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야화(情俠冶話) 5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 ▣
▣ 제 5 회 아낙, 욕정에 당하다
제법 넓다고 생각한 빈양동(賓陽洞)이 이처럼 좁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몇번 뒹굴면 벽에 부딪히고 벽을 피해 돌아서려고 몸을 돌리면 밀착된 하체가 예원의 아랫도리에 스쳐 불룩 솟은 그것이 벗어날 자리가 없다. 그러나 예원은 몽아를 밀치거나 떨어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나지 않는 듯 이제는 아예 반쯤 감은 눈까지 황홀한 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랫배를 점점 더 몽아에게 밀착시키며 두 손까지 허리 뒤로 돌려 깍지를 낀 채 조그만 틈도 용납하지 않았다.
예원이 허리를 살랑살랑 움직였다.
한 겹 엷은 하의를 두고 느껴지는 도톰한 구릉의 감각은 더없이 예민하게 전해져와, 겨우 참고 있던 정염(情炎)이 아래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등 뒤에 둘러져 있던 손을 슬며시 짧은 하의 속으로 들이밀어 손바닥으로 둔부를 쓰다듬었다.
꿈틀, 짧은 순간이었으나 예원의 엉덩이가 들썩이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모른 척 손을 뻗어 계곡으로 파고들었다. 손끝에 조그만 가리개가 걸렸다.
예원이 피하는 척 몸을 뒤척여, 비소를 가린 천 조각이 손끝에 걸려 스스로 떨어져 나가도록 엉덩이를 당겼다.
그 속, 깊은 속살들은 야릇한 감각을 이기지 못하고 저절로 꿈틀거려 따뜻한 액체를 뿜어 뽀얀 허벅지를 적셨다.
“ 으윽, 사제. 너무 힘들어요! ”
콧소리다.
감미롭게 흐르는 비음으로 몽아의 욕정이 불을 당기려했다.
교태가 가득한 콧소리, 이제 말투까지 변하며 살짝 치켜든 눈가에는 야릇한 눈웃음이 가득하다.
떨어져 나간 천 조각 속으로 길게 열려있는 하문(下門), 마치 정인을 맞이하려 활짝 열려있는 대문과도 같았다.
몽아가 예원의 몸을 더욱 가까이 끌어당기자 두 다리를 꼭 모으며 손으로는 눈을 가렸다.
다리를 모아 틈을 보이지 않은 행동은 손아래 사제와 얽혀있는 자신의 자존심을 보이려 함이고, 손으로 눈을 가린 것은 부끄럽지만 허락하니 어서 달려들어 주기를 바라는 은근한 마음이었다.
손을 아래로 깊숙이 넣어 숨어있는 비궁을 찾아들었다.
“ 하학, 하지마! ”
그러나 말뿐, 마음은 이미 그 상황을 집작한 듯 엉덩이를 들어 올려주는 예원이다. 그 말을 못들은 척 두 손으로 얼굴을 잡아 입술을 덮쳤다.
“ 흐흡! ”
입술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지만 입은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몽아도 예원 스스로 입술을 열 때까지 가만히 그 상태를 유지했다.
“ 후훅, 안돼. 난 몰라! ”
숨 막히는 호흡이 터져 나오며 예원이 드디어 입술을 열었다.
“ 사제,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 대사형의 얼굴 어찌 보려고 그래요? ”
한번쯤 튕겨보는 말이다.
“ 나도 몰라. 대형수, 지금은 아무 말 말고, 그 따위 일은 나중에 생각해! ”
몽아가 이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벌겋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덤벼들자 예원이 보이지 않게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교태를 부렸다.
“ 아이 사제, 형수면 형수지 대형수가 뭐야? ”
“ 그래 형수! ”
열려진 입속을 파고든 혀가 유영하듯 입안 구석구석을 맴돌다 불현듯 머리를 들어 예원의 다리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무작정 그녀의 허벅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 예쁘다. 이 예쁜 장소를 왜 깊이깊이 숨겨 두었을까? ”
아름답게 익어있는 예원의 비궁이었다. 방울방울 이슬을 머금고 숨 막힐 듯 열려있는 비궁 속으로 무작정 얼굴을 들이밀었다.
“ 하학, 하지 마! 오늘 세정도 못했어! ”
“ 괜찮아. 형수의 향기인걸! 그래 형수의 그 고운 향기야! ”
몽아의 머리를 가두고 있는 예원의 허벅지가 경련을 일으켰다. 도저히 견디지 못할 자극이 하복부를 강타한 탓이다.
“ 하학, 끄으으! 이런 느낌 처음이야! ”
목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숨 막히는 소리, 거친 호흡이 빈양동 동굴 속을 메아리쳤다.
“ 꺽, 끄윽. 사제... 나 죽어. 어서... 어서, 응! ”
몽아를 자신의 몸 아래 노예로 삼으려던 예원이 오히려 말려들고 있다. 아니, 스스로 그 격정을 견디지 못해 안달하는 순간이었다.
“ 형수, 뭘... 뭘 말이야? ”
“ 어서. 나 죽는 모습 볼 거야? ”
욕정의 열기에 달아오른 예원의 의 눈동자가 허옇게 뒤집힌다.
그런 예원을 한동안 지켜보던 몽아가 천천히 허리를 아랫배에 밀착시키고 힘껏 힘을 가했다.
“ 으악, 아아악! 살려줘. 나... 나 어떡해! 이 느낌, 으흐흐흑! ”
희고 풍만한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그 정숙해 보이던 예원이 울음을 터뜨린다. 이제는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목청을 높여 마음껏 교성을 터뜨렸다.
“ 으아아앙... 좋아, 이렇게 좋은 걸! 사제, 나 어떡해? 이제 난 어떻게 해야 돼? ”
전신에 전율이 일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와악! 으아아악! ”
드디어 환희에 가득 찬 처절한 신음을 뱉어내며 예원의 몸이 축 늘어졌다. 순간 서로가 입을 열지 못하는 적막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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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뚱히 눈만 껌뻑이며 둘이 마주 보았다.
“ 대형수, 뜻한 바를 이루었소? ”
빙긋 웃으며 입을 여는 몽아를 예원은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 또 대형수라 하세요? 사제, 이년이 그리도 경계의 대상이에요? ”
“ 후후... 이년이라 마오. 대형수가 나를 편히 대하면 나도 정겹게 형수라 부르리다. ”
“ 그건 아니지요. 사제는 궁주를 대신하는 도원궁의 지존입니다. 이년의 정랑이 도원궁의 제자일진데 어찌...! ”
“ 그리 마오. 내 형수의 속내를 모두 짐작하오. 아무래도 대사형이 아닌 형수와 함께 중원의 제패를 의논해야 될 듯하외다. ”
예원의 얼굴에 피식 웃음이 떠오른다.
“ 사제, 대사형을 이년에게 맡겨두고 저와 중원을 경영해보는 게 어떨지? ”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는 예원이다.
그 명민한 두뇌로 모든 정세를 파악하는 데는 뛰어난 예원이다. 그런 그녀가 몽아를 자신의 손아귀에 휘어잡으려다 오히려 그의 기량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얼른 자세를 낮춘 예원이었다.
“ 또 그러시네! 나와 힘을 합하자는 형수가 스스로 자신을 이년이라 업신여기면 이야기가 어려워지지요. ”
“ 아니에요, 사제. 사제의 역량(力量)은 이년이 발밑에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탁월합니다. 이년 스스로 사제의 수하라 자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제... 대사형의 회유는 이년이 책임질 테니 모든 계획을 추진하세요. ”
이젠 자신은 염려 말라는 은근한 목소리였다.
“ 고맙소 형수, 형수의 마음 깊이 간직하리다. ”
몽아의 언질에 예원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혼자소리처럼 조그만 소리를 흘렸다.
“ 이제 얼굴을 어떻게 보지? 부끄러워 사제의 얼굴을 어떻게 똑바로 바라보지! ”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었다는 사실은 은연중 강조하는 말이었다.
“ 후후... 형수, 나보다 대사형을 대면하기가 더 껄끄럽지 않소? ”
“ 휴... 그도 그러네. ”
한숨을 내쉬며 예원이 몽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모른 척 하면 될 거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아니, 만일 안다 하더라도 대사형이 형수에게 추궁할 입장은 아니리다. ”
“ 예? ”
“ 그냥 그리만 알고 계시오. 우리가 결심한 강호쟁패를 위함이라 생각하시오. ”
“ 대사형도 내게 잘못을 저질렀다? 역시 짐작대로구나. 그 일도 사제가 꾸민 일이구나. ”
“ 어허, 이것저것 모두 모른 척 하고 우리의 계획만 생각하라니까? ”
“ 알았어요. 그런데 대사형의 앞에서면 얼굴에 표 나지 않을까? 사제, 이년... 이처럼 황홀한 느낌은 처음이었거든! ”
예원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하면서도 방글거렸다.
“ 그냥 평소처럼 태연히... ”
몽아의 말허리를 잘랐다.
“ 그게 잘 될지... 저 이렇게 좋아보기는 처음이었어요. 지금껏 대사형과의 잠자리에서 한 번도 오늘처럼 달아 오른 적이 없어요. 절정이 이렇게 온다는 거 여태껏 몰랐어.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
“ 나도 형수가 이렇게 격정적인 여자라는 사실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요. 형수는 정말 멋진 여체를 지녔수! ”
“ 정말... 정말이에요? ”
“ 그럼, 정말이구 말구! ”
예원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러나 그 눈동자 속에는 냉엄(冷嚴)한 빛이 희미하게 스쳐 지났다.
“ 사제, 이제 가요. 대사형이 결괴를 무척 궁금해 하며 기다릴 텐데... 너무 늦었다. ”
“ 후후... 그래요? 대사형도 형수의 재능(才能)을 믿고 있었구나. 분명 나를 충분히 다루었다 여기고 있겠지. ”
“ 아마 그럴 거예요. 사제, 대사형에게는 뭐라 보고할까요? ”
“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었다고만 전해요. 조만간 대사형이 반가워할 상황을 만들어 둘 테니, 나의 계획에 의심 말고 동조하라고만 말하시오. ”
그렇게 밀약을 이룬 두 사람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빈양동(賓陽洞)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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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찬바람 몰아치던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이다. 따사한 봄꽃향기가 진동하는 무정랑의 사가에 몽아가 들어섰다.
“ 어멋, 사제가 어인일로? ”
얼굴은 반색을 하면서도 행동은 안절부절이다.
“ 그동안 잘 계셨수? 한동안 뜸했어요. ”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하는 몽아를 예원이 밉살맞은 시선으로 눈을 치떴다.
“ 피... 미운사람. 어찌 이년에게 한 번도 연락을 주지 않고... ”
반가움에 가슴은 두근거리나 토라진 목소리다.
“ 그래서 내가 왔잖수. 대사형은 안에 계시우? ”
“ 그럴게야. 이년 보러온 게 아니고 대사형에게 볼일이 있었겠지. ”
“ 아니오, 형수 때문에 온 거요. 어서 대사형에게 안내를 해 주시오. ”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실내에 있던 무정랑이 얼굴을 드러냈다.
“ 사제, 어서오게. 난 지금 궁주의 명으로 감숙성 난주(蘭州)로 가야하네. ”
“ 대사형. 소제, 그일 때문에 왔습니다. 난주는 소제가 갈 것이니 대사형께서는 언사분원을 둘러봐 주십시오. ”
“ 그 먼 길을 사제가 가겠다? 그리고 폐허가 된 언사분원은 왜 둘러보라 하는가? ”
“ 언사는 중원의 요충지이외다. 그 언사분원을 되살려 대사형이 책임을 맡으셔야만 합니다. ”
몽아의 말은, 이곳 도원궁과 궁주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실권을 자신에게 넘기겠다는 언질이 아닌가?
무정랑의 안색이 변했다.
“ 가만, 사부님은? ”
목소리조차 떨렸다.
“ 소제, 대사형의 어부인께서 전한 말 자세히 들었습니다. 대사형께서 소제를 믿고 따르기로 하셨다니 소제역시 대사형께 그만한 일은 만들어 드려야지요. ”
“ 그 말은 듣고자 한 게 아니다. 사부는, 사부님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냐? ”
“ 염려 마십시오. 사부님은 소제의 건의를 한마디 거역 않고 따릅니다. 그리고 언제나 사부님은 우리들의 전면에 나서 모든 책임을 혼자 감당하실 거외다. ”
무서운 말이었다.
중원의 무림인들 눈에는 이 모든 행위를 사부가 저지른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 사부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이, 이 어리석어 보이는 아이라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모를 것이다. 어쩌면 자신도 이 아이의 야망 때문에 책임만 뒤집어 쓸건 아닌가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 걱정 마시오. 대사형은 이 사제와 한 몸이오. 결코 나 혼자 살자고 대사형을 멀리하지는 않을 거외다. ”
그런 무정랑의 마음을 눈치 챈 몽아가 다짐하듯 안심을 시켰다.
그리고 두 시진 후,
한필의 준마가 미려(美麗)한 여인을 등에 태우고 낙녕(洛寧)의 산길을 질풍처럼 달렸다. 그 말위 허공에는 몽아가 대붕(大鵬)이 날듯 비행을 하며 따르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정랑이 예원을 자신을 대신해 몽아와 동행을 시킨 것이다.
“ 사제, 힘들면 말위로 내려와 이년의 뒤에 앉으세요. ”
한걸음 쉬지 않고 달리는 말의 속도보다 오히려 앞서 비행하는 몽아의 경공이다. 그 가공할 내공에 존경의 마음을 가지면서도 혹시나 힘들까 염려하는 여심(女心)이었다.
“ 아직은 끄떡없소. 헌데 형수의 육향이 그리우니 내려가 볼까? ”
스르르 예원의 등 뒤에 내려앉은 몽아가 팔을 앞으로 뻗어 예원의 허리를 감았다. 바짝 다가앉은 몽아의 하체가 둔부에 맞닿아 달리는 말의 움직임에 요동쳤다.
“ 허헉, 사제... ”
말위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예원의 하의도 바람에 말려 동그란 엉덩이의 곡선이 옷 위로도 선명하다.
그 앞뒤로 두른 몽아의 손과 하체가 예원의 부드러운 몸을 말의 율동에 맞추어 자극을 가했다.
“ 흐흑, 엉큼하게. 좀 떨어져 앉아요! 아니면 그냥 말을 멈출 거야! ”
예원이 내뱉는 바튼 소리였다.
인적 없는 산길, 달리는 말위의 두 사람뿐이다.
그 상황을 충분히 인식한 예원의 목소리가 끈적거렸다.
“ 꼭 붙들지 않으면 말에서 떨어질 건데. 그래도 좋다면 손을 놓고! ”
“ 후훗... 사제가 말에서 떨어진다면 이년도 뛰어내리면 될 일... ”
말과는 달리 예원의 몸은 어떤 기대로 잔잔히 떨리며 더욱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말위에 걸터앉아 질주하는 예원의 활짝 벌어진 다리사이가 바람을 맞아 들썩거렸다.
“ 나, 떨어지기 싫거든! ”
더욱 힘을 가하는 몽아의 손이 붙들고 잇던 허리 아래로 내려가 슬그머니 허벅지속을 파고 들었다.
“ 헉! 말위에서 이러지 말아요. ”
짧은 비음이다.
예원의 아랫도리가 바르르 떨렸다. 그 짧은 순간에도 하체의 감각을 느낀 예원이었다.
“ 허헉, 그... 거기! ”
“ 뭘... 어서 말이나 달려! ”
“ 아이, 놀리지 말아요. 그러지 않아도 사제가 미워 죽겠는데! ”
“ 내가 밉다고? 좋아 나 말에서 내린다. ”
훌쩍 몸을 날렸다. 그러나 몽아의 품안에 예원이 고이 안겨 함께 산길의 무성한 숲속으로 날아 내리고 있었다.
“ 여기서? 이 한데서? ”
놀란 토끼눈이다.
그러나 그 눈은 한참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