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야화(情俠冶話) 4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 ▣
▣ 제 4 회 대사형의 처(妻)
어느덧 여름이 지나 바람이 시원한 가을,
높은 하늘의 정취를 만끽해야 할 이같이 기분 좋은 계절에 무정랑의 얼굴은 번민(煩悶)이 가득하다.
“ 여보, 무엇이 그리도 힘들게 만듭니까? ”
벌써 두 달도 넘게 고심에 쌓여있는 무정랑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의 아내 예원(藝媛)이 물었다.
“ 휴우... ”
그러나 한숨만 내쉬며 입을 닫는 무정랑이었다.
‘ 사부님을 범했다. 그것도 사부께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능멸하고야 말았다. 휴우, 몽아 이놈. 그놈만 아니었다면! ’
함께 힘을 합하여 무림제패를 하자고 했다. 아무래도 쉬 판단이 서지 않는다.
“ 몽아, 그놈 때문에! ”
무심코 입 밖으로 흘러나온 혼잣말이다. 그러나 그 조그만 소리를 귀담아 들은 예원이 무정랑의 곁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 그 아이가 궁주의 귀여움을 얻어, 궁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빼앗긴 권한 때문에 고민을 하시는지요? ”
“ 그게 아니오. 그놈이 내게 은밀한 제안을 한 사안이 있어 그걸 고심하는 게요. ”
“ 호호호 소첩도 들은풍월은 있습니다. 그 아이 사부님의 욕정을 해소하는 상대라면서요? 혹시 궁주께서 당신도 침궁으로 부르는 건 아닌지? ”
“ 무슨 소리를! ”
깜짝 놀라 당황하는 무정랑을 물끄러미 살피던 예원이 한마디를 더 던졌다.
“ 그 아이가 당신에게 청했다는 그 말, 궁주와 연관된 중요한 일이 분명하군요. 허나 너무 고심마세요. 소첩이 한번 그 아이를 만나 그 놈 뱃속을 들여다보고 오겠습니다. ”
예부터 강호의 꾀주머니라 소문난 예원이었다. 어쩌면 아내가 몽아를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자신이 어떤 결심을 해야 할지 방법을 알아올 거라 여겨 고개를 끄덕이는 무정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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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따사로이 내려 비치는 동정호의 물결위에 떠있는 조그만 범선 한척이 여유롭다. 뱃전에 서서 먼 하늘 구름을 바라보는 미장부, 하얀 도포자락을 바람에 나부끼며 청아하게 피리를 부는 모습이 멋스럽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날렵한 비둘기 한마리가 그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 대사형의 전서구가 아닌가? ’
치뜨는 눈길이 날카롭다.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신세, 오직 할아버지의 염원을 가슴속에 새기며 조그만 나룻배에 위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몽아다.
“ 휘익...! ”
몽아의 입에서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비둘기가 몽아의 손위에 내려앉았다. 그 비둘기의 다리에 서찰 한 장이 묶여있다.
ㅡ 사제와 만나 의논할 말이 있어 용문산 잠계사 위 빈양동(賓陽洞)에서 기다립니다. 예원. ㅡ
“ 예원? 대사형의 부인이 아닌가? 그 사람이 무슨 일로 날 보자 하는가? ”
뜻밖의 서찰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뜸한 대사형이다. 어쩌면 사부를 배신하려니 힘겹고,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쉽지는 않다. 또한 순간에 저지른 행동이었지만 사부를 겁탈한 대사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 중이라 여겨 지켜보고 있는 순간에 대사형의 부인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다. 그 뜻을 짐작이라도 하는 듯 몽아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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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양동을 들어서니 미리 와 기다리던 예원이 저 안쪽에서 손을 흔들었다.
언제나 대사형의 부인은 경쾌하다.
간편한 경장차림의 옷맵시에 명석한 두뇌, 화사한 미소, 강호인들은 미모와 재기를 두루 갖춘 그녀를 화제갈(花諸葛)이라 부를 만 했다.
“ 어서 오세요, 사제. ”
“ 대형수, 나를 왜 불렀어? ”
“ 에이 사제, 형수면 형수지 대형수는 또 뭐예요? 어서 이쪽으로 와 앉기나 해요. 그런 건 천천히 물어봐도 돼요. ”
피식 웃는다.
예쁘다. 웃는 모습 속에 천진한 소녀의 매력이 가득담긴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 대사형의 마누라니 대형수지. 형수가 날 오라 하니 겁난다. ”
“ 호호호 이년의 낭군에게 다 들었어요, 사제가 그이를 혼냈다지요. 이년 앞에서까지 굳이 바보행세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궁주의 권한을 대리하는 사제가 와주셨으니 오히려 이년이 광영이지요. ”
궁주의 대리라 칭하며 깍듯한 예의를 보였다.
듣던 대로 강호에 모르는 일이 없다 소문나, 화제갈(花諸葛)이라 불리는 여인이었다.
“ 후후후 과연 대형수외다. 그보다 나를 보자 한 이유가? ”
예원이 입을 열까 말까 한동안 망설이다 겨우 한마디를 했다.
“ 사제, 사제의 무공이 뛰어나시다 던데? ”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갑자기 불러낸 예원의 입에서 뜬금없이 무공이야기 인가?
“ 그건... 대사형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무공이 대형수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
예원이 여전히 생글생글 웃었다.
“ 사실은, 궁주께서 사제를 특히 어여삐 여겨, 이년의 낭군 몰래 절정무학을 전수한 건 아닌가 물어본 거예요. ”
말인즉 무공을 들먹이며 몽아와 만여궁주의 행태를 넌지시 추궁한 것이다.
“ 어허 대형수. 나와 사부와의 관계를 캐려는 게요? 그냥 솔직히, 사부가 나를 희롱한 대가로 무공을 전수해 준건 아닌가 물어보시오. ”
순간 예원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 좋아요 사제, 솔직히 물어볼게요. 요즈음 이년의 낭군이 갚은 고뇌에 빠져 있어요. 그 이유를 사제의 제안 때문이라 하기에 혹시나 사제가 그 무공으로 낭군을 겁박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는 마음에 만나자는 연락을 드린 거예요. ”
눈을 반쯤 내려 감고 조용히 말을 계속하는 예원 표정은 화사한 여인의 매력이 풍겨나고 있었다. 허나 그녀의 시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사형의 신상을 이야기하는듯하면서도 그 눈초리는 몽아를 예리하게 관찰하는 눈빛이었다.
어쩌면 번득이는 지모(智謀)를 숨기고 무언가를 노리는 듯한 예원의 표정이었다.
“ 후후후! 대형수는 사부가 나를 희롱한 게 아니라 내가 사부를 휘어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계십니다. 그러면서도 어찌하여 나의 마음을 떠보려 하시오? ”
예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 이 아이, 수년을 함께 산 무정랑도 깨닫지 못한 나를 단 한 번의 대면에 읽었다. 더욱 조심해야할 상대로구나. ’
그러나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순간 몽아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예원의 얼굴은 농익은 여인이 아닌 정말 귀여운 소녀의 표정이었다.
“ 호호호 사제, 이년은 사제가 그처럼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진 않아요. 큰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
말은 그리하면서도 예리하게 탐색하는 안광이었다.
네놈 따위가 얼마나 높은 무공을 지녔기에 사부를 휘어잡을 수 있느냐 슬쩍 변죽을 울리며 몽아의 심기를 건드리는 한마디였다.
“ 대형수, 내가 어떻게 궁주를 사로잡았나 궁금하오? 나를 부추겨 무공 한자락 견학하고 싶은 게로구먼. ”
몽아도 이제 마음속으로 작정을 했다.
무정랑보다 뛰어난 기량을 지닌 그의 내자 예원이다. 이 여인을 잘 구슬러 수하로 두면 무정랑은 저절로 따를 것이라 여긴 때문이었다.
“ 아니에요. 사제께서 이년의 낭군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들었어요. 이년은 사제가 이년의 낭군을 다스릴 만한 기량이 되는가 궁금할 뿐이에요. ”
무언가 눈치를 챈 것 같은 예원의 언사였다.
“ 기량이라? ”
“ 그래요. 사제가 저 좁은 도원궁이 아닌 강호를 다스릴 기량 말입니다. ”
과연 명석한 두뇌였다.
아니면 만여궁주가 일찍부터 강호를 노린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해서 그녀 역시 자신의 야심을 위해, 만여궁주의 대제자인 무정랑에게 기회를 보라 부추겼을 충분한 두뇌의 소유자다.
그런데 만여궁주가 이 아이의 손아귀에서 놀아난다. 이 아이 역시 강호를 노린다 생각해 자신의 정인에게 했다는 은밀한 제안을 충분히 짐작할 여인이었다.
“ 나 역시 대형수의 대단한 능력을 인정하오. 난 이 자리에서 꼼짝 않고 대형수의 공격을 받아보기만 할 테니 어디 마음 놓고 재주를 펼쳐 보시오. ”
“ 움직이지 않고 방어도 않겠다? 사제, 이년을 너무 가벼이 보는 게 아니에요? ”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나 단단히 결심을 한 표정이다. 붉은 앵두 같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려 손을 들어 앞으로 홱 내밀었다.
- 스스스릇!
한줄기 기경(氣勁)이 소리 없이 다가들었다. 부드럽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속에 천지를 뒤엎을 내력을 담고 뻗어난 가공할 기예였다.
- 털썩!
헌데 오히려 휘청거리는 사람은 예원이었다.
몽아의 전신에 번쩍 기광이 흐르더니 가깝게 다가든 그 내력이 수십, 수백 배로 공력이 불어나 예원에게로 되돌아 간 것이다.
“ 허헉! ”
예원은 넘어질듯 흔들리던 신형을 그대로 몽아의 품속으로 던져왔다.
향긋한 여인의 향기가 몽아의 코끝을 스쳤다. 그 몸을 밀어내려 했으나 오히려 더욱 밀착시켜 그 향기를 음미하게 만들었다.
만화궁주와의 관계를 속속들이 아는 예원이다.
궁주까지 손아귀에 틀어쥔 몽아의 무공, 겨루어 본다는 건 핑계에 불과했다. 불같이 달아오르는 몽아의 음심을 자극해 음욕의 노예로 삼으려는 간계였다.
“ 어어어, 대형수! ”
그러나 모른 척, 안겨드는 예원의 허리를 당겼다.
- 쿵, 털썩!
여인을 품속에 앉고 뒤로 넘어진 꼴이 되고만 몽아였다. 밀고 당기고 엉키고 뒹굴고 가관이었다.
“ 헉, 흐헉! ”
예원의 입에서 숨결이 터졌다. 다분히 의도된 비음이었다.
얼굴을 찡그렸다. 숨넘어가는 표정으로 품속을 파고들며 허벅지를 몽아의 다리사이로 밀었다. 허나 그녀의 행동을 미소로 받아들이는 몽아였다.
“ 흐흑, 사제. 진정 대단한 반탄공력이었어요. 이년 도저히 감당 못할 무공입니다. ”
조그만 소리가 몽아의 귀를 간질였다.
움직일수록 더욱 밀착되는 하복부의 느낌!
예원의 짧은 하의 속에 숨어 도톰하게 전해오는 감각, 그 내밀한 부분을 더욱 밀착시키며 휘감겨드는 예원의 육체였다.
“ 아아아! ”
다리가 잔잔히 떨리며 조여들었다.
“ 대형수, 이러지 마시오. 대형수의 무공 또한 가벼운 게 아니었소! ”
그녀의 의도를 훤히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예원의 행동을 막으려는 게 아닌 의례적인 말일이었다.
‘ 이 여인도 자신의 육체를 무기로 삼으려 한다. 어찌 궁주와 이토록 닮았는가? 그러나 그 머릿속의 궁리는 더욱 치밀한 듯하다. ’
몽아는 싱긋 웃음을 머금고 예원의 몸을 천천히 밀었다.
부끄러운 듯 몸을 외로 꼬며 자리를 잡는 예원의 세워져 있는 한쪽 무릎속이 열려져, 그 사이로 하얀 허벅지의 속살이 훤히 드러나며, 얇은 가리개의 가장자리로 한 가닥 음모가 삐져나와 하늘거렸다.
“ 어머... 어머머, 사제! ”
몽아의 게슴츠레한 눈동자가 자신의 허벅지 속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눈치 챈 예원이 호들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어허 이것 참, 자... 일어나시오. 다시 겨루어 봅시다. ”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몽아에게 예원의 손이 다가와 다리를 붙들었다. 그 손이 허벅지 위쪽을 타고 흐른다.
“ 다시 겨루다니? 아예 그런 말 마세요. 금방 사제의 무공을 직접 본 이년인데 언감생심 다시 겨루다니요. ”
한 번 더 팔에 힘을 주어 잡은 다리를 끌어당기는 예원의 요염(妖艶)한 모습이다. 그 힘에 못이긴 듯 넘어진 몽아의 육신이 스스르 예원의 가슴속으로 안겨들었다.
“ 학, 하학! ”
뭉클 가슴을 짓누르는 감각, 그러나 피할 생각은 않고 예원은 발개진 얼굴로 살며시 몸을 옆으로 틀어 꼭 끌어안았다. 이제는 몽아의 하체가 자연스럽게 예원의 두 다리사이를 파고들어 은밀한 비부와 맞닿았다. 예원이 몸을 꿈틀거릴 때마다 그 느낌에 자극을 받아 몽아의 하체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 그래, 이제 걸려드는구나! ’
예원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더욱 몽아의 음심을 자극하기 위해 아랫도리를 밀착시킨 예원이 잔잔하게 하반신을 흔들었다. 몽아가 모른 척 입술을 예원의 입 가까이 가져는 순간,
- 딱, 철썩!
눈앞에 불꽃이 번쩍 튀었다. 예원의 가녀린 손이 몽아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그러고는 예원 스스로가 화들짝 놀랐다.
“ 어머 죄송해요. 사제... 어흑 어떡해! ”
순간적으로 몽아의 뺨을 때린 예원은 자신이 부정한 여인이 아니라 그래도 정숙한 여인이라는 사실을 몽아에게 인식시키려 시도한 행동이었다.
몽아가 씨익 웃으며 손바닥으로 뺨을 문질렀다.
“ 미안하오. 순간을 참지 못한 내가 나쁜 놈이오. ”
의기소침한 몽아의 말에 예원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도리질을 했다.
“ 아니, 아니에요. 사제,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
“ 내가 나쁜 놈이지 대형수는 잘못 없어요. 이 미련한 놈이 순간 정신이 나가 대형수를 여자로 생각을 하다니. 쯧쯧! ”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숙이는 몽아를 바라보던 예원이 그의 눈앞으로 다가서며 내뱉듯 말했다.
“ 사제, 이년도 여자 맞아요! ”
그리고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이제는 몽아의 품속으로 파고들어 늘씬하게 뻗은 긴 다리로 몽아의 허리를 휘어 감았다.
“ 헉, 대형수. 왜 이러시오! ”
“ 으흐흥 나쁜 사람. 사제가 은근슬쩍 이년의 몸을 건드렸잖아요. 이제 더는 못 참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