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야화(情俠冶話) 6 회
▣ ▣ 정협야화(情俠冶話) ▣ ▣
▣ 제 6 회 돌아온 탕녀(蕩女)
등 뒤에 붙은 풀잎을 털어내는 예원의 표정이 야염하다.
그러나 그녀도 여인인지라 쑥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살며시 고개를 숙인 자세로 몽아의 곁을 지나 훌쩍 말위로 뛰어올랐다.
“ 후후... 형수도 부끄러워 할 줄 아네? 지금 부터는 이 사제가 말을 몰 테니 형수는 내 뒤에서 편히 가오. ”
몽아가 말위로 날아올라 앞자리를 차지하자 예원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몽아의 등에 몸을 밀착시켰다.
“ 호호호 바람막이구나!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어서 달리세요. ”
웃음 섞인 말을 뱉으며 슬쩍 몽아의 허리를 꼬집었다.
“ 바람막이? 누가? ”
“ 물론 이년이지요. 이년의 낭군에게 전한 궁주의 명, 사실은 사제의 복안이 아니에요? ”
“ 과연 형수의 그 화제갈이라는 별호, 명불허전(名不虛傳)이구나! 어찌 알았소? ”
“ 사제가 난주로 가면 궁주가 불편해지는 일이 분명 그곳에 있을 거예요. 그러나 궁주는 사제의 말을 거역 못할 처지, 때문에 이년의 낭군을 보내려 명했겠지요. 해서 사제가 무정랑에게 큰 미끼를 던져 다른 곳으로 보내고 직접 난주로 향하는 길이겠지요. ”
“ 그럼 형수도 스스로 나를 따른 게구려! ”
“ 그래요. 사형을 잘 살펴보라는 말은 핑계, 이년이 함께 하고 싶었어요. 알았으면 궁주에게서 도망친 제자를 왜 만나러 가는지 설명이나 해봐요. ”
“ 후후후... 형수, 가보면 아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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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주의 번화가를 접어들자 말의 속도를 줄여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중원 북서부에 있는 감숙성의 성도 난주,
황하 상류의 동쪽에 위치해,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황하를 따라 열린 상업의 요충지로, 뭇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
한 시진쯤 더 말을 몰아 들어가니 정서 포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 사제, 저곳입니다. 이년이 먼저 들어가 볼까요? ”
예원이 잠시 긴장을 한 표정으로 물었다.
포구의 언덕 위 넓은 자리에 세워진 상관(商館)을, 면면이 높은 무공을 지닌 무인들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지키고 있다. 또한 번잡하게 들락거리는 상인들은 한 사람 한 사람 그 경비무인의 허락을 받아 상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곳은 상관이 아니라 마치 철통같은 요새와도 같았다.
“ 아니오. 저들은 만상(萬商)의 행수 도천(導遷)의 수하들이오. 내가 내옥(內屋)을 감당할테니 형수는 저 경비무인들을 조용히 잠이나 재워 두시오. ”
“ 만상의 수하들? 만상의 지부는 중원 곳곳에 없는 곳이 없지. 그랬구나. 사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가 그것이었구나. ”
“ 과연 화제갈이외다. 맞아요. 그들의 정보력은 개방보다도 뛰어나오. 허니, 효림(曉琳) 사저와 도천을 우리의 손아래에 둘 수밖에요. ”
“ 호호... 효림아가씨까지 취하시려고... ”
“ 어허, 형수. 쓸데없는 말 말고 저놈들이나 처리 하슈! 난 안으로 들어가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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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저! ”
“ 어? 네놈이 어인 일이냐? ”
“ 히히히 사저, 나와 함께 가자. 소금을 실은 마차를 몰고 원행(遠行)하다 도망친 일을 궁주가 용서한다 했다. ”
“ 이 멍청이 놈이! 사부가 어찌 네놈을 보냈느냐? ”
“ 그러게! 사부께서는 아직도 이놈과 사저를 엮어주려는 겐가? ”
- 철썩!
몽아의 뺨이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 후후, 사저. 아프다. 이제는 때리지 마. 그리고 얼른 나와 함께 사부께 가자. ”
쓰윽 손등으로 얼굴을 문지르는 몽아의 표정이 아예 천치의 모습이다.
“ 이놈이, 네놈 꼴이 보기 싫어 도망한 나를 사부가 데려오라 한다고? 또 무슨 꿍꿍이 속이냐? 가서 사부께 전해라. 이제 이 효림은 사부의 슬하를 벗어 난지 오래라고! ”
이제 만여궁주 정도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 서저, 믿는 구석이 있구나. 고집부리면 다친다. ”
“ 이 멍청이 놈이! 밖에 아무도 없느냐? 어서 이놈을 쫓아버려라! ”
효림은 자신이 친히 손을 쓰기도 귀찮다는 표장으로 밖을 향해 소리쳤다.
“ 후후후, 사저. 불어도 아무도 오지 않을 게야. 어서 나를 따리 나서기나 해! ”
“ 뭐라? 이놈이 ”
효림의 두 손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 바보 같은 몽아를 단단히 혼을 내 쫓아 보낼 심산이었다.
- 휘익! 파파파팟!
- 퍽! 우지끈!
그러나 효림이 뿌려낸 장력을 맞아 바닥에 넘어져 있어야할 몽아는 불현듯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그 가공할 장력에 등 뒤 기둥을 격타해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 호호호호... 효림아가씨, 다른 생각 말고 몽아사제를 따라 나서세요! ”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자색 그림자가 실내로 날아들었다.
“ 언니가 어쩐 일이에요? 그럼, 사형도? ”
효림의 당황한 목소리다.
“ 아녜요, 아가씨. 사형은 오지 않았어요. 몽아사제가 아가씨께 긴히 전할 말이 있어 온 거예요. ”
“ 뭐요? 저 바보 놈이? ”
하기야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강호의 기인이라는 만상행수 도천을 만나 그의 무공을 전수받고 스스로 만여궁주보다 높은 경지를 터득했다 믿었다.
또한 그 도천과 합심하여 중원의 상권을 모두 휘어잡으리라 궁리하며, 이곳에 자리 잡아 강호를 내려다보지 않았던가! 그런 자신의 출수(出手)를 이 멍청이가 가볍게 피했다.
그 사실만 해도 믿어지지 않는 판국에 사형의 부인인 예림까지 이곳에 날아들었다. 어리둥절 상황을 살피는 효림의 눈 저 앞에 몽아가 빙글거리며 서있었다.
“ 그래도 이놈이! ”
몽아를 낚아채려 한 번 더 손을 휙 내밀었다. 그러나!
“ 어어어, 이런!”
손을 몽아를 향해 내미는 순간 오히려 자신의 몸뚱이가 둥실 허공으로 들어 올려 져 꼼짝없이 몽아의 앞으로 날아가 고이 내려 않았다.
“ 그만, 그만 고정하세요, 사저. 이놈이 사저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
다르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멍청이 사제가 아니었다. 눈앞이 훤해질 만큼 준수한 미장부의 모습으로 효림앞에 우뚝 서있다.
“ 헉, 사제! ”
놀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어 눈만 껌뻑거리는 효림이었다.
“ 하하하... 사저, 그동안 사정이 있어 이놈 정체를 숨겨왔습니다. 용서하세요. ”
잠시 펼쳐 보인 무공이었으나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절공이었다. 아니 그보다 이처럼 수려한 헌헌장부 일거라 생각조차도 못했다.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한마디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효림의 귀에 몽아의 목소리가 아득히 들렸다.
“ 형수, 효림사저에게 나의 복안을 잘 설명해 주시오. 난 포구에 가 있으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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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 들어가자마자 한순간 효림아가씨의 기를 꺾어 버리다니! 정말 대단해요. ”
“ 아니오. 과연 형수이더이다. 도천이란 행수, 아마 사부와 겨루어도 쉬 당하지 않을 인물이오. 그 도천을 단 몇 수로 제압하다니 형수의 재주도 알아주어야 겠소. ”
“ 그야 사제가 이년에게 가르쳐 준 무공이 빛을 본 게지요. 헌데 정말 궁금하다. 그토록 드러내 보이지 않던 정체를 효림아가씨에게는 그리도 쉬 나타내다니! ”
조금은 질투가 섞인 콧소리였다.
“ 에이 형수, 투기부리는 구나? 내 딴 맘 없으니 염려 마오. 어차피 우리사람으로 만들려면 진면목을 보여주어야 편하다 생각한 것뿐이오. ”
“ 피이... 그리되려나? 벌써 아가씨의 눈빛이 달라져 있던데? ”
입가에 웃음이 흘렀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안다는 웃음이었다.
“ 그건 그렇고, 효림사저는 뭐라 하더이까? ”
“ 아가씨의 머리도 보통은 아닙니다. 어느 쪽에 실리가 있는가 금방 판단했지요. 조만간 도천행수와 함께 낙양으로 오겠다 했습니다. ”
“ 그래요? 생각보다 쉽게 동조를 해 주었습니다. ”
여전히 예원의 눈에는 방글방글 웃음이 맴 돌았다.
“ 갑자기 드러낸 사제의 신위(身威) 탓이겠지요! ”
“ 형수는 나를 도우러 동행한 게 아니고 마치 나를 감시하러 따른 것 같소. 너무 그리 마오. ”
“ 아니에요. 이년, 질투 때문에 한 말이 아닙니다. 여인의 정이란 몸과 함께 따르는 게지요. 정인의 품에 들어, 그 은혜를 입어 마음을 열면 좀처럼 배신을 하지 못하는 법이지요. ”
“ 이런, 형수가 나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구려! ”
“ 호호... 호호호호! 허나 이년을 모른 체 버려두면 안 됩니다. 어서 말이나 달리세요. ”
낙양으로 돌아가는 길,
여산(驪山) 정상을 넘어 내려다보는 절경은 과히 천년고도라 이를 만했다.
준마의 등은 넓고도 편했다.
허리를 둘러 조여드는 예원의 두 팔, 상체를 등에 꼭 붙이는 예원은 이 순간 아리따운 여인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달리는 말 등의 움직임을 따라 율동하는 육신의 감각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유혹이었다.
“ 형수, 이러면 또다시 말을 멈출 수밖에 없는데... ”
“ 프흣, 그럼 멈추어요! ”
코 먹은 소리를 하며 눈을 흘겼다.
“ 아니지, 그래 멈추지 않고도... ”
한손을 등 뒤로 돌려 예원의 허벅지 위에 슬며시 올려놓았다.
“ 허헉! 사제. 달리는 말위에서 어찌하려고? 잘못하면 떨어져요. ”
말은 그리하면서도 엉덩이를 슬쩍 들었다. 하복부 밑으로 파고드는 손이 싫은 게 아니라 더 편한 자세로 받아들이기 위함이었다.
“ 가만... ”
고간 깊은 곳을 가렸던 천 조각이 툭 떨어져 흘러내렸다.
“ 아이 차가워! 손 치워요. 여자의 아래에 냉기가 들면 나쁘다는 걸 사제는 모르는 가봐! ”
허전해지는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리며 교태를 부렸다. 분명 치마아래는 아무것도 걸친 것 없어 조그만 자극에도 전신이 들떠 오를게 분명했다.
등 뒤로 돌려진 손끝에 만져지는 까칠한 거웃, 부드러운 속살의 감각! 그 자극을 받아들이는 전율이 예원의 몸속을 타고 찌르듯 지나갔다.
천천히 부드럽게 조금씩 다가들며 점점 더 큰 감각이 치밀어 오르도록 예원의 초조함을 부축이며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손은 둔덕을 넘어 비궁의 살점들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 어흑, 사제!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비음이 되고 허벅지는 그 감미로움을 참지 못하는 듯 다리는 점점 더 들썩였다.
“ 어흑, 안돼. 이제 안돼. 멈추어요! ”
“ 허허... 잘 달리고 있는 말을 왜 세워? ”
“ 몰라! 놀리지 말아요. 어서요! ”
“ 뭘 몰라? ”
“ 아이 사제! 이년 죽는 꼴 볼래요? ”
뒤돌아보지 않아도 훤했다. 어찌 할 바를 몰라 말위에 벌어진 다리를 꿈틀거리며 눈을 흘키는 예원의 얼굴은 욕정에 발갛게 물들어 있을 것이다.
한참을 그대로 달리다 길 옆 넓은 공간을 발견하곤 휘익 몸을 날렸다. 예원역시 지체 없이 날아올라 몽아의 곁으로 내려앉았다.
“ 하하하 형수. 정말 경치가 좋아요. 이곳 절경이나 구경하고 갑시다. ”
몽아의 곁에서 산 아래의 먼 경치를 바라보는 예원의 모습이 꿈꾸는 소녀의 표정이었다.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하의를 들춰 하반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는 순간, 두 손으로 아래를 가리는 예원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고 입술을 마주했다.
“ 흐흡! ”
예원은 자석에 끌려들듯 몽아의 품속에 꼬옥 안겨 들었다.
“ 하학, 사제! ”
이제 예원의 몸은 금방 달아올랐다. 지금껏 모르고 지났던 환희를 깨닫고 난 후부터 자신의 몸이 얼마나 예민한 감각을 가졌는가를 무섭도록 빠르게 알아가는 예원이었다.
치맛자락을 들치며 비궁을 찾아드는 손길에 온몸을 전율하던 예원이 하체 밀어왔다.
“ 하하학 사제. 나 죽일 작정이지! ”
틈 하나 없이 밀착된 엉덩이가 요동쳤다.
목에 걸리듯 숨넘어가는 소리가 산정에 부는 바람을 타고 멀리 메아리 쳤다. 아랫도리는 열기에 부풀어 이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 으윽! 사제는 여자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견디지 못하도록 만들고... 또 이렇게 품속에서 포근하게 감싸줄 줄도 알고! ”
“ 후후... 그건 형수가 내게 가르쳐 준 게 아닌가? 아니 형수의 몸이 너무 고운 탓이야! ”
“ 어머 정말? 기뻐라. 고마워요 사제! ”