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ental Matrix - 柒 -
the Oriental Matrix
第貳章 - 奇緣重重
미염공 관우 운장(美髥公 關羽 雲長)이라... 219년에 죽은 사람의 글을 내가 보고있다는 것인가? 어쩌면 내가 중국 유학생활 중에 문언문(紊彦文)을 해석하는 걸 배웠다는 것이 다행인 것 같다.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 글 해석을 못해 쩔쩔매는 바보짓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더군다나 내 정신능력과 육체능력이 재구성되었다는 말은 정말인 것 같다. 예전같으면 글자의 조합을 해내느라 끙끙대었을 것을 지금은 이렇게 유창하게 읽어내고 있으니.
그나저나 200년대에는 종이라는게 꽤 비싼 사치품이었을텐데, 이렇게 두꺼운 서책을 통채로 종이로 만든다는 건... 쓸모없니 어쩌니 해도 이 글을 쓴 사람은 이 기록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였음이 틀림없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깨달은 또 한가지는, 이 책이 종이로 되어 있음에도 전혀 삭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낡아서 섬유질과 기름기가 빠져 바스러질 것 같은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먹의 농담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이고, 서로 눌러붙은 곳도 없다. 내가 기억하는 현 시점이 2009년이니 1800년이 지난 지질(紙質)이 이런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가능한 것은 두 가지.
하나, 이 책이 정말 과학적인 통념을 넘어 1800년간 이 상태를 유지해 왔다.
둘, 이 책은 과학적 통념에 따르고 있고, 내가 있는 시점이 2009년이 아니다.
아니면 둘 다라거나 말이야.
이 시점에서 나는 청운록(靑雲錄)의 존재나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의 연속과는 관계없이 나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였는데, 일단 시간이동이나 차원이동과 같은 생각은 더더욱 터무니 없으므로 상식적으로 지금의 위치에서 구조를 기다리거나, 이 산에서 벗어나 도심지로 가는 양단간의 선택일 것이다.
"제기랄. 도데체 내가 어디로 떨어졌는 지 알아야 말이지... 수색범위랑도 동떨어진 엉뚱한 곳이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 거대해 보이는 수해(樹海)에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는 난감할 따름이고, 진정 관우의 유물이라면 엄청난 발견이 될 수도 있는 보물들을 눈앞에 두니 탐욕이 고개를 들며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청운록 앞부분에 적힌 마지막 단의 내용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때쯤이었다.
- 연자(緣者)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는 모르나, 노부는 그대가 나와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할 것이라면, 적어도 그 어리석은 한 몸은 지킬 여력이 되어서 강호(江湖)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나는 천기를 읽고 그를 본따 진을 세워 외부로부터 이곳을 단단히 고립시켰다. 그리고 나의 바람에 따라 연자가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발동되는 진세를 따로이 세우게 되었다. 비록 천운에 따라 밖의 진을 넘어 이곳에 발을 들인 연자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상심할 것 없다. 대공(大功)의 삼단공(三段功)을 이루면 이곳의 진세는 자연스럽게 무너지게 될 터이니 빠른 시일에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면 부지런히 연공을 하면 될 일이다. 어쩌면 연자를 위한 일일 수 있으니 나를 야박하다 탓하지 말라.-
"뭐.. 뭔소리야 이거.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서 못나간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란 말야 지금? 개소리."
얼른 상의를 벗어 청심록을 싸서 이곳을 벗어나려 시도한 나는 몇 차례나 귀신이 장난질을 하는 듯한 경험을 하여야만 했다. 언젠가 배운 조난수칙에 따라 해를 기준으로 아무 방향을 잡고 그 쪽으로 벗어나는 걸 시도했는데, 분명 태양의 위치를 기준했는데도 불구하고 30분 정도를 걷거나 뛰나보면 언제나 다시 호숫가로 돌아오는 것이다. 혹시나 시각을 교란하는 것이 정말인가 싶어 감각만을 믿고 한참을 방황했는데, 그 때는 제자리를 뱅뱅 맴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망할! 지금 이 영감이 나한테 적어놓은 진세 어쩌고 한 얘기가 진짜라는 말인가!"
이젠 남은 선택은 하나다. 울며 겨자먹기로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다행인 것은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이고, 마실 물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일단 이 빌어먹을 현실을 고지해준 청심록이란 책의 내용을 외워놓기로 했다.
자신을 관우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편지로 시작한 이 책은 총 다섯 가지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청심공(靑心功)
청룡도해(靑龍刀解)
용형투(龍形鬪)
청룡군림보(靑龍君臨步)
묵룡뢰(墨龍雷)
상투적인 내용처럼 무공의 구결과 연성법 등이 나열된 무공서라고 해야 할 법한 책이었다. 신기한 것은, 분명 엄청나게 난해한 내용들인데도(특히 청심공의 구결들과 연성법은 더더욱) 이상하게 두어번 읽다 보면 이해가 간다는 사실이고. 더더욱 나를 신기하게 만든 것은 수천자가 넘는 내용들을 내가 몇 번의 정독으로 다 외워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 도데체 내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짝지야.."
지루함도 지루함이지만, 은근히 머릿속에서 상당부분이 이해가 가고 있다는 사실에, 모든 내용들의 기초라는 청심공의 초입을 시도해볼 마음을 먹게 되었다. 청심공은 총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희한한 것은 매우 복잡한 혈도의 설명과 운기의 방법이 제시된 1단계와 달리, 2단계는 그저 큰 흐름에 대한 설명을 할 뿐이고, 3단계 이후로는 그저 제목만이 그 단계를 설명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운기와 토납의 기초를 이해하고 임독양맥을 뚫어 소주천을 이루는 1단공,
대주천을 이루며 상, 중, 하 단전과 전신세맥을 모두 타통하게 되는 2단공.
체내에 막힘이 없고 단전과 혈맥을 잊게되는 3단공.
물(物)과 색(色)의 경계를 잊게 되는 4단공.
마음의 공(空)을 깨닫게 되는 5단공.
체내에 막힘이 없고 단전과 혈맥을 잊게되는 3단공.
물(物)과 색(色)의 경계를 잊게 되는 4단공.
마음의 공(空)을 깨닫게 되는 5단공.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서 연성법의 지시대로 호흡하며 기운의 가닥을 잡아보려 한 지 한참. 느껴진 맑은 기운을 단전을 중심으로 축기(蓄氣)하여 그것이 단전에서 자리를 잡는 것을 "단전을 이룬다"라고 한다는데, 이상하게도 나의 경우는 무언가 느껴진 기운이 초반부의 설명대로 들숨에 들어오고 날숨에 나가는 것을 단전에 잡아두려할 필요도 없이 단전에 재깍재깍 쌓이고 있고, 구결에 따른 호흡의 속도는 그대로인데도 그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었다. 한참을 호흡하니, 이제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아랫배에 가득찬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 이 현상은 단전을 이룬 이후 이단공으로 나아가기 직전에 단전이 점점 커지는 상태인 것 같은데, 앞서 관우(라고 주장하는 늙은이이나 이제 편의상 관우라고 부르기로 했다)가 평생을 연공해서 겨우 3단공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겨우 한나절만에 이런 단계에 올라서자 짐짓 겁이나기 시작했다. 분명 2단공 까지는 단계에 따라 세세하게 지도와 조언이 적혀 있으니, 평소 읽었던 무협지의 상식대로라면, 과도하게 빠른 연공은 곧 주화입마라고 하였다.
"어쩔 수 없지. 익숙해 질 때 까지 한참 이렇게 해 보는 수 밖에."
다행인 것은 나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이렇게 운공에 빠져들 때 마다 시간이 엄청나게 잘 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분명 방금 운공을 시작할 때는 해가 중천이었는데, 지금은 달도 떨어져 가는 한밤중이다.
그 후로 나는 십수차례 운공을 시도하며 나의 성취를 재점검하였다. 운공 사이에 목이 마르면 호수가로 내려가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익숙한 형태의 열매를 따서 먹고(그나마 다행인 것이 배는 거의 고프지 않았다. 열매는 제대로 익지 않았는지 정말 끔찍한 맛이었거든), 잠이 오면 잠시 눈을 붙이는 때 말고는 모두 운공에 몰입했다.
호흡을 통한 기운의 축척이 단전이라 생각되는 부위를 가득 채우고, 그 이후로도 넘치지 않게 꾹꾹 기운을 눌러담다 더 이상 기운을 억누를 수 없다 생각되었을 때, 1단공의 마지막 부분에 기술된 소주천을 시도하였는데, 임맥과 독맥을 뚫을 때 엄청난 고통이 올 것이라는 기술과는 달리, 마치 한동안 쓰지 않던 근육을 스트레칭 하는 기분처럼 짜릿한 따가움 정도만이 느껴지며 나의 기운은 수월하게 나의 인도에 따라 내 오장육부와 백회, 회음혈 전부를 주천하였다.
마치 이미 열려있었던 것 같은 수월함에, 나는 여세를 몰아 하단전에서 중, 상 단전과 전신세맥 전체를 휘돌리는 대주천을 시도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이미 열려있었다"라는 가설이 진실임을 확신해야만 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소주천의 흐름에 따라 외부의 기운을 갈무리하는 하단전, 그리고 그 흡기 속도가 무섭게 자신을 채우는 가슴의 중단전과 뇌부근의 상단전, 그리고 소주천의 흐름과 별개로 몸 전체를 아우르는 대주천의 흐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온 몸 구석구석을 자극하는 기분좋은 짜릿함이 뇌의 상단전을 가득 채울 때 즈음, 살갗이 타오르는 듯 한 느낌과 함께 나는 잠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내 온몸에 붙은 지옥같은 악취를 풍기는 "때와 진액 덩어리"와 이젠 더 이상 쓸 수 없을 만큼 바스러져버린 나의 옷가지들이었다.
"대주천을 이루었으니.. 2단공의 마지막까지 이룬 셈인데.. 이게 책에 적혀있던 환골탈태인가? 전혀 아프지 않았는데? 무슨 뼈를 튀틀고 근육을 갈아버리는 고통이라고 하더니, 그냥 살갗 뜨끔한 정도가 다구만... 역시 그런 것일까?"
오히려 마법진의 앞에서 요원에게 잠식당할 때 그와 같은 고통을 느꼈었던 나다. 아무레도, 요원이 나의 몸을 잠식하며 내 유전적 능력을 한계까지 개방했다고 하더니, 그 때 행했던 것이 내가 2단공의 말까지 오면서 거쳤어야 할 두 번의 환골탈태였나보다. 기운이 없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거라 잔존했던 불순물이 이렇게 밖으로 타서 나온 것이고 말이야.
청심공의 연공법에 기술된 모든 상세한 내용들은 지금 내가 행한 대주천에서 끝이났다. 아마도 육체적으로 이룰 수 있는 극한이 이곳 까지인 모양. 남은 3, 4, 5 단계는 정신적인 깨달음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냄새로구만... 호숫가로 가서 닦아내야겠다."
얼마나 마셔야 할 지 모르는 물에 이런 것을 씻어내야하나 하는 생각에 한참을 고민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니 예전의 경우처럼 호수를 헤엄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나는 게으르다. 삼단전을 타통하면 한서불침에 만독불침이 된다더니 만독불침은 모르겠고 적어도 예전(요원을 만나기 이전)처럼 차가운 기운에 몸이 상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발견한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면, 내 온몸을 뒤덮고 있던 지긋지긋한 비계덩이들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고, 그 자리를 유연해 보이는 근육들이 차지했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검게 그을려있던 내 피부들이 짜증날 정도로 희게 변했다는 것이다. 이건 CF에 나오는 화이트닝 화장품 모델도 저리가라 할 정도다.
일생에 한 번도 희고 날씬해진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호숫가에 스스로를 비춰본 소감은...
"이레서야. 전혀 사나이의 기개가 보여지질 않잖아!"
청심공에는 운기의 방법과 더불어 기의 운용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지금 내 몸의 습기를 날려버리고 있는 삼매진화(三昧眞火)다. 전기의 저항과 발열의 관계와 비슷한데, 원래는 참선 중 삼매(三昧)에 들면 번뇌와 사기(邪氣)를 태우는 불꽃이 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강호의 삼매진화는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엄청난 압력의 진기를 종이나 기타 물질에 통과시켜 바스러뜨리거나 발화하게 만드는 것이라거나, 진기의 빠른 마찰열을 통해 고열을 발생시키는 따위의 재주다. 지금 내 몸의 물기를 날려버리고 있는 건 후자 쪽이라고 할 수 있지.
이후에도 여세를 몰아 삼단공에 진입하기 위해 한참을 노력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는데,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간을 때우기 쉬운 다른 무공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는데, 가장 쉬워보였던 것이 청룡군림보였다. 막상 청룡군림보 자체는 허공에서 자유롭게 운신할 수 있는 재주인 청룡보와 중압감이 있는 군림보 정도일 뿐이고, 오히려 그곳에 설명한 경공의 원리에 빠져들고 말았는데, 내공과 무공의 이해에 따라 초상비, 무력답수 같은 경지도 흉내낼 수준에 이르렀다.
박투술이라기보다는 길고 긴 춤과도 같은 용형투를 춤이 아닌 춤 속의 동작과 연결동작의 끝 없는 무한초식에 서서히 눈뜨기 시작할 때 쯤. 제일 어려워 보이던 청룡도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석실 벽에 걸린 길쭉한 것이 칼이라는 것도 아마 그때 쯤 알게되었을 것이다.
관우의 것이니 자연스럽게 청룡도(靑龍刀)라 부르게 된 칼은 이름과는 다르게 검은 색의 금속이었고, "80근"이라는 나관중의 오버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력있게 보였는데, 막상 손에 쥐어보니 한손으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환골탈태 이후에 급격히 늘어난 근력에 적당히 무게감이 느껴질 정도면 20kg 정도는 넉근할 것 같은데도, 요기로움에 색기(色氣)마저 느껴지는 아찔한 곡선은 어느새 나로 하여금 항상 이 칼을 지니고 다니게 하였다.
이 칼을 처음 벽에서 땔 때, 마치 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웅웅거리며 발버둥을 치더니, 청심공을 운용해 내력을 흘렸더니 조용해 졌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히 주인을 알아보는 칼이다. 꼼꼼히 감겨진 천을 벗겨낼 때는 새색시마냥 울어대더니, 요즘은 가끔 손으로 칼날을 쓰다듬어 주어도 기분좋은 울음을 보여준다.
청룡도해는 총 일곱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도법인데,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실상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다.
1초 청룡일섬(靑龍一閃)
2초 잠룡등천(潛龍騰天)
3초 노룡출해(怒龍出海)
4초 용미회두(龍尾回頭)
5초 쌍룡쟁주(雙龍爭珠)
6초 구룡천무(九龍天舞)
7초 화룡점정(畵龍點睛)
첫 번째 초식인 청룡일섬은 횡베기의 단순한 초식인데, 어떠한 높이의 횡베기이든 한 푼의 격차로 정확하게 베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석실의 기둥에 한 푼 간격의 표시를 해 두고 정확히 그 지점을 베어내는 연습을 했는데, 1초의 세 단계라는 뇌(雷), 광(光), 무영(無影)의 단계도 그 연습과 함께 자연히 체득하게 되었다.
두 번째 초식인 잠룡등천은 올려베서 상대방의 방어를 무너뜨리는 초식이고, 세 번째 초식인 노룡출해는 훌쩍 뛰어오르거나, 체중을 실어서 강하게 내려베는 초식인데, 이 두 초식은 서로 반대이면서도 중(重)의 묘리로 구석이 있어 쉽게 연습할 수 있었다. 또 노룡출해는 자연스럽게 탄강(彈綱)으로 이어지는 초식이라 그것 역시 함께 연습해야 했다.
기운을 병기에 싣는 경지인 기경(氣境), 기운을 날쪽으로 모을 수 있는 사경(絲境), 오직 기운으로 날을 세울 수 있는 강경(綱境), 강기(綱氣)를 떨쳐 날릴 수 있는 탄경(彈境) 등의 공부가 수반되어야 했는데, 책의 분위기를 보아서는 매우 어려운 단계인 듯 했지만 상단전의 영향인 듯 책의 주석과 설명이 쉽게 이해가 되었고 연공도 어렵지 않았다.
네 번째 초식인 용미회두는 상대방의 공격의 반동을 이용하여 반격하는 초식인데, 청룡일섬의 속도에 상대방의 반탄력이 더해지므로 상당히 정교함을 요구하는 초식인데, 반동의 주체가 없어 제대로 연습하지는 못하고 형(形)만을 익혀야 했다.
다섯 번째 초식인 쌍룡쟁주는 두 번의 연속적인 참격을 목표를 중심으로 날려서 상대를 난자하는 기술인데, 변(變)의 묘리를 체득해야만 했다.
여섯 번째 초식인 구룡천무는 이름과는 다르게 청룡군림보를 함께 운용해야 하는 초식인데, 상대의 아홉 방위에서 각각 공세를 가하게 된다. 아홉 방위의 공격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개되는 순(循)의 단계를 지나면, 공세간의 시간차가 0에 가까워지는 섬(閃)의 단계와, 아홉 공세의 시간차와 속도, 위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무(舞)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일곱 번째 초식인 화룡점정은 단순한 편수찌름기술인데, 칼의 면을 수평으로 눞히는 수평찌름 기술이다.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면 앞의 초식들과는 다르게 아무리 연습해도 요체를 깨닫기가 쉽지 않다는 것.
"아무리 해도 느리다. 하단전에서 출발한 기운을 전신으로 휘돌리는 탄력만으로도 구룡천무의 마지막 경지까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어. 그런데 더 단순해 보이는 화룡점정만은 오히려 더더욱 속도가 부쳐. 왜 그럴까?"
"웅웅우우우웅ㅡ"
"너라도 없었으면 정말 미쳐버렸을지도 몰라. 가족들은 지금 쯤 날 얼마나 찾고있을까..."
"오우우웅ㅡ"
"그래도 너라도 내 곁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가끔 이렇게 말을 붙이듯 말을 걸면 이렇게 대답하는 것 처럼 울어대는데, 거의 이 재미로 아직까지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 이곳에 떨어진지 얼마나 되었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한달 이후로 날짜 계산은 포기했으니까. 갑갑한 마음에 청룡도해를 있는 힘껏 쥐어짜듯 청룡일섬부터 펼쳐내기 시작한다.
"청룡일섬. 무영."
"잠룡승천, 노룡출해."
"용미회두."
"쌍룡쟁주."
"구룡천무."
"흐아아아압!"
마지막 화룡점정을 펼치려는 찰나, 나도 모르게 울분이 터져나와 전신에 휘도는 진기를 미친듯이 휘돌려 모조리 칼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울어대던 청룡도가 갑자기 나의 내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 그때였다.
"크악!"
마치 간이 대주천처럼 전신을 휘감으며 탄력을 주는 청심공의 운공방법에 의한 강렬한 진기의 움직임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진기가 빨려나가고 있었다. 그 정도니 흐름을 막거나 거스른다는 건 오히려 혈맥이 터져버릴지도 모르는 상황!
"젠장, 지금 이 흐름을 제대로 타넘기지 못하면 혈맥이 모조리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혈맥의 잠원지기와 단전의 진원마저 동원해야 할지도.... 크읍."
이미 대주천의 고리를 이루던 진기의 가속은 힘에 부쳐 깨어진지 오래고, 혈맥의 잠원지기 또한 거의 바닥난 상황. 하단전과 중단전의 진원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느리다. 하단전 만으로는 느려. 도저히 이 흐름에 맞춰서 진기를 받쳐주질 못해! 더, 더 빠른 방법이 필요하다. 혈맥에 바로 진기를 스며들게 할 수 있다면.. 혈맥에 바로.. 혈맥..에...바로!?"
하단전과 중단전을 넘어 이제 상단전의 진원까지 넘보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사람의 호흡도 코와 입으로 들이쉬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내 몸 안은 지금 외부보다 기운의 농도가 현격하게 낮은 상황. 오히려 자연스럽게 유입되어야할 기운의 흐름을 내가 억지로 하단전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깨달음의 순간, 급격하게 불어난 혈맥의 진기가 청룡도의 기세를 넘어서며 상단전까지 역류하던 순간,
가물거리던 정신의 끈을 끝내 놓아버리는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가루처럼 부서지고 있는 청룡도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찬연한 푸른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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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과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번역일을 하다보니...
마감날이 다가오면, 정말...
그 때만은 만화가들의 마감고생을 이해할 정도입니다.^^;;
5월 중순 안에 마쳐줘야 하는 원고들이 있었거든요.
그거 끝내고 나니,
전지훈련을 가야한다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어서..;;)
일주일간 바닷가에서 신나게 구르고,
30일에 돌아와서 정신차리니 지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본의아니게 한 달 가량 연중을...;;
이젠 도장나가는 일 외에는 널널하므로...^^
이번 회차는 상당히 정신이 없습니다.
쓰는 저도 앞뒤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네요.
저의 변명이라며 변명이랄까...
이 글은 분명 무협 "야설"입니다.
스토리는 재미를 살리는 부가요소이고,
주인공이 무공을 배우는 과정에,
그것도 혼자. 진 속에 동떨어진 이 과정을,
두 편 이상 질질 늘여대기는 정말 싫었습니다.
어차피 이번 회차의 목적은,
앞으로 주인공이 사용할 무공을 독자님들께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제 머릿속엔 빨리 주인공을 하산시킬 생각 뿐이로군요.
(막상 변명 해놓고 보니까 제 후달리는 필력에 대한 인증이네요.. 쿨럭)
곧 새로운 여자인물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인물은 주인공이 빨리 무공을 배워야지 만(!)
등장할 수 있는 설정의 인물이라...
제가 무리해서라도 한 회차에 무공연마를 접은 이유도 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성원과 성실연재는 비례한다능...
성원과 H씬의 질도 비례한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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