가는데? 』


 

『음... 일단 너는 가까운 경찰서에 데려다 주고... 누나는 기숙사에 』


 

『안돼... 』


 

『너무 걱정하지마.. 내일 누나가... 』

『안돼... 』


 

『응?? 또 왜?? 』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놀자.. 』


 

『여기서?? 』


 

『응... 』


 

『안돼.. 너무 늦었잖아.. 아마 지금쯤 너네 부모님이.. 아니 아무튼 사람들이 잔뜩 걱정하면서 너 찿으러 다니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누나랑 같이.. 』




현지는 아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것도 같았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경찰서는 죄를 지으면 가는 곳으로 인식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그런 낯선곳에 혼자 있고 싶어하는 아이는 없을테니 아이의 심정도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기숙사로 아이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일인데다가 데려갈 수 있다고 해도 지금쯤 걱정하며 아이를 찿아 헤멜 부모나 친척을 생각하면 그럴수는 없었다. 아빠나 엄마같은건 없다고 말하는 조금 전 아이의 대답에 혹시 고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모님이라는 말을 슬그머니 흘려보내긴 했어도 고아라고해도 누군가 이 아이를 찿는 사람은 있을 것이었다.



『나랑 놀자... 』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놀자~ 대신 오늘은 누나 말대로.. 』


 

『저기 길이 보여?? 』

 



갑자기 뜬금없이 아이가 손가락으로 어둠속으로 삼켜진듯 이어진 길을 가르키며 말했다. 현지는 아이가 가르키는 방향을 바라보자 아이가 말을 이었다.




『이 길로 가다보면 두갈래의 길이 나올 거야.. 그 두 갈래의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걸어가다보면 또다시 두 갈래의 길이 나와.. 그 중에 또 하나의 길을 선택해서 가면 돼..  』



현지가 아이가 가르키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또다시 현지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아이가 가르키고 있는 이 길은 자주는 아니지만 몇 번이고 가 본 길이었다. 그런 현지였기에 이 길을 쭈욱 따라가면 두 갈래의 가림길이 아닌 작은 도로가 나온다는 것을 현지는 잘 알고 있었다.



현지는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는듯 했다. 아마도 어떤 이유로 이 아이는 길을 잘못들었고 이 아이가 알고 있는 길과 유사한 이 길에서 헤메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현지가 몇 번이고 지나다닌 길을 자신이 알고 있는 길과 착각해서 현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데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이랑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하긴 이렇게 어두우니 착각할 만도.. 』



아이의 말을 듣고 길을 바라보고 있던 현지가 웃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바로 조금 전까지만해도 그곳에 있던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현지는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이의 모습은 찿을 수가 없었다.



『얘가 도대체 어디로 간거지?? 』



특별히 아이가 사라지거나 숨을만한 곳이 없음에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조금 전 남자에게 봉변을 당하기 전에도 아이는 그렇게 소리없이 다가왔던 것이 기억이 났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모든걸 체념한 상황이었지만 아이가 바로 자신의 코앞에 다가올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때처럼 아이는 지금도 그렇게 소리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어디있니~~?? 장난치지 말고 그만 나와~~ 』

 

『안나오면 누나 혼자 그냥 가버린다~~~?? 』




현지는 한참을 그렇게 아이를 부르며 주위를 돌아다녀봤지만 아이의 모습이나 흔적은 찿아볼 수 없었다. 결국 아이를 찿을 수 없자 현지는 조금 서운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어왔다. 그래도 같이 있는동안에는 참 편하고 재밌었다는 생각과 함께 아무런 말도 없이 그렇게 훌쩍 가버린듯 사라진 아이가 조금은 서운한 생각도 들어왔다.



『어떻게 하지..?? 』

 

『그러고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네... 』


잠시동안 고민하던 현지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곳에 아이를 혼자 놔두고 가는것 같은 찜찜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런곳에서 마냥 아이가 다시 나타날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일단은 가까운 경찰서에 혹시 미아신고라도 들어온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혹시라도 있을 나중의 일을 생각해서 이곳에서 어린 아이를 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기숙사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반쯤은 걱정이 되는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던 현지는 당혹스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몇 번이고 지나왔던 이 길.. 게다가 몇 일전에도 걸었던 이 길.. 분명히 일직선으로 작은 도로까지 이어져있어야할 이 길에서 두 갈래의 갈림길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이게 도대체 어떻게...??!! 』



현지는 조금 전 이대로 가면 두 갈래의 갈림길이 나온다고 한 아이의 말이 떠올랐다.이상하게도 아이가 하는 말에는 쉽게 믿음이 갔지만 8000살이라는 꼬마의 황당한 말에 현지는 분명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아이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듯이 떡하니 두 갈래의 길이 나온 것이었다.



『정말 내가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건가..?? 』


『설마.. 그 아이도.. 그 남자도 모두 귀신..?? 』



『에잇!! 내가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릴하고 있는거야!!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



『피곤한거야.. 분명 오랜시간 차를 타고와서 내가 피곤 한걸거야.. 아니면.. 』




현지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 너무 피곤한데더 길이 너무 어두워서 자신이 착각한것이거나 아니면 꿈.. 그것도 너무너무 생생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 생각에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본 것이었다.



『아야야!! 아파라.. 꿈은 아닌것 같네.. 』



너무 황당한 일들에 정말 꿈일거라고 믿고 힘차게 꼬집어 버린탓에 얼얼한 고통이 그대로 볼에서 전해져오고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다시 바라본 곳에는 여전히 두 갈래의 갈림길이 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는 자세히 두 갈래의 길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길 모두 너무도 똑같이 보였다. 분명 두 개의 길이라면 건물이나 전봇대등의 위치가 조금은 다를 법도 한데 어두워서 정확한 식별이 어려워서인지 두 길은 너무도 똑같아 보였다.



제자리에 서서 끙끙 앓듯이 고민하고 있던 현지가 결국 한쪽 방향을 정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대로 날이 샐때까지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고 두 길이 너무도 똑같이 보였기에 어쩔 수 없이 현지는 하나의 길을 골라 그 길로 들어섰다.



한참을 터벅터벅 걷고 있던 현지의 눈앞에 또다시 두 개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양쪽의 길은 똑같아 보였다. 마치 한쪽길이 거울에 반사되어 옆으로 그대로 비춰지고 있는듯이 두 길의 모습은 똑같았고 그런 모습에 여전히 현지는 가야할 방향을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음.. 이럴때는.... 』



현지는 처음과 같이 이번에도 왼쪽으로 나있는 길을 선택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짐작이 가지 않는 이럴때는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면서 가는것보다는 한 방향을 택해 그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좋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만약에 길을 잘못 들었거나 막다른 길일경우 다시 헤메지 않고 원래 있던 자리로 쉽게 나올 수 있을거란 계산에서였다. 그렇게 왼쪽 길을 따라가던 현지의 눈 앞에 또다른 두 개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전과 달리 별 망설임없이 왼쪽길을 택해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시간 이상은 족히 걸은것 같은데도 계속해서 같은 모양의 두 갈래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생김새나 모양도 똑같은 두 갈래의 길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오고 있었고 마치 메비우스의 띠안에 갖혀 제자리를 계속 맴돌고 있는듯이 계속해서 지나왔던 길을 수십번 반복해서 지나가는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던 현지가 발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같은 길을 몇번이고 지나는듯한 느낌으로 길을 걷고 있은지 벌써 몇시간은 훌쩍 넘은것 같은데도 현지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돌듯이 그렇게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지나가고 있었고 아직도 날이 새려면 한참이나 남은듯 어둠이 걷힐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겠다..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걷겠어.. 』



현지는 주변에 누군가 버려놓은듯한 메트리스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시골에 내려갔다 오느라 오랜 시간 차를 타야했고 이제는 정말 일어났던 일인지조차 확신이 서지않는 조금 전의 치한같은 남자때문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한 탓인지 이제는 걸을 힘마저 다 빠져나가버린듯 했다.



『아.. 귀신이라면.. 날 잡아갈 생각이라면.. 차라리 그냥 잡아가... 』



마치 주변에 누군가 아니 현지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귀신이 있기라도 한듯이 현지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향해 말을 했다. 조금 전의 아이나 이렇게 무한반복되는듯한 길을 걷는것도 도무지 현지의 상식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만약 이게 꿈이 아니라면 아마도 귀신같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의 짓일테고 그 무엇인가의 목적이 현지라면 더 괴롭히지말고 그냥 잡아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현지는 탈진해 있었기에 내뱉듯 던진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현지의 말에 그 누구의 대꾸도 없었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히잉.. 나 어떡해.. 나 미쳤나봐.. 』



버려진 침대 매트리스를 깔고 앉아 지친 몸을 벽에 기댄채 울먹일듯한 소리로 현지가 말하고 있었지만 역시 그 누구의 대꾸도 없었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저 멀리 하늘에서 둥그런 달만이 현지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피를 뒤집어 쓴듯이 붉은 달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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